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이이다 가오루코 외 감수, 김도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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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의학박사이자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수 이이다 가오루코, 그리고 조리과학 전문가인 간토가쿠인대학 데라모토 아이 부교수 두 전문가가 알려주는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 복잡한 대사의 세계를 만화 캐릭터와 직관적인 도표로 쉽게 보여줍니다.


건강을 위해 검색창을 열었다가 진위를 알 수 없는 건강 정보의 미로에 갇히는 시대에, 진짜 알짜배기 지식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영양학 도감입니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음식이 우리 몸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용되는지, 특정 식품에는 어떤 영양소가 들어 있는지,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영양 관점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한 권 안에 체계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책은 카더라 식의 건강 정보 대신,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의 진짜 영양 성분을 직관적인 그래프로 비교해 줍니다. 수치와 데이터를 읽어내다보니 식품 포장지 뒷면의 영양 성분 표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안을 열어줍니다.


오늘 200g짜리 등심 스테이크를 먹었으니 단백질 200g을 섭취했겠지라는 생각 해보셨죠? 실제로 소고기 등심(생고기) 100g 안에는 단백질이 약 11.7g 들어있을 뿐, 수분이 40g, 지방이 47.5g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닭 안심 100g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약 23.9g, 돼지 등심이 약 21.1g인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단순히 식품의 전체 무게와 영양소의 함량을 혼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은 영양소의 실제 함량과 체내 대사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영양을 채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영양소의 역할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A·D·E·K와 다양한 비타민 B군, 비타민 C, 그리고 나트륨·칼륨·칼슘·마그네슘·철·아연 등 여러 미네랄까지 이어집니다.


영양은 부족과 과잉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분야입니다.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특정 영양제를 고용량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꽤 많은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이 영양소가 좋다더라에서 멈추지 않고 왜 필요한가?, 어떤 식품에 들어 있는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영양소라고 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정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식품에는 훨씬 다양한 성분이 존재합니다.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황화합물, 올리고당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식품과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성분을 만능 건강 성분으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어떤 채소에 특정 항산화 성분이 많다고 해서 그 채소 하나만 열심히 먹으면 건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은 한 가지 성분의 섭취량으로 결정되지 않고 전체적인 식사 패턴과 생활습관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감기, 변비, 설사, 피로, 빈혈, 불면증, 스트레스, 비만, 고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다공증, 간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증상과 건강 상태를 다루는 파트는 자주 펼치게 되는 페이지입니다. 증상별 영양소 섭취 방법은 마치 내 몸이 보내는 SOS 신호에 응급처치를 해주는 족집게 클리닉 같습니다.


변비 증상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법을 일러주며, 아보카도, 우엉, 표고버섯을 활용한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보여줍니다. 내 컨디션에 따라 어떤 장바구니를 채워야 할지 알려주는 맞춤형 큐레이션입니다.


마지막으로 곡류, 어패류, 육류, 콩과 콩 제품, 유제품과 달걀, 채소, 버섯, 감자류, 해조류, 과일, 종실류, 조미료, 기호 음료, 건조식품 등 실제 식탁에서 만나는 식품을 중심으로 영양 성분과 작용을 살펴봅니다.


곡류 파트에서는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빵을 영양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쌀의 도정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배아와 쌀겨가 어떻게 손실되는지 설명하고, 도정도가 낮을수록 영양 손실이 적다는 점을 표로 한눈에 보여줍니다.


특히 혈당 상승 속도를 뜻하는 GI수치에만 목을 매는 다이어터들에게 GL(Glycemic Load, 글리세믹 부하) 수치의 개념을 함께 소개해 줍니다. 식품 100g에 포함된 당질 함량까지 고려한 GL 수치가 실제 섭취량을 반영하는 훨씬 현실적인 지표임을 짚어줍니다.


색인 페이지를 살펴보면 익숙한 성분명부터 세부 대사 효소까지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듯 꺼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트에서 저당, 고단백, 무첨가, 천연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면 일단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영양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정말 필요한 영양소는 무엇인가? 이 제품에는 그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가? 다른 성분은 어떤가? 평소 식사에서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제품을 먹는 것이 실제 식사 전체의 균형을 개선하는가?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훨씬 덜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건강한 식사가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부족하게 먹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영양성분표를 읽어보고, 한 가지 식품을 만능 해결책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이런 작은 판단들이 쌓여 식습관을 만듭니다.


『한 번 배우면 평생 쓰는 영양학』은 내가 먹는 음식이 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평생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영양 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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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 -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마음의 문장들
민유하 지음, 지크문트 프로이트 원작 / 리프레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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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는 믿음부터 의심하라!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자기 이해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특정 사람의 말 한마디에 유난히 기분이 상하고, 잊었다고 여긴 일이 몇 년 뒤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떠오르고,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관계를 또 반복하기도 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끌리는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스스로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왜 그럴까요? 프로이트는 당신은 정말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민유하 저자의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부제는 ‘프로이트가 건넨 낯선 마음의 문장들’입니다. 프로이트의 문장과 핵심 개념을 오늘의 일상으로 가져와 나라는 사람을 다시 읽어보게 합니다. 내가 나를 설명하는 방식에 꽤 큰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매일같이 스스로를 속이며 외면해 온 감정의 진실과 직면하게 만듭니다.






프로이트의 개념을 말실수, 연애, 죄책감, 미루기, 꿈, 분노처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장면 속으로 끌어옵니다. 내일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은 의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갑니다. 자신이 삶의 핸들을 잡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프로이트는 자아란 마음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진정한 주도권은 무의식이라는 깊은 바닷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거나, 꼭 기억해야 할 미팅 시간을 거짓말처럼 깜빡하는 행동은 무작위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합니다. 자아는 자신이 가장 합리적인 이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프로이트의 시선에 따르면 자아는 무의식이 일으킨 사건의 전말을 뒤늦게 보고받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변명을 짓는 해석자에 불과합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내려놓는 순간, 역설적으로 나를 향한 진정한 탐구가 시작됩니다.


살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상처, 인정하기 싫은 수치심, 누군가를 향한 찌질한 질투심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포맷하듯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애씁니다. "다 잊었어", "지나간 일이야"라며 쿨하게 털어버렸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억압의 본질은 어떤 표상을 없애거나 파괴하는 데 있지 않다며, 그것이 의식화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마음 밖으로 쫓아낸 어두운 감정들은 결코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신의 백업 파일처럼 무의식의 영역에 보류되어 있다가, 내가 가장 방심한 순간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가면을 쓰고 되돌아옵니다.


어릴 적 부모의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 감정을 누르고 자란 어른이 직장 상사의 작은 지적에도 발작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관계를 망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과도한 분노나 거듭되는 연애 실패는, 사실 해소되지 못한 채 몸과 행동으로 되돌아온 과거의 상처가 보내는 암호입니다.


치유란 그 감정을 강제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여전히 유령처럼 감돌고 있던 낯선 기억의 존재를 비로소 알아봐 주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무의식이라고 하면 보통 아주 깊고 어두운 심리 영역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무의식은 우리가 숨 쉬듯 영위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작은 틈새를 타고 유유히 새어 나온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말실수입니다. 분명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온 경험, 사람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경험,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는 행동 등입니다. 무의식을 거대한 비밀 창고로 생각하기보다 일상에서 자꾸 삐져나오는 작은 흔적으로 이해하면 프로이트가 훨씬 가까워집니다.


밤마다 펼쳐지는 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왜곡은 실제로 검열의 행위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잠든 사이 의식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면, 낮 동안 억눌렸던 욕망과 금기들이 기회를 잡고 기어 나옵니다.


다만 그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면 깨어있는 자아가 놀라 깨어버리기 때문에, 꿈은 정교한 상징과 왜곡이라는 가면을 씁니다. 터무니없이 낯선 장소에서 헤매는 꿈, 날아다니는 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은 사실 내 안의 억압된 충동과 검열 기제가 치열하게 타협하며 빚어낸 한 편의 비밀스러운 연극입니다.


완벽주의와 무거운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고 있다가도, 이러고 있어도 될까 싶은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프로이트는 초자아는 자아를 관찰하고, 명령하며, 판결하고, 처벌로 위협한다고 했습니다. 초자아(Super-ego)는 유년 시절 부모의 금지와 사회적 규범이 내면화되어 형성된 심리적 기관입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올려다보며 감시하는 엄격한 사법관입니다. 타인의 비난이 없어도 스스로를 향해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고, 작은 실수에도 자책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내 안의 초자아입니다.


더불어 인간 본성에 내재된 공격성을 짚어줍니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는 순한 존재인 동시에, 타인을 밀어내고 통제하고 파괴하고 싶어 하는 거대한 공격성을 품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 공격성이 사회적 금지에 막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면, 방향을 틀어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자학이고, 이유 없는 죄책감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심판하는 내면의 형벌입니다.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인간이란 구제 불가능하게 비합리적이고 어두운 존재라는 절망일까요? 자기비하나 자포자기가 아닌, 비로소 도달하는 깊은 수준의 자기이해입니다.


외면하고 모른 척했던 어두운 욕망, 부끄러운 질투심, 제어되지 않는 충동과 두려움의 자리에 자아가 들어서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명언을 무의식을 모조리 소탕하고 통제하라는 뜻으로 읽지 않습니다. 자아가 용기를 내어, 그동안 도망쳤던 어두운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낯선 내 마음의 일부와 조용히 눈을 맞추라는 초대장으로 풀어냅니다.


내 안의 공격성과 부끄러운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을 향한 잣대도 부드럽게 낮출 수 있으며, 마침내 나 자신과 벌이던 소모적인 전쟁을 그만둘 수 있게 된다는 걸 들려줍니다.


『아직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자신을 덜 속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프로이트를 읽는 목적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무의식 탓으로 돌리는 면죄부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내 행동의 배경을 이해할수록 앞으로의 선택에 책임질 여지가 커진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탐구의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왜 그 말에 유난히 화가 났는지, 왜 같은 관계를 반복하는지, 왜 사소한 실수 하나를 두고 나를 오래 벌주는지 알게 된다면 앞으로의 행동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자기 이해란 나를 완전히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 빨리 외면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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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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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책의 뒤편,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분투를 들여다보는 시간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손가락 한 번으로 온갖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단어 하나의 쓰임새를 고민하고 밤하늘의 달 모양까지 검증하며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이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울림과 애정을 안겨줍니다.


1896년 창립한 신쵸사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같은 작가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미우라 시온 등 현대 작가들의 책을 펴낸 출판사입니다. 일본 출판계 내부에서도 지독할 정도로 정확하고 꼼꼼하다는 명성을 얻은 130년의 역사를 지닌 신쵸사 교열부의 이야기를 생활 밀착형 관찰력이 빛을 발하는 만화가 고이시 유카의 만화로 만나봅니다.


교열은 흔히 맞춤법을 고쳐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를 읽고 나면 이 정의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알게 됩니다. 교열의 ‘교(校)’는 비교한다는 뜻이고 ‘열(閱)’은 검토하고 확인한다는 뜻입니다.


교열자는 글자를 보는 동시에 사람을 보고, 문장을 보는 동시에 맥락을 보고,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고민합니다.





소설 속 한 문장을 검토하기 위해 교열자는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할까요? 설정을 짚어나가며 연도와 날짜를 파악하고 그날의 달 모양까지 팩트체크합니다. 텍스트에 구축된 가상 세계가 지상의 섭리와 부딪혀 허물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행위입니다.


작가가 놓친 미세한 설정의 균열, 예컨대 앞장에서는 소심해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뒤쪽에서 뻔질뻔질한 소년으로 묘사되는 모순을 찾아내는 것은 오직 인간 교열자의 집요한 눈과 정성 어린 기록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사전조차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문학의 언어는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통용되는 규범을 뛰어넘어 작가 고유의 문체로 변형되곤 합니다.


교열 현장에서는 언어의 정석을 지키는 것과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 욕구를 존중하는 것 사이에서 치열한 조율이 일어납니다. 단어를 검토하는 일은 결국 그 단어를 선택한 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대화입니다.


독자는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서사와 감정의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깁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열자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는 독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전개에 빠져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순간, 오히려 이상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감정적으로 몰입해서도 안 됩니다. 작가의 문장을 무조건 옹호해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쳐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요? 바로 작품 안과 밖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교열이라는 일이 의외로 인간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글자만 보면 해결될 것 같지만 글자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에서 나옵니다. 글자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그 글자가 나온 배경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성하는 등장인물 연표와 관계도를 보면 이 작업이 단순한 오탈자 수정을 넘어 얼마나 거대한 지적 탐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픽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의 맥락과 연결되는 순간, 팩트의 왜곡이 없어야 독자의 몰입이 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아무런 턱에 걸림 없이 완벽한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만들기 위해 교열자는 스스로 객관성의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요즘은 문장 교정과 편집 영역에서도 자동화 알고리즘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쵸사의 교열부 사람들은 종이 교정지 위에 붉은 펜으로 글자를 써가며 아날로그적인 싸움을 계속합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영역에 숨어드는 오류는 역설적이게도 규칙 기반의 프로그램이나 안일한 스캔 작업이 가장 쉽게 놓치는 허점입니다.


AI는 사전에 입력된 규칙과 데이터의 확률에 따라 글자를 기계적으로 스크리닝하지만, 문맥에서 작가가 느꼈을 주관적 망설임이나 편집자와 작가 사이의 미묘한 약속, 혹은 독자가 책을 펼쳤을 때 느낄 실체적인 위화감까지 감지해내지는 못합니다.





책을 교열한다는 것은 오직 틀린 맞춤법을 찾아내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의 난해한 손글씨 원고를 읽어내기 위해 필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의도를 헤아려 맞춤법 이상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계산기가 아니라, 문장 뒤에 숨은 사람의 온기를 알아채는 인간의 서사 이해력이 개입할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은 완성도를 얻습니다.


신쵸사가 교열부는 50명이 넘는 인원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빨리 만들고 쉽게 버리는 시대, 100년 뒤에도 남을 완벽한 한 권을 위해 붉은 펜을 드는 보이지 않는 장인들입니다. 교열자가 하는 일이 사소한 것을 붙잡고 늘어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책 전체의 신뢰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디지털 스크린 속의 텍스트는 쉽게 수정되고 삭제되지만, 한번 인쇄되어 물성을 얻은 종이책은 수정할 수 없는 파노라마로 남아 책장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기에 그 물건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숙련된 장인처럼 나사를 조이고 실밥을 정돈합니다.


작가의 이름과 표지 디자인만 기억할 뿐,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작가의 말버릇 하나까지 존중할지 고칠지 고민한 사람의 존재는 책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늘 완성된 모습으로만 만나던 책의 뒤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원고가 완성된 '책'이라는 결정체로 탄생하기까지의 디테일한 공정과 직업 의식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재미를 만끽해봅니다. 출판사 교열부의 일상을 다룬 오피스 만화를 넘어, 모든 보이지 않는 전문가들을 향한 뜨거운 헌사이자 응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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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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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근히 삶과 거래하며 살아갑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돌아와야 하고, 착하게 살면 좋은 사람이 곁에 남아야 하며, 노력한 만큼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자꾸 계산서를 찢어버립니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틀어지고, 진심을 다한 관계가 멀어지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칩니다. 그럴 때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며 세상을 탓하게 됩니다.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제목은 냉정합니다. 삶에게 권리를 요구하지 말라니 야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108개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제목의 의미가 반대로 다가옵니다. 삶이 나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는 순간,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매번 무너질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고통이 사라지는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괜찮아지는 방법보다 괜찮지 않은 상태를 견디는 방법이 더 필요한 시대에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저자 페마 초드론은 미국에서 태어나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던 중 이혼이라는 삶의 변화를 경험했고, 이후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며 초감 트룽파의 제자가 되어 수행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정식 비구니계를 받은 최초의 미국인 여성이기도 합니다.


페마 초드론의 문제의식은 현실적입니다. 우리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괴로워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이별했으면 안 되고, 실패했으면 안 되고, 불안해서도 안 되고, 화가 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정은 명령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불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고 불안이 사라진다면 심리학은 필요 없어질 테지요.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삶을 통제하려는 태도부터 살펴봅니다.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이 있는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원치 않는 비난이나 실직, 관계의 균열을 마주했을 때 상황을 급히 무마하려 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습관적 반응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발밑의 땅이 사라지는 듯한 불안 속에서도 그저 자리를 지키며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려움과 원망, 질투라는 감정에 습관적 반응으로 대하지 않고, 알아차림의 자양분으로 삼을 때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자괴감에 빠진 날,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며 자책하거나 억지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저 ‘지금 내가 깊은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다정히 관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이트리(무조건적인 자애)의 시작입니다. 스스로의 결점까지 다정하게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실용적 가르침의 정점은 독특한 마음 훈련법인 통렌(주고받기 수행)입니다. 내가 느끼는 고통과 타인이 느끼는 고통을 분리하지 않고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무례한 행동을 하는 타인을 만났을 때 분노로 치닫기보다, 저 사람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불안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한 인간이겠구나 하고 호흡을 내쉬는 훈련은 자기중심적인 에고의 벽을 점차 무너뜨려 줍니다.


고통이 나만의 실패처럼 느껴지는 순간 고통의 무게가 커집니다. 외로움은 나는 관계를 못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기평가가 되는 순간 더 아파집니다. 실패는 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되는 순간 더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고통을 없애면 행복해진다는 믿음부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현실에서는 고통과 행복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실이 두렵고, 소중하기 때문에 이별이 아픕니다.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잃을까 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기쁨이 커질수록 그 기쁨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따라옵니다.


"고통은 형벌이 아니며, 기쁨은 보상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제목과도 연결됩니다. 삶이 나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면, 고통이 찾아왔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보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 관점은 실패했을 때 자기비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내가 부족해서라고 해석하는 대신 삶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8개의 가르침이 두세 페이지 정도의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어도 됩니다.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108번뇌나 108배처럼 익숙한 수행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정답집이라기보다 반복해서 사용하는 마음 도구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한 페이지를 펼쳐 읽고, 명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저자가 알려주는 명상은 마음을 관찰하는 연습입니다. 명상 자세의 여섯 가지 기준을 다루고, 생각을 비눗방울처럼 바라보며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다는 이유로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생각은 생겨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을 모두 사실로 믿고 따라가느냐입니다. 나는 실패할 거라는 생각과 실패할 거라는 생각이 지금 떠올랐어는 전혀 다른 문장입니다. 그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면 마음이 선택할 여지가 생깁니다.


삶을 원망하느라 소진되지 말자는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고통을 만났을 때 회피하거나 저항하거나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기존 습관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삶은 나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습니다. 나 역시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 순간 삶과 싸워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 사이에 아주 넓은 공간이 생깁니다. 페마 초드론이 말하는 자유는 그 공간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해결된 뒤에 찾아오는 평온이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힘입니다.


발밑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 행복해지려고 애쓰기보다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삶과 싸우느라 삶을 놓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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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다크심리학 -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조종 당하지 않는 법
임철웅 지음 / 트로이목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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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리전 기술을 해체하고 타인의 통제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인지 안전 장치 『안티 다크심리학』. 심리공학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해 온 대화 전문가 임철웅 저자는 시중에 유포되는 가짜 심리 기술의 환상을 파헤치고, 우리가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는 체계적인 인지적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줍니다.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었을 때 “내가 바보 같아서”, “마음이 약해서”라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판단력이 마비되는 진짜 이유를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특정 상황이 만들어내는 조건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상사가 이것 좀 급하게 처리해줘라는 말과 함께 다들 이렇게 한다는 늬앙스를 풍기거나, 이번만 좀 이해해달라거나... 이런 은밀한 압박을 가할 때, 일의 타당성을 따지기도 전에 ‘내가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나?’라는 불안감과 시간적 압박감에 사로잡힙니다.


조종이라고 하면 거짓말, 협박, 사기, 가스라이팅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말은 훨씬 평범합니다. 악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이번에 내가 양보하는 것이 조직의 평화를 위해 합리적이야’라며 자신의 수동적 반응에 대해 그럴듯한 핑계를 사후에 만들어냅니다. 내 이성이 능동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타인이 조성한 긴박한 분위기와 죄책감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것입니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를 뜻하는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 성격 유형에 대한 조언도 있습니다. 대중 콘텐츠들은 상대를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면 완벽히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타인 분류 작업이 현장에서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유형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저 사람은 위험한 사람인가에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구조를 보면 지금 나는 어떤 압박 속에 있는지로 시선이 이동합니다.


우리가 상대를 나르시시스트라고 라벨링하는 동안, 실제 현장에서는 나의 판단을 우회하는 타인의 장치들이 작동합니다. 판단할 시간을 빼앗는 환경이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뇌는 모호한 상황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상대의 요구에 응하고 난 뒤 내가 선의를 베푼 거라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저자는 사후 정당화의 습성을 역으로 파악해야만 타인의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타인이 나의 행동을 조종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는 바로 선택권의 가짜 제공입니다. "A로 할래, B로 할래?"라고 물으면, 우리는 선택지가 A와 B 두 가지뿐이라고 착각하며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고 믿어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원래 판 자체를 상대가 짜놓은 트랩일 따름입니다.


해석 유예의 파괴력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상사가 “다시 검토해봅시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순식간에 ‘내가 무능하다고 보는 건가?’ ‘이미 신뢰를 잃은 건가?’라는 해석으로 넘어갑니다. 해석 유예는 지금 붙이는 해석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지키는 태도입니다.


상대가 "너 나 안 사랑하지?"라고 했을 때 진짜 원했던 것은, 내가 당황해서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차분하게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해주길 원해?"라고 물어보면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처럼 저자는 4단계 대응 시스템(사실 분리–감정 명명–해석 유예–요청 재정의)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안티 다크심리학』은 대화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인터페이스 구조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줍니다. 구독 서비스를 가입할 때는 눈에 잘 띄는 대형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처리되지만, 해지하려면 복잡한 설문 조사와 보이지 않는 소형 텍스트 링크를 여러 번 클릭해야 하는 경험을 겪었을 겁니다.


디지털 다크 패턴과 절차적 장애물인 슬러지는 대면 대화에서의 심리 조종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동합니다. 사용자의 결단력을 고갈시켜 그냥 두고 보자는 수동적 수용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안티 다크심리학』은 조종이 성격이 아니라 조건임을 입증하며 심리전 신화를 깨부수고, 인지 우회 경로와 죄책감·정체성·관계 등 공격 지점 5가지를 해부합니다. 방어의 핵심인 4단계 인지 방어 시스템을 소개하고, 실제 연애, 직장,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처법과 흔들린 이후의 회복 프레임까지 솔루션을 보여줍니다.


자책감 대신 주도적 판단력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타인의 정서적 요구에 시달리며 늘 나를 해명하느라 지쳤다면 읽어보세요. 조종하는 사람보다 조종이 작동하는 조건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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