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힘 - 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
김주성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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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규정에 없습니다"라는 성벽을 허문 600일의 기적 『동료의 힘』. 공공기관의 장을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으로 여깁니다. 임기 3년 중 실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년 남짓. 이 짧은 시간 동안 조직의 DNA를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뛰어든 인물이 있습니다. 김주성 노원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입니다. 비영리, 정부, 기업이라는 세 가지 이질적인 영역을 모두 경험한 보기 드문 변화 관리 전문가인 그가 2024년 취임한 곳은 2020년 파업의 상처가 깊게 패인, 침묵과 냉소가 공기처럼 흐르는 조직이었습니다.


김주성 저자의 『동료의 힘』은 복잡한 경영 이론 대신 취임 후 90명의 직원과 1:1로 마주 앉고, 510번의 생일 축하 전화를 돌린 600일간의 정서적 분투기를 담고 있습니다. 리더가 조직의 외인에서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을 복기합니다.


저자가 부임했을 때 맞닥뜨린 첫 번째 벽은 "새 이사장님도 금방 가실 거죠?"라는 뼈아픈 질문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리더는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잠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 파업 이후 조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잦은 수장 교체로 리더십 공백이 이어졌고, 9개 부서는 마치 섬처럼 단절된 채 '규정에 없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조직이 오랫동안 학습한 자기보호 방어 기제였습니다.





김주성 이사장은 비전 선포식 대신 이사장의 방을 열었습니다. 전 직원을 이사장실로 한 명씩 불러 마주 앉았습니다. 96%의 응답률이 보여주듯, 직원들은 이미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들어줄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면담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드러냈습니다. 중간관리자들의 침묵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침묵과 소극성은 그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조직이 그렇게 만들어온 결과였습니다. 변화는 개인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걸 짚어줍니다. 승진 체계의 합리적 개편, 성과와 보상이 연결되는 구조, 권한과 책임의 균형, 그리고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만드는 문화. 이 네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침묵이 도전의 목소리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그는 GROW(Goal, Reality, Options, Will) 코칭 기법을 통해 직원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일하고 싶은 욕구를 끄집어냈습니다. 권위적인 면담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의식이었습니다.


리더십 이론에서 관계를 강조하지 않는 책은 없지만 대부분은 추상적입니다. 김주성 이사장의 방식은 달랐습니다. 300여 명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고, 생일이 되면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510건. 함께 식사한 횟수는 200회 이상입니다.


고용 형태와 직급에 무관하게 서로를 동료라 부르자고 제안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예상을 넘었습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현장직이든 사무직이든, 같은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 조직에서 오랫동안 주변인으로 느껴온 사람들에게 그 한마디는 놀라운 무게를 지녔습니다.


내부 변화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공단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루기도 합니다. 장애인 포용 프로그램,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연대 등 내부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경청의 철학이 외부 이용자에게로 확장됩니다. 조직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 "공단을 왜 운영하는가?"는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향한 화두였습니다.


근육은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된 자극과 회복의 사이클에서 쌓입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우온(NOW-ON)이라는 24시간 소통 채널, 현장에서 피어난 아이디어들, 밥상에서 나눈 대화 등 모든 것이 조직이 변화를 감당하는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리더십 변화 관리 툴킷은 현장 지침서입니다. GROW 기반 면담 질문지, 변화관리 워크북, 직책별 리더십 전이 가이드—진단(Diagnosis) → 실행(Action) → 성장(Growth)의 흐름으로 설계된 이 툴킷은 자기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동료의 힘』은 조직의 최상층 리더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위에서 오는 압박과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만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간관리자, 조직문화 변화를 고민하는 HR 담당자, 그리고 나는 왜 이 조직에서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는가를 묻는 모든 직장인에게 권합니다.


전략보다 태도, 시스템보다 관계가 먼저라는 것을 데이터와 현장 언어로 동시에 증명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내 조직의 침묵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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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리셋 - 일과 삶을 내 편으로 만드는 하루 설계법
홍혜진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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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무너진 일상을 세우는 골든타임의 재설계 『루틴 리셋』. 내 삶의 시스템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줄 강력한 설계도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홍혜진 저자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연소 본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직장인의 전설 같은 커리어를 가진 분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분일초를 사투하듯 버텨온 워킹맘의 고단함 속에서도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루틴이라는 현실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일과 삶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7단계 설계법을 소개합니다.


의지가 약해서 계획을 못 지켜라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의지력은 아침에 완충되었다가 밤이 되면 방전되는 소모성 배터리와 같습니다. 무언가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과 상관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에 있다는 걸 먼저 짚어줍니다.


루틴과 습관, 버릇, 징크스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루틴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계획한 반복이고, 습관은 익숙함에 의해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이며, 버릇은 무의식적 반복이고, 징크스는 심리적 믿음에 기반한 반복입니다. 우리가 흔히 습관을 들이자고 말할 때의 그 습관과 저자가 강조하는 루틴은 결이 다릅니다.


우리가 양치질할 때 오늘은 기분이 별로니 생략할까라고 고민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는 업무 성과를 가로막는 고질적인 습관들을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존감(나를 존중하는 힘)과 자기효능감(나를 믿는 힘)을 루틴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공적인 아침 루틴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찬물 샤워를 해야 할까요? 그런 극단적인 방식을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침 루틴은 전날 밤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골라두고, 내일의 핵심 업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침의 불필요한 의사결정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늦잠을 잤다고 해서 그날 하루 전체를 포기하는 All or Nothing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만의 에너지 충전소로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메일을 열고 쏟아지는 요청에 대응하는 것은 수동적인 하루의 시작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주도하는 출근 시간의 기적을 강조합니다. 책상 위를 정리하고, 나만을 위한 작은 보상(좋아하는 향의 커피 한 잔)으로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겁니다. 하루 전체의 몰입과 집중을 강화할 수 있는 루틴입니다.


일을 할 때도 업무 리스트를 통해 일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저자는 이를 마음가짐의 스타일링이라 부르며, 긍정적인 마인드셋으로 무장하는 찰나의 시간이 그날의 전체 효율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사람을 '능력자'라 부르지만, 뇌과학적으로 멀티태스킹은 효율의 적입니다. 저자는 시간 블록화를 소개합니다. 특정 시간에는 오직 한 가지 업무에만 몰입하고 외부 자극(메신저, 이메일 알림)을 차단하는 겁니다.


또한 집중력 리듬을 인정해야 합니다. 집중 구간을 설정해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피로가 쌓이는 시간대를 파악해 업무의 강도를 조절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데이트하는 밋:미(meet me) 타임도 유용합니다. 중요한 업무를 위해 시간을 따로 확보하듯, 이번 주 달력에 스스로와의 만남을 가진 날짜를 미리 정해 체크해두라고 합니다.


퇴근 후에도 업무의 잔상을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퇴근 전 10분의 복기 루틴을 강력 추천합니다. 오늘 한 일을 정리하고 내일의 첫 단추를 끼워두는 이 시간은, 퇴근 후의 온전한 휴식을 보장하는 심리적 방어선이 됩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싱글 태스킹으로 전환하여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하거나,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루틴을 통해 에너지를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비움이 있어야 비로소 내일의 활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틴을 시작한 사람들의 가장 큰 고비는 루틴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완벽주의가 오히려 루틴의 가장 큰 적이라고 경고합니다. 하루를 거른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입니다. 


체력 관리가 루틴 유지의 기초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루틴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리셋의 과정이 반복될 때 루틴은 비로소 내 몸의 일부가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더 효율적으로 당신의 삶을 운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루틴 시스템을 제안하는 『루틴 리셋』. 하루를 설계하지 않는 자는 타인이 설계한 하루 속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매번 허둥지둥 아침을 시작하고, 밤마다 오늘 뭐 했지라는 허무함에 시달린다면 7단계 설계법을 하나씩 적용해 보세요.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기지개를 켜는 루틴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작은 균열이 결국 당신의 견고한 일상을 새롭게 재건하는 시작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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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이거
브래드 류.줄리아 류 지음, 박미연 옮김 / 트로이목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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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브래드 류와 줄리아 류, 한인 3세 남매가 내놓은 『라스트 타이거(The Last Tiger)』. 표지부터 예술 작품입니다. 강렬한 눈빛과 금빛 드로잉의 조화는 K-판타지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뉴욕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서사의 뼈대를 세운 브래드와 유튜브 1,600만 뷰의 신화 '심청전 Dive'로 전 세계의 영혼을 울린 줄리아가 함께 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할아버지의 유언으로부터 탄생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조부모님의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1960년대 미국 이민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통과한 실재하는 역사가 판타지 서사의 뿌리입니다.


한때 한국적 정서는 번역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불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情), 눈치, 한(恨)이라는 단어조차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라스트 타이거』는 한국적 감정의 핵심을 붙잡아 서양식 판타지 문법으로 다시 빚어낸 멋진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출발점이 상상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점 때문에 『라스트 타이거』는 단순한 역사소설도, 로맨스도 아닌, 감정과 상징이 교차하는 정서적 판타지로 자리 잡습니다.





호랑이 왕국과 드래곤 제국의 격돌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소설의 첫 문을 여는 키워드는 정(情)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명쾌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이 오묘한 단어를 작가들은 판타지적 설정인 호랑이 왕국의 정서적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판타지라는 가상의 공간을 유영하면서도, 그것이 실재했던 고통의 변주임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됩니다. 승의 시점에서 묘사되는 도살 의식은 일제의 수탈을 은유하는 듯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정'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감정을 넘어, 공동체가 겪는 비극을 함께 견뎌내는 함께함의 에너지로 작용합니다. 승과 은지의 시점으로 번갈아 배치하며, 서로 다른 계급과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이 어떻게 '정'이라는 끈으로 연결되는지를 묘사합니다.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접촉조차 전혀 다른 결을 띱니다. 단순한 설렘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감각의 증명으로 작용합니다. 역사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들이 서로를 붙잡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은 관계를 설명하는 감정이 아니라, 세계를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2부 눈치에서는 서사의 텐션이 올라갑니다. '눈치'는 한국인에게는 사회적 지능의 상징이지만, 식민지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절박한 레이더망이 됩니다. 드래곤 제국의 감시 아래 호랑이의 기개를 숨긴 채 살아가는 이들의 심리전은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쫄깃합니다.


작가는 실제 할아버지의 기록을 빌려 당시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역사적 사실은 소설 속에서 드래곤 제국의 철권통치로 나타납니다. 은지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승은 자신의 힘을 갈무리합니다. 하지만 그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납니다. 아니, 오히려 억압받기에 그 사랑은 더 찬란하고 위험해집니다.


이들의 풋사랑 앞에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시대는 개인의 욕망보다 가족의 생존과 민족의 대의를 우선시하게 만듭니다. 소설은 하이틴 로맨스를 넘어, 시대와 불화하는 개인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드디어 3부, 한국 서사의 정점인 한(恨)의 단계입니다. 이 소설에서 '한'은 폭발하기 직전의 응축된 에너지이자 불의에 항거하는 불굴의 의지입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 호랑이가 다시 포효하고, 흩어졌던 마음들이 모여 제국의 심장을 겨눕니다.


소설 속에서 호랑이의 멸종은 곧 민족 혼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라스트 타이거'는 존재했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시각적인 묘사가 압권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와 희생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한'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씨앗이 됩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비극적 역사를 승리와 희생의 서사로 재창조해 냅니다. 상상력이라는 도구를 빌려 선조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들의 용기를 현재로 소환합니다.


『라스트 타이거』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격언을 증명합니다. 한인 3세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남매가 할아버지의 빛바랜 일기장에서 발견한 것은 가문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 공통의 가치인 자유와 사랑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실존적 무게감과 드래곤, 호랑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스파크를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힙한 감성 속에 녹아있는 '정, 눈치, 한'의 철학적 의미를 흥미진진한 서사로 만나봅니다. K-로맨스의 새로운 기준이 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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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아메리카 머니 뭐니 세계사 1
강일우 지음 / 펜타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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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미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자유의 여신상? 민주주의의 수호자? 아니면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화들? 머니뭐니 세계사 시리즈 첫 번째 『주식회사 아메리카』는 미국을 하나의 거대한 주식회사로 설정합니다. 건국은 스타트업의 창업이고, 영토 확장은 부동산 쇼핑이며, 전쟁은 M&A라는 독특한 프레임으로요. 발칙하고도 명쾌한 미국사 경영 분석서와도 같습니다.


30년간 출판 현장에서 청소년 문학과 교육 콘텐츠를 기획해 온 강일우 저자는 익숙한 미국사를 전혀 다른 틀로 재배치합니다. 기존의 미국사는 자유, 민주주의, 정의라는 가치 중심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장면을 이익, 투자, 리스크 관리라는 경제적 언어로 번역합니다. 마치 기업의 성장 보고서를 읽듯, 미국의 선택과 행동이 훨씬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종교의 자유라는 고결한 가치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17세기의 항해를 인생 역전을 노린 투기꾼들의 욕망이 대서양을 건넌 사건으로 규정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에 깔린 실용주의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당시 유럽의 소작농과 도시 빈민들에게 아메리카는 신앙의 도피처이기 이전에,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였던 셈입니다.


보스턴 차 사건과 독립전쟁을 본사인 영국 영토에서 분사하려는 자회사들의 조세 저항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영국이 전후 비용을 청구하자,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명분론적 독립 선언이라기보다,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과도한 로열티 지급을 거부한 경영권 분쟁에 가깝습니다.





독립 직후의 미국은 지금의 광활한 영토와는 거리가 먼, 동부 해안의 가느다란 띠 모양에 불과했습니다. 『주식회사 아메리카』는 미국이 어떻게 대박을 터뜨렸는지 보여줍니다.


당시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전쟁 자금이 급했고, 미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땅을 단돈 1,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인 겁니다. 저자는 이를 목욕하면서 계약서에 서명할 정도로 다급했던 나폴레옹의 사정을 파고든 미국의 영리한 부동산 쇼핑으로 묘사합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기업의 자산 규모를 두 배로 키운,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자산 매입 사례입니다.


하지만 확장의 이면에는 원주민들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내세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실상은 원주민이라는 기존 거주자를 밀어내기 위한 퇴거 명령서였음을 짚어줍니다.


노예 해방이라는 고귀한 목적으로 기억하는 남북전쟁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습니다. 저자는 링컨 대통령을 위대한 해방자임과 동시에, 전설적인 브랜드 전략가로 묘사합니다.


농업 중심의 남부와 공업 중심의 북부가 관세와 노동력 문제로 충돌한 이 전쟁은 결국 미국이라는 기업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이었습니다. 링컨은 여기에 인권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씌워 도덕적 우위라는 무형 자산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하와이 왕국이 어떻게 미국 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는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어떻게 미국에게 하늘이 내린 기회가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미국을 조명합니다. 과거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던 미국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던 대기업이 수익성이 악화되자 모든 비용을 삭감하고 주주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나 관세 장벽은 주식회사 아메리카가 생존을 위해 다시금 냉혹한 비즈니스 룰을 꺼내 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챕터마다 삽입된 거대한 일러스트는 압권입니다.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국제 정세와 경제 논리를 한 장의 그림에 보물찾기하듯 녹여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황소상, 러스트 벨트의 폐공장, 그리고 칩4 동맹의 악수 장면까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미국사의 맥락이 머릿속에 시각화됩니다.


『주식회사 아메리카』는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반대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대신 "미국이 저런 선택을 했을 때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국제적 문해력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훈련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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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하지현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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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입버릇처럼 "스트레스 받아 미치겠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놀랍게도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의학적·생리학적 맥락으로 사용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신건강의학계의 믿고 읽는 브랜드, 하지현 교수의 신작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30년 넘게 환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저자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들면 안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지탱하기 위해 동원하는 자원 시스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나쁜 것이 아니라, 해석과 대응 방식이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먼저 스트레스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본래 물리학에서 물체에 가해지는 힘을 설명하던 이 용어는 1936년 내과 의사 한스 셀리에에 의해 생리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느끼는 이 압박감이 근대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하얀 토끼를 소환합니다. 시계를 보며 "늦었어!"를 외치는 토끼는 산업화가 가져온 시간의 압박과 강박을 상징합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셈입니다. 월요일의 내가 금요일의 나와 다른 이유는 그 주에 소진한 적응 에너지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메커니즘으로 설명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뇌는 CRH와 ACTH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뿜어내게 합니다. 원시 시대 맹수를 만났을 때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해 설계된 생존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맹수 대신 상사의 카톡이나 주식 그래'를 보며 이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얼룩말은 사자에게서 도망치고 나면 바로 풀을 뜯지만, 인간은 퇴근 후에도 낮의 실수를 되씹으며 자가 발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를 반추(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이 만성화되면 유전자에까지 각인이 됩니다. 특히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남성은 주로 공격적이거나 도피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여성은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돌봄과 친교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게 합니다.


왜 똑같이 야단을 맞아도 누구는 금방 털어내고, 누구는 며칠 밤을 설칠까요? 저자는 빅5 성격유형과 연결해 분석합니다. 특히 신경증(Neuroticism)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을 더 크게 느낍니다.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완벽주의라는 가면을 쓴 강박은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주범입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스트레스를 성장의 촉매로 전환하는 인지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심리적 문제를 넘어 물리적 파괴를 불러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상처가 더디게 아물고,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어 건망증이 심해집니다.


수면 장애와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수면 반응성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잠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지 점검하게 하고,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상태일 수 있음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번아웃은 단순히 피곤한 상태가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라는 기계가 멈춰버린 상태임을 강조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과 회피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한 파트가 흥미롭습니다. 혼자여서 힘들고, 함께여서 지치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의 역설을 다룹니다.


타인으로부터의 소외는 뇌 입장에서 신체적 통증과 동일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인간관계의 전진 기어라고 표현합니다. 이 신호가 울릴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요즘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보게되는 소셜 미디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직장 내 갈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까지 떠안으며 자신을 소모하게 됩니다. 관계에서의 적당한 거리두기가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후반부는 실질적인 대응 전략으로 가득합니다. 30년 진료 경험을 녹여내어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보여줍니다.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합니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강제로 동작 모드로 전환하여 몸을 움직이는 것이 탐색 모드(생각)를 종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의 분산 방법을 실천해야겠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도 3주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우리 뇌는 이를 상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나의 고통을 개별적 서사가 아닌 누구나 겪는 보편적 고통으로 객관화할 때 수용의 창은 넓어집니다.


스포츠 심리학의 기법도 소개하며, 스트레스라는 파도를 타고 결국 평균 회귀의 법칙에 따라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시켜 줍니다.


어려운 뇌과학 용어도 하지연 저자의 문장으로 일상의 언어로 쉽게 다가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 거센 소나기를 맞지만 우리가 통과해야 할 발달 과제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질 때 여유를 갖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는 해석하는 방식이 삶을 바꾼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스트레스라는 무게를 견디는 뇌과학의 원리를 이해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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