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오니 새벽에 내린 눈이 얇게 얼어붙어 있다. 

조심조심 골목길을 걸어내려오는데  

뒤쪽에서 

다다다다 쏴악 

다다다다 쏴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정장에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옆을 스쳐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이사람 구두밑창을 스케이트 삼아 미끄럼을 타고 있다. 

골목길을 벗어나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살얼음 골목이 짜증나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다소 큼직한 가방을 든 것이 고향에 가느라 신이 난 모양이다. 

명절에 대한 백만서른가지 불만사항에도 

나같은 불효막심한 자식이 이런 날이라도 없으면  

가족이 머리속에 들어나 오겠는가. 

오늘 아침 토막독서는 존버거에 책에 과자의 크기를 '혀'만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왔는데, 

내가 만나본 온갖 혀들 - 내 혀, 까슬한 고양이 혀, 축축한 강아지 혀, 혀에 닿은 온갖 음식들 등등등-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여하간 하고 싶은 말은 배부르게 먹고 싸움없는 명절 되시기를 빈다는 것이다. 

당췌 우리집은 명절에만 모이면 싸워들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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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혀를 휘감았던 그 남자의 혀, 같은건 어때요, 휘모리님?

머큐리 2010-02-12 09:39   좋아요 0 | URL
휘님 페이퍼에 생각된 글 1 이군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2 09:46   좋아요 0 | URL
저 위 글에 등등등 중 등 1번 되겠습니다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2-12 10:30   좋아요 0 | URL
이름하여...혀.씨.름..??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 논의는 어디로 가는가~

다락방 2010-02-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면 내 입속을 헤집고 다녔던 그 남자의 혀, 라든가.

머큐리 2010-02-12 09:39   좋아요 0 | URL
이건 생략된 글2가 되겠구요...ㅋㅋ

머큐리 2010-02-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기 때문이지요..휘님..올 설은 분투없이 잘 보내시길..
올해는 솔로 탈출을 기원해도 되는건가요?? 복 많이 받으삼 ^^

무해한모리군 2010-02-12 09:56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두요~
글쎄 꼭 탈출해야하는 건가용?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0:00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나이를 너무 자주 먹는거 같아서 왠지 억울해욧!

Mephistopheles 2010-02-12 10:32   좋아요 0 | URL
엥...쏠로...아니지 않나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1   좋아요 0 | URL
법적으로도 그리되길 원하고 계시나 봅니다 ㅎ

다락방 2010-02-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있어요. 내가 삼키고 싶은 그 남자의 혀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2 09:56   좋아요 0 | URL
혀와 남자를 연결시키는건 넘 일상적이잖아요 쿨럭 ^^;;

머큐리 2010-02-12 09:59   좋아요 0 | URL
하하 락방님... 달인 같으세요...ㅋㅋ

다락방 2010-02-12 10:04   좋아요 0 | URL
아 증말. 저 일을 못하겠네요. ㅜㅡ
혀 생각 하느라고...orz

다락방 2010-02-12 10:36   좋아요 0 | URL
아~ 가족 생각해야 하는 페이퍼를 제가 음탕 페이퍼로 변질시켜버렸군요. 이래서 제가 본문도 안읽고 댓글 단다는 원성을 듣는가봐요. 아닌데 흙 ㅜㅜ

비로그인 2010-02-12 11:41   좋아요 0 | URL
댓글 계속보다가 순간 다락방님 서재인 줄 알고 아래에다 '책 남은거 있으신가요, 다락방님?' 할 뻔 했다는... ㅎㅎㅎ

다락방 2010-02-12 11:53   좋아요 0 | URL
하하 Manci님. 그러게요. 여기 갑자기 제 서재 같아요.

그런데 책 남은거는 무슨 뜻이죠? 읽어야 할 책이 많이 남았냐는 뜻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엄청나게 남아있답니다. 왜 이놈의 책은 줄지를 않아요. orz

라고 쓰고보니,
휘모리님이 엘신님께 책 드린다는 그 페이퍼를 말씀하신거로군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5   좋아요 0 | URL
자자 배부르시니 혀 생각은 잊으셨을듯 ㅋㄷㅋㄷ

만치님 저도 이 서재가 왠지 다락방님 방 같군요 ㅋㄷㅋㄷ

마늘빵 2010-02-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친척들은 이제 명절날 모이지도 않는다는... 연락 한 번 안 하다 명절날 모여서 연기하는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 생전 이야기.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5   좋아요 0 | URL
전 우리 할아버지는 왜 애들을 이렇게 많이 나아서 맨날 모여서 싸우게 할까 한탄스럽다는 --;;

요즘엔 니자식이 잘났냐 내자식이 더잘하냐 입씨름까지 못난자식 휘모리는 죽어나요 ㅠ.ㅠ

Mephistopheles 2010-02-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에 고생 좀 해야 할것 같다는...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위치상 거리상 만만했던 처가집이 남양주에서 청주로 변해버린 까닭에...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6   좋아요 0 | URL
정말 안하시던 분들은 하시려면 더 힘들듯 아휴~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요.

매피님 두루 평안한 설날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0-02-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혀'라는 단어를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나온 '혓바닥 고기' 라는 단어가 연상됩니다. 혓바닥 고기 맛나나봐여? 주요 메뉴에 항상 들어가있더라구여.. 소 혓바닥 고기를 볶은 요리.. 흐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7   좋아요 0 | URL
글쎄 맛나다기보다는 풍미가 독특한거 아닐까요? ㅎ

무스탕 2010-02-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혀, 강아지 혀는 물론 전 소 혀도 만져봤어요! (자랑이다 --+)
명절이라 다른 고생은 특별히 신경쓰이는게 없는데 시댁 내려가고 올라오는게 고역이에요, 전
그것만 해결되면 정말 좋을텐데.. 에휴..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3:38   좋아요 0 | URL
이런 저도 소빗질은 해보았는데~
그러게요. 저도 집까지 쒹하고 내려갈수만 있으면 자주 가고 싶은데.
조카들도 자주 안보니 서먹한게 속상할때가 있어요.

무스탕님 행복한 설날 되시길 빕니다.

L.SHIN 2010-02-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댓글 읽는게 이렇게 재밌다니!

그나저나, 정장 입고 미끄럼 타며 달려갔을 남자의 기분이, 휘모리님 덕에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웃음)

저는, 어떤 우화가 떠오릅니다. 왕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가져오라' 했더니
신하가 소 혓바닥을 가져온 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것을 가져오라' 에서도
소 혓바닥을 가져오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으면서도 가장 맛없는 것이 혀입니다' 라고
했던 우화가 인상 깊었거든요.

동시에 '세계 많이 먹기 대회'에서 진짜로 소 혓바닥을 먹는 도전자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우엑 거리고 있는.. -_-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2:37   좋아요 0 | URL
전 워낙에 비위가 약해서 그런지 독특하기는 하지만 별 맛은 없더라구요 ㅎ
세상에서 나는 먹는 내기하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가 안가요.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되죠!

블로그를 완성시켜주는 것은 댓글들인거 같아요.
제 글은 그닥인데, 댓글들이랑 같이 읽으면 늘 마음에 든다니까요 ㅎㅎㅎ

blanca 2010-02-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진짜 저도 어렸을 때부터 명절만 되면 그 얼굴 벌개져서 싸우는 풍경을 피할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휘모리님 글 읽으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ㅋㅋㅋ 아무쪼록 행복한 명절이 되시기를...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2:36   좋아요 0 | URL
아니 십오년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병수발을 누가 더 많이 했냐는 것 가지고도 싸운다니까요 ㅎㅎㅎ

저야 뭐 화살이 제게 돌아오지 않기만을 빕니다~

blanca님 즐거운 설날되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0-02-1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 뭐니해도 인간만사 화목함이 제일이지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2:34   좋아요 0 | URL
뭔가 자주 모이는 걸 보면 자기들 끼리는 싸워도 좋은 듯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나이를 안먹어봐서리..

노이에자이트 2010-02-12 22:38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걸 어린이나 젊은이가 본받고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지요.안 그런 곳이 많아서 탈이지만요.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어른들을 걱정해야 한다면...그것도 그림이 안 좋지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3:54   좋아요 0 | URL
살다보면 뭔가 서로에 대한 섭섭함이라든가 삶의 넋두리 이런 것들을 할 공간이 필요한데 그게 하필 명절인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fiore 2010-02-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내려왔어요. 안 싸우시고 오셔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2:3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전 안싸웁니다.
나이드신분들이 싸우지요~
우리 즐겁게 한살 먹읍시다 ㅎㅎㅎ

비로그인 2010-02-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휘님 집에 벌써 내려가신 것인지용??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3:54   좋아요 0 | URL
다음주에 내려가기로 해서 이번주는 집에서 뒹굴뒹굴 ㅎㅎㅎ

꿈꾸는섬 2010-02-13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흰 어른들이 젊으실땐 많이 싸웠는데 요새는 나이들이 드시니 싸움이 없어요. 다들 그냥 피하시는 듯 해요. 휘모리님 이번주에 안 가시는군요. 온가족 모이는 명절 피하시니 좀 좋으시겠어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저도 사실은... 기쁩니다 ㅋㄷㅋㄷ
그런데 아무래도 어머니는 섭섭하신지 몇번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쩝
평안한 한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