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 -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81
김양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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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말투가 이상하다, 눈치가 없다, 분위기를 못 읽는다, 너무 예민하다, 답답하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쟤는 좀 이상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몇 초만에 끝납니다. 살면서 타인을 참 쉽게 규정하고 편의대로 분류해버립니다.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양미 작가의 소설 『아스파라거스』는 도대체 그 이상함의 기준은 누구의 관점인가 하고 묻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요한과 그의 친구가 되어 가는 현빈,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빈의 아버지 병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서로 다른 궤도를 도는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울림통이 되어주는지 그려냅니다. 한쪽만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방법을 찾아가는 겁니다.


중학교 2학년 현빈의 반에는 요한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눈치도 없고,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아이들은 그 차이를 곧바로 밉상이라는 평가로 바꿉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한이의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을 해석하는 교실의 방식입니다. 요한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보다 쟤는 원래 저런 아이라는 평가가 먼저 생겨납니다. 한 번 붙은 평가는 다음 행동을 해석하는 기준이 됩니다. 역시 이상해, 또 저러네, 눈치가 없네 식으로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붙어 있는 이미지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나서는 사람이 되고,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이 됩니다. 메시지에 답장이 늦으면 무관심한 사람이 되고, 지나치게 꼼꼼하면 피곤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바로 그 생략된 과정을 다시 보여줍니다. 요한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현빈은 자신이 처음에 가지고 있던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괜찮아, 너는 특별해”라고 말하는 감상적인 장면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상대를 다시 알아가려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공감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현실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지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고, 서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 『아스파라거스』가 보여주는 ‘이해’는 그 현실적인 지점에 서 있습니다.


현빈에게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 병진입니다. 병진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직장에서도 자주 실패합니다. 집에서도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현빈에게 아버지는 친하지만 편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현빈은 요한이를 알아가면서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요한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더니 전혀 다른 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가족에게는 기대가 더 크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집니다. 상대가 나를 알아서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스파라거스』는 가족 역시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이해는 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스파라거스』가 말하는 각자의 속도는 무책임한 위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의 방향을 찾고, 포기하지 않고, 필요하면 방법을 바꾸며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요한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고, 병진은 사회생활의 방식이 다릅니다. 현빈 역시 처음부터 타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정상적인 사람의 자리에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정상이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허술합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살아가며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해하기 전에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는 습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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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해부학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허영은 옮김, 하시모토 히사시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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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허리가 뻐근해서 "아구구..." 소리가 절로 나올 때면 습관처럼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건을 갖다 대곤 합니다. 내 몸 안에서 정확히 어떤 녀석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도쿄 지케이카이 의과대학 해부학 강좌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객원교수로 재직 중인 하시모토 히사시 감수자의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해부학』은 지금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요즘 우리는 건강 정보를 넘치도록 접합니다. 거북목을 예방하려면 이렇게 하세요, 허리 통증에는 이 스트레칭이 좋습니다, 하체 근육을 키우려면 이 운동을 하세요 같은 콘텐츠가 매일 쏟아집니다. 운동 영상도 많고 자세 교정법도 많습니다.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에 대한 기본적인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정보만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허리라는 단어 하나로 허리 아픔의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허리 주변에는 척추와 여러 관절이 있고, 복부와 등, 골반을 안정시키는 수많은 근육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리와 골반의 움직임도 허리의 상태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증이 발생한 부위만 열심히 주무르거나 스트레칭합니다.





해부학 도감을 펼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몸을 부위별로 쪼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는 것입니다.


귀여운 만화와 직관적인 일러스트로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해부학 지식이 퀴즈 게임처럼 재밌게 느껴집니다. 머리, 목, 가슴, 배, 등, 팔, 다리로 나누어 150개 이상의 주요 근육과 뼈대를 마치 프라모델 조립 설명서처럼 명확하게 보여주거든요.


운동 후 근육통, 무조건 근육이 커지는 신호일까요? 알수록 이득이 되는 알짜 상식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던 신체 상식들의 진실이 속 시원하게 밝혀집니다.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은 근섬유에 미세한 손상이 생겨 염증 물질이 누출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를 무작정 억지로 더 찢는 운동을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회복과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다는 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뼈와 뼈를 묶어주는 인대와 근육을 뼈에 붙여주는 힘줄이 어떻게 다른지, 발목을 삐었을 때 왜 RICE 요법(안정 Rest, 냉각 Ice, 압박 Compression, 거상 Elevation)을 써야 하는지 등 실용적인 꿀팁들이 가득합니다. 테니스 엘보나 족저근막염 같은 현대인의 단골 질환도 원인을 알고 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게 됩니다.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해부학』은 의학 지식 전달을 넘어, 내가 내 몸의 주인이 되는 기쁨을 선사합니다. 표정을 만드는 아기자기한 얼굴 근육부터 척추를 똑바로 세워주는 거대한 척주세움근까지, 내 몸이 얼마나 일탈 없이 완벽하게 연동하고 있는지 깨닫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내 몸의 원리를 아는 것은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골절, 탈구, 염좌, 타박상, 근육 파열, 허리 척추사이원반 탈출증, 힘줄 파열, 족저근막염뿐 아니라 오스굿슐라터병, 반달연골 손상, 점퍼 무릎, 러너스 니, 신스프린트, 야구 어깨, 테니스 엘보 등 운동 과정에서 흔히 접하는 부상까지 다룹니다.


몸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인터넷에서 본 자가진단에 섣불리 매달리기보다 언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지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머리를 움직여도 시야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 물구나무 자세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배호흡은 무슨 원리일까?처럼 일상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도 펼쳐집니다.


몸이 아플 때 파스부터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몸의 어느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지 한눈에 보여서, 통증을 다루는 시선 자체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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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이이다 가오루코 외 감수, 김도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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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의학박사이자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수 이이다 가오루코, 그리고 조리과학 전문가인 간토가쿠인대학 데라모토 아이 부교수 두 전문가가 알려주는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 복잡한 대사의 세계를 만화 캐릭터와 직관적인 도표로 쉽게 보여줍니다.


건강을 위해 검색창을 열었다가 진위를 알 수 없는 건강 정보의 미로에 갇히는 시대에, 진짜 알짜배기 지식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영양학 도감입니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음식이 우리 몸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용되는지, 특정 식품에는 어떤 영양소가 들어 있는지,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영양 관점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한 권 안에 체계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책은 카더라 식의 건강 정보 대신,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의 진짜 영양 성분을 직관적인 그래프로 비교해 줍니다. 수치와 데이터를 읽어내다보니 식품 포장지 뒷면의 영양 성분 표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안을 열어줍니다.


오늘 200g짜리 등심 스테이크를 먹었으니 단백질 200g을 섭취했겠지라는 생각 해보셨죠? 실제로 소고기 등심(생고기) 100g 안에는 단백질이 약 11.7g 들어있을 뿐, 수분이 40g, 지방이 47.5g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닭 안심 100g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약 23.9g, 돼지 등심이 약 21.1g인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단순히 식품의 전체 무게와 영양소의 함량을 혼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은 영양소의 실제 함량과 체내 대사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영양을 채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영양소의 역할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A·D·E·K와 다양한 비타민 B군, 비타민 C, 그리고 나트륨·칼륨·칼슘·마그네슘·철·아연 등 여러 미네랄까지 이어집니다.


영양은 부족과 과잉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분야입니다.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특정 영양제를 고용량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꽤 많은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이 영양소가 좋다더라에서 멈추지 않고 왜 필요한가?, 어떤 식품에 들어 있는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영양소라고 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정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식품에는 훨씬 다양한 성분이 존재합니다.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황화합물, 올리고당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식품과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성분을 만능 건강 성분으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어떤 채소에 특정 항산화 성분이 많다고 해서 그 채소 하나만 열심히 먹으면 건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은 한 가지 성분의 섭취량으로 결정되지 않고 전체적인 식사 패턴과 생활습관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감기, 변비, 설사, 피로, 빈혈, 불면증, 스트레스, 비만, 고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다공증, 간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증상과 건강 상태를 다루는 파트는 자주 펼치게 되는 페이지입니다. 증상별 영양소 섭취 방법은 마치 내 몸이 보내는 SOS 신호에 응급처치를 해주는 족집게 클리닉 같습니다.


변비 증상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법을 일러주며, 아보카도, 우엉, 표고버섯을 활용한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보여줍니다. 내 컨디션에 따라 어떤 장바구니를 채워야 할지 알려주는 맞춤형 큐레이션입니다.


마지막으로 곡류, 어패류, 육류, 콩과 콩 제품, 유제품과 달걀, 채소, 버섯, 감자류, 해조류, 과일, 종실류, 조미료, 기호 음료, 건조식품 등 실제 식탁에서 만나는 식품을 중심으로 영양 성분과 작용을 살펴봅니다.


곡류 파트에서는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빵을 영양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쌀의 도정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배아와 쌀겨가 어떻게 손실되는지 설명하고, 도정도가 낮을수록 영양 손실이 적다는 점을 표로 한눈에 보여줍니다.


특히 혈당 상승 속도를 뜻하는 GI수치에만 목을 매는 다이어터들에게 GL(Glycemic Load, 글리세믹 부하) 수치의 개념을 함께 소개해 줍니다. 식품 100g에 포함된 당질 함량까지 고려한 GL 수치가 실제 섭취량을 반영하는 훨씬 현실적인 지표임을 짚어줍니다.


색인 페이지를 살펴보면 익숙한 성분명부터 세부 대사 효소까지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듯 꺼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트에서 저당, 고단백, 무첨가, 천연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면 일단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영양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정말 필요한 영양소는 무엇인가? 이 제품에는 그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가? 다른 성분은 어떤가? 평소 식사에서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제품을 먹는 것이 실제 식사 전체의 균형을 개선하는가?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훨씬 덜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건강한 식사가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부족하게 먹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영양성분표를 읽어보고, 한 가지 식품을 만능 해결책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이런 작은 판단들이 쌓여 식습관을 만듭니다.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은 내가 먹는 음식이 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평생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영양 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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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 -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마음의 문장들
민유하 지음, 지크문트 프로이트 원작 / 리프레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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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는 믿음부터 의심하라!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자기 이해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특정 사람의 말 한마디에 유난히 기분이 상하고, 잊었다고 여긴 일이 몇 년 뒤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떠오르고,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관계를 또 반복하기도 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끌리는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스스로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왜 그럴까요? 프로이트는 당신은 정말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민유하 저자의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부제는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마음의 문장들’입니다. 프로이트의 문장과 핵심 개념을 오늘의 일상으로 가져와 나라는 사람을 다시 읽어보게 합니다. 내가 나를 설명하는 방식에 꽤 큰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매일같이 스스로를 속이며 외면해 온 감정의 진실과 직면하게 만듭니다.






프로이트의 개념을 말실수, 연애, 죄책감, 미루기, 꿈, 분노처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장면 속으로 끌어옵니다. 내일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은 의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갑니다. 자신이 삶의 핸들을 잡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프로이트는 자아란 마음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진정한 주도권은 무의식이라는 깊은 바닷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거나, 꼭 기억해야 할 미팅 시간을 거짓말처럼 깜빡하는 행동은 무작위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합니다. 자아는 자신이 가장 합리적인 이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프로이트의 시선에 따르면 자아는 무의식이 일으킨 사건의 전말을 뒤늦게 보고받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변명을 짓는 해석자에 불과합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내려놓는 순간, 역설적으로 나를 향한 진정한 탐구가 시작됩니다.


살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상처, 인정하기 싫은 수치심, 누군가를 향한 찌질한 질투심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포맷하듯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애씁니다. "다 잊었어", "지나간 일이야"라며 쿨하게 털어버렸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억압의 본질은 어떤 표상을 없애거나 파괴하는 데 있지 않다며, 그것이 의식화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마음 밖으로 쫓아낸 어두운 감정들은 결코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신의 백업 파일처럼 무의식의 영역에 보류되어 있다가, 내가 가장 방심한 순간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가면을 쓰고 되돌아옵니다.


어릴 적 부모의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 감정을 누르고 자란 어른이 직장 상사의 작은 지적에도 발작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관계를 망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과도한 분노나 거듭되는 연애 실패는, 사실 해소되지 못한 채 몸과 행동으로 되돌아온 과거의 상처가 보내는 암호입니다.


치유란 그 감정을 강제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여전히 유령처럼 감돌고 있던 낯선 기억의 존재를 비로소 알아봐 주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무의식이라고 하면 보통 아주 깊고 어두운 심리 영역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무의식은 우리가 숨 쉬듯 영위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작은 틈새를 타고 유유히 새어 나온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말실수입니다. 분명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온 경험, 사람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경험,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는 행동 등입니다. 무의식을 거대한 비밀 창고로 생각하기보다 일상에서 자꾸 삐져나오는 작은 흔적으로 이해하면 프로이트가 훨씬 가까워집니다.


밤마다 펼쳐지는 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왜곡은 실제로 검열의 행위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잠든 사이 의식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면, 낮 동안 억눌렸던 욕망과 금기들이 기회를 잡고 기어 나옵니다.


다만 그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면 깨어있는 자아가 놀라 깨어버리기 때문에, 꿈은 정교한 상징과 왜곡이라는 가면을 씁니다. 터무니없이 낯선 장소에서 헤매는 꿈, 날아다니는 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은 사실 내 안의 억압된 충동과 검열 기제가 치열하게 타협하며 빚어낸 한 편의 비밀스러운 연극입니다.


완벽주의와 무거운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고 있다가도, 이러고 있어도 될까 싶은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프로이트는 초자아는 자아를 관찰하고, 명령하며, 판결하고, 처벌로 위협한다고 했습니다. 초자아(Super-ego)는 유년 시절 부모의 금지와 사회적 규범이 내면화되어 형성된 심리적 기관입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올려다보며 감시하는 엄격한 사법관입니다. 타인의 비난이 없어도 스스로를 향해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고, 작은 실수에도 자책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내 안의 초자아입니다.


더불어 인간 본성에 내재된 공격성을 짚어줍니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는 순한 존재인 동시에, 타인을 밀어내고 통제하고 파괴하고 싶어 하는 거대한 공격성을 품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 공격성이 사회적 금지에 막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면, 방향을 틀어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자학이고, 이유 없는 죄책감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심판하는 내면의 형벌입니다.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인간이란 구제 불가능하게 비합리적이고 어두운 존재라는 절망일까요? 자기비하나 자포자기가 아닌, 비로소 도달하는 깊은 수준의 자기이해입니다.


외면하고 모른 척했던 어두운 욕망, 부끄러운 질투심, 제어되지 않는 충동과 두려움의 자리에 자아가 들어서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명언을 무의식을 모조리 소탕하고 통제하라는 뜻으로 읽지 않습니다. 자아가 용기를 내어, 그동안 도망쳤던 어두운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낯선 내 마음의 일부와 조용히 눈을 맞추라는 초대장으로 풀어냅니다.


내 안의 공격성과 부끄러운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을 향한 잣대도 부드럽게 낮출 수 있으며, 마침내 나 자신과 벌이던 소모적인 전쟁을 그만둘 수 있게 된다는 걸 들려줍니다.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자신을 덜 속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프로이트를 읽는 목적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무의식 탓으로 돌리는 면죄부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내 행동의 배경을 이해할수록 앞으로의 선택에 책임질 여지가 커진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탐구의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왜 그 말에 유난히 화가 났는지, 왜 같은 관계를 반복하는지, 왜 사소한 실수 하나를 두고 나를 오래 벌주는지 알게 된다면 앞으로의 행동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자기 이해란 나를 완전히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 빨리 외면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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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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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책의 뒤편,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분투를 들여다보는 시간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손가락 한 번으로 온갖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단어 하나의 쓰임새를 고민하고 밤하늘의 달 모양까지 검증하며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이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울림과 애정을 안겨줍니다.


1896년 창립한 신쵸사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같은 작가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미우라 시온 등 현대 작가들의 책을 펴낸 출판사입니다. 일본 출판계 내부에서도 지독할 정도로 정확하고 꼼꼼하다는 명성을 얻은 130년의 역사를 지닌 신쵸사 교열부의 이야기를 생활 밀착형 관찰력이 빛을 발하는 만화가 고이시 유카의 만화로 만나봅니다.


교열은 흔히 맞춤법을 고쳐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를 읽고 나면 이 정의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알게 됩니다. 교열의 ‘교(校)’는 비교한다는 뜻이고 ‘열(閱)’은 검토하고 확인한다는 뜻입니다.


교열자는 글자를 보는 동시에 사람을 보고, 문장을 보는 동시에 맥락을 보고,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고민합니다.





소설 속 한 문장을 검토하기 위해 교열자는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할까요? 설정을 짚어나가며 연도와 날짜를 파악하고 그날의 달 모양까지 팩트체크합니다. 텍스트에 구축된 가상 세계가 지상의 섭리와 부딪혀 허물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행위입니다.


작가가 놓친 미세한 설정의 균열, 예컨대 앞장에서는 소심해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뒤쪽에서 뻔질뻔질한 소년으로 묘사되는 모순을 찾아내는 것은 오직 인간 교열자의 집요한 눈과 정성 어린 기록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사전조차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문학의 언어는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통용되는 규범을 뛰어넘어 작가 고유의 문체로 변형되곤 합니다.


교열 현장에서는 언어의 정석을 지키는 것과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 욕구를 존중하는 것 사이에서 치열한 조율이 일어납니다. 단어를 검토하는 일은 결국 그 단어를 선택한 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대화입니다.


독자는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서사와 감정의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깁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열자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는 독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전개에 빠져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순간, 오히려 이상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감정적으로 몰입해서도 안 됩니다. 작가의 문장을 무조건 옹호해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쳐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요? 바로 작품 안과 밖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교열이라는 일이 의외로 인간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글자만 보면 해결될 것 같지만 글자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에서 나옵니다. 글자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그 글자가 나온 배경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성하는 등장인물 연표와 관계도를 보면 이 작업이 단순한 오탈자 수정을 넘어 얼마나 거대한 지적 탐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픽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의 맥락과 연결되는 순간, 팩트의 왜곡이 없어야 독자의 몰입이 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아무런 턱에 걸림 없이 완벽한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만들기 위해 교열자는 스스로 객관성의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요즘은 문장 교정과 편집 영역에서도 자동화 알고리즘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쵸사의 교열부 사람들은 종이 교정지 위에 붉은 펜으로 글자를 써가며 아날로그적인 싸움을 계속합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영역에 숨어드는 오류는 역설적이게도 규칙 기반의 프로그램이나 안일한 스캔 작업이 가장 쉽게 놓치는 허점입니다.


AI는 사전에 입력된 규칙과 데이터의 확률에 따라 글자를 기계적으로 스크리닝하지만, 문맥에서 작가가 느꼈을 주관적 망설임이나 편집자와 작가 사이의 미묘한 약속, 혹은 독자가 책을 펼쳤을 때 느낄 실체적인 위화감까지 감지해내지는 못합니다.





책을 교열한다는 것은 오직 틀린 맞춤법을 찾아내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의 난해한 손글씨 원고를 읽어내기 위해 필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의도를 헤아려 맞춤법 이상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계산기가 아니라, 문장 뒤에 숨은 사람의 온기를 알아채는 인간의 서사 이해력이 개입할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은 완성도를 얻습니다.


신쵸사가 교열부는 50명이 넘는 인원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빨리 만들고 쉽게 버리는 시대, 100년 뒤에도 남을 완벽한 한 권을 위해 붉은 펜을 드는 보이지 않는 장인들입니다. 교열자가 하는 일이 사소한 것을 붙잡고 늘어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책 전체의 신뢰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디지털 스크린 속의 텍스트는 쉽게 수정되고 삭제되지만, 한번 인쇄되어 물성을 얻은 종이책은 수정할 수 없는 파노라마로 남아 책장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기에 그 물건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숙련된 장인처럼 나사를 조이고 실밥을 정돈합니다.


작가의 이름과 표지 디자인만 기억할 뿐,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작가의 말버릇 하나까지 존중할지 고칠지 고민한 사람의 존재는 책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늘 완성된 모습으로만 만나던 책의 뒤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원고가 완성된 '책'이라는 결정체로 탄생하기까지의 디테일한 공정과 직업 의식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재미를 만끽해봅니다. 출판사 교열부의 일상을 다룬 오피스 만화를 넘어, 모든 보이지 않는 전문가들을 향한 뜨거운 헌사이자 응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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