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설레는 말이다.
그냥 나를 사랑해주는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 듯 한데
마음은 조금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멀뚱멀뚱.. 

괘씸한 나의 마음..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그저 거대한 짐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죽음 

죽음은 늘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느날 뚝 하고 인연이 잘리는 느낌 
슬프기보다 아직은 어리둥절하다.  

전화 

위로. 특별히 다정하지 않아도  
그 작은 배려가
내 마음에도 남는다.

더위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밤에는 잠들고 싶지 않다. 
수박을 자기전에 1/4통씩 깨어먹으며
버텨본다. 
자고, 밥벌이 하러 가야지..

취향 

베토벤의 '황제'를 듣는다.
아름답다. 그냥 평화를 그린듯 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배운 피아노인데, 취향이 되어 버렸다. 
하긴 톨스토이 같은 이도 당대의 예술가들에 대해 쓰레기며, 돼지라고 폄하했지만, 자신은 죽는 그 순간까지 귀족적이고 고상한 취향을 버리지 못했다.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 그저 주어진 것 같다..
누워있으면 베토벤의 음들이 2만원짜리 내 남루한 스피커를 뚫고 내게로 온다.
졸립다. 

덧글 : 드팀전님께서 지적해 주지 않았다면 황제라는 표제를 베토벤이 붙인 줄 알고 살았을텐데~ 아니란다 ^^ 창피하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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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6-3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백은 안하고 가끔 문자나 날려 드리지요..ㅎㅎ 그나저나 더운날 입니다. 건강해야 밥벌이도 할 수 있다는거... 눅눅한 날씨입니다. 건투하시길...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0:44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요~ 너무 습해요..
저는 빨래 밥하기 모두 중지 중입니다. (사실은 청소도 --;;)

hnine 2009-06-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토벤의 황제 2악장은 저도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인데 반갑네요.
고단한 몸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저도 한때 그 중 한 사람이었지만 갑자기 요즘 아이와 씨름하느라 나름대로 힘들다던 투덜거림의 말이 쑥 들어가네요. 더위에 매일 일터로 좋으나 싫으나 출근해야 하는 분들에 비할까 싶어서요. 휘모리님, 힘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0:48   좋아요 0 | URL
너무 아름답지요.
요즘 째즈랑 블루스를 주로 들었는데, 왠지 너무 지칠때는 이런 곡이 끌리네요.
사무실은 정말 시원하다 못해 추운걸요. hnine님이야 말로 얼마나 하실 일이 많으세요. 우리 모두 건강히 자주 뵈요.

2009-06-30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30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이] 2009-06-30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더워요... 책 못읽겠어요 ㅠ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0:48   좋아요 0 | URL
해이님 방학이잖아요.
좀 나가 노셔도 되요..

무스탕 2009-06-3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몸매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것들줄 하나에요.. ㅠ.ㅠ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질텐데 건강 잘 관리하셔야 무사히 여름나시죠.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3:25   좋아요 0 | URL
전 일자허리랍니다 --;;
살을 빼봐야 소용이 없구요.. ㅠ.ㅠ

무스탕님도 으샤으샤~~

후애(厚愛) 2009-06-3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너무 더워요ㅠㅠ
더울 땐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죠.
힘 내세요~ 화이팅!!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3:24   좋아요 0 | URL
거기도 그렇군요..
여긴 비온후라 후덥지근해서 걸을때도 살살 걸어야 해요 ㅎㅎㅎ

마늘빵 2009-06-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사랑한다 고백하는 사람은 있는데 마음은 미동하지 않는다는 거죠?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6:21   좋아요 0 | URL
이 사람과 연애를 하면 올해 제가 한 최고로 나쁜 일이 될거 같아요 --;;

드팀전 2009-06-3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혹시 몰라서, 그럴지도 몰라 여쭙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가 어떤 독재자를 그린 음악인가요? '황제'가 일단 표제음악으로 어떤 황제를 그리는지...아니면 일단 모든 '황제=독재자' 이기때문에 그러신 건지...음...저로서는 베토벤의 황재가 독재자를 그린 음악이란 표현을 처음 들어보는 것이어서 낯서네요. 확인부탁드립니다. 후.....

무해한모리군 2009-06-30 16:07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 찾아보니 베토벤이 붙인 이름이 아니네요 ^^
전 황제=독제자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거니
이건 음악의 황제라는 뜻이니
제가 표현을 잘못했네요 이런 ㅠ.ㅠ
고쳐야 겠다.
(나란 인간도 생각 참 짧으네요.. 공화주의자였다고 들은거 같은데 --a)

Alicia 2009-06-3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톨스토이가 그랬어요.
작품에 짙게 깔려있는 엄숙함, 기독교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끝내 밑으로 내려오진 못했나봐요, 정말 숙명이었을까요?
(죽음을 기차역에서 맞기는 했지만.)

무해한모리군 2009-07-01 08:12   좋아요 0 | URL
숙명이라기 보다는 취향도 갈고 닦아 만들어지는 면이 많이 있잖아요.
무엇인가를 배우다보면 더 깊고 넓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되니까, 톨스토이야 귀족자재로 젊은 시절 교육 받았을테고, 그 이미 알던 즐거움이 사상이 투철해진다고 버려지진 않았겠죠 ^^
전문인들에 의해 수대에 의해 갈고 닦여진 예술이야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도 하고..

비로그인 2009-07-0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서재에 발을 들이네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는 위의 글처럼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당당히 황제와 같은 위치에 오를만하다 하여 후세 사람이 붙인 것이지요?
"황제" 음반의 1,3악장은 연주자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좋고 나쁨을 매겨볼 수 있겠지만 2악장만큼은 이름 난 음반은 모두 아름답게 들리지 않나 싶습니다.

오래전 잠들 때 2악장을 들으며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니..' 하고 생각하던 장면이 스쳐 글 남깁니다. 덕분에 아련한, 살짝 웃음이 나는 장면이 떠올랐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7-01 13:01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님의 서재에 놀러가곤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상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책에도 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으나..
곧 잊어버렸다는 --;;

2009-07-01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1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de 2009-07-0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휘모리님.
어쩐지 님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해요.
술 마셔서 그런가 =3=3=3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설레는 말이다.
그냥 나를 사랑해주는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 듯 한데
마음은 조금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멀뚱멀뚱.. "

이 말이 어찌나 와닿는지 ㄷㄷㄷ

무해한모리군 2009-07-02 07:56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 마음도 그럽니까?
그녀석 제가 혼내 줄테니 데려오세요 ㅎㅎㅎ
(데려오면 슬쩍 납치해 버려야겠다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