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토요일 집 옆 도로를 따라 산보에 나섰다. 

낙성대와 서울대 주변은 벌써 녹음이 우거져 여름이 왔다. 

어슬렁어슬렁 한시간여를 걸어 도착한 서울대미술관에서 오토딕스전을 슬렁슬렁 본다.  

그의 그림 속 전쟁은

전쟁은 영웅이니 애국심이니 하는게 아니라 

멀쩡한 남의 집 자식을 데려다 불구를 만들거나 객귀를 만들거나 

살인자를 만들거나 정신병자를 만든다. 

(그것도 우리네 없이 사는 이웃의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여자들은 매춘부가 되거나 강간 당하거나 살해된다. 

그래서 어떤 명분을 붙여도 전쟁에 동의할 수가 없다.  

천안함과 관련해 피의 보복을 부르짖는 이들 

그러다 죽는 것은 그런 결정을 내린 자들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무지렁이들의 아들딸이다..  

<서울대미술관 나들이는>

http://www.snumoa.org/Exhibition/view.asp?sType=c 

서울대미술관은 낙성대 전철역에서 내려 삼사십분 천천히 걸으며 꽃놀이 하고, 

3천원 내고 들어가 전시도 보고, 

넓다란 테이블에 앉아 독서하기도 좋고 

전쟁, 여성,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로 상영중인 단편영화 한편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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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밤바 2010-05-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 걷고 싶네요. 그 길. ㅎ

무해한모리군 2010-05-03 18:55   좋아요 0 | URL
나란히 걸으면 더 좋겠어요 ^^

푸른바다 2010-05-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미술관에 방문한지도 제법 되었군요. 렘쿨하스가 설계한 건물이 화제가 되었었지요. 보수적인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반감을 표하기도 했구요. 그러고 보니 관악 캠퍼스에도 꽃들이 만개했겠군요. 나들이 하고 싶어지는 5월의 어느날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5-04 19:24   좋아요 0 | URL
저는 서울대의 모든 건물은 그곳의 환경에 흉물스러운게 같아요 --;;
멀리서 보면 건물들을 왜 저렇게 지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니까요..

푸른바다 2010-05-04 22:05   좋아요 0 | URL
애초에 서울대의 건물이 형편없어 진 것은 저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지시 때문이였다는군요.^^ 빨리빨리 효율적으로 지어야 하니 초기 건물들은 군 막사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군대에 가보면 서울대의 과거 건물들이 군 막사와 비슷하단 걸 깨닿게 됩니다.^^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들도 별로 건질게 없다는 거죠...

무해한모리군 2010-05-07 17:54   좋아요 0 | URL
흠... 그랬군요.
제 안목이 영 이상한게 아니었어요.
그나저나 산을 자꾸 깍아서 더 흉물스럽게 건물들을 늘리고 있어요 --

머큐리 2010-05-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식선생님 덕분에 알게 된 화간데...볼 시간이 있으려나...
미술관에서 멀어진지 너무나 오래된거 같아요...(사실 몇번 가지도 않았으면서도 이런 말을 뻔뻔하게 늘어놓는구나..난..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5-10 08:37   좋아요 0 | URL
굳이 멀리서 찾아오실 만큼은 아닌듯 해요.
저는 집이 근처라 가끔 산책겸 서울대미술관 나들이를 하는거라서 ^^
 
허트 로커 - The Hurt Lock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 속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든 남의 나라에서 전쟁은 벌이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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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0-05-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별 세개면 굳이 안봐도 되겠어요. 라는 영화보기 힘든이의 위안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5-03 11:29   좋아요 0 | URL
네 보통이예요 보통 ㅎ

으흐 어서어서 전시회 보러 가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0-05-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나라에서 전쟁도 하고 그걸 소재로 드라마도 찍으면 안되겠죠 ;;;

무해한모리군 2010-05-04 13:49   좋아요 0 | URL
전쟁터 한가운데서 모든게 적으로 느껴지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그런 긴장감에 중독되어 가는 주인공을 잘 보여주기는 하는 듯 합니다.

그 전쟁중독 상태인 병사가 안타깝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죽음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그곳 사람들의 중독 상태가 더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5-1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테크닉적으론 무지 잘 만들었는데 마지막 메세지가 좀 그랬어요.
차라리 주인공이 폭탄에 터져 죽기라도 했으면 완벽한 반전영화였을 거 같은데....후덜덜이에요.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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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도착증은 기본적으로 배선이 엇갈려 생기는 사례입니다. 대자연과 사회는 남자에게 섹스를 하려면 이러저런 장소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지요. 하지만 불행한 남자들은 엇갈린 배선 때문에 엉뚱한 장소로 열심히 달려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을 자랑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폭도에게 맞아 죽지 않고 경찰에게 맞아 절름발이가 되는 정도로 끝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중략)
"말해보시오, 의사선생. 최악의 경우라도 괜찮소. 엘리엇이 무엇에 성적 에너지를 분출한다는 거요?"
그가 대답했소.
'유토피아입니다.'-112~113쪽

하지만 아버지, 가난한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면 때때로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과 우연히 일치하게 돼요. 성경의 가르침과 우연히 일치하는 것처럼. 난 이나라 사람들이 재물을 나눠 갖지 않는 건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어떤 정부가 한 아기한테는, 그러니까 나처럼 말예요. 태어날 때무터 이 나라의 큰 덩어리를 소유하게 하고 다른 아기 한테는 땡전 한 푼 쥐여주지 않는 다면, 그게 매정한 정부라고 생각해요. 한 나라의 정부라면 최소한 모든 아기에게 재물을 공평하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래도 힘든 인생인데, 돈 문제까지 고민하다 병이 나서야 되겠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나눈다면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풍족할 거예요.-137쪽

안녕 아가들아. 지구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단다. 그리고 둥글고 축축하고 붐비는 곳이지. 여기선 고작해야 백 년 정도 밖에 못 산단다. 아가들아, 내가 아는 단 하나의 규책을 말해줄까? 제기랄, 착하게 살아야 한다. -146쪽

돈이란 건조시킨 유토피아라네.(중략)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개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네. 하지만 자네의 기적 때문에 자네의 인생은 낙원이 될 수 있어!-187쪽

거의 모든 사람이 유상 상속인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뇌물과 법의 수혜자였고, 지혜나 노동과는 무관했다.-203쪽

나는 지상에 온 목적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님을 압니다. 나는 시험받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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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읽기)지지리 궁상, 그래도 착하게 살자.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0-04-30 23:13 
    최근의 부자의 탄생인가 하는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다.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건 돈 될 구멍을 물고늘어지는 근성이라던가..  이런 구라를 보았나.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부자 부모라는 건 세상천지 어디를 봐도 명확한데 무슨 헛소린가.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의 로즈워터씨에 따르면 돈줄기 옆에서 태어나 그저 퍼올리는 법만 배우면 되는게 부자들이고, 그 퍼올리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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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누구일까? 애써 잡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불운한 노인일까, 아니면 노인으로부터 그 물고기를 빼앗기 위해 피냄새를 맡고 몰려든 탐욕스런 상어일까? (중략)
그런데 어젯밤에 나는 깨달았어. 나는 노인도 아니고 상어도 아니야. 나는 바로 그 노인에게 잡힌 물고기야.(중략)
낚싯바늘에 입이 꿰어 고통에 몸부림치다 곤봉에 맞아 끝내 아름다운 몸체를 뒤틀며 숨을 거둔 물고기. 고깃배에 매달인 채 상어들에게 살점을 물어뜯기고 피를 흘려 바닷물을 붉게 물들였던 바로 그 청새치. 그러다가 마침내 온몸의 살점이 모두 떨어져나가 거대한 뼈만 남은 채 돛대에 수치스럽게 매달린 청어치. 그게 바로 나야.-147~148쪽

나는 생각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나는 먹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고 말고! 먹고 마시고 캐서린과 자는 것이다.-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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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읽기)지지리 궁상, 그래도 착하게 살자.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0-04-30 22:57 
    최근의 부자의 탄생인가 하는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다.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건 돈 될 구멍을 물고늘어지는 근성이라던가..  이런 구라를 보았나.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부자 부모라는 건 세상천지 어디를 봐도 명확한데 무슨 헛소린가.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의 로즈워터씨에 따르면 돈줄기 옆에서 태어나 그저 퍼올리는 법만 배우면 되는게 부자들이고, 그 퍼올리
 
 
 
(밑줄긋기)쥐구멍에 볕은 드는가
(밑줄긋기)기회의 균등 개뿔!

최근의 부자의 탄생인가 하는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다.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건 돈 될 구멍을 물고늘어지는 근성이라던가.. 
이런 구라를 보았나.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부자 부모라는 건 세상천지 어디를 봐도 명확한데 무슨 헛소린가.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의 로즈워터씨에 따르면 돈줄기 옆에서 태어나 그저 퍼올리는 법만 배우면 되는게 부자들이고, 그 퍼올리는 것도 어렵다 싶으면 변호사니 회계사니를 불러다가 잘 푸는 방법을 배우면 된단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기 누가 지들만 돈퍼올린다고 투덜되는 소리가 듣기 싫으면 법이나 언론을 사용해서 입을 다물게 하면 되고 말이다. 

창비 세계문학 단편선 일본편에 미야모또 유리꼬의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를 보면 지주의 딸인 소녀가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배풀려고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가진 것을 그날그날 필요없는 사치를 하며 살 뿐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의 자비가 그들의 평생의 가난한 삶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로즈워터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쟁 때 사기 비슷하게 한탕 번 부모 덕에 엄청난 돈을 물려받은 로즈워터가 로즈워터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의 돈을 쏟아부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술주정뱅이의 아들은 술주정뱅이가 되고, 방화범의 자식들은 방화범의 자식이 되고 말이다. 이 책 속 괴변론자 소설가에 따르면 일도 없고 몰염치하여 사랑할 수 없는 이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가 득세할 미래를 위해, 이들을 그대로 사랑하려는 로즈워터의 실험은 나치처럼 '무용한 가난한 잉여인간을 죽이자' 라는 사상이 득세할 순간을 위해 중요하단다. (이런 식의 기발한 비유와 위트가 책 전반에 뿌려져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렇다 할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들 중 있는 집 자식의 비율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은 그 살인적인 등록금 금액이 아니라도 당연하다. 수십명이 아이 하나에 붙어 있는 집과 부모는 모두 일하러 가느라 밥 한끼 챙겨줄 사람이 없는 아이가 어떻게 경쟁이 되겠는가. 또 공부할 의욕이니 그 삶의 의욕이라는 거 말이다. 뭐 길이 보이고, 주변에서 잘되는 좋은 꼴을 봐야 생기는 거지. 소소한 우리네 삶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문제된 검사나리들 처럼 '얘야 부자 등한번 쳐라' 말고 이거 하면 되겠다 싶은게 걸리지를 않는다.  

 부자를 등치거나 로또가 맞거나 없는 사람끼리 등치는 방법도 있다. 없는 사람끼리 등치는 얘기를 하니 생각나는 소설이 있으니, 설정은 참신하나 결말은 다소 섭섭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다. 대를 이어 궁상맞은 사랑할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 황당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살다보니 이게 바닥인가 싶은 순간에 더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그만살자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또 금새 익숙해지고 숨쉴만해지곤 했다.  

참 이 책속의 가족들도 나름 똥줄타게 뛰어나녔지만 모욕받고, 실패하며 상처 받아 종국에 늙고 가난한 엄마의 집에 옹기종기 모이게된다. 또 막장인생인가 싶더니 그들의 삶도 이런저런 소소한 행복들이 찾아든다. 엄마가 차려주는 기름기가 철철 넘치는 밥상을 함께 먹는 순간처럼 말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삶을 다 보내는데도 마흔에 쫓겨나면 뭐해 먹고 살지가 최고 고민인 나도 이 글을 읽는데 절로 감정 몰입이 되더라. 마흔에 쫓겨나면 일단 엄마한테 밥 부터 얻어먹고 고민해 보기로 했다. (자식이란!) 

여하간 안그래도 산다는 건 노인과 바다의 고래신세 처럼 고달프기 그지 없는데, 돈을 한놈이 너무 많이, 그것도 대를 이어가면서 가지는 이런 개떡 같은 시스템 덕에 더욱 고달프다는 것은 인간 역사의 수치다. 이런 수치스러운 시스템 중에서도 먹고, 싸고, 자고 사랑하는 생명이면 다 누릴 권리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으뜸 부끄러운 일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돈 없으면 저게 쉽지 않다는 걸 다 알것이다.)  

이런 으뜸 부끄러운 시스템이 아주 많은 나라에 살지만 까짓 많이 살아봐야 앞으로 오육십년 잠깐 사는건데 궁상맞지만(이렇게 되지 않을 방법은 잘 안보인다) 착하게 즐겁게 살도록 실험해봐야겠다. 로즈워터나 저 지주딸의 자비보다 훨씬! 멋진 실험이지 않는가.

그래서 결론은 이번 투표는 잘하자는 거다. 

덧글 : 나의 리뷰는 칙칙하나 위의 두 소설은 정말 흥미롭고 술술 읽히며, 위트있다.

<그냥 생각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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