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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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 수상작 SF 소설 류츠신의 <삼체> 서문을 쓴 나금해가 설립한 양자학파. 수학, 과학, 철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중국 인기 교육 플랫폼 양자학파는 아름다움 시리즈로 호평을 받아왔는데, 이번엔 인류 문명의 출발점인 공식을 다룹니다.


계산의 법칙이나 방법을 문자와 기호를 써서 나타낸 식을 뜻하는 공식. <공식의 아름다움>에서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23가지를 만나보세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간결하고 아름다운 공식이 탄생되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명의 초석이 된 공식 1+1=2. 덧셈과 자연수 탄생은 인류 문명사의 위대한 공식 중 하나입니다. 언제 배웠는지 기억조차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단순한 공식이지만, 1+1이 왜 2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또 증명하는데 애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공식이 세계 3대 난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게 의아할 따름인데 역시 제 인지 능력으로는 해석을 한 것조차 이해가 되질 않더라고요. 법칙을 발견하는 것과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만 깨달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인 이진법 세계에서는 1+1=10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점점 이진 시스템에 살게 될 텐데 어쩌면 먼 훗날의 인간 세상은 이진법으로 사고하는 시대를 맞이하진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발상도 짚어줍니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정리이자 부정 방정식, 피타고라스 정리. 수포자도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공식이죠. 수학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공식인 피타고라스 정리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목조목 소개합니다. 증명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파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영감을 받아 바닥 타일을 가지고 증명해낸 피타고라스. 마음속에 머물던 가설을 증명해낸 겁니다. 


피타고라스의 논증과 추리의 수학적 사고는 이후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유도된 무리수 루트 2의 탄생과 그 영향력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수학 공식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공식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역시 압권입니다. 이 그림 덕분에 딱딱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수학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공식의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한 수포자 모두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는 편집 구성이라 두터운 분량이지만 읽는 맛이 좋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에서는 수학, 과학 시간에 열심히 외워야 했던 애증의 공식들에 담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300년이 넘도록 수학 천재들을 절망시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를 연구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새로운 수학 이론이 만들어졌고, 비트코인을 수학적으로 견고한 디지털 골드로 만든 암호보안 역사의 새 장을 열게 되기도 했습니다.


미적분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최소 200년 이상 지연되었을 거라고 하고, 뉴턴 덕분에 우주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 불리는 오일러 공식이 왜 치명적인 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지, SF 소설 작가 아시모프의 궁극적인 질문이자 우주 진화와 인류 문명이 직면한 가장 절망적인 문제였던 엔트로피 증가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열역학 제2법칙 등 아름다운 언어인 공식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 공식의 아름다움 


오늘날 실생활에서 자주 듣는 5G는 섀넌 공식이 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디지털 통신 시대로 접어들게 한 섀넌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정보를 측정하는 '비트' 역시 섀넌이 만든 개념입니다. 고화질 영화 한 편을 얇은 플라스틱 조각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섀넌이 제시한 정보 엔트로피 덕분입니다.


중국 SF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소설 <삼체>를 잘 이해해 보고자 싶어 삼체문제를 다룬 장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여전히 수학계의 과제로 남아있다니 공상 과학 소설의 소재가 될 법 하네요. 라이프니츠, 뉴턴 외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가 여전히 완벽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삼체문제의 오묘한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공식 그 자체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블랙-숄즈 방정식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그림자를, 총기의 탄도 방정식을 통해 총기 소지가 불러온 철학적 난제를, 베팅법을 알려주는 켈리 공식을 통해 도박에 관한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등 공식이 현실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공식으로만 생각했던 것조차도 그 가치를 일깨워준 <공식의 아름다움>. 파란만장한 수학사를 살펴보며 공식이 인류 역사에 몰고 온 혁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결국 공식을 토대로 진화한 결과물입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또 어떤 공식이 그 유용성을 발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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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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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을만한 변호사 출신 작가의 법정 스릴러물 <킬러스 와이프 A Killer's Wife>. 형사 사건 전문 검사 출신에 형사 사건 변호사로 활동한 빅터 메토스는 『A GAMBLER’S JURY』 에드거 상 최종 노미네이트, 『The Hallows』로 하퍼 리 상을 수상하며 법정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간 『A Killer's Wife』의 한국어판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은 저는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물을 읽을 때만큼이나 매료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고 읽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무고한 친구가 유죄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의 꿈을 키운 빅터 메토스 작가.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며 범죄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사악한 인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보였음에도 묘한 한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잔혹한 살상 행위를 한 전범자였다고 합니다. 그의 배경을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시에 경험한 그 느낌은 머리가 인식하지 못한 어떤 것을 말해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고백합니다. <킬러스 와이프>에서는 변호사의 길에 이르게 한 친구의 사건, 한기를 흐르게 할 정도의 악을 품은 사람을 만나며 인간성에 깃든 악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매진한 그의 경험이 곳곳에 스며든 작품입니다.


도입부의 강렬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긴장감 치솟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벌써 터져나오는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 여성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다친 몸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살인자가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긴박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킬러스 와이프>. 소설의 주인공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싱글맘입니다. 전남편 에디 칼은 연쇄 살인범으로 사형수로 수감되어 있고,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한창 반항기인 청소년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임신 상태에서 화가인 남편이 연쇄 살인범으로 체포되면서 그제서야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야들리. 살인자의 아내라는 어두운 과거는 사진작가에서 검사로 직업을 바꾸게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의 모방범이 벌인듯한 살인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어둠의 카사노바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에디는 팬이 많았습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현장 속에 에디의 모방 범죄가 터지자 FBI 수사관은 야들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하거나 사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긴 FBI는 에디에게서 정보를 얻고자하지만, 정작 에디는 야들리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예전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지만 검사가 된 이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잠재우며 살았던 야들리는 이번 일로 살인자의 아내였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필 딸 타라의 팩폭 발언도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잘 해줬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괴물의 딸이라며 왕따를 당하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기에 언젠가부터 엇나갑니다. 사고치는 딸 옆에 머무는 남자친구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엄마에게 왜 엄마는 아빠같은 괴물에게 끌렸던거냐며 야들리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찌를 정도로 관계가 어긋납니다.


야들리는 아빠의 눈을 빼닮은 딸에게서 종종 에디의 모습을 느낄 때가 있어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야들리는 전남편 에디의 부모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는 사이입니다. 환경이나 유전자가 괴물로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믿을 만큼 에디의 부모는 아들을 사랑으로 키운 분들이었으니까요. 에디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야들리입니다. 그렇기에 딸도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조만간 또 살인 사건이 일어날거란 생각에 결국 전남편 에디를 만나는 야들리. 에디는 도움을 주는 대신 대가를 제시합니다. 이쯤되면 독자는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할 수 있는 데다가 그가 원하는 대가도 얻어낼 거란 느낌이 슬슬 오면서, 어떻게 사건이 풀릴지 기대됩니다. 빅터 메토스 작가의 경력이 반영된 생생한 묘사가 빛을 발휘합니다. 깜짝 놀랄만한 모방범의 정체조차 일찌감치 오픈해버리고 치열한 법정 대결로 나아갑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범인이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읽는 내내 속이 바짝바짝 탈 지경입니다.


이 여정에는 작가의 법조인 마인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의 유죄를 증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법이라며 무고한 자들이 감옥에 가게 되는 상황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변호사들 역시 같은 편견으로 눈이 멀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자신들의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일깨웁니다. 어떻게 괴물을 몰라볼 수 있었을까 자책하며 살아온 야들리의 이야기에서는 생존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흔한 편견도 짚어냅니다.


숨막히는 서스펜스는 모방범 사건에서 끝나질 않습니다. 잊고 있었던 장면이 나중에 이어질 땐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촘촘한 구성으로 날카롭게 전개되는 <킬러스 와이프>. 정의와 복수, 악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시점을 접하며 인물 저마다의 매력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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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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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간, 2019년 영문판 출간 후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며 살아온 재일한국인 유미리 작가의 책이기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처음엔 일본 사회에 대한 사이다 비판을 만나며 묘한 통쾌감을 얻지 않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밀려드는 감정은 꽤 착잡한 슬픔이었어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차별과 배제는 한국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출신 노동자 가즈. 우에노역 공원의 노숙자 중 한 명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나름 성실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줄줄이 동생들이 있다 보니 형편은 나아지질 않습니다. 사는 내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인한 공사가 한창 있었던 1963년에는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지만 집을 떠나 도쿄에서 막일 노동자로 일합니다. 값싼 인건비였지만 도쿄 올림픽이 끝날 무렵부터는 곳곳에서 도시 개발의 바람이 불어 그래도 막일이나마 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즈의 인생은 잘 풀리질 않습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이 갑작스레 죽어버렸고, 부모님 그리고 아내까지 먼저 떠납니다.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운 20여 년의 세월. 갓난아기 때 이후로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던 아들의 죽음은 그의 삶의 목적을 잃게 만듭니다.


타향에서 계속 돈벌이를 해야만 했던 가즈에게는 이제 결혼한 딸과 손녀만 남았습니다.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가족들의 이른 죽음을 접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 이젠 무서워졌습니다. 창창한 손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가즈는 결국 처음으로 노숙을 하게 됩니다.


"이 공원에 사는 노숙자들은 이미 대부분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죽을 곳을 찾아 우에노공원에서 며칠 지내다 쭉 눌러앉다 보니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칠순이 넘은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우에노공원에는 경제 고도성장기에 저마다 큰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늘어만 가는 노숙자들. 옛날에는 가족이 있었고, 집이 있었던 그들이 이제는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니 근근이 폐품 수집을 하며 살아갑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는 집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절묘하게 대비됩니다. 가즈의 눈에는 우에노공원 주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가족, 대화를 나누는 친구 등 그들이 너무나도 선명히 잡힙니다. 하지만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숙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웃포커싱되는 배경일 뿐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압권입니다. 가즈는 인생의 절정이라고 말할 만한 시절조차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설마 자신이 노숙자가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힘겨운 그들에게 또 다른 비참함을 안겨주는 건 특별청소라는 명목으로 천막집을 이동시키는 강제 퇴거입니다. 천황가에서 근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면 천막집을 치우고 공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올림픽 유치를 빌미로 제한된 구역으로 내몰립니다.


작가는 2006년 강제 퇴거에 관한 취재를 하며 노숙자의 발자취를 쫓았습니다. 겨울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재해가 닥쳤을 때도 대피소 입소는 노숙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고령의 노숙자들이 과거 가난한 농촌에서 올라온 청년들이었고, 일본의 경제 성장 바탕에는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는 걸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기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있고 그 결과물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입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재해와 원전사고 때는 당시 노숙자는 물론이고 후쿠시마에서 대피한 사람들이 다른 현의 대피소 입소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차별과 배제를 행한 측에 오히려 공감과 동정이 쏟아졌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집과 일을 잃은 이들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한 공사 때 또다시 상경 노동자로 일했을 거라고 합니다. 세월이 흘렀건만 1964년 도쿄 올림픽과 다를 바 없는 현재입니다. 2019년 영문판 출간 시 작가의 말에서는 재해 시 배제되는 노숙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던 주인공 가즈.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쓸쓸합니다. 반짝이는 도시의 빛나는 영광 뒤에 아웃포커싱된 것들을 바라본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후쿠시마 출신 가즈의 이야기에는 지역 문화와 방언이 많아 이질감에 낯설었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해질 지경이더라고요. 한국어판은 재일교포 3세 강방화의 번역으로 매끄럽게 완성되어 감정선이 정말 맘에 쏙 들 정도로 읽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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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사랑
맥 바넷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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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이들은 모두가 철학자와 같습니다. 어른들이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질문을 던질 줄 압니다. "사랑이 뭐예요?"라는 질문도 그렇습니다. 맥 바넷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모티브가 된 그림책 <사랑 사랑 사랑>. 그림책 속 주인공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맥 바넷의 사려 깊은 글, <홀라홀라 추추추>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고 <와일드우드 연대기>, <베네딕트 비밀클럽> 등을 작업한 카슨 엘리스의 다정한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사랑 사랑 사랑>.


화려한 색감에 눈길을 머무르게 한 표지를 넘기면 아름다운 마당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초록초록 분위기와 분홍분홍한 꽃 색감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요. 


"사랑이 뭐예요?" 하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세상에 나가 답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뭐든지 잘 알 것만 같은 할머니의 대답에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정말로 먼 길을 떠납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알려줄까요. 어부는 사랑이 물고기라고 대답합니다. 물고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지요. 연극배우는 박수갈채라고 대답하지만 역시 불만족스러운 답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들려줍니다. 시인은 사랑에 대한 아주 길고 긴 목록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이야기를 다 들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가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자 한결같이 "네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니."라는 대답을 돌려줍니다.


아이는 점점 자라 성인이 되었고, 이제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갑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곳은 여전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개도 있고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풍깁니다. 마당의 꽃들도 싱그럽게 피어있습니다.


긴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과 그림이 예술입니다. 맥 바넷의 글에는 다정함이 담겨있습니다. 집도 그냥 집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사랑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내 사랑의 정의로 가져올 수는 없었던 아이.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겠지요.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을 한 아이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을 나가 홀로 사랑의 의미를 찾으면서 외로웠을지도 모르고, 고독을 즐겼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긴 시간 동안 사랑을 탐구했습니다. 이토록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지 않으면서 철학적인 그림책이라니.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처럼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도 엄마가 차려준 따끈한 저녁밥이 아이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한 안전장치 역할을 했듯 <사랑 사랑 사랑>의 주인공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결말이 너무나도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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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 고정 관념을 깨는 ‘철학 사고’ 사용법
호리코시 요스케 지음, 이혜윤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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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전유물로서의 철학이 아닌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인생이 자유로워지는 철학적 생각법을 이야기하는 <철학의 쓸모>. 철학 카운슬링, 철학 컨설팅, 철학 코칭, 철학 카페, 철학 워크, 아이와 함께하는 철학, 소크라테스 대화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도입해 실천할 수 있는 철학의 쓸모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는 철학 실천 운동가 호리코스 요스케의 책입니다.


구글에 검색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철학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살면서 여러 가지 고뇌와 번민에 빠져 답을 구할 때 우리는 직접적인 답을 찾고자 성급해집니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 역시 남의 생각일 뿐 나의 생각은 아닙니다. 저자는 질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라고 합니다. 이때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됩니다. 물론 돌아가는 길이긴 합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서 무언가의 핵심적인 본질에 파고드는 스토리를 사고 실험하듯 철학 사고를 하면 생각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중대한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판단하고 말해야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 생각을 바꾸어 나갈 필요도 있다는 게 철학 사고입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순 있지만,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 꽤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제까지 당연하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이 늘어났기에 철학 사고가 더욱 필요해졌습니다.


<철학의 쓸모>에서는 자기 자신만의 축 만들기를 목표로 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을 의심하고 자기 나름대로 재구축해야 합니다. 해체하고 다시 조립까지 해야 합니다. 재구축하게 되면 사고방식과 생활이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철학이란 만사를 풀어 설명하고 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말'입니다. 언어화 자체가 철학적인 태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씨름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려고 힘쓸 때 철학적인 사고력이 자리 잡게 된다고 합니다. <철학의 쓸모>는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닌 개인이 직접 하는 철학에 초점 맞춘 책인 만큼 일상 속 작은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법을 들려줍니다. 자기 경험이 계기가 되어 더 생각하고 싶다고 느낀 것을 주제로 삼으면 됩니다. 사고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철학 사고의 본질을 짚어줍니다. 그저 감정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진 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솔직히 자기 힘으로 생각하기란 고된 일입니다. 기존의 권위, 전통, 규범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단편적인 생각만 떠오르기 일쑤입니다. 깊게 파고드는 방향을 잡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마인드를 짚어주고, 철학 사고의 3단계를 보여줍니다.


질문하는 능력과 습관이 없는 경우에는 질문에 익숙해지기 위한 질문을 연습해야 합니다. 관심 있는 주제로 연습하며 워밍업 해보세요. 1단계는 인생, 직장 같은 관심 키워드로 주제를 정하고, 2단계에서는 의문문으로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같은 것으로 말이죠. 3단계에서는 질문의 방향성과 질문의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을 파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란 어떤 일인가라는 질문을 했다면 3단계에서는 여기에서 말하는 타인이란 누구인가, 인정받는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등으로 확대하는 겁니다.


이쯤 되면 질문의 질이 확연히 달라져 뭔가 뿌듯해질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질문을 했다고 답이 저절로 나오진 않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머리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들로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언어와 개념의 뜻이 점차 명확해진다고 하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철학적 질문인지, 검색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컵은 얼마일까라는 질문 대신 사물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로 바꿔보는 겁니다. 친숙하게 접근하는 기술들로 알려줍니다. ~란 무엇인가라든지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식으로 가치 판단 형식의 질문을 하는 겁니다. 좋은 질문은 대부분 자기 경험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철학 사고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이 이어집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단어의 정의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애당초 가족과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식으로 말이죠.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상태로 계속 생각하려고 들다 보니 원하는 답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이처럼 내 생각, 상식, 사회적 규범에 숨어 있는 전제조건이 내 판단 기준 자체일 때가 많습니다. 성장하고 싶다는 고민을 할 때도 애당초 성장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겁니다. 규모나 양의 증대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철학 사고를 다른 사람과 대화 나누며 진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철학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견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학의 쓸모>에서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 되는 철학 대화로 서서히 철학 사고를 익혀 나가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철학 카페, 독일이 발전시킨 소크라테스 대화법, 미국에서 주목받은 아이와 함께하는 철학 등 철학 대화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철학 대화는 일방적인 자기 말뿐인 의견 교환이나 나열이 되어선 안되고 토론과도 다릅니다.


생각보다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지만, 합의나 결론에 이르지 않아도 되는 철학 대화는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라는 답답함이 남는 그것이 묘미라고 합니다. 이 응어리는 찜찜한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 새로운 사고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되는 생각의 응어리라고 합니다. 빠르면 그날 저녁에, 혹은 몇 년 후 어느 날 문득 그 질문이 눈을 뜰 때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이하게 얼추 이해한 것 같다며 넘겨 버리면 살면서 이런 기회는 맛볼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개념과 말로써 구별하고 파악하는 철학 사고. 숲을 보는 문제해결 방식은 물론이고 철학 대화의 여정에서 경청의 중요성까지 일깨웁니다. 일상에서 철학 사고를 사용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보여준 <철학의 쓸모>. 혼자 또는 타인과 질문이라는 철학 대화를 하면서 철학 사고에 깊이를 더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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