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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
길군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평점 :
“죽이고 싶었어요.” 이 말에 문득 회사의 누군가가 떠오르거나 어떤 상황이 떠오른다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상급자, 앵그리 보스는 바로 저자 길군입니다. 변명으로 쓴 책인가 싶겠지만 좀 더 기다려보세요. 그 역시 개념 없던 하급자였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앵그리 보스>는 단순히 죽이고 싶은 상급자(관리자) vs 예의 없는 하급자(실무자) 간의 옳음을 다투는 책이 아닙니다. 상급자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하급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둘 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통해 조직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앵그리 보스>에는 다양한 상급자와 하급자 유형이 등장합니다. 저자 길군이 공공기관 문화체육시설 센터장으로 있던 시기에 일한 행정 인턴 A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치를 떱니다. 그런데 시비가 있을 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겠죠? A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함께 맞장구치며 욕했는데, 길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새 또 마음이 바뀝니다.
상급자의 처지와 하급자의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화롭게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양쪽의 처지를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책임 없이 권리만 주장하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우러질 수 없습니다. 센터장으로서의 길군과 행정 인턴 A의 사례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하급자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앵그리 보스>에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반면 죽이고 싶지 않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척하는, 또는 절대 성장하지 않는 하급자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이고 싶은 상급자라고 신랄하게 표현할 정도로 답답한 하급자의 울분을 표현한 책인가 싶어 책을 펼쳤나요. 맞장구치며 욕하는 걸로 끝나봤자 뒷담화하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앵그리 보스>는 속 사정을 파헤치고 울분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경영자, 중간관리자, 부하직원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해법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기비하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말이죠. 비즈니스 도서이지만 자기계발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갈등이 있습니다. 상급자든 하급자든 둘 다 자신을 움직이게 해야 하지만 상급자는 하급자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이고 싶은 상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먼저 상급자들의 다양한 유형을 소개합니다. 식충이 팀장과 불사조 팀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멍청하고 게으른 상급자와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급자가 있습니다. "알아서 해"의 속뜻이 "나는 책임 안 진다."인 것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 상급자들입니다. 그런 상급자들과 일하는 하급자는 좌절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거나 수습하다 과로로 죽을 판입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가 관련 부서와 협의도 안 할 거임!으로 변하게 됩니다.
문화센터 사례에서 센터장이 움직여야 할 사람은 외부고객(회원)도 물론 있지만 내부고객(강사, 안내데스트 직원, 용역 직원 등)이 더 우선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의무나 책임은 상급자 몫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권위를 인정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권위자들입니다. 중간관리자의 내부고객에 대한 관점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조직 운영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고 합니다. (현실에선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상급자가 많지만요.) 상급자의 기준이 책임이라면 하급자의 기준은 변화와 성장입니다. 성장하는 하급자는 상급자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이들이 상급자가 되면 하급자의 책임을 대신해 주는 리더로 진화합니다.
하급자가 "자기 일만 잘하면 돼"식이라면 관리자가 되어서도 똑같습니다. 자기 책임마저 전가하며 불평불만 가득한 절대 성장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성장하는 사람으로 위장도 잘하니 어느 순간 관리자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조직을 떠난다면 이런 부류 때문입니다.
앵그리 보스는 그저 버럭대는 상급자가 아니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일은 시키지만 책임을 질 줄 알며 하급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상급자입니다. 조직에는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할 사람이 남아야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해서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면, 상사의 권위 따위 인정해 주고 싶지 않은 하급자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나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지, 권위란 무엇인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해왔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적 해석이 가득한 주석만 해도 수십 페이지, 참고도서만 해도 수백 권. 이 묵직한 주제를 때로는 돌려까면서 때로는 자기반성을 하며 풀어내는 저자 길군의 입담이 매력적입니다.
식충이 팀장, 불사조 팀장, 성장하는 척하는 직원, 절대 성장하지 않는 직원이 되지 않도록 뼈 때리는 조언이 가득한 <앵그리 보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