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미술관 여행 - 자연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북유럽 미술관을 가다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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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지수 높은 북유럽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문화 공간을 누리고 있을까요?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 저자가 <북유럽 미술관 여행>에서 낱낱이 보여줍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미술사에서 북유럽에 속하는 네덜란드까지 북유럽 5개국 미술관과 공공도서관, 문화 공간 30곳을 소개합니다.


해외여행 중에서도 비싼 여행 비용에 쉽사리 가기 힘든 북유럽 여행에서 굳~이 미술관을 찾아간다? 한 곳 정도는 들를 수 있겠지 싶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상상했던 북유럽 이미지를 품은 문화 공간이 가득하거든요.





북유럽 문화 예술 메카로 변신 중인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합니다. 루브르 <모나리자>만큼이나 유명한 <절규>가 있습니다.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을 보면서 잠깐 스쳐 지나간 오슬로만으로도 당시 좀 놀랐었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어둑어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 소설 속 배경으로만 접했던 도시였거든요.


<북유럽 미술관 여행> 속 오슬로의 모습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혁신의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뭉크 미술관은 재활용 자재를 활용한 13층 고층 빌딩입니다. 작가 한 사람을 기념하는 미술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도대체 이 건물을 채울 만한 작품들이 있다는 것부터 의아했는데요.


나치가 노르웨이를 점령했을 때 자신의 작품이 불태워질까 오슬로 시에 2만 8,000점 이상을 뭉크가 직접 기증했다고 합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노트, 개인 서류, 가구 등 그야말로 뭉크 자신의 모든 것을 넘긴 셈입니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탁월했군요.


<절규>만 해도 세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유화, 판화, 드로잉 버전의 <절규>가 한 시간씩 랜덤으로 돌아가며 공개됩니다. 작품 보호를 위해 잠깐씩만 공개하는 겁니다. 꽤 오랜 시간 머물면 세 버전을 다 보고 나올 수는 있습니다.


대표작 <절규>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대작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절규> 때문에 생긴 선입견을 깨뜨리는 화사한 작품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노르웨이의 자연을 오롯이 품은 키스테포스 뮤지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미래를 위한 스웨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동화 같은 핀란드 아모스 렉스, 고흐 마니아들의 성지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 등 유서 깊은 미술관부터 신생 미술관까지 북유럽 문화의 자연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공간 30곳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유명한 장소 외에도 숨은 명소도 소개합니다. 그중 스웨덴의 티엘 갤러리는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스톡홀름 유르고르덴 섬에 위치해 배를 타고 가야 해서 마음먹고 출발해야 합니다.


미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티엘이라는 사람의 개인 저택에서 국립미술관이 된 티엘 갤러리. 그래서인지 옛 주인의 흔적이 곳곳에 있는 내부 구조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뭉크의 작품은 물론이고 철학자 니체 사망 직후 만들어진 데스마스크도 있다고 합니다. 니체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티엘의 컬렉터로서의 열정이 빛나는군요.


이 섬에는 권력 대신 예술을 선택한 스웨덴 왕자 에우옌의 미술관도 있습니다. 왕자가 직접 살던 주거지를 개조한 미술관이라 티엘 갤러리처럼 왕자가 살던 맨션 내부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그저 작품을 감상하는 곳만이 아닙니다. 주변 자연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통해 도심 속 오아시스가 되어주는 미술관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도 거울못 호수 덕분에 방문할 때마다 심신이 평화로워집니다. 전시 공간을 넘어 레저와 휴식의 결합으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북유럽 미술관 여행을 떠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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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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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문화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나요? 전통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한 공동체의 자산으로 외부의 간섭에서 지켜내야 하는 문화인가요? 아니면 다른 문화와의 만남에 의해 만들어지며 소유할 수 있는 문화인가요?


수천 년의 인류 문화 역사를 조망하는 책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원제 Culture: The Story of Us>. 하버드대 교수 마틴 푸크너가 인류의 기념비적인 15가지 장면들을 담았습니다.


문화를 이야기할 때 케이팝은 이제 기본값입니다. 문화사가 순환과 혼합을 향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로 케이팝 이야기도 등장하니 한국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입니다.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는 오랜 세월 예술, 인문학적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고 변화시키고 다음 세대로 전파하는 문화를 살펴봅니다. 문화를 만드는 인간의 역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시작은 쇼베동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곳은 인간이 의미를 만드는 장소였습니다. 산사태를 반복하며 몇천 년만에 입구가 드러나자 새로운 선조들이 방문해 이용합니다.


또다시 산사태가 일어나 약 2만 8000년 동안 동굴이 봉쇄되었고, 1994년 장-마리 쇼베가 이끄는 탐험가들이 발견할 때까지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문화 전파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합니다. 외부의 힘에 의해 지식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그저 흔적을 엿볼 뿐입니다.


문화는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유물 발굴사를 보면 버려진 도시는 오히려 약탈에 살아남았고, 지속적인 사용은 놀라울 만큼 파괴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그 과정에서 문화는 상호작용한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교역, 여행, 전쟁, 침략에 의해 뒤섞이기도 하고 단절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대가 문화적 번영을 지켜나가도록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할 때 문화는 살아남습니다.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를 세웠기에 그 시대의 지식이 전파될 수 있었듯 말이죠. 


저자는 문자 기반 문화의 과대평가를 경계합니다. 석재를 사용함으로써 후대에까지 전해진 인도 아소카 왕의 석조 기둥. 하지만 정복과 점령의 역사를 거치며 석조 기둥에 새긴 문자를 이후 세대는 해독하지 못했습니다.


잊혔던 문화 유적을 발견하면 우리는 복원하려 합니다. 다행히 19세기 브라만 문자 해독에는 성공했지만, 문화의 저장에만 의지하지 말라는 의미를 새기게 됩니다.


아소카왕은 불교 수출을 노력했지만 결국 인도 불교는 쇠퇴했고, 흥미롭게도 동아시아에서 번성합니다. 바로 승려 현장의 인도 여행 후 남긴 <대당서역기> 덕분입니다. 인도 불교를 가져온 현장의 이야기는 문화 수입과 이동의 사례로 손꼽습니다.


우리는 문화를 평가할 때 언제 어디서 처음 발명되었는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무언가가 본래 어디서 나왔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라고 합니다. 문화는 거대한 재활용 프로젝트라고 말이죠.


"문화에 소유자는 없다. 우리는 다만 다음 세대에 문화를 물려줄 뿐이다." - p168





문화 차용의 영향력은 에티오피아 역사서 <케브라 나가스트>로 설명합니다.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의 직계 후손이 에티오피아의 왕이 되면서 예루살렘에서 훔친 궤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합니다. 그동안 저평가되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훔친 궤를 토대로 유대 왕조의 직계 후손임을 선언하며 에티오피아와 유대 왕조를 연결 짓습니다. 그런데 이 궤를 활용한 전략은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이 아닌 에티오피아 기독교였습니다. 차용자는 연속성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그들이 차용한 문화에 등을 돌리며 독립성을 증명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에 매료된 자메이카에서 라스 타파리 왕의 이름을 딴 라스타파리안 운동이 생겼고, <케브라 나가스트>는 자메이카에서 또 다른 삶을 누리게 됩니다. 이후 블랙팬서 등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독립 운동에 영감을 줍니다. 라스타파리안 운동은 문화 전이와 융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예시라고 합니다.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매년 작가 한 명이 작품을 쓴 다음 제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 노르웨이 오슬로 공공 도서관에 보관되다가 100년 후인 2114년에 공개하는 겁니다. 첫 번째 작가는 마거릿 애트우드였습니다. 아시아 최초로는 한강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는 봉인이라는 방식으로 문화와 가치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에도 '도서관'이 존재할까?,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존재할까?와 같은 걱정 몇 가지가 떠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노르웨이에 가지 못한 작가 때부터 일시적 보류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장기 지속을 약속한 프로젝트마저 문화 보존이 예측불가능한 일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줍니다. 보존, 상실, 파괴, 복구의 문화사를 보여주는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조상들이 만들어준 귀중한 문화를 잘 간직해야 한다는 사명을 전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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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참았습니다 보통날의 그림책 6
이하연 지음 / 책읽는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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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그림책입니다. 눈물을 표현한 파란색 이외의 모든 것이 무채색입니다.


눈물이 나는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눈물을 시원하게 펑펑 쏟아낼 기운조차 없을 때의 그 심정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눈물을 참았습니다>가 묵직한 응어리를 살포시 보듬어줄 겁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넘어져도 눈물을 꾹 참는 은비의 모습은 동심의 순수함이 느껴져 귀엽습니다. 누군가의 시선 때문에 눈물을 참기도 합니다. 속상한 상황은 물론이고 가슴이 벅찬 상황에서 흘릴 수 있는 눈물조차 시선 때문에 참을 때가 많습니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눈물을 참는 이유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덧입혀집니다. 눈물이 나기 직전,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의 감정이 그림 한 컷에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장면이 가슴속에 오래 머뭅니다.





"미경 씨는 안간힘을 다해 눈물을 참았습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습니다. 눈물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중 하나이지만 눈물을 흘릴 만큼의 심리 상태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합니다. 운다고 해서 상황 자체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생각에 그래서 더 눈물을 꾹 참고 울음을 삼키려 듭니다.


하지만 그저 눌러두기만 할 뿐 사라지진 않습니다.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의 등장인물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눈물을 참으려 하지만...


눈물을 참아내는 이들의 장면들이 쌓일수록 불안감이 쌓이지만 그걸 후련하게 씻어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장면들은 직접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눈물을 꾹 참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그림책 <눈물을 참았습니다>. 이하연 작가의 공감력은 일품입니다. 겨우 눈물뿐인데, 마음속에 쌓인 감정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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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기억들
마리야 스테파노바 지음, 박은정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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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올가 토카르추크, 스베틀리나 알렉시예비치에 이어 앞으로 가장 많이 회자될 작가"로 평가받은 마리야 스테파노바 작가의 소설 <기억의 기억들>.


푸틴 체제에 반대해 베를린으로 망명 후 예술,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러시아 독립 미디어 콜타의 편집장인 그는 이 소설로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었는데요. 저널리스트 이력다운 필체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소설은 이전 세대가 겪은 사건이나 경험이 현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일컫는 '포스트메모리 Postmemory'를 소설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기억의 기억들>에서는 유대계 러시아인인 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기억의 교차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모 갈카가 돌아가신 후 시작합니다. 고모에겐 하나하나 의미 있었을 물건들이 갑자기 평가절하된 상태로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고모의 집을 정리하며 깨닫습니다. 인간의 온기를 잃어버린 채 더이상 어떤 기억도 의미도 지니지 않게 된 겁니다.


그곳에서 '나'는 고모의 일기장과 공책들을 가져옵니다. 일기는 문서화된 고모의 삶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떤 날은 놀랄 만큼 상세했고 어떤 날은 놀랄 만큼 불명확합니다. 고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주는 단서는 없었습니다. 단편적으로 세세하게 기록한 사실들뿐이었습니다.


"마치 매년 완성되는 일기장 속의 매 기록이 가진 중요한 임무는 정확하게 자신의 외적인 삶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를 남기는 일 같았다. 진짜의 삶, 진정한 내면의 삶은 자신 안에만 남기기. 모든 것을 보여주기. 모든 걸 숨기기. 그리고 영원히 간직하기." - p21





그렇게 시작한 고모의 삶에서 시작해 조부모, 증조부모 등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상들의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가족의 삶을 요약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모으기로 합니다.


그런데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만 또렷이 느껴집니다. 이름도 기억 못 합니다. 기억하는 이야기조차 실제 있었던 일인지 믿기 어렵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도 전해진 이야기인지,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에 관한 내 책은 가족에 관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 다른 것. 아마도 그건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기억이 나에게 원하는 것에 대한 글이 되리라." - p56


윗세대의 가족사진, 일기, 편지, 옛날 신문 기사, 공문서 등을 찾아내며 기억을 복원하는 '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기록물들을 마주하며 역사 속에 존재했던 그들을 끄집어냅니다. 물론 그들은 어둠에 숨기를 결정한 것처럼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포스트메모리 개념은 이 소설 전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에서 매일 일어나는 모든 것의 열쇠가 과거임을, 개인적인 가족의 눈과 구술의 기억으로 전승되어온 유럽 유대인의 삶에 깃든 트라우마-상처와 연결고리를 짚어줍니다.


그리고 독자는 '나'의 가계도 탐험에 적극적으로 참관하게 됩니다. 휘발되지 않도록 기억을 기억하도록 '나'의 여정은 기억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는 삶의 과제는 사실 가족을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나'의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기억의 기억들>은 문학적 언어보다는 저널리즘에 가까운 언어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설인지 논픽션인지 경계가 흐릿한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마음에 쏙 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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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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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이지만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다작가 곽재식 저자의 흥미진진한 신간도서 <미래 법정>. SF 소설가이기도 한 그의 이력이 이번 책에서 돋보입니다.


AI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에게 닥칠 다양한 이슈를 상황극으로 보여주고, 주제와 관련한 SF 소설과 영화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인문학책입니다.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할까? 육체 개조를 어디까지 해도 괜찮을까? 기억 조작기술은 허용되어야 할까? 컴퓨터에 뇌를 업로드하면 그 컴퓨터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SF 영화와 소설에서 볼 법한 질문을 통해 AI 기술 발달로 마주하는 다양한 기술적, 윤리적 문제를 다룹니다.


내 생애에 일어날 일이 아니니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그럼 다음 문제들은 어떤가요?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전염병 대유행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인터넷 익명성은 유지되어야 할까?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품에 저작권은 있는가? 기술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사용돼도 될까? 달의 소유 및 개발권은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라는 것처럼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문제들도 가득합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50가지 문제를 보여주는 <미래 법정>. 이미영, 김양식 두 주인공이 미래 세계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곽재식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해답은 없습니다. 상반된 의견을 모두 다루며, 문제를 깊이 바라볼 수 있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돈을 벌면 근로소득세를 냅니다. 사람 대신에 로봇이 일하면 그 로봇을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걷자는 게 로봇세입니다.


지구에 로봇세를 도입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시점. 로봇세가 없는 화성과 로봇세를 도입한 금성으로 시찰을 갑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일자리를 주세요'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로봇세 없는 화성은 모든 일을 로봇이 하는 게 이득이니 인간은 실업자 신세입니다. 로봇세 시행 중인 금성은 사업자들이 세금을 엄청 내는 로봇 사용을 포기해버립니다. 로봇을 활용하면 세금으로 다 나가니 기술 개발도 포기합니다. 세금 안 내는 화성과는 경쟁 자체가 안 됩니다.


우리는 AI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미래 예측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하는 경쟁사 때문에 회사가 망해서 내가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놓치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인간의 일자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더 이어집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단체, 협회에 의한 문제입니다. 작은 가게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을 때, 예를 들어 균일한 맛을 내는 로봇 바텐더가 있어도 사람 바텐더의 감독 하에 로봇을 써야 하는 식으로 법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영향력 강한 이익집단의 부당한 로비와 온당한 요구의 경계에 있습니다. 내 일자리가 걸렸을 때는 참 미묘해지잖아요?


자율주행차로 인해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오류에 대한 책임 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소유자가 책임져야 한다, AI를 만든 개발사가 책임져야 한다 등 말이 많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 변호사는 재미있는 선택지를 내겁니다. 지진, 태풍 피해자에게 보험 처리하는 것처럼 보험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기술 발달로 별의별 보험이 등장하겠군요.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오류도 천재지변이 되는 세상이 찾아오는 걸까요?





2020년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요. 이 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달에 물과 자원이 있는 지역은 누가 차지하는 걸까요? 누구의 권리를 얼마큼 인정해야 하는 걸까요? 달 탐사를 두고 유럽의 식민지 개척 시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다양한 입장 차이를 상황극으로 전개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는 <미래 법정>. 독자는 배심원이 된 것처럼 50가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곽재식 저자가 한 쪽으로 결과를 유도하지 않고, 상반되는 관점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윤리와 관련한 문제들인 만큼 철학적으로 사색하며 토론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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