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로거라면 누구나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좋은 문장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초보 필자, 문장을 쓰고도 잘못 쓰지는 않았는지 두려워하는 필자를 위한 책 <문장의 비결>. 이론과 글쓰기 교육을 연구해온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정회모 저자가 좋은 글을 쓰는 비법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좋은 글이란 형식과 내용 면에서 균형감이 있고, 표현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글이다." - 문장의 비결 


글은 한 편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시작이 있고 성장이 있고 절정이 있고 결말이 있습니다. 각 단계마다 알맞게 균형 잡을 때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가집니다. 글의 주제도 이런 균형감 속에서 살아납니다. 읽는 사람도 쉽게 주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편적으로 잘못된 문장을 하나씩 고치는 것은 좋은 문장 학습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내용의 흐름을 타는 문장을 전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문장의 문제를 지금까지 단순히 맞춤법, 문법 문제로만 생각했나요? 정회모 저자는 "문제는 디테일이다."라고 말합니다. 문장은 맥락, 의미, 리듬, 장르와 연관을 맺는다고 합니다. 잘못된 문장을 수정하고 교정하는 차원을 넘어 전체 텍스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 디테일, 균형, 주제 전개 모두 신경 써야 합니다. 정회모 저자가 말하는 '디테일'은 단락 내의 표현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문장은 일련의 단어가 모여 완결된 생각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입니다. 텍스트의 의미는 독자가 읽는 순간 발생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환경, 배경지식, 사고방식,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문장의 의미가 필자의 의도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리 자세히 묘사해도 같은 단어의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간극을 줄이려면 문장은 짧고 명료해야 합니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하듯 한국어 문장은 서술어에 가서야 의미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정보가 너무 많으면 전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표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내면의 공간에 침잠하여 다양한 사유의 가능성을 심연에서 끌어올렸다."라는 문장을 단순하게 표현해 보시겠어요? 이 문장은 결국 "깊은 생각을 했다."입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짧고 명료하게, 단순하게 표현하는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중복되는 의미와 어휘를 지우고, 불필요한 부사와 형용사도 지우고, 긴 문장은 여러 문장으로 나누고, 필요하면 간단히 보통 문장을 넣는 과정을 반복할수록 문장은 좋아집니다. 짧게 쓰면 어법에 틀린 문장을 쓸 위험이 줄고, 전달하려는 필자의 뜻도 선명해집니다. 문장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것이 문장 쓰기의 기본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문맥 흐름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야 하는 수동태(피동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신문기사에 특히 피동형이 많습니다. '해석된다, 전해졌다, 이해된다, 주목된다...' , '고쳐져야, 주어져야, 일컬어지던, 보인...'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피동형이 무척 많습니다. 


게다가 좋은 글은 문장 하나를 잘 썼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어 의미가 만들어질 때 탄생합니다. <문장의 비결>은 문장 연결에 오류가 없도록 신경 쓰려면 어떤 것들을 살펴봐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실전체크를 통해 직접 예문을 고쳐보면서 연습해 보세요. 서술어 중심 문장을 만드는 연습, 명사형 문장을 서술형으로 바꾸는 연습, 연결 어미를 제대로 사용하는 연습, 문장을 잘 연결하는 연습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 문장을 고쳐봐야 합니다. 왜 고쳐야 하는지 근거를 찾고, 수정의 이유를 이해하면서 말이죠. 그다음에 자주 실수하는 부분, 틀리는 유형의 어법과 문법을 학습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표현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좋은 글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장의 비결>. 글쓰기 연습과 함께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독서입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새긴 언어 감각은 좋은 문장을 쓰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도 독서와 글쓰기로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볼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스페인 & 한 달 살기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 예능 <뭉쳐야 뜬다 리턴즈>, <캠핑 밖은 유럽 2> 모두 스페인을 여행하고 있다 보니 스페인 곳곳의 다채로운 모습을 맘껏 만나고 있습니다. 대도시 위주의 유명 관광지만 알던 저도 스페인이 가진 매력에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스페인은 소도시 여행을 즐기기 정말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톨레도 구시가지, 그라나다 알람브라궁전,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역사 책에 등장하는 알타미라 동굴 등 세계문화유산이 가득한 곳입니다. <캠핑 밖은 유럽> 시즌 2에서 북부 피레네 산맥 여행 중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오르데사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장면에서도 눈호강을 잠깐이나마 했는데 역시 자연과 어우러진 여행지는 언제나 감동을 안겨줍니다.


가도 가도 설레게 하는 장소가 나타나는 스페인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여유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여행가이드북 <해시태그 스페인 한 달 살기>로 그 감동을 이어갑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오랫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스페인.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 문화가 공존해 유럽이면서 유럽적이지 않은 독특한 색채를 자아냅니다.


한 달 살기는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여정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지 생활에 균형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스트레스입니다. <스페인 한 달 살기>에서는 무료하게 시간 낭비만 하지 않는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줍니다.


소도시 위주 여행에는 자동차 여행이 제격입니다. 스페인 대중교통 렌페는 은근 비싼 편이어서 두 명 이상 여행에는 자동차 여행을 추천하네요. 가이드북에서는 효율적으로 자동차 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남북으로도 길고 동서로도 긴 국토를 가진 스페인의 지도를 펼쳐 도시들을 선으로 이어 효과적인 동선을 생각해 결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동거리를 계산하는 자동차 여행 계획 세우는 법, 스페인에서 운전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세심하게 짚어줍니다. ​


특이한 건물로 시선을 사로잡는 박물관이 많은 발렌시아, 월트디즈니 신데렐라 성의 모델이 된 알카사르 성이 있는 세고비아, 이슬람의 흔적이 가득한 그라나다, 가우디의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바르셀로나 등 하나하나 손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할리우드 서부극의 촬영지 알메리아는 생소한 도시였는데 가이드북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조대현 저자가 석 달 동안이나 이곳에 머물렀을 정도로 스페인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도시로 추천하는 곳입니다. 익숙한 대도시보다 옛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한 알메리아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행자라면 금상첨화입니다. 바위산에 자리한 론다는 헤밍웨이가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라고 극찬했을 정도이고, 스페인의 남부 말라가는 피카소가 태어난 도시로 북유럽과 유럽에서 휴양을 오는 소도시입니다.


스페인 여행의 핫스페이스가 또 있는데요. 폐쇄되었다가 재개방된 '왕의 오솔길'이라 불리는 이곳은 스페인의 치명적인 매력 중 하나입니다. 특히 왕의 오솔길의 핵심 코스 중 하나인 카미니토 델 레이는 스릴과 공포를 즐기는 여행자를 불러 모으는 엘 초로의 절벽에 만들어져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저평가된 소도시나 떠오르고 있는 곳을 포함해 스페인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페인 여행의 동반자 가이드북 <해시태그 스페인 한 달 살기>. 현재의 스페인을 새롭게 알게 된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달려드는 사람이나 화재가 난 건물로 뛰어드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들이 미쳤거나 어리석은 걸까요. 죽을 위기를 감수하면서도 타인을 돕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선뜻 나서지 못할 것 같은데... 조금 강도를 낮춰볼까요. 비명소리를 듣고도 모르는 척하는 이웃도 있고, 길 잃은 어린아이를 보고도 이내 방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도 있습니다.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을 담은 책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에서 이타성의 본질인 이타적 욕구를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생태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신경영상학, 심리생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 연구를 통해 타인의 감정이 공감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며 이타주의, 소비자행동, 친환경주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저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취약한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우리의 강력한 이타적 욕구가 왜, 어떻게 발달했는지 들려줍니다. 특히 이타주의라는 넓은 개념 중 아주 특정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이타적 욕구'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것도 동물을 통해서 말이죠. 


우리는 오직 인간만이 이타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성적인 정신의 산물이라는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고유 행동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자의 이타적 반응 모델은 동물의 새끼돌봄행동을 인간의 이타적 반응과 연결한 연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1969년 생리심리학자 윌리엄 윌슨크로포트의 유명한 새끼회수 실험이 있습니다. 어미 쥐가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회수하는 동기에 관한 이 연구에서 어미 쥐는 보상이 없는데도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쥐의 새끼도 책임감 있게 보금자리로 옮겨놓았습니다. 길어진 실험 때문에 연구진들이 지쳐서 실험을 계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에도 어미 쥐는 쉬지 않고 계속 자신과 무관한 새끼 쥐를 구조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헌신적인 어미 쥐 실험으로 인간의 이타적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물의 새끼회수행동과 인간의 이타주의 사이의 유사성이 그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타인의 긴급한 요청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간의 반응이 새끼를 돌보는 포유류로서 얻은 진화의 산물임을 말입니다. 


새끼회수 동기가 지닌 진정한 힘과 그것이 새끼를 회수한 어미 쥐에게 보상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이타적 욕구를 파악하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새끼회수와 이타적 행동 모두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호르몬이 같다고 합니다. 옥시토신은 피해자에게 접근할 때 불안감을 낮춰주고 피해자와 돌봄 제공자 사이 유대를 촉진합니다. 도파민은 피해자에게 다가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데, 그 결과로 생긴 친밀한 접촉에서 돌봄 제공자는 심리적 보상(보람)을 받습니다.


물론 인간에게는 비인간 동물에게는 없는 인지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황적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합니다. 이타적 욕구가 사람들이 항상 기꺼이 도우려고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도 짚어줍니다. 개인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이타적 욕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타적 반응이 문화적, 개인적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본능은 본능이지만 유연하고 세심한 본능인 겁니다. 끔찍한 부상이나 전염성 질병에 방어적으로 행동하거나 낯선 사람을 피하라고 배운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 일에 관여하는 걸 피하듯 말입니다. 우리의 진화된 본능이 행동의 실천을 상반된 반응으로 끌어가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달려갔다고 말하는 '영웅적 행동'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일반적인 이타주의 형태인 경고해주기, 쓰다듬기, 음식 나누기, 선물 주기, 시간 내기, 돈 기부하기 등과는 확연히 다른 영웅적 행동은 행동 욕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알려진 스트레스가 많고 자극적인 상태일 때도 일어납니다. 이타주의에 관한 진화론적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웅적 행동도 저자의 이타적 반응 모델로 이 책에서 규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이 본능적으로 남을 돕도록 진화했다는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 언제 도움행동을 하고 또 언제 행동하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이타적 욕구는 유전자, 어린 시절 및 가정환경, 개인차, 상황 등이 복잡하게 뒤섞인 여러 요인을 반영해 일어난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아무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끼돌봄 맥락과 관련 있는 '신호자극'에 의해 '방출'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죠. 즉 우리의 신경계와 행동에 천성과 양육이 자연스럽게 뒤얽혀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더불어 영웅적 행동의 경우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암시적, 명시적 예측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짚어주며 이는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개인의 작은 행동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타적 반응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안겨줍니다.


언제, 왜 그리고 어떻게 타인을 도우려는 충동을 느끼는지, 반대로 방관하거나 심지어 해를 가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타적 반응 모델을 이용하면 현실에서 도움이 가장 필요한 경우에 도움행동을 늘릴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공감하고 동정심 있고 다정한 인간의 본성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앵그리 보스
길군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이고 싶었어요.” 이 말에 문득 회사의 누군가가 떠오르거나 어떤 상황이 떠오른다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상급자, 앵그리 보스는 바로 저자 길군입니다. 변명으로 쓴 책인가 싶겠지만 좀 더 기다려보세요. 그 역시 개념 없던 하급자였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앵그리 보스>는 단순히 죽이고 싶은 상급자(관리자) vs 예의 없는 하급자(실무자) 간의 옳음을 다투는 책이 아닙니다. 상급자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하급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둘 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통해 조직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앵그리 보스>에는 다양한 상급자와 하급자 유형이 등장합니다. 저자 길군이 공공기관 문화체육시설 센터장으로 있던 시기에 일한 행정 인턴 A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치를 떱니다. 그런데 시비가 있을 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겠죠? A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함께 맞장구치며 욕했는데, 길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새 또 마음이 바뀝니다.


상급자의 처지와 하급자의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화롭게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양쪽의 처지를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책임 없이 권리만 주장하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우러질 수 없습니다. 센터장으로서의 길군과 행정 인턴 A의 사례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하급자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앵그리 보스>에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반면 죽이고 싶지 않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척하는, 또는 절대 성장하지 않는 하급자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이고 싶은 상급자라고 신랄하게 표현할 정도로 답답한 하급자의 울분을 표현한 책인가 싶어 책을 펼쳤나요. 맞장구치며 욕하는 걸로 끝나봤자 뒷담화하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앵그리 보스>는 속 사정을 파헤치고 울분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경영자, 중간관리자, 부하직원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해법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기비하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말이죠. 비즈니스 도서이지만 자기계발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갈등이 있습니다. 상급자든 하급자든 둘 다 자신을 움직이게 해야 하지만 상급자는 하급자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이고 싶은 상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먼저 상급자들의 다양한 유형을 소개합니다. 식충이 팀장과 불사조 팀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멍청하고 게으른 상급자와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급자가 있습니다. "알아서 해"의 속뜻이 "나는 책임 안 진다."인 것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 상급자들입니다. 그런 상급자들과 일하는 하급자는 좌절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거나 수습하다 과로로 죽을 판입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가 관련 부서와 협의도 안 할 거임!으로 변하게 됩니다.


문화센터 사례에서 센터장이 움직여야 할 사람은 외부고객(회원)도 물론 있지만 내부고객(강사, 안내데스트 직원, 용역 직원 등)이 더 우선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의무나 책임은 상급자 몫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권위를 인정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권위자들입니다. 중간관리자의 내부고객에 대한 관점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조직 운영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고 합니다. (현실에선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상급자가 많지만요.) 상급자의 기준이 책임이라면 하급자의 기준은 변화와 성장입니다. 성장하는 하급자는 상급자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이들이 상급자가 되면 하급자의 책임을 대신해 주는 리더로 진화합니다.


하급자가 "자기 일만 잘하면 돼"식이라면 관리자가 되어서도 똑같습니다. 자기 책임마저 전가하며 불평불만 가득한 절대 성장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성장하는 사람으로 위장도 잘하니 어느 순간 관리자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조직을 떠난다면 이런 부류 때문입니다.


앵그리 보스는 그저 버럭대는 상급자가 아니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일은 시키지만 책임을 질 줄 알며 하급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상급자입니다. 조직에는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할 사람이 남아야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해서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면, 상사의 권위 따위 인정해 주고 싶지 않은 하급자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나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지, 권위란 무엇인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해왔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적 해석이 가득한 주석만 해도 수십 페이지, 참고도서만 해도 수백 권. 이 묵직한 주제를 때로는 돌려까면서 때로는 자기반성을 하며 풀어내는 저자 길군의 입담이 매력적입니다.


식충이 팀장, 불사조 팀장, 성장하는 척하는 직원, 절대 성장하지 않는 직원이 되지 않도록 뼈 때리는 조언이 가득한 <앵그리 보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상훈 2023-04-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자 길군입니다^^몇 번을 정독했습니다, 제가 의도하던 바를 너무 잘 이해해주셨어요ㅜ오히려 감동에 위로입니다ㅠ워낙 무거운 주제라 쉽지 않았거든요ㅠ덕분에 힘내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길상훈 2023-04-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글이 훨씬 더 좋은데요? 심지어 저보다 필력도 좋으세요! https://m.blog.naver.com/indiecat/223064153057
 
전쟁과 군복의 역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쓰지모토 요시후미 지음, 쓰지모토 레이코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에 따라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군복도 유행에 따릅니다. 국가의 위신이 걸린 군복. <전쟁과 군복의 역사>에서 매우 정치적이며 국제관계를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만나봅니다.


군복의 변천을 따라가다 보니 각 시대의 전쟁사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군복이라고 해서 단순히 옷만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모자, 군화, 계급장, 훈장 등 제복학, 군장사학에 포함되는 요소는 무척 폭넓습니다. 고대 갑옷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삽화 덕분에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군복은 국가가 규정한 군율에 따른 복장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됩니다. 군복을 입은 자는 제네바 조약, 헤이그 육전 조약에 의해 교전 상대국에 사로잡혀도 포로로서 보호를 받습니다. 사복을 입은 자는 간첩,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명확하게 국가의 군대로서 장비품을 지급한 증거가 남아 있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끌었던 마케도니아군입니다. 통일적인 규격품을 지급한다는 것은 원정을 지탱할 수 있었던 군수 보급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중세 봉건 시대에는 국가의 정규군보다 각 기사단이 군장을 통일하던 시대였습니다. 훈장은 고대 로마 군단에서 탄생되어 십자군 시대에 투구를 쓰면 피아식별이 어려운 기사단이 그들을 상징하는 문장을 사용하면서 이후 현대의 훈장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 제독이 저격당한 것도 가슴에 단 훈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복의 아이템을 소개하는 <전쟁과 군복의 역사>. 갑옷의 진화가 남성의 복장 전반에 변화를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조끼라 부르는 더블릿, 타이즈 등 일반 신사복이 군장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지배 계층이 기사가 되었기에 일상복도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군복의 변천사에는 장비의 발전과도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머스킷 총의 보급으로 신세대 전술이 등장하면서 그에 맞춰 군복도 바뀌는 것을 보여줍니다. 근대 군대의 아버지가 불리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아돌프는 군복마저도 근대식으로 바꾼 인물입니다. 갑옷이 퇴장하면서 정작 그 역시 총에 맞아 전사했지만요.


소설 삼총사의 영화, 드라마 덕분에 파란색 타바드(망토처럼 걸치는 상의)가 낯익을 겁니다.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군복은 루이 14세 치세의 군복이 등장하는 시대 고증적 오류를 일으켰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줍니다.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군장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군복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양쪽 가슴에 여러 개의 단추와 장식 매듭을 배치한 늑골복 디자인이 각 나라의 군복에 차용되며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대 군복 초기엔 화려한 원색의 군복이었습니다. 총의 성능이 낮아 멀리서 저격당할 위험이 낮았고, 검은색 화약 때문에 전장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오히려 아군 위치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합니다. 전쟁 기술이 이렇게 군복의 색깔마저도 영향을 준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나폴레옹은 '사람은 그가 입은 제복 그대로의 인간이 된다'는 말을 남길 만큼 군복에 진심이었습니다. 프랑스군의 군복사도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마린 패션의 하이라이트인 세일러복은 영국 해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어린 왕자에서 세일러복을 입혀 아동복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20세기 초 세일러복을 통학복으로 채용합니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 등장하는 것 역시 시대고증이 잘못된 예라고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익숙한 카키색 군복은 저격 명중률이 크게 향상되면서 전장에서 위장 효과를 의식한 군복이 등장하고, 1902년 영국 육군은 카키색 군복을 정식 군복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프랑스는 빨간색 바지를 고집했는데, 나폴레옹 3세가 포로로 사로잡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고 제1차 세계대전 개전 당시 빨간색 바지의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수하다가 결국 시대착오적인 군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쟁 중에 군복색을 바꾸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위장복은 독일 나치 친위대에서, 세계 최초의 전투복은 영국에서, 미군의 독자적인 블루종형 야전복의 원형이 탄생하기도 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신시대 전쟁에 적합한 제복들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들이 전투 방식이나 외양 등으로 개성을 다투던 시대가 아니라 획일화, 몰개성화가 진행된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원수들의 제복들은 특별했지만요.


1938년 영국 여성 보조지방의용군 이래로 여성이 군에 본격적으로 참가하면서 여군의 복제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처음엔 남녀 제복이 통일되지 않았지만 점차 복장의 유니섹스화가 트렌드가 될 거라 예측합니다.


현대전에 이르러서는 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면서 군복도 진화했습니다. 미군식이 세계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2019년 미군은 미국 우주군을 육해군과 동등한 독립군으로 승격한 만큼 우주군의 군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화기의 발달이 근대식 군복을 탄생시켰듯 미래 무기, 우주 등 그에 걸맞은 새로운 제복이 궁금해집니다.


시대적 배경, 국가관, 전통을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소개한 <전쟁과 군복의 역사>. 군복 속에 담긴 정치,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