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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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의 도쿄, 서른의 파리. 이방인의 삶을 사는 이정은 플로리스트의 에세이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사는법,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의 에세이는 담백하면서도 알맹이는 꽉찬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시리즈입니다.


1년만 살고 돌아오겠노라 해서 허락받고 떠난 일본 20대 시절. 신기하면서도 넘어지는 일에 익숙지 않았던 그 시절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파리에서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꿈을 찾아 세상에 뛰어든 다국적 열정 모험가 이정은 저자의 도전기를 만나보세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려고 한국에서 오랜 알바와 2년 간의 직장생활을 했던 걸 보면 가만히 앉아서 막연히 꿈꾸지만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애초에 유학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떠나야 할 타이밍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취업 비자를 받아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의 알바와 직장 생활을 이어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견뎠을까 추억삼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이루어내고 싶다는 꿈을 쫓기에 바빴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합니다. 당시의 생활을 더듬어보며 어떻게 생활비를 벌고 취업했는지 들려주고 있어 워홀을 생각 중인 분들에게 깨알같은 팁이 많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인테리어디자인을 따로 공부해보기도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꿈을 찾아나섭니다. 그 길로 가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과 돈이 아깝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것을 더 고민해야 하고, 덜 고민해야 할지 깨달은 경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악착같은 직장생활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심신도 삐걱거려 병가를 내기전 마음 치유 목적으로 주말에 꽃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일주일 간의 유럽 여행길에서 마주한 파리. 퇴사를 결심하고 꽃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일본에서 꽃을 잠깐이라도 접했기에 새로운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겠죠. 역시 단 6개월만 살아보자 하고 짐과 비자는 일본에 그대로 둔 채 일단 유학길에 오릅니다.


서른의 나이에 어느정도 적응한 일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낯선 곳으로 이방인의 삶에 뛰어듭니다. "살다 보면 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이정은 저자의 말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머무르는 경우가 참 많은데 말입니다.


"파리에서의 배움은 그게 곧 내가 되는 행위였다." - 책 속에서


일본에서의 취업도 상세하게 풀어놓더니 파리에서의 꽃 공부도 유학생 신분에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루트를 자세히 들려줍니다. 서른의 나이가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플랜B를 찾아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이런 마인드면 안 될 수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온 시간을 뒤로 하고 '나'에 집중하는 파리의 생활. 요령이 생긴 만큼 20대 때보다 좀더 나를 잘 아는 유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를 읽는 분이라면 파리와 꽃이라는 두 가지에 꽂혔을 거예요. 파리가 주는 낭만성에 꽃이라는 매개체가 더해져 우아해보이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흙, 식물, 꽃으로 연결되는 모든 작업을 아우르는 장인이자 아티스트로서의 플로리스트에 대해 잘 알려줍니다. 장인이 되는 길인 만큼 파리의 플로리스트 교육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보, 경험, 자격증을 모두 얻어 프로로 성장할 수 있기까지 후회없이 공부하고 뛰어다닌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줍니다.


파리에서 유일한 한국인 플로리스트로 스타트를 끊으며 그 나라 시스템에 적응하는 여정을 보여준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저자의 성장 스토리는 꿈을 찾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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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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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은 롤라 라퐁의 <17일>. 1974년 백만장자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여성의 관점으로 새롭게 그려낸 실화소설입니다. 


1974년 2월 4일,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극좌파 무장혁명단체 SLA에 의해 납치된 퍼트리샤 허스트.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인 허스트가의 상속자로 버클리대학교 캠퍼스에서 납치되었습니다.그런데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범죄자가 됩니다. M1 소총으로 무장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은행을 터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찍힌 겁니다.


스톡홀름신드롬 대표 사례로 손꼽는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소설 <17일>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변호인단으로부터 심리 상태 감정을 맡은 진 네베바 교수와 그의 조수 비올렌이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테러리스트, 방황하는 대학생, 진정한 혁명가, 삶의 의미를 잃은 불쌍한 여성, 그저 좀 모자란 인물, 조종당한 좀비, 분노하여 미국을 공격하는 젊은 여성. 퍼트리샤 허스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는 달라집니다.


진 네베바 교수가 풀타임으로 2주간 일할 영어 잘하는 여학생을 채용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온 비올렌은 퍼트리샤 허스트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납치된 74년부터 범죄자로 체포된 이듬해 75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비올렌은 또래였던 퍼트리샤 허스트의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게다가 SLA 멤버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합니다.


그저 흔한 납치사건으로만 생각했지만 여성 인질들이 맞게 된 서로 다른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소설 <17일>. 겨우 집으로 돌아가도 삶의 매 순간을 통제받거나, 탈출하더라도 영웅 대접이 아닌 의혹의 눈길을 견뎌내야만 하는 여성 인질들. 퍼트리샤가 남긴 녹음 메시지는 10대 소녀가 누리던 자유의 공간이 역설적으로 인질 상태에서 더 확대되어가는 걸 보여줍니다.


퍼트리샤의 목소리와 호흡 속도를 분석한 비올렌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려졌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걸 깨닫습니다. SLA의 요구는 허스트가의 재산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배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퍼트리샤는 "우엑, 정말 빡치네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겨우 네 번째 녹음 메시지에서 퍼트리샤는 전향 소식을 알립니다. 세뇌를 당하지도, 마약에 중독되지도, 고문 당하거나 최면에 걸리지도 않았다는 걸 명시하면서 말이죠.


퍼트리샤의 변호인단은 10대의 여성 상속자가 자신의 의지로, 그것도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혁명가로 변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퍼트리샤의 희생양 이미지를 그려내려 애썼지만, 사실 매번 무산시키는 건 퍼트리샤 자신이었습니다. 퍼트리샤는 왜 그토록 빠른 속도로 전향한 것일까요.


"1974년 2월 4일, 그들은 저를 납치함으로써 저의 생명을 구해주었습니다." - 17일 


퍼트리샤는 체 게바라와 함께 했던 동지 타니아의 이름을 자신에게 부여합니다. 타니아 허스트의 탄생입니다. 그리고 타니아 허스트의 탄생을 통해 청소년들은 전복적인 관점을 갖게 됩니다.


소설 <17일>은 미지의 화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덕분에 추리 소설처럼 읽게 됩니다. 이 소설이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고 뭘 이야기하려는지 처음엔 의아했지만, 진 네베바 교수와 조수 비올렌의 토론을 통해 밑밥을 잔뜩 뿌려가며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 이면을 보여줍니다.


세월이 흘러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음식을 넣은 비닐을 광장에 놓아두는 비올렌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이런 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미지의 화자. 그리고 서른일곱이 된 현재, 젊은 여성들이 어느 날 집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비올렌과 토론합니다. 그 옛날 진 네베바 교수와 비올렌이 했던 토론처럼 말이죠. 이 젊은 여성들은 왜 무기를 든 채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걸까요. 소설의 화자 '나'는 비올렌을 통해 퍼트리샤 허스트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퍼트리샤 이야기의 속편이 이어집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스톡홀름신드롬. 소설 <17일>은 그 이면에 숨겨진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그 여정에는 1700년 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납치당한 후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했던 머시와 메리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한 여성의 자유의지를 제쳐놓았던 현실이 눈앞에 드러납니다. 스톡홀름신드롬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덮여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대가 다른 여성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복합적인 행보를 그린 <17일>. 여운이 꽤 깊어요. 세뇌와 선택의 경계, 여성의 자유의지가 가진 의미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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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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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에세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테고, 개인적 일상이나 경험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1세기 동안 수필의 암흑시대를 겪은 한국 창작수필의 현실입니다. 고전수필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한 결과입니다.


전작 <창작수필을 평하다>를 읽으며 창작수필의 매력에 빠져들었는데 이번엔 현대창작수필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함께 해봅니다. 수필의 문학성 회복에 앞장서는 오덕렬 수필가의 연구 논문 모음집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은 창작수필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책입니다.


갑오개혁 이전의 문학을 고전문학이 부르는데 이 책에는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문수필과 한글수필 중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고전수필 15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왜 고전수필을 살펴보는 걸까요. 현대창작수필 작법론이 없으니 에세이 이론에 우리 수필을 꿰맞춰 에세이처럼 쓰게 된 겁니다. 우리의 고전수필론이 부재한 탓에 맥이 끊긴 거죠. 고전수필을 연구해보면 우리가 말하는 에세이와는 다르다는 걸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에서 명백히 보여줍니다.


고전수필 작법에서 현대수필 창작론을 뽑아내는 과정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습니다. 고어가 많지만 해설이 잘 되어 있어 고전수필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한국사 시간에 암기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가 쓴 한문수필 『슬견설』의 매력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올바로 보라는 교훈이 담긴 글인데,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으로 해설하는 시각이 흥미로웠어요.


한글 창제 후 한글로 쓴 고전수필 중 의유당 김씨의 『동명일기』는 여류 수필의 백미로 칭하는 만큼 수필의 맛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출을 보고 와서 썼으니 시간이 지난 뒤의 기억에 의해 쓴 글입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재구성한 작품은 허구입니다. 아니, 허구라니? 수필에 허구라는 말이 들어가니 의아하지요. 수필의 허구는 소설의 허구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수필의 허구는 소설의 허구적 이야기의 상상적 세계가 아니라 사물과의 교감의 상상적 세계입니다. 허구적 세계는 창작의 세계입니다. 수필도 문학이냐는 소리를 듣는 현실에서 생각과 느낌을 위주로 상상으로 사물과 교감하는 수필은 엄연히 창작수필입니다. 이 부분은 전작 <창작수필을 평하다>에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조선 기행문의 백미인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창작적인 변화의 핵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글입니다. 6개월의 기록인 만큼 일부만 소개되어 있지만, 기행문이되 문학적인 기행문인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다산 정약용의 『수오재기』에서는 배경설명이 흥미진진했어요. 큰 형 정약현이 자신의 집에 붙인 이름이 '수오재'라고 합니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도 언급되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 덕분에 정약용 집안의 이야기와 글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오덕렬 저자는 원문에 나온 문학적, 상상적, 허구적 표현을 하나씩 짚어주며 창작수필의 본질을 짚어줍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찾는 소재, 비유적 표현, 글의 전개 방식 등 현대수필 작법을 생각하며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짤막한 글이지만 다양한 수사법으로 읽는 맛이 다채롭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갑오개혁 이후 이론적 정체성 없이 한 세기를 보낸 한국 수필. '붓 가는 대로'는 한자어 수필의 뜻풀이에 불과할 뿐 수필의 이론이 아니라는 걸 강조합니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은 고전수필의 맥을 이으려는 고민의 흔적이 담긴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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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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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고학자이자 숲 전문가 맥스 애덤스가 역사, 과학, 예술을 넘나들며 나무와 인간이 함께 해온 지적 여정을 그린 인간과 나무의 오래된 미래 <나무의 모험(The Wisdom of Trees)>. 저자는 실제 약 16만 제곱미터 면적의 삼림지를 사들여 숲속에서의 삶을 실현하면서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스승인 나무의 내력을 파고드는 여정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나무의 모험>에서는 역사 속에서 나무가 어떤 상징으로 활용되었는지, 인류의 문명과 진화에 나무가 기여한 것, 나무의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 숲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담백한 서사로 자연 에세이의 매력도 듬뿍 뽐내는 책입니다.


살아있으면서도 동물과는 전혀 다른 나무. 인류 문화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무와 숲은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요즘은 도시숲이라는 이름으로 나무의 존재감이 여전히 돋보이고 있죠. 저자는 우리가 숲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과 늘 공존해온 나무입니다.


2억 7000만 년 정도 된 살아 있는 화석 은행나무는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때 폭발지에서 불과 1.6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살아남기도 했습니다. 박테리아에서 진화해 다양한 조건에 대처하며 살아남은 나무. 최근 200만 년 사이에 생겨난 신진 세력들도 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새로운 도전과 경쟁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틈새 환경을 차지하는 나무를 보며 다양성의 미로를 탐험하는 자연의 모색에 감탄하게 됩니다.


숲사람으로 살면서 땔감을 마련하는 이야기와 어우러진 숲속의 귀부인 자작나무,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사시사철 기쁨을 주는 마가목의 미덕, 흔한 사과나무에 숨겨진 비밀 등 그 속에서 지혜, 두려움, 전설, 별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나무들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뜻하지 않게 쏠쏠한 팁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낙엽을 말려 책장 사이에 잘 끼워두는 취미를 가졌다면 눈이 반짝. 낙엽의 아름다운 색을 보존하려면 마르기 전에 보습 크림을 발라주거나 글리세린에 담갔다 꺼내면 된다고 합니다.


인간의 부주의, 태만, 탐욕, 편의주의 등으로 나무는 큰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 주기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파괴되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나비효과처럼 들이닥칩니다. 나무를 베어낸 다음 그 자리에 나무를 심지 않으면 생태계에 재난이 닥치는 게 당연한데도 우리는 숲의 가치를 등한시해왔습니다.


숯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는데요. 숯의 효용은 생각 이상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정수 필터나 마스크의 필터에도 숯이 들어가지요. 하지만 얼마나 올바르게 숯을 만드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싸구려 숯의 대부분은 귀중한 맹그로브나무를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혹은 불법으로 벌목한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사실 숯은 만들기도 쉽고, 충분히 지천에 깔린 나무에서 재료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취미 삼아 숯을 굽는 일은 만족감, 미적 쾌감, 철학적 사색 면에서 으뜸이라고 외칩니다.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길이다." - 나무의 모험 


생태계는 작은 변화에도 취약합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숲을 파괴해온 관행은 바뀌어야 합니다. 종이 없는 사무실 같은 개념으로 숲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그보다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는 저자입니다. 숲은 유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종이와 성냥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숲에는 베어지는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가 새로 심어진다고 합니다. 나무가 가진 경제적 가치, 나무의 경제학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나무의 모험>은 숲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월든 호숫가로 향했던 소로도 감상적인 태도 대신 나무와 숲에 대한 굳건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 경제적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숲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하며 즐거움과 합리성을 인지하는 태도를 짚어주는 <나무의 모험>은 숲에 활기를 일깨우는 참다운 방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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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10대를 위한 인생 성장 에세이
앤디 림.윤규훈 지음 / 체인지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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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인생, 진로에 관한 현실적 조언들이 담김 책 <졸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청년창조 기업으로 주목받는 스팀21 공동대표 앤디 림과 윤규훈 저자가 청소년을 위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교복을 벗고 세상에 나가는 순간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경쟁 사회. 말뿐인 괜한 희망이 아니라 꿈을 이룬 선배들의 솔직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먹고살 준비, 얼마큼 하셨나요. 공부와 꿈, 성장과 성공, 돈, 사람, 세상, 행복. 각자도생 시대에서 먹고살 준비를 마냥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로서 이 책은 읽은 저는 저자의 단호한 현실 발언이 시원하게 느껴졌어요. 꿈은 이루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딱 필요한 책입니다. 물론 저자는 학벌주의, 대학옹호론자가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요.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공부를 후회 없이 딱 몇 년만 열심히 하는 것, 이게 왜 중요한지 모른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됩니다. 질려서 더는 안 하고 싶을 정도로 해보는 것. 우리 아이는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 같아요. 한때 미친 듯 파고들더니 질릴 만큼 했다며 오히려 스스로 딱 끊은 경험이 있거든요.


공부도 무작정 덤벼들면 시간만 낭비합니다. 타고난 머리보다 더 중요한 게 기술과 노하우죠. 동기부여, 공부 환경 조성, 공부 기술 적용과 관련한 공부 잘할 수 있는 기본 뼈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공부머리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친구들도 걱정 말아요. 괜히 응용하고, 창의적인 것 하려 하기보다 암기로만 승부 봐도 기본은 간다는 걸 짚어줍니다.


공부 빼고 다른 걸 잘하는 친구들도 걱정 말아요. 학교 성적은 낮을지라도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면 빛을 발하는 타이밍은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최고의 위치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는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과 실천을 현실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짚어줍니다.


"학교는 그저 공부만 하고, 수업만 듣고 오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로 나오기 전 모든 것을 연습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입니다." - 책 속에서


정말 현실적인 주제, 돈.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돈을 가져야 행복합니다.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든든한 빽이 되어 주는 게 돈이건만, 돈 공부는 등한시합니다. 공부만큼 관심 가져야 할 게 바로 돈 공부입니다. 저자는 아예 이렇게 얘기합니다. 스스로 공부가 애매하다 싶으면 아예 돈에만 깊은 관심을 가져 보라고 말이죠. 돈 때문에 슬픈 일이 생기는 건 정말 가슴 아프거든요.


<졸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어떻게 하면 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잘 벌 수 있는지 그리고 의미 있는 쓰는 법까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들려줍니다. 흥미로운 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서 돈을 벌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갖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을 해결해 주면 지갑이 열리는 법칙입니다.


인간관계는 평생 안고 가는 걱정거리입니다. 시중에 인간관계에 대한 책만 해도 어마어마할 정도입니다. 사회에 나오면 사람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일이 생기지만, 나와 내 사람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딱 기본이면서도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유용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세상살이.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삶의 자세를 지닌다면 그래도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은 안 나올 것 같아요. 부록으로 실린 졸업하기 전에 꼭 해 봐야 할 24가지를 체크해나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도 못 해본 것들이 많더라고요. 이적의 노래 <말하는 대로>처럼 마음먹기 하나만으로 인생은 바뀔 수 있다는 것. 당근과 채찍이 고루 어우러진 책입니다.


어설픈 희망과 위로는 듣기 싫죠? <졸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마 처음엔 이런 조언조차도 거부감이 들 수 있어요. 라떼는 말이야로 치부하지 말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선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10대는 물론이고 서포트하는 부모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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