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다크심리학 -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조종 당하지 않는 법
임철웅 지음 / 트로이목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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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리전 기술을 해체하고 타인의 통제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인지 안전 장치 『안티 다크심리학』. 심리공학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해 온 대화 전문가 임철웅 저자는 시중에 유포되는 가짜 심리 기술의 환상을 파헤치고, 우리가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는 체계적인 인지적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줍니다.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었을 때 “내가 바보 같아서”, “마음이 약해서”라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판단력이 마비되는 진짜 이유를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특정 상황이 만들어내는 조건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상사가 이것 좀 급하게 처리해줘라는 말과 함께 다들 이렇게 한다는 늬앙스를 풍기거나, 이번만 좀 이해해달라거나... 이런 은밀한 압박을 가할 때, 일의 타당성을 따지기도 전에 ‘내가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나?’라는 불안감과 시간적 압박감에 사로잡힙니다.


조종이라고 하면 거짓말, 협박, 사기, 가스라이팅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말은 훨씬 평범합니다. 악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이번에 내가 양보하는 것이 조직의 평화를 위해 합리적이야’라며 자신의 수동적 반응에 대해 그럴듯한 핑계를 사후에 만들어냅니다. 내 이성이 능동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타인이 조성한 긴박한 분위기와 죄책감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것입니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를 뜻하는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 성격 유형에 대한 조언도 있습니다. 대중 콘텐츠들은 상대를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면 완벽히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타인 분류 작업이 현장에서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유형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저 사람은 위험한 사람인가에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구조를 보면 지금 나는 어떤 압박 속에 있는지로 시선이 이동합니다.


우리가 상대를 나르시시스트라고 라벨링하는 동안, 실제 현장에서는 나의 판단을 우회하는 타인의 장치들이 작동합니다. 판단할 시간을 빼앗는 환경이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뇌는 모호한 상황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상대의 요구에 응하고 난 뒤 내가 선의를 베푼 거라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저자는 사후 정당화의 습성을 역으로 파악해야만 타인의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타인이 나의 행동을 조종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는 바로 선택권의 가짜 제공입니다. "A로 할래, B로 할래?"라고 물으면, 우리는 선택지가 A와 B 두 가지뿐이라고 착각하며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고 믿어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원래 판 자체를 상대가 짜놓은 트랩일 따름입니다.


해석 유예의 파괴력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상사가 “다시 검토해봅시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순식간에 ‘내가 무능하다고 보는 건가?’ ‘이미 신뢰를 잃은 건가?’라는 해석으로 넘어갑니다. 해석 유예는 지금 붙이는 해석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지키는 태도입니다.


상대가 "너 나 안 사랑하지?"라고 했을 때 진짜 원했던 것은, 내가 당황해서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차분하게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해주길 원해?"라고 물어보면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처럼 저자는 4단계 대응 시스템(사실 분리–감정 명명–해석 유예–요청 재정의)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안티 다크심리학』은 대화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인터페이스 구조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줍니다. 구독 서비스를 가입할 때는 눈에 잘 띄는 대형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처리되지만, 해지하려면 복잡한 설문 조사와 보이지 않는 소형 텍스트 링크를 여러 번 클릭해야 하는 경험을 겪었을 겁니다.


디지털 다크 패턴과 절차적 장애물인 슬러지는 대면 대화에서의 심리 조종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동합니다. 사용자의 결단력을 고갈시켜 그냥 두고 보자는 수동적 수용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안티 다크심리학』은 조종이 성격이 아니라 조건임을 입증하며 심리전 신화를 깨부수고, 인지 우회 경로와 죄책감·정체성·관계 등 공격 지점 5가지를 해부합니다. 방어의 핵심인 4단계 인지 방어 시스템을 소개하고, 실제 연애, 직장,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처법과 흔들린 이후의 회복 프레임까지 솔루션을 보여줍니다.


자책감 대신 주도적 판단력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타인의 정서적 요구에 시달리며 늘 나를 해명하느라 지쳤다면 읽어보세요. 조종하는 사람보다 조종이 작동하는 조건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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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두려운 당신에게 - 배경훈 부총리가 보내는 14가지 답변
배경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음 / 한빛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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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건네는 AI 생존 나침반 『AI가 두려운 당신에게』. 대한민국 최초의 기업 연구자 출신 부총리이자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개발을 이끌었던 배경훈 장관이 연구실과 산업 현장, 그리고 국가 정책을 모두 경험한 시선으로 AI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AI 때문에 망한다"도 아니고 "AI만 배우면 된다"도 아닙니다. "AI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무책임한 위로를 건네지도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말 고민해야 하는 질문들을 꺼내놓습니다.


아이 교육부터 직장인의 생존 전략, 창업, 국가 경쟁력, 보안, 의료, 제조업, 돌봄까지 AI라는 거대한 변화가 결국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AI를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끌어옵니다. 우리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마흔이 넘었는데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회사 자료를 AI에 입력해도 괜찮을까? 이 질문들은 거창한 기술 담론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AI 알고리즘보다 이런 문제를 먼저 고민합니다.


배경훈 장관은 대중이 겪는 불안의 진짜 원인을 기술 그 자체의 위협이 아니라, 기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무지라고 진단합니다. 『AI가 두려운 당신에게』는 국민들이 실제로 겪는 구체적인 의문과 질문에 답하며 막연한 공포를 해소해줍니다.





빈 화면 앞에서 보고서 목차를 잡느라 밤을 지새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초기 기획안이나 회의록 요약은 AI가 몇 초 만에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입지는 줄어든 것일까요? 인간의 역할이 단순 작업에서 사실 관계 검증과 최종 안목으로 이동했음을 짚어줍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미처 채우지 못하는 미세한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거기에 AI 코파일럿을 결합한다면 1인 창업가도 대기업 못지않은 생산성을 낼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도태되는 사람은 AI에 대체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부릴 줄 아는 사람에게 뒤처지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일깨워줍니다.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다가온 부분은 왜 우리나라만의 AI가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한국형 AI를 개발해야 할까요? "챗GPT가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저자는 거시적인 국가 전략과 주권의 문제로 풀어냅니다. 해외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가의 데이터 인프라와 주권,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타국에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한국의 법률과 행정 체계, 한국어 고유의 미묘한 맥락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AI가 없다면 미래의 국방,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는 타국의 알고리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AI 모델 개발을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며 파운데이션 모델 개념을 설명합니다. 땅을 사서 기초를 다진 뒤 철근을 세워 처음부터 집을 지어 올리는 이것이 파운데이션 모델과 닮았다고 합니다.


땅을 사서 기초부터 공사하는 거대한 작업, 즉 독립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저자는 국내 연구자와 기업, 정부가 힘을 모은 독파모(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컨소시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래 싸움 속에서도 신속함과 고유함으로 파도를 타는 강소국 서퍼의 전략을 들려줍니다. GPU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확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주권을 지키는 방파제인 셈입니다.





돈과 정보가 있는 사람만 AI를 독점하고, 부유층만 더 뛰어난 인공지능 보조자를 얻게 된다면 불평등은 세습될 겁니다. 저자는 AI를 사치품이 아닌 공공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집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을 마시듯, AI라는 기술 인프라도 지방 거주자, 어르신, 소상공인 등 모든 국민이 문턱 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수도꼭지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딥페이크, 가짜 뉴스, 정보 유출 등의 위협에 대해서도 짚어봅니다. 회사의 기밀 정보는 외부 AI에 입력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부터,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및 이용자의 문해력 향상까지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버스와 지하철, 돌봄 현장, 농가와 공장에 AI가 스며드는 세상에서 결국 끝까지 남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AI가 두려운 당신에게』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방향성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AI라 하더라도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거나 열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베테랑 직장인의 안목,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고력은 AI 시대에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저자는 정부 정책을 검토할 때마다 "이 변화가 정말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정책서로 읽으면 국가 전략 브리핑이고, 교양서로 읽으면 AI 리터러시 입문서고, 에세이로 읽으면 실험실을 떠나 정부에 들어간 한 과학자의 회고록입니다.


막연한 불안을 걷어내고 당신의 일상에 AI라는 날개를 달아줄 『AI가 두려운 당신에게』. 정책과 산업, 교육, 사회, 개인의 삶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설명하는 책이어서 유용합니다. 기술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삶과 연결해 풀어내는 AI 입문 교양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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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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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진열장에 놓인 돌칼을 보며 정말 저 돌칼로 동물을 잡았을까?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설명문을 대충 읽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음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긴 저와는 달리 직접 만들어보고, 직접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의 신작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과거의 흔적을 눈으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직접 재현해내는 실험고고학(Experimental Archaeology)의 흥미진진한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 이집트, 로마, 바이킹 시대, 중국, 멕시코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듭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학자들과 괴짜 전문가들은 잊혀진 과거의 기술을 되살려냅니다. 그들은 오줌과 피를 뒤집어쓰고, 고대 도기에서 추출한 효모로 빵을 구우며, 중세의 연고를 직접 입에 넣어 맛봅니다.


기존의 고고학이 땅을 파헤쳐 유물을 발굴하고 정밀 측정하여 분류하는 작업에 치중했다면, 실험고고학자들은 유물을 바라보며 추측하는 데 만족하지 않습니다. 당시의 재료를 구하고, 당시의 도구를 만들고, 당시의 방식으로 생활을 재현합니다. 그래야 유물이 왜 그런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연구자들은 우리가 떠올리는 과학자의 이미지와 꽤 다릅니다. 화학자와 미생물학자는 물론이고 셰프, 미용사, 문신 전문가, 생존기술 전문가까지 등장합니다. 고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구자가 됩니다.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 자체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과학이 완벽한 정답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수없이 몸으로 부딪히며 가능성을 좁혀가는 작업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이집트의 빵과 맥주 재현 프로젝트는 실험고고학이 어떻게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아마추어 맥주 양조가이자 연구자인 세이머 블랙리는 고대 이집트 박물관의 도기 파편에 침투해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효모 포자를 추출하는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자기 집 뒷마당에 파라오 시대의 화덕을 만들었고,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것과 비슷한 아카시아나무를 구해와, 1년 동안의 연습 끝에 해냅니다.


고대 이집트 맥주를 재현해 직접 음용하는 실험도 흥미진진합니다. 실험고고학은 박물관의 시각적 유물에 냄새와 맛, 풍미라는 다차원적 감각을 입혀 과거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체감하게 해줍니다.


고대 항생제 연구는 과거의 재현을 넘어 현대 과학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단초를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중세 10세기 문헌에 기술된 눈 연고(와인, 마늘, 양파, 소 쓸개즙 등을 혼합한 처방)를 원본 그대로 제조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예기치 않은 감염을 계기로 이 괴괴한 혼합물을 직접 자신의 몸에 시험하는 기행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연구하는 이유는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잊혀진 지식 속에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오래된 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데 익숙하지만, 실험고고학은 오래된 것이 반드시 뒤처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기술이 현대 과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여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투창기와 활·화살의 물리적 역학을 비교 분석하는 에피소드는 인류 역사에서 남녀의 역할 분담이 생물학적 조건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문화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투창기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던지는 경우가 많지만 활과 화살은 대체로 남자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고, 그 결과 활과 화살은 남자가 지배하는 무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사격장에서 중세 화약과 복제 대포를 발사하는 실험, 무두질 가죽을 다루는 야생 자연 학교의 생생한 풍경 등 도구와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작동시켜보는 실험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온몸의 감각으로 고대 인류의 진짜 삶과 만나는 지적 모험 『실험하는 고고학자』. 고대 로마 여성의 머리 모양을 재현하기 위해 미술관 흉상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미용사, 중세 화약 제조법을 되살리는 화학자, 트레뷰셋을 직접 만들어 발사하는 역사학자까지. 얼핏 보면 취미 생활처럼 보이는 실험들입니다. 호기심 하나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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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좋아지는 자존감 대화법 - 말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화 기술
임세화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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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왜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힐까? 왜 내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매번 돌아서서 자책할까?


직장 생활이나 가장 가깝다고 믿는 관계 속에서도 수없이 말의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상대방의 무심한 한마디에 허물어지기도 하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입안에 머금은 채 타인의 기분만 살피다 지쳐버리곤 합니다. 말솜씨가 없어서, 순발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자책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임세화 저자는 『관계가 좋아지는 자존감 대화법』에서 대화의 난제는 기술이 아니라, 내 언어의 밑바닥에 자리한 자존감의 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대화의 언어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개념은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의 명확한 경계입니다. 이 세 단어를 혼용하곤 하지만, 언어의 출발점과 주체가 전혀 다릅니다.


자존감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주체가 ‘남’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겁니다. 반면 자존심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우위를 증명하려는 외적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자신감은 능력과 성과에 대한 기대치입니다. 자신감을 높이려면 목표를 낮게 잡거나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자신의 현재 능력과 격차가 벌어져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작고 확실한 성공을 쌓아갈 때 자기효능감과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가족, 연인, 오랜 친구와의 대화에서 더 큰 피로감을 느낍니다. 저자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방어벽이 낮아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의 민낯을 부주의하게 쏟아내는 경향이 있으며, 역할과 관계의 고착화가 일어난다고 짚어줍니다.


우리는 흔히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항상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경청자)이거나 항상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리더)이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늘 듣기만 하던 사람도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고, 늘 주도하던 사람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관계 안에서 이 역할이 고정되면, 기대가 배신감으로 바뀌고 오해가 쌓이게 됩니다.





자존감을 갉아먹는 가장 무서운 내부의 적은 바로 자기비판과 완벽주의입니다. 책에서는 완벽주의 틀에 갇혀 업무와 관계를 망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A 과장은 프로젝트 보고서의 이메일 한 줄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었습니다. 팀원들에게 반복적인 검토와 수정을 요구했고, 결국 프로젝트 전체 지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때 팀장은 A 과장에게 뜻밖의 피드백을 건넵니다. 완벽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스스로의 가두리 틀이 깨지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실수했을 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실수 → 자책 → 또 다른 실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실수 → 정지 → 분석 → 회복이라는 4단계 프로세스를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 X 본사에는 “내일은 더 좋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라는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실수는 폐기처분해야 할 오점이 아니라 성장과 학습의 에너지가 되는 매개체라는 시각의 전환입니다.


우리가 내뱉는 언어는 파동이 되어 가장 먼저 내 귓가에 맴돌고 뇌에 입력됩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다양한 셀프 대화법과 실천 팁이 잘 나와 있습니다. 로젠버그 자존감 척도 측정부터 감정 일기 쓰기, 그리고 하루 5분 감사 메모 작성까지 다채로운 도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좋은 관계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단단한 자존감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관계가 좋아지는 자존감 대화법』은 타인의 말 한마디에 소용돌이치던 마음의 중심을 나에게로 가져오는 내면 언어의 리셋 버튼입니다.


SNS 시대에는 문자 하나, 이모티콘 하나에도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답장이 늦으면 미움받는 것 같고, 짧은 답장을 받으면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곡된 번역이 관계를 불필요하게 소모시킵니다. 이 책은 타인의 입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그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마음에 닿는 방식은 오롯이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상대를 움직이는 법보다 흔들리는 나를 먼저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말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신다면, 이 책을 펼쳐 들고 나 자신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대화를 먼저 건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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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짧고, 나는 가볍게 살기로 했다 - 차가운 접시 하나로 하루를 식히는 여름 에세이
조이연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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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출근길부터 피부를 찌르는 태양 빛과 밤새 식지 않는 열대야는 몸의 에너지를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마저 남김없이 말려버리곤 합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도 뜨거운 가스불 앞에 서서 무언가를 조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여름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뜨거운 열정이나 근성이 아니라, 이 무시무시한 열기로부터 나를 살려낼 최소한의 식힘입니다.


인문학과 철학을 탐구하며 일상의 언어를 고민해 온 조이연 작가는 신작 『여름은 짧고, 나는 가볍게 살기로 했다』에서 이 지독한 무더위와 삶의 과열 상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끝없는 자기계발과 끊임없는 연결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름 폭염은 과열된 삶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더 차려내야 하고, 더 많이 성취해야 하며, 타인과 비교하며 마음의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올리곤 합니다.


『여름은 짧고, 나는 가볍게 살기로 했다』는 푹푹 삶아지는 열기 속에서 열심히 살라는 말 대신, 자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 관리를 하자고 말합니다. 불 앞에 오래 서지 않는 식탁, 약속 하나를 비워두는 여백, 화면 속 타인의 선명함에서 눈을 돌려 내 방의 그늘을 바라보는 침묵이 왜 필요한지 들려줍니다.





여름철 무더위는 몸의 기운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반사 신경마저 둔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미세한 어조에 쉽게 상처받고, 사소한 요청에도 과부하가 걸리는 순간, 스스로를 자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온도 조절 장치의 고장일 뿐이라고 합니다.


에피소드 <냉장고 앞에서 한참 서 있던 날>에서는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멍한 순간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문을 오래 열어두면 냉기가 빠져나가듯, 마음도 너무 오래 열어두면 금방 지친다. 그러니 오늘은 하나만 꺼낸다. 가장 쉬운 것 하나, 가장 차가운 것 하나, 가장 부담 없는 것 하나.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는다." (p.19)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가스불 앞에 서서 뜨거운 열기를 견디는 것은 때로 나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나를 학대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에피소드 <오이 하나면 되는 날>, <토마토를 써는 저녁>, <찬물에 헹군 국수 한 그릇> 등을 통해 가벼운 식사의 가치를 들려줍니다.


가볍게 먹는다는 것은

대충 산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무게를 고르는 일이다.

많이 차리지 않아도 나를 돌볼 수 있고,

오래 애쓰지 않아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여름의 식탁은 그런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뜨거운 불 앞에 오래 서지 않아도,

나를 위한 저녁은 가능하다고.

- p6


<복숭아를 먹는 저녁>에 등장하는 부드러운 과육을 씹는 동안 마음도 함께 풀린다는 묘사를 보며 그야말로 나를 위한 에피소드인가 싶어 반가웠습니다. 시기별로 딱복, 신비복숭아, 망고복숭아 등 도장 깨기 하듯 매주 주문해 먹는 복숭아 마니아로서, 퇴근 후 복숭아를 깎아 먹는 시간이 요즘 제 일상 최고의 힐링 루틴이기도 하거든요. 복숭아 한 조각이 주는 이 달콤한 구원 앞에서는 그토록 싫었던 여름이 끝나는 것마저 아쉬워질 정도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내려놓을 때 죄책감을 느낍니다.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혹은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저자는 <덜어낸다는 건 포기가 아니다>에서 포기와 덜어냄은 다르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포기는 마음을 닫는 일에 가깝지만, 덜어냄은 계속 가기 위해 손을 비우는 일에 가깝다고 말이죠.


<약속 하나를 비워둔 날>이나 <결제창을 닫는 저녁>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소극적인 회피가 아닌,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적극적인 선택입니다. 주말 일정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달력에 빈칸을 남겨두는 것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진정한 회복의 공간을 확보하는 행동입니다.





「나를 덜 힘들게 하는 정리」 에피소드에서는 정리를 미래의 나를 위한 배려라고 이야기합니다. 옷장을 열었을 때 찾는 옷이 있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한숨이 나오지 않고, 방 안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물론 이런 정리가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걸 알지만, 대신 그것만으로도 다음 날의 피로가 조금 줄어듭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불 안 쓰는 여름 식탁 12가지'와 '장마철 마음을 말리는 문장 20개'는 여름철 몸과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하우가 담겼습니다. 책을 읽으며 공감했던 태도를 바로 오늘 식탁에서 활용할 수 있고, 하루를 견디는 데 필요한 짧은 문장들을 통해 마음에도 통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책의 물리적 두께마저 얇고 가볍습니다. 푹푹 삶아지는 폭염 속에서 두껍고 빽빽한 책을 읽는 것조차 마음의 짐이 되곤 하는데, 이 책은 손에 쥐는 느낌부터 부담이 없습니다. 책의 부피마저 덜어낸 이 가벼움은 독서마저 과업으로 만들지 말라는 다정한 배려처럼 느껴집니다.


『여름은 짧고, 나는 가볍게 살기로 했다』는 여름이라는 특정 계절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폭염처럼 과열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365일 생존 안내서입니다. 삶이 무겁고 과도하게 느껴질 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열정과 노력이 아니라, 내 삶의 무게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조이연 작가는 인문학적 사유를 차가운 오이 한 토막, 얼음물 한 잔이라는 일상의 감각으로 들려줍니다. 번거로운 형식과 무거운 타인의 시선을 털어내고, 나만의 작은 식탁 앞에서 스스로의 온도를 되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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