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25가지 창작법
고나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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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방구석에서 스토리텔러를 자처할 수 있는 지금, 격변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들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존의 클래식한 작법서들은 대개 역사가 100년이 넘은 서구 문학이나 수십 년 전 할리우드 극장 스크린에 최적화된 이론을 다룹니다. 매주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다음 화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대한민국 웹툰·웹소설 시장의 숨 막히는 호흡을 담아내기엔 너무 아득한 이야기입니다.


막연한 환상을 깨부수고 지극히 현실적인 창작의 공구함을 건네는 책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원작자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어 온 베테랑 스토리 디자이너 고나무 저자의 신작입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14년간 치열하게 팩트를 추적하다가 실화 논픽션 작가로, 더 나아가 현대판타지 웹소설 제작사 에스판다스의 대표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로 종횡무진 활약해 온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취재 문법을 상업적 서사 구조와 결합해 온 저자는 지금 당장 시장이 반응하는 독자와 플랫폼 중심의 실전 가이드를 보여줍니다.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에서는 지금 한국 독자들이 실제 소비하는 웹소설, 웹툰, 드라마를 중심으로 왜 어떤 이야기는 끝까지 읽히고, 어떤 이야기는 첫 회에서 잊히는가를 분석합니다. 독자의 시간을 사로잡는 설계도를 만드는 책입니다.


예비 창작자들은 이야기를 떠올릴 때 특별한 영감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평범한 뉴스와 일상을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뉴스를 거꾸로 읽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은 사건을 읽지만, 작가는 사건을 해결할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이 작은 관점의 변화가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뉴스는 수없이 많습니다. 기사로는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시민덕희〉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아닌 세탁소 아주머니가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는 순간, 독자는 익숙한 범죄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건보다 새로운 인물을 기억합니다. 플롯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져도 캐릭터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최근 흥행하는 콘텐츠를 보면 거대한 세계관보다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궁금증을 만드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보다 우영우라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차별성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독창성은 거대한 설정이 아니라 인물의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스토리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이를 이끌어갈 엔진인 캐릭터를 구축할 차례입니다. 시중의 작법서들은 캐릭터의 외모나 직업, 나이 같은 외적인 스펙을 채우는 데 급급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대가들의 이론과 현업 스타 작가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자가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결핍과 진짜 성격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토리 연재 도중 개연성이 무너지거나 주인공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 캐릭터의 트루 캐릭터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A4 1~3장 분량의 캐릭터 짧은 전기 쓰기는 단순한 설정 놀이가 아닙니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진우가 강력한 먼치킨으로 거듭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은 배경에는 어머니의 투병과 동생의 학비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처절한 결핍이 존재했습니다.


인물의 외적인 스펙 뒤에 숨겨진 깊은 욕망과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설계해 둘 때, 비로소 캐릭터는 작가가 억지로 쥐어짜 낸 플롯의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개척해 나가는 입체적인 존재가 됩니다.


저자는 상상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취재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고나무 작가는 기자 출신답게 인터뷰와 리서치를 창작의 핵심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의료물을 쓰려면 의사를 만나고, 형사물을 쓰려면 경찰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AI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들은 표정, 말투, 망설임,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담은 데이터만으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취재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감정만큼은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 2~3회 마감이라는 거칠고 가혹한 플랫폼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덕목은 한 번의 찬란한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성과 낮은 실패율임을 짚어줍니다. 저자는 이 책을 아름다운 문장론을 가르치는 반찬이 아니라, 창작의 베이스가 되는 단단한 밥과 같은 책이라 정의합니다.


흥행이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기에,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직 사전 기획 단계에서 철저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것뿐이라는 현실적인 고백입니다.


수많은 웹툰·웹소설과 드라마 흥행작들을 역추적하며 찾아낸 연재형 콘텐츠만의 호흡, 클릭을 부르는 회차의 긴장감 배분 등은 독자를 플랫폼 세계에 꽁꽁 묶어두는 든든한 사슬이 되어 줍니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정제되지 않은 가공할 만한 어둠,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감정의 파동은 여전히 인간 작가 고유의 영토입니다. 저자는 캐릭터 구축과 방대한 취재 리서치의 보조 도구로서 AI를 지혜롭게 다루는 법도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소설은 소설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해외 리메이크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처음부터 어떤 매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캐릭터와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은 현재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짚어냅니다.


영상과 텍스트의 차이를 비교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설은 인물의 생각을 직접 설명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창작을 여러 매체로 확장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준이 되어 줍니다.


실패를 줄이는 방법, 끝까지 완성하는 습관, 독자의 기대를 이해하는 태도 등 작업실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작 노트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기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사람의 경험과 관찰, 취재, 그리고 캐릭터를 끝까지 믿는 힘은 여전히 창작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팔리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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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 - 영화가 묻고 과학이 답하다
설재웅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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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채우는 화려한 영상미와 기발한 상상력은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거미에게 물려 하루아침에 벽을 타는 슈퍼히어로가 되고, 수천만 년 전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을 부활시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영화니까 가능하지"라며 가볍게 넘기곤 하지만 이 엉뚱하고 황당해 보이는 판타지의 경계선 너머, 실제 현대 과학의 흐름이 숨쉬고 있다면 어떨까요?


저자 설재웅 교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전학 강의를 진행하던 중, 학생들이 영화 속 한 장면에 몰입할 때 복잡한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생생한 수업의 기록을 모아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을 내놓았습니다.


친숙한 40편의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약물유전체학, 고유전학 등 최첨단 생명과학을 이야기합니다. 스크린 속 허구와 현실 과학의 경계를 파헤쳐 봅니다.


저자는 영화를 과학적 오류를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구가 던지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의 과학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영화는 질문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과학은 그 질문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DNA를 암호문으로 비유한 설명은 인상적입니다. 유전학이 생물학만의 영역이 아니라 컴퓨터 과학, 통계학, 인공지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AI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시대에 유전학 역시 데이터 과학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흥미롭게 다가올 겁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수행평가와 세특, 탐구보고서에 도움되는 책입니다. 각 장 끝에 있는 팩트 체크, 핵심 용어, 생기부 맞춤 탐구 노트가 알찹니다. 영화 속 과학적 오류를 찾아보거나, 유전자 편집 기술의 장단점을 토론하거나, AI와 유전체 분석의 관계를 탐구하는 활동이 소개됩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를 준비할 때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습니다. 영화 속 설정을 그대로 믿지도 않고, 무조건 틀렸다고 비웃지도 않습니다. 증거를 찾고, 데이터를 확인하고, 과학과 윤리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 줍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 책은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왜 그럴까?",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붙잡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익숙한 장면을 통해 과학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고, 의·생명 계열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교과 개념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를 활용한 구성은 익숙한 콘텐츠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보면 유전자 돌연변이를 떠올리게 되고, <쥬라기 공원>을 보면 DNA의 안정성과 고대 DNA 연구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를 SF라는 장르에 푹 빠지게 만든 <가타카>를 다시 본다면 인간의 선택과 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겁니다. 한 권의 책이 영화를 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습니다.


내 몸속 DNA에서 시작해 맞춤 의료와 인공지능, 생명윤리, 진화론, 인류의 역사까지 이어집니다. 유전자는 생물 시간에만 배우는 내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상상이 궁금했다면, 이제 과학이 그 장면의 진실을 들려드립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지자들은 살인이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의 이름이 적힌 공을 굴려 내려보냅니다. 이미 예견되어 있다는 시스템의 선고 앞에서 존 앤더슨은 도망치지만 소용없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이 장면을 유전자 검사 결과지 앞에 선 우리의 모습과 포갭니다. 유전자가 암이나 치매라는 브라운볼을 띄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정해진 미래로 걸어가는 수형자가 되는 걸까요.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고칠 수 있다면, 누구의 어떤 형질을 고쳐야 할까요.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는 아들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수용소의 현실을 하나의 거대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위장합니다. 아들에게 공포를 숨기고 정서적 안정을 주려 했던 아비의 눈물겨운 사투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유전학이 가족력을 대하는 태도와 기묘하게 겹쳐집니다.


부모와 자녀는 평균적으로 유전체의 50%를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귀도가 처절하게 숨겼던 수용소의 비극처럼, 우리 몸속에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대물림되는 특정 질병에 취약한 유전 정보가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귀도가 아들을 지켜냈듯, 가족력의 본질 역시 절망적인 대물림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80%는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짠 음식 줄여라, 운동하라는 잔소리야말로 유전자가 제시하는 위험도에 저항하여 자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인 셈입니다. 영화 속 귀도가 가혹한 운명 앞에서 유쾌한 상상력으로 아들을 구원해 낸 것처럼, 현대인들은 유전체 분석과 가족력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예방의 우산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영화니깐 당연하게 넘겨버렸던 설정들이 과학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경험은 꽤 신선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재미있는 영화를 한 편 더 본 기분과 함께, 그 속에 숨어 있던 과학적 질문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과학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들고, 영화가 과학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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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박소영 감수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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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른을 보면 인사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양보하기, 감사하다고 말하기.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외로 자주 빠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그마 가이슬러의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자기결정권을 배우는 첫 번째 수업이 되어줄 그림책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읽는 동안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싫다고 말하기를 공격적인 행동으로 오해하나요? 하지만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표현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주인공 클라라는 가족과 친구를 좋아합니다. 포옹도 좋아하고 손을 잡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좋아서 하는 접촉과 참으면서 하는 접촉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좋은 관계는 접촉의 횟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존중할 때 만들어집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언제든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허락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친구라고 해서 장난이 모두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동의라는 개념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그저 "결정하는 사람은 너야."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부모에게는 책임감을 동시에 전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너무 쉽게 신체 접촉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안아 달라고 했던 일. 친척들에게 인사하라며 손을 잡게 했던 일...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싫어도 참아야 하는구나를 먼저 배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안아도 될까?", "손잡아도 괜찮을까?" 허락을 구하는 이 짧은 질문은 아이에게 자신의 의사가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훗날 친구 관계, 학교생활,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건강한 경계 감각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이가 거절을 자주 하면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되나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관계 속에서 더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 책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거절할 줄 아는 아이는 상대방의 거절도 존중하게 됩니다. 억지로 안기지 않는 아이는 친구를 억지로 안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아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거절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존중을 배우는 책입니다.


진짜 보호는 아이 대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자신을 믿는 아이입니다. 아이에게는 자기결정권의 첫걸음을, 부모에게는 사랑의 방식도 존중 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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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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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 하지 않는지요?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다." 흥미로운 점은 직급이 달라져도 이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입사원은 상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자는 구성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모두가 자신이 가장 억울하다고 느끼며 하루를 버팁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조직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특정한 빌런 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저자 길군은 공공기관에서 문화체육시설을 운영하며 조직과 인사관리의 현실을 경험했고, 이후 자영업을 운영하며 영업과 고객의 본질을 몸소 배웠습니다. 이 책은 현장을 거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감과 유머가 함께 살아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오피스 빌런들의 정체를 살펴봅니다. 책 속에는 독특한 명칭들이 등장하는데, 멍청하고 게으른 '식충이', 멍청하고 부지런해서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불사조', 그리고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자기 이익만 챙기는 '거북이'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이름을 듣는 순간 "아, 우리 팀 김 과장 얘기네!", "이거 완벽히 내 사수잖아?" 할 법한 인간 군상들입니다. 저자는 이들이 조직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방식을 풍자하면서도 가볍게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왜 조직 안에서 그런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지, 그 심리적 배경과 처지를 바라봅니다.


저자는 실무자들이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원적인 갈증을 짚어냅니다. 실무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이 프로젝트에 쏟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혹은 상사가 그 '왜'라는 본질적인 동기부여에 답해주지 못할 때, 성실했던 실무자는 서서히 마음을 닫고 일 안 하는 담당자나 식충이 같은 빌런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겁니다. 결국 빌런의 탄생은 의미를 잃어버린 조직 환경이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시선은 실무자에서 관리자의 처지로 이동합니다. 관리자는 내 손발을 거치지 않고 다른 실무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마주했던 사례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습니다. 공익근무요원, 문화센터 강사, 안내데스크 직원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직종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직의 역학 관계를 풀어냅니다.


특히 인턴 A와 센터장 C의 팽팽한 법정 공방 같은 반론이 재밌습니다. 실무자 인턴 A의 눈에 새로 온 센터장 C는 사사건건 숨통을 조여오는 무자비한 빌런이었습니다. 일하기 편하게 다 알아서 해주던 전임자 B 센터장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바로 뒤이어 나오는 센터장 C의 반론을 읽는 순간 묘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두 관점의 충돌은 직장에서 매일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좋은 상사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지만, 조직 전체의 건강함과 실무자 개인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진짜 관리자의 관점에서는 일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하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임 B 센터장은 당장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실무자를 방치함으로써 그의 성장을 가로막은 셈이고, C 센터장은 악역을 자처하며 조직의 시스템을 바로잡으려 한 겁니다. 저자는 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은 두 입장을 통해, 우리가 함부로 누군가를 빌런이라 욕하기 전에 그 자리가 가진 무게와 역할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로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는 말을 내놓습니다. 진정한 권위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 아래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강제적인 힘이라면, 권위는 조직원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그 사람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정서적이고 도덕적인 영향력입니다.


진정한 권위를 획득한 상사는 아랫사람을 쥐어짜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기서부터는 내 책임이다"라며 가장 먼저 방패를 들고 나섭니다. 실무자들이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은, 바로 상사가 자신의 권위를 바탕으로 실무자의 영역을 지켜주고 그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목격했을 때입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런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궁극의 정체인 '히어로 스톤'을 찾아 나섭니다. 이 히어로 스톤은 사람을 억지로 쥐어짜고 통제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관리자와 실무자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가 일터에서 왜 함께 숨 쉬고 고군분투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만드는 마음의 힘입니다. 저자는 이 정답을 책 곳곳에 숨겨두고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어 진정한 일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본문의 몰입감을 깨지 않으면서도 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촘촘한 미주 시스템입니다. 동서양의 철학과 경영학을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탄탄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승호의 『사람이 운명이다』나 롤로 메이의 『권력과 거짓 순수』 등의 텍스트를 인용하며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흔해 빠진 조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나약함과 위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직장 내 빌런들의 횡포에 지쳐 퇴사를 고민하거나,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팀원들 때문에 뒷목을 잡는 세상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구원 투수 같은 책입니다.


회사를 움직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일 아침 상처받고 또 위로받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유쾌하고 날카로운 문장에 통쾌하게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의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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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떤 마음일까? -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이 닿는 법
WILL 어린이 교육연구소 지음, 스미모토 나나미 그림 / 퍼스트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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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해야지”,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해”, “친구와 나누어 써야지” 같은 말들은 당연하고 올바른 훈계이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행동을 제한하는 딱딱한 잔소리로 다가오기 쉽습니다.


아이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아직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감정적 파장을 일으키는지 연결 짓는 시선이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아이들의 맑은 눈높이에 맞춰 지금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훈련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관찰의 힘을 길러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배려를 선택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가장 가깝고도 당연하게 여기기 쉬운 가족 관계부터 살펴봅니다. 집 밖에서는 예의를 차리면서도 집 안에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배설하거나 소홀히 대하곤 합니다. 가족이야말로 서로의 기분을 섬세하게 살펴야 하는 첫 번째 공동체인데도 말이죠.





집에 돌아왔을 때 건네는 인사가 왜 중요한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아무 말 없이 방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면 어떨까요? 인사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불안을 낮춰주고 안도감을 선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점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만듭니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수에 대처하는 법도 다룹니다. 아빠가 아끼는 컵을 실수로 깨뜨린 아이의 상황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사과하는 경우와 숨기는 경우를 보여주며 실수를 감추는 감정적 비용보다, 솔직한 사과가 가져오는 관계의 회복이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학교와 놀이터로 향하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타인이라는 세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들과 부딪히며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습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친구의 기분을 살피고, 상처 주지 않으면서 연대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교실, 도서관, 대중교통 등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공장소에서의 배려를 다룹니다. 공공예절을 타인을 위해 내가 손해를 보거나 참아야 하는 규칙으로 묘사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연대로 풀어냅니다. 나의 작은 행동이 공간의 온도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선물합니다.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다룬 장면은 부모들이 무릎을 탁 칠 만한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친구 집에 들어가며 활기차게 인사하는 법을 보여주며, 인사를 생략했을 때 상대방 부모님이 느낄 섭섭함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그저 매너 좋은 아이를 길러내는 책이 아닙니다. 타인의 마음속 풍경을 먼저 상상해 보고, 그 상상이 다정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감정의 징검다리 같은 책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이들은 배려를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의무나 양보라는 이름의 손해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이 닿는 가장 예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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