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아침마다 유행에(무려 이틀넘게 검색어 1위!!) 발맞춰 조성진군의 쇼팽 연주를 들었다. 소나타와 변주곡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그 연주에 이러쿵저러쿵 할 바도 아니고 애당초 아마추어 연주에도 언제나 즐거운 저렴귀 탑재중이라 굳이 찾아보지 않을텐데 즐겨듣는 방송에서 틀어줘서 듣게 되었다. 젊고 단단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팽연주 말고 다른 곡이 들어보고 싶다. 게으른 내가 마음 먹는 언젠가.
여튼 미술에 대한 대부분의 것은 진중권 교수(+ 약간의 서경식 선생)에게, 음악에 대한 대부분은 일본 만화에서 배운 바, 쇼팽 콩쿨의 위상과 그 어려움은 일찍히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에서 읽은 바 있다. 한달이 넘게 거의 쇼팽 전곡을 쳐야하고 스테이지마다 평가를 받고 어느정도 성적을 받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세계 각국의 뛰어난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격전의 장이라는 것. 어린 시절 발굴해 그에게 많은 기회를 준 금호재단에게 박수를! (기업들 이런걸 하란말이얏, 아니면 나라에서 하든가!!!)
여튼 연주를 들으며 서경식 선생이 신문에 연재한 것을 엮어 낸 [내 서재 속 고전]을 넘겨본다. 순전히 얇아서 선택된 책 서문에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데 필요한게 인문학이라는 문장을 보고 반성한다, 유행과 우연으로 점철된 나의 아침 시간을.
선생이 고른 책중에 세권은 읽었고 우리나라에 출간 안된 것을 제외하고 읽어볼 책 두권을 뽑아본다.
가토 슈이치가 수호하려했던 평화헌법이 일본에서는 무너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친일친미 제국주의의 종복으로 제 국민을 사지로 몰던 자들이 애국지사였노라는 주장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제나라 공수부대에 국민들이 학살당한 518은 폭동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고, 군대를 끌고와 정부를 차지한 516은 혁명이었다는 해괴한 역사조작도 매일처럼 들어야 한다.
내 서재 속 고전의 서문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명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성찰]에서 반유대주의(넓게는 인종차별주의)는 사상이 아니라 "하나의 정열이다"라고 썼다. 그렇다. 이것은 실증성이나 논리적 적합성과는 무관한 하나의 위험한 정열인 것이다. 그런 정열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지성이나 이성을 전제로 말을 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야당은 선거구와 예산안 확정 때문에 국회로 돌아갔다는데, 이쯤되면 '민생회복' '반공'은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정열임이 틀림없다. 눈앞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갈때도 그렇게 바쁠것 없던 인간들이 무슨 그깟 선거니 예산이니는 그렇게 다급하단 말인가.
어찌된 영문인지 오래된 책들이 조금도 낡지 않고 현재진행중이다.
저항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뒤로 떠밀려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