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
김방숙 외 지음 / 헬로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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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규제에 가로막히고, 오늘의 수익이 내일의 복잡한 세금 고지서 한 장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시장. 아이디어는 차고 넘치는데 이를 담아낼 사업계획서라는 그릇을 빚지 못해 예비 창업 단계에서 고사하는 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비즈니스 전장의 최전선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구원투수로 활약해 온 김방숙, 박명희, 반경희, 윤정혜, 최연미 5인의 베테랑 경영지도사들이 『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로 뭉쳤습니다.


김방숙 저자는 24여 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진두지휘해 온 규제 혁신의 프런티어입니다. 박명희 저자는 37년 경력의 베테랑이자 한국경영컨설팅협동조합 대표를 역임하며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온 현장 전문가입니다.


반경희 저자는 가천대 겸임교수이자 30년 이상 삼성전자, 더존비즈온 등에서 세무회계 및 ERP 컨설팅을 수행한 정통 재무 아키텍트입니다. 윤정혜 저자는 AI 기반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설계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을 견인해 온 융합형 지도사입니다. 최연미 저자는 20여 년간 대기업과 외국기업에서 내공을 쌓고 정부지원사업 컨설팅의 맥을 짚어내는 실전 전략가입니다.


『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는 거대 담론이나 뜬구름 잡는 경영 이론 대신, 즉시 활성화할 수 있는 실행 트리거들로 뼈대를 세웠습니다. 규제샌드박스부터 협동조합, 소상공인 세무, AI 사업계획서 그리고 정부지원사업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창업과 스케일업의 전 과정에서 마주치는 결정적 고비들을 정밀타격하는 비즈니스 실전 바이블입니다.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나왔을 때,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다름 아닌 포지티브 규제(법률에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의 장벽입니다. 책에서는 혁신 동력을 잃어버린 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핵심과 실무를 짚어줍니다.


제도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라는 삼각 편대를 기업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2026년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의 최신 경향을 반영하여 제도적 혜택을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실무적 혜택들을 가득 담아냈습니다.


규제샌드박스는 단순히 규제를 잠시 유예받는 소극적 방어막이 아닙니다. 금융위의 핀테크 혁신 펀드나 중기부의 지역혁신 벤처펀드, 산자부의 규제샌드박스 전용 펀드 등 거대한 정책 자금의 줄개통을 여는 강력한 투자 보증 수표인 셈입니다.


나아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 우대보증제도를 활용하면, 자본력이 취약한 초기 스타트업도 데스밸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비축할 수 있습니다. 각 지자체와 연계된 맞춤형 컨설팅 지원사업 프로세스는 덤으로 챙겨갈 수 있는 고급 정보입니다.


개인들이 연대하여 거대 플랫폼에 맞서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가도, 얼마 못 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비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때문에 침몰하곤 합니다.


책에서는 협동조합 구성 단계부터 손익분기점 계산, 출자금 규모 산정이라는 현실적인 숫자 싸움을 다룹니다. 조합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결국 지속적인 판로 확보와 명확한 경영시스템 구축입니다. 갈등의 원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관리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 종합지원사업 및 협업 활성화 사업을 영리하게 흡수하는 전략을 전수합니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제안서 작성 시, 화려한 미사여구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시청 구내식당에 로컬푸드 협동조합 상생 공급 모델을 제안했던 실제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 담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원 리스크와 공급의 중단입니다.


로컬푸드 공공기관 지원의 핵심은 식자재 납품업체가 아니라 정책을 같이 완성해 줄 파트너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따라서 제안서의 설계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농가 확보 대책, 철저한 위생 관리 프로세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수급 불균형 발생 시의 백업 플랜을 안심할 수 있는 구조로 배치해야만 공공기관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현장형 조언이 실용적입니다.


소상공인들이 매출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정작 뒤로 새어나가는 세금과 인건비 리스크를 방치합니다. 열심히 벌어서 세금 고지서 한 장에 무너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 책에서는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그리고 가장 골치 아픈 인건비 및 원천세 신고의 전 과정을 다룹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와 전자상거래 사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특수 세무 이슈와 체크리스트가 실용적입니다. 노란우산공제,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등 합법적인 절세 치트키를 언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타이밍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업주들이 겪는 인건비 관련 실수는 치명적입니다. 프리랜서로 계약했으니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직원이 퇴사 후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순간, 위장도급 판정인 4대보험 소급 징수와 과태료 폭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에 1일 0.022%씩 무섭게 불어나는 납부지연가산세, 일용직 지급명세서 미제출로 인한 인건비 경비 부인, 그리고 최저임금 미준수 시 따르는 리스크는 사업의 존폐를 가릅니다. 이 책은 법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불필요한 리스크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고통스러운 장인 정신의 영역이었지요. 이제는 챗GPT,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영리하게 부려 먹으며 단 하루 만에 기획재정부 보고서 수준의 사업계획서 1차 초안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6단계 프로세스와 함께 AI의 할루시네이션을 제어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까지 보여줍니다. 뻔한 답변들을 걸러내고, 비즈니스의 리스크와 세일즈 전략, 실행 로드맵 및 핵심 KP까지 촘촘하게 짜인 유기적인 사업계획서를 완성해 냅니다. 프롬프트 몇 줄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AI를 완벽한 파트너로 길들이는 코칭 매뉴얼을 짚어줍니다.


이렇게 작성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실제로 정부의 자금줄을 움켜쥐는 컨설팅 실전 테크닉을 다룹니다. 예비창업패키지, LIPS(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 혁신성장촉진자금 등 실제 승인된 다양한 업종별 성공 사례들이 펼쳐집니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3분 안에 사로잡는 요약문 작성법부터 시작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유사 서비스 아닌가요?"라는 심사위원의 까칠한 공격을 우아하게 받아치는 차보화 전략까지 현장의 텐션을 고스란히 옮겨왔습니다.


재무 계획과 자금 활용 계획에서 숫자의 인과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지, 조직 구성이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등 심사위원의 평가표 기준에 맞춘 정밀 타격형 체크리스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규제라는 덫을 피하고, 협동조합이라는 연대의 틀을 짜며, 세무라는 방패로 내실을 다지고, AI라는 초고속 엔진으로 사업계획서를 쏘아 올리는 하나의 완벽하게 통합된 비즈니스 운영체제를 보여주는 『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


다섯 명의 경영지도사들이 아낌없이 털어놓은 체크리스트와 심화 질문 템플릿들을 내 사업에 대입해 보는 것만으로도, 유료 컨설팅을 받는 듯한 기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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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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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왜 나이 든 여성에게 유독 귀엽고 무해한 할머니라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걸까요?


수전 구바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남자의 것이 아닌 땅』, 『스틸 매드』 등을 발표하며 문단 내의 가부장적 편견을 거침없이 부숴왔습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순간이 찾아왔으니, 바로 2008년 예순셋의 나이에 선고받은 난소암 시한부 판정이었습니다.


살날이 길어야 5년이라던 절망적인 예후를 기적처럼 극복한 뒤, 저자는 쇠약해진 육체로 맞이한 뜻밖의 장수 앞에서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죽은 것처럼 살지 않고 끝의 끝까지 꽉 채워 살아갈 것인가?


페미니즘 비평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문학학자 수전 구바 의 신작 『피날레: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원제: Grand Finales: The Creative Longevity of Women Artists)』는 그 질문 끝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동안 남성 예술가들의 노년과 예술세계는 거장들의 말년의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기록되어 왔습니다. 반면 여성 예술가들의 노년은 계보도 없이 기억의 저편으로 흩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수전 구바는 이 불균형에 맞서며 자신이 리틀 올드 레이디 랜드(Little Old Lady Land)라고 유쾌하게 명명한 영토에 거주했던 위대한 여성 예술가 8인의 삶을 추적합니다.


먼저 노화라는 모멸감을 열정의 연료로 삼은 창조자들이 소개됩니다. 첫 번째 인물은 영국의 대문호 조지 엘리엇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남성 필명을 써야 했던 그의 노년은 통념과 배치되는 행보였습니다.


조지 엘리엇은 신체적 퇴락 속에서도 연애와 창작의 영역 모두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과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열정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삶의 궤적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엘리엇의 말년이 증명합니다.


육체의 쇠락을 압도하는 세속적 호기심을 보인 프랑스 작가 콜레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콜레트에게 노년은 매일 아침 세상의 새로움에 감탄하는 역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쇠약해진 육체라는 감옥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영화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 그의 행보는 찬란한 피날레 그 자체입니다.





미국 모더니즘 미술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는 시력이 고갈되어 가는 노년의 위기 앞에서도 좌절하는 대신, 도예를 받아들이며 손끝의 감각으로 예술적 지평을 넓혔습니다. 세상이 늙은 여성 화가에게 기대하는 우아한 정물화의 세계를 비웃듯, 오키프는 거대한 동물의 뼈와 황량한 하늘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말년의 양식을 구축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막에서의 삶은 노년이 자기를 끊임없이 재발명하는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어서 사회적 가정을 거부하고 독자적 신화를 직조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주류 사회의 규칙을 가볍게 뛰어넘은 이단아들의 연대기를 보는듯합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이자크 디네센은 말년에 매독으로 인한 전신 고통과 영양실조로 비참한 신체적 조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뼈만 남은 육체로 죽음의 문턱을 오가면서도 자신을 비극의 희생자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디네센은 고통에 굴복하는 대신, 스스로를 신비로운 이야기꾼으로 포장하며 자신의 과거를 하나의 거대한 신화로 재창조했습니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육체적 한계를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신적 에너지로 치환해 버린 투쟁은, 노년의 고립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내면의 서사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예술적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가문의 추악한 비밀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노년의 거대한 조각품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부르주아에게 노년은 과거의 고통을 덮어두는 평온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악의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이 보여주듯, 그의 말년 예술은 노년이야말로 가장 파괴적이고도 아름다운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시기임을 증명합니다.


미국의 시인 메리앤 무어는 삼각모자와 검은 망토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노년에 이르러 대중문화의 중심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주류 문단과 대중이 나이 든 여성을 지워버리려 할 때, 오히려 가장 선명하고 기괴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자신을 지워지지 않는 존재로 각인시킨 실존적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노년의 고립을 유쾌한 사교와 대중적 연대로 돌파해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인과 연결되며 사회적 확장을 이뤄낸 이타적 멘토들을 소개합니다.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메리 루 윌리엄스는 남성 중심의 재즈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전통 재즈에 머무르지 않고 종교 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장엄한 미사곡을 작곡하는 등 영적 깊이를 더해갔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말년을 방황하는 젊은 재즈 뮤지션들을 구제하고 교육하는 데 바쳤습니다. 윌리엄스에게 노년의 창조성이란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 예술가들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대지가 되어주는 연대 미학이었습니다.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 궨덜린 브룩스의 말년은 노년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보수화나 고립을 온몸으로 거부한 행보였습니다. 청년들의 분노와 열정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시 세계를 끊임없이 현대화했고,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 기능했습니다.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전설적인 무용가이자 인류학자 캐서린 더넘은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출 수 없게 된 노년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무대를 잃었다고 해서 예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자택을 지적, 예술적 교감이 넘치는 살롱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육체적 쇠락으로 인한 활동의 제약을 사회적, 교육적 헌신으로 치환한 그의 노년은 개인의 피날레가 어떻게 공동체의 서사로 확장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노년을 낭만화하지 않습니다. 병과 상실, 외로움과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삶의 끝을 향해 가면서도 계속 배우고, 사랑하고, 창조하고, 연결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피날레』는 노년이라는 거칠고 얼룩덜룩할 미래를 앞둔 우리 모두를 향해, 젊음이라는 허상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노년이 오기 전에 대담하게 말년의 영토를 설계하라고 촉구합니다.


무해하고 얌전한 노년 대신, 끝까지 사납고 찬란하게 자신의 피날레를 지휘했던 이 위대한 여성들의 기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묘한 해방감과 살아갈 힘을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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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숨은 난제들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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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 정리도 못 하면서 화성으로 이사 가겠다고? 일론 머스크의 장밋빛 로켓에 찬물을 끼얹는 유쾌하고도 치명적인 팩트체크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책의 출발점은 아이러니합니다. 미국에서 7천만 팬을 거느린 과학 웹코믹 SMBC의 작가 잭 와이너스미스와 텍사스 라이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켈리 와이너스미스 부부는 원래 화성 정착을 향한 친절한 로드맵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4년간의 조사 끝에 방향을 완전히 틀게 됩니다. 파고들수록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로켓 기술과 우주 산업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었지만, 정작 인류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일에 관한 논의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만화와 과학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부부의 조합 덕분에 500쪽이 넘는 분량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4년 휴고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책입니다.


국내판은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지웅배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구독자 26만 명의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운영하며 천문학을 대중에게 전달해온 그답게, 원서의 밀도 높은 과학적 맥락이 군더더기 없이 한국어로 옮겨졌습니다.


우주 정착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로켓의 크기나 연료 효율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인간의 몸 자체가 우주라는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따집니다.


미소중력이 뼈와 근육에 미치는 영향, 우주 방사선, 달 표면의 독성 먼지 레골리스를 장기간 흡입했을 때의 결과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평범한 사람의 문제를 짚어줍니다. 우주비행사는 고난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주 정착 논의에서 상정하는 거주민은 엘리트 테스트 파일럿이 아니라 일반 시민입니다. 그 간극이 결정적입니다.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문제도 있습니다. 2024년까지 우주에서 최초의 인간 출산을 이루겠다던 스타트업 스페이스라이프 오리진의 호기로운 호언장담이 왜 결국 윤리적, 의학적 우려로 무산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짚어줍니다.


임신과 출산은 고사하고, 태아 상태에서부터 우주 환경의 고에너지 방사선과 미소중력에 노출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데이터는 문자 그대로 제로입니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설계된 우주 정착 계획이 얼마나 대책 없는 낙관론 위에 서 있는지 의학적 팩트로 증명합니다.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로 꼽히는 달과 화성. 각 후보지의 인프라와 환경을 까다로운 부동산 중개업자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달은 지구와 가깝지만 대기가 없어 운석과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화성은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 대기 밀도는 지구의 1% 수준입니다. 화성의 흙은 과염소산염 같은 독성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처럼 야외 장비들에 유독성 레골리스가 들러붙으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먼지 폭풍까지 가지 않아도 애초에 화성에 설치한 태양광 전지는 지구의 동일한 위도에서만큼 높은 효율로 작동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멋진 통유리창 너머로 화성의 붉은 노을을 감상하는 낭만적인 도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지어야 할까요. 지표면이 아니라 지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낭만적인 붉은 행성의 지평선 대신, 지하 동굴의 인공조명 아래 살아가는 그림인 겁니다. 허황된 공상 대신 공학적 현실이 내놓는 답입니다.


테라포밍을 거쳐 화성에서 풍족한 식량을 수확하기 전까지, 정착민들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배설물을 처리해야 할까요? 현실적이면서도 지저분하고, 그래서 가장 흥미진진한 우주 생태계 유지의 실상을 다룹니다.


지구의 격리 실험 환경이었던 바이오스피어 2의 주방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아주 기묘한 레시피가 등장합니다. 말린 바나나 680그램과 효모 영양제, 와인 효모를 뜨거운 물에 섞어 플라스틱으로 덮어두었다가 발효시키는 우주식 바나나 와인 제조법이 실려 있습니다.





화성 도시의 개척자가 된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쥐어짜며 매일 밤 변기 정수 시스템의 필터를 점검하고 방사선에 찌든 실내 텃밭의 감자를 캐야 하는 고단한 노동자가 되는 일임을 보여줍니다.


기술과 생물학적 문제를 간신히 해결했다고 해도, 우리 앞에는 인간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생겨나는 규칙과 권력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우주 활동의 근간이 되는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냉전 시기인 1967년에 만들어진 유물입니다.


우주 조약은 '국가'에 대해서만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아닌 KFC가 달에 대해 주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농담이 아닌 게 됩니다. 이 허점이 지금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법 해석의 틈새와 맞닿아 있다고 하니까요.


대부분은 우주 정착을 인류의 재출발처럼 상상합니다. 경쟁과 탐욕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문명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환상을 해체합니다. 우주 역시 인간이 지극히 인간답게 살아가게 될 또 다른 장소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 지구에서 영토와 자원을 두고 끊임없이 싸워왔습니다. 남극 조약 체제와 심해 개발 역사를 통해 우주 자원 배분의 딜레마 문제를 제기하며,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의 바다 밑에서 외계 물고기를 잡았을 때의 상황을 세 가지 법적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우주 정착지가 마주할 정치·사회적 거버넌스의 붕괴 위험을 경고합니다. 만약 초기 화성 도시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초거대 민간 기업이 건설하고 운영하게 된다면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요? 지구에서의 민주주의는 투표와 시민 운동으로 작동하지만, 모든 생명 유지 장치를 기업이 통제하는 화성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내리는 결론은 가지 말자 대신 서두르지 말자입니다. 요람을 떠나는 존재가 완전히 성장한 성인이 아니라, 지식은 부족하고 한껏 들떠 있으며,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유아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죠.


기후 위기나 자원 고갈 앞에서 우주를 플랜B로 여기던 이들이라면 그 기대가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기후변화와 핵전쟁, 하물며 좀비까지 덮친 지구라 하더라도 여전히 화성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우주 개척의 낭만을 뒤흔드는 현실적인 과학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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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아름다움 - 옷 입기로 시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연습
김다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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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옷장은 터지기 직전이지만 왜 입을 옷은 없을까? 만성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외모 자존감의 정체기로 마음앓이 중인 분이라면, 소비 습관을 교정하고 삶의 에센셜만 남기는 실용적 미니멀 라이프의 가치를 선사받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 『충분한, 아름다움』.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외모 불안을 해부하는 기획자 김다현 저자는 옷장을 열 때마다 입을 것이 없다고 느꼈다면, 아직 '나'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신상 아이템을 결제하면서도 결핍감에 시달릴까요? 백설 공주의 아름다운 왕비 이야기로 포문을 엽니다. 왕비가 지닌 잔혹함의 근원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주권을 마법 거울이라는 타인의 평가에 양도한 데서 비롯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자기다운 옷 입기 프로그램'은 이 마법 거울을 깨부수는 첫걸음입니다. 패션의 최신 유행이나 결점 없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당신의 모습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무엇인가라는 내밀한 질문에 답하며, 나 자신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내면의 연습에 가깝습니다.


패션을 잘 모르는데, 나다운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망설임에 대해 저자는 미적 취향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요소를 알아보고 그것을 위트 있게 옷 입기에 적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미장센, 유독 마음이 편안해지는 계절의 색감, 여행지에서 느꼈던 이국적인 공기 등 기분 좋아지는 순간들을 수집하다 보면 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선명해집니다.





예컨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보헤미안 스타일이라면 맥시 원피스나 손뜨개 니트를, 활동적인 모험가 타입의 캐주얼 스타일이라면 데님과 그래픽 티셔츠,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식입니다. 닮고 싶은 인물의 형상을 마주하고 머릿속의 나를 선명하게 시각화하는 과정은, 내 영혼의 무늬를 직조해 나가는 창조적인 놀이가 됩니다.


아무리 멋진 레시피가 있어도 재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요리를 망치듯, 옷 입기 역시 내 몸이라는 고유한 물리적 실체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저자는 옷을 입는 행위를 몸 위에 옷과 액세서리를 더해 착시를 만들어 내는 예술로 정의합니다.


입는 사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을 가려버린다면 결코 현명한 옷 입기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체형의 단점을 감추는 데 급급하기보다 실루엣을 보완하고, 내 피부의 결에 맞는 소재를 배합하며, 의도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색의 마술을 제안합니다.


거친 리넨과 부드러운 실크가 주는 촉각적 대조, 상·하의의 비례감을 활용한 착시 효과 등 복잡한 가이드라인 없이도 나만의 고유한 선과 입체감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만듭니다. 몸을 억압하는 옷에서 벗어나 몸과 조화를 이루는 옷을 입을 때, 비로소 시각적 안정감이 확보됩니다.


옷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심리적 메커니즘을 짚어줍니다. 옷장은 단순히 옷을 보관하는 가구가 아니라, 내 마음의 혼란과 욕망이 고스란히 투영된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옷장 안의 전체 아이템을 확인하고 수를 세어보자고 합니다. 이 수고로운 일을 하는 이유는 나의 옷 세계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생활 패턴, 취향, 소비 습관은 물론이고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또는 외면하고 있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충동구매로 가득 찬 옷장은 주체적인 취향의 부재를 증명합니다. 저자는 요리를 할 때 소금, 설탕, 버터 같은 기초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듯, 옷장 안에도 건강한 토대가 되는 캡슐 옷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 계절에 상·하의와 아우터, 신발을 통틀어 핵심 아이템으로 압축적인 옷장을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유행이라는 과잉의 늪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관리하는 행위는, 내 일상의 모습을 내가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편집하는 주도권을 되찾아 줍니다.





나다운 옷을 선별했다면, 그 옷들과 관계를 맺는 태도 또한 달라져야 합니다. 패션을 소모적인 쾌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합니다. 한 번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홍수 속에서 내가 고른 소중한 옷의 설렘을 지키는 세탁법과 보관 비결을 알려줍니다.


낡거나 핏이 맞지 않아 방치된 옷들을 기초적인 바느질 수선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옷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동시에 내면의 헝클어진 감정을 차분하게 기우는 명상적 행위가 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적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나이 들면 아무리 잘 입어도 소용없지 않을까라는 허무감도 찾아옵니다.


하지만 저자가 정의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살아 있는 존재에게서 발산되는 고유한 파동이자 충만한 힘입니다. 나다운 옷 입기를 연습하며 내면의 근육을 키운 사람은 나이가 들어 겉모습이 변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쓰이던 에너지를 내면으로 돌려 가득 채울 때, 평범한 외모 속에서도 눈부신 매력과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어떤 옷을 걸칠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행위는, 오늘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낼지 선언하는 의식입니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융화된 옷차림을 완성할 때 우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게 됩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겉포장이 화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옷 이면에 가려져 있던 진짜 사람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예술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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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비우기 연습 - 『금강경』·『반야심경』 100일 필사
마인드스테이 지음 / 리틀비프레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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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붓다의 아포리즘으로 실행하는 100일간의 불안 디톡스 『불안 비우기 연습』.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마주하는 본질적인 불안은 더 채우지 못해 발생하는 결핍이 아니라 정작 과감하게 비워내야 할 무거운 집착들을 양손에 꽉 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고질적인 마음의 병증을 꿰뚫어 보고,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잠시 끈 채 내 안의 고요를 되찾는 시간을 제안하는 마음 수행 공동체 '마인드스테이'. 산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템플스테이처럼, 지치고 불안한 일상 속에서 언제든 찾아들어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를 지향합니다.


특히 불교의 오랜 지혜를 복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불경의 정수로 꼽히는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지금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붓다의 문장을 한 글자씩 손끝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번뇌를 비우고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내면의 힘이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반야심경』과 『금강경』은 고통을 없애라 다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고요히 바라보는 법을 일러줄 뿐이라고 말이지요. 2500년 전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번뇌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붓다의 호흡이 담긴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불안이 엄습할 때 지배하는 감정의 핵심 메커니즘은 외면과 억압입니다. 그럴 때 더 바쁘게 몸을 움직이거나 숏폼 영상 속으로 도피하곤 합니다. 잘하고 싶다는 열망,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본능, 그리고 남들보다 뒤처지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우리를 끊임없이 다그칩니다.


『반야심경』의 지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불안은 온전히 직면해야 할 마음의 날씨라는 점입니다. 불안을 억누르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그 부피가 더 거대해지는 마음의 역학 관계를 포착합니다.


실체가 없는 막연한 공포는 우리를 집어삼키지만,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며 "아, 내가 지금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구나", "내가 지금 미래의 불확실성에 압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감정은 통제 불가능한 괴물에서 관리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됩니다.


불안은 관념적 사유에 머물지 않고 머리어깨가 굳고, 숨이 얕아지며, 손끝이 차가워지는 물리적 징후로 먼저 찾아옵니다. 붓다는 그 감각을 고요히 응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차가워진 손끝과 가빠진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지켜볼 때, 신기하게도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불안의 밀도는 이내 스르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겪는 실존적 괴로움은 어디서 기원하는 것일까요? 『금강경』과 『반야심경』은 그 주범으로 나라는 견고한 고정관념, 즉 아상(我相)을 지목합니다. 우리는 늘 성공한 나, 혹은 비참하게 실패한 나, 무언가 늘 부족해서 더 채워야만 하는 나라는 프레임 속에 스스로를 유폐시킵니다.


『불안 비우기 연습』은 불교적 공(空) 사상을 빌려 해체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적 평판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형체를 확인받으려 듭니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은 조건과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가변적인 데이터일 뿐입니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나를 구원해주지 못하며,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나를 규정할 수 없습니다. 붓다는 이처럼 스스로가 구축해 놓은 완고한 이미지의 독재로부터 탈출하라고 말합니다.


『금강경』의 핵심 키워드인 무아상(無我相)을 정성스레 적어 내려가면서 "스스로를 달달 볶던 고집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무거워질 일이 없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고정된 '나'라는 실체 자체가 없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우리를 억누르던 비교 의식의 사슬을 끊어내는 비움의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좀처럼 현재라는 시제에 머물지 못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미 지나가 버려 수정이 불가능한 과거의 후회와 자책으로 리와인드되거나, 아직 도래하지 않아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걱정과 염려로 가득합니다.


이 방황하는 마음의 고삐를 붙잡아 '지금, 여기'라는 유일한 실재의 공간으로 복귀시키는 문장들을 필사해봅니다. 어제의 일들을 흩어지는 구름에 비유하며, 그것들과 쿨하게 작별할 것을 권합니다.


『불안 비우기 연습』은 흘려보냄에 초점을 맞춥니다. 『금강경』의 구절,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지금 이 순간의 마음조차 머무는 바 없이 시시각각 변하며 흘러가므로 고정된 실체로 붙잡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흐르는 물에는 글자를 새길 수 없습니다. 물줄기를 바꿀 수 없을지언정, 어제의 마음에 머물러 지워질 글자를 하염없이 쓰지 마세요."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인간관계 불화에 처방하는 통찰을 담은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증오할 때 그것이 상대를 향한 징벌이라 착각하지만, 정작 그 증오의 불길이 내뿜는 유독가스에 가장 먼저 질식하고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내면입니다.


용서와 흘려보냄은 시혜적 차원의 너그러움이 아니라, 내 영혼의 생존을 위해 타오르는 불길을 끄는 가장 이기적이고도 현명한 자구책인 셈입니다. 이처럼 『불안 비우기 연습』은 손에 쥐고 있던 집착의 끈을 가만히 놓아줄 때 찾아오는 드넓은 영혼의 자유를 일깨워줍니다.


100일간의 라이팅 리추얼을 완주한 단계에 이르면 인생의 조건들이 나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조건들을 자유자재로 유희하는 주체로 우뚝 서게 될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100번 문장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슬픔 없는 언덕으로 떠나는 당신, 모든 끝은 다시 시작이기에 마침내 닿을 깨달음의 터전에서 처음처럼 환하게 안녕." 『반야심경』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문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薩婆訶)'가 깔려 있습니다.


불안을 마주하고, 집착을 버리고, 찰나를 음미하며 마침내 삶의 파도를 건너기까지 100개의 문장을 함께 딜어온 시간들. 이 힘겨운 삶을 얼마나 뜨겁게 사랑하며 건너왔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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