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
제인 넬슨.셰릴 어윈 지음, 조형숙 옮김 / 더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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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없이 키워야 한다는 좋은 부모 콤플렉스에 빠진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육아 솔루션! 200만 부 베스트셀러 <긍정 훈육> 시리즈의 제인 넬슨, 쉐릴 어윈 저자가 이번에는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들려줍니다.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긍정 훈육법을 배워보세요.


원제는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부모들 (Parents Who Love Too Much)입니다. 아이에게 하는 행동 뒤에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부모 노릇. 참 쉽지 않습니다. 우아하게 육아하고 싶어도 매 순간 부모 역할에 혼돈을 겪습니다.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허용하는 부모들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례를 보니 뜨끔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부모로서 내 모습을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내 아이에게 맞는 양육 태도인지 찾아나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세요.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부모. 사랑과 지혜를 바탕으로 양육하는 데 필요한 신념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참 힘듭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리는 부모의 판단과 선택. 아이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까요. 과잉보호, 구원자, 과도한 허용과 통제, 부모 중심 결정, 비위 맞추기, 칭찬 남발 등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입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소유욕의 산물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에서는 누구나 부모 역할을 하면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를 인지하고 줄여나가고 해결해가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배울 기회를 부모의 양육 태도로 인해 박탈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말이죠.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고 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 이 덫을 피하려면 한순간 편해지는 단기 효과에 빠져버리면 안 됩니다. 내가 애를 잘못 키웠다며 후회하는 말을 할 때가 있지요. 부모의 순간적인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기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통제하고 허용하거나 혹은 무관심한 방식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저 역시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던 기억만 가득합니다. 평소엔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고요. 아이가 사회에 나갈 나이가 점점 다가올수록 엄마의 불안감 때문에 간섭과 잔소리가 늘어나는 요즘이라 반성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흥미로운 건 칭찬 역시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숭배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보상과 벌을 맹신하는 사례를 짚어주기도 하고, 부모 교육 전문가들의 모순된 양육법을 질책하기도 합니다.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는 역효과 내지 않고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훈육 방법과 실천법을 알려줍니다. 엄마가 퍼붓는 사랑을 아이는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나를 돌봐주는 것'으로만 해석하면 잘못된 거겠죠. 친절하면서도 엄한 양육 태도.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기에 왜 잘못되었는지 깨닫고 옳은 방향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부모의 양육 태도를 성찰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면서도 너무 부모 교육을 등한시했습니다. 내 양육 태도에 영향을 준 것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실현하지 못한 꿈과 목표에 대한 미련이 내 양육 태도에 반영된 것일 테니까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은데도 정작 부모의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면 부모 역할을 하는 데 수정이 필요합니다. <현명한 부모는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운다>는 부모의 성향에 따른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보완점까지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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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이웃
박애진 지음 / 들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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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뱀파이어, 늑대인간. 결코 인간과 어우러질 수 없다고 생각한 존재들이 이웃이라면? 그동안은 인외의 존재로만 바라봤다면, <우리가 모르는 이웃>에서는 사람이지만 조금 다른 피를 타고난 존재로 시각을 바꿔봅니다. 판타지 장르 소설의 단골 소재인 만큼 흔히 생각했던 뻔한 전개를 뻥 차버리는 기막히고 멋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이웃>은 환상웹진 거울 창단 멤버로서 참여한 100호 특집 단편소설에서 출발해 세 편의 연작소설로 완성되었고, 2017년 교보문고 출판 브랜드 마카롱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1년 들녘 출판사에서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장르를 아우르는 미스터 아일랜드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어 종이책 마니아인 저는 이번에야 이 멋진 스토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핏줄을 타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우리가 모르는 이웃>. 보통 사람처럼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다 이십 대 중반이 되면 그 모습 그대로 백 년간 나이를 먹지 않는 특이한 핏줄의 이야기 「나, 너와 함께」로 시작합니다.


백 살이 되기 전에 젊은 남자의 간을 먹으면 천 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단, 백 살이 될 때까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죠.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시간은 평범한 인간처럼 흘러갑니다. 젊음을 유지하지 않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 수 있다면 천년의 삶을 살지 못해도 괜찮을까요. 백 살이 되기 전 아이를 낳고 천 년의 삶을 포기할 것인가, 간을 먹고 천 년을 살 것인가의 선택인 겁니다.


지금의 '나'가 있다는 건 내 윗대가 천 년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직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의 사고사 이후 홀로서기한 '나'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팍팍한 생활고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1년 반만 지나면 백 살이 되어 뒤늦게 인연이다 싶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지만, 그 남자는 영 뭉그적대기만 합니다. 이제는 아이를 낳고 천 년의 삶을 포기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핏줄을 타고났음에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림살이가 팍팍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물먹은 솜을 이고 걷듯이 힘겨웠다'는 생각을 할 만큼 '나'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않고 세상에 치여 살아왔습니다. 할머니는 임종 직전 "너는 천 년을 살거라."는 말을 하셨지만 이렇게라면 천 년의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세 편의 연작이 수록된 <우리가 모르는 이웃>중 첫 번째 이야기 「나, 너와 함께」는 결말에 이르러 슬며시 드러나는 반전과 감정선이 정말 예술이더라고요. 이 한 편만으로도 장편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다 싶을 정도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첫 편부터 감정선에 푹 파묻혀 허덕였는지라 다음 이야기들은 심드렁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늑대라고 네발로 뛰지는 않는다」는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설레며 읽게 됩니다.


어린 시절엔 작고 초라한 신체로 자신감이 없었던 '나'. 하지만 다쳐도 순식간에 낫고, 일 년에 두 번 마음껏 힘을 발산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독특한 핏줄을 타고났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늑대인간으로 알고 있지만, 네발로 뛰지도 않고 털도 자라지 않습니다.


'나'는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있습니다. 반년 동안 40센티미터가 넘게 크고 나서는 그 여자애와 사귀게 됩니다. 초라했던 과거의 나에 대해 다 알고 난 뒤에도, 이런 핏줄을 타고난 나를 좋아해 줄지 걱정스럽습니다. 초라한 신체로 자존감이 없었던 '나'는 이제 남들보다 우월한 신체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걱정과 의심이 솟구치기 일쑤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붉은 오렌지 주스」는 언제나 착한 막내딸 이미지를 유지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는 사람을 홀릴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습니다. 흔히 뱀파이어라고 불리는 핏줄입니다. 붉은 오렌지 주스를 잘 마시고 너무 예쁘게 웃지만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탈 많은 언니들에 비해 착실하게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으며 살아왔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나고부터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굳건했던 이미지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성장통은 견디기 너무나도 힘겹습니다. 그저 다 지나갈 거라는 말에 한 줌 희망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상처는 봉합되어도 흉터는 남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척할 수는 없습니다.


"넌 넘어진 거야. 누구나 넘어질 수 있어." - 우리가 모르는 이웃 


다른 이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기만의 속사정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모르는 이웃>. 남들과 다른 핏줄을 타고난 이들의 관계가 얽혀 서로의 이야기에 스며든 세 편의 연작은, 언제나 다수에 속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슬며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특별한 핏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읽게 되는 건,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은 내 쪽이 소수가 될 수도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 초반에는 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우월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억누르려고 드는 걸까 싶었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그들의 진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수에 속하기 위해 처절히 애쓴 소수자들 앞에는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그들을 철저히 외면하려 드는 다수의 인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이웃>은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다름'을 가진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고 말이죠.


"이건 그저 체질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 우리가 모르는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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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그림책 -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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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림책> 황유진 작가가 그림책 읽듯 두 아이를 읽어온 육아 기록 <너는 나의 그림책>. 열 살과 일곱 살이 된 딸들과 함께 맛본 감동과 위안의 순간들을 수집한 스크랩북이자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변화한 가족 역사책입니다.


어른이 되어 새롭게 만난 그림책 매력에 풍덩 빠졌던 황유진 작가는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림책 친구가 생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꼼꼼하게 육아일기 쓰겠다는 결심은 사치였고, 초짜 엄마는 점차 말을 잃어갑니다.


그때 다시 힘을 준 건 그림책이었습니다. 솔직히 힘겨운 육아를 피해 나를 지키기 위해 들여다본 그림책을 통해 보편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배워가는 동시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의 마음에도 가까워졌다는 고백이 뭉클하면서도 공감됩니다. 도피성으로 뭔가를 찾다가 그림책에 푹 빠져든 엄마들의 경험 많을 거예요.


엄마와 자기를 이어주는 끈을 그림책에서 찾은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 육아휴직을 갖는 동안 책에 집착했다고 합니다. 둘째는 둘째대로 워낙 다른 기질의 아이여서 아이들이 내뿜는 엄마에 대한 집착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쯤 되면 그림책 읽기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픈 마음이 가득하지만 결국 힘듦의 시간은 그림책이 해결해 줬다는 걸 지나고 보면 깨닫게 됩니다.


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서 기다리던 첫째 아이의 마음과 닮은 <엄마 마중>, 모성애를 그린 <엄마 사슴>으로 둘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한 결단의 대가를 아이에게 떠넘기는 일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고된 육아로 허덕이며 불안과 실망감, 죄책감이 가득했던 마음을 다독이기도 합니다.


<너는 나의 그림책>을 읽으며 우리 집 그림책 읽기 역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만들어준 그 시간들. 되돌아보면 그림책이야말로 우리 아이를, 나를 키웠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좋아했던 그림책이 등장하면 더 반갑습니다. 이 그림책으로 이 가족도 이런 감동과 위안을 받았구나 싶어 동질감을 느낍니다. 당시엔 왜 그토록 끌렸는지 몰랐지만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그림책도 있어 책장에 고이 잠들었었던 그림책을 다시 한번 펼쳐들기도 합니다.


투닥거리고 힘든 날이 많아도 아이는 부모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갈 힘을 기르듯, 부모의 아이의 사랑을 통해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는 걸 보여준 <너는 나의 그림책>. 한 가족의 역사 속에서 적재적소에서 만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가 벅찬 사랑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그림책 읽어주기는 거의 등한시되지만 황유진 작가처럼 설렁설렁 오래오래 함께 읽어보세요. 우리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책을 삶에 녹여내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며, 그렇게 육아를 실천한 황유진 작가. 잔소리 100마디 보다 강력한 그림책의 힘은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책이 함께 했기에 지금 이렇게 추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풍성한 선물이 되어준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너는 나의 그림책>에는 부록으로 지난 10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 리스트도 있습니다. 그저 엄마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읽는 그림책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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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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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의 도쿄, 서른의 파리. 이방인의 삶을 사는 이정은 플로리스트의 에세이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사는법,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의 에세이는 담백하면서도 알맹이는 꽉찬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시리즈입니다.


1년만 살고 돌아오겠노라 해서 허락받고 떠난 일본 20대 시절. 신기하면서도 넘어지는 일에 익숙지 않았던 그 시절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파리에서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꿈을 찾아 세상에 뛰어든 다국적 열정 모험가 이정은 저자의 도전기를 만나보세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려고 한국에서 오랜 알바와 2년 간의 직장생활을 했던 걸 보면 가만히 앉아서 막연히 꿈꾸지만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애초에 유학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떠나야 할 타이밍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취업 비자를 받아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의 알바와 직장 생활을 이어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견뎠을까 추억삼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이루어내고 싶다는 꿈을 쫓기에 바빴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합니다. 당시의 생활을 더듬어보며 어떻게 생활비를 벌고 취업했는지 들려주고 있어 워홀을 생각 중인 분들에게 깨알같은 팁이 많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인테리어디자인을 따로 공부해보기도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꿈을 찾아나섭니다. 그 길로 가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과 돈이 아깝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것을 더 고민해야 하고, 덜 고민해야 할지 깨달은 경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악착같은 직장생활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심신도 삐걱거려 병가를 내기전 마음 치유 목적으로 주말에 꽃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일주일 간의 유럽 여행길에서 마주한 파리. 퇴사를 결심하고 꽃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일본에서 꽃을 잠깐이라도 접했기에 새로운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겠죠. 역시 단 6개월만 살아보자 하고 짐과 비자는 일본에 그대로 둔 채 일단 유학길에 오릅니다.


서른의 나이에 어느정도 적응한 일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낯선 곳으로 이방인의 삶에 뛰어듭니다. "살다 보면 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이정은 저자의 말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머무르는 경우가 참 많은데 말입니다.


"파리에서의 배움은 그게 곧 내가 되는 행위였다." - 책 속에서


일본에서의 취업도 상세하게 풀어놓더니 파리에서의 꽃 공부도 유학생 신분에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루트를 자세히 들려줍니다. 서른의 나이가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플랜B를 찾아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이런 마인드면 안 될 수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온 시간을 뒤로 하고 '나'에 집중하는 파리의 생활. 요령이 생긴 만큼 20대 때보다 좀더 나를 잘 아는 유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를 읽는 분이라면 파리와 꽃이라는 두 가지에 꽂혔을 거예요. 파리가 주는 낭만성에 꽃이라는 매개체가 더해져 우아해보이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흙, 식물, 꽃으로 연결되는 모든 작업을 아우르는 장인이자 아티스트로서의 플로리스트에 대해 잘 알려줍니다. 장인이 되는 길인 만큼 파리의 플로리스트 교육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보, 경험, 자격증을 모두 얻어 프로로 성장할 수 있기까지 후회없이 공부하고 뛰어다닌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줍니다.


파리에서 유일한 한국인 플로리스트로 스타트를 끊으며 그 나라 시스템에 적응하는 여정을 보여준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저자의 성장 스토리는 꿈을 찾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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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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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은 롤라 라퐁의 <17일>. 1974년 백만장자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여성의 관점으로 새롭게 그려낸 실화소설입니다. 


1974년 2월 4일,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극좌파 무장혁명단체 SLA에 의해 납치된 퍼트리샤 허스트.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인 허스트가의 상속자로 버클리대학교 캠퍼스에서 납치되었습니다.그런데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범죄자가 됩니다. M1 소총으로 무장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은행을 터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찍힌 겁니다.


스톡홀름신드롬 대표 사례로 손꼽는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소설 <17일>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변호인단으로부터 심리 상태 감정을 맡은 진 네베바 교수와 그의 조수 비올렌이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테러리스트, 방황하는 대학생, 진정한 혁명가, 삶의 의미를 잃은 불쌍한 여성, 그저 좀 모자란 인물, 조종당한 좀비, 분노하여 미국을 공격하는 젊은 여성. 퍼트리샤 허스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는 달라집니다.


진 네베바 교수가 풀타임으로 2주간 일할 영어 잘하는 여학생을 채용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온 비올렌은 퍼트리샤 허스트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납치된 74년부터 범죄자로 체포된 이듬해 75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비올렌은 또래였던 퍼트리샤 허스트의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게다가 SLA 멤버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합니다.


그저 흔한 납치사건으로만 생각했지만 여성 인질들이 맞게 된 서로 다른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소설 <17일>. 겨우 집으로 돌아가도 삶의 매 순간을 통제받거나, 탈출하더라도 영웅 대접이 아닌 의혹의 눈길을 견뎌내야만 하는 여성 인질들. 퍼트리샤가 남긴 녹음 메시지는 10대 소녀가 누리던 자유의 공간이 역설적으로 인질 상태에서 더 확대되어가는 걸 보여줍니다.


퍼트리샤의 목소리와 호흡 속도를 분석한 비올렌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려졌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걸 깨닫습니다. SLA의 요구는 허스트가의 재산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배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퍼트리샤는 "우엑, 정말 빡치네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겨우 네 번째 녹음 메시지에서 퍼트리샤는 전향 소식을 알립니다. 세뇌를 당하지도, 마약에 중독되지도, 고문 당하거나 최면에 걸리지도 않았다는 걸 명시하면서 말이죠.


퍼트리샤의 변호인단은 10대의 여성 상속자가 자신의 의지로, 그것도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혁명가로 변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퍼트리샤의 희생양 이미지를 그려내려 애썼지만, 사실 매번 무산시키는 건 퍼트리샤 자신이었습니다. 퍼트리샤는 왜 그토록 빠른 속도로 전향한 것일까요.


"1974년 2월 4일, 그들은 저를 납치함으로써 저의 생명을 구해주었습니다." - 17일 


퍼트리샤는 체 게바라와 함께 했던 동지 타니아의 이름을 자신에게 부여합니다. 타니아 허스트의 탄생입니다. 그리고 타니아 허스트의 탄생을 통해 청소년들은 전복적인 관점을 갖게 됩니다.


소설 <17일>은 미지의 화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덕분에 추리 소설처럼 읽게 됩니다. 이 소설이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고 뭘 이야기하려는지 처음엔 의아했지만, 진 네베바 교수와 조수 비올렌의 토론을 통해 밑밥을 잔뜩 뿌려가며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 이면을 보여줍니다.


세월이 흘러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음식을 넣은 비닐을 광장에 놓아두는 비올렌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이런 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미지의 화자. 그리고 서른일곱이 된 현재, 젊은 여성들이 어느 날 집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비올렌과 토론합니다. 그 옛날 진 네베바 교수와 비올렌이 했던 토론처럼 말이죠. 이 젊은 여성들은 왜 무기를 든 채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걸까요. 소설의 화자 '나'는 비올렌을 통해 퍼트리샤 허스트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퍼트리샤 이야기의 속편이 이어집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스톡홀름신드롬. 소설 <17일>은 그 이면에 숨겨진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그 여정에는 1700년 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납치당한 후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했던 머시와 메리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한 여성의 자유의지를 제쳐놓았던 현실이 눈앞에 드러납니다. 스톡홀름신드롬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덮여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대가 다른 여성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복합적인 행보를 그린 <17일>. 여운이 꽤 깊어요. 세뇌와 선택의 경계, 여성의 자유의지가 가진 의미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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