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웅진 세계그림책 215
필리프 잘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펠릭스 잘텐 원작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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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밤비. 귀여운 아기 사슴 밤비 캐릭터의 사랑스러움 만큼은 잊히질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필리프 잘베르의 <밤비, 숲속의 삶>은 고전 명작 <밤비>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켜 이 캐릭터가 이젠 밤비의 대표 이미지로 기억 남을 것 같아요.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그런데 밤비가 사슴이 아니라 노루라는 사실! 원작은 월트 디즈니가 아닌 1923년 오스트리아 소설가 펠릭스 잘텐이 내놓은 동물소설입니다. 미국에는 노루가 없었기에 사슴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갓 태어난 아기 노루를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엄마 노루. 눈을 뜬 아기 노루에게 "안녕, 밤비." 하고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비틀비틀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밤비에게 엄마는 "서두르지 않아도 돼, 밤비. 엄마는 너를 믿는단다."라며 응원합니다.


아기 노루 밤비가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기가 펼쳐집니다. 모든 것들이 새롭고 놀라움이 가득한 세상. 나비를 처음 봤을 때 날아다니는 꽃잎들로 생각한 밤비의 호기심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숲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만 터져 나오는 밤비. 하지만 보호해 주는 나무들이 없는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곳은 위험합니다. 엄마는 밤비에게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생존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처음 만나는 세상은 새로운 감각을 안겨줍니다. 어느새 홀로 숲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사귀고, 숲의 봄과 여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위풍당당하게 두 발로만 우뚝 서 있고 기다란 나뭇가지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무언가입니다. 정말 기이한 모습입니다. "탕!"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은 사냥을 하는 인간들의 잔혹한 모습과 엄마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만, 그림책 <밤비, 숲속의 삶>은 간접적인 표현을 쓰면서도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표현합니다. 밤비의 놀란 눈동자가 잊히질 않습니다.


필리프 잘베르 작가의 그림만으로도 숲속의 경이로운 풍경과 극적인 상황에서의 긴박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톤다운된 색감이 저는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일반 그림책보다 큰 판형에 글자는 작은 편이라 오롯이 그림에 푹 빠져보는 시간이 됩니다.


라이언 킹의 성장기처럼 밤비도 숲의 사계를 보내며 적응하고 자신감을 얻기까지 수차례 위기를 겪으며 시련을 이겨냅니다. 밤비의 홀로서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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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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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의 인생 강의 <질서 너머>. 카리스마 있는 프로필 사진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만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단 첫 인상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묵직함이 있는 책입니다.


표지의 압도적인 강렬함에 비하면 친근한 일상 사례가 많아 어느정도는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루는 주제별로 조금은 뇌가 휙휙 가동되지 않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 이야기를 사례로 든 부분도 많으니 참고하세요.


예기치 못한 인생의 비극에서 과거의 확신과 지식은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경직된 질서와 통제의 위험을 넘어설 때 비로소 놀라운 지평이 펼쳐진다는 조던 피터슨 교수. 그의 경험이 이 말을 뒷받침합니다.


몇 개월 간격으로 딸과 아내의 수술을 겪었고, 본인은 몇 년간 극심한 불안 증세로 먹었던 벤조디아제핀 금단 증상 치료로 극한의 고통을 경험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한 달 간 의학적 혼수 상태로 실험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가족, 친구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결국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불행이 닥쳤을 때 기댈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구원의 토대가 되는 이야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질서 너머>는 안전과 통제가 지나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해야 할까에 초점 맞춥니다. 질서는 탐구된 영역입니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그것은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합니다. 즉,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결코 질서정연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합니다.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려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혼돈은 파격, 새로움, 예상치 못함, 변화, 붕괴, 추락까지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혼돈은 대개 갑자기, 끔찍하게, 우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대부분은 정신 못차리고 허우적거립니다. 그렇다면 이 혼돈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일까요. 아닙니다.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됩니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면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꿰어야 할 단추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겸손함을 갖추는 것" - 책 속에서


조던 피터슨 교수는 타로 카드 중 바보카드로 알려진 그림을 보여주며 기꺼이 초보자가 되어 배우려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바보의 부족함을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봅니다. 위계 구조의 밑바닥에 있을 때 유용한 마음가짐입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현재의 게임에 참여하고, 다음 행보에 필요한 지식과 자제심, 수련을 개발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초보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들려주는 첫 번째 법칙은 개인의 정신 건강과 관련 있습니다. 지위에 대한 고민 뿐이었던 것에서 주어진 구조와 위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자존심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던 기회와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겸손함이 쌓이자 성공의 길이 열린 사례와 함께 말이죠.


위계 구조를 이기적으로 경멸하는 대신 기존의 사회구조와 창의적 변화를 균형 있게 존중하는 인격을 갖추길 조언합니다. 삶의 안전한 울타리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문제는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존중'하는 인격이라는 말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기존 구조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복종이 아닌 겁니다. 기존 질서의 가치를 폄훼하지는 않되, 다른 한 발로 혼돈의 세계를 디뎌야 하는 게 질서 너머의 제 1법칙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 기만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는 제 3법칙입니다. 안개 같은 마음 속 두려움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조언입니다. 무지, 부족함, 나약한 나의 감정을 인정한다면 안개를 걷어내는데 도움된다고 합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내 감정과 동기 상태를 그때그때 알아차리라고 합니다.


우리가 희망을 품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진심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어떤 것에 다가가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목적이 없다면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불안에 항상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평생을 자기 자신과 살아야 한다." - 책 속에서


직장을 포함해 어느 집단에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아무도 하지 않는 유용한 일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진정한 이타주의가 선사하는 인생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입니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는 의미를 자기 자신과 타인을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성숙함에서 찾도록 하고 있습니다.


절망, 부패, 허무주의에 찌든 삶은 이제 그만. 양심의 부름을 거부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바라보는 법에 대한 조언은 더욱 묵직합니다. 낡은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더 작고 정확하게 정의한 문제를 다루라고 합니다. 남 탓 대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크기로 쪼개는 겁니다.


그 외 <질서 너머>에서는 참을성 있게 한 방향으로 매진하는 태도와 역경에서 일어서는 법, 두려운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는 법, 부부 사이에서 필요한 관계 개선법, 흔하지만 정말 위험한 실존적 공포에 맞서는 법을 들려줍니다.


밀리언셀러인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는 법칙이 등장했는데, <질서 너머>에서는 한 단계 넘어서 미적 경험이 갖는 중요성을 다룹니다. 청소를 넘어 방 하나를 아름답게 꾸미라고 합니다. 이 법칙이 인생의 비극을 넘어서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소주의와 관련해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순진한 낙관주의는 쉽게 흔들려 허물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냉소주의가 자라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둠을 최대한 깊이 꿰뚫어보고 실존의 무게를 뼛속 깊이 느껴보면, 우리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인기만큼 논란도 많은 조던 피터슨 교수. 이분법적으로 그를 판단하는 목소리가 나뉘어져 있지만, 분명 귀 기울이게 만드는 날카로운 한방의 매력이 있는 저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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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 충전 에세이
삼각커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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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예술가이고 싶고 사업가처럼 호탕하게 벌고 쓰며 살고 싶지만, 가난한 예술가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삼각커피의 에세이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태풍에 휩쓸려 날아가는 엑스트라 57번 같은 인생처럼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날들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기록이 담긴 책입니다. 완전히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오늘을 보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삼각커피의 글과 그림이 잔잔한 응원이 되어 다가옵니다.


"네 나이면 통장에 오천은 있어야지. 그동안 뭐 했어?!!" 이런 말을 들으면 간신히 지키고 있는 자존감의 뿌리가 흔들립니다. 천만 원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독립을 하고 싶어도 독립할 돈이 없습니다. 마음 편히 쉴 나만의 공간에 대한 절실한 희망뿐입니다.


삼각커피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예전 같으면 딸의 입장에서 공감했을 텐데 이번엔 부모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바라봅니다. 몇 년 후면 성인이 될 아들이 경제적 독립을 못하는 상황을 그려봅니다. 나도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 날이 오진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감을 안은 자식을 두고 처량한 마음만큼은 안기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지금은 젊음을 핑계로 어떻게든 피하더라도 지금 안 힘들면 앞으로는 더 힘들 거라는 생각에 이르는 삼각커피.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성이는 작가로 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한 수입 활동을 하는 자영업자가 되기까지 결국 선택의 책임과 뒷수습을 스스로 감당해내는 삶을 살아갑니다.


소소한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삶에서 자존감 무너뜨리는 말을 듣는 날이 있는가 하면, 딱딱 잘 풀리는 잔잔한 인상의 순간들이 나의 자신감이 될 원석처럼 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들이 모이면 세상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왜 난 많이 일하고 적게 벌까…" 엉망진창인 생활이라도 소소한 것부터 바꿔봅니다. 그냥 두고 흘려보내지 말고 내 시간의 주도권을 내가 갖기로 합니다. 더불어 소소하게 소비습관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습관적 영상 시청을 막기 위한 넷플릭스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건 저도 그렇게 하고 있어서 동질감이 생기더라고요. 3개월 정도 쉬었다가 재결제하면 딱 제 취향에 맞는 영상을 적당히 몰아보기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거든요.


"내일 더 잘할 수 있어. 오늘도 고생했어. 토닥토닥." - 책 속에서


연애든 우정이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있는 척을 다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마냥 밝은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결국 괴리감과 열등감이 상당했음을 지나고서야 깨닫습니다.


어떻게든 될 대로 되겠지로 살면서 놓아 버린 삶은 누가 대신 바로잡아 주지 않았습니다. 결과에 항상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결국 나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내면의 소리를 주의 깊게 애정을 담아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에너지는 감정보단 머리에 쓰자. 마음을 쉬게 해 주자." - 책 속에서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오히려 의지와 열정을 갉아먹을 뿐. 행복해 보이고 싶어서 눈에 바로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기 일쑤였던 마음을 이젠 오직 나를 위한 행복에 초점 맞춰 봅니다. 퇴근 후 지친 심신을 평안히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든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에 5분만 부지런히 방 정리를 하고 출근하는 겁니다. 그러면 더 나은 컨디션을 위해 퇴근 후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충만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마음가짐도 배울 만합니다. 무식하게 문제를 피하거나 견디는 게 아니라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고 비를 피하듯,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꿈, 직업, 인간관계에 닥친 위기에서 휘청이기도 하면서 다시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들어 주는 작은 순간들을 그려낸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삶을 하찮게 취급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위한 단계이자 미래의 나를 더 잘 되게 해 줄 과거의 경험으로 대하는 것. 그 용기가 지금 애매한 삶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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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변화시켰을까
팀 하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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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돌아왔습니다.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팀 하포드의 이번 책은 현대 경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색다른 시각으로 쉽게 풀어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소한 물건이지만 세상을 바꾼 발명품들을 통해서 말이죠.


<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과학을 만나 마침내 물건으로 탄생한 여정 속에서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짚어줍니다.


그 첫 시작은 무시당하기 일쑤인 연필입니다. 푼돈으로 살 수 있는 연필처럼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일상적인 물건들도 생산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줍니다.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게 아닙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연필을 만들어내는 경제를 설명합니다. 예기치 못한 연관성, 흥미로운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연필 에세이, 벽돌의 역사 같은 덕후스러운 책들의 문장을 인용해 덕질의 깊은 역사를 만나는 뜻밖의 재미도 있었습니다.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지는 데 영향 끼친 공장. 공장의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라 알려진 것들 외에도 흥미진진한 지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한 곳에 밀집된 노동자들을 보며 노조, 정당 조직, 혁명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공장의 시작이 산업기밀이라는 것도 재밌습니다.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거죠.


자전거가 사회적 혁명과 제조업 혁명을 일으켰다?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작이 재봉틀이다? 인플루언서 협찬의 시작이 웨지우드사의 크림색 티세트에서 시작되었다? 네이버 검색 광고는 경매로부터 발전되었다?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들은 사실 돈을 더 벌기 위한 이기적인 동기로 시작되었지만 사회적 진보를 끌어낸 것이 꽤 많습니다. 한마디로 대세가 되면 그로인한 파급효과가 상상 이상의 것을 초래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1795년 프랑스 정부는 식품 보존 수단을 발명하는 대가로 1만 2,000프랑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침공을 시작하려던 시기였죠. 슬슬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까요. 바로 통조림입니다. 통조림 외에도 GPS, 인터넷의 효시인 아파넷 같은 것들은 군사적 필요가 경제를 바꿀 혁신을 촉진한 사례입니다. 캔 식품이 나왔을 무렵엔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식단을 넓히고 영양 상태를 개선했다고 합니다. 요즘도 재난 대비 귀중한 생필품을 챙길 때 통조림이 빠질 수 없죠.


옛날엔 바느질로 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14시간이 걸렸습니다. 대다수의 아내와 딸들이 바느질을 했습니다. "바쁜 손가락과 아무 생각 없는 머리"라는 문장은 여성의 지위를 가늠하게 합니다. 재봉틀이 만들어졌을 때도 "여자들이 입을 다물게 만드는 유일한 일을 없애려고 하는군요."라는 말로 설명됩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재봉틀의 대명사 싱어의 아이작 메릿 싱어라는 게 우습지만요. 재봉틀과 관련해서는 여성 혐오 문제뿐만 아니라 렌털 서비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대체성을 해결하는 열쇠에 뛰어든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조 라인을 훨씬 빠르고, 보다 예측 가능, 보다 자동화한 시스템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비하인드스토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위 '미국식 제조 시스템'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현대 제조 시스템의 초기 형태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연필, 자전거, 경매, 재봉틀, 산타클로스, 신용 카드, 블록체인, CCTV, '좋아요' 버튼, 연금, 챗봇 등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 발명품들의 이야기 <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물건 탄생의 비화 속에 숨은 영향력을 짚어줍니다. 어떤 아이디어는 아무리 좋아도 기술이 따라잡을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 하기도 했지만, 뒷세대의 거듭된 혁신의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생활 속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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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아이슬란드 - 2021-2022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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