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쥐구멍에 볕은 드는가
(밑줄긋기)기회의 균등 개뿔!
최근의 부자의 탄생인가 하는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다.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건 돈 될 구멍을 물고늘어지는 근성이라던가..
이런 구라를 보았나.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부자 부모라는 건 세상천지 어디를 봐도 명확한데 무슨 헛소린가.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의 로즈워터씨에 따르면 돈줄기 옆에서 태어나 그저 퍼올리는 법만 배우면 되는게 부자들이고, 그 퍼올리는 것도 어렵다 싶으면 변호사니 회계사니를 불러다가 잘 푸는 방법을 배우면 된단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기 누가 지들만 돈퍼올린다고 투덜되는 소리가 듣기 싫으면 법이나 언론을 사용해서 입을 다물게 하면 되고 말이다.
창비 세계문학 단편선 일본편에 미야모또 유리꼬의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를 보면 지주의 딸인 소녀가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배풀려고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가진 것을 그날그날 필요없는 사치를 하며 살 뿐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의 자비가 그들의 평생의 가난한 삶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로즈워터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쟁 때 사기 비슷하게 한탕 번 부모 덕에 엄청난 돈을 물려받은 로즈워터가 로즈워터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의 돈을 쏟아부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술주정뱅이의 아들은 술주정뱅이가 되고, 방화범의 자식들은 방화범의 자식이 되고 말이다. 이 책 속 괴변론자 소설가에 따르면 일도 없고 몰염치하여 사랑할 수 없는 이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가 득세할 미래를 위해, 이들을 그대로 사랑하려는 로즈워터의 실험은 나치처럼 '무용한 가난한 잉여인간을 죽이자' 라는 사상이 득세할 순간을 위해 중요하단다. (이런 식의 기발한 비유와 위트가 책 전반에 뿌려져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렇다 할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들 중 있는 집 자식의 비율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은 그 살인적인 등록금 금액이 아니라도 당연하다. 수십명이 아이 하나에 붙어 있는 집과 부모는 모두 일하러 가느라 밥 한끼 챙겨줄 사람이 없는 아이가 어떻게 경쟁이 되겠는가. 또 공부할 의욕이니 그 삶의 의욕이라는 거 말이다. 뭐 길이 보이고, 주변에서 잘되는 좋은 꼴을 봐야 생기는 거지. 소소한 우리네 삶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문제된 검사나리들 처럼 '얘야 부자 등한번 쳐라' 말고 이거 하면 되겠다 싶은게 걸리지를 않는다.
부자를 등치거나 로또가 맞거나 없는 사람끼리 등치는 방법도 있다. 없는 사람끼리 등치는 얘기를 하니 생각나는 소설이 있으니, 설정은 참신하나 결말은 다소 섭섭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다. 대를 이어 궁상맞은 사랑할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 황당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살다보니 이게 바닥인가 싶은 순간에 더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그만살자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또 금새 익숙해지고 숨쉴만해지곤 했다.
참 이 책속의 가족들도 나름 똥줄타게 뛰어나녔지만 모욕받고, 실패하며 상처 받아 종국에 늙고 가난한 엄마의 집에 옹기종기 모이게된다. 또 막장인생인가 싶더니 그들의 삶도 이런저런 소소한 행복들이 찾아든다. 엄마가 차려주는 기름기가 철철 넘치는 밥상을 함께 먹는 순간처럼 말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삶을 다 보내는데도 마흔에 쫓겨나면 뭐해 먹고 살지가 최고 고민인 나도 이 글을 읽는데 절로 감정 몰입이 되더라. 마흔에 쫓겨나면 일단 엄마한테 밥 부터 얻어먹고 고민해 보기로 했다. (자식이란!)
여하간 안그래도 산다는 건 노인과 바다의 고래신세 처럼 고달프기 그지 없는데, 돈을 한놈이 너무 많이, 그것도 대를 이어가면서 가지는 이런 개떡 같은 시스템 덕에 더욱 고달프다는 것은 인간 역사의 수치다. 이런 수치스러운 시스템 중에서도 먹고, 싸고, 자고 사랑하는 생명이면 다 누릴 권리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으뜸 부끄러운 일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돈 없으면 저게 쉽지 않다는 걸 다 알것이다.)
이런 으뜸 부끄러운 시스템이 아주 많은 나라에 살지만 까짓 많이 살아봐야 앞으로 오육십년 잠깐 사는건데 궁상맞지만(이렇게 되지 않을 방법은 잘 안보인다) 착하게 즐겁게 살도록 실험해봐야겠다. 로즈워터나 저 지주딸의 자비보다 훨씬! 멋진 실험이지 않는가.
그래서 결론은 이번 투표는 잘하자는 거다.
덧글 : 나의 리뷰는 칙칙하나 위의 두 소설은 정말 흥미롭고 술술 읽히며, 위트있다.
<그냥 생각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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