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완성해서 건네주어야할 문서가 6개, 그중 하나는 절반쯤 진행했고, 나머지 다섯개는 아직 손을 대지 않았지만 나는 일기를 쓴다 ㅎ
9시쯤에 퇴근을 하고, 퇴근하는 오이지군을 지하철에서 생포, 강제로 회를 먹자며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게 했다. 오이지군은 사실 술도 좋아하지 않고 배도 부르고, 날은 추운데 옷도 얇게 입었고 집은 멀지만 내가 힘이 더 세니 방법이 없다 ㅋㄷㅋㄷ
어쨌든 단골 오뎅바에 자리가 없다! 거기 코스요리 1인분을 시키면 만사천원에 해산물이랑 회가 손톱만큼씩 나와서 그게 먹고 싶었는데 쩝쩝.. 도리없이 신림역 방향으로 우리는 다른집을 찾아 걷기 시작한다. 뭔가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그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집이 없다. (은근히 까다로운 구석이 --)
꽁꽁 얼어붙은 길을 삼십분 넘게 걷는다. 이상하게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생한 날씨가 내 스트레스와 우울도 날려주나 보다. 추운날 혼자 모자에 목도리 칭칭 감고 좋아라 빙판길을 뛰어다니는 나를 보더니 오이지군은... "나 몰래 약하냐?"
어쨌거나 우리집앞에서 스무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있는 포장마차로 썩 내켜하지 않는 오이지군을 몰아넣는다.
아하하 이로서 집앞까지 오이지군을 끌고 편히 에스코트를 받았으며, 애초에 술을 먹고자 하는 소위의 목적도 달성했다.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에 이슬을 받아든다. 첫잔을 마시고 둘이 내뱉은 한마디는
"달다!" 아 이슬이는 달다.
추운 겨울날, 포장마차에서 목도리를 풀어 무릎에 함께 덮고, 언몸을 소주로 녹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야, 너 날 자꾸 음주의 세계로 끌어들이지마!"
그러나 오이지군은 이미 빠져들었다. 술은 모두 같은 맛이라고 주장하던 그는 이슬이 달다는 사실을 깨닫는 수준까지 발전하였으며, 길거리 음식은 싫다더니 포차에 닭똥집을 맛나게 먹어치우지 않았는가 아하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를 출퇴근 시간에 조각독서를 하고 있다.
희귀본 판매를 하는 냥반이 쓴 책이니 만큼 아주아주아주 유명한 작가들이 등장중이라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 대한 책중 내가 읽은 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지라 뿌듯하다. 그리고 책 까짓거 안읽어도 상관없이 즐거운 책인 것은 책의 뒷담화기 때문인데, 뒷담화 싫어하는 사람있음 나와보라 그래라 ㅎㅎ
그나저나 실비아 플라스는 자신의 첫시집에 헌사를 적어 남편에게 주었는데, 그 남편은 그걸 팔아버렸단다.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버지니아 울프가 만들었다는 엘리엇의 시집은 나도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런데 아내의 생일날 출판사를 만드는 통 큰 선물을 주는 남편이었던 걸로 봐서 나의 선입관과 달리 버지니아 울프의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다른 분의 글을 찾아봤다.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liberum&folder=17&list_id=11080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