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괴테의 문장들 - 200년이 지나도 심장을 뛰게 하는
민유하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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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0년 전 괴테의 문장들이 담긴 『초역, 괴테의 문장들』. 괴테가 남긴 방대한 저작 (소설, 시, 격언집 등) 중에서 120개의 문장을 엄선하여 엮었습니다. 초역이라는 방식은 죽은 텍스트를 살아있는 질문으로 되살리는 해석의 행위임을 읽는 내내 실감하게 됩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대문호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는 경이로운 다재다능인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행정을 총괄한 재상이었고, 광학과 식물학을 탐구한 과학자였으며, 광산 개발과 예산을 주무르던 실무가였습니다. 동시에 죽는 순간까지 뜨거운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로맨티스트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문장은 책상 앞에서 만들어진 교훈이 아니라, 살아보며 검증한 문장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경험의 압축 파일에 가깝습니다.


괴테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상당 부분이 나를 잃어버린 데서 기인한다고 보았습니다. 좋아요 숫자에 자존감이 널을 뛰고, 남들의 화려한 단면과 나의 초라한 내면을 비교하는 우리에게 자기 극복이라는 고전적인 해결책을 보여줍니다.


"모든 존재를 옭아매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인간이다."라는 말을 건넵니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Gewalt(폭력, 압력)라는 단어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끊임없이 규정하고 억눌러 길들이려 합니다. 이에 대항해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은 타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태함과 오늘의 불안을 넘어서는 sich überwindet(자기 극복)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마음이나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오직 세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뿐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소한 규율, 화가 치미는 순간 입을 다무는 절제력. 이런 겹겹의 자기 극복이 쌓여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자존감이라는 성벽을 구축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자기 내면의 질서를 잡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이 와닿습니다.


성공을 갈망하지만 시작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적 게으름쟁이들에게 괴테는 나이키의 슬로건보다 200년이나 앞서 Just Do It의 가치를 설파했습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해야 한다. 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행해야 한다."라고 하면서요.


유튜브와 책을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지만, 정작 손발을 움직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식을 쌓는 행위 자체가 무언가 성취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괴테는 아는 것의 함정을 지적합니다. 적용되지 않은 지식은 그저 뇌 속의 데이터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괴테가 말하는 성취의 리듬은 "서두름 없이, 그러나 쉼 없이"입니다. 속도전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궤도를 묵묵히 도는 자전의 리듬입니다. 조급함에 쫓겨 무리하다가 번아웃에 빠지는 대신,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멈추지 않는 것. 괴테는 지속 가능성이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임을 이야기 합니다. 계획표를 짜는 데 온 에너지를 쓰지 말고, 당장 눈앞의 작은 일 하나를 완수하는 것이 삶을 바꾸는 유일한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그는 증명했습니다.


관계에 지쳐 인간 혐오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괴테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분석했습니다. "시기심은 수동적인 불쾌함이고, 증오는 능동적인 불쾌함이다."라고 말하며 내 마음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태워 유지해야 하는 능동적 감정인 증오에 대해 경고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내 안에 스스로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 불은 상대를 태우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숯검정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괴테는 증오만큼 가성비 나쁜 감정 노동은 없다고 합니다. 나를 갉아먹는 그 불을 끄는 유일한 방법은 더 이상 미움이라는 장작을 넣지 않는 것입니다. 타인의 궤도를 존중하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그들을 받아들이는 태도. 무리하게 모두를 사랑하려 애쓰기보다, 각자의 렌즈로 세상을 보는 타인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관계의 평화를 찾는 지혜입니다.


『초역, 괴테의 문장들』은 명언집의 역할을 넘어섭니다. 괴테가 왜 이런 말을 했는가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 해설서이자, 현재형 삶의 문제를 겨냥한 실천 안내서입니다. 편역자 민유하는 괴테의 원문을 독일어 그대로 제시하고, 그 문장을 다시 우리 삶의 고민과 연결합니다. Editor’s Note를 통해 그 의미를 현재 시제로 이해하게 됩니다.


괴테는 노년을 퇴보나 쇠퇴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과정으로 재정의합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을 맡는 것이다. 모든 상황이 변하기에, 우리는 의지와 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합니다.


노년을 내려놓음이나 은퇴의 시간으로만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괴테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 불렀습니다. 신체적 기력은 감퇴할지 모르나, 세월이 준 통찰과 품격이라는 새로운 자본을 활용해 어른이라는 배역을 멋지게 소화해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름답게 늙는 것은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빚어내야 할 예술 작품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다듬어가는 태도. 끝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오늘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괴테가 우리에게 남긴 최고의 유산입니다.


『초역, 괴테의 문장들』은 고어의 딱딱함을 걷어내고 오늘날의 호흡으로 괴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합니다. 우리가 길을 잃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중심을 잡아줄 단단한 목소리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답을 찾으라는 세상의 압박에 괴테는 속도를 늦추되 멈추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믿는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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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으려다 죽다 - 번아웃 없는 조직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프리 페퍼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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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매달 손에 쥐는 월급, 그 숫자가 찍히는 순간의 희열 뒤에 숨겨진 생존의 비용을 계산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Thinkers 50 등재 세계 최고 경영 사상가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해 낸 현대 조직의 살인적 관리 시스템에 대한 고발장입니다.


왜 번영과 성공의 상징인 기업들을 향해 "사람을 죽이고 있다"라는 일침을 가했을까요? 직원의 건강이 어떻게 기업의 재무제표를 갉아먹는지, 효율이라고 믿었던 경영 관행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삽질이었는지를 파헤칩니다.


오늘날의 노동 시장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라는 세련된 용어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제프리 페퍼는 그 이면의 지속적인 불안정성을 짚어줍니다.





요즘 세대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공포는 내일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불안은 인간의 뇌를 상시 비상사태로 몰아넣으며 고도의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합니다. 과거의 노동이 육체적인 소진을 불러왔다면, 현대의 유연화된 노동은 노동자의 영혼과 신경계를 갉아먹습니다. 경제적 불안이 초래하는 비용이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합니다.


이 사회와 경영자는 스트레스는 개인이 관리해야 할 몫이라고 치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경영의 핵심 비용 관점에서 재정의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결근, 몰입도 저하, 그리고 인재 이탈은 기업의 장부상에는 명확히 기록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지출입니다.


고액 연봉을 받던 우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조지프 토머스의 사례는 충격적입니다. 그는 엄청난 업무 압박 속에서 일자리를 잃을까 봐 겁에 질려 있었고, 결국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액 연봉자조차도 안전하지 못한 이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우리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요?


왜 이 사회는 정신적인 건강과 직장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한 걸까요? 우리는 그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건강을 담보로 잡는 것을 당연시해왔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거나 이 정도 스트레스도 못 견뎌서 어떻게 성공하겠냐는 식의 가스라이팅은 우리 사회의 흔한 배경음악이었습니다.


우리가 일터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현상은 결코 필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터에서 겪는 피로와 불안은 노력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경영진이 내린 선택의 결과입니다.


현대 기술은 우리를 사무실 밖에서도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위스컴의 CEO 카르스텐 슐로터가 일주일 내내 24시간 통화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압박에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습니다.


항상 연결된 문화는 노동자의 회복 탄력성을 앗아갑니다. 업무와 가정의 경계가 무너지며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히 개인의 짜증을 넘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피로가 누적된 뇌는 창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인턴 모리츠 에어하르트가 72시간 연속 근무 후 사망한 사례나, 일본 와타미의 여성 직원이 월간 초과 근무 140시간 끝에 자살한 비극은 '열심히'의 끝이 어디인지를 보여줍니다.


장시간 노동은 성과의 지름길이 아니라, 숙련된 인재를 조기에 마모시키고 폐기하는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노동을 질이 아닌 양으로만 측정하려는 낡은 경영 관성 때문입니다.





해로운 조직 문화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헌신하던 이들도 합리화와 헌신의 결과가 결국 자신의 파멸임을 깨닫는 순간, 조직을 떠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직에 남은 이들에게 무기력이 전염된다는 점입니다. 떠날 에너조차 없는 이들만이 남은 조직은 혁신이 불가능한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요즘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일'과 '수평적 문화'는 배부른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인재들이 줄지어 퇴사하고 있다면, 인사팀은 연봉 테이블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사무실 내부의 통제권과 안전감의 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무기력이 전염병처럼 퍼지기 전에 말이죠.


제프리 페퍼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전환입니다. 직원의 건강에 투자하는 기업은 의료비 지출 감소, 결근율 저하, 이직률 감소를 통해 실질적인 재무적 이익을 얻습니다.


직원을 잘 대접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길이라는 사실을 경영진이 뼛속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착한 기업이 되자는 도덕적 훈계가 아닙니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가장 영리하고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페퍼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업무 통제권입니다. 직급이 낮은 사람보다 업무에 대한 재량권이 없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조기 사망 확률도 높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마이크로매니징은 직원을 학습된 무력감에 빠뜨립니다. "어차피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데 뭐 하러 고민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직원의 엔진은 꺼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직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비싼 사내 카페테리아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경영진에 대한 변화 전략과 함께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선 사회적 합의를 촉구합니다. 직원의 건강을 해치며 이윤을 뽑아내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지탄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듯, 인적 자원을 마모시키는 기업에 사회적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와 구직자들이 건강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을 선택하고 옹호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기업들은 변화를 강요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이자 투쟁입니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경영자에게 "너희의 이런 경영 방식이 결국 회사를 망치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라는 일침을 날립니다. 역설적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자기 방어 기제를 쥐어준 셈입니다. 경영자에게는 반성문이지만, 직장인에게는 생존권 선언문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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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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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애 심리학의 바이블, 애착 이론으로 해부한 관계의 실체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출간 1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개정판입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의학과 부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아미르 레빈과 임상 현장의 베테랑 심리학자 레이첼 헬러가 손을 잡고, 인간의 뇌와 심리에 각인된 애착이라는 설계도를 펼쳐 보인 관계 보고서입니다.


출간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연애 심리학 바이블로 읽히는 이유는 연애를 감정의 문제나 성격의 문제로만 설명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관계의 작동 원리를 하나의 구조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운이나 인연의 문제로 돌리려는 태도를 해체합니다. 사랑이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뇌와 애착 체계가 만들어내는 반복 가능한 행동 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정 문화나 세대의 연애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보편의 감정 구조를 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연애는 사적인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놀라울 만큼 공통된 심리 공식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상대 분석이 아니라 자기 진단부터 시작합니다. 연애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개 상대의 행동을 먼저 떠올립니다. 연락이 적다, 감정 표현이 없다 혹은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식입니다. 이 책은 질문의 방향을 바꿉니다.


연애의 중심축을 상대의 마음에서 나의 선택으로 옮깁니다. 감정 투자라는 개념을 통해 연애를 하나의 의사결정 문제로 재정의합니다.


상대가 모호한 태도를 보일 때, 과거의 우리는 “나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애착 관점에서는 “이 사람의 친밀감 수용도는 나와 맞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집니다. 연애를 감정 시험이 아닌, 관계 구조의 적합성 평가로 전환시킵니다.


인간의 뇌가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애착 이론’. 내가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반대로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은 욕구는 각자가 지닌 고유한 애착 유형의 발현일 뿐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걸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자책하는 늪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불안형, 회피형, 안정형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각 유형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불안형은 관계의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연인의 말투 하나, 카톡 답장 속도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를 활성화된 애착 체계라고 부릅니다. 불안형에게 가장 위험한 오해는 불안함을 열정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힘들게 할 때 느끼는 감정적 요동을 사랑의 깊이라고 믿는 순간, 비극은 시작됩니다.


회피형은 친밀감이 깊어질수록 자율성을 침해받는다고 느낍니다. 이들은 상대와 가까워지려 할 때 무의식적으로 거리두기 전략을 사용합니다. 회피형의 비극은 운명의 상대라는 신기루를 쫓으며 정작 눈앞의 소중한 관계를 밀어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곧 생존이라 믿기에, 상대의 요구를 구속으로 치부해 버리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인구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안정형은 관계의 황금 표준입니다. 이들은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표현하며, 상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책은 불안형-회피형 커플의 역학 관계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마치 자석의 극처럼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당기지만, 결합하는 순간 서로를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불안형은 회피형의 무심함에서 오는 긴장감을 치명적인 매력으로 오해하고, 회피형은 불안형의 헌신을 통해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려 듭니다.


불안형-회피형 커플이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상대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때로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더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나쁜 관계임을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할까요?


이별을 경험하는 사람은 과열된 애착 체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특히 불안형은 잘못된 애착을 버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별 후의 고통을 금단 현상에 비유합니다. 상대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요동치는 애착 체계를 진정시키기 위해 뇌가 상대를 갈구하는 겁니다. 사랑이 아니라 불안의 해소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이별은 심리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천적 대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안정형의 습관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안정형을 완벽한 사람으로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안정형의 습관, 즉 감정 표현의 일관성, 공감 능력, 예측 가능한 반응을 모델로 제시합니다.


저자는 연애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밀당을 하고, 마음을 숨기는 것은 불안정한 애착 체계만 자극할 뿐이라고 말이죠. 자신의 욕구를 비난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살리는 유일한 무기라고 짚어줍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노력해서 맞추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은 애초에 잘 맞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을 고쳐 쓰려 하기보다,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 안정형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더 명확한 해법이라는 뜻입니다.


관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커플이라면 서로의 행동을 성격 결함으로 비난하기 전에, 애착 유형이라는 안경을 통해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현실적인 매뉴얼이 됩니다.


행복한 연애의 핵심은 상대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나와 상대의 애착 지도를 정확히 읽고 수용하는 용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사랑의 미로 속에서 쥐어야 할 나침반입니다.


연애가 늘 같은 지점에서 좌초되었다면 혹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두려움이 앞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적어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신기루가 걷어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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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정지음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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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거짓말한 저에게 샤워를 허락하셔서..." 취중 반성문 주인공, 알고 보니 베스트셀러 작가? 정지음이 제안하는 글쓰기 혐오 극복 처방전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작가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 고뇌하며 문장을 빚어내는 고상한 존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여기, 술에 취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저에게 샤워를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읍소 섞인 반성문을 쓰던 한 인물이 있습니다.


정지음 작가입니다.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자이자 《젊은 ADHD의 슬픔》으로 수많은 느린 학습자와 부적응자들에게 위로를 건넸던 그가 이번에는 가장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고통인 글쓰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밀리의서재에서 역대급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연재를 묶은 책입니다.


정지음 작가의 이력은 형형색색의 실패담에 가깝습니다. ADHD라는 혼란을 글로 정리하며 첫 책을 냈고, 직장 생활의 분노를 《언러키 스타트업》으로 승화시켰으며, 관계의 균열을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에 담아냈습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고결한 예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비명이자 자신을 혐오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방어기제였습니다. 신작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는 그 비명을 어떻게 문장으로 치환했는지에 대한 유쾌한 기록입니다.


우리는 왜 쓰려고 할까요? 작가는 무용한 쓰기의 유용함을 역설합니다. 글쓰기는 효율성을 따지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에서는 탈락할지 모르나, 인간의 정신적 파산을 막아주는 유일한 보루라는 것입니다.


"나만 읽는 글은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었다. 나조차 나를 혐오할 때도, 온 세상이 나를 조롱하는 것 같을 때도, 흰 종이만큼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라며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얻은 세련된 분노에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배설이 아니라, 백지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며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요즘 세대들이 느끼는 자존감의 결여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합니다. SNS 속 화려한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지우는 대신,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자신의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특별함의 시작인 겁니다.


글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첫 문장에서 막히는 이들을 위해 작가는 독특한 방법을 꺼내듭니다. 자꾸 쓰는 단어만 쓴다는 자책 대신, 세상의 모든 소음에서 단어를 건져 올리는 단어 수집가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슬프다고 쓰는 대신, 그 슬픔이 어떤 색깔인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구체적인 비유를 만드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하며 글쓰기의 문턱을 낮춥니다. 각 잡고 작문을 하기보다는, 썰 풀듯이 이야기를 진행해보라고도 조언합니다.


작가는 '보내지 않을 메시지 쓰기'나 '첫 문장 노트'를 통해 글쓰기를 일상의 놀이로 전환합니다. 글쓰기가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의식이 아니라, 오늘 내가 본 영화나 주변 사람에 대한 관찰을 기록하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의 총합임을 일깨워줍니다.


글을 쓰다 보면 반드시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내 글은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을까라는 자책입니다. 정지음 작가는 이 쓴 맛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자신의 수치심마저 콘텐츠로 만드는 '수치심의 콘텐츠화'를 제안합니다. 어린 시절 동생을 패서 노예로 삼겠다던 철없던 일기장의 내용을 공개하며, 흑역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글쓰기 재료임을 보여줍니다.


나는 평생 나였기 때문에, 질리도록 함께한 내가 그대로 투영되는 글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로합니다. 자신의 글이 재미없는 이유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채우기보다 덜어내기의 미학, 그리고 남들이 쓰는 언어에 전염되지 않기를 강조합니다. 유머가 부족해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결함을 드러내는 용기가 곧 최고의 유머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마감 전날의 기묘한 심리나 글이 막혔을 때 과감히 딴짓을 권하는 대목에서는 작가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느슨한 인간임을 확인하며 안도하게 됩니다.





작가는 글쓰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계속'한다는 것은 단순히 매일 쓰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잠시 도서관을 멀리하고 발로 쓰는 글을 찾아 떠나는 결단, 즉 돌아오기 위해 떠나기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오늘 단 한 문장밖에 쓰지 못했다 해도, 그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견뎌낸 시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시간은 우리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이죠.


정지음 작가는 글쓰기를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현재를 기록하며,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정의합니다. 글쓰기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가 말하는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 앞에 앉는 선택의 영역입니다.


ADHD라는 핸디캡을 서사의 원동력으로 바꾼 작가의 이력은, 글쓰기가 자기 수용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뱉어낸 사소한 불평 하나도 백지는 허투루 넘기지 않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도 정지음 작가처럼 세련되게 화내기 위해, 혹은 나와 화해하기 위해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흰 페이지를 위한 가장 다정한 응원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일관되게 자신의 취약성을 이야기 자산으로 바꾸어 왔던 정지음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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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마스터 1500
오현숙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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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JLPT 자격증은 있지만 실전에서 자신의 일본어가 어색하다고 느끼나요? 혹은 비즈니스 메일을 쓰면서 "이게 맞나?" 싶어 번역기를 돌린 뒤, 그 결과물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며 식은땀을 흘리지는 않는지요.


자격증이 실력을 증명한다고 믿지만, 언어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 만만하게 시작하는 일본어는 중고급 단계로 올라갈수록 뉘앙스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힙니다.


『일본어 마스터 1500』은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등장한 교재입니다. 저자 오현숙 교수는 강의실에서, 통역 현장에서, 그리고 시험 문제 출제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인 학습자들이 어디서 발을 헛디디는지, 어떤 지점에서 한국식 일본어의 늪에 빠지는지를 포착해 왔습니다.


이 책은 30년간 수집한 학습자들의 오답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중급자를 위한 도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어 마스터 1000을 10년만에 개정한 책입니다.


이 책의 레벨 1은 기초 수준은 아닙니다. 총 3레벨로 나눠 전반적으로 양자택일, 사지선다, 괄호쓰기로 구성했습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한 문제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저지르는 한국어 간섭 현상을 잘 짚어줍니다.


우리는 생물은 'いる', 무생물은 'ある'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식물은? 혹은 소유를 나타낼 때는? 단순 암기가 아닌 주체의 의지와 수동적 존재의 차이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제들이 펼쳐집니다.


"요즘 자주 보네요"라는 한국어 문장을 곧이곧대로 '見る'로 옮기는 실수도 짚어냅니다. 일본어에서 '보이다'와 '만나다'의 경계가 어떻게 나뉘는지, 상황에 맞는 동사 선택이 왜 네이티브스러운 감각의 시작인지를 보여줍니다.


레벨 2에 진입하면 본격적으로 어휘의 변별력 싸움이 시작됩니다. 중급 학습자들이 가장 고통받는 지점인 유사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파고듭니다.


똑같이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형태를 바꾸고, 상대방과의 거리감에 따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단어를 끼워 넣는 수준을 넘어, 문장 전체의 흐름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사를 선택하고 문형을 완성하는 훈련이 이어집니다.


변형 문제의 배치가 돋보입니다. 한 번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틀린다는 학습 심리를 파고들어, 유사한 구조의 문제를 반복 배치해뇌가 올바른 패턴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레벨 3은 그야말로 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난도 영역입니다. 이곳에서는 고급 시사 상식, 관용구, 그리고 가장 까다로운 경어가 기다립니다.


1379번 예문의 '고양이 등(猫背)'처럼 신체 부위를 활용한 관용구나, '연쇄 추돌(玉突き)' 같은 시사적 표현들은 사전을 찾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화적 문맥을 요구합니다.


'모셔다드리다', '말씀드리다' 등의 겸양 표현과 존경 표현이 섞였을 때 발생하는 혼란도 정리해 줍니다. 0657번 문제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상황을 'おります'로 표현하는 겸양의 원리(자신이 속한 그룹의 사람을 낮춤)를 설명해줍니다.


일반적인 학습서에서 보기 힘든 '내각개조(内閣改造)', '통상국회(通常国会)' 등의 정치 및 국회 용어를 배치했습니다. 일본 뉴스를 청취하거나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기죽지 않을 실전 근육을 키워줍니다.


본문 1500문제를 모두 풀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부록 레벨업 문법 노트까지 살펴보세요.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어떤 상황에서 갈라지는지 표로 정리하여 시각적 직관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중고급자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난관인 형식 명사들의 쓰임새를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이티브들이 일상적으로 쓰지만 한국인에겐 낯선 외래어와 복잡한 경어 체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JLPT N1/N2 자격증은 있지만, 정작 현지인과의 대화나 작문에서 자신의 일본어가 부자연스럽다는 공포를 느끼는 이들, 비즈니스나 전문적인 대화에서 어휘의 한계를 느끼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일본어 실력이 얼마나 모래성 같았는지를 1500번의 문제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낸다면 일본어 공부 제대로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당신의 한국식 일본어를 네이티브의 문장으로 재설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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