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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삶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간다.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를 손으로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나였던 순간들이 잊혀져 간다.
나이가 들어가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억력도 저장 공간에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기억이 들어오면 예전의 기억이 지워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이렇게 내 삶의 일부분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기억이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아무리 내가 그 순간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그때의 기억이 없다면....
그 삶의 가치가 있을까?
기억이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이 기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찾으려는 여성의 몸부림이 느껴졌다.
더 읽어가면서 자신의 하루 하루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공은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들려고 몸부림을
친다.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왜 이렇게 그 기억을 붙들려고 몸부림을 칠까?
그냥 잊어버리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면 될텐데...
남편이라고 말하는 그 남자가 이야기 하는 기억에 자신을 의존하면 될텐데...
그러다가 깨달았다.
기억을 잃으면 삶이 없어진다는 것을...
자신이 없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은 요사이 유행하는 기억력 상실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얼마 전 니콜 키드먼을 주연으로 영화화 되어서 더 유명해진 소설이다.
다행히 나는 이 영화를 안 보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게 되면 소설의 모든 상상력이 영화의 갇혀서 영화의 대본을 읽는 기분밖에 나지 않는다.
다행히 이번에는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 번 보려한다.
주인공인 크리스틴은 매일 아침 잃어날때마다 20대 초반의 자신만을 기억하는 중년의 여인이다.
매일 일어날 때마다 낯선 침실에 놀라고...
옆에서 자고 있는 낯선 남자에 놀란다.
거울 앞에 서있는 주름이 지고 나이가 든 자신때문에 놀란다.
그렇게 당황하는 주인공을 벤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듯 안아주고 달래주며 자신이 남편이라고 말한다.
벤은 그녀가 사고로 기억을 잃었으며 오랫동안 자신이 그녀를 돌봐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크랩북을 보여주며 과거의 사진들을 보여준다.
부부라고 밖에 믿을 수 없는 젊은 날에 함께 찍은 사진과 나이가 들어서 함께 찍은 사진들....
주인공은 남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말하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자신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모 못한다.
이 때 자신의 주치의라는 닥터 내시가 전화를 한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지 말고 자신을 만나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썼다는 일기를 건낸다.
일기의 맨 앞 장에는 자신의 글씨체로 이렇게 써 있다.
"벤을 믿지 말라!"
독자들은 그녀의 일기를 읽어가며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게 된다.
내가 근래에 읽어 본 소설 중에서는 최고의 몰입감을 가진 소설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읽기 시작한 후 구입해서 새벽 2시에 다 읽기 전까지는 손을 놓을 수없는 책이었다.
사실 설정이 그렇게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이런 비슷한 영화들은 많이 보았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어버리고...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대게 결말은 주인공이 정체가 드러난 악당과 싸우다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다치고...
기억이 살아나는 것이다...
스포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의 결말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그런 영화나 소설들과 다른 이유는....
여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낯선 침대에서 낯선 남자 옆에서 잠을 깬 여성.......
낯선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여 그와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해야 하는 상황...
남자가 말하는 자신이라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매일 매일 알아가는 자신의 충격적인 과거...
그리고 그것이 내일이면 다 잊혀질 거라는 생각...
그래서 그것을 붙들기 위해 악착같이 쓰는 일기들...
그 날의 기억, 그 날의 생각, 그 날의 감정을 붙들려는 몸부림...
만약 저자의 사진과 이름을 보지 않고 책을 읽었다면 도저히 남자가 쓴 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금 일기를 잘 쓰기로 결심했다.
그 날의 삶, 그 날의 생각, 그 날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진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한 순간의 실수가 가정과 개인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깨달았다.
자세한 것은 소설을 통해 만나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