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고생할때 원해서 했던 원치 안아도 했던 한세상 편히 살았고, 
그 덕에 자식들 잘 가르쳐 지금까지 잘 살고 있으면서.. 

명예까지 탐내는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고작 사전에 이름을 올릴 뿐, 

공직에 나가는 걸 누구하나 막을 사람도 없고
(우리에겐 이미 친일파 출신 대통령도 있지 않는가) 

친일로 얻은 재산을 뺏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좌제라 말할 만큼 빨갱이 자식처럼 신원조회 되는 것도 아닌데.. 

보면 누가 얼마나 보고 얼마나 신경쓰겠는가 요즘같은 세상에..

역사의 기록을 막아 기억까지 조작하려는 건 욕심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1109093015133&p=hani&RIGHT_COMM=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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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1-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서 태어나지 않을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비로그인 2009-11-0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저히 구별해서 분리했어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미군정이 남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에궁..

BRINY 2009-11-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런거겠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중근 의사 가족들이 미국, 북한, 남한으로 찢어져 살며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데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요. 우익이 민족주의를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층은 뿌리부터 뭔가 잘못되었는데, 이제와 고칠 방법이 없는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카스피 2009-11-0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조선시대를 다루는 사극에서도 조상이 나쁘게 그려지면 문중에서 작가와 제작사를 고소하는 마당에 자신의 아버지,할아버지를 나쁘게 말하니 난리를 치겠지요.하지만 그들의 행적을 안다면 반성하게 가만히 있어야 되는것 아닌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17   좋아요 0 | URL
그때야 족보를 줄줄 읊는게 제일 공부이던 시절이고, 요즘은 돈이 주인인 세상인데 돈이 주인인 세상에 손톱만큼 과거의 일을 밝히자고 책낸 것을 방해하고 음해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차요.

글샘 2009-11-0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중심잡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지, ... 실감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박정희 기념관을 여느냐, 박정희는 친일파란 사전을 펴느냐 사이의 긴장감... 이 땅은 늘 긴장의 연속이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16   좋아요 0 | URL
글샘님 반갑습니다.
빚은 그때그때 청산하지 못하면 눈떵이처럼 커지기 마련인가봅니다.
뭐 친일판 이름을 딴 문학상도 있고, 음악상도 있고, 결정적으로 우리 지폐의 초상화 도안을 그린 냥반도 친일파라고 하던데용 --;;


비로그인 2009-11-1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수꼴님들께선 이문제를 학문적 차원에서 다루자 하셨지요.
그래서 학문적, 민간적 차원에서 사전을 발간하니 좌빨의 음모 내지는 국론분열이라하니 웃고 싶지 않지만 웃음이 절로 나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14   좋아요 0 | URL
정재계 학계 할 것 없이 지들이 주류니까 설마 해낼지 몰랐나보지요. 한다리 건너 아시는 분이 관여하셨었는데, 아휴 그 과정의 험란함이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방해도 어찌나 많고.. 쩝쩝
 
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에서 내가 선택한게 뭘까? 

 이 소설 속 남자의 나날에 그가 선택한 것은? 펭귄을 입양한 것 정도? 아니 그마져도 소비에트 붕괴에 따른 급속한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동물원하나 유지할 수 없어진 정치사, 세계사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소소한 인생인데 그 소소한 인생이 결정되는 요소는 참 거창하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병든 펭귄과 문학을 가슴에만 품고 신문의 남의 조문을 쓰며 살아가는 남자의 느릿느릿한 일상이 마음에 와 닿는다. 뭐 나도 펭귄처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렸을 땐 생각도 못했던 삶을 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의 평온한 일상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고 이리저리 얼켜만 간다. 시골 작은 별장에 아내와 아이, 애완동물로 이루어진 소박한 삶의 꿈은 어찌될까? 하긴 죽음의 순간 내 옆을 지켜줄 벗하나만 건져도 꽤나 훌륭히 살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의 끝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죽음일텐데, 글을 읽으며 내 삶의 조문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행동과 잘못이 언급되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성과는 두줄이면 족하리라. '10세이전엔 때로 부모님을 기쁘게 한 적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완급조절이 훌륭한 추리소설이다. 다소 썰렁하지만 왠지 모를 웃음이 슬며시 번져나가는, 그 속에 담긴 것은 우울할지라도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다. 갑작스럽고 신선한 결말도 기대해도 좋다.

 나도 미리 새해 인사를 해본다. 

'더 나쁜 일이 없도록 한잔 하자구. 벌써 좋아지고 있지 않나?' 

모두에게 꼭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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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1-0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은 아니더라도 더 좋아지겠죠?? 휘모리님의 그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그립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09 09:23   좋아요 0 | URL
바쁘신 일 일단락 되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카스피 2009-11-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추리 소설인가요? 제목만 가지고는 감이 잘....^^;;;;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20   좋아요 0 | URL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고, 추리가 주는 아니지만 추리 형식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전에는 추리소설을 썼다고 해요.

추리적 설정은 한남자가 신문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조문을 미리 쓰는 일을 맡게 되요. 그런데 그 조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정재계에 영향력이 있는 부정부폐한 사람들입니다. 그 조문의 대상들과 주인공의 주변에 살인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Forgettable. 2009-11-1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펭귄의 우울 ㅠㅠ 이거 읽으며 댓글남겨야지 했던게 벌써 며칠전이라니;;;;;;;;;;
저 요즘 진짜 정신없나봐요 ㅋㅋㅋㅋㅋㅋ

이거 읽으면서 어찌 음주의 유혹을 참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담요덮고 추운데 나가 앉아서 보드카 마시며 몸을 뎁히고 싶지 않습니까ㅋㅋ
벌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_+

무해한모리군 2009-11-11 08:07   좋아요 0 | URL
그럼그럼 뽀님은 댓글을 달았어야죠!!
뽀에게 땡투를 남겼는데 ㅋㄷㅋㄷ

일단 보드카는 안좋아합니다 ㅎㅎㅎ
샤슬릭만은 먹고 싶더군요.
읽고 있는 두권을 끝내면 펭귄의 실종도 읽어보려구요.
(같이 사서 집에서 대기중~)
 

지난주 토요일에 계단에서 굴러 발목이 살짝 부었다. 

그저 괜찮겠지 싶어 두었더니, 

발목이 일주일째 팅팅.. 

아프지는 않은데 왜 부어있을까?  

거기다 도루묵 매운탕을 잘못 먹고  

온몸에 뭐가나서 벅벅..

이 늦은 밤에 부은 발목을 끌고 

책을 정리한다.    

남들 눈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잠자리 베개 옆은 읽고 있는 책들,
(사실은 읽다만 책들이지만 아직 읽을 마음이 남아있는 책들 스무권 정도) 

잡지및 정기간행물들은 컴퓨터 뒷쪽,

신발장 옆에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읽을 순서대로 싾아 두는데, 

주말이면 그때그때 조금씩 순서를 바꿔둔다. 

다 잘 밤에 뭐하는 짓인지..  

이 모든게 다 낮에 2시간 반이나 되는 펜트하우스 코끼린가 하는 영화를 본 후유증이다. 

'이장과 군수'이후 시작 삼십분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 

혹시나 하고 끝까지 봤는데 역시나..  --;; 

알라딘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스패뉴 피자교환권으로 피자도 먹고,  

꽃무늬 원피스에 고무신 신고 굴국밥도 먹어보았지만, 

영 저 영화의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ㅠ.ㅠ 

여러분들은 꽃미남에 혹해서 나같은 과오를 범하지 마시라.



찻 상. 요즘 귀찮아서 밥은 안하고, 앤님이 와도 맛난거 안해주고 이렇게 차로 대충 때운다..
귀차니스트.. 저 뒤에 꽃보다남자 만화책이 싾여있구는 것도 보이는구나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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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0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다쳤는데 아직도 병원에도 안 가시고 계시는건가요?
일요일에는 병원 연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꼭 가보세요.

책장에 꽂힌 책들과 꽃보다남자 만화책에 자꾸 눈길이 가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8 21:41   좋아요 0 | URL
더 재미있는 만화 컬렉션도 많은데요 ㅎㅎㅎ

후애님은 건강하시지요?

후애(厚愛) 2009-11-09 11:29   좋아요 0 | URL
체기가 심해서 예전보다 음식은 많이 못 먹지만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어요.^^

병원에 꼭! 가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9 17:48   좋아요 0 | URL
아니 또 왜 자꾸 체할까..

꿈꾸는섬 2009-11-0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귀찮으셔도 병원 다녀오시고 밥도 좀 해드시죠. 얼른 나으시길 바래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8 21:42   좋아요 0 | URL
밥 해먹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게을러져서..

비로그인 2009-11-0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치료시기를 놓쳐서 고생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일찍 병원 다녀오시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저는 5년전인가 부었던 적이 있는데 그냥 방치했더니 아직도 발목에서 계속 소리가 납니다. ㅋ

무해한모리군 2009-11-08 21:41   좋아요 0 | URL
글쎄 이만 일로 가야하나 싶기도한데, 비온다고 쑤시니 조금 겁도 나고 그럽니다 ㅎ

머큐리 2009-11-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병원 안갔으면 빨리 가셈~ 일단 진단은 받고..ㅎㅎ
얼마 안남은 2010을 건강하게 맞이해야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9 09:23   좋아요 0 | URL
정말 안아픈데 병원까지 가야하는건가요 --;;
아웅 무셔~

fiore 2009-11-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그 영화를 보셨습니까 --;
모조리 완전 혹평이라 아예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병원다녀오셨나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9 17:43   좋아요 0 | URL
짝꿍이 간절히 보기를 원했습니다 --;;

카스피 2009-11-0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다리가 부으셨다니 힘드시겠네요.가기 싫더라도 병원을 꼭 가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21   좋아요 0 | URL
침을 한번 맞아볼까 싶어요. 날이 궂어 그런가 컨디션이 영이네요
고맙습니다 카스피님 ^^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대한책 영화에대한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 책에 나온 책이나 영화의 태반은 내가 본 적도 간혹은 듣기만 많이 들은 것들인지라, 이런 장르야 말로 매니아를 위한 것이지 직장생활하며 토막독서하는지라 얇디얇은 독서력을 가진 내가 도전할 장르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위트넘치는 우리 혼비님이 쓰신 책에대한책은 과연 달랐다. 여전히 내가 읽어본 책은 한 서너권쯤 되었을까? 그래도 농담의 위력과 그가 소개하는 책의 묘미는 줄어들지 않았다. 심지어 한번도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았던,(어린시절 티브이 어린이용 연작 외화를 본 탓에)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어볼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건 그가 아니면 아무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미국인은 정말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읽어봐야 한다는 말은, 정말 좋다는 뜻이고, 안 읽으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13쪽) 

이 책의 작가는, 곧 자신의 소설을 평하는 글에 질려버릴 것인데, 그런 글에는 전부 다 '새롭게 쓰여진'이라는 표현들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가 아직 출간되지 않았으므로, 그가 아직 그런 말에 질리지 않았을 테니 나는 써도 된다.
(308쪽)


이 노골적인 찬사를 보라. 솔깃하지 않은가? 그래 이정도 화끈하게 칭찬하고, 욕도 칭찬도 화끈하게 들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맹체컨데 마커스가 펫 숍 보이즈가 부른 <고 웨스트>에서 들어낼 수 있는 것이 내게는 절대 들리지 않는다.)
(223쪽)  

사실은 너무 걱정이 되어서 힐러리 스펄링의 훌륭할 것이 분명한 마티스 전기(페이퍼백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5년 전에 하드커버 신간으로 산 것)를 시작할 수도 없다.
(266쪽)

이 책의 ()의 그의 혼잣말은 영국식 위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 곳에 다 옮길 수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소리내서 낄낄거렸다는 사실만 밝히겠다. (난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다)

그리고 요즘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희한하게도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모든 대통령의 임기와 모든 시대는 끝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95쪽)  

존 해리스의 '그렇다면 이제 누굴 뽑지?'를 한 권 받았다. 마치 어떤 책들이 나를 스토킹하는 느낌이 잠시 들었다. 누군가 '어젯밤 네 집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나는 알고 있다'라는 책을 쓰기 전까지, 이보다 더 내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제목은 없을 것 같다.
(211쪽)

혹시 한국판으로 이런 서적이 있다면, 수십권 정도는 사서 주변사람들에게 뿌려줄텐데 말이다. 

여러분 나라에도 펭귄 현대 클래식 시리즈가 있는가? 여기 영국에서 그 시리즈는 젊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문학애호가들에게 큰 의미를 지녔었다. 지적 진지함, 그리고 역시 책을 좋아하는 여자들과의 하룻밤에 대한 욕망/의욕의 표시로 내 친구들과 나는 눈에 띄는 연두색 표지의 펭귄 현대 클래식 시리즈 한권을 늘 가지고 다녔다. 물론 효과는 없었지만,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살았다.
(236쪽) 

일전에 늘 멋진 여성들과 쉽게 연애에 성공하는 알라디너 R에게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게 '여자분들이 책읽는 남자에 대해 호감이 있는거 같아요'라고 답하지 뭔가. 그랬다!! 닉 혼비님의 실패는 시의적절하지 않는 책을 들고 다닌 것이 첫째요, 둘은 그 때 블로그가 없었기 때문이구나.. 오호! 그가 이 작전에 성공했다면 꽤나 다른 소설을 내놓았을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이 작가는 끊임없이 책을 사재기를 하고 (나역시 그렇다) 태반은 읽지 못하며 (나역시 매우 그렇다) 그 이유를 아이들이나 축구때문이라거나 날씨 기타등등에게 돌린다. 나 역시 미친듯한 열정에 사로잡혀 예약까지 해가며 혹은 물건너 해외에서 주문한 책에 대한 열정이 어느새 식어 집에 진열해 두며 죄책감을 느낀 점이 한두번이 아닌데... 오.. 닉 혼비님께서 나의 죄책감을 줄여주셨음은 물론이다. 고로 나와 같은 독서가들이여 이 책안에서 위안을 받으라.(난 보통 책의 주요 부분엔 체크 표시를 하는데 닉 혼비님의 지름 부분에 사랑의 하트 표시를 해뒀다)  

만찬 회의가 적다는 것만 빼면, 독자가 된다는 것은 대통령이 되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이 의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우편으로 도착하는 책이라든가, 3차세계대전 따위에 신경쓰느라 원래 정해놓은 길에서 당분간 벗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81쪽) 

이달에는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 지경이니 전부 밝히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선별해서 적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벌써 몇 달째 사실대로 다 밝히지 않고 있는 중이다. 자꾸만 사놓고 읽지도, 목록에 올리지도 않은 책들이 발견된다.
(121쪽) 

하지만 자이드 책에서 가장 멋진 순간은 두 번째 문단에서, "진정한 교양인이란, 읽지 않은 수천 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태연자약하게 더 많은 책을 원할 수 있는 이들이다"라는 부분이다.
(158쪽) 

우리가 소유하는 책들은 읽었는지, 읽지 않았든지 간에 우리의 자유재량에 맡겨진, 가장 온전한 자아의 표현이다.
(159쪽) 

내 독서 지도가 1900년경 대영제국의 지도와 비슷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면서,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의아해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보다시피 내 무식함의 영역을 아주 조그맣게 침략하는 정도가 전부다. 매년 또 한 권의 고전 소설이 이곳을 점령하고, 새로 나온 문학인의 전기가 저곳을 격퇴시키고 있다. 솔직히 말해, 더 멀리 보낼 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17쪽)

염려마시라. 이 책들은 런던 켄우드하우스 후원 책판매 행사에서 1파운드 이하로 사들인 것이다.
(225쪽) 

이달에는 이사를 하느라 '빌리버'가 된 이래 처음으로 책을 한권도 사지 않았다. 읽지 않은 소설, 전기, 회고록과 에세이집, 시집과 서간집을 넣을 곳을 찾느라 수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현재로서는 책은 그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65쪽) 

내게는 침대 위쪽에 책장이 하나 있는데, '구입한 책'과 그 밖에 언젠가 읽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책들을 올려둔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중 몇 개가 죽었다고 판단되면 하드커버인 경우에는 아래층 거실의 책장으로, 페이퍼백인 경우에는 침실문 바로 앞에 놓은 책장으로 부드럽게, 경의를 다해 옮겨지고, 그러면 그 책들은 거기서 영면에 들어간다.(한때는 좋은 생각처럼 여겨졌던 것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는가? 그렇기를 바란다) 
(중략) 

이건 마치 기류에 의한 강수 과정처럼 순환적이지만 아름다운 시스템이다. 흥미가 증발하고, 책은 뜨거운 공기로 변해 올라갔다가, 옆으로, 심지어 아래층으로 내려간 다음, 어쩌구저쩌구..
(317~318쪽)

그리고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 너에게도 죄는 있다!!  재미 없는 책들에 대한 그의 신란한 평가도 읽는 재미 중에 하나다.

문예 소설이란 별로 성공하지 못한 여느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고, 예술영화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보통 영화이며.... 
(80쪽) 

사실 생각해보면, '간결' 전통을 따르는 소설 중에서 아주 신나는 것은 많지 않다. 농담이란 보통 뿌리째 뽑혀나가기 십상이니, 잡초 뽑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농담이 제일 먼저 솎아질 것이다. (중략) 글을 쓰긴 뭐 하러 쓰나? 봉투 뒤면에다 줄거리 요약과 주제 두어 가지를 적어놓은 다음, 그냥 내버려두는게 낫지 않을까? 사실 말이지, 픽션이나 픽션 창작에는 별로 실용적인 면이 없는데, 사람들은 그런 글쓰기를 남자답고, 고된 일로 묘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나하면 그건 애초에 너무나 남자답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엄격함에 대한 강박은 이를 보상하기 위한 시도, 글쓰기를 농사일이나 장작패기처럼 진짜일처럼 보이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94쪽) 

위대한 예술은 엘리트주의를 두려워하면 안 되겠지만, 엘리트주의가 아닌 위대한 예술도 많다. 그리고 나는 문학 학위가 없는 똑똑한 사람들이 현대 소설을 포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그들이 문학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길 원한다. 소설에는 성인을 위해 쓴 책을 읽을 수 있는, 누구나에게 보이는 목적이 있다고 말이다.  (중략) 

내가 픽션에서 좋아하는 점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 아니 최소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사할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대신 똑똑하게 말해줄 수 있는 능력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마크 트웨인이 똑똑했던 것이고, 디킨스도 그랬다. 그리고 로디 도일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 특히 책을 자주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내게는 엄청나게 유식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유식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능력보다는 그것이 더 뛰어난 재능처럼 여겨진다.
(208쪽) 

어떤가? 닉 혼비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이야기 하는데 위의 글을 읽는 순간 이미 몇 권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소설을 써내기도 했던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지지 않는가?  

============================ 

<저렇게 많이 인용해오고도 아직 남아있는 나의 밑줄 구절들>

이따금 예술(나는 스포츠도 예술에 포함시킨다)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에 관한 것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움직을 공간을 부여하고, 연주할 시간을 찾고... 
(290쪽) 

하틀리의 소설과 크루의 자서전은 공히,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체질임을 상키시켜준다.
(302쪽) 

정치운동과 해고와 야비한 질투 아래, 그 외의 어떤 것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우리(다시 집합대명사다)의 삶이 매초마다 지나가는 소리 말이다.
(309쪽) 

각종 보험금이나 수당은 깜짝 놀랄 만큼 해당 범위가 넓고 복지 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이 과연 그렇게 가치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인도에 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니면 유아원으로 돌아가거나. 장애인들과 더불어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손으로 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충동은 매일매일, 아니 때로는 매 시간마다 병마처럼 우리를 찾아왔지만, 실행에 옮긴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대신 우리는 그날의 업무를 논의하러 회의실에 모여 않았다.
(310쪽) 

아직 이 이야기가 지겹지 않은가? 우린 날마다 지겨웠다. 우리의 권태는 주욱 계속됐다. 집단적 권태. 그건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까. 
(312쪽) 

회의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경멸을 담은 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거의 모든 회의에서 하등 쓸데없는 소리만 오간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었고, 사실 서너 번 중 한 번은 소득도 목적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필요한 것 하나쯤 알려주는 회의는 많았으므로 우리는 회의에 참석했고, 끝나고 나면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중략) 

갑작스런 계시가 다가왔다. 날마다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직장 때문에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하고 내몰리고 있다는 계시가.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 그러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면 그런 자질들을 타고난 것이어서 까칠하고 활기라곤 없는 인간이 되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것일까? 그런게 아니길 바랐다.
(313쪽)

흠 직장인이다 보니 왠지 이 책 소개를 길게 옮겨놓고 싶어지더라.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도 생활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물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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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코끼리 - Searching for the Elepha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저만한 배우들을 놓고 배드신조차 건질게 없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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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09-11-0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드신조차' 에서 할 말이 없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11-09 17:44   좋아요 0 | URL
ㅠ.ㅠ 얼마나 슬펐는지 말로 다 못해요.. 돈아까워 시간아까워 내주말 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