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친환경 생활의 역설
마이클 마니아티스 지음, 김지혜 옮김 / 황소걸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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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올해 한반도를 덮친 폭염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폭염의 기세 앞에서 우리가 매일 실천하는 깔끔한 분리수거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계속 더 뜨거워지기만 할까?


미국 앨러게니칼리지 교수이자 예일대에서 환경 정책을 가르친 환경 정치학자 마이클 마니아티스는 환경문제가 왜 개인의 도덕적 결단과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는지 그 배후의 권력 구조를 연구해왔습니다.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에서 보여주는 답은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그 죄책감과 뿌듯함의 교차점이, 사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이 교묘하게 설계해놓은 개인화된 프레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종이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전기차를 타며,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앞선 환경 운동인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프레임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추적해 보면 놀라운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당신이 오늘도 분리수거에 열심인 이유, 사실은 석유회사가 설계했습니다. 2004년 세계적인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1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에 확산시킨 핵심 개념이 바로 개인의 탄소발자국입니다.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구 온난화의 거대한 구조적 책임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그 무게를 소비자의 일상적 선택으로 뒤집어씌운 순간이었습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친환경 생활 서사를 퍼뜨리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전략을 펼칩니다.


마니아티스 교수는 친환경 소비와 소박한 개인 삶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서사를 생활양식 환경주의라고 명명합니다. 텀블러를 사 모으고 고효율 전구를 바꾸는 일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제는 구조적 통제와 규제가 필요한 거대 산업 시스템에 질문을 던져야 할 에너지와 시선이, 정작 마트 매대 앞에서 어떤 제품을 살지 고민하는 소비자의 영역으로 쪼개지고 갇혀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재활용 방법을 몰라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면 교육 캠페인을 확대하면 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품이 대량 생산되고, 소비자가 포장 방식을 선택할 수 없으며, 생산자에게 충분한 비용과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자는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교육의 문제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건물이 온통 화염에 싸여 있는데, 사람들에게 찻잔을 하나씩 쥐여주며 각자 물을 담아 불을 끄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개인의 친환경 소비와 분리수거는 이 불길 앞에서 찻잔으로 물을 끼얹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니아티스는 환경 운동가들과 대중이 빠지기 쉬운 덫을 경고합니다. 거대한 기후 위기 앞에서 개별 실천의 한계를 느낀 운동가들은, 더 많은 대중이 동시에 참여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수치적 강박에 스스로를 가둡니다.


친환경 생활이라는 쉬운 진입로에 가둬둔 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가치관을 바꾸자는 교정 중심의 접근만 반복하다 보니, 결국 현실적 한계 앞에서 무력감과 절망만 쌓이는 악순환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착한 소비를 이행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저절로 거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도로로 뛰어드는 정치적 시민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분리수거를 잘했고 텀블러를 썼으니 할 일을 다 했다는 도덕적 착각이나 면죄부로 작용해, 거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나 산업 규제 완화 같은 진짜 구조적 문제에는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개인의 가치관이나 무지로 축소할수록, 정작 법을 바꾸고 기업 정책을 통제해야 할 환경 정치의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절약하고 분리수거해도 산업 구조 자체가 화석연료에 기반해 있다면 지구 온난화의 폭주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내가 오늘 무엇을 사거나 버려야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지구를 망치는 구조와 법을 바꾸기 위해 시민으로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로 말입니다.


마니아티스 교수는 일상의 친환경 실천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는 훌륭한 시민적 감수성의 시작입니다. 다만 그것이 목적지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트림태브(Trimtab)의 은유입니다. 트림태브는 거대한 비행기 날개나 거함의 키 끝에 달린 아주 작은 보조 날개입니다. 이 작은 조각이 먼저 미세하게 방향을 틀면, 전체 날개 주변의 압력이 바뀌면서 거대한 배나 비행기 전체가 유유히 방향을 돌리게 됩니다.


이 책은 시스템의 수류를 바꾸는 살아 있는 트림태브가 되라고 요구합니다. 친환경 상품을 사며 도덕적 위안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후 법안제정을 촉구하고, 기업의 그린워싱을 감시하며, 공동체의 에너지 전환 요구에 동참하는 정치적 행동이야말로 진짜 지구를 구하는 길입니다.


개인의 선행과 사회의 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간극을 보여주는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왜 우리는 계속 개인의 소비 선택을 환경문제의 핵심 무대로 생각하게 되는지를 일깨웁니다.


내가 무엇을 덜 사야 하지에서 왜 이런 상품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로. 내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지에서 우리 사회는 왜 이런 배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로. 내가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 하나에서 누가 시스템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나는 그 변화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로. 질문이 바뀌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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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처럼 생각하기 - 기후 위기의 지구에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벤 롤런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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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저지르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폭력은 

다름 아닌 ‘무해해 보이는 거짓말’


생태 활동가 벤 롤런스의 신간 

『숲처럼 생각하기』는 

허구의 안정감에 가두는 대신, 

뼈아픈 진실을 솔직하게 나누는 쪽을

택한 한 아버지의 기록입니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날씨가 어땠어?”


딸이 던진 이 순수한 질문은 

정치학자의 거창한 담론보다 

날카롭게 어른들의 위선을 파고듭니다.


사실 현재 어른들이 누리는 일상은 

과거의 안정적인 생태계를 담보로 당겨쓴

부채 위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CO₂ 농도 320ppm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어른들과, 

이미 410ppm을 넘긴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의 세계는 전혀 다릅니다. 


저자는 우리가 누린 사계절이 

사실 아이들의 권리를 앞당겨 소비한

세대 간 약탈이었음을 고백합니다.


🌲 ‘숲처럼 생각하기’란 무엇일까요?


주류 사회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은 

생태계 복원이 아니라, 

자원을 얼마나 더 알뜰하게 

뜯어먹을지 계산하는 

추출의 공학에 불과합니다.


반면 숲은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나무들은 자원을 독점하지 않고 

균사체를 통해 영양을 나누며, 

필요한 만큼만 취합니다. 


저자는 이 공황 상태를 극복할 열쇠가 

아직 어른들의 탐욕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의 본능(자연에 대한 공감과 

자발적 절제)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개인의 죄책감을 넘어, 

과감한 정책과 시스템 전환이 

실제로 기적을 만든

코스타리카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기후 위기의 진짜 해결책은 

개인의 소소한 실천을 넘어 

세금, 규제, 투표, 그리고 

정치 시스템의 변화에 있습니다.


파괴적인 기후 재난은 

결국 인간의 도덕성과 연대를 

시험대에 올립니다. 

거주 구역이 줄어들 때 인류는 

각자도생의 야만으로 후퇴할까요, 

아니면 서로를 감싸 안는 

다정함으로 나아갈까요?


숲이 이기적 경쟁이 아닌 

경이로운 네트워크로 

생명을 유지하듯, 

우리 역시 생태계의 일부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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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부 -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에게
백가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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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백가희 저자의 『여름, 안부』는 땀과 습기, 열대야와 폭염, 이유 없이 날카로워지는 마음까지 여름의 불편한 면을 충분히 알고도 그 계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유난히 많은 책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게 만드는 문장이 많습니다.


『당신이 빛이라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 등을 통해 사랑과 삶의 순간을 섬세한 언어로 기록해 온 에세이스트 백가희 저자. 사랑에는 불안과 피로, 오해와 수고가 따라붙고, 그래서 때로는 미움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오래 들여다봅니다. 여름을 좋아할 것인가, 싫어할 것인가라는 취향의 문제에서 출발해 결국 나는 타인과 세계를 얼마나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일에는 엄청난 기력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나 자신과의 차이를 인정하며, 오해가 생겼을 때 해명하고 기다려주는 일은 실로 고단한 과정입니다. 반면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단정 짓는 일은 지독히도 간단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나랑은 안 맞아"라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미움이란 사실 우리가 마음을 쓰기 귀찮아 선택하는 게으른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싫어하다 보면 정작 왜 싫어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미워하는 행위 자체에 현재의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곤 합니다. 작가는 감정의 타성을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부지런해지기를 자처합니다.


책 속 에피소드들은 감정이 삐걱거리는 순간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상처받을까 봐 조바심을 내는 불안, 관계의 불확실성 속에서 느끼는 고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미움이라는 쉽고 편리한 길로 도피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계절의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할 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정직한 태도와 눈빛을 반추하며 마음의 중심을 바로잡습니다. 모두가 짜증을 내는 여름날에도 땀을 닦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풍경을 향해 나아가던 K의 뒷모습처럼, 사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타인과 계절을 대하는 정직하고 부지런한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계절은 풍경화처럼 아름답습니다. 푸르른 녹음, 파도 소리, 시원한 빗줄기처럼 관념 속의 여름은 청량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현장인 가까운 여름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길거리의 뜨거운 복사열, 땀에 젖은 옷가지, 장마철의 눅눅함과 번거로운 벌레들이 가득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타인을 적당한 거리에 둘 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겪어보면 미처 예상치 못한 결점과 피곤한 디테일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저자는 타인의 디테일을 대하는 다정한 시선을 제안합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멋진 부분뿐만 아니라, 쉽게 드러내기 힘든 약점이나 피곤한 면모까지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옆집 남자에게도 분리불안 강아지를 두고 다녀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고요. 신경질적인 할아버지에게도 제가 모르는 따뜻한 모습이 있겠죠. 친절한 여성분에게도 제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을 거고요. 빌라 사람들마저 이렇게 다른데, 세상 사람들 모습은 더더욱 다를 거예요. 저는 꼭 알아가고 싶어요. 너무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법을요.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 외면해도 될 말과 귀 기울여야 하는 말을 분류하는 법을요."라고 말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삶을 버텨내다 보면 스스로가 마모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백가희 작가는 나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일상의 작은 도전과 완주가 주는 소중한 가치를 건넵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사소해 보이는 성취라도, 내가 목표한 바를 기어코 끝마쳤을 때 느껴지는 단단한 자존감은 삶의 거센 파도를 견디는 버팀목이 됩니다. 뙤약볕 아래를 뚫고 트랙을 마저 달리는 일, 매일 조금씩 글을 써 내려가는 일, 묵묵히 내게 맡겨진 하루를 살아내는 일 모두가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완주'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과 삶의 성숙함은 타인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는 예민함에서 완성됩니다. 아직 세상에는 가려진 편견과 차별, 서로에게 입히는 상처가 많기에 지금은 치열하고 예민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고백은, 왜 우리가 매일 타인의 삶을 다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일깨웁니다.


안부를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인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왔지만 『여름, 안부』에서는 "네게 이 여름이 괴롭지 않기를. 아주 먼 기억 속 여름의 너를 기억해. 네게 이 여름이 덜 고되기를." 이라고 말하며 '안부'라는 단어가 지닌 본질적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여름이 안기는 불쾌함과 열기 속에서도 끝내 미움 대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 그 부지런한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백가희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텁텁한 미증과 회의감이 한결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무더위 속에 가려진 사랑의 디테일을 건져 올린 백가희의 『여름, 안부』가 건네는 삶의 다정한 기술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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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낼 필요는 없습니다 - 부정적인 감정에서 당신을 구해 줄 50가지 마음 처방전
허췐펑 지음, 이상환 외 옮김, 이한님 감수 / 나비스쿨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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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숙면을 취하고 있을 시각에 하루 동안 있었던 불쾌한 장면을 수십 번이나 리플레이하며 마음의 에너지를 탕진하곤 하나요? 뇌신경과학이 건네는 지적인 감정 디톡스 『화낼 필요는 없습니다』를 만나보세요.


대만 등 중화권 1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허췐펑(何權峰) 박사의 『화낼 필요는 없습니다』는 왜 이토록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시달리는지,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는지를 들려줍니다.


뇌신경과학을 전공한 의사 출신이자 심리신경면역학 전문가인 저자는 1995년부터 의학 칼럼을 쓰며 깨달은 인간 마음의 물리적, 심리적 메커니즘을 50가지의 처방전으로 풀어냈습니다.


분노라는 감정보다 훨씬 먼저 작동하는, 당신 내부의 생각의 습관은 어떠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외부의 사건이나 타인의 무례함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붙이는 나의 자의적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외부 자극에 곧바로 반응하는 자율신경계의 노예처럼 행동합니다. 누군가 무례하게 굴면 즉각적으로 분노가 솟구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허췐펑 박사는 알버트 엘리스(Albert Ellis)의 ABC 이론을 끌어와 감정의 발생 매커니즘을 짚어줍니다.


"A(Activating Event)는 객관적인 사건입니다. B(Belief)는 사건에 대한 개인의 신념과 믿음입니다. C(Consequence)는 사건으로 인한 정서적 행동적 결과입니다. 동일한 사건(A)이더라도 다른 결과(C)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신념과 믿음인 'B'에 있습니다." (p.80)라고 말합니다.


이 프레임을 이해하는 순간, 감정의 주도권은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되돌아옵니다. 나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상대방의 행위(A)가 아니라, 나의 고정된 신념이나 기대(B)였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지적을 했을 때, '나를 무시하는구나'라고 해석하면 분노와 수치심(C)이 치솟습니다. 그러나 "저 사람 목에 '마음속에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라는 팻말이 걸려 있구나" 혹은 "저 사람 본성이 원래 저렇구나" 하고 해석을 바꾸면, 분노 대신 덤덤한 연민이나 거리를 두는 여유가 생겨납니다.


우리를 장기간 괴롭히는 것은 그 고통을 수십 번 반추하는 기억의 습관입니다. 평생을 계모의 희생자로 살아왔다고 믿으며 눈물을 흘리는 한 여성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하며 스스로에게 가해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뇌에 새겨진 기억을 억지로 지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되새기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머리 위로 새가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 새가 내 머리 위에 둥지를 틀지 못하게 할 수는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p.50)라며 그 기억을 씹고 뜯고 맛보며 내 안에 둥지를 틀게 허락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저자는 시간 그 자체보다 시간을 통과하는 내 관점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짚어냅니다. 내 가슴에 난 상처를 자꾸 만지작거리며 타인의 동정을 갈구하는 삶은 스스로를 피해자의 자리에 가두는 격입니다. 뇌과학자가 제안하는 단단한 마음의 방역 시스템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살다 보면 뜻밖의 억울한 일이나 굴욕적인 비판, 손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손해를 봐야 하냐는 불평에 사로잡혀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팽개칩니다. 하지만 허췐펑 박사는 변화에 성공하는 이들의 생각 패러다임을 짚어주며 시선의 전환을 강조합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무엇을 얻게 되는가'만을 묻고,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는 묻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사례를 통해 타인의 비판은 내 존재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단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거울일 뿐이라는 것을 들려줍니다. 고난 속에 숨겨진 교훈에 집중할 때, 시련은 비로소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저자는 억지로 해야만 하는 상황을 대하는 마인드셋의 한 끗 차이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해"라는 수동적 피해자 태도에서 "내가 이왕 할 거면 즐겁게 주도해보겠어"라는 능동적 자율성으로 프레임을 바꿀 때, 우리 마음의 에너지 흐름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뒤바뀝니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목적을 다시 설정하는 겁니다.


우리가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내가 미리 설정해 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를 정당하게 대우해 줄 것이라는 기대, 세상이 내 뜻대로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이 깨질 때 고통이 생겨납니다.


저자는 실망스러운 중생은 없고, 실망에 빠진 중생만 있을 뿐이라는 티베트의 속담을 인용하며 마음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현실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저항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니까요.


감정이나 대인관계에 갈등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에게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괴로운 걸까?", "상대방이 나를 내 기대만큼 대우해주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묻는 연습을 하라고 제안합니다.


타인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길 기대하지 않고 인정을 갈구하지 않을 때, 상대가 나를 무시하더라도 의연해질 수 있습니다. 기대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게 관건입니다.


『화낼 필요는 없습니다』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화가 아예 나지 않는 도인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살다 보면 화나는 일과 고통스러운 불청객은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분노를 잠시 미뤄두고, 기대라는 안경을 벗으며,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는 지혜를 장착해야 합니다.


화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일이 내 하루를 망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감정이 머무는 시간을 수개월에서 단 수분으로 단축하는 마음 근력을 키울 때, 우리는 어떤 풍랑 속에서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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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어서 - 비로소 삶의 방향을 묻기 시작했다
이호경 지음 / 더로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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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는 나이는 위기와 번민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젊을 때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일수록 실패의 비용이 크게 느껴집니다. 가족의 책임도 있고 경제적 부담도 있습니다. 주변의 시선도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서 언제 하겠어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이호경 작가의 『오십이 되어서』는 화려한 스펙 소유자의 성공학 특강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땀 흘려온 한 노동자의 생생한 언어로 삶의 재설계를 이야기하고 있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서비스업과 가전 설치 기사로 근무하며 현장을 누비는 저자는 2026년 봄호 《창작산맥》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입니다. 기름때와 먼지가 자욱한 현장에서, 그리고 좁은 화장실 안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던 묵직한 질문들을 글감으로 삼았습니다.


화려했던 과거나 화이트칼라 지위를 내려놓고 낯선 노동 현장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의 솔직한 고백부터 시작합니다. 조직을 떠나 생경한 현장에 던져졌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막막함이 드러납니다.


저자는 가전제품을 설치하러 간 집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당황해 화장실로 숨어들었던 초보 기사 시절을 떠올립니다. 손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내며 펜을 쥐었던 그 시린 기억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 명함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현장 노동은 계급과 직위의 위계를 허물고 모두가 땀을 흘리며 일한다는 수평적 가치를 가르쳐줍니다. 낯선 고객이 건넨 따뜻한 음료 한 잔에서 삶을 지탱하는 온기를 느끼고,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에 어떤 그림자를 남기는지 일터의 일상에서 깨닫습니다. 기성세대가 겪는 지위 상실의 공포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삶의 사유를 거창한 철학에서 가져오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상의 장면에서 끌어올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골프공을 멀리 보내는 비거리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과거의 비거리에 연연해 힘을 주면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라운드는 엉망이 됩니다.


저자는 이를 인생에 그대로 투영합니다. 오십 이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청춘 시절의 화려한 스펙이나 남들과 비교하는 비거리가 아니라, 지금 내가 딛고 서 있는 현실과의 현재 거리라는 겁니다.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줄어든 체력과 변화된 위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나에게 맞는 속도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실패를 경험합니다. 저자는 길을 걷다 우연히 바라본 낡은 지붕의 붉은 녹과 벗겨진 페인트에서 삶의 상처와 훈장을 읽어냅니다. 오랜 비바람을 견뎌낸 낡은 지붕이 겉보기엔 허술해 보여도 제 역할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듯, 우리가 지나온 시련과 고통 역시 결코 부끄러운 흉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단단한 증거입니다. 저자는 컴퓨터 파일이 날아갔을 때 느끼는 허탈함을 언급하며 우리 마음에 ‘마음의 백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절망을 삶의 종말이 아닌, 더 단단해지기 위한 숨 고르기로 재해석하는 시선은 좌절을 겪은 이들에게 따뜻한 회복탄력성을 선사합니다.


쉰이 넘은 나이에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고, 책장 사이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신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자, 작가라는 새로운 꿈이었습니다.


50대를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기로 단정 짓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입춘의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오십이야말로 진정한 두 번째 인생의 첫 번째 봄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상사라는 직함 뒤에 숨어 있던 나라는 주어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글쓰기와 독서였습니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는 작은 실천이 모여 삶의 기적을 만든다는 저자의 경험담은 늦었다고 망설이는 모든 이들의 등을 다정하게 밀어줍니다.


"인생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질문 하나로도 방향이 바뀐다."라고 말합니다. 노동의 땀방울, 산책길의 안개, 도서관의 책 냄새를 펼쳐 놓으며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질문을 건넬 뿐입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고, 남은 여정을 어떻게 걸어갈지 스스로 답하게 만드는 힘을 주는 『오십이 되어서』. 오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오십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시점이 아니라 질문을 피하지 않는 태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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