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쓰기, 제일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교때 펜글씨를 시작하면서였다. 그때 당시로서는 너무 좋은 재질의 종이위에 그 글의 의미를 알수없었던 각종 시나 글들이 적혀있던 펜글씨 교본은 하나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될것이다. 사실 어느 책보다도 소중히 들고 다녔다.
처음 삐뚤삐둘한 글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해도 몇 페이지당 한개씩 예제로 나와있던 세로쓰기는 그 생소함과 신비함에서 감히 범할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지곤 했다. 고학년이 되어야 쓸수 있다고 느끼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경계가 있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세로쓰기는 쉬운것이 아니다. 내 나름대로의 세로쓰기 도전에 앞서 필요한 것을 적어본다.
첫째, 글의 아래로 내려긋는 획이 힘이 있어야 한다. 아래로 내려긋는 획이 얼마나 힘과 절도가 있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글로 다가온다.
둘째, 글자의 크기가 동일해야 하며 특히 줄을 확실히 맞추어야 한다. 글자의 크기는 가로쓰기와 세로쓰기시 차이가 눈에 확 뛴다. 특히 내려긋는 획의 길이를 얼마나 조절하느냐도 관건이다. 줄 맞추는 것은 직접 한번 써보면 쉽게 알수 있을것이다.
셋째, 문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로쓰기의 경우도 문단이 줄바꾸기에 큰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로쓰기의 경우는 문단이 중간에서 끊어지거나 하면 묘하게 전체 그림이 성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