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雨 , 봄비를 이름으로 가진 동네 형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속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형은 동네 골목대장이었다. 그 형은 5살 위인데 동네에서 내 위로 5살 터울 사이에 몇명이 없어서 어린 시절을 거의 같이 보냈다. 턱과 손등에 커다란 갈색의 점이 아직도 눈에 선한 그가 오늘 문득 떠오른다.

그의 집은 만물상이었다. 창호지 문을 열면 벽위에 위치한 이불대 밑으로 희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라디오 트랜지스터, 계급장, 우산대로 만든 소총, 우표, 낡아빠진 책, 나비 표본....동심을 잡아끄는 물건들이 산재했다. 우리는 그 방에 모여 후라이팬에 빠다를 발라 메뚜기를 구워먹고 입심이 남달랐던 형의 무용담을 밤새 듣다 잠이들곤 했다. 격렬했던 옆동네와의 언덕배기 고수 전투에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즐거웠던 시절의 한구석에 그는 사람좋은 웃음으로 항상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서글펐던 기억으로 더 남는다. 이런 생각을 한것은 물론 그 당시의 일은 아니다. 한참이 지난후의 일이다. 그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소문난 주정뱅이였다. 형의 어머니도 술주정과 구타를 피해 어디론가 달아났다. 술에 취한 날은 어김없이 욕설과 구타가 난무했으며 그는 아버지를 피해 언덕으로 급히 도망갔다. 그를 따라 우리도 같이 뛰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산과 바다를 뛰어다녔다.

어느 눈내린 겨울 아침이었다. 집에 기르던 개가 개집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개집안을 살펴보니 형이 개집에서 자고 있었다. 밤새 개를 껴안고 잠이 들었었던 모양이다. 형을 집안으로 불러들인 어머니가 형집에 달려가서 한참을 큰소리로 미친 주정뱅이가 애를 잡으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아마 한밤중에 술주정과 구타에 못이겨 도망쳐 찾아들어간 곳이 개집이었던 모양이다. 오들오들 떠는 형을 아랫목에 앉히고 아침을 먹이며 어머니는 " 불쌍한것, 너의 엄마가 도망간 걸 이해해라" 고 말하곤 했다. 그래도 철없던 나는 마냥 즐거웠다. 그와 잠시후면 놀러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생각해도 눈물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울고 있었을것 같은데...  

형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론가 취직을 해서 떠나면서 우리들의 어릴적 추억도 끝이 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사춘기를 거치고 어른이 되었다. 언젠가 그 형의 결혼소식과 딸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어렴풋이 들은것 같다. 도망간 형 어머니의 죽음도 전해들었다. " 아~ 형은 이렇게 또 살아가고 있구나" 하며 참 무심하게도 살아왔다. 가을바람속으로 어렴풋한 기억 한조각이 떠오르는 걸 보니 가을인가보다. 올 추석에는 끊어진 소식이나마 다시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술 한잔 기울이며 그때 눈물을 흘렀는지 물어봐야겠다. 아마 허허 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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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春雨...봄비...봄비처럼 이상야릇하게 울적한 감흥이 젖는군요...그 분이 행복하시길..

stella.K 2004-08-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둘러보면,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춘우 형님이란 분, 모르긴 몰라도 오래도록 잉크님 어머니를 잊지 못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어려울 때 나에게 따뜻하게 해 준 사람을 잊지 못하는 법이거든요. 얼마나 다행인지...
춘우형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진주 2004-09-01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고생한 사람들이 가정을 잘 일군다고 하더라구요.
춘우형님이란 분도 어디선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게 계시겠죠.
이야기를 엮어가는 잉크님의 글솜씨가 아주 돋보이네요.

ceylontea 2004-09-0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같은..그것도 잔잔한 소설같은 이야기입니다.. 그 분 행복하시기를..

Laika 2004-09-0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살다간 누군가가 생각났었답니다. 정말, 잉크님 글 읽을때마다 단편소설 같다는 생각들어요.... 저도 그 분 행복하시길...

잉크냄새 2004-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다시 만나면 서글픈 이야기보다는 즐거웠고 신나게 뛰어다녔던 그 시절의 추억을 더 소중하게 이야기할것 같아요. 어차피 지나간 일들은 슬프건 기쁘건 추억으로 이야기할수 있을테니까요.

미네르바 2004-09-0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와서 생긴 버릇 중에 하나가 옛날 일을 잘 떠올린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해서 또 글 하나 쓰고...^^ 그 오래된 기억들이, 그 당시에는 슬프고, 남루해 보여도 세월이 갈수록 참 정겹고, 그리워져요. 아마 그 춘우형이란 분 만나면 즐거웠던 일만 떠올릴 것 같아요. 아니, 설령 슬펐던 일이라도 세월의 힘이 그 슬펐던 일을 그리움으로 전환시켜 줄 것 같아요. 올 추석 때 그 분 만났으면 좋겠네요.

잉크냄새 2004-09-0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은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님의 말씀처럼 모든 아픔, 슬픔을 그리움으로 바꾸어버리네요.
 

회사 공지사항에 금연규정이 올라왔다. 지정된 휴게실의 흡연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에서 흡연 발각시 1차는 시말서요, 2차는 징계위원회 회부라고 한다. 몇년전 금연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후로 금연규정에 관하여 몇차례 올라온 적은 있었다. 그 이후 사무실에서의 흡연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회의실과 화장실의 흡연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거기에 한몫했다. 하지만 이번건은 분위기가 심상찮다.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꽤나 고생할것 같다.

이제 흡연이 가능한 공간은 휴게실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흡연실이다. 너구리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공간에 들어앉아 피우는 담배는 맛이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처럼 화장실에서 몰래 피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애연가들의 주장처럼 담배피울 권리에 대하여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금연을 해볼까 생각중이다.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담배와 관련된 일들이 살포시 떠오른다.

1. 어디서 담배연기는 남의 애을 끊나니

흡연자들이 담배를 가장 애타게 떠올리는 곳이 화장실이다. 이번 금연규정에서 화장실을 가장 크게 언급한것도 그런 이유이다. 엉터리 의학 상식인 담배 연기의 흐름과 대장운동의 연동작용이 습관처럼 굳어져버렸다.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휴지와 동일하다. 화장실에 들어앉아 휴지가 없을때의 황당함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흡연자들의 화장실 흡연욕구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성웅 이순신조차도 그런 욕구를 시조로 남겼다고 한다. 몇백년의 세월을 초월하여 애연가들의 가장 선호하는 시조로 자리잡았다.이 시조는 한산대첩을 하루 앞두고 변비에 걸려 찾아간 화장실에서 애타게 읊조리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수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변기에 홀로 앉아
큰 신문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담배연기는 남의 애를 끊나니

2. 식후연초는 불로초라

화장실의 흡연 욕구만큼이나 참기 어려운 것이 식후에 피우는 담배이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엉터리 의학이 담배 연기와 소화 촉진제 분비의 상관관계이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후식정도라고나 할까. 국없이 밥을 먹은 경우나 식사후 이를 닦지 않은 기분을 상상하면 쉽게 짐작할수 있다.

불로장생을 애타게 원했던 진시황이 마지막에 사용한 방법이 식후연초라는 얼토당토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김삿갓 또한 방랑시절 십여차례 찾은 금강산에서 후세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통제에 의하여 뒷부분이 삭제된 명언을 소개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식후연초는 불로초라

3.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참을 인자 석자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다. 붓과 벼루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을 인자 석자의 노릇을 하는 것이 담배이다. 담배를 피우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문제를 돌이켜보고 흥분한 마음을 추스릴수 있는 것이다. 내뿜은 담배연기에 내부에 들어앉은 불만의 덩어리들을 그렇게 날려보내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그 곳에서 친구처럼 나를 위로해주는 것이 담배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픔도 서글픔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차피 담배연기처럼 허망한 것임을 후우~ 하고 품어내곤 했다. 나쁜 친구라고 표현해도 좋을것이다. 가끔은 기대어 울수 있는 어깨를 대신해주곤 했으니까. 그래서 아마 나에게는 이것이 금연의 가장 큰 적일것이다.

오상순의 호는 공초(空超)이다. 그의 호를 꽁초라고 잘못 알고 참 지독한 애연가인가 보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 문학가들이 지독한 애연가인 경우가 많았다. 나도 그들도 담배에서 허망하고도 작은 행복을 떠올렸을까. 여기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천상병 시인의 작은 행복을 한구절 올린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9월 1일부터 단속이 시작된다. 추잡스럽게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에 금연을 다시 시도하고자 한다. 금단 증상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나 오랫동안 사귀던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는 기분이 든다. 나쁜 친구지만 그래도 어렵고 힘든 시절을 같이 걸어온 그림자같은 친구, 이제는 안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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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2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요. 성웅 이순신 장군께서 어찌감히 저런 시조를 읊었을까요? 금연, 잘 생각하셨습니다.^^

Laika 2004-08-2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담배 때문에 병이 나셨는데도 그 친구 떠나보내기를 어찌나 어려워하시던지..
처음엔 이해름 못했는데, 의지가 강하신 분이 자식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그랬던 그 심정을 지금은 쬐금 이해를 할수있을것 같아요...
그래도 잉크님은 젊을 때 그 친구 떠나보내세요...몸에 안좋잖아요...
(9월 1일부터 저도 잉크님을 불시검문 합니다.^^ )

진주 2004-08-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상순의 호를 공초라고 지은 이유가 애연가였기 때문이라는 글 어디서 줏어 읽었는데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머리 식히러 나오면
휴게실 옥외에 쇠창살로 얼기설기 엮은 흡연실이 있어요.
더구나 4층이라 나무도 한 그루 안 보이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그곳에.
그러나 언제나 남자들이 박실박실 모여 하얀구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죠.
담배는 피우는 폼이라도 멋있어야 될텐데
그렇게 죄수-아니면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쇠창살에 갖혀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피워야 하는지......
우리는 음료수나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감상했어요.
참 불쌍한 사람들 ㅉㅉㅉ...이러면서요.......ㅡ.ㅡ
(듣기 언짢으시죠? 그럼... 끊으세요...)


갈대 2004-08-2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저는 태어나자마자 5평짜리 전세방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줄곳 23년을 간접흡연에 시달려온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폐가 안 좋았습니다. 비흡연자의 입장에서 담배연기로 꽉 찬 화장실에 들어가는 기분이 어떤지 흡연자는 조금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과감히 담배라는 나쁜 친구를 떨쳐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잉크냄새 2004-08-2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의 격려와 감시(?)에 힘입어 금연을 다시 시도할 예정입니다. 아마 9월부터는 제 서재에서 담배냄새는 나지 않을겁니다.
언젠가 "노화방지에 좋은 담배" "피부미용에 좋은 담배"등등 유익한 담배가 발명되면 그때는 다시 옛추억 되살리며 피워야죠.^^

icaru 2004-08-2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부 미용에 좋은 담배라...흐흐흠...

이건 딴소리인데....요즘...조모시기가 광고하는 미래파 마스크팩이...동이 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던...얘기가 생각나네요.. 근데...이만원 정도에 팩 달랑 다섯개 들었데요...

남자 화장품 원래 이케 비싸나??

미네르바 2004-08-30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홧팅!!! 꼭 금연에 성공하시길 바래요. 그런데 담배가 백해무익한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군요. 한 가지 정도는 유익한 것도 있군요. 외로울 때, 어렵고 힘들 때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렇지만 이젠 그 친구와 작별을 고해도 될 듯 싶어요. 대신 괜찮은 친구를 만들던지요.^^ 담배보다 훨씬 유익한 친구...

잉크냄새 2004-08-3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킨이나 로션말고는 사보지 않아서 조모시기가 하는 팩은 모르겠네요.
이제 하루 남았네요. 이번에는 꼭 끊을 예정입니다. 담배는 무조건 백해무익입니다. 그냥 배운것이 도둑질이라고 습관처럼 굳어버려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기에 그러했던 거지요.

ceylontea 2004-08-3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MSN 닉으로...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이 뜨는 것을 봤는데... 무엇인가 했더니.. 천상변 시인의 시였군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금연에 성공하세요.

잉크냄새 2004-08-3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SN 닉네임 멋지네요. 내일부터 금연돌입입니다.^^
 

개밥바라기. 어제 박가분 아저씨님의 서재에 올리신 시중에 나온 단어이다. 언뜻 야생화 이름 같은 이 단어가 저녁에 떠오르는 금성이라고 한다. 새벽녘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금성이 [ 샛별 ]이고, 저녁 무렵 떠오르는 금성이 [ 개밥바라기] 라고 한다.


여기 박가분 아저씨님의 서재에 올라온 [ 개밥바라기 ]시를 하나 올린다.

[개밥바라기 추억]-장하빈

겨울 금호강가에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등에 업혀 새록새록 잠들다가
어두운 강물속으로 사라져간 개밥바라기

하얗게 얼어붙은 강 어귀에서
모닥불 지펴놓고 그를 기다렸다

한참 뒤, 폭설 내려와
강의 제단에 바쳐지는 눈발 부둥켜안고
모래톱 돌며 齊(제)를 올렸다

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

초저녁 저녁을 먹고 마당에 나와 개에게 밥을 줄때쯤에 금성이 떠오르기에 [ 개밥바라기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어의 어감이나 의미가 참 재미있다. 해라바기와 어감이 비슷한것 같기도 한다. 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 개밥바라기의 의미로 너무 아름답다.

우리가 기억하는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명칭이 많은 것 같다. 오리온, 카이오페이아, 페르세우스....등등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관이 되거나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의 이야기와 관련된 것은 기껏해야 견우성, 직녀성 정도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이 아가씨에게 소근소근 말해주던 별자리의 이야기처렴 우리의 옛날 이야기 한 자락 품고 있는 별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견우별과 직녀별 : 여름철의 은하수 길을 사이에 두고 뜨는 거문고자리와 독수리 자리. 견우직녀의 옛날이야기로 한국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베틀의 북 : 일반적으로 알려진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년에 한번 칠월칠석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붙어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견우에게 궁궐 생활은 따분했고, 놀기만 하던 견우에게 직녀가 슬슬 실망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런 견우에게 화가난 직녀가 베틀을 돌리다 창밖에서 놀고 있는 견우에게 화가 나서 베틀의 북을 집어던졌고 그것이 견우의 머리를 맞고 튕겨나간 것이 베틀의 북이란 별자리다. 견우별 옆의 돌고래 자리의 마름모꼴이 바로 그것이다.

선녀별 : 견우별의 또 다른 명칭이다.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로 알려져 있다. 견우별 옆의 작은 두별이 선녀가 안고 하늘로 올라간 두 아이들이다. 나무꾼들이 눈물지으며 바라볼만한 별이다.

짚신할배와 할매 : 견우별과 바로 옆의 두별 , 직녀별과 바로 옆의 두 별이다. 이 두 별무리를 짚신을 짜는 다정한 할배와 할매의 모습으로 부른다.

닻별 : 일반적으로 카시오페이아로 알려진 별자리이다. " W " 의 모양에서 가운데를 위로 쭉 잡아당기면 영락없는 배의 닻이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주로 언급되어지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 한밤중 모깃불 피우고 바라보는 은하수길을 사이에 두고 환하게 반짝이는 그 별이 가장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여름의 밤하늘은 바로 은하수와 견우성, 직녀성의 잔치판이다. 우리의 옛이야기와 관련된 별자리 좀더 애정을 가지고 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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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8-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틀의 북'에 얽힌 사연이 재밌네요. 견우는 직녀에게 완전히 잡혀 살았던 모양입니다^^

호밀밭 2004-08-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이름도 잘 모르고 별과 관련된 추억도 없는 듯해요. 저는 제가 별 이름을 알아볼 생각은 안 하고 별 이야기를 들려 줄 목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나라 별들 이름도 예쁘네요. 알았던 별 이름보다 몰랐던 게 더 많아요. 나무꾼이 눈물 흘리며 바라보았을 선녀별 이야기는 참 슬프네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08-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자리. 자꾸만 설 자리를 잃는 소중한 기억중 하나죠. 우리나라 별자리 관련 전설을 좀 알아봐야겠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는 더 정감이 가는것 같아요.
그리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기에 좋은곳 중의 하나가 진고개 넘어가는 길입니다. 차도 별로 안 다니는 길인데 전 가끔 지나가다 차 세우고 바라보곤 해요. 천체 망원경도 필요없고 신이 저에게 부여한 거리, 오직 시력으로만 바라봅니다. 그것이 더 넓게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진주 2004-08-2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고개-
어릴적(중1?)에 읽었던 현진건의 작품 희생화에 진고개가 나왔다고 불현듯 생각나요.
그 진고개에 별이 쏟아진다니 괜히 반갑네요^^
아는 척 하고 갑니다^^;;;

미네르바 2004-08-3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별이름이 참 곱고 예쁘네요. 저도 처음 '개밥바라기'라는 이름만 듣고는 야생화 이름인 줄 알았어요. 가을날, 진고개에서 바라보는 별들은 더 순수하고, 더 총총할 것 같고, 더 많이 반짝일 것 같아요. 이번에 진고개 가면서 너무나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어요. 님은 좋겠어요. 가끔씩이라도 그 길을 갈 수 있으니^^

잉크냄새 2004-08-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진고개 정상에서 찍은 사진 보았어요. 저도 이번주에 진고개를 넘어서 고향에 갔다왔는데 올 가을에는 밤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더 순수하고 더 반짝이고 더 총총한 별을 보러 가고 싶네요.

ceylontea 2004-08-3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예쁜 사진과 별 이야기... 추처언~~!! ^^

잉크냄새 2004-08-3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도 야생화와 같아서 애정을 가지고 오래 보아주어야 합니다.^^
 
 전출처 : stella.K >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심순덕 -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출처 : [이소현님 미니홈피]Tomorrow never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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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2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가끔 외할머니 이야기 하시면서 눈물짓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 언제 들어도 언제 불러보아도 가슴 한구석 짠해지다가도 따스해지는 어머니.
남은 여생 항상 기쁘고 웃음짓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04-08-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뭉클한 마음 저에게도 전해 옵니다.^^

水巖 2004-08-2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 보아도 가슴 뭉클한 어머님 이야기. 어머님의 남은 여생을 이야기 하시는 잉크냄새님은 행복하신 분에 틀림이 없습니다.

icaru 2004-08-2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재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그 이후로 저희 엄마도 부쩍 늙으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직까지 엄마가 있어서 잘 모르는데.... 엄마를 여읜 저의 엄마의 저 허전한 심정은 부쩍 는 흰머리로...대신하는구나...라는 생각....

아...참...!! 오랜만이죵? ^^

호밀밭 2004-08-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한테 미안한 게 너무 많아요. 외할머니께도요. 외할머니 돌아가셨는데 별로 슬퍼하지 않아서 죄송해요. 저희 엄마도 요새 너무 많이 나이 들어 보여서 맘이 아파요. 조카들이 있으니까 할머니이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안 늙으시면 좋겠는데 아빠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서 속상해요.

잉크냄새 2004-08-2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의 말씀을 들이니 진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복순이 언니님 너무 반갑고 호밀밭님의 애틋한 마음도 느껴지네요.
 
 전출처 : 진주 > 잉크냄새님의 서재에서 느낀 것

알라딘에 서재를 개설한지가 일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여태 수업준비를 위해 책을 정리하는 정도로 서재를 이용해 왔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 였나? 아무튼 불과 얼마전에 알라딘을 둘러보다가 다른 서재들을 둘러 볼 기회가 생겼다.

"페이퍼"를 통해 다양하게 자신의 서재를 운영하면서 다른 서재 주인들과 다정다감하게 소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 가운데 "잉크냄새"님의 서재를 보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아직 그의 서재를 샅샅이 다 둘러 보진 못했지만 리뷰와 페이퍼를 읽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느껴졌다. 성별은 남자일거고(혹시 아닌가?ㅎㅎ) 나이는 나보다 대여섯 살 정도 아래. 그리고 성실하면서 섬세한 성품에 마음은 여리고 따뜻하리라고-  소문에 의하면 미적감각도 대단하다는데 그 말도 맞을 것 같다.

수업나가기 전 아침에 잉크님의 서재를 잠깐 들렸을 뿐이었는데 간간이 서재에서 본 이야기가 떠올라 오늘 하루 내내 마음이 포근했다.

며칠 전 잉크님이 이벤트를 열었다. 축구시합에서 자신이 예측한 스코어를 알아맞추라는 아주 주관적인(ㅋㅋ)문제에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다. 두 사람이 당첨되었는데 한 사람에겐 책, 한 사람에겐 커피잔과 수첩을 보냈나 보다. 나는 잘 몰랐지만 이런 이벤트는 알라디너들만의 특이한 행사였다. 알라딘 본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서재주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서로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잉크님의 서재에서 본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선물을 받은 님(스텔라님이라고 기억남)이 보내준 물건에 감격하여 소상하게 페이퍼에 올렸던 것이다.
포장은 어떠하고 물건은 어떠어떠하더라 하며~  하도 소상하게 밝혀서 글만 읽어도 잉크님이 얼마나 정성을 다하여 선물을 보냈는지가 짐작이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왜 그리 흐뭇하던지!
낯모르는 이에게 성심껏 포장을 하는 이의 손길도 아름답고 그 정성을 알아보는 눈도 순박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다른 이들도 참 예뻤다.많은 사람이 응모했는데(나도 응모했는데 흑~) 그렇게 예쁜 선물을 못 받은 것이 서운하기도 할텐데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바쁜 삶 가운데서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내면을 가꾸어 온 사람들이라 역시 그들의 우정도 순수하고 아름다운가 보다. 나는 억지가 아닌 자의에 의해 선물을 보낸 것이 언제였던가!  나도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낯모르는 이들과 그런 즐거움을 나누고 싶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조촐한 선물이라도 순수한 마음을 실어 나눌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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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잘것 없는 서재를 좋게 바라보신 박찬미님의 글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님의 말처럼 이곳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고 소중한 하나하나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를 만들어가는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지친 날개를 쉬어가는 곳, 올해 무더운 여름날 알라딘의 고마운 주인장들은 나에게 시원한 그늘이었다.

진주 2004-08-2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내가 쓴 걸 보니까 좀 쑥스럽네요~~헤^^;
저는 지금 막 잉크뚜껑 닫고, 커텐 치고, 불끄고 나가려고 하는데 잉크님이 제 글 퍼간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래서 따라 나왔지요. 지금 안 주무시고 여기 계신거죠? 아~ 이거 재밌네^^
아웅~ 졸려라. 앞으로도 서재를 통해 좋은 일 많이 있길 바라며 갑니다. 안녕히....

stella.K 2004-08-2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찬미님이 잘 보셨어요!!
저에겐 잉크님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이고, 잉크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도 행운이어요.
나에겐 왠만해서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행운이 내게 주어졌는지 지금도 미소가 나와요.^^
요즘도 주신 컵에다 매일 커피와 함께 서재질 열심히 합니다. 하하.
수첩은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구요. 아마 영원히 못 쓸지도...너무 예뻐서.^^

호밀밭 2004-08-2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곳 알라딘은 그 사람이 보이는 듯 해서 좋아요. 찬미님이 보신 잉크냄새님과 제가 본 잉크냄새님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비슷한 듯해요. 선물 받으신 스텔라님 부러웠어요. 저는 그 축구 답을 참 하늘에 공중볼 차듯이 써 버려서 후회하고 있다니까요. 여름의 끝에서 서재 분들 모두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ceylontea 2004-08-2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찬미님이 쓰신 글을 읽으니..제 마음도 따뜻해 집니다.. ^^
잉크냄새님은 바로 그런 분이지요.. ^____^

Laika 2004-08-2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잉크님도 멋지시고, 잉크님을 탐색하고 멋지게 글을 써주신...찬미님도 멋지십니다. 너무 멋진 사람들 때문에 잠잘 시간이 부족한게 문제라니까요...^^

icaru 2004-08-2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잉크냄새 2004-08-2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죠? 여러분 모두 저에게 소중한 분이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