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얘기할 수 있고,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몸 안에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하나 배워간다
근데 정말 길들여지지 않는 건 바로 이런 거다. 뻔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준영이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 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처음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이상한 말만 하는건지.
그리고 길들여지지 않는 것 또 하나, 얘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
나는 한 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움들도 한번. 두번 계속 반복하다보면 그 어떤 것이든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그렇게 생각할 때만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걸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이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 낯선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지인데
그와 헤어져서 안되는 이유는 왜이렇게 셀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 처럼 쏟아지는 건가...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증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 구절씩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이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사랑한다 무지많이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었고 미안하고 그리고 우리 이젠 절대 헤어지지말자 에이~챙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