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방법들 

'배운게 도둑질'
무서운 말이다. 우리집은 할아버지때부터 오빠까지 밥집을 한다.
그런데, 나는 쟁반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은 어려운 순간이 오면 예전에 해봤던 일 하기 마련이라며, 그 흔한 호프집 알바 한번 못해봤다.. (도배, 주유소는 되고 호프집, 먹는집은 안되는 엄마의 독특한 기준 ^^;;)
어쨌든 나의 배운 도둑질은 세무회계고 때려치웠다가 배고파서 다시 하고 있다. 

어젠 9시까지 쫄쫄 굶고 일하고 싫은 소리 몇마디 듣고 후임에게 일을 팽게치고 나왔다.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자니 그렇게 궁상맞을 수가 없다. 티브이를 바라보며 먹는데 뉴스까지 그모냥 그꼴.. 

집에서 쫄바지에 고무신 차림으로 노래방으로 간다. 혼자 술집이나 밥집에 가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덜 민망하더라. 삼십분을 신청하고, 박정현의 나의하루를 목청놓아 불렀다. '둥지'도 부르고, '헤어진다음날'도 한번 불러주고, '애인'도 한번 불러줬다. 한시간이 지나도 나오라는 소리를 안해서 그냥 내발로 나왔다. 

몸도 적당히 풀리고 그냥 들어가기 뭐해서 근처 커피가게로 향한다. 이 집 주인장은 참 나랑 음악코드가 잘 맞는다. 대중적인 블루스와 째즈 음악들이 주로 나온다. 잘 참았는데, 커피잔은 따닷하고 에릭클립튼은 오늘 당신모습은 환상적이라고 속삭이고 나는 누가 볼세라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그냥 잔을 꼭 쥐고만 있다 나온다..  

나도 아플땐 술도 먹고 누굴 만나서 하소연도 하고 이러면 좋을텐데.. 주변에서 섭섭해들 하는데.. 왜 이렇게 누굴 만날 힘이 안생기는지 모르겠다. 커피잔에 위안을 받다니.. 거참.. 나란 놈도 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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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1-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12시에 라면 먹고 잤더니, 내 배가 내 배가 아닌 거 같아요. -_- 틈새라면 빨소(소세지들어간거) 라면 먹었는데, 맵기도 엄청 맵고, 입이 얼얼한 건 당연하고, 머리가 '얼얼'하더라고요.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두뇌에 정지 버튼 누른거 마냥. 근데 이 글의 주제는 라면이에요? 커피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1:09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날씬하시니까 라면쯤은 먹고 주무셔도 되요 ^^;;
이 글에 주제는 실연에 대처하는 휘모리의 방법입니다.

야클 2009-01-0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연초부터 실연이라니. 커피가지고 되겠습니까? 소주도 아니고. - 배운 도둑질이 세무회계2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8:40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힘들땐 술을 안먹는 아주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

꿈꾸는섬 2009-01-0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방법을 바꿔 보심이 어떨까요? 저도 그다지 하소연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사람들 만나고 소리도 질러보고 춤도 춰보고 그러면서 풀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라면, 커피, 혼자가는 노래방은 실연의 아픔을 더 크게만 할 것 같아서요. 오히려 멋진 식사(잘 차려진 한정식)를 하는 건 어떨런지요. 아프다고 나에게 함부로하고나면 나중에 후회가 많이 되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8:41   좋아요 0 | URL
그런건 애인있을때도 혼자서 잘하던거라 히히. 평일이니까 회사일이 너무 힘들고, 내가 힘든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줘야되는데 안알아줘서 투정좀 한거죠.

Alicia 2009-01-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신림역에 샤브집 굉장히 맛있는데 있어요, 나중에 저랑 같이 가요.소주도 한잔 하구요.
근데 양이 너무 많아서 소주먹을 배는 없을지도 몰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8:41   좋아요 0 | URL
술안주는 술안주로 밥은 밥으로 먹는게 좋은데요.. 샤브샤브 제가 그냥 집에서 해드리겠습니다. 저한테 주세요 돈을 ^^;;

가시장미 2009-01-0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글 다 읽고, '나란 놈'에서 딱 멈췄다는.. 휘모리님 남자셨어요? -_-;;;
왜 난 여자라고 생각했을까요? 크크크 아닌가.... 아직도 헤깔림........
혼자 노래방가서 노래부르는 거. 은근히 잼날 것 같은데요? 나도 나중에 한번 해봐야지!

Alicia 2009-01-08 22:2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여자에요. 굉장히 이쁘세요. :)
이런식으로 소개하면 안되는데- 으흣.

Mephistopheles 2009-01-0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과연 그날이 올까?)

무해한모리군 2009-01-09 08:13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제가 유부녀들과 술은 많이 하는데 ^^;;

Mephistopheles 2009-01-09 09:38   좋아요 0 | URL
음...여장을...하란 말인 것 같은데....

보석 2009-01-09 10:5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여장하시면 저도 꼭 불러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9 11:02   좋아요 0 | URL
여기 멤버 짜졌군요. 여장한 유부 메피님과 소녀같은 보석님, 수다쟁이 휘모리 '남도'어떠십니까 메피님..

Mephistopheles 2009-01-09 15:33   좋아요 0 | URL
그전에 먼저 최희성 고려 왕족발부터..(제가 여장이면 두 분은 남장하셔야죠)

비로그인 2009-01-0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좋아지실때까지 라면,노래방,커피 계속하세요
사람들 만나고 싶어지실때 가서 만나세요
박정현 넘 좋아하는 1인

무해한모리군 2009-01-09 08:14   좋아요 0 | URL
제가 박정현 노래는 꽤 잘 부르는데요. 옛날엔 친구들 좀 울리곤 했는데 요즘엔 목이 맛이 가서리.. 참 나이가 드니(더 나이드신 분들 죄송합니다 -.-) 목도 늙는거 같아요.

바람돌이 2009-01-0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연 초기엔 어느 정도는 혼자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지요. 너무 오래가면 안돼는거 아시죠? 옛적에 실연해본 바람돌이... ^^

무해한모리군 2009-01-09 08:15   좋아요 0 | URL
왠지 제가 여러 유부님들께 지나간 추억을 일깨우고 있는듯한 불길함이~~

후애(厚愛) 2009-01-09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적에 실연을 당하고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홀로서기'를 했었지요. 혼자서 궁상 많이 떨었답니다.^^ 친구들은 '잊어버려라'고 쉽게 말은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는 걸 친구들 중에 실연 당한 친구가 깨달았다는 겁니다.^^ 휘모리님 기운 내시고 힘 내세요.
화이팅!!!

무해한모리군 2009-01-09 08:16   좋아요 0 | URL
이런 블로그에 와서 주절주절 하는거 보믄 홀로서려면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보석 2009-0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부한 말이지만 실연은 정말 '시간이 약'이란 말이 정답인 거 같아요. 자의적인 노력으로 순간순간의 괴로움은 잊을 수 있지만 진짜로 그 아픔이 무뎌지는 건 시간에 닳고 닳았을 때더군요. 노래방 커피숍 순례는 저도 동참해드릴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9 12:51   좋아요 0 | URL
이웃님 ^^ 동네찻집에서 함께 추리소설을 읽지요 ^^

로드무비 2009-01-1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김창완은 세밑 고구마에게서 위안을 얻는다고 라디오 방송에서
멘트를 썼던데.(MBC'네버랜드 스토리'에서 소개)
찡한 이야깁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1-12 12:30   좋아요 0 | URL
고구마나 구워먹으며 마음을 한번 달래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