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트럭 앞유리창에 부딪혀 으깨지는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사랑은 본성 속에 존재한다. 나는 그로칼랭을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게 해 환상에 빠지게 하려는 생각도 포기했다. 이제 속임수는 됐다. 나는 가끔 모든 사람이 입술을 움직이지만 실제 흘러나오는 대사와 잘 맞지 않는 더빙된 영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든다. 촬영 후 녹음하는 것인데 가끔 녹음이 아주 잘되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165쪽
어느 시대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 순환 체계가 없는 탓에 그 인심과 우정의 잉여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문제의 큰 강이 비뇨기관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안에서 보이지 않게 열린 놀라운 열매가 썩어 내부로 떨어지는데, 그것을 전부 그로칼랭에게 줄 수는 없다. 비단뱀은 지극히 절식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190쪽
여기서 '인간존재'란 가장 광범위하고 비유적인 뜻으로, 모든 관점에서 오랜 부재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조금 뒤면 자신이 자기 집 카펫 위에 누워 있거나 커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생각에 미소 짓게 되는 그런 존재다. -207쪽
이 도시 사람들은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어서, 작은 불티 하나로도 확 타오를 수 있어요. 타성과 습관에 의해서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만약 누가 싸움을 걸어온다고 느끼거나 눈앞에 다른 가능성이 제시되면 모두 때려 부술지도 모릅니다. -218쪽
그는 만족스러워 보였지만 그것은 커피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흔하디 흔한 커피 한 잔에 감상과 만족과 우정까지 느낀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244쪽
나는 뜻을 모르는 표현을 자주 신중히 사용해. 적어도 거기에는 희망이 있으니까. 이해를 못하면 가능성이 있는 거야. 그게 내 인생관이야. 나는 항상 주위에서 모르는 표현을 찾지. 그러면 적어도 그게 다른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27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