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홍보 실무노트 - 사수가 알려주는 비전공자를 위한
최승호 지음 / 밥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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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수인계 없음, 사수 없음, 경험 없음. 심지어 당일 보도자료 배포까지 요청받는 언론홍보 담당자가 된다면?


최승호 저자는 비전공자 출신 홍보 담당자입니다. IT 데일리에서 보안·게임 분야 기자로 일했고, 이후 넥스쳐(구 파티게임즈)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며 언론홍보팀 구축 전 단계부터 맨땅에서 시작했습니다. 『언론홍보 실무노트』는 그래서 현장 감각이 탁월합니다. 기자도 해봤고, 홍보도 해봤다는 이중 시점이 빛을 발휘합니다.


홍보 담당자의 업무를 단순히 글을 써서 기자에게 보내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시나요? 저자는 홍보 담당자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역할의 경계부터 다시 긋습니다. 홍보 담당자의 역할은 보도자료를 쓰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홍보 담당자는 회사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언론 사이를 중재하는 허브 역할을 합니다.


홍보 담당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글쓰기 실력과 기본적인 사진 촬영 스킬, 기사를 만들어내는 능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성격과 대인관계 역량, 그리고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능력까지 네 가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줍니다.





보도자료를 단순히 일회성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순간, 그 글은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저자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보도자료가 가지는 본질적인 궤적을 추적하며, 이를 기업의 역사적 기록물로 새롭게 정의합니다.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 어떤 활동을 했는가를 보도자료만 검색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홍보의 기본은 보도자료라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보도자료 작성의 첫 단추는 철저하게 명확한 주제 선정과 타깃 분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자료를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면 그 제품의 독창적인 기능과 이점이 누구에게 가닿아야 하는지를 설정해야 합니다.


더불어 문장의 형태에 있어서도 직관적인 조언을 건넵니다. 화려한 수식어나 전문 용어로 가득한 글은 기자의 눈을 피로하게 만들 뿐입니다. 텍스트의 구조를 역피라미드 형태로 배치하여 핵심 메시지를 리드문에 전면 배치하는 기술, 그것이 바로 미디어가 선택하는 보도자료의 최소 요건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전직 기자로서의 경험이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어떻게 하면 수많은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내가 보낸 보도자료가 기사라는 형태로 최종 인쇄되거나 웹 화면에 걸릴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줍니다.


저자가 공개하는 실무 꿀팁 박스가 일품입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여러 단어를 나열하기 위해 쉼표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사화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시각적 장치로 새로운 방법을 알려줍니다.


비슷한 정보가 나열될 때는 도형(▲)을 사용해 묶는다고 합니다. 쉼표를 썼을 때와 비교해 보니 확실히 다릅니다. 모니터를 슥 훑어보는 단 2초 만에 정보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 보도자료는 실패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가치 있는 숫자와 구체적인 사례, 시선을 사로잡는 시각 자료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합니다. 기사 제목과 부제목이 전체 기사의 방향타를 잡는다면, 본문 속 도형 하나, 숫자 하나와 같은 미세한 디테일이 최종 기사화 여부를 결정짓는 신의 한 수가 되는 셈입니다.


홍보 담당자에게 기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가장 가까이 두어야 할 애증의 대상입니다. 초임 홍보인들이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는 기자를 우리 회사 소식을 올려주는 무료 광고판 정도로 인식하거나,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을 두려워해 회피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기자라는 직업군의 심리적 특성과 그들이 일하는 물리적 환경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기자들은 매일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마감 시간에 쫓깁니다. 그런데 문맥이 꼬이고 오탈자가 가득하며, 심지어 핵심 팩트마저 흐릿한 보도자료를 던지면 될까요?


특히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홍보 담당자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홍보 담당자의 입에서 나가는 모든 단어는 개인의 사견이 아닌 기업의 공식 입장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섣부르게 방어벽을 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팩트를 명확히 체크하는 동안 시간을 확보하고, 친분이 있는 기자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의 해명 기회를 전략적으로 확보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보도자료 외에도 인터뷰와 기자간담회, 기획기사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 출시 당시 사전 판매 이벤트, 발화 이슈, 전량 리콜 등의 상황에 대처하는 미디어 타임라인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결국 극도로 압축된 단 하나의 문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슬로건의 힘입니다. 저자는 창작의 고통에 신음하는 1인 홍보 담당자들의 슬로건 수립 방법론을 공유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류 기업들의 슬로건을 철저하게 해체하고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시작해,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 필수적인 멀티미디어 활용 전략을 결합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가독성 높은 카드뉴스, 직관적인 인포그래픽, 그리고 보도자료에 첨부할 최적의 사진 규격까지 세심하게 챙겨줍니다.





본문만큼이나 알찬 부록도 일품입니다. AI를 영리하게 부려 먹는 상급 사수가 되는 법을 보여줍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AI가 도출한 초안에서 주관적인 수식어를 덜어내고 객관적인 보도자료 문구로 정제해 나가는 과정은 현직 마케터와 홍보인들에게 실무 혁신을 가져다줍니다.


『언론홍보 실무노트』는 사수 없는 오피스에서 텍스트를 고치고 있을 이 시대 모든 1인 담당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보도자료 작성법부터 위기관리, AI 활용법까지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입사하자마자 1인 홍보팀으로 부딪쳐야 하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신입 마케터, 언론의 문법과 기자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비전공자 담당자들에게 실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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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켕기는 사람들 - 노래에 얽힌 그리움
박노열 지음 / 미문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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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생을 교육학자이자 사회활동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박노열 박사의 자전 에세이 『맘 켕기는 사람들』.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러 오롯이 노래와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렌즈를 통해 삶을 복기합니다.


이 책에서 노래는 기억을 길어 올리는 도구이자, 미처 갚지 못한 마음의 부채를 확인하는 매개체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41편의 음악적 연대기를 따라가며 요즘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기억의 연결망을 만나보세요.


결핍의 공간에서 길어 올린 유년의 멜로디 <맘 켕기는 날>. 저자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삶의 가장 근원적인 안식처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쟁과 피란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폭력 속에서 소년 박노열을 지켜준 것은 나직하게 읊조리던 노래였습니다. 배고픔과 공포를 이겨내게 한 그 선율들은 훗날 거제도와 지세포에서의 서정적인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세포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거친 손을 기억하는 저자의 시선은 늘 ‘켕기는’ 마음에 닿아 있습니다.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그 마음은 자식을 향한 자장가로 이어지며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학적 책임감으로 확장됩니다.


대중에게 잘못 알려진 <보리밭>의 노랫말을 학자 특유의 꼼꼼함으로 바로잡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청춘의 한 자락에서 겪어야 했던 이별을 고백하는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노래 <소나무>에서 소환한 기억은 삭막한 세상에서 푸른 그늘이 되어주었던 어른들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타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트라우너 신부의 삶은 저자가 평생 동안 사단법인 희망사회 등을 이끌며 사회교육에 헌신하게 만든 실천적 모태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사라져 간 무명용사들을 기리는 <비목>의 선율 위로 친구 아버지가 불던 트럼펫 소리가 겹쳐지고, 지금 자신이 있게 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노래와 함께 등장합니다. 저자가 생애에 걸쳐 만나온 사람들의 지도가 그려지는 듯합니다.


저자의 시선은 그 사람의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남긴 인상에 집중합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 지형에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복원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직함과 나이가 쌓여도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만든 온도는 그대로라는 것. 『맘 켕기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따뜻한 회고록입니다.





회고록은 자신의 이야기 중심으로 흐르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타인을 먼저 기억합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 존경했던 사람들을 노래와 함께 소개합니다.


『맘 켕기는 사람들』이 지닌 마법은 저자의 고백이 끝나는 지점에서 독자들의 숨은 기억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책 속의 수많은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역시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자신만의 노래와 사람을 소환하게 됩니다. 어린시절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귓가에는 여전히 생생하게 울리는 외할머니의 그리운 목소리를 불쑥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정 노래를 들으면 특정 사람이 떠오르고, 특정 장소가 되살아나며,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납니다. 『맘 켕기는 사람들』은 그 기억 복원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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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불안을 잠재우는 노자의 말 - 2500년을 건너온 인생 수업
노무라 소이치다로 지음, 류휘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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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본의 우울증 치료의 1인자로 불리는 정신과 의사 노무라 소이치로가 처방한 2500년 된 항불안제 『삶의 불안을 잠재우는 노자의 말』. 저자 스스로 이 책을 가리켜 의역(意譯)이 아닌 의역(醫譯)이라 표현한 점이 핵심입니다. 철학자나 동양사상 연구자가 아닌, 매일 환자의 언어를 듣는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도덕경》을 해석했습니다. 치유의 실효성을 앞세운 접근입니다.


저지 프리(judge free) 사고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비교와 판단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사고법으로, 노자 사상에서 착안한 겁니다. 이 개념이 현시대에 얼마나 절실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SNS 피드를 한 번만 스크롤해도 체감되는 일이잖아요. 타인의 삶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환경에서 비교는 선택이 아닌 디폴트값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덕경은 '아름답다, 추하다', '옳다, 그르다', '공부를 잘한다, 못한다', '지위가 높다, 낮다' 등 이 모든 것들은 타인이 있음으로써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예시가 쉽게 와닿습니다. "당근은 길다는 말을 들으면 '뭐, 가늘고 길긴 하지' 정도의 생각만 들 뿐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근은 감자보다 길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건 맞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고 짧음'도 '좋고 나쁨'도 '높고 낮음'도 결국에는 비교 때문에 뚜렷해지는 개념입니다."라고 합니다.


당근 하나로 비교의 구조 전체를 해명하는 단순명쾌한 예시처럼 이 책은 이렇게 철학적 개념을 추상의 영역에 놔두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먼저 비교에서 비롯된 고통을 다룹니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 잘나가는 친구에 대한 질투, 주변이 어리석게 보이는 우월감, 스스로가 쓸모없게 느껴지는 열등감. 어느 쪽이든 뿌리는 같습니다. 나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정의하려는 습관입니다.





저자는 '거울 사고'를 소개합니다. 타인의 모습은 눈에 자꾸 들어오는 반면, 자신의 모습은 거울이 없으면 볼 수 없습니다. 이 물리적 사실을 사고의 훈련으로 연결합니다. 더더욱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지요.





처방전으로 등장하는 사고법들이 모두 구체적 사물로 명명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나무늘보 사고', '족욕 물 사고', '독버섯 사고', '카멜레온 사고', '그릇 사고' 등 각각 한 가지 고민 상황에 대응하는 노자적 사고의 틀입니다.


자기 자랑이 심한 동료를 보며 지치는 상황에서는 '나무늘보 사고'가 처방됩니다. 쉬이 웃어넘기기 어려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절반은 된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비교 다음으로 많이 빠지는 함정이 과부하입니다. 성과 없는 노력에 대한 초조함, 헌신했지만 돌아오는 게 없는 허무함, 자신을 갈아 넣으며 일하는 소진 상태. 이처럼 나도 모르게 무리했을 때 펼쳐드는 처방전이 소개됩니다.


노자 사상의 핵심어 중 하나인 무위(無爲)가 빛납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인위(人爲)를 걷어낸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인위라면, 그 틀에서 벗어나 본래의 속도로 존재하는 것이 무위입니다.


'나팔바지 사고'가 등장합니다.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나팔바지처럼, 지금 사회의 기준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맞추지 못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소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화장실 사고'도 재밌습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화장실은 내가 직접 가야 합니다. 대신 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휴식과 연결합니다. "나 대신 화장실에 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듯이 나 말고 내 몸을 쉬게 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기 몸'은 스스로가 쉬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자기혐오는 비교와 과부하가 쌓인 끝에 도달하는 종착지입니다. 이룬 게 없다는 자책, 분노를 쏟은 뒤의 후회, 말주변 없는 스스로에 대한 위축감. 여기서 필요한 노자의 개념은 유약겸하(柔弱謙下)입니다. 인간은 약해도 된다고. 오히려 약한 인간이야말로 끈질기게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스푼 사고'는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가득 찬 스푼을 들고 걸을 때처럼, 마음이 넘치기 직전에 속도를 줄이는 것. 분노했다는 사실보다 그 후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이 사고법의 뿌리입니다.


각 챕터마다 WORK 섹션이 유용합니다. '거울 미션', '화장실 미션', '스푼 미션', '물 미션', '백설기 미션' 등 노자의 말이 좋은 소리로만 끝나지 않도록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지침이 붙습니다.






35가지 고민 상황에 맞춤형 노자의 말을 배치해 지금 처한 상황에 맞는 챕터를 골라 펼치면 됩니다. 순서대로 읽어야 할 이유도, 모두 읽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그 자체로 이미 무위(無爲)적 독서법입니다.


레프 톨스토이, 카를 융, 마르틴 하이데거가 매료된 텍스트가 《도덕경》이라는 사실은 그 철학적 깊이를 증명합니다. 『삶의 불안을 잠재우는 노자의 말』은 그 깊이를 어렵지 않게 건드려준다는 데 있습니다. 노자 철학은 저자의 말처럼,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넉넉한 사상'입니다. 자기 변화와 성장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한 박자 느리고 한 온도 낮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미움이 가시지 않는 관계, 기대가 무너지는 경험. 여기서 저자가 꺼내드는 대표 처방은 '물 사고'입니다. 노자에게 물은 최고의 덕(德)의 상징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거스름 없이 흐르고, 막히면 돌아가며, 결국 바위를 뚫습니다. 약해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이 물의 이미지가 건네는 메시지는 강렬합니다.


성과와 인정, 결과와 보상의 언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노자는 그것을 도(道)라 불렀고, 저자는 그것을 현대의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35가지 상황별 처방과 실천 미션 덕분에 철학 입문서로도, 마음 관리 실용서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도덕경》 원전이 부담스럽다면 이 책이 가장 좋은 첫 번째 계단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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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 OST
라이언 박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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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픽사 디즈니 세계관이 건넨 인생의 문장들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 영어 공부를 위해 책을 펼쳤다가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리고, 추억에 잠겼다가 다시 영어 표현을 익히게 되는 책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문장이 아니라 실제 대화에서 사용되는 살아 있는 표현이 많습니다. 여기에 음악이라는 요소까지 결합되면 기억의 지속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는 음악과 추억, 영어 학습, 애니메이션 역사까지 함께 담아낸 문화적 컬렉션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가사를 직역하는 수준을 넘어 영문이 지닌 본연의 뉘앙스와 문화적 맥락을 복원해 냅니다.





1940년 〈피노키오〉의 When You Wish Upon a Star부터 2024년 〈모아나 2〉의 We're Back!까지, 디즈니 80년 역사를 아우르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국내 최다 규모인 50곡의 방대한 트랙 리스트를 따라가봅니다.


전 세계를 렛잇고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겨울왕국〉 시리즈의 핵심 트랙들을 보니 반갑습니다. "We used to be best buddies / And now we're not / I wish you would tell me why" 이 짧은 세 줄에는 used to(과거의 습관을 나타내는 조동사)와 I wish + 가정법 과거가 동시에 등장합니다. 문법 교재에서 손에 안 잡히던 표현들이 엘사의 닫힌 방문 앞에서 울먹이는 안나의 목소리와 함께 각인됩니다.


영문 가사 옆에 한글 번역이 배치되어, 자연스럽게 양쪽을 오가며 의미를 비교하게 됩니다. 어린 안나와 청소년 엘사, 성인 안나의 캐릭터 아이콘이 각 파트별로 표시되어 있어, 가사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극적 흐름 속에서 살아 움직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각 곡마다 삽입된 QR코드는 디즈니 공식 OST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사실 막상 가사를 정확히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노래를 듣는 것과 가사를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디즈니 OST는 감정이 분명하고 발음이 또렷하며 스토리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영어 듣기와 말하기 연습의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라이온 킹〉의 "Hakuna matata, what a wonderful phrase / It means no worries for the rest of your days"라는 가사에 등장하는 for the rest of your days는 일상 회화에서도 즐겨 쓰는 표현인데, 티몬과 품바의 얼굴 아이콘과 함께 제시되니 맥락이 즉각적으로 와닿습니다.





〈라이온 킹〉에서만 무려 5곡(Circle of Life, I Just Can't Wait to Be King, Be Prepared, Hakuna Matata,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 수록되어 있고,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7곡, 〈인어공주〉에서 4곡이 담겼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그 장면의 그 노래가 빠졌을까 봐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습니다.


〈엔칸토〉의 We Don't Talk About Bruno는 2021년 발매 후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었습니다. 구어체 스페인어 억양이 녹아든 영어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주류 팝 문법과 미묘하게 다른 리듬감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영어 학습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선곡은 〈노틀담의 꼽추〉에서 가져온 세 곡(Out There, God Help the Outcasts, Someday)입니다.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겨울왕국〉이나 〈라이온 킹〉에 밀리지만, 영어 가사의 문학적 밀도만큼은 디즈니 역사상 최고 수준에 속합니다. God Help the Outcasts 한 곡에는 사회적 소외와 신앙, 인간의 욕망이 단 몇 줄의 가사에 농축되어 있어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가사를 곱씹는 재미가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이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학습이 시작되게 만듭니다. 영어 공부와 디즈니 덕질을 한 번에! 소장 가치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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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미역국 웅진 우리그림책 153
염혜원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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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왜 우리는 생일마다 미역국을 먹을까요? 케이크와 촛불, 선물은 이해가 되는데 한국의 생일상에는 미역국이 빠지지 않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음식. 염혜원 작가의 『나의 첫 번째 미역국』은 그 당연함에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입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에즈라 잭 키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염혜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생활 속 풍경을 통해 깊은 감정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생일이면 먹고 싶은 음식이 많습니다. 초콜릿 케이크도 있고, 피자도 있고, 햄버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늘 미역국을 끓여 줍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꽤 이상한 일입니다. 생일은 분명 자신이 주인공인 날인데 왜 축하 음식이 하필 미역국일까요?


아이의 눈에 비친 미역국은 예쁜 케이크와 달리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나고, 미끌미끌한" 정체불명의 음식일 뿐입니다.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생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이동합니다.


처음에는 나의 생일이 중심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시선은 엄마가 나를 낳은 날로 향합니다. 생일이란 한 사람의 탄생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부모가 된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자신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 준 시간에 대해서는 의외로 자주 잊곤 합니다. 『나의 첫 번째 미역국』은 그 잊힌 시간을 조용히 꺼내듭니다.


염혜원 작가가 이국땅인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했을 때, 친정어머니가 한국에서부터 수하물 무게 제한을 채워가며 가져온 길고 단단한 산모용 미역을 한 달 내내 뭉근하게 끓여주었던 기억이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이가 미역국을 휘휘 저으며 투덜거리자, 엄마는 자신의 기억을 꺼내어 놓습니다. 장면이 전환되면서 화면은 달력 구조의 프레임으로 바뀝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칸칸이 채워진 그림 속에서 엄마는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땀방울을 흘리며 끊임없이 미역국을 먹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돌봄의 누적성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매일 똑같은 국을 먹으면서도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그 곁을 지키며 국을 나르는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미역국은 치유의 의식이 됩니다.


엄마의 이야기는 외할머니를 넘어 더 깊은 과거의 시간, 제주의 푸른 바다로 나아갑니다. 화면 가득 푸른 수채화 물감이 번지며 테왁을 든 해녀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여기서 제주 해녀의 강인함을 모성과 연결합니다.





만삭의 몸으로 차가운 바닷속에 들어가 물질을 하는 해녀의 모습은 숭고하면서도 눈물겨운 생명 부양의 현장입니다. 그리고 속 표지에 그려진 고래와 관련한 설화가 자연스럽게 얹어집니다. 돌봄의 서사가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내리사랑의 연쇄 고리는 뭉근하게 끓고 있는 미역국 냄새를 통해 현재의 식탁으로 고스란히 배달됩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희생적 모성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습니다. 염혜원 작가가 그려낸 해녀들과 어머니들의 모습은 희생자가 아닙니다. 바다와 맞서 싸우며 생계를 책임지는 주체적인 생산자이자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능동적인 돌봄의 주체들입니다.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위대한 바다의 유산, 우리는 모두 한 그릇의 사랑을 먹고 자랐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생일마다 미역국을 끓여준 엄마가 있는 모든 어른에게 깊이 닿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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