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방법들
'배운게 도둑질'
무서운 말이다. 우리집은 할아버지때부터 오빠까지 밥집을 한다.
그런데, 나는 쟁반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은 어려운 순간이 오면 예전에 해봤던 일 하기 마련이라며, 그 흔한 호프집 알바 한번 못해봤다.. (도배, 주유소는 되고 호프집, 먹는집은 안되는 엄마의 독특한 기준 ^^;;)
어쨌든 나의 배운 도둑질은 세무회계고 때려치웠다가 배고파서 다시 하고 있다.
어젠 9시까지 쫄쫄 굶고 일하고 싫은 소리 몇마디 듣고 후임에게 일을 팽게치고 나왔다.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자니 그렇게 궁상맞을 수가 없다. 티브이를 바라보며 먹는데 뉴스까지 그모냥 그꼴..
집에서 쫄바지에 고무신 차림으로 노래방으로 간다. 혼자 술집이나 밥집에 가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덜 민망하더라. 삼십분을 신청하고, 박정현의 나의하루를 목청놓아 불렀다. '둥지'도 부르고, '헤어진다음날'도 한번 불러주고, '애인'도 한번 불러줬다. 한시간이 지나도 나오라는 소리를 안해서 그냥 내발로 나왔다.
몸도 적당히 풀리고 그냥 들어가기 뭐해서 근처 커피가게로 향한다. 이 집 주인장은 참 나랑 음악코드가 잘 맞는다. 대중적인 블루스와 째즈 음악들이 주로 나온다. 잘 참았는데, 커피잔은 따닷하고 에릭클립튼은 오늘 당신모습은 환상적이라고 속삭이고 나는 누가 볼세라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그냥 잔을 꼭 쥐고만 있다 나온다..
나도 아플땐 술도 먹고 누굴 만나서 하소연도 하고 이러면 좋을텐데.. 주변에서 섭섭해들 하는데.. 왜 이렇게 누굴 만날 힘이 안생기는지 모르겠다. 커피잔에 위안을 받다니.. 거참.. 나란 놈도 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