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정리하는 아이 - 잔소리 없이 아이를 자라게 하는 정리 육아법
강민영.유진아.정다은 지음 / msjn(엠에스제이엔)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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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힘겨루기가 되어버리기 일쑤인 정리. 아이가 방을 어지르고 제 물건 하나 찾지 못하는 것이 게으름이나 태만함 때문일까요?


정리력 전문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현장을 누벼온 강민영, 유진아, 정다은 저자는 그 무질서는 감정을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서툰 내면 신호이자 삶의 기준을 세워가는 자립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는 물건을 수납함에 예쁘게 넣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공간, 시간, 관계의 통합적인 육아 철학을 보여줍니다.


먼저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이가 방을 어지럽히면 부모는 그 행동을 지적하지만, 저자들은 시선을 아이의 내면으로 돌립니다. 아이들에게 공간은 내면 상태를 반영하는 가장 솔직한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는 마음이 불안한 아이에게 무작정 "방 치워라"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에게 통제권을 되돌려주는 첫 걸음으로 클린스팟을 권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작은 한 칸(책상 위 한 모퉁이, 서랍 한 칸 등)부터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완벽한 기준을 정해두고 대신 치워주는 순간, 아이는 엄마 기준을 맞출 자신이 없다며 포기하게 됩니다. 엉성하더라도 아이가 직접 Pick(집기) - Place(자리 정하기) - Put(제자리에 두기)의 3P 법칙을 경험할 때, 비로소 자기 공간에 대한 애착과 자립심이 싹트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아이에게 정리는 엄마가 시키는 집안일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을 관리하는 일이 됩니다. 부모의 기준에서 완벽하게 정돈된 방보다, 아이가 자신에게 필요한 질서를 발견한 공간이 교육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정리하기 편한 방식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방식을 발견하도록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5분만 더!"를 외치며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아이와 씨름해 본 부모라면 시간을 다루는 솔루션이 반가울 겁니다. 아이들이 약속 시간을 어기거나 미루는 것은 아직 시간의 크기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겁니다.


시간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도구 활용법을 소개합니다. 25분 집중과 5분 휴식을 주기로 하는 뽀모도로 테크닉이나 시간 카드를 활용해 아침 루틴을 구성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는 숙제도 해야 하고, 씻어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합니다. 각각 중요해 보이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부모가 계속 순서를 지정해 주면 아이는 부모의 지시를 따르는 데는 익숙해질지 몰라도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경험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숙제해라", "씻어라"라는 일방적인 명령은 지시일 뿐입니다. 부모가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우선순위를 직접 결정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는 정리의 개념을 공간, 시간뿐만 아니라 관계와 내면으로 확장합니다. 아이에게 주도적인 삶을 가르치려면, 먼저 부모부터 불안과 관계의 과부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단톡방 의존도 체크리스트는 수많은 학부모 단톡방과 소모적인 정보 교류 속에서 정작 자녀와의 대화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부모들의 현실을 꼬집습니다. 부모가 커뮤니티 다이어트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회복할 때, 비로소 아이의 행동 너머에 있는 마음의 결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정리는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워나가는 가장 다정한 육아법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 우리는 아이가 정리를 잘하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마음에 들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부모의 편안함보다 아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저자들의 말이 와닿습니다.


책상 정리부터 시간 관리, 디지털 디톡스까지.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는 부모의 잔소리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아이가 스스로 삶의 키를 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해 주는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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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 - 창업 현장에서 발견한 인간 불변의 법칙 10가지
임은정 지음 / 소금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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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일상의 수많은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장 분석 보고서가 뚝딱 작성되고, 수식과 그래프가 완벽히 배치된 사업계획서가 손쉽게 만들어집니다. 겉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서류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에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은 선명해집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과 창업의 10가지 불변 법칙을 알려주는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


임은정 저자는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 회장이자 LEJ파트너스 대표로, 정부지원사업 심사위원, IR 피칭장, TV 창업 서바이벌 심사석 등 창업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창업가를 마주해 온 현장 전문가입니다. 수많은 창업자들을 관찰하며 도달한 결론은 뜻밖에도 단 하나였습니다. 도구는 눈부시게 변했지만, 성패를 가르는 인간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1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명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고 심사하며 쌓아 올린 인간 관찰 기록입니다.


과거에는 준비가 부족하면 사업계획서에서 금방 티가 났지만, 요즘은 AI 덕분에 누구나 그럴듯한 문장과 논리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심사석에서 바로 이 화려함 속에 숨려진 빈자리를 봅니다.


“이 일을 왜 하고 싶으세요?” 서류의 형식적 완성도가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심사위원과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작성자의 내면입니다. 왜 이 사업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서사가 결여되어 있다면, 수십 장의 계획서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설득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논리적 매끄러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표자가 살아낸 실제 시간의 밀도에서 발원한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AI가 시장 조사 자료를 축약해 줄 수는 있어도, 현장에서 고객의 눈빛을 마주하며 느꼈던 당혹감과 깨달음까지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신뢰와 설득은 직접 발로 뛰며 몸으로 체득한 경험에서 나옵니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보고서를 가져오는 오늘날,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결국 내가 직접 겪은 그 시간에 존재합니다.


예비 창업자들의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는 완벽한 준비에 대한 집착입니다. 완벽한 제품, 완전무결한 서비스 모델을 갖춘 뒤 세상에 나가겠다는 포부는 겉으로 보기엔 훌륭해 보이지만, 저자의 시선에서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안주에 불과합니다.


사업이나 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최종 주체는 창업자 본인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입니다. 100%의 완성도를 기약 없이 기다리기보다, 70%의 채비로 시장에 뛰어들어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실행력이 성패를 가르는 불변의 기준이 됩니다.


사업을 하거나 일을 추진하다 보면 거절, 비판, 실패라는 거대한 장벽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는 밖에서 만들어진 벽과 안에서 만들어진 벽 두 가지로 구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이들의 특징을 내면의 해석 능력에서 찾습니다.





밖의 벽은 어쩔 수 없습니. 누구도 거절당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으며 비판받지 않으면서 일을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안의 벽은 본인이 만들고 본인만이 허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안의 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장 상황과 시기에 비슷한 자원으로 시작한 두 사람이 일 년 뒤에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내면에 존재하는 벽의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거절을 단순한 피드백과 방향 수정의 신호로 읽어내는 사람과, 이를 자기 부정이나 치명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무너지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건널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대안을 제안한다 한들, 그 선택이 가져올 무게를 짊어지고 책임지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속도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치열하게 자문하는 시간이야말로 도구에 휘둘리지 않고 도구를 지배하는 거장의 태도입니다. 결국 창업이라는 여정은 타인의 방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다움을 완성해 가는 일인 셈입니다.


화려한 스펙이나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선명한 자기 고백임을 일깨워줍니다. 타인의 평가나 거절을 성장의 신호로 재해석하는 단단한 내면의 근육을 길러주고, 흔들리지 않는 사업적·개인적 중심축을 세우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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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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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오해하거나, '중식(中食)'을 중국요리로 생각하는 사례는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어 어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자적 맥락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 어휘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어, 한자에 대한 감각을 잃은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전반에서 장벽을 느끼게 됩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15년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두 아들을 키워낸 이은경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교육 콘텐츠 채널 슬기로운초등생활을 운영해 온 교육 전문가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글을 읽다 멈춰 서는 이유가 문장을 구성하는 핵심 한자 어휘의 뜻을 유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우게 하면 하기 싫은 공부만 늘어나는 셈입니다.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한자 어휘 일력 365』는 한자를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한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어휘를 이해할 수 있느냐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하루 한 장씩 넘겨보는 일력 형태입니다. 부담 없이 한자의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글자가 어떤 부수와 요소로 이루어졌는지 직관적으로 분해하여 보여주는 구성이라 자연스럽게 합성의 원리를 깨닫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일어날 기(起)는 달릴 주(走)와 몸 기(己)의 결합으로 설명합니다.




몸을 일으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는 뜻의 한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 한자가 들어간 어휘는 '자리에서 일어남' 또는 '새로운 기운이나 현상이 거세게 일어남'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해체와 재조합 과정은 규칙을 가진 조립식 블록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나아가 기상(起床), 기인(起因) 같은 활용 어휘로 확장해 자연스럽게 단어의 맥락을 파악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한자 어휘 일력 365』는 1월 지혜부터 12월 성장에 이르기까지, 매월 인성 및 정서적 성장과 연계된 핵심 가치를 주제로 삼아 한자를 배치했습니다. 6일간 배운 한자는 7일째 되는 날 모아서 확인하는 복습 페이지도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눈길을 주기 딱 좋습니다. 오늘 읽은 한 글자가 내일 만날 낯선 단어의 힌트가 될 수 있다면, 하루 5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투자입니다. 한자를 발판으로 어휘에 접근하고, 어휘를 통해 문장을 이해하며, 문장을 통해 세계를 해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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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재용 옮김, 장시은 감수, 호메로스 원작 / 윌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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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모험담입니다. 윌마에서 출간된 『오디세이』는 영국 아동문학의 거장 제럴딘 매코크런이 어린 독자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쓴 책입니다.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압축하며, 어떤 장면에 속도를 부여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232쪽 분량에 지도, 인물 사전, 생각해 볼 만한 것들, 용어 사전, 고대 그리스 세계에 관한 부록까지 갖추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 독자로 호메로스 입문 책으로 좋습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판타지 모험처럼 보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입니다. 트로이 목마라는 계책을 통해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보통의 영웅 서사라면 이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왕은 왕국으로 돌아가고, 가족과 재회하고, 전쟁의 공적을 인정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길어진 귀향을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트로이에서는 뛰어난 전략가였지만, 귀향길에서는 자신의 성격과 판단력, 욕망과 오만이 모두 시험대에 오릅니다. 오디세우스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성장하는 보통의 인간을 대변합니다.





모험의 과정에서 오디세우스와 선원들이 겪는 비극은 대부분 내부의 탐욕과 불신에서 비롯됩니다. 인간 본성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한순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반복되는 인간사의 본질입니다.


제럴딘 매코크런 작가는 눈앞에서 요동치는 생생한 서사로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재구성해 냅니다. 카네기 메달과 휘트브레드상을 여러 차례 거머쥐며 《피터팬》의 공식 속편 작가로 지명될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다양한 볼거리도 수록해 신화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오디세이》가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같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The Odyssey〉가 2026년 개봉했고 이후 거대한 문화 현상이 촉발되었습니다. 하나의 고전이 책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경험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서양 고전의 원형을 생생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어른 독자와 아이의 첫 클래식용으로 추천합니다. 흥미진진한 모험과 입체적인 인물 묘사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괴물·마법·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덕분에 고전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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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 심리학으로 읽는 숨겨진 마음의 작동 원리 84
데이비드 J. 리버만 지음, 정미화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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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분명 머리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별일 아닌 말 한마디를 온종일 되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합니다.


FBI, CIA, NSA 등 미 정부 기관에서 인간 심리와 행동 분석을 교육해 온 데이비드 J. 리버만 박사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 현상에 집착하는 대신, 그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의식하지 못한 욕구와 두려움 그리고 자기방어 메커니즘을 추적합니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일상의 미세한 습관과 행동 패턴 뒤에 숨겨진 동기를 짚어냅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진짜 이유를 파악하는 순간, 우리는 익숙하게 끌려다니던 무의식적 패턴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의 이면에 도피성 심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짚어주는 부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 과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며 때로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합니다. 반면 타인의 삶에 개입해 조언을 건네거나 도와주는 일은 훨씬 가볍고 쉬운 작업처럼 느껴집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들이 어떻게 타인의 삶으로 도피하는지 보여줍니다. 남의 일에는 유능한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정작 자신의 방은 어지러진 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삶의 무기력을 가리기 위해 타인의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만듭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부탁을 굳이 들어주는 왜곡된 심리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남의 호의나 선의를 아무 대가 없이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오직 타인의 인정에 목매느라 스스로를 호구의 위치로 몰아넣는 모습입니다.


저자는 호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는 휘둘리지 마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무례한 부탁에 끌려다니는 진짜 이유는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거절했을 때 겪게 될 내면의 불안과 자존감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인 겁니다. 내가 먼저 내 한계와 욕구를 바로 아는 것이 타인의 이용 대상이 되지 않는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칭찬을 들었을 때 쑥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는 행동은 겸손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깊이에서 바라보면, 타인이 건넨 긍정적 평가를 수용할 만한 내면의 공간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칭찬을 들었다면 "고맙습니다. 하지만 별거 아니었어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잘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면 되는 거라고 말이죠.


타인의 인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결국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자존감 회복의 첫걸음임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정서적 거부 반응이 사실은 뿌리 깊은 자아상의 문제였음을 밝혀냅니다.


약속 장소에 지나칠 정도로 일찍 도착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배려심 깊고 철두철미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 행동 뒤에 가려진 열등감과 과대평가된 타인의 가치를 포착해 냅니다.


스스로의 시간보다 타인의 시간을 훨씬 더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의 왜곡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가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까 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겁니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과도한 조급증을 깨부수기 위해 타인의 시간만큼이나 내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할 것을 권합니다. 내 시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는 늘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을 타인에게 허무하게 헌납하게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수많은 오해와 갈등이 비롯되는 지점은 바로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지레짐작하여 섣부른 결론을 내릴 때입니다. 조금만 연락이 늦어져도 '나를 무시하나?'라고 단정짓거나, 상대의 경미한 표정 변화 하나에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섣부른 확신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 내 판단이 오직 머릿속 착각이자 소설일 수 있음을 유머러스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불확실성을 유연하게 수용할 때, 비로소 조급한 곡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할 일을 눈앞에 두고도 까닭 없이 미루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습관 역시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주제입니다. 기만적인 희망사항 뒤에 숨은 나태함과 두려움을 지적합니다.


현실 외면은 당장의 안식을 줄지언정 미래의 삶을 담보로 잡는 위험한 거래입니다. 미룸이 가져올 참혹한 대가를 직시하는 것만이 나태함의 사슬을 끊어내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저자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희망인 이유"라는 역설적인 명제를 남깁니다. 내가 왜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폭발하고, 도망치며, 타인의 눈치를 보는지 그 미세한 기제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자학을 위함이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이 내 안의 무의식적 기제에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 역시 내가 쥐게 되기 때문입니다.


84가지의 사소하지만 예리한 질문들은 내 삶을 가로막고 있던 수많은 왜곡된 방어기제들을 해체해 나갑니다. 무의식의 노예로 살아가기를 멈추고 내 행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솔직하게 답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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