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 바디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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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이 점점 깊어진다.

그러나 이와 함께 네로의 광기도 극에 다다른다.

그리고 네로는 로마 시내를 불지른다.

단지 먼지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

그로 인해 로마의 민심이 네로에게 적대적이 되자...

이것을 모면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잔학하게 핍박한다.

 

이 소설에서는 로마 대화제의 생생한 묘사와...

그 사건으로 인한 기독교 박해가 끔찍하리만큼 리얼하게 묘사된다.

기독교인들이 짐승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맹수들이 득실되는 원형경기장으로 끌려 나온다.

굶주린 맹수들이 그들을 찢는다.

네로는 온갖 광기로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죽인다.

십자가에 죽이는 것은 양반이고(실제로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죽기를 갈망한다.)

기름에 절여서 등불처럼 태우며 조명 역활을 하게 한다.

처녀들은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벌겨 벗겨지며 강간 당하고 죽임을 당한다.

기독교인들은 로마 역사를 재현하는 도구가 되어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구경거리가 되어가며 죽어간다.

 

이런 네로의 잔혹함과 함께 당시의 로마 백성들의 무지함에 대한 묘사도 있다.

로마를 붙태운 네로에 대해 적개심을 품다가...

금새 네로가 제공하는 음식과 향락에 빠져 이 모든 것을 잊고 기독교인들을 학살하는데 열광한다.

어떻게 그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의 현대인들과 또 뭐가 다를까?

 

이런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 가운데서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구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는 자신의 삼춘 페트로니우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고, 모든 방법을 쓰고,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과 물질을 이용해 리기아를 구해내려 한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그리스도께 기도한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믿음으로 리기아를 살려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기적을 맞본다.

이 책의 표지 그림처럼 우르수스가 리기아가 묶여 있는 황소를 죽이고 리기아를 구해낸 것이다.

로마인들은 열광하고 네로조차도 리기아를 죽이지 못한다.

그리고 비니키우스는 리기아와 함께 네로의 손아귀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이 되기를 거부하며 끝내 로마에 남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택한다.

이 책의 마지막부분에는 죽음들에 대한 뛰어난 묘사가 나온다.

끝내 육체적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다가 사랑하는 에우로케와 자살한 페트로니우스....

광기에 극에 다다르다가 죽임을 당한 네로...

무엇보다도 베드로의 죽음이 인상 깊다.

그는 극한 박해를 피해 시종인 나자니우스만을 데리고 로마를 떠나간다.

그때 광채가운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베드로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리스도였다.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선생님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자 그리스도가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땅 바닥에 엎드려 침묵하던 베드로는 다시 오던 길을 걸어간다.

이번에는 시종이 베드로에게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베드로가 대답한다.

"로마로!"

그리고 그는 절망과 두려움의 죽음이 아닌 환희와 영광의 죽음을 택한다.

저자는 아마 이들의 죽음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진정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묘사에 감탄을 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 도시에 대한 생생한 묘사...

황제의 타락한 파티에 대한 묘사...

페트로니우스의 탐미적 인생관에 대한 묘사...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

이와 함께 뛰어난 인물 묘사도 한 몫을 한다.

 

먼저 네로라는 미치광이 황제에 대한 묘사이다.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생각하며... 말도 안되는 시를 쓰며 사람들을 존경을 꿈꾸는 인물....

페트로니우스의 작은 칭찬에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다가...

자신에게 조금만 비위가 맞지 않으면 순시간에 변해 사람을 죽이는 광기...

광기 속에 감추어진 두려움...

네로라는 인물을 이처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한 명은 후에 기독교인들을 밀고 하는 자칭 그리스철학자라는 필로라는 인물이다.

어떻게 그렇게 비열하고 거짓된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네로와 필로는 너무나 닮은 존재이다.

차이가 있다면 네로는 자신이 만든 허상을 자신으로 믿으며 끝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반면 필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기독교신자가 되어 순교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 감동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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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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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벤허, 삼손과 델릴라.... 그리고 쿼바디스...

비키니우스와 리지아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네로황제가 로마를 불태우는 자염, 리지아의 노예가 황소와 싸우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베드로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페트로니우스와 유니스(소설 원작에는 에우니케)의 사랑이었다.

왜 리지아 역의 데보라카가 아니라, 유니스 역의 마리나 베르티가 기억에 남았을까?

어린 시절 내 생각에는 리지아 보다 유니스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 글을 쓰면서 오랜 시절 기억을 떠 올리며 두 명의 여배우 사진을 찾아보았다.ㅎㅎ

 

 

 

 

 

 

어린시절 이 영화를 너무나 감명 깊게 봐서 도서관에서 문고판으로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문고판은 주로 페트니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편집된 책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어린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며 쿼바디스를 읽게 되었다.

쿼바디스가 아니라 쿠오바디스다...ㅠㅠ

비키니우스가 아니라 비니키우스고...

리지아가 아니라 리기아다...

원어 발음대로 번역을 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소설은 로마 최고의 귀족가문출신의 젊은 장교인 비니키우스가 삼촌 페트로니우스에게 자신이 만난 리기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순수하고 이국적인 리기아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녀가 로마의 포로로 잡혀있는 슬라브족의 공주임을 이야기한다.

조카를 사랑하는 페트로니우스는 계략을 써서 리기아를 비니키우스의 노예로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 리기아가 중간에서 도망가고...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를 찾기 위해 기도교 소굴?로 잠입한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사도 베드로의 설교를 듣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그 후 그는 자신 마음 안에 있는 리기아에 대한 욕망과 순수한 사랑으로 인해 갈등한다.

또한 자신 육체 가운데 있는 타락한 로마인의 기질과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인해 갈등한다.

1권은 주로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 그리고 비니키우스가 접한 기독교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소설 1권에서는 화려한 로마의 문화와 네로의 광기 어린 권력과 당시에 막 로마에서 퍼져가고 있는 기독교의 가르침과의 충돌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 타락한 로마문화에 몸을 맡기고 살았던 비니키우스가 리기아에 대한 사랑때문에 우연히 접한 기독교 가르침으로 인해 충격을 받는 내용이 중점을 이룬다.

 

이 책에서는 당시 로마의 문화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네로의 광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표현한다.

특별히 네로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향락파티와 아그릿파 호수에서 벌어지는 혼음파티를 통해 당시의 로마의 지도층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면 이와는 전혀 다른 박애와 사랑을 가진 기독교 정신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기독교 정신을 접한 비니키우스의 충격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한다.

처음에 그는 사도바울의 설교를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차츰씩 그 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것이 정말 좋은 교리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교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 교리 속에 녹아들어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워낙 타락한 로마 문화 속에서 살았기에 정신으로는 그 교리를 받아들이지만 육체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내면의 변화의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진지하게 표현되어 있다.

 

1권의 내용에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기아는 드디어 비니키우스에게 마음을 열고...

둘은 기독교 신앙 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장미빛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꿈과 달리 소설의 배경은 점점 어두워지고, 네로의 광기는 극에 다다른다.

마지 폭풍우가 몰아 칠 것 같은 위기감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마지막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쿠오바디스 1권의 배경은 자신의 주인인 페트로니우스를 짝사랑하는 에우니케가 주인 몰래 주인의 동상에 키스하는 장면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나온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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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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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부드러운 볼'.......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했고, 그래서 가장 대표작이라는 '부드러운 볼'이라는 작품을 택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당혹스러움'이었다.

이 소설은 뭐지?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절망'이었다.

먼저 주인공인 카스미는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그녀는 그 황량한 바닷가 바람이 싫었고...

그 바람이 가져다 주는 절망감이 싫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부모를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도쿄에 와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다가 디자인 하청회사로 들어가고...

열 살 많은 남편 미치히로를 만난다.

그녀는 유카와 리사라는 두 딸을 낳고 어느 정도 안정을 누리지만...

또 다시 고향 바닷가에서 느꼈던 알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고향에서 도망치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가정에서 벗어나 이시야마라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이시야마의 가정과 카스미의 가정이 함께 훗카이도의 별장으로 여행을 가면서 그녀는 다시금 훗카이도로 돌아온다.

그 곳에서 그녀의 분신과 같은 첫째딸 유카를 잃는다.

유카의 유괴로 인해 이시야마 가정도 파괴되고, 카스미의 가정도 파괴된다.

그 후 유카를 우쓰미라는 전직형사를 만나 훗카이도에서 유카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그녀가 떠난 고향의 바닷가로 돌아온다.

 

카스미라는 여주인공의 배경색은 절망이라는 색깔이다.

그리고 이 절망이라는 색깔은 카스미의 고향 훗카이도의 시골 바닷가의 색깔이다.

이 추운 겨울 바닷가 색깔인 절망이라는 배경색은 항상 카스미를 쫓아다닌다.

고향을 떠났을 때도, 도쿄에 왔을 때도,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이스미와의 관계에서 육체적 쾌락에 빠졌을 때도, 딸을 잃었을 때도...

그리고 그 절망의 배경색은 다시금 카스미를 훗카이도 시골의 바닷가로 불러온다.

이 소설에서 카스미는 자신의 배경색인 절망으로 부터 도망치고자 몸부림치다가 그것에 순응하고 자신의 색깔을 받아들인다.

절망이 그를 다시금 고향 바닷가로 부른다.

 

카스미가 유카를 잃고 4년 후에 다시금 훗카이도에서 만나 전직 형사 우쓰미의 배경색깔도 절망이다.

우쓰미는 형사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다.

그러다가 암이 걸리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는 자신의 육체에 찾아 온 죽음과 함께 유키를 찾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

유키를 찾으러 다닐 수록 카스미의 절망과 자신의 육체의 절망이 동일시된다.

 

 

소설을 읽은 내내 마음이 어두워졌다.

절망적인 여자와 절망적인 남자...

딸을 잃은 여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죽어가는 육체를 끌고 다니는 남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절망을 벗어날 방버은 어디에도 없다.

딸을 찾을 방법도, 죽어가는 육체를 살릴 방법도...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절망 속으로 던진다.

그리고 자신을 절망 속으로 던질 수록 평안함을 느낀다.

 

이 소설은 마치 인생을 절망 속에 내던지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텐데...

다른 길이 있을 텐데...

아무리 미화해도 결국은 자신의 인생을 절망 속에 내 던지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미화되지 않을텐데....

 

저자도 이런 반론을 아는지...

소설 내내 글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다른 방법이 있으면 찾아봐?

유카를 찾아봐?

죽을 병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봐?

유카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단 말야!!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야!!

그리고 심술궂게 끝내 유카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는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소설을 끝맺는다.

정말 심술궂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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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dhrg 2023-03-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내용이 스포 돼 있는 게 너무 심술맞다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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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와 소설에 대한 홍보를 계속해서 들었다.

원래 추리소설과 같은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대한 서평이나 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러면 책의 감동이 사라진다.

이 책도 구입하고 그렇게 읽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방심을 하다가...

여유로운 토요일날....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개를 보게 되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내가 잘 나가는 알파걸이라는 것...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서 스스로 숨었다는 것...

남편이 인터뷰에서 웃는 실수등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는 것....

남편이 쓰지도 않는 신용카드로 산 물건들을 창고에서 발견하는 것....

그리고 아내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기 위해 결혼 전의 남자 친구 집에서 스스로 학대 당하는 모습을 꾸미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때부터 이 책을 읽을 의욕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에 놀라기 시작했다.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단지 추리소설로서의 구성과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삶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준다.

잘 나가던 뉴요커부부가 미국 뉴저지라는 촌동네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도시의 대형마트와 공장들을 문을 닫고...

부랑자들은 넘처냐고...

실업자가 된 남편은 여러 가지 압박을 느끼고...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아내는 어둡고 음침한 자아...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되는 반전과 괴기스럽기까지 한 아내의 심리묘사는 대단했다.

21세기에 도스트옙스키가 미국에서 태어나 여자로 소설을 쓴다면 길리언 플린처럼 소설을 쓸 거라는 생각이든다.

 

 

소설은 각각 남편과 아내의 관점을 반복하며 전개된다.

특히 아내의 시각은 일기장을 통해 보여준다.

소설 전반부에서 남편 닉은 전형적인 미국형 남편으로 묘사된다.

그는 톰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된  미주리 미시시피강 출신이다.

시골 출신이였지만 뉴욕에서 잡지사 작가로 성공을 하고 지금의 아내 에미미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인터넷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공향 미주리로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머스럽고 자상한 남편이지만...

그는 어린시절 폭력적이고 거친 말투와 조급한 성격의 아버지밑에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를 싫어하고, 자신이 아버지처럼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처럼 조급하고, 신경질절이고, 폭력적이며, 현실의 문제를 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내면을 감추며 살지만 결혼 중에 그것이 드러난다.

 

아내 에미미는 전형적인 알파걸이었다.

(이 책에서 알파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서 의미를 찾아보니 쉽게 이야기에서 잘나가는 여학생이라는 의미였다.)

그의 부모님의 어렸을 때부터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소설 시리즈를 써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미 본인이였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고 인기를 받았다.

실제로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닉을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뉴욕의 집과 넉넉한 돈을 물려줬고 그녀는 남부럽지 않게 뉴욕커로 살았다.

그러나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미주리로 내려오고 끔찍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에이미가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범인으로는 남편 닉이 지목된다.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증거들이 발견된다.

결정적으로 닉에게는 일 년 전 부터 만나던 20대초반의 순종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 있었다.

 

처음 소설을 읽다보면 예상과 다르게 에이미에 대해 동정이 간다.

자기밖에 모르던 여성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에게 맞추어가려는 전형적인 순애보적인 일기가 적혀져있다.

때로는 철이없고, 현실감각이 없지만..어쩐지 사랑스러운 여성...

남편의 갑자기 냉랭해지는 태도로 인해 근심하는 여성...

 

그런데 소설 중반부부터 반전이 나온다.

우리가 알던 에이미는 없었다.

그것은 모두 가면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소설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선 이 소설의 탁월한 점은 지금 미국의 중산층들이 겪는 위기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제조업들의 몰락...

그로 인해 생기는 실직자들과 미국인들의 절망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실직한 남자의 압박감과 위기감까지...

 

또 현대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한다.

항상 남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심리...

 

그런데 중반부부터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그런데 그 사이코패스가 완벽하다.

상황을 통제하고 언론을 조정하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에게 조정되는 사람과 언론들...

현대미국의 언론식 재판을 비판하면서도 섬뜩한 한 여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인을 만든 부모와 세상...

 

 

미국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현대 미국에서는 더 이상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추리소설을 통해 미국의 사회상, 내면의 심리묘사 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읽을 만한 틀을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그 틀 속에 사회상과 내면, 감동을 담아낸다.

내가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길리언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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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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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홍보가 요란한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대형제작사나 유명 감독, 화려한 출연진의 배우들의 영화는 개봉전부터 온갖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한다.

요즘에는 출연 배우들이 개봉하기도 전에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영화를 홍보한다.

주로 토요일 아침이면 방영하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도 왠만한 스포는 미리 다 공개된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

실망이다.

너무 기대가 커서 그런가 보다.

만약 그런 홍보없이 보았다면 괜찮을 영화들도 그 화려한 홍보로 인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이 그랬다.

세계 최초로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의 제왕 할런 코벤의 최신작!!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

하나도 타기 힘든 이런 상들을 세 개다 모두 석권하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드거상만 빼고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이 세 개의 상이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이라고 누가 정했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전면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이책...

그래서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결과는?

 

 

일단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한나절만에 쉬지도 않고 읽었으니...

손을 땔 수 없게 하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앞에 이야기처럼 홍보가 너무 거창해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사이 장르소설들의 구성이 너무 뛰어나서 비교가 된 것일까?

 

 

 

이 소설은 제이크 피셔라는 랜포드대학의 정치학교수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이크는 2미터의 키에 잘생긴 노총각? 교수이다.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항상 철저히 선을 지킨다.

6년 전 헤어진 나탈리라는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6년전 여름에 만났다가 갑자기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는 그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었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에 약속까지 했었다.

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뜬 그녀와 결혼했었던 남자의 부고를 듣는다.

그리고 먼 시골까지 가서 장례식에 참여한다.

그런데 미망인은 그가 만나고 싶어했던 나탈리가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처음에는 사람을 혼동했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분명 나탈리와 결혼했던 남자였다.

여기서부터 추리가 시작된다.

나탈리와 관계된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몰랐고, 그녀와의 추억의 장소는 마치 그가 꿈을 꾼 것처럼 현실세계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그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여자였나?

그녀를 찾으려하면 할 수록 주변에서는 계속 그녀를 찾지 말라고 경고한다.

심지어 그녀까지 메일을 보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

 

무언가 거대하고 은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초반부이지만...

중반이후부터는...

글쎄...

반전의 반전을 계속하고, 사건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그런데 무언가 자꾸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 일까?

그냥 추리소설이라면 충분히 점수를 주고 싶은데...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역시 기대감이 큰 것일까?

 

 

우선 추리소설답지 않게 화려한 문체가 돋보인다.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애절한 마음을 시적이 문체로 적고 있다.

중간 중간 미국식 유머어의 대화도 재미있다.

그런데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6년 전 잠시 몇 개월 만난 여자를 계속 그리워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찾아 나선다.

계속 찾으면 그 여자가 위험할 것을 인지하고도 포기하지 않는다.

글쎄...내가 너무 냉랭한 인간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 책에 추리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프래시 스타트'라는 단체도...

무언가 거대하고, 세계 정보망을 갖춘 첩보 기관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소설 결말에서 깨닫는 것은 대학생 두 명이 만든 봉사단체?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단체가 어떻게 세계첩보조직같은 일을 했을까?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다 매수하고, 공공기관의 정보들을 조작하고, 사람을 사라지게 했을까?

 

여주인공인 나탈리도 첩보원같은 느낌을 준다.

마직막 부분에서는 노련한 조직폭력배 세 명을 해치우기도 한다.

그런데 그냥 폭력배에 쫓기는 평범한 여자였다.

도대체 총쏘는 법은 어디서 배웠을까?

 

그리고 마피아...

물론 미국 마피아가 대단한 것은 안다.

그런데 드러난 실체치고는 조금 어이가 없다.

 

 

기대감없이 읽었다면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할런 코벤의 감각이 예전보다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 작가의 소설 한 편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영원히 사라지다]라는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기대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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