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오니 새벽에 내린 눈이 얇게 얼어붙어 있다.
조심조심 골목길을 걸어내려오는데
뒤쪽에서
다다다다 쏴악
다다다다 쏴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정장에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옆을 스쳐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이사람 구두밑창을 스케이트 삼아 미끄럼을 타고 있다.
골목길을 벗어나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살얼음 골목이 짜증나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다소 큼직한 가방을 든 것이 고향에 가느라 신이 난 모양이다.
명절에 대한 백만서른가지 불만사항에도
나같은 불효막심한 자식이 이런 날이라도 없으면
가족이 머리속에 들어나 오겠는가.
오늘 아침 토막독서는 존버거에 책에 과자의 크기를 '혀'만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왔는데,
내가 만나본 온갖 혀들 - 내 혀, 까슬한 고양이 혀, 축축한 강아지 혀, 혀에 닿은 온갖 음식들 등등등-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여하간 하고 싶은 말은 배부르게 먹고 싸움없는 명절 되시기를 빈다는 것이다.
당췌 우리집은 명절에만 모이면 싸워들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