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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 - 프로 디자이너에게 묻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일
Ingectar-e 지음, 이소담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프로디자이너들이 보는 책이라 생각해서 어렵게 생각했다가, 좌르륵 넘겨본 순간 단숨에 빠져들었습니다. 폰트와 색을 조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게 되는 고민거리를 모두 다루고 있는 책 『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 디자인 입문자는 물론이고 현직 디자이너에게도 정체성을 점검하고, 실무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처럼 펼쳐볼 수 있는 책입니다.
브랜딩, 그래픽, 웹 디자인을 아우르는 디자인 사무소 ingectar-e가 집필한 이 책은 스튜디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고민을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디자이너의 사고방식과 일의 흐름을 친근하면서도 전문적으로 풀어낸 안내서입니다.

예쁜 포트폴리오를 위한 장식용에 가까운 책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의 진짜 속마음과 현실적 고민을 제대로 이해한 실무진이 쓴 진짜 가이드북입니다. 마치 선배 디자이너가 신입에게 속삭이는 절대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는 현실 조언과도 같습니다.
목차를 훑는 순간, 그동안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그냥 흘려보냈던 주제, 늘 피상적인 답변만 접했던 부분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 책이라면 그런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밀려왔습니다. 『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은 클라이언트, 레이아웃, 폰트, 배색, 인쇄, 학습 & 마음가짐에 관한 주제를 다룹니다.
개인의 창의적 산출물을 넘어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속에서 구체화됩니다.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클라이언트는 '더 세련되게, 더 고급스럽게, 더 임팩트 있게'라는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한 표현을 씁니다. 이때 디자이너는 그 표현이 지시하는 맥락을 탐구해야 합니다.
의뢰인의 언어를 시각적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번역가가 됩니다. 클라이언트의 욕망과 시장의 맥락을 해석하는 일이 곧 디자인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는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 준비 사항에서 견적 산출 방법, 원만하게 조율하는 팁 등을 소개합니다.
갈등 상황에서의 태도에 대한 조언도 도움 됩니다. 무리한 요구를 받을 때 거절 대신 조건을 조율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처럼, 디자인은 결국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나 학교 신문을 만들 때 레이아웃의 중요성을 실감한 경험이 있습니다. 레이아웃은 디자인의 골격이자 무대 위 무대감독 같은 역할을 합니다. 레이아웃을 단순한 틀로만 취급할 수 있는데, 레이아웃은 내용의 논리와 시선의 흐름을 동시에 통제하는 장치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화면의 균형은 단지 눈에 보이는 정렬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가 느끼는 리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레이아웃의 미묘한 힘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폰트는 메시지의 정서를 형성하는 얼굴입니다. 폰트 선택은 말투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문장도 고딕체로 쓰이면 현대적이며 또렷한 인상 톤이 되고, 명조체로 쓰면 품위 있고 신중한 울림이 됩니다.
『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에서는 폰트의 종류를 나열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지를 풀어냅니다. 서체 선택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단계이지만, 사실은 전체 디자인의 감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ingectar-e 디자인사무소는 색채와 배색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한 만큼, 배색 파트의 설명도 세밀합니다. 색은 즉각적인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언어입니다. 색채를 다룰 때 가장 흔한 실수로 좋아하는 색을 무작정 쓰는 것 아닐까요?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맥락에 맞는 배색을 찾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색 고르기는 클라이언트의 의향과 정보, 분석이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게다가 '요즘 느낌'을 잘 포착할 수 있는 팁까지, 색을 잘 다루는 것은 결국 맥락을 읽는 감각임을 보여줍니다.
디자인이 디지털 화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와 맞닿는 순간은 인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에서는 제작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룹니다. 인쇄소와의 소통 방식, 색이 화면과 다르게 표현되는 이유, 종이 질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됩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학습법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았습니다. 매일의 학습이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관찰력과 사고방식을 훈련하는 과정임을 일깨웁니다.
디자인 책 고르는 법, 번아웃에 빠졌을 때의 대처법, 동기부여를 되살리는 방법, 장기적으로 경력을 유지하기 위한 태도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조언이 이어집니다. 멘토의 따뜻한 상담처럼 읽힙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부터 인쇄 등 실무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6개 영역에 걸쳐 100가지 질문과 답변을 체계화한 『디자인에 관한 100개의 질문』.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됩니다.
디자인의 주관적 특성상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기 쉬운데, 이 책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짚어주고 있어 도움 됩니다. 이론서가 주는 지적 만족감과 매뉴얼이 주는 실용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