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 어제 박가분 아저씨님의 서재에 올리신 시중에 나온 단어이다. 언뜻 야생화 이름 같은 이 단어가 저녁에 떠오르는 금성이라고 한다. 새벽녘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금성이 [ 샛별 ]이고, 저녁 무렵 떠오르는 금성이 [ 개밥바라기] 라고 한다.


여기 박가분 아저씨님의 서재에 올라온 [ 개밥바라기 ]시를 하나 올린다.

[개밥바라기 추억]-장하빈

겨울 금호강가에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등에 업혀 새록새록 잠들다가
어두운 강물속으로 사라져간 개밥바라기

하얗게 얼어붙은 강 어귀에서
모닥불 지펴놓고 그를 기다렸다

한참 뒤, 폭설 내려와
강의 제단에 바쳐지는 눈발 부둥켜안고
모래톱 돌며 齊(제)를 올렸다

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

초저녁 저녁을 먹고 마당에 나와 개에게 밥을 줄때쯤에 금성이 떠오르기에 [ 개밥바라기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어의 어감이나 의미가 참 재미있다. 해라바기와 어감이 비슷한것 같기도 한다. 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 개밥바라기의 의미로 너무 아름답다.

우리가 기억하는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명칭이 많은 것 같다. 오리온, 카이오페이아, 페르세우스....등등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관이 되거나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의 이야기와 관련된 것은 기껏해야 견우성, 직녀성 정도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이 아가씨에게 소근소근 말해주던 별자리의 이야기처렴 우리의 옛날 이야기 한 자락 품고 있는 별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견우별과 직녀별 : 여름철의 은하수 길을 사이에 두고 뜨는 거문고자리와 독수리 자리. 견우직녀의 옛날이야기로 한국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베틀의 북 : 일반적으로 알려진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년에 한번 칠월칠석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붙어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견우에게 궁궐 생활은 따분했고, 놀기만 하던 견우에게 직녀가 슬슬 실망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런 견우에게 화가난 직녀가 베틀을 돌리다 창밖에서 놀고 있는 견우에게 화가 나서 베틀의 북을 집어던졌고 그것이 견우의 머리를 맞고 튕겨나간 것이 베틀의 북이란 별자리다. 견우별 옆의 돌고래 자리의 마름모꼴이 바로 그것이다.

선녀별 : 견우별의 또 다른 명칭이다.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로 알려져 있다. 견우별 옆의 작은 두별이 선녀가 안고 하늘로 올라간 두 아이들이다. 나무꾼들이 눈물지으며 바라볼만한 별이다.

짚신할배와 할매 : 견우별과 바로 옆의 두별 , 직녀별과 바로 옆의 두 별이다. 이 두 별무리를 짚신을 짜는 다정한 할배와 할매의 모습으로 부른다.

닻별 : 일반적으로 카시오페이아로 알려진 별자리이다. " W " 의 모양에서 가운데를 위로 쭉 잡아당기면 영락없는 배의 닻이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주로 언급되어지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 한밤중 모깃불 피우고 바라보는 은하수길을 사이에 두고 환하게 반짝이는 그 별이 가장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여름의 밤하늘은 바로 은하수와 견우성, 직녀성의 잔치판이다. 우리의 옛이야기와 관련된 별자리 좀더 애정을 가지고 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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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8-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틀의 북'에 얽힌 사연이 재밌네요. 견우는 직녀에게 완전히 잡혀 살았던 모양입니다^^

호밀밭 2004-08-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이름도 잘 모르고 별과 관련된 추억도 없는 듯해요. 저는 제가 별 이름을 알아볼 생각은 안 하고 별 이야기를 들려 줄 목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나라 별들 이름도 예쁘네요. 알았던 별 이름보다 몰랐던 게 더 많아요. 나무꾼이 눈물 흘리며 바라보았을 선녀별 이야기는 참 슬프네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08-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자리. 자꾸만 설 자리를 잃는 소중한 기억중 하나죠. 우리나라 별자리 관련 전설을 좀 알아봐야겠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는 더 정감이 가는것 같아요.
그리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기에 좋은곳 중의 하나가 진고개 넘어가는 길입니다. 차도 별로 안 다니는 길인데 전 가끔 지나가다 차 세우고 바라보곤 해요. 천체 망원경도 필요없고 신이 저에게 부여한 거리, 오직 시력으로만 바라봅니다. 그것이 더 넓게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진주 2004-08-2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고개-
어릴적(중1?)에 읽었던 현진건의 작품 희생화에 진고개가 나왔다고 불현듯 생각나요.
그 진고개에 별이 쏟아진다니 괜히 반갑네요^^
아는 척 하고 갑니다^^;;;

미네르바 2004-08-3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별이름이 참 곱고 예쁘네요. 저도 처음 '개밥바라기'라는 이름만 듣고는 야생화 이름인 줄 알았어요. 가을날, 진고개에서 바라보는 별들은 더 순수하고, 더 총총할 것 같고, 더 많이 반짝일 것 같아요. 이번에 진고개 가면서 너무나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어요. 님은 좋겠어요. 가끔씩이라도 그 길을 갈 수 있으니^^

잉크냄새 2004-08-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진고개 정상에서 찍은 사진 보았어요. 저도 이번주에 진고개를 넘어서 고향에 갔다왔는데 올 가을에는 밤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더 순수하고 더 반짝이고 더 총총한 별을 보러 가고 싶네요.

ceylontea 2004-08-3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예쁜 사진과 별 이야기... 추처언~~!! ^^

잉크냄새 2004-08-3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도 야생화와 같아서 애정을 가지고 오래 보아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