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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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게 된 동기는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영화를 보고서였다.

브래드피트가 주연한 영화를 보고...

그 속도감과 스케일에 반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구입하고 나서는...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소설 형식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식, 또는 대담형식의 글이여서...

소설이 아닌 학술잡지의 대담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읽기 시작한 후 부터는 말 그대로 그냥 이 소설 속에 빠지게 되었다.

맥스부룩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책 속에서 일으킨 세계대전 속으로...

그가 만든 엉터리 전쟁 속으로...

 

이 책은 요즘 흔한 좀비들이 등장하는 종말소설이다.

학술적인 교양서적도 아니고, 감동을 추구하는 순수문학도 아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겉으로는 좀비가 등장하는 흥미위주의 소설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좀비는 사라지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좀비의 등장이라는 인류최대의 위기 앞에...

이것을 대수롭지 않은 아프리카 광견병으로 덮으려는 정치가들...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업가들...

억압을 통해 사태를 통제하려는 독재자들...

이런 위기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가 있었을까?

이것은 미래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위선과 탐욕, 공포와 헛된 희망 속에 살고 있는 인류의 삶에 대한 보고이다.

 

 

이 소설을 접하면서 위기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방법을 보게 된다.

하나는 예상치 못했던 위기가 발생하면...

예전의 방식대로 대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 책에서 용커스전투로 나와 있는 미국내에서 최조의 좀비와의 대규모 전투이다.

미국에서 좀비의 발생이 정치권에서 감출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고...

대규모 좀비들이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게 되자...

정치인들과 군인들은 상황을 반전시킬 대규모 전투를 계획한다.

뉴욕 북쪽에 있는 용커스라는 곳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최신이 항공기와 탱크, 최신식 폭탄 등을 배치한다.

그리고 전구에 생방송으로 이 전투를 중계한다.

국민들이 이 전투를 보고 상황이 통제가능한 수준이라고 안심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좀비 군단에게 최첨단 무기를 쏟아 붓는다.

그러나 이런 기존의 최첨단 무기는 좀비들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다.

그리고 병사들은 순시간에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고...

부대는 괴멸된다.

 

다른 하나는 예상할 수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위기를 실체로 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라엘의 대응이다.

그들은 처음 중국에 좀비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듣고...

다른 나라처럼 뜬소문으로 넘겨 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전례가 있었다.

소설에서는 이스라엘이 아랍 연합국에게 어이없이 기습을 당한 1973년 전쟁 (욤키푸르 전쟁으로 알려진 제 4차 중동전쟁) 이후 독특한 제도를 반든다.

열 명의 정보분석가 어떤 보고를 듣고 아홉명이 모두 헛된 이야기라고 무시하면....

열 번째 정보분석가는 무조건 그 보고를 조사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일어날 모든 위협을 대비하자는 계획이었다.

좀비에 대한 보고가 들어오자 모든 정보분석가들이 그 보고를 무시하지만,

열 번째 분석가는 제도대로 그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위기의 실체를 발견한다.

이스라엘은 발빠르게 움직여 나라 안에 방벽을 쌓고...

이스라엘 민족들을 불러 들인다.

 

물론 두 가지 대응 모두 이 소설에 나오는 허구일 뿐이다.

그런데 역사상 지금까지 위기에 대해서 이렇게 대처를 해 왔다.

모두들 기존의 자신의 방식으로 위기를 대하고...

그러다가 무너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로버트 그린이 지은 [전쟁의 기술]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도 나폴레옹이나 징기스칸 같은 혁식적인 전술가들 앞에 기존의 나라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대응을 했다.

그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그리고 이런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 각국의 상황과...

이런 상황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저자의 통찰력이 놀라웠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읽게 되었던 책에서...

무언가 거대한 세상을 본 것 같아...

읽고나서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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