동무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날

울지도 못하는 동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내가 운다


차마 아이의 영정사진을 보지도 못하고

독하디 독한 항암치료에 안지도 눕지도 못하며 괴로웠던 아이보다

그걸 보던 어미의 마음이 부서진 것에

산다는게 너무 잔인하구나 생각한다.


 사는 건 끊임없이 잃는 과정이다. 나날이 시들어가는 스스로도 매일 봐야한다. 시력말고는 모든 감각을 잃고, 가족을 잃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들의 적의마저 봐가며 살아가던 타비토가 6권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을 잃은 끝에도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


 죽고 싶던 많은 순간에 함께 있어준 동무에게 머저리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서성이는데, 동무가 내게 "맨날 잠수타고"라고 다정히 등을 쓸어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사내는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삼십년 해왔다. 검열의 시대엔 엄청난 책들이 그의 작업장에 밀려왔고, 그속에서 그는 지혜를 발견했다. 우연히 소중한 책들을 만나고, 구출해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 그것만이 그의 삶에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압축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와 능력을 자랑하는 엄청난 기계와 산뜻한 유니폼과 미소를 지닌 청년들의 등장과 함께, 그는 더이상 책을 만날수도 구출할수도 없다. 


문자를 혐오하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 집을 만드는 동안, 집이 내려앉게 책을 싾아온 이 사내는 새로운 작업장인 백지 작업장에서 빼돌린 종이에 자기 세계를 그리기보다, 오래된 압축기 속에 자신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딱떨어지는 단편인데 리뷰를 쓰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도 싾아둔 책은 버리고, 우리는 살자 살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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