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연휴를 끝내고 출근하는 날이면 시지푸스를 떠올린다. 삶에 대한 이보다 더 적절한 우화는 없다. 해가 뜨고 내게 주어진 바위덩어리를 밀고 또 밀어 올린다.


반딧불언덕과 맏물 이야기에는 싸고 맛있는 음식을 주는대다 이야기 들어주는 귀를 가진 주인이 있는 술집/밥집이 있다. 제철의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평생 비싼 집이나 보석은 가질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이 맛난 음식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니 내 삶도 그다지 나쁘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다소 낙관적이 된다.   


알겠어?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불행이 있어. 백 그램에 팔천 엔이나 하는 최상급 소고기만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의 참맛을 잊어버리는 불행.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 밖에 먹지 못한 채, 백 그램에 팔천 엔 하는 소고기의 맛을 모르는 불행. 어느 쪽이든 똑같이 불행한 거야.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두가지의 참맛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때에 따라, 그리고 욕구에 따라 각기 다른 참맛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 반딧불 언덕 190쪽 


여행길에서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앵벌이에 나선 자그마한 아이들을 볼때다. 안그러려고해도 나와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리며 언제나처럼 해답이 없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저 할 수 있는한 나누고, 함께 먹는다. 그 아이들에게 나와 함께 한 짧은 순간이 아주 작은 기쁨이길 바라면서. 


인생이란 함께 어울려추는 춤이라 누구도 잘못하지 않아도 어그러질 때가 있다. 반드시 누군가를 잃어야하는 순간도 온다. 그리곤 가슴속에 저마다의 아픔의 덩어리를 턱하니 얹은채로 살아간다. 나는 언제나 이야기들 속에서 저마다의 덩어리를 보고, 삶의 추레함을 생각하고 일상을 납득해본다. 그리고 오늘은 블루스를 들으며 여기 온라인에 있는 나의 들어주는 귀들에게 주절거려본다. 거기 당신 내게 참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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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5-02-2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술은 같이 마셔줄 사람이 있어야~~~^^;;

Alicia 2015-02-25 14: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 와인 마시고 싶은데 혼자서 술병놓고 홀짝거리다 알콜중독 될까봐 참고 있어요ㅠ ;;

무해한모리군 2015-02-26 12:12   좋아요 0 | URL
각기 다른 맛이 있는거 같습니다. 지친날 좋은 술집에서 꼬치에 정종한잔 하는 것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힐링이 됩니다 ^^;;

Alicia 2015-02-26 15:18   좋아요 0 | URL
저는 종로에 맥주집 추천이요~! 거기 하우스 맥주 파는데 있는데, 저 탄산이나 소다수 같은 거 속에서 안받아서 못마시거든요,. 근데 거기 맥주 정말 맛있어서 한잔 다 비웠어요. 서울가면 휘모리님이랑 거기서 맥주 한잔 하고 싶네요~! ^^
 

요즘 미국행 비행기 티켓이 저가항공의 치열한 경쟁과 유가인하로 오육십만원대로 떨어지자 엉덩이가 들썩한다.
뉴욕 구체적으로 미술관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고 싶다
배고프면 나가서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하고 산책하고 찬바람 맞으며 책읽다 또 그림도 따라그려보고

그러나 내휴가는 일주일 뿐
식솔들을 위한 집중 봉사기간

한살 먹으니 무거운 책이 싫다
글자 작은 책은 힘들다

그래서 이책
못가는 뉴욕 미술관 읽어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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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 이쁘다요!!!^^

무해한모리군 2015-02-24 13:32   좋아요 0 | URL
네 안에 글자도 아주 커요 ㅎㅎㅎㅎ

blanca 2015-02-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잔 글자 책이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제가 라식을 해서 그런가 했는데. 왠지 반갑네요.

무해한모리군 2015-02-24 14:52   좋아요 0 | URL
blanca님도 그렇다니 저도 반갑네요 ㅎㅎㅎ 전 사실 심각한 라식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어요 ㅠ.ㅠ 우리 라식 때문일까요?

감은빛 2015-02-2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앞자리가 바뀌고 보니, 저도 뭔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체력도 딸리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에휴! 그저 한 숨만!

무해한모리군 2015-02-26 12:13   좋아요 0 | URL
열정맨께서 이런 말씀을 ㅎㅎㅎㅎ
예전이 남들보다 지나치게 뛰어났고 생각하시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정말 애놓고 나니 건망증이 너무 심해졌어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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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고칠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관계를 바꿔나갈 수 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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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별 세개요????

무해한모리군 2015-02-13 14:30   좋아요 0 | URL
네 별세개요 ^^ 좀 심심한 이야기예요. 나비님이 읽고 싶으시면 드릴까요?

라로 2015-02-14 03:39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합니다만 아니요!! 별 세개이고,,,심심하다고 하시니 패쓰. 제목만으로도 충분이 상상이 되는 스토리랄까요???ㅎㅎㅎㅎ
 

 영상속 삼십대 중반의 여자가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걸 본다. 너무나 공감이 가서 서글프다. 괜찮다는 거짓말을 해낼 수 없을때, 우리 다수는 술, 담배, 섹스 뭔가 잊을 것을 찾기도 하고, 몇몇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하고, 더 적게는 죽어버리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게 된 것도 아마도 뭔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원인을 알더라도 사실 바꿀 수 있는 게 많진 않지만. 매해 엄청나게 출간되는 자기개발서는 '니가 바꿀 수 있는건 니 마음 밖에 없어"라고 말하지만, 계속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혼자 마음을 바꿔먹는 것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들어오지, 마에스트로. 애는 좀 혼자 내버려두라고. 우리가 열여섯 때 어땠는지 기억 안 나?" 릴이 말했다. "온갖 똥을 밟고 나서도 아직 이렇게 버티고 있잖아."


 온갖 똥을 밟고서. "열여섯 살 때 나는 줄리아드에 있었어."

 "그래?" 릴이 말했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그다음엔 될 대로 돼라였지. 조너선은 생각했다. 서서히. 너무 천천히 진행된 탓에 그렇게 되어가는 줄도 몰랐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지." 조너선이 말했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릴이 말했다. "다들 그러고 사는 거지."

 "그래, 간신히 버티고 있지. 하지만 그 애는 그렇게 살면 안돼. 우린 누구에게 본받으라고 할만한 인생들이 아니지."


 이야기는 끈적한 바닷바람이 부는 항구동네의 여름날에서 시작한다. 배경 그 자체가 이 책의 또하나의 주인공이다. 남루한 항구마을에 구멍가게, 동네 건달들이 드나드는 펍, 그옆의 식당 다세대주택과 어설픈 나쁜짓을 하며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너무 심심해서 단짝 친구와 동네바닷가에서 고무보트나 타볼까 했던 시시한 모험이 어쩌다보니 비극으로 끝이난다. 어쩌다 보니 그 순간 거기 있다 휘말리고, 후회로 자신을 탓하며 취해도 보고 숨어도 보면서 버텨낸다. 그러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사람들 사이로 다시 걸어나간다. 

 

 읽으면서 말하는 순간 내가 정말 그런 인간이 될 것 같아서 입밖에도 낼 수 없던 실수들과 실패한 내모습이 부끄러워 만나지 못하는 소꼽동무들과 오래전 고향의 바다, 그 바다에 주저 앉아 마시던 술들이 떠올랐다. 젊기에 가지는 기회들과 바로잡을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용서와 상처투성이인 스스로를 안아주는 방법을 말해주고 싶었다. 


엉망진창으로 살아온 내가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고, 어제보다 좀 더 눈물 많은 사람이 된다면 내게도 미래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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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말해주세요~~~~. 바로잡을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용서와 상처투성이인 스스로를 안아주는 방법요~~~~!!

무해한모리군 2015-02-10 14:49   좋아요 0 | URL
그냥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고 안아주고 그런거? ㅎㅎㅎ 현실에서야 뭐 체념 >.<
책속 주인공은 십대 소녀예요... 아유 나비님께는 제가 배워야지요.

Alicia 2015-02-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흘리게 되겠지만...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죠, 살얼음을 딛듯, 조금씩 조금씩...

무해한모리군 2015-02-10 16:35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어찌지내세요. 거긴 따뜻한가요?
딱하나 알리샤님은 현명한 분이시니까 잘해내가실거예요.
언제나 알리샤님이 행복해지는 길만 생각하시길.. 다른 것 다 무시해버려요!
 

나라가 복고라 419혁명이전으로 돌아가니 나도 고풍스런 용어 꺼내본다.

그래 이석기가 애들 뛰어노는 강연장에서 말만했다고 9년인데 원세훈은 2만명이 넘는 조직원과 2조가 넘는 국가예산을 가지고 나라의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개입했다는걸 인정하고도 3년?

좋다 어짜피 종범이라고치자. 그럼 지시한 놈이라도 쳐넣던가. 국정원 쭉 유지시켜서 계속 빅브라더 노릇 시킬라고?

야당아 말이라도해라. 정치는 말이라는데.

MB 참 돈을 고르게 쳐발랐는지...
언제는 현직도 탄핵소추하고 전대통령 소환만 잘하더니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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