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떻게 씁니까 - 글쓰기로 자기 세계를 만든 열두 작가들
강원국 지음 / 디플롯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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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가 수초 만에 매끄러운 단락을 완성해 내는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타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 더 주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문장의 형식적 완결성을 손쉽게 흉내 낼 때, 강원국 작가의 신작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는 글쓰기의 본질을 묻습니다.


저자 강원국은 대우그룹 회장과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연설비서관으로서 대신 써왔고,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기 이름이 박힌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쓰는 사람의 눈으로 시인, 소설가, 기자, 웹소설 작가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열두 명의 창작자를 찾아갔습니다.


조정래, 김용택, 김진명, 서명숙, 유인경, 정지아, 이영미, 김민식, 김남희, 원태연, 정진영, 천지혜. 소설가와 시인, 기자와 편집자, 여행작가와 방송 PD, 웹소설 작가와 작사가까지 장르가 제각각입니다. 강원국 저자가 열두 명의 작가에게 던진 질문은 제목 그대로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질문은 "당신의 문장을 만든 것은 어떤 삶이었습니까?"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는 글 잘 쓰는 팁을 전수하는 책은 아닙니다. 결핍과 낙방, 번아웃과 실패를 몸으로 통과해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문체의 근원을 추적하고, 문장 이면에 담긴 삶의 궤적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글쓰기 책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자기 세계를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글의 깊이는 문장 재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품은 질문의 무게에서 비롯됩니다. 거장 조정래 작가의 집필 태도가 그렇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통일되기 전까지는 발표할 수 없는 원고를 쓰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주에게 너희 때도 통일이 되지 않으면 이 작품을 네 자식에게 대를 물려야 한다고, 당대에 남겨놓고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나 쉽게 숫자로 환산됩니다. 조회 수, 좋아요, 구독자, 판매량, 검색 노출, 댓글…. 그런데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당장 독자에게 읽힐 가능성조차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씁니다.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먼저인 사람인 겁니다.


저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술적인 요령을 묻는 질문인 '어떻게'에서 인물의 내면과 삶의 이유를 묻는 질문인 '왜'로 축을 옮깁니다.


"눈을 뜨면 커피를 내리고, 엄마 밥을 챙겨드리고, 고양이 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그러면서 수시로 밖을 봐요.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여도, 머릿속에서는 몇 개의 소설이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이 장면 뒤에 이걸 붙이면 되겠구나’ ‘저 인물 다음엔 이 말이 나오겠구나’. 그렇게 산자락이 이어지듯 생각을 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어요."라고 말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





글쓰기가 책상 앞에서의 절박한 작업 이전에 일상 그 자체여야 함을 보여줍니다. 구례의 적막한 풍경 속에서 일상을 조용히 집필의 리듬으로 흡수한 그의 문장은 힘을 뺀 끝에 비로소 깊은 유머와 해학을 얻었습니다.


정지아 작가의 말에 강원국 저자는 깨닫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 주로 '어떻게'를 먼저 생각한다.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표현할까. 그런데 정지아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왜'를 너무 적게 묻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는 기술의 문제지만, '왜'는 이야기의 씨앗이다. 좋은 문장은 '어떻게'에서 나오지만, 좋은 이야기는 '왜'에서 시작된다."라고 말이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창작자들은 결코 탄탄대로만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문장은 오히려 고통과 낙방, 번아웃 같은 뼈아픈 실존적 한계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단단해졌습니다. 정진영 작가는 고시 낙방과 오랜 기자 생활을 거쳐 마흔에 전업작가가 되었습니다. 김민식 작가는 망한 인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글을 만났습니다. 김남희 작가는 전 재산 3,000만 원을 들고 중국행 배에 오른 뒤 100여 개 나라를 걸었습니다. 원태연 작가는 난독증을 가진 채 시와 노랫말을 썼습니다.


웹소설 스타 작가 천지혜는 줄글 대신 네모, 동그라미, 표를 적극 활용하는 독창적인 플롯 도식화 방식을 구축했습니다. 마케터 출신으로서의 직관과 번아웃을 극복하며 쌓아 올린 철저한 기획력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사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AI가 초안을 쏟아내는 환경 속에서 인간 작가는 어떤 위치에 서야 할까요? 인터뷰어 강원국 저자 본인의 솔직한 고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잘 쓰는 일은 AI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지만, 내 글은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쓴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그도 AI를 조연출로 활용합니다. 바탕을 깔아주는 역할로 말이죠.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사례들을 넣으며, 글쓰기 훈련을 더 해서 글쓰기 근력을 키우는 겁니다. 저자는 스스로 느끼는 창작의 불안감마저도 펜을 놓지 않게 만드는 훌륭한 엔진으로 전환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는 기교가 아닌 태도를, 결과물로서의 문장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열두 명의 작가가 내놓은 답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궤를 달리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 쓰기 위해 버둥거리기보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낼 것. 그 삶의 고통과 기쁨을 오롯이 통과해낸 문장만이 타인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글 쓰는 태도와 습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데다가, 거장들의 작업 방식을 통해 창작의 슬럼프를 극복할 용기를 얻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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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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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쓰레기는 하루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놓고, 분리수거함에 넣고, 음식물 통에 버리면 내 삶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2024년 통계치에 따르면 한국인 1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생활 폐기물은 약 1.2kg, 전국적으로 매일 6만 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양의 부산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1분당 무려 41.7톤에 달하는 비유용한 부산물들은 우리의 눈앞에서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시스템을 잊고 살아갑니다. 쓰레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며, 우리가 외면한 순간부터 오히려 훨씬 복잡한 과학과 산업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SF 소설가이자 공학자인 독보적인 이야기꾼, 곽재식 교수의 신작 『쓰레기 과학』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이 더럽고 하찮은 대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버려지는 미시적인 물성에서부터 최첨단 인공지능과 우주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인류 문명이 어떻게 자원의 순환과 과학기술의 협력을 통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쓰레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인간이 만든 풍요의 뒷면을 책임지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는 통로입니다.


먼저 600년 전 조선시대로 안내합니다. 세종대왕 시절, 청계천을 둘러싼 신하들의 논쟁은 오늘날 매립지 갈등이나 환경 정책 수립 과정과 닮았습니다. 도시라는 공간이 형성된 이래 오물과 폐기물의 처리가 늘 정치적, 사회적 메커니즘의 중심에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쓰레기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살아온 순간부터 발생했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먹고 남은 것, 만들고 남은 것, 부서진 것들이 쌓입니다. 결국 쓰레기는 문명이 생겼다는 증거이면서 문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정치적 파행과 매립지 부재가 불러온 쓰레기 대란은 치워지지 않은 폐기물이 어떻게 한 현대 도시의 일상을 마비시키고 사회적 폭동으로 분출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1부 ‘땅에 묻기’에서는 버려진 것들이 모이는 장소들의 거대함과 그 속에 숨은 기술적 도전을 파헤칩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니모 지점(Point Nemo)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인적이 드물어 사람이나 시설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적고, 수심이 깊어 그 잔해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은 곳에서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특별한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개념 자체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지상으로 눈을 돌리면 위생매립 방식을 만나게 됩니다. 쓰레기를 흙으로 덮는 행위는 직관적이고 쉬워 보이지만, 집파리의 번식을 막고 침출수를 차단하며 매립 가스를 수집해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고도의 생물학적·지질학적 공학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매립지를 파내려 가는 중장비의 유압 기계학부터 오염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빛과 원자를 다루는 양자 이론까지, 땅 아래에는 현대 기초과학의 정수가 숨 쉬고 있습니다.


2부 ‘재활용하기’에 들어서면 매립지에서 자원으로 시선이 이동합니다. 알루미늄, 철, 희귀 금속, 배터리, 종이,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건설 폐기물, 소각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재활용 =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공식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활용하려면 수거해야 하고, 선별해야 하고, 운송해야 하고, 가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갑니다. 재활용한 소재의 품질이 충분히 좋아야 시장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원순환은 폐기물 문제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너지 생산 방식, 산업구조, 국가별 자원 조건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책 곳곳에서 곽재식 특유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드러납니다. 종이 재활용 과정에서 먹이나 잉크를 제거하는 탈묵 공정을 설명하며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옛 가요를 들어 유쾌하게 해설하는 부분이나, 소각장의 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펭귄 발의 이류열교환 원리를 응용하는 공학적 지혜가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소각장의 불길과 연기 성분을 센서로 파악해 최적의 연소 상태를 유지하고 오염물질을 자동 제어하는 알고리즘은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닌 기술과 환경이 공존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환경문제가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경제학, 행정학이 하나의 용광로처럼 융합될 때 진정한 자원순환 사회가 구축될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쓰레기 과학』을 읽어 내려가며 깨달은 건 '비움'과 '버림' 역시 철저히 계산된 과학적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문학, 영화, 최첨단 기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곽재식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하찮은 폐기물 속에 숨겨진 위대한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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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스도쿠 : 철학의 위로 (스프링) -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마음을 정리하는 스도쿠 140 어른의 스도쿠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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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규칙적인 9×9 격자, 철학 명언 그리고 펜 한 자루. 『어른의 스도쿠 철학의 위로』는 아무 생각 없이 칸과 칸 사이를 메워가다 보면 어느새 집중의 충만감을 채워주는 스도쿠 책입니다.


스도쿠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스도쿠의 기본 역사와 푸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숫자를 채워 넣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가로줄, 세로줄, 그리고 3×3 정사각형 상자 안에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중복 없이 딱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합니다.


현실의 문제는 대개 답이 없고,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어 당장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도쿠 세계에서는 모호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지키면 반드시 비어 있던 칸의 주인이 드러납니다. 잡념에 휘둘릴 때 스도큐 규칙 시스템 속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마음 정리 진도표’는 단순한 학습 체크리스트를 넘어섭니다. 총 140문제로 이루어진 여정을 나만의 속도로 기록해 나가면서, 자신이 일상에서 몰입에 투자한 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만듭니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난이도는 도전 욕구를 알맞게 자극합니다. 매일 한 문제씩 진도표의 동그라미를 채워나가 보세요.





이 시리즈의 『어른의 스도쿠』에서는 마음을 다독이는 문장들을 만났다면, 『어른의 스도쿠 철학의 위로』에서는 철학자들의 명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무의식을 이해하면 삶이 선명해진다."라는 융의 문장은 무심코 넘겼던 내면을 바라보게 합니다. 풀리지 않던 격자판을 한참 노려보다가 문득 숨어 있던 숫자의 위치를 깨닫는 경험처럼, 우리 삶의 혼란 역시 내면의 무의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정리할 때 질서를 되찾는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세네카의 "마음이 흔들릴수록 작은 일부터 붙잡아라."라는 문장도 와닿습니다. 일상의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때 필요한 태도이지요. 막연한 불안감에 압도될 때는 거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3×3 상자의 빈칸 하나를 채우듯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저는 스토아 철학이 떠오르더라고요. 스토아 철학의 핵심 태도 가운데 하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오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실수를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경제 상황이나 타인의 선택 역시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도쿠도 전체 81칸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넣을 수 있는 숫자 하나를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한 칸에 집중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의 기록이라는 메모 공간도 있어 철학자의 문장을 읽은 뒤, 그날의 감정이나 짤막한 다짐을 남기면 좋습니다. 스도쿠 풀이와 철학 문장 읽기, 짤막한 기록으로 나만의 마음 정돈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10분이 사실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때의 10분과는 시간의 질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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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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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300년 전 에피쿠로스가 건네는 평정심의 기술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마음 한구석에서 나만 뒤처진 게 아닐까라는 막연한 불안과 공허가 피어오르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박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잘 알려진 에피쿠로스의 잠언을 생활밀착형 고민과 연결해냅니다.


에피쿠로스는 오랫동안 방탕한 쾌락주의자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사실 그가 말한 쾌락은 자극적인 도파민의 추구가 아니라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불안이 없는 상태, 즉 아타락시아(Ataraxia, 마음의 평정)였습니다.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는 에피쿠로스의 잠언 25여 개를 엄선해, 욕망의 정돈에서부터 타인과의 건강한 공존에 이르는 4단계 사유의 여정으로 소개합니다.





먼저 타인의 욕망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안이 '진짜 내 것'이 아닌 '남이 좋아하는 것'을 좇는 데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소비부터 소유의 덫에 이르기까지 과잉 소비와 비교 문화가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저렴하게 소모시키는지 다룹니다.


친구가 필라테스를 시작하면 따라 등록하고, 남들이 사는 물건을 따라 사며 통장 잔고와 함께 내면의 중심마저 잃어버리는 일상. 저자는 이를 소비의 쳇바퀴라 부르며, 진짜 만족은 외부의 소유가 아니라 내면의 중심을 잡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읽는 행위를 넘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 질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샀다가 후회한 적이 있나요?", "당신은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남들에게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있던 관성을 건드립니다.


이 질문들은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을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에 머물게 두지 않고, 곧바로 나 자신의 일상과 직면하게 만드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마주하는 순간, 스스로 묻고 답하는 사유를 시작하게 됩니다.


불안을 넘어서 인생의 불확실성과 실패, 그리고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에 직면하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에 빠지곤 합니다. 저자는 후회와 반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에피쿠로스의 인식론을 끌어옵니다.





한 번 일어난 사건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무효화하려는 헛된 시도는 마음의 평정을 방해할 뿐입니다. 저자는 실패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자각이야말로 자신을 구원하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면의 참모를 둘 때, 우리는 외부의 무시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얻게 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남에게 괴로움을 주지도 않고, 남의 변덕스러운 평가에 고통받지도 않는 경지는 결국 자기 객관화에서 비롯됩니다.


관계에 대한 파트로 넘어가면 에피쿠로스 철학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개인주의적 철학으로 오해받는 에피쿠로스주의는, 사실 나라는 개체의 경계를 넘어 타인과의 진실한 우정과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눈치를 보는 것은 진정한 배려가 아니라 두려움의 표출일 뿐입니다. 내면의 중심이 바로 선 사람만이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으며, 손해 볼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에피쿠로스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유한한 시간보다 더 큰 쾌락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좋은 점을 보는 눈을 키우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끝없는 미래 준비 때문에 현재의 삶을 유예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지금 이 순간, 함께 숨 쉬는 이들과 나누는 오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가 명확해집니다.


평소 스토아 철학의 단단한 이성과 덕, 그리고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아파테이아)에 이끌렸는데, 이 책에서 뜻밖의 깊은 유대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조차 자신의 저작에서 에피쿠로스의 잠언들을 수없이 인용하며 그 지혜를 높이 평가하곤 했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정원이라는 은둔의 공간에서 소박한 쾌락과 평정심(아타락시아)을 말하고, 스토아학파는 세상 한복판에서 공적 의무와 자제력을 다해 삶을 직면하라고 권하지만, 두 학파가 도달하고자 한 궁극의 목적지는 결국 같습니다.


바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요소나 통제 불가능한 욕망에 통제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입니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두 철학 모두 불안을 키우는 삶의 조건을 걷어내고, 내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게 합니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불안을 만드는 욕망에서 벗어나 오늘을 사는 법을 말했습니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보다 먼저 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는 방식으로 살고 있을까를 묻습니다. 나는 왜 남들이 가진 것을 원하지?라고 자신에게 묻는 순간 철학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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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편해지는 갱년기 상담소 - 산부인과 전문의가 알려 주는 내 몸의 변화와 신호 80가지
카트린 샤우디히.카트린 지몬센 지음, 김현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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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갱년기는 그저 참고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난 이후에도 우리에게는 수십 년의 긴 삶이 남아 있습니다.


독일의 산부인과 전문의 카트린 샤우디히와 저널리스트 카트린 지몬센이 손을 잡았습니다. 『아는 만큼 편해지는 갱년기 상담소』는 진료실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했던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갱년기 대처법을 80가지 Q&A로 정리해 냈습니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자신을 돌볼 권리를 일깨웁니다. 무력감 속에서 변화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까지 읽어내어 전문의와 소통할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줍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이 단순히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널뛰기를 하듯 극심하게 요동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이 뇌부터 심혈관계, 대사 기능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갱년기 증상은 홍조 하나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수면, 기억력과 집중력, 감정, 심장 박동,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절과 근육, 편두통, 방광, 복부 지방, 탈모, 장 기능, 에너지, 성욕, 갑상선, 골밀도까지 질문이 이어집니다. 갱년기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증상이 여러 진료과에 흩어져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르몬 치료는 갱년기를 이야기할 때 늘 뜨거운 주제입니다. 한쪽에서는 호르몬은 위험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호르몬을 맞으면 젊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양극단의 정보가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만듭니다. 『아는 만큼 편해지는 갱년기 상담소』는 호르몬 치료를 무조건 권하지도, 무조건 피하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맹목적인 기대나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갱년기를 겪는 양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는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나가는 반면, 어떤 이는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받습니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를 사용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이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아는 만큼 편해지는 갱년기 상담소』는 다채로운 대체 선택지를 내놓습니다.


건강에 관한 정보는 이상하게도 강력한 효과를 말할수록 귀가 솔깃해집니다. 반면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넘깁니다. 하지만 건강에서는 바로 그 문장이 중요합니다. 효과와 한계를 함께 알아야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식물성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별하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나 약용 식물이 어떤 증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근거와 한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동시에 식단 변화나 스트레스 관리처럼 일상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비호르몬 요법의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합니다.


왜 폐경 전후기에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지를 설명하고, 근력 운동과 장 건강 식단이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풀어냅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씩 정돈해 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어 줍니다.


갱년기는 여성성의 상실이나 노화의 시작이 아니라, 인생 후반부의 건강과 행복을 온전히 설계해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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