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을 구독한지 1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 해직기자들의 투쟁에 작은 마음을 보태고자 시작했던 정기구독이 이제 꽤 안정된 잡지를 바라보며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든다.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인 바, 때로는 시사인의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으며(하나밖에 없는 시의원의 이름 세자 중 한글자 빼고 모두 틀렸을 땐 너무도 슬펐다 ㅠ.ㅠ) 도닥여주지 않고 너무 몰아세우는 듯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물론 몰아세우게 만든 우리의 실력이 더 문제다.)
그래도 시월둘째호의 종부세 기사도 좋았고, 삼성관련기사, 알라디너에 대한 기사도 기억에 남고, 소개하는 책과 공연 소식들도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일년 연장구독을 할지말지 다소 망설여졌다. 왜냐하면 시사인 답다고 말할 만한 개성이 자꾸 흐려지는 듯해 아쉬움이 든다. 우리가 인터넷에 그날그날의 차고 넘치는 정보들을 두고 주간지를 정기구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더 깊이 있는 분석기사를 읽고 싶고, 색다른 시각을 제시받고 싶기 때문이다. 시사인의 색깔있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인데, 요즘 이런 깊이 있는 기사들이 다소 줄어드는 느낌이다. 사실 프레시안등 인터넷 매체의 심층기사나 직접 비교하긴 그렇지만 티브이에 다큐들을 보노라면 이런 아쉬움이 강해진다.
나는 녹색평론의 십년된 정기구독자이고, 이 사실이 참 자랑스럽다. 최근엔 시사적인 부분이 늘어나긴 했으나,(왠만해서 이 정부하에서 모든 매체가 시사적이 될 수 밖에 없을듯하다 --;;) 유통부터 광고에 까지 녹색평론이 가진 생태적 가치관이 잘 녹아나 있다. 그리고, 가볍게 한번 꼼꼼히 다시 한번 두달간 거의 모든 기사를 빠짐 없이 읽는 편이다. 이렇게 잘만든 잡지를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김종철 편집인에게 절로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내 삶의 가치관의 1/3쯤은 녹색평론이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세번째 정기구독지는 작은책이다. 역시 3년째 정기구독 중인데, 작은책의 필진은 내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달에 한번 가족에게 소식을 받는 듯 기다려지고 궁금해지고 그런다. 모든 매체에 잘난 사람만 나오는데(한때 지금은 폐간한 이프를 정기구독하다 끊은 이유기도 하다) 나와 같은 고민을 나누는 이웃이 있어 참 좋다. 고운 우리말로 내 감정을 이렇게 소박하게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나의 꿈이기도 하다.
시사인은 주간지로서 어떤 성격을 가지고 싶은걸까? 디플로마티크처럼 학술적으로 가도 좋을것 같고, 한국의 너무 많은 중후한 주간지들처럼 말고 표면은 패션지처럼 새끈하고, 감각적이면서, 그안에 내용은 도발적으로 가도 좋을 듯 하다. 시사인과의 또다른 일년을 약속하면서 그속에 더 많은 사회적 약자, 마이너리티 문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이제 두살이 되었으니 보다 분명한 자기 색깔 찾기를 시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