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이탈리아 - 매혹적이고 낯선 이탈리아 명화의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지안.이정우 지음 / 더블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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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명화 속 심리를 꿰뚫어 보는 이지안 도슨트와 현대미술의 문법을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이정우 에디터가 초대하는 이탈리아 미술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편에서는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과거를 먹고 사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남부 나폴리까지 이어지는 그랜드 투어의 여정은 예술가들이 던진 치열한 삶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입니다.


밀라노 지역의 미술관에서는 권력이 예술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다시 권력의 뒤통수를 치거나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조명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나폴레옹이 설계한 제2의 루브르, 브레라 미술관. 저자들은 여기서 나폴레옹의 초상화보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에 주목합니다. 파격적인 단축법으로 그려진 그리스도의 발바닥은 관찰자를 압도합니다. 비천한 출신의 천재가 어떻게 독립적인 화가로 거듭났는지를 추적합니다.


밀라노 모던아트갤러리에서 만나는 주세페 몰테니의 <굴뚝 청소부>는 예술이 지닌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가여운 아이를 묘사한 일상을 그리는 장르화를 넘어, 당대 유럽의 아동 노동법 제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도 인상 깊었습니다. 예술가의 배설물조차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이 지독한 풍자는 현대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더불어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게으름에 대한 찬가를 곁들여, 예술가가 세상을 대하는 발칙한 방식이 어떻게 브랜딩이 되는지 에디터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도 무척 매혹적입니다.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서 우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잃어버렸던 걸작 <여인의 초상>을 만납니다. 도난당했다가 23년 만에 벽장 속에서 발견된 이 작품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며, 마키아이올리 화파 같은 이탈리아 자생적 인상파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한 여성의 안목이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줍니다. 잭슨 폴록의 성공 뒤에 가려진 고독과 주체적인 죽음에 대한 마크 로스코의 해석을 빌려와 마음을 울리기도 합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보티첼리,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도 저자의 입담을 통해 생생한 인간의 드라마로 변모합니다. 르네상스의 집대성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압도적입니다.


바티칸 박물관과 보르게세 미술관을 다루는 로마 파트에서는 천재성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고집을 다룹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피에타>를 왜 인간이 아닌 신의 시선에서 완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율을 줍니다. 〈피에타〉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축 처진 그리스도의 몸과 생기를 잃은 얼굴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반 고흐의 <피에타>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폴리의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에서 이탈리아 대장정은 마무리됩니다. 이곳에서 르네상스의 우아함과 현대미술의 파격인 앤디 워홀의 <베수비오>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줄 서기에 지쳐 포기했던 유명 미술관의 닫힌 문 너머로 거장들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게 되는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 미술이 박물관 유리창 안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삶의 브랜딩을 고민하게 만드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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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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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얼마를 더 벌어야 안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대인의 실존적 비명이 된 지 오래입니다. 금융 전문가 주정엽이 던지는 진짜 부에 대한 12가지 철학적 도발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시장의 광기와 공포를 가까이에서 목격해왔습니다. 원칙과 분석을 신봉하는 그는 단기적인 유행에 올라타는 감각적 투자 대신, 철저한 검증과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구축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산의 숫자를 늘리는 기술적 접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인간은 돈이 많아져도 여전히 불안한가?"라는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철학의 숲과 심리학의 골짜기를 뒤졌습니다. 이 책은 그가 수만 번의 거래와 사유 끝에 건져 올린, 돈을 다스리는 주권자의 태도에 관한 기록입니다.





먼저 돈의 존재론적 위치를 다시 설정합니다. 돈은 삶을 지탱하는 유용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의 주체성은 증발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돈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돈은 교환의 매개체라는 일차적인 역할을 넘어, 이제는 존재의 증명서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돈을 중심에 두는 삶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다층적인 가치들을 휘발시킨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 돈이 있는지 아니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 부와 자유를 동시에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돈이 우리를 부리는 악독한 주인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강조합니다. 하인으로서의 돈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돕지만, 주인이 된 돈은 우리에게 끝없는 갈증만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장 잔고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은 일종의 신화에 가깝습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것을 지키기 위한 비용과 에너지가 증가하며,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구속이 될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진정한 자유는 가진 양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을 빌려 충분함의 감각을 회복하라고 조언합니다. 타인의 SNS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안대와 같습니다. 적은 소유로도 평온할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돈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부의 강박을 해체합니다. 부자를 성공한 사람이자 더 나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걷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부=성공이라는 등식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환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가치관에 균열을 냅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특정 분야에서 자본을 획득하는 재능이 있다는 뜻일 뿐, 그것이 그 사람의 인간적 고결함이나 삶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번다는 명제는 달콤하지만 위험합니다. 부의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운과 구조적 요인을 인정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우리가 누리는 부가 온전히 자신의 공로가 아님을 깨달을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겸손과 사회적 책임감이 싹틀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장자, 칸트,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이 돈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저자는 철학이 돈 앞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실무 지침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재산을 남기는 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낸 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죽음 앞에서 돈을 더 벌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무엇이 진짜 자산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P. T. 바넘의 『돈을 버는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19세기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 그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한 팁을 안겨줍니다. 철학적 성찰로 정신을 무장하고, 바넘의 지혜로 실무적인 감각을 익힌다면 돈이라는 야생마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부리는 지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부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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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북
팀 에디테라 지음 / 임팩터(impacter)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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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기억을 쓰는 순간, 삶의 주도권이 돌아온다! 질문으로 나를 편집하는 『메멘토 북』. 이 기록형 도서는 기록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질문 앞에 멈출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기록을 성실함의 문제로만 바라봅니다. 매일 쓰지 못하면 실패한 습관처럼 느껴지고, 빈 페이지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메멘토 북』은 날짜의 강제성을 없애고, 분량의 기준을 없애며,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질문을 전면에 배치합니다.


명화 한 점, 문학 작품 속 한 구절 혹은 철학적인 단상이나 흥미로운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한 후, 그 이야기에 깃든 본질적인 질문들을 풀어내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이 질문들은 어떤 정답으로 이끌지 않습니다.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존중합니다. 기록의 시작점이 결과가 아니라 망설임이라는 점에서 『메멘토 북』은 다이어리도, 글쓰기 안내서도 아닙니다. 생각이 태어나는 과정을 관찰하는 사유 장치에 가깝습니다.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쓰고 싶은 날에만 자유롭게 기록해도 됩니다. 넉넉한 여백 덕분에 오랜 기간 나의 성장과 변화를 기록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살면서 기록할 만큼 특별한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메멘토 북』은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나에게 특별한 하루는 분명 존재하며,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순간에 대한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던 나 자신을 재발견하게 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쉽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에게, 적절한 정도와 때, 올바른 목적과 방법을 갖춰 화를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도, 결코 쉽지도 않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제시한 후, "왜 '나는' 화가 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어제 냈던 짜증이 단순히 상대방의 잘못 때문인지, 아니면 내 내면의 결핍이 투영된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비난이 아닌 성찰로 이어집니다.





철학적인 질문 앞에서는 내 가치관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평소 하지 못했던 주제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 나의 정체성이 됩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문장을 제시하며 현대인의 실존적 공포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합니다. 내가 바퀴벌레로 바뀌면 어떨 것 같은지, 내 존재 가치는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직함, 외모 등 껍데기가 벗겨졌을 때 남는 핵심적인 나는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대사와 함께 나의 현재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게 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처럼 괄호 안에 무엇을 채울지 생각하다 보니, 내년엔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평소 스스로에게 던지던 질문들이 아니어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흥미진진했습니다.  때로는 펜을 든 손이 허공에서 멈춰 선 채, 끝내 빈칸으로 남겨둔 페이지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답하지 못함은 실패가 아니라,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왜 이 질문 앞에서 선뜻 문장을 시작하지 못했는지, 무엇이 내 망설임을 붙잡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가만히 곱씹어보는 행위 자체가 이미 형체 없는 사유의 기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어 있는 페이지는 결핍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채워 넣을 가능성을 위해 비워둔 성찰의 여백이라 믿습니다.


『메멘토 북』은 누군가에게는 철학 입문서가 되며, 또 누군가에게는 내밀한 고해성사 자리가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기록이 아니라, 나를 주제로 한 이 세상 유일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흩어진 기억들을 조각모음해서 하나의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면, 빈 페이지에 당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세요. 당신을 주제로 한 단 한 권의 아카이브를 소유하게 됩니다. 마음 속 상자를 여는 열쇠가 되어주는 『메멘토 북』. 감정의 미세한 결을 포착해 자기이해의 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기록은 나를 이해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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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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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 안의 미세한 감정의 파동을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냥 그래", "좋네" 같은 뭉툭한 표현 뒤로 숨어버리곤 하나요.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를 거쳐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기획자로 거듭난 오하림 작가는 이 뭉툭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스무 살의 나이에 무심코 시작한 일본 광고 카피 수집은 어느덧 9,000개가 넘는 아카이브가 되었고, 그 애정은 그를 브랜드의 목소리를 잘 아는 카피라이터 중 한 명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광고 카피도감』은 치열한 현장에서 체득한 전략적 사고와 일본 특유의 섬세한 정서가 만난 언어의 도감입니다. 마음을 흔드는 카피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카피라이팅은 아름다운 글쓰기보다 신경 쓰이는 글쓰기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리빙하우스의 카피를 보면 신경 쓰인다는 것은 알고 싶어진다는 뜻이고, 알고 싶다는 것은 좋아하게 될 확률이 큰 마음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이게 됐다는 것은 좋아한다의 입구인 겁니다.


카피의 본질이 설득이 아닌 유혹임을 보여줍니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신경 쓰임의 미학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해야만 그에 대해 궁금해진다고 생각하지만, 광고의 세계에서는 정반대의 논리가 작동합니다. 일단 신경 쓰이게 만들면, 마음은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겁니다.





이 복잡한 사랑의 메커니즘을 광고들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나미 서점이나 메이지 초콜릿의 카피들은 거창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에 아주 작은 균열을 냅니다. 그 균열 사이로 어라? 이건 내 이야기인가 싶은 호기심이 스며들게 합니다.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매체이지만, 가장 강력한 카피는 오직 당신 한 사람에게 도착한 편지처럼 읽힙니다.


저자는 여기서 팩트에 관점을 섞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사실을 나열하는 것은 정보 전달에 불과하지만, 그 사실에 인문학적 시선을 더하면 위로가 되고 철학이 됩니다. 도야마현 난토시의 홍보 포스터가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도시의 제작자는 사람이지만, 시골의 제작자는 신이라니. ‘그래 맞아’라는 짧은 감탄과 함께 시골은 도시 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곳이 되고 만다고 말이죠.


이어서 본질을 말하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는 일본 광고 특유의 여백과 비유를 다룹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가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셔터를 눌렀다며 사랑을 말하는 방식, 야마사 간장이 식탁의 기쁨을 묘사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카피라이터는 존재하지 않는 화려한 말을 지어내는 연금술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말들 중에서 가장 적절한 하나를 골라내는 큐레이터에 가깝습니다.


야마사 간장의 사례에서는 간장이 맛있다는 품질 강조 대신, 식탁의 표정을 이야기합니다. 제품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순간을 주인공으로 세울 때 비로소 문장은 생명력을 얻습니다.


티파니앤코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프로모션 카피들은 대상의 가치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도, 그것이 결핍되었을 때 우리가 잃게 될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정서적 응원과 격려의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일본 광고의 백미라고 불리는 포카리스웨트의 여름 캠페인에서는 땀은 무언가에 몰입한 영혼의 증거로 격상됩니다.


저자는 버거킹이나 세이코, 그리고 구인 정보지 가텐의 사례를 통해 노동의 숭고함을 조명하기도 합니다. 요즘 세대가 열광하는 것은 화려한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흘린 땀의 가치를 알아주는 한 문장,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명분을 주는 따뜻한 시선입니다. 지금 네가 하는 고생은 헛된 것이 아니라고 어깨를 다독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신뢰와 미래에 대한 태도를 다루는 카피들이 펼쳐집니다. 훌륭한 광고는 소비 이후의 성장을 약속합니다. 혼다나 NTT 도코모, JR동일본의 기차 여행 광고들은 물리적 이동을 통해 자아의 확장을 경험하게 합니다.


우리가 인생의 고비마다 스스로에게 건네야 할 말들, 도망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마주하게 하는 문장들은 마케팅 메시지를 넘어 삶의 지침이 됩니다. 신초문고나 보험회사의 광고가 생의 마지막 순간이나 고독의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보며, 우리는 언어가 어떻게 한 인간의 세계를 확장해 주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좋은 카피는 제품을 파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일본광고 카피도감』. 저자 오하림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수집한 보물 같은 문장들을 아낌없이 내어놓았습니다. 마음 가는 페이지를 펼쳐보세요. 그곳엔 당신이 미처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을 고스란히 카피해 둔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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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 90세 정신과 전문의가 깨달은 늙지 않는 마음의 비밀
이근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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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로 50년을 살며 환자들의 마음을 돌보았고, 퇴임 후에도 네팔 의료봉사와 가족 아카데미 설립 등 멈추지 않는 생의 에너지를 보여준 이근후 교수.


그가 아흔 살의 고개에서 쓴 『오십부터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이제 막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오십들에게 보내는 생존 지침서이자 정신적 지도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고 지혜가 생길 거라 착각하지만, 이근후 교수는 성숙을 단순히 나이 듦의 결과로 보지 않고 인위적인 노력의 산물로 정의합니다.


노화가 자연의 순리라면, 성숙은 마음을 갈고닦는 치열한 수행입니다. 사물의 이치와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신적 능력을 강조합니다. 나이들수록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유연함과 맞닿아 있습니다.


경직된 태도보다 유연한 적응력이 곧 성숙의 척도라는 것, 오십이라는 나이가 정체된 고인 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진행형이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이근후 교수는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에 몸이 늙으면 마음도 늙는 것은 우주의 이치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늙어가는 징후를 기력을 잃어가는 것 즉, 행동하는 힘을 상실하는 무기력으로 봅니다.


유독 오십 이후에 찾아오는 무기력은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의 무기력은 회복이 빠르고 원인이 비교적 선명하지만, 오십 이후의 그것은 인생의 한고비를 넘기며 지난날을 회고하고 참회하는 복합적인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튻히 심리적 원인에 의한 무기력증은 꼬리표 증상처럼 우울이나 불안 뒤에 숨어서 우리를 공격합니다. 본인 역시 불쑥불쑥 허무함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고 고백하며, 그럴 때마다 무엇이 나를 무기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찾아오는가를 곰곰이 되짚어보는 시간이 해결의 단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감정의 부산물은 튀는 물방울과 같으니, 그 현상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원인이 된 '자극'을 찾아내는 것이 오십 대의 마음 방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짚어줍니다.


오십 대가 되면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법이 일상의 배경음악처럼 깔립니다. 과거에 대한 미련은 현재의 에너지를 미래로 보내지 못하게 막는 바리케이드와 같습니다.


이근후 교수는 후회하지 않으려 애쓰는 대신, 후회의 질(Quality)을 바꾸라고 합니다. 실패했던 일이나 놓쳤던 기회에 매몰되는 대신,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방어기제를 형성했는지 분석하는 지적 회고로 전환하라는 겁니다. 그는 90세의 관점에서 볼 때, 50년 전의 뼈아픈 실책조차 결국 인생이라는 긴 강물에 떠내려가는 작은 잎사귀에 불과했음을 일깨워줍니다.


더불어 분노, 질투, 원망 같은 감정들이 우리 뇌의 전두엽을 마비시키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오십 대의 뇌는 젊은 시절보다 회복 탄력성이 떨어지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침투했을 때 이를 걷어내는 속도가 생존의 핵심입니다.


기분 전환이라는 뻔한 말 대신 감정의 객관화라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내 인생의 편집자가 되어 불필요한 감정 씬을 과감히 잘라내는 것, 그것이 정신 승리의 비결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도 의미 있습니다. 오십 이후의 부모들에게 자비로운 방관자가 될 것을 주문합니다. 특히 다 큰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의 역할을 이제 그만 졸업하라고 합니다.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녀의 자생력을 해칠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의 노후를 고갈시키는 행위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희생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거리를 두는 것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오십 대야말로 관계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시기라고 진단합니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유지해온 비즈니스적 관계나 체면 때문에 참석해온 사교 모임들을 과감히 정리해도 됩니다. 대신 그 에너지를 나 자신과의 연애에 투자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쏟았던 정성의 10%만이라도 나 자신의 취향과 내면의 대화에 쏟을 때, 비로소 고독은 외로움이 아닌 충만함으로 치환됩니다.


그와 함께 돈의 집착을 끊고 질병과 공생하며 시간을 장악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직하게 벌어 즐겁게 쓰는 것이 최고의 경제학이라고 말합니다. 돈은 왔다가 가는 유동적인 에너지일 뿐임을 강조합니다.


내가 가진 자산이 얼마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얼마만큼의 자원으로 충분함을 느끼는지 그 임계점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명료한 선 긋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지옥에서 탈출하여 각자의 평온한 경제적 낙원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후 불안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은 원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모든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들려줍니다.





노후의 불안에 강해지는 유일한 방법으로 현재에 뿌리 내리기를 제안합니다. 90세의 그가 지금도 새로운 책을 쓰고 강연을 나가는 원동력은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투명하게 즐기는 태도에 있습니다.


저자는 불안해하는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라고 조언합니다. 그 불안의 실체를 파헤쳐보면 결국 허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불안의 정체를 명료하게 규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 현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경계선을 긋는 것. 이것이 바로 90년의 세월을 견뎌온 거장이 우리에게 전하는 노후 설계의 핵심입니다.


이근후 교수의 조언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은 나로의 회귀입니다. 타인의 시선, 과거의 유령, 가족이라는 의무감에 짓눌려있던 오십 대의 자아를 구출해내는 과정입니다. 우리 삶을 어지럽히는 과잉된 관계와 감정을 걷어내라고 말입니다. 『오십부터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는 내일의 걱정을 도려내고 오늘을 온전히 소유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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