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 -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부처의 33가지 삶의 태도
심우 지음 / 오후의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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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500년 전 부처가 오늘의 마음에 건네는 처방 『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 누군가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누군가는 심리학 책을 펼치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우리는 정말 새로운 답을 찾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답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배우고 있는 걸까요.


『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는 불교를 설명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비교, 불안, 성공, 돈, 외로움, 죽음 같은 익숙한 단어들을 다시 읽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 심우는 초기 불교 경전을 공부하며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온 수행자입니다. 법명 '심우'가 잃어버린 본래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뜻하듯, 이 책 역시 답을 가르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은 감정을 분석하지 않습니다. 대신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자체를 다시 정의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비교하면 안 된다', '불안은 극복해야 한다', '성공해야 행복하다' 같은 문장을 오래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단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질문해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저자는 삶을 흔드는 서른세 개의 단어를 풀어갑니다. 첫 번째는 잠 못 드는 밤을 만드는 단어들이고, 두 번째는 사람 때문에 흔들리는 감정들입니다. 이어서 성공과 경쟁처럼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가치들을 이야기하고, 다시 자기 자신을 돌보는 태도로 시선을 옮긴 뒤, 마지막에는 시간과 죽음이라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주제까지 다룹니다.


우리의 하루가 흘러가는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아침에는 경쟁을 고민하고, 저녁에는 인간관계로 지치고, 밤이 되면 결국 불안과 후회가 찾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심리학 책을 읽는 듯하다가도 철학책을 펼친 것 같고, 또 어떤 장에서는 오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듭니다.


가장 오래 남았던 부분은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불안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없는 시간대에서 온다."라고 합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마음을 보내놓고 괜히 신경을 쓰는 거라고 말입니다. 부처의 눈에 불안은 ‘지금 여기’를 잃어버린 마음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였습니다.


부처는 불안이 올 때 가만히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마음이 현재를 떠나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는 그 신호를 알아차릴 때, 우리는 비로소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불안할 때 우리의 마음은 늘 미래에 먼저 도착해 있습니다. 현실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가 완성됩니다. 부처는 불안과 싸우지 말고 먼저 알아차리라고 말합니다. 불안을 이기려 애쓰는 대신 지금 내 마음이 미래에 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아픔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과제였습니다. 부처가 말하는 분노의 재해석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거나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부처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라는 기대를 품고 사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 분노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분노의 밑바닥에는 항상 ‘이렇지 않아야 한다’라는 저항이 있고, 결국 분노는 충족되지 않은 기대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분노는 외부의 자극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내면에 내장되어 있던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태어난 괴물인 겁니다. 타인이 내 기준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오만한 전제를 내려놓을 때, 분노의 불길에 공급되던 땔감도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불교를 떠올리면 으레 모든 욕망을 칼로 두부 자르듯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고정관념이었어요.


부처는 욕망을 없애라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경계한 것은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의 노예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욕망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욕망에 이끌려 자동으로 반응하는 상태가 문제인 겁니다.


부처는 출가하기 전, 인간 싯다르타로서 모든 재화와 쾌락을 누렸지만, 출가 후에는 극단적인 고행을 하며 욕망을 완전히 없애려 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답이 아니었습니다. 욕망을 마음껏 채우는 길도, 욕망을 완전히 억누르는 길도 깨달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겁니다. 그가 발견한 답은 중도(中道, majjhimā paṭipadā), 즉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부처가 강조한 핵심은 욕망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향성입니다. 채우려는 욕망을 나누려는 욕망으로, 가지려는 욕망을 나아가려는 욕망으로 말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와 똑같은 메커니즘을 충동 서핑(Urge Surfing)이라는 기법으로 설명합니다. 몰아치는 충동을 억누르거나 굴복하는 대신, 마치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그 감정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가만히 관찰하는 조절법입니다.


나아가 나를 돌보고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습관이라는 단어에 주목합니다. 부처는 깨달음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매일 작은 행위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일 올바른 행위를 반복하면 어느새 성품이 된다고 말입니다.


리추얼(Ritual)이나 갓생 살기 열풍의 시초가 바로 부처였던 셈입니다. 억압과 강제가 아닌, 나를 보호하고 고요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좋은 루틴들이 축적될 때 우리의 마음 구조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만들어낸 과거와 미래의 감옥에서 걸어 나올 수 있는 열쇠는 오직 매일의 습관을 통해 비로소 쥐어집니다.


이 책의 종착지에서는 진정한 채움과 비움의 역설을 반야심경의 구절을 통해 풀어냅니다. "형태는 공이고, 공은 형태다. 공이 형태와 다르지 않고, 형태가 공과 다르지 않다."라는 반야심경의 구절을 가져옵니다. 비어 있음과 채워져 있음은 반대가 아니라, 비어 있기에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부처가 말한 진정한 비움은 마음에서 집착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무언가가 내 것이어야 한다는 집착, 이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집착,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집착. 집착에서 근심이 생기고,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고 말입니다. 이것들을 내려놓을 때 마음에 공간이 생깁니다.


마음의 공간을 비워낸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방관이 아닙니다. 반드시 내 뜻대로 소유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순간, 역설적으로 그 빈자리에 진정한 내면의 평화와 자유가 채워집니다.


부처는 우리에게 초인의 삶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한 명의 나약한 인간으로서 깊고 어두운 밤의 번뇌를 온몸으로 통과해갔던 선배 수행자였기 때문입니다.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줄 33가지의 태도를 장착한 당신에게, 이제 찾아오는 밤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온전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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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루의 습관 다이어트 - 속세 맛으로 입 터짐을 막는
요리하루(김민지) 지음 / 서사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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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 바로 먹는 즐거움이지요. 닭가슴살, 샐러드, 삶은 달걀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음식은 기쁨이 아니라 의무가 되고, 결국 참았던 욕구는 폭식이라는 형태로 돌아오곤 합니다.


『요리하루의 습관 다이어트』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식사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다이어트 요리책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14만 명과 소통하며 현실적인 집밥을 소개해 온 요리 크리에이터 요리하루 역시 고민이 컸습니다.


과거 여러 번의 체중 감량과 요요를 반복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다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생활 패턴과 식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계속 금지하면 음식은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되고, 결국 한 번의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금지'였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제한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요리하루의 습관 다이어트』 책은 '속세의 맛'을 내세웁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익숙한 감칠맛과 만족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이어트 음식 원래 맛없다는 고정관념을 정말 깨뜨릴 수 있을까요?





『요리하루의 습관 다이어트』는 총 110가지 레시피를 담고 있습니다. 스르륵 넘겨보니 집밥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맛나보이더라고요. 떡볶이 맛 새송이버섯 무침이나 마라 숙주 무침, 마녀샹궈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밀라아제가 솟구치는 메뉴들이 등장합니다.


혀가 기억하는 자극적인 맛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칼로리가 낮고 영양이 풍부한 대체 식재료에 영리하게 입혀냄으로써 뇌가 느끼는 결핍감을 완벽하게 속여 넘깁니다.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호르몬의 장난으로 인한 입 터짐을 원천 봉쇄하는 셈입니다.


저자 요리하루는 특정 음식을 금지하기보다 맛있게 먹으면서 균형을 찾는 방식을 강조합니다. 공복 관리, 먹는 양, 식사 패턴을 함께 고려하며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과채소를 활용해 부족한 영양을 채우고, 단백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폭식을 대신할 반찬을 소개하고, 식사의 만족감을 높이는 한 그릇 메뉴까지 오늘 컨디션에서는 무엇이 가장 적절할까를 생각해 선택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도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기준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료 외에는 모든 식재료의 계량 기준을 정확히 미리 알려줍니다. 즉석밥 1팩의 무게를 기준으로 삼거나, 오일 병의 입구 크기까지 고려하여 오일의 양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실패 확률을 낮추는 팁이 곳곳에 있어 유용합니다.





집밥의 스펙트럼을 과채소(비트 사과 주스, 레몬 참외 샐러드)부터 단백질 요리(명란 푸딩 달걀찜, 달래 버터 가자미 스테이크), 그리고 속세의 풍미를 담은 한 그릇(차돌 부추 비빔밥, 참치 오일 파스타)까지 확장하는 순간, 식탁은 고통의 공간이 아닌 축제의 공간이 됩니다.


주말의 즐거운 외식 이후 찾아오는 미세한 체중 증가를 담담하게 인정하고, 공복 시간과 집밥 식단을 통해 몸의 항상성을 영리하게 되찾아오는 밸런스의 과학을 보여줍니다.


내일도 계속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평생 이어질 식습관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레시피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몸무게를 줄이는 110가지의 수단을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요리하루의 습관 다이어트』는 참는 다이어트의 유효기간이 다해 매번 폭식의 늪으로 미끄러졌던 이들에게 죄책감 없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맛있는 식사와 체중 관리를 양자택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양한 레시피와 생활 밀착형 식사 노하우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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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 콜럼버스의 발견부터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 지음, 고든 앨런 그림, 이선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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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 하나가 우리의 대출 이자를 바꾸며, 실리콘밸리의 기술은 일상의 기준을 새로 씁니다. 우리는 매일 미국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미국은 왜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판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A Little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는 그 빈틈을 메워주는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미국의 역사를 정리한 입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이 책이 풀어내는 것은 연도와 사건이 아니라 한 국가가 어떻게 모순을 끌어안은 채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했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사를 연구하고 집필해 온 역사학자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은 미국을 영웅의 나라로도, 실패한 제국으로도 그리지 않습니다. 미국을 끊임없이 스스로를 수정해 온 사회로 보여줍니다.


자유를 선언하면서도 노예제를 유지했던 나라, 평등을 말하면서도 여성과 흑인에게 오랫동안 동등한 권리를 허락하지 않았던 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이면서 지금도 깊은 정치적 분열을 겪는 나라.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장면들을 숨기지 않고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국가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북아메리카에 인간이 처음 발을 디딘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이 결코 유럽인들에 의해 새롭게 발견된 텅 빈 도화지가 아니었음을 웅변합니다. 이미 수많은 원주민 삶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던 공간이었음을 명시함으로써, 이후 펼쳐질 갈등의 무게를 조명합니다.


미국은 거대한 강대국이지만, 인류의 시간으로 보면 짧은 역사 위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였던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백 년 동안 갈등을 반복해 온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자유는 어떻게 유지되는가라는 질문까지 이끕니다.


경제와 기술, 도시의 성장도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산업혁명은 철도와 공장의 발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간 노동자와 이민자의 삶으로 이어집니다. 대공황 역시 경제 지표보다 은행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불안과 절망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떠오른 것은 오늘의 뉴스였습니다. 금리 정책, 이민 문제, 인종 갈등,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 다툼, 정치적 양극화까지 현재 미국을 둘러싼 거의 모든 이슈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역사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뉴스를 따라가기 위해 미국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를 읽고 나면 뉴스가 훨씬 입체적으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정치사를 다룰 때도 인물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습니다. 제임스 K. 포크가 앤드루 잭슨의 정치적 후계자로 성장하는 대목에서, 그는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지까지 잭슨에게 물었"고, 잭슨은 "세라 칠드러스"라고 조언했으며 실제로 그 여성과 결혼했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명백한 운명론으로 무장한 영토 확장론자의 이야기 사이에 이런 농담 같은 장면을 끼워 넣는 게 이 책의 재미 요소입니다.


매사추세츠의 헌법 조항을 읽고 스스로 법원에 걸어 들어가 자유를 쟁취해 낸 노예 여성 멈 베트의 승리, 대공황의 공포 속에서 문 닫은 은행 앞을 서성이던 목장주 존 파의 탄식처럼, 역사의 행간에 묻혀 있던 이름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역사가 거대한 이념의 충돌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이런 사람 냄새 나는 결정들,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뜨거운 투쟁의 현장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걸 계속 상기시킵니다.





보통 미국사 입문서라고 하면 대공황, 세계대전, 냉전, 그리고 마틴 루서 킹의 시민권 운동 같은 굵직한 정치, 군사적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레이첼 카슨의 파트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왜 이 장면에 주목했는지 그 행간을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자에게 레이첼 카슨은 단순히 환경 운동의 대가를 넘어, 미국과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슬과 연결망으로 묶여 있음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문명사적 이정표였던 셈입니다. 20세기 후반 미국이 직면하게 될 글로벌화와 상호 의존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던지기 위한 완벽한 프롤로그로 적당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번영 이면에는 늘 자연을 정복하고 개척하려는 역사가 있었는데, 레이첼 카슨의 등장은 그 정복의 역사에 브레이크를 걸고 우리도 결국 거대한 지구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겸손함을 가르쳐 준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의 250년은 찬란한 도약과 참담한 과오가 쉴 새 없이 교차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었습니다. 과거의 거울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읽어낼 것이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것 역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는 미국의 250년을 압축한 입문서이지만, 미국이라는 한 나라를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미국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되고, 국제정세와 경제 뉴스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훌륭한 배경지식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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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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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콘서트홀 객석에 앉아 마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지휘자의 화려한 손짓과 연주자들의 탁월한 기량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를 근원부터 설계하고 조율하는 결정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악보위원입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한국 클래식 역사상 최초로 악보의 판본과 저작권 그리고 치열한 공연 현장의 실무를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 김보람 서울시립교향악단 악보전문위원은 2005년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회의 공연을 지탱해 온 베테랑입니다.


트롬본을 전공하며 오케스트라의 호흡을 몸소 겪었던 저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일본 효고아트센터에서 쌓은 글로벌 전문성을 바탕으로 누구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무대 뒤의 음악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음표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의 뜨거운 숨결로 살아나는지, 그 숨 가쁜 이면의 궤적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2005년 서울시향 최종 면접 당시, 정명훈 음악감독이 던진 한마디는 저자의 20년 커리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나는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 건데, 악보 전문위원으로서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 이 질문은 악보위원이 단순히 종이를 인쇄하고 나누어주는 관리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정체성과 소리의 방향성을 지휘자와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여야 함을 일깨우는 메시지였습니다.


하나의 시즌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악보실은 전쟁터로 변합니다. 세계 곳곳의 출판사를 뒤져 지휘자가 원하는 가장 적합한 에디션을 발굴하고, 저작권 관계와 대여료를 확인하는 일부터가 시작입니다.


연주자들이 연주 도중 매끄럽게 악보를 넘길 수 있도록 페이지 턴(Page Turn)의 호흡까지 계산해 악보를 편집하는 디테일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오케스트라 음악의 수준은 곧 악보위원의 역량만큼 완성된다는 거장들의 찬사는 과장이 아닙니다.


클래식 역사에 새겨진 거장들의 음악적 고뇌와 판본을 둘러싼 논쟁을 현장 실무자의 생생한 시각으로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이 무척 재밌습니다. 대중에게는 다 똑같은 클래식 명곡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휘자와 악보위원에게는 어떤 에디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뼈대와 질감이 완전히 달라지는 치열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말러 교향곡 6번의 악장 순서 논쟁처럼 같은 작품인데도 어느 악장을 먼저 연주해야 하는지를 두고 100년 가까이 논쟁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악보는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시대마다 수정되고 해석되는 살아 있는 문서라는 사실을 저자는 현장의 경험을 통해 설명합니다.


브루크너의 웅장한 사운드를 해석하는 하스판과 노바크판의 대립은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브루크너의 경우 연구자마다 어느 버전이 원작자의 의도에 가까운지를 놓고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저자는 학문적 논쟁을 나열하기보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왜 이 선택이 중요한가를 설명하고 있어 실제 공연 준비 현장을 함께 경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둘러싼 복잡무쌍한 저작권 분쟁, 현대음악의 난해한 표기법을 해독해야 했던 '아르스 노바' 시리즈, 그리고 K-팝과 오케스트라의 경계를 허문 SM클래식스와의 협업 과정까지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정통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소리를 인쇄된 종이 위에서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벌이는 악보위원의 고군분투는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정명훈, 오스모 벤스케, 얍 판 츠베덴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설계하기 위해 파트보의 작은 표기 하나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드는지, 그 디테일한 소리 설계 방식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악보위원이라는 직업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공연이 완벽하게 흘러갈 때는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오직 무대 위에서 뜻밖의 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이름이 소환되는, 전형적인 인비저블(Invisible) 직업군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악보위원들은 국경을 초월해 서로의 악보를 빌려주고 정보를 공유하며 든든한 연대망을 발휘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닉부터 파리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에 이르기까지, 음악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맞잡는 전 세계 악보위원들의 에피소드는 울림을 줍니다.


뉴욕 카네기홀 투어의 숨 막히는 일정 속에서 완벽한 공연을 위해 밤을 지새우던 순간들,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 현장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과 나누었던 대화의 기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세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모든 일하는 이들을 향한 뜨거운 헌사이자 찬가입니다.


저자는 클래식의 숨은 매력을 위트 있게 건넵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고 나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사운드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완벽한 선율 뒤에 숨겨진 수많은 판본의 논쟁, 지휘자의 고뇌가 담긴 보잉 기호, 그리고 연주자가 안심하고 악보를 펼칠 수 있도록 밤을 지새운 악보위원의 치밀한 손길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가 되어 세상을 굴려가는 모두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속에 잠들어 있던 클래식 음악을 전혀 새로운 온도로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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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에스킹 - AI가 대체할 수 없는 리더의 결정적 능력
정소영.정우성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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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리더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일은 이제 생성형 AI가 상당 부분 수행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까요.


『리더의 에스킹』은 AI를 활용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책입니다. 리더십의 중심축을 답을 제시하는 사람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이동시킵니다.


브랜드 가치 전략가이자 기업교육컨설턴트인 정소영 대표와 리더십 교육 및 조직문화 컨설팅을 수행해 온 정우성 대표는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조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분석합니다.


수많은 기업 컨설팅 사례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곧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관찰했고, 그 원인을 질문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와 고도 성장기에는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리더였습니다. 리더의 풍부한 경험과 머릿속 데이터가 곧 조직의 정답이었고, 구성원들은 그 지시를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유능함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AI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실시간으로 재조합하는 오늘날, 답을 들고 있는 판단자로서의 리더십은 붕괴했습니다. 리더가 아는 척을 하며 정답을 독점하려 드는 순간, 조직은 AI보다 느려지고 굳어버립니다. 답을 내리는 권위를 내려놓고 적절한 발문을 배치하는 것, 그것이 에스킹 리더십의 첫걸음입니다.


『리더의 에스킹』은 AI가 잘하는 일과 인간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AI는 계산을 대신하지만 판단은 대신하지 않습니다. 정보는 제공하지만 가치의 우선순위는 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많은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기존 가정을 유지하려 한다고 짚어줍니다. "왜 안 되지?"라는 질문은 원인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찾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전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리더의 에스킹』에는 조직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도 질문의 품질에서 찾습니다. 기록은 빨라졌지만 "우리는 왜 이 회의를 하는가?"라는 질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은 도입했지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사고는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회의뿐 아니라 피드백과 면담에서도 질문이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지시보다 질문이 더 빠르게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AI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인상적입니다. 정렬(Alignment)과 연결(Integration)을 통해 조직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기술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리더십입니다.


그리고 질문(Ask)을 통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책에는 각 영역별로 상세한 지침이 소개되어 있고, 영역별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까지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될수록 결과물은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질문이며, 질문의 깊이는 결국 사람의 경험과 철학에서 나옵니다.


부록에 실린 질문 레퍼런스와 ASKING 진단지도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AI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토하는 체크리스트도 있습니다.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검증 과정입니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받아쓰기가 아니라 읽어내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라는 점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사고 습관입니다.


조직의 고유한 맥락을 녹여내는 AI 대화 설계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지시형 리더에서 질문형 리더로 탈바꿈하여 조직의 주도성과 집단지성을 깨울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나침반과 진단 도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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