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몇 권의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독서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일학년 부터이다. 일주일에 한 권을 목표로 하여 매년 50권을 목표로 잡았으나 2020년까지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었다. 매년 평균 30권 전후였으며 중국 생활 동안에는 팔년을 통틀어 30권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는데 그때의 생활 패턴 변화가 독서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코로나 시국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하여 오년째 연속하여 달성하였다. 2024년에는 읽다보니 어느새 97권으로 마무리하였다. 독서인생의 화양연화라 할 만한 시기였다. 올해도 일단 목표는 50권이다. 다섯 수레의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93권+시리즈(3권)+반복(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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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5-01-08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굿럭! 입니다. 제가 읽은 것도 몇 권 보입니다만 전혀 모르는 책이 참 많습니다.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테니 조급한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고전-문학은 한번 정도 다 읽어보는 것이 거시적인 목표입니다. 이렇게 아예 책을 정해놓고 한 해의 독서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잉크냄새 2025-01-08 20:07   좋아요 1 | URL
네, 출판되어지는 책에 비하여 개인이 읽는 책은 정말로 미미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가 인당 독서량은 적어도 출판은 세계7위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책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죠. 전 어떤 책을 읽다 주파수가 흐르는 방향대로 읽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편식하지 않으려고 계획은 좀 세워봅니다.

숲노래 2025-01-08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책도 읽어 보셔요.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만화책이라면
어른도 어린이도 함께 눈을 밝히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돌아보는 밑자락을 살피는 길에
반가이 맞이할 만하리라 봅니다.

잉크냄새 2025-01-08 20: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숲노래님.
저도 가끔 만화를 읽는데 리스트에는 별도로 정리하지 않고 있어요. 추천하신 책은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마힐 2025-01-08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목표 달성 축하 드립니다! 아마 올해도 쉽게 목표 달성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쉬우면 목표가 아닌데... 차라리 100권으로 목표를 좀 더 올리시는게 어떠세요? ㅎㅎ

잉크냄새 2025-01-08 22:39   좋아요 1 | URL
원래 목표라는 것이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죠. 그래서 한발 두발 나아갈수록 그 괴리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긴 한데,,,, 그냥 50권으로 하고 나머지는 제게 주어지는 선물같은 덤이라 생각하고자 해요.ㅎㅎ

감은빛 2025-01-11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97권이라니. 대단하네요. 제가 읽어본 책은 별로 없네요. 읽지는 않았으나 제목은 익숙한 책들도 있고, 아예 처음 알게된 책들도 많네요. 목표 초과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잉크냄새 2025-01-11 19:56   좋아요 0 | URL
100권을 한번 넘어보고 싶었는데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그래도 페이퍼에서 언급했듯 독서인생의 화양연화이고 다시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여요.

페크pek0501 2025-01-1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훌륭한 기록이네요. 올리신 책 중 제가 읽은 것은 고작 네 권이네요.
저는 1년에 30권만 읽겠습니다. 그리고 기록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어요.
좋은 페이퍼 올리셨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잉크냄새 2025-01-13 18:11   좋아요 0 | URL
책읽기도 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한번 어떤 패턴에 익숙해지면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네요. 갑자기 줄어들거나 하면 영 개운치가 않아요.
저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네요. 당분간은 읽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자이가르니크 효과 (Zeigarnik Effect) 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는 이론이다.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는 심리 현상이 이 효과의 대표적 사례이다. 드라마를 중요한 순간에 끝내는 것도 시청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심리학자 닐 로스 교수는 후회의 심리상태를 비슷한 심리의 연장선상에서 주장한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론에 근거하자면 우리는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하여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 일을 완성했더라면 하는 후회속에서도 끝내 스스로를 정당화하지도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로 든 첫사랑 말고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 하나쯤, 아니 무의식 저 아래에서 건져 올리지 못한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완성하지 못한 자전거 일주 지도는 느닷없이 튀어나와 그 마무리를 요청하곤 한다>


첫 직장을 그만둔 2008년, 새 직장을 얻기 전 일년의 시간을 내어 목표한 것이 있었다. 자전거 전국 일주와 남미 배낭여행이 그것이었다. 퇴사후 이주일만에 급하게 홀로 떠난 자전거 여행은 나보다 일주일 뒤에 퇴사한 선배가 경북 울진에서 동행하게 되면서 우연찮게 동행 여행이 되어버렸다. 원래의 계획은 강화도까지 올라가 임진강을 거쳐 휴전선 일대를 가로질러 동해안에서 마칠 예정이었는데, 중간에 계획이 틀어졌다. 경기도 아산만에 이르렀을때 선배집에 문제가 생겨 다음날 화성 지역에서 이별을 고하고 선배는 수원 방향으로 나는 인천 방향으로 여정을 계속했다. 그때까지는 여행을 마무리할 계획이 없었다. 화성에서 자전거 위에서 허리를 틀어 손을 흔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떠나면서부터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그날 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시화 방조제를 힘들게 넘어갈 즈음부터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헤이함이 함께 찾아오는듯 했고 91년 운행을 마친 소래포구 협궤열차앞에 도착했을때는 자전거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운명적으로 직감했다. 


마지막 날의 오후 질주 속에 벌써 심리적 합리화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버렸는데, 다름 아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희망이었다. 더 높은 곳이 정신적 고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도상 높은 곳이었다. 강화도를 지나 우측으로 꺽는 것이 아니라 황해도 장산곶을 지나 대동강 모란봉을 건너고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 물결을 거슬러 개마고원 황량한 고지대를 지나서 두만강 뱃사공을 옆으로 끼고 동해의 최북단에 도착하여 북한의 동해안 도로를 따라 금강산을 거쳐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거창한 통일 자전거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불가능한 심리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그 순간의 허탈한 심리가 이런 얼토당토한 합리화를 진행하였고 쉽게 굴복한 난 다음 날 미련없이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내가 통일을 지지하는 개인적 사유는 바로 마무리 못한 자전거 여행에 대한 열망이다. 요즘은 아래 위로 또라이들이 정권을 잡은지라 이 소망을 이루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원래 계획인 휴전선을 가로지르는 마지막 질주를 마무리할까 계속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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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2-30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통일을 지지 합니다. 자전거 여행은 함께 하지는 못하겠지만 걸어서라면 금강산 유람하고 백두산 천지까지 함께 가고 싶네요...ㅎㅎ

잉크냄새 2024-12-31 13:22   좋아요 1 | URL
완전한 통일이 아니더라도 중국 - 타이완의 관계처럼 왕래만이라도 허락되는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바로 출발할 겁니다. 자전거든 트랙킹이든...

희선 2024-12-31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와 함께 하다가 혼자가 되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겠습니다 북한쪽은 가지 못해 아쉽겠습니다(기차 타고 러시아까지 가고 싶은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그곳에 가게 될 날이 올지...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네요 휴전선를 가로지르기라도 하시면 좀 나을지...

잉크 님 2024년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2025년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잉크냄새 2024-12-31 13:24   좋아요 1 | URL
네, 처음부터 홀로 떠난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둘이 하나가 되는 경험은 꽤나 허전하더군요. 길 위에 뭔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느낌이 들어 결국 페달을 멈춰 세우게 된 것이죠.

희선님도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5-01-03 0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해서 힘이 들지만 하나씩 다 해결되어 갈 것이라 믿습니다. 자전거도 좋고 걷기도 좋고 차로 해도 좋은 국토여행은 늘 꿈만 꾸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통일이 되어 철도가 모두 복구되면 기차여행을 해보고 싶은 바램이고 나아가서 부산에서 출발해서 유럽까지 기차로 가봤으면 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현실은 Amtrak으로 일단 미국횡단-서부종단부터 해야 하겠지만요.ㅎㅎ 근데 비행기보다 기차여행이 훨씬 더 비싸다는 것이 함정입니다.ㅎㅎㅎ

잉크냄새 2025-01-03 12:09   좋아요 1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반도가 본의 아니게 섬이 되어버려 육지를 통한 이동이 제한된 건 개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큰 불운이죠. 동북아의 끝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기차 여행은 누구나 바라는 소박한 꿈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미대륙 횡단을 꿈꾼 적도 있는데, 지금은 포기한 꿈중 하나입니다. 맘으로 바라는 소박한 꿈들이 천천히 실현되길 기원해 봅니다.
 


아직 토요일 오전 근무가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모두가 떠나간 토요일 오후의 기숙사는 가을비처럼 눅눅하게 젖어있는 느낌이 들곤 했다. 정문 언덕길 초입에서 빌린 <러브레터>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왔던 그 날도 생각보다 일찍 찾아든 어둠이 스멀스멀 기숙사 거실을 찾아 들고 있었다. 을씬년스런 한기에 담요를 두르고 거실벽 한쪽에 기대어 튼 <러브레터>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거실 가득 남겼는데, 눈과 편지와 기억과 추억의 흔적들이 눈발처럼 뒤엉키는 느낌이 들었었다. 눈밭에서 외치던 그녀의 외침이 한동안 거실 구석을 울린 후에, 어둠이 내려앉은 창문을 열고 내 기억의 누군가에게 살짝 외쳐보았다. "오겐키데스카, 아타시와 겐키데스" 


그 느낌처럼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있던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12월 6일 사고사로 운명을 달리 했다. 다른 영화를 찾아보지 않았기에 그저 <러브레터>의 주인공으로만 기억되던 배우이지만 그의 죽음은 뭔가 과거 기억의 어느 한 부분을 살짝 건드려 움찔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대 잘 가시길. 그 곳에서 소식 들려주시길. "아타시와 겐키데스" 라고 소리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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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4-12-18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디오테입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분이시네요. 저도 DVD를 거쳐 blue ray등 영화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비디오테입으로 모은 어린 시절의 영화들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테입이 들어갈 때 덜그럭 하는 소리가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ㅎㅎ 이 영화 주연배우께서 돌아가셨죠... 이분 동생인가가 나카야마 시노부라고 이연걸의 정무문에서 나온 일본배우인 건 최근에 알았네요

잉크냄새 2024-12-19 09:31   좋아요 0 | URL
비디오가 아직도 잘 구동하나 보네요. 비디오가 그 명성을 넘겨준 지가 어언 20년은 다 되어가는데 관리 잘 하신 모양입니다. 비디오 테입이 오래 지나면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현상은 없던가요? 그냥 궁금하네요. 그 소나기도 옛 흔적인지라....그 배우가 동생이었군요. 어딘가 닮은것 같기도 하네요. 하여튼 미모는 유전자의 힘인가 봅니다.

transient-guest 2024-12-19 13:02   좋아요 0 | URL
아직은 잘 돌아갑니다만 문제는 비디오 플레이어 같아요 점점 구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지금 갖고 있는게 부서지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tv도 옛날 브라운관 tv 가 있어 가끔 사용하는데 이것도 문제네요 ㅜㅜ

잉크냄새 2024-12-20 09:28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플레이어뿐 아니라 티브이도 연결잭이 달라 호환이 되지 않겠군요. 중고 시장도 매물이 없을것 같고....고민이시겠어요.

감은빛 2024-12-26 10:32   좋아요 1 | URL
와! 비디오 테입을 갖고 계시다니! 저는 몇년전에 이사하면서 갖고 있던 CD랑 DVD도 다 버렸어요. 이젠 노트북에 CD 플레이어도 없어서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정무문의 그 어여쁜 배우가 이 배우의 동생이었군요. 역시 유전자의 힘이네요.

잉크냄새 2024-12-26 22:17   좋아요 0 | URL
몇년전 창고를 정리하다 90년대에 구입한 aiwa가 아직 멀쩡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플레이어는 멀쩡한데 들어볼 카세트테입이 없어서 여지껏 다시 처박혀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24-12-27 03:38   좋아요 0 | URL
아날로그기계나 매체가 더 오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CD등 디지털은 아주 조금만 망가져도 못 쓰게 되는데 비디오나 카세트테입, LP는 더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4-12-26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배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 찍기 전에는 배우로서의 이미지 보다는 아이돌이였다고, 이 영화 하나로 유명해졌다고 들었어요. 이와이 슌지 감독도 그래서 더 부담이었다고 들었어요. 세심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데, 과연 이 배우가 잘 해줄지 확신이 없었다고.

저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떠올리면 [4월 이야기] 라는 영화가 먼저 떠올라요. 진짜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우산을 든 여주인공의 얼굴이 긴시간 잊혀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잉크냄새 2024-12-26 22:13   좋아요 0 | URL
잊혀지지 않는 어떤 순간들이 존재하는 영화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가 봅니다. 전 러브레터에서 여배우가 눈덮힌 산을 향해 ‘오겡키데스까‘라고 외치는 잔상이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 곳이 훗카이도 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영화 이후 훗카이도를 꼭 가봐야겠다는 환상이 생겼어요.

transient-guest 2024-12-30 09:40   좋아요 0 | URL
저는 4월 이야기의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 시절 일본영화의 감성도요
우산을 든 마츠 다카코의 모습은 지금 봐도 너무 설렙니다 ㅎㅎ

감은빛 2024-12-30 11:31   좋아요 1 | URL
아, 그 배우 이름이 마츠 다카코군요. 이상하게 그분 얼굴은 선명히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시절 제 여동생이 큰 비디오 테이프 유통회사에서 일했었고, 당시 판촉물로 나온 티셔츠(마츠 다카코 님이 빨간 우산을 든 포스터 사진이 박힌)를 저에게 갖다줘서 꽤 오랫동안 입고 다녔었네요. ㅎㅎ

잉크냄새 2024-12-30 14:40   좋아요 1 | URL
저도 일본 특유의 감성을 지닌 영화들이 좋더군요. 이와이 슌지를 이어 요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이 재밌더군요.
우산을 든 마츠 다카코를 검색해보니 역시 미인이네요. 설레일만합니다. ㅎㅎ
 

'오죽하면'


하루 종일 이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굥의 뜬금없던 계엄령 선포 만큼이나 그 실체를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가늠하기가 어려운 말이다. 굥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그의 부역자들이 내뱉은 단어 하나가 사람을 이토록 서글프게 만든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슬쩍 던지던 내각 총사퇴니 굥의 탈당이니 탄핵이니 하는 모든 말들을 저버리고 신속한 태세 전환을 하고 말았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와 실패한 쿠데타는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넘어가면 과연 쿠데타를 처벌할 근거는 존재나 할까. '오죽하면' 이란 이 불쌍한 단어 하나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버리고 스스로 파렴치하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 인면수심의 파렴치함에 하루 종일 치가 떨린다. "쿠데타, 까짓것 그냥 한번 해봤어"라고 말하는 내란수괴와 "쿠데타, 까짓것 오죽하면 그랬겠냐"라는 부역자들, 그리고 "쿠데타, 까짓것 한번 해 줘봐. 오빠"라고 굥을 가스라이팅 했을 대통년까지...치가떨린다.    


매년 학자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굥의 집권이래 2022년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나 고치지 아니 한다), 2023년 견리망의(見利忘義:이를 보면 의를 잊는다)은 해당년의 모습을 유의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2024년은 무엇일까. 하나 제안해본다. 2024년은 오죽하면(烏竹何免)이다. 그 의미하는 바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자 내뱉은 파렴치한 면죄부로 썩은 동아줄임이 금방 밝혀진다."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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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착지에서의 이동성을 고려하여 주로 낮시간대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인데, 가끔은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야간 비행을 경험하게 된다. 대합실에서의 긴 대기 시간이 불편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날개 끝에서 피어오르던 노을의 향연을 본다던지, 뾰족히 박힌 별의 뒷통수를 본다던지 하는 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 가끔은 연착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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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12-03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니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 이 떠오르는군요. 만약 혼자서 밤하늘을 난다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고독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듯요. 연착하는 날을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기는 날로 받아들이시는 님의 자세, 바람직한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24-12-03 22:31   좋아요 1 | URL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생텍쥐베리는 아마 고독에 더 가까운 비행을 했을것 같네요. 어쩌면 고독을 추구하는 비행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감은빛 2024-12-26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이 정말 멋져요. 저는 어딘가 먼 곳을 간다면 열차도 비행기도 밤에 도착하는 것이 좋아요. 왠지 밤에 낯선 곳에 도착한다는 것이 더 설레는 일이라고 느껴져요.

잉크냄새 2024-12-26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여행중에는 주로 밤에 이동합니다. 시간과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배낭 여행시에 유용하죠. 또한 말씀하신대로 낯선 곳에 도착했을때의 설레임이 더 배가되곤 합니다. 이스탄불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맞이하던 이슬비 내리던 봄날의 새벽이라든가, 시와 사막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 맞이한 일출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