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치유한다 -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7가지 에너지 센터 다루기
데보라 킹 지음, 사은영 옮김 / 김영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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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육체의 건강처럼 끊임없는 관리와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네요. 현대인의 마움을 차유하는 좋은 책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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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책장에 있는 열린책들을 모두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 보았다.

책장 여러 곳에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한번에 찍을 수가 없어서였다.

 

우선 맨 아래 있는 책들은 조금 오래 되었지만 내가 아끼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로이드 전집이다.

지금은 더 스마트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나와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가장 잘 번역된 프로이드 전집이라고 생각한다.

 

가운데는 상단에는 항상 즐겨 읽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번역이여서 좋아한다.

주로 한 권씩 구입하는데, 20주년 세트는 작년에 인터넷에서 열린책들 리뷰대회에서 우수상으로 받은 책들이다.

 

좌측 상단에는 주로 폴오스틴의 책들이 많이 있다.

열린책들에서만 번역되는 것 같아 나올 때마다 구입했었다.

작년에 오랫만에 나온 열린책들에서 새로 번역되어 나온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새로 번역된 '파수꾼'도 아끼는 책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우체국'도 무척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측 상단의 움베르토 에코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중세에 대한 박식함이란...

 

아직도 구입하고 싶은 열린책들이 많지만, 책장 공간 부족과 자금 사정으로 자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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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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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렌 코벤의 소설의 영원한 테마는 '사라진 사람'이다. 대부분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 그로인해 주인공은 과거의 아픔 속에서 살아가 가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라졌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추적하다가 예전의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게 된다. 대표작인 [숲]에서는 오랜 시절 캠핑장 숲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는 과정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옆집 여자를 살해하고 사라진 형을 찾는 과정 속에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작년에 국내에서 발간한 [6년]이란 작품에서는 이런 경향이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가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 사라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자신을 차지 말라고 한다. 6년 만에 여자를 찾지만 그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었다. [6년]에서는 인터넷, 이메일, 페이스북이 등장하며 변화된 할런코벤의 색깔을 보여 준다.


신작 [미싱유]에서는 주 무대가 완전히 인터넷으로 옮겨 간 느낌이다. 인터넷에서의 만남 사이트에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악당들도 점잖은 마피아 보스 정도였다면, [미싱유]에서의 범죄자는 냉혈한 인신매매범이다. 할런 코벤이 잔인해졌다고 해야 하나?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을 잔인하게 가두고, 고문하고, 가차없이 살해한다.



주인공 캣 도너반은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18년 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예전의 약혼자인 '제프'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다른 이름으로 소개를 올려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고민을 하지만 술기운에 그만 그에게 오래 전 함께 좋아하던 '미싱유'라는 뮤직 비디오 사이트를 링크 해 메세지를 보낸다. 그런데 제프는 뻔한 작업멘트를 보낼 뿐 옛 추억은 언급하지 않는다. 답답한 캣이 자신이 캣이라고 밝힌다. 그러자 그는 상대는 당황한채 더 이상의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는 와중에 '브랜던'이란 아이가 캣을 찾아온다. 그녀는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와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바로 제프였다. 캣의 사라진 브랜던의 어머니를 추적하던 중, 온라인에서 제프와 만남을 가진 여성들이 계속해서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원래는 제프를 찾기 위해 시작한 수사가 점점 잔인한 범죄조직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예전의 할런코벤의 소설들은 완벽한 플롯과 뛰어난 반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조금씩 현실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KGB나 국제범죄조직 등이 등장하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수가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기에 조금은 섬뜩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데이트를 약속하고,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는 이번 소설에서의 악당 '타이터스'는 사람들은 납치해 땅 속에 묻어 두고 잔인하게 고문을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그들의 인터넷 신상정보를 알아내고, 그들의 돈을 빼돌린다. 그 후에는 잔인하게 살해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문제는 이런 범죄자와 범죄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소설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할런 코벤의 소설이 예전과는 다르게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6년]으로 기존 스타일의 변화를 준 할런 코벤이 [미싱유]에서는 그 변화를 완성해 가는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플롯이 더 정교해 지고, 현실성이 더 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예전의 낭만적인 분위기나 문체는 점점 사라지고,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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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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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하준 교수의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라는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오래 전에 보았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매트리스]라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레오는 [매트리스]라는 세계 속에 갇혀 있으며, 자신이 보는 세계가 '실재'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레오는 자신이 '실재'라고 믿는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가상의 매트리스에서 빠져 나와 진정한 실재의 세계에서 눈을 뜬다. 영화의 화면이 화려한 도시의 세계에서 갑자기 어둡고 음침한 인체 공장같은 곳으로 전환되며, 그 곳에서 눈을 뜨는 레오를 보여 주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모두 '매트리스'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존재론적으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말해주는 것이 전부 진리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성공'과 '부'를 이야기 하니, 나도 그 '성공'과 '부'를 향해 쫓아간다. 그러다가 가끔 삶에서 의문점이 생기면 유명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란에서 질문을 해 본다. 현실의 답만을 제시할 뿐, 우리가 진정 알아야 할 깊이 있는 답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점점 그런 것들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현대문명이 만든 매트리스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읽었던 고전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에 관련된 많은 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고전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나 시험을 준비할 때 인문학에 대한 얄팍한 지식을 얻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고전을 읽으며 그 고전 속에서 치열하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책의 첫 부분에서 '나'를 찾기 위해 고전들과 씨름했던 과정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나'를 찾으려면 세상과 사람들이 말해 주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 자신 스스로가 나의 모습을 볼 수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란 고전을 소개한다. 이 책은 근대철학의 시작과 같은 '코키도 에르그 숨(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악마가 존재하고, 자신이 그 악마가 만든 허상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마치 매트리스 영화와 같은 상황) 그렇다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 것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데카르트는 절대 의심할 수 없는 한 가지,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카르트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나 타인이 말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믿은 것이 아니라, 의심을 통해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진리로 믿었다. 저자는 진정한 '나'라는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비슷한 고전으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언급한다. 이 책에서 니체는 인간의 정신의 단계를 낙타-사자-어린아이의 세 단계로 제시한다. 낙타는 세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단계이고, 사자는 세상에 대항하는 단계이고, 마지막 어린 아이는 자신만의 놀이를 만드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초인(위버맨쉬)'이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세상이나 타인이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만들어 가라고 말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존재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규정한다. 그러기에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고,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실패자라고 부르면, 나 역시 나를 실패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다. 바쁘고 고단한 세상살이에 그 대답을 미룰 수는 있어도, 살아 있는한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의 시작, 즉 자기 관찰과 자기 탐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준엄한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면에서 우리를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면의 여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본래적인 자신이 누구인지를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P89)



책의 중반부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전들을 언급한다. 우리는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나를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면서 나를 없애고 가정의 일부가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고전들을 인용하며 진정한 사랑은 서로 독립된 인격체로 존재하는 것이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그런 독립된 인격체로서 계약을 맺는 것이며, 자녀를 생산하는 것은 이런 독립된 인격체를 생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헤겔의 [법철학]이란 책을 통해 가정은 정신적 통일을 통해 '인륜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륜성'이란 자유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즉 가족이란 세계정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헤겔이 말하는 인륜성이란 무엇일까? 인륜성은 가기 자신을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정신이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며, 자유가 실현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인륭성은 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주관적 정신이 아니라 개관적 정신의 형식으로서 가족, 사회, 국가에서 드러난다.(P120)


저자는 영화 [카미유 클로텔]을 예로 들며 자유적인 존재가 종속적인 사랑으로 인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언급한다. 결국 상대를 사랑한다면서 그 상대를 자유로운 인격체가 아닌 종속적인 인격체로 만들 때 그것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가정에 이런 부분이 많으며, 특히 자녀 양육에서도 이런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삶'에 대한 고전들을 언급한다. 저자는 헤겔과 칸트가 언급한 '이성의 간계(cunning of reason)를 통해 인생이 우리를 속인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이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생은 노력한 부분에서는 실패를 하게 되고, 노력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엉뚱하게 성공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순간 뒤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성의 간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것을 제시한다.


우리 삶의 도처에도 루소의 경우와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미묘함, 삶의 역리가 숨어 있따. '행운 없음'에 대한 체념적 태도가 당신을 우울하게 한다면, 그 체염은 가벼운 피해망상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런 비생산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설령 당신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일에 대한 결과가 없을 때에도, 절망해서는 안된다. 분노와 절망의 시간은 짧을 수록 좋다. 그리고 부당한 방법과 기술에 눈을 돌리지 말고 당신이 왔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적어도 당신을 당신답게 했던 가치를 부정하지는 말아야 한다. 영혼을 파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리고 당신의 영혼을 위탁함으로써 당신의 영혼은 죽어간다. (P242)



요즘들어 뉴스와 신문을 보다보면 도대체 무엇인 사실이고, 무엇인 거짓인지 헛갈릴 때가 너무 많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주장을 절대진리처럼 이야기 하고, 사람들은 그곳에 맹신하며 따라간다. 그러다가 다음날이면 그 주장이 허위임이 드러나고, 그러면 사람들은 또 반대쪽으로 몰려 간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몰려 다니는 사람들 중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기를 거부하고, 많은 사람들이 흘러가는 쪽으로 쉽게 몸을 맡기며 사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먼저는 저자가 읽은 방대한 고전의 양에 감탄을 했고, 다음은 어려운 고전을 영화 등을 예로 들며 쉽게 이야기하는 부분에 감탄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고전을 통해 남이 말하는 진리가 아닌, 자신이 발견하는 진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저자의 글들이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발견하는 진리만이 진정한 자신의 진리가 되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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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벚꽃 2016-02-1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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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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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천국의 문]이란 소설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래 전 영화로 보았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발딜런이 부르는 'Knock, knock, knocking on haven's door'라는 가사의 흥얼거림이 먼저 떠오른다. 죽음을 앞두고 신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우연히 원에서 만난다. 한 남자가 말한다. 천국에서는 바다이야기 밖에 하지 않는다고... 그러자 한 남자가 말한다. 나는 평생 바다를 본적이 없다고.... 그러자 다른 남자가 말한다. 그럼 당장 바다를 보러 가자고.... 영화는 그렇게 시한부 인생을 사는 두 남자가 바다를 보러 가는 내용이다. 결국 삶과 죽음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는 영화이다.


한 때는 많은 문예지를 구독하고 그 곳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정독하며 읽었지만, 지금은 몇 권의 계간지만을 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년 문학사상사에서 나오는 '이상문학상작품집'은 자주 구입하려 한다. 오랫 동안 문학사상사에서 나오는 월간지를 꾸준히 구독했지만 지금은 거이 일 년에 한 권도 구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 책 한권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구입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보통 문예지 한 권을 읽으면 그 곳에서 감동적인 단편 소설 1-2편을 발견하지만, 이 책에는 거이 대부분의 소설에서 그런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사이 한국소설이 그렇듯이 한동안 이상문학상 수상작들도 내가 이해 못하는 복작합 구성과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많아 공감을 가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경험이 아닌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올 해 수상작들은 한결같이 마치 자신의 인생을 쏟아 붓는 듯한 작품이 많았다. 비록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울 수 있는 좋은 소설들이 너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이상문학상의 소설들 중에 최고의 소설들이 모여 있는 이상문학작품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상인 [천국의 문]은 요양원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를 두고 있는 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여자는 어느 날 저녁 요양원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허겁지겁 찾아간 아버지는 아직 임종을 맞지 않았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 과정에서 딸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상한다. 어린시절 집을 나간 동생,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가족의 침묵,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생, 두 딸이 장성하자마자 이혼을 한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병간호의 짐을 혼자 감당한 주인공... 작가는 주인공이 과연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린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시종일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단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자는 오래 전 대학교 시절에 낭독한 영문시의 마지막 행을 떠올리며 끝난다.


"아빠, 아빠, 이 개자식, 나는 다 끝났어."




내가 이상문학상작품집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작가론이나 작품론, 작가의 수상소감등을 통해 소설로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한 작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비록 대상 한 작품뿐이지만 그 작품의 해설을 통해 단편소설을 깊게 보게 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특히 이번 유준 평론가가 쓴 [천국의 문] 작품론은 그 정교함과 디테일이 마지 고전의 주석과 같았다.


"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기별을 들었을 때 여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을 고치는 것이었다.(- 천국의 문 첫 문장 P12)"


작품은 [천국의 문] 첫 문장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었을 때 여자는 왜 화장을 고쳤을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작품론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작품을 해석한다. 나는 동생의 실종과정과 마지막 주인공이 떠올리는 싯구를 통해 아버지가 자녀들을 성적으로 학대했거나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이중적 감정을 이 소설이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품론에서는 이 소설을 분석하며 여자의 감정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여자의 욕망과 아버지를 병간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오는 모순적 감정으로 이해한다. 또한 여자가 느끼는 혼란을 삶과 죽음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지금까지 주로 '여자'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지만, 모든 좋은 작품이 그렇듯 [천국의 문] 역시 수다스런 해석에 자신의 속내를 전부 드러내지 않는 신묘함을 지닌다. 그 신묘함 사이로 언뜻 비치는 이야기 하나만을 덧붙여 본다.

여자의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이다. 그런데 여자는 생명의 약동을 드러내는 아이들의 공간인 어린이집에서 나는 냄새와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요양병원에서 나는 냄새가 같다고 말한다.

이로부터 생과 사를 분리된 것이라기보다는 잇닿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인식을 읽어낼 수 있으며, 죽음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사내의 인식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티베트 불교의 관점을 입히면 '바르도'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이라는 해석도 가능한다

바르도는 한 상황의 완성과 다른 상황의 시작 사이에 걸쳐 있는 '과도기' 또는 '틈'을 뜻하는 티베트어이다. '바르bar'sms '사이'를 뜻하며 '도do'는 '매달린' 또는 '던져진'을 뜻한다.

이 용어를 빌려 말해보면 [천국의 문]은 생과 사 사이의 바르도, 죽어감과 죽음 사이의 바르도에서 둘러보는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이라는 말 역시 꼭 과언인 것만은 아니다. (- 작품론 P103-4)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대상 못지 않는 뛰어난 우수작들이 등장한다. 대상수상 작가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매년 나는 이상문하상 작품집에서 대상다 더 감동을 받는 우수작들을 발견하곤 했다. 이번 년도의 수상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년도 수상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을 받은 두 작품은 김탁환 작가의 작품과 황정은 작가의 작품이었다.


김탁환 작가의 [앵두의 시간]이라는 소설은 '묵직함'이란 단어로 와닿는다. 마치 작가의 자전적 소설과 같이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소설에 담겨 있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외갓집의 앵두나무가 열리는 가수원에 자주 갔었고, 그곳에서 '치숙'으로 불리는 외삼촌을 만났었다. 치숙은 한 때는 수제로 불렸으나 심장병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지금은 외할아버지의 과수원을 혼자 돌보고 있다. 치숙은 과수원의 외딴집에 살며 수많은 책들을 보고, 글을 쓰고, 사색을 한다. 주인공은 그런 치숙의 치열한 삶과 글쓰기에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작가로 성장하면서 치숙의 치열한 글쓰기와는 다른 성공을 위한 글쓰기와 갈등이 일어난다. 그리고 결국 치숙은 죽는다. 죽기 전 치숙을 방문한 주인공에게 치숙은 마지막으로 한 번 앵두나무 농장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앵두나무 하나 하나를 끓어안고 작별을 고한다. 이 작품을 통해 치숙이라는 한 인간이 얼마나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고, 글을 섰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치숙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글쓰기가 그렇게 인생을 쏟아붓는 치열한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찌 글쓰기 뿐이겠는가? 인생이란 그렇게 치열한 것이고, 그런 치열함 속에서 인생의 열매가 나오는 것 아닐까?


황정은 작가의 [누군도 가본 적 없는]이란 소설은 '먹먹함'이란 단어로 와닿는다. 자녀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중년부부의 유럽여행을 다루고 있는 소설은 시종일관 감정의 과잉을 보여주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의 감정은 철저히 숨겨져 있다. 그러기에 남편은 계속해서 아내에게 무언의 분노를 뿜어낸다. 그리고 아내가 여권을 놓고 기차를 타던 날 아내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내가 그걸 챙기라고 하지 않았어? 그는 말했다. 그 밖에 내가 뭘 더 부탁한 게 있어? 그거 챙기라고...... 가방에 넣으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거 잊지 말라고...... 그냥 그거 하나...... 가방에 다 있잖아. 당신 칫솔, 화장품, 사탕....... 다 있는데 왜 그건 없냐...... 우리 내일 비행기 타야 돼...... 그런데 여권도 영수증도 없어....... 내가 이걸 다 설명해야 해 사람들한테...... 그런데 괜찮을 거라니...... 당신은 괜찬지 걱정이 없지 내가 다 하니까....... 당신은 잘 먹고 잘 자고....... 어디서든....... 호텔에서든 ㅣㅂ행기에서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떻게 그렇게 비위가 좋냐 그렇게 멀쩡하게...... 괜찮을 거라고?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쉬워 모든게.......(P306)


내 아픔이 너무 크기에 아내의 아픔을 감당할 수 없는 남편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와 함께 묵묵히 마음 속으로 더 깊게 아파하는 아내의 아픔이 느껴졌다. 소설을 놓고 한참을 그 먹먹함에 그냥 있었다.


이번 소설에는 유난히 자녀를 잃은 아픔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 많았다. 아마 세월호 사건의 영향 때문인 거 같다. 자녀를 잃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럼에도 남겨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의 무게를 소설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아픔을 글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아픔을 글로 쏟아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소설의 위대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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