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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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트럭 앞유리창에 부딪혀 으깨지는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사랑은 본성 속에 존재한다. 나는 그로칼랭을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게 해 환상에 빠지게 하려는 생각도 포기했다. 이제 속임수는 됐다. 나는 가끔 모든 사람이 입술을 움직이지만 실제 흘러나오는 대사와 잘 맞지 않는 더빙된 영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든다. 촬영 후 녹음하는 것인데 가끔 녹음이 아주 잘되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165쪽

어느 시대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 순환 체계가 없는 탓에 그 인심과 우정의 잉여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문제의 큰 강이 비뇨기관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안에서 보이지 않게 열린 놀라운 열매가 썩어 내부로 떨어지는데, 그것을 전부 그로칼랭에게 줄 수는 없다. 비단뱀은 지극히 절식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190쪽

여기서 '인간존재'란 가장 광범위하고 비유적인 뜻으로, 모든 관점에서 오랜 부재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조금 뒤면 자신이 자기 집 카펫 위에 누워 있거나 커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생각에 미소 짓게 되는 그런 존재다. -207쪽

이 도시 사람들은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어서, 작은 불티 하나로도 확 타오를 수 있어요. 타성과 습관에 의해서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만약 누가 싸움을 걸어온다고 느끼거나 눈앞에 다른 가능성이 제시되면 모두 때려 부술지도 모릅니다. -218쪽

그는 만족스러워 보였지만 그것은 커피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흔하디 흔한 커피 한 잔에 감상과 만족과 우정까지 느낀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244쪽

나는 뜻을 모르는 표현을 자주 신중히 사용해. 적어도 거기에는 희망이 있으니까. 이해를 못하면 가능성이 있는 거야. 그게 내 인생관이야. 나는 항상 주위에서 모르는 표현을 찾지. 그러면 적어도 그게 다른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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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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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퀘백의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 중심엔 고상한 집안의 서재 같이 편안히 꾸며놓은 헌책과 새책을 파는 서점이 있고, 그 옆엔 골동품 판매를 겸하는 게이커플이 운영하는 정겨운 비스트로가 있다. 스리파인즈라는 마을 이름에 걸맞게 산책하기 좋은 숲도 있고, 화가, 시인, 책방주인, 은퇴한 선생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화가 통하는 멋진 친구들도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사귐이 있는 멋진 공간이다.

그런 누구나 꿈꾸는 마을에 살인이 일어난다. 우아한 그들의 이웃 중 하나는 오랜 벗을 냉혹히 죽인 살인자인 것이다. 깔끔하게 다듬은 콧수염과 반달형 안경, 파란눈, 조끼까지 갖춘 정장에 트위드 모자를 쓴 프랑스계 신사, 아르망 가마슈 경감이 수사를 담당한다. 그는 우아한 영국식 영어를 말하는 프랑스계 사람이며, 직감에 의해 수사한다. 그의 짝 장 기 보부아르 경위는 반대로 논리적 수사관이다. 거기다 오만하며 말안듣는 신참 니콜까지가 한팀이다.  

마을 사람들의 비밀이 수사 과정에서 하나둘 밝혀진다. 깊이 들여다 보면 삐그덕대지 않는 삶이 없다. 친구를 잃을까봐 엄청난 짓을 저지르기도 하고, 하찮은 질투, 자신의 능력에 대한 끊없는 불신, 타고난 잔인함, 착각, 원인이 무엇이든 끝도 없이 저지른 실수들 말이다.  

비록 살인사건이 이유일지라도 쾌적한 마을에 머물면서 더없이 선한 사람이었던 제인 닐의 삶을 따라가는 일은 그리고 그 길잡이가 가마슈 경감이라면 약간의 어둠이 있기게 더 매혹적이다.

   
 

우리들 대다수는 변화에 아주 잘 적응해요. 그게 우리 생각일 때는 말이죠. 하지만 외부에서 부과되는 변화는 일부 사람들을 일시에 혼란에 빠뜨릴 수 있죠. 알베르 수사가 정곡을 찌른 것 같아요. 인생은 상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상실에서, 책이 강조하고 있듯이 자유가 나와요.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리가 적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예요. -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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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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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희망을 품고, 주로 좌절하고, 가끔 웃고, 오래 고통받아도 끝내 살아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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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두근두근 홀더가 궁금한데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4 08:52   좋아요 0 | URL
홀더는 그냥그래요 ㅎㅎㅎ

같은하늘 2011-06-2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여전히 알콩달콩한 신혼일기를 쓰고 계시나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6-27 09:37   좋아요 0 | URL
알콩달콩은 아니고 심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ㅎ

느린산책 2011-06-2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한겨레21에 실린 문학평을 읽었어요.
책을 읽으며 느꼈던 웃음과 울음에 한번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극찬(?)했더군여.
음..

무해한모리군 2011-06-29 11:27   좋아요 0 | URL
깔끔하게 좋은 소설인데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은 소설이었어요. 제게는요.
 
이치고다씨 이야기 6 - 완결
오자와 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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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해요. 그럼 당신도 누군가의 삶에 숨결이 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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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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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욕망, 젊음은 시대의 흐름과 운명의 어긋남 속에 바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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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0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리버튼 어떠셨어요? 읽어본 사람으로써 궁금궁금 ^^

무해한모리군 2011-06-01 19:31   좋아요 0 | URL
위대한 게츠비도 생각나고, 핑거스미스도 생각이 났어요.
두 작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지요 ㅎㅎㅎ

브론테님 저는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