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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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콘서트홀 객석에 앉아 마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지휘자의 화려한 손짓과 연주자들의 탁월한 기량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를 근원부터 설계하고 조율하는 결정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악보위원입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한국 클래식 역사상 최초로 악보의 판본과 저작권 그리고 치열한 공연 현장의 실무를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 김보람 서울시립교향악단 악보전문위원은 2005년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회의 공연을 지탱해 온 베테랑입니다.


트롬본을 전공하며 오케스트라의 호흡을 몸소 겪었던 저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일본 효고아트센터에서 쌓은 글로벌 전문성을 바탕으로 누구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무대 뒤의 음악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음표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의 뜨거운 숨결로 살아나는지, 그 숨 가쁜 이면의 궤적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2005년 서울시향 최종 면접 당시, 정명훈 음악감독이 던진 한마디는 저자의 20년 커리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나는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 건데, 악보 전문위원으로서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 이 질문은 악보위원이 단순히 종이를 인쇄하고 나누어주는 관리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정체성과 소리의 방향성을 지휘자와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여야 함을 일깨우는 메시지였습니다.


하나의 시즌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악보실은 전쟁터로 변합니다. 세계 곳곳의 출판사를 뒤져 지휘자가 원하는 가장 적합한 에디션을 발굴하고, 저작권 관계와 대여료를 확인하는 일부터가 시작입니다.


연주자들이 연주 도중 매끄럽게 악보를 넘길 수 있도록 페이지 턴(Page Turn)의 호흡까지 계산해 악보를 편집하는 디테일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오케스트라 음악의 수준은 곧 악보위원의 역량만큼 완성된다는 거장들의 찬사는 과장이 아닙니다.


클래식 역사에 새겨진 거장들의 음악적 고뇌와 판본을 둘러싼 논쟁을 현장 실무자의 생생한 시각으로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이 무척 재밌습니다. 대중에게는 다 똑같은 클래식 명곡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휘자와 악보위원에게는 어떤 에디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뼈대와 질감이 완전히 달라지는 치열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말러 교향곡 6번의 악장 순서 논쟁처럼 같은 작품인데도 어느 악장을 먼저 연주해야 하는지를 두고 100년 가까이 논쟁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악보는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시대마다 수정되고 해석되는 살아 있는 문서라는 사실을 저자는 현장의 경험을 통해 설명합니다.


브루크너의 웅장한 사운드를 해석하는 하스판과 노바크판의 대립은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브루크너의 경우 연구자마다 어느 버전이 원작자의 의도에 가까운지를 놓고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저자는 학문적 논쟁을 나열하기보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왜 이 선택이 중요한가를 설명하고 있어 실제 공연 준비 현장을 함께 경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둘러싼 복잡무쌍한 저작권 분쟁, 현대음악의 난해한 표기법을 해독해야 했던 '아르스 노바' 시리즈, 그리고 K-팝과 오케스트라의 경계를 허문 SM클래식스와의 협업 과정까지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정통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소리를 인쇄된 종이 위에서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벌이는 악보위원의 고군분투는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정명훈, 오스모 벤스케, 얍 판 츠베덴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설계하기 위해 파트보의 작은 표기 하나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드는지, 그 디테일한 소리 설계 방식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악보위원이라는 직업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공연이 완벽하게 흘러갈 때는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오직 무대 위에서 뜻밖의 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이름이 소환되는, 전형적인 인비저블(Invisible) 직업군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악보위원들은 국경을 초월해 서로의 악보를 빌려주고 정보를 공유하며 든든한 연대망을 발휘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닉부터 파리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에 이르기까지, 음악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맞잡는 전 세계 악보위원들의 에피소드는 울림을 줍니다.


뉴욕 카네기홀 투어의 숨 막히는 일정 속에서 완벽한 공연을 위해 밤을 지새우던 순간들,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 현장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과 나누었던 대화의 기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세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모든 일하는 이들을 향한 뜨거운 헌사이자 찬가입니다.


저자는 클래식의 숨은 매력을 위트 있게 건넵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고 나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사운드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완벽한 선율 뒤에 숨겨진 수많은 판본의 논쟁, 지휘자의 고뇌가 담긴 보잉 기호, 그리고 연주자가 안심하고 악보를 펼칠 수 있도록 밤을 지새운 악보위원의 치밀한 손길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가 되어 세상을 굴려가는 모두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속에 잠들어 있던 클래식 음악을 전혀 새로운 온도로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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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에스킹 - AI가 대체할 수 없는 리더의 결정적 능력
정소영.정우성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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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리더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일은 이제 생성형 AI가 상당 부분 수행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까요.


『리더의 에스킹』은 AI를 활용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책입니다. 리더십의 중심축을 답을 제시하는 사람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이동시킵니다.


브랜드 가치 전략가이자 기업교육컨설턴트인 정소영 대표와 리더십 교육 및 조직문화 컨설팅을 수행해 온 정우성 대표는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조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분석합니다.


수많은 기업 컨설팅 사례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곧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관찰했고, 그 원인을 질문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와 고도 성장기에는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리더였습니다. 리더의 풍부한 경험과 머릿속 데이터가 곧 조직의 정답이었고, 구성원들은 그 지시를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유능함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AI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실시간으로 재조합하는 오늘날, 답을 들고 있는 판단자로서의 리더십은 붕괴했습니다. 리더가 아는 척을 하며 정답을 독점하려 드는 순간, 조직은 AI보다 느려지고 굳어버립니다. 답을 내리는 권위를 내려놓고 적절한 발문을 배치하는 것, 그것이 에스킹 리더십의 첫걸음입니다.


『리더의 에스킹』은 AI가 잘하는 일과 인간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AI는 계산을 대신하지만 판단은 대신하지 않습니다. 정보는 제공하지만 가치의 우선순위는 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많은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기존 가정을 유지하려 한다고 짚어줍니다. "왜 안 되지?"라는 질문은 원인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찾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전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리더의 에스킹』에는 조직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도 질문의 품질에서 찾습니다. 기록은 빨라졌지만 "우리는 왜 이 회의를 하는가?"라는 질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은 도입했지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사고는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회의뿐 아니라 피드백과 면담에서도 질문이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지시보다 질문이 더 빠르게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AI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인상적입니다. 정렬(Alignment)과 연결(Integration)을 통해 조직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기술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리더십입니다.


그리고 질문(Ask)을 통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책에는 각 영역별로 상세한 지침이 소개되어 있고, 영역별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까지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될수록 결과물은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질문이며, 질문의 깊이는 결국 사람의 경험과 철학에서 나옵니다.


부록에 실린 질문 레퍼런스와 ASKING 진단지도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AI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토하는 체크리스트도 있습니다.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검증 과정입니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받아쓰기가 아니라 읽어내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라는 점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사고 습관입니다.


조직의 고유한 맥락을 녹여내는 AI 대화 설계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지시형 리더에서 질문형 리더로 탈바꿈하여 조직의 주도성과 집단지성을 깨울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나침반과 진단 도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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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 -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진짜 이유
이한빛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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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화면을 켜고 가장 먼저 쳐넣는 문장은 대개 비슷합니다. "기획서 하나 멋지게 써줘" 혹은 "보고서처럼 정리해줘", "전문가답게 정리해 줘." 같은 식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해부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굵직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이한빛 저자는 『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에서 기술의 한계보다 인간 언어의 부실함에 주목합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겪는 갈증의 본질이 기술의 열등함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환경과 맥락을 적절히 언어화하지 못하는 설명의 무능에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처럼 써줘"라고 입력하는 순간 인공지능은 대상, 목적, 기준, 제약이라는 네 가지 핵심 축에서 거대한 정보의 결핍을 마주합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보고서인지, 지금 이걸 왜 써야 하는지, 판단의 최우선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절대 담아서는 안 될 민감한 제약 사항은 무엇인지가 전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질문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황을 생략했고, AI는 그 빈칸을 평균적인 데이터로 채워 넣습니다. 결국 AI가 틀린 것이 아니라, 평균값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쓰는 생성형 AI가 멍청해서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넘겨준 텅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학습한 수조 개의 데이터 중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평균적인 알고리즘을 작동시킬 뿐입니다. 결국 모호한 프롬프트는 나의 주관과 판단을 인공지능의 보편적 평균값에 통째로 넘겨버리는 대리 위임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AI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나요? "적당히 해 주세요."라는 말만큼 어려운 요청은 없습니다. 적당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보다 훨씬 더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존재이기에 애매한 표현은 더 큰 오해를 낳습니다.


질문의 본질은 문장의 매끄러움이 아니라 구조화된 조건의 명시에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단순히 “사과문을 써줘”라고 묻고는, 인공지능이 내놓는 범용적이고 무색무취한 답변에 실망합니다. 그러나 똑똑한 설계자는 질문을 고치는 대신 조건을 부여합니다.


질문 문장 자체는 유지하더라도 대상, 상황, 목적, 포함할 내용, 톤, 사용처라는 구체적인 경계선을 쳐주면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프롬프트는 잘 쓰기 위한 문장 개선의 영역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움직일 판단의 범위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구조적 설계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서론-본론-결론의 문장을 보며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뽑혔네”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이 증명하듯 인간은 기본적으로 제공된 선택 환경 안에서만 판단하려는 강력한 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던져준 출발선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이 파놓은 생각의 틀에 갇히게 됩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인공지능에게 한 번에 최종 결론을 독촉하지 말고, 인간이 주도권을 쥔 채 설명 엔지니어링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상황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저자는 설명 엔지니어링의 핵심 네 가지 축을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어디서부터 판단을 시작할지 출발선을 정하는 상태(State),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목표를 정하는 목적(Purpose), 넘지 말아야 할 울타리를 치는 제약(Constraint), 그리고 어떤 순서와 형식으로 출력할지 제어하는 단계(3S)입니다. 이 강도를 조절하여 인공지능의 보편적이고 뻔한 답변 플롯을 의도적으로 깨부수는 것이 바로 지적인 설계자의 역할입니다.


실무 적용 사례와 레벨 테스트가 수록되었습니다. AI 탓했는데 문제는 설명이었습니다. 질문 이전에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가 결과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로 단순히 툴을 사용하는 레벨 1의 유저에서 결과물의 범위와 흐름을 장악하는 레벨 4의 설계자로 진화하는 짜릿한 경험을 맛보세요.


프롬프트 복사 붙여넣기 식의 매뉴얼에 지쳐 나만의 차별화된 실무 아웃풋을 내고 싶어 하는 트렌디한 지식 노동자들에게 유용합니다. 인공지능의 뻔한 대답을 깨부수고 비즈니스 사이드 프로젝트나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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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너의 웃는 얼굴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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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향기로 읽고 손으로 쓰는 새로운 시집 『행복 너의 웃는 얼굴』. 풀꽃과 일상의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나태주 시인과 국내에서 향기시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꾸준히 개척해 온 향기작가 한서형이 함께 완성한 마음 향기시집 시리즈의 마지막 권입니다.


시는 가장 적은 문장으로 가장 많은 감정을 건넵니다. 그런데 향기시집은 눈으로만 읽는 시집이 아닙니다. 시를 읽고, 향기를 맡고,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사랑과 소망, 감사라는 감정을 차곡차곡 지나 마지막에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귀착되는 흐름이 참 좋습니다. 각 권마다 귀여운 향갈피까지 있습니다.


책을 마주하는 순간 먼저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행복을 모티프로 한서형 작가가 조향한 향은 감귤류의 생기와 은은한 꽃향기 그리고 안정감을 더하는 우디 계열입니다. 감귤류 특유의 산뜻함과 온기를 동시에 품고 있어 마음에 쏙 듭니다.




향이 시를 위한 배경이 된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좋은 영화에서 음악이 장면을 돋보이게 하듯 향 역시 시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화면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일수록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물성과 감각이 더욱 소중해진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가 정의하는 행복은 잔잔하고 고요한 마음, 기쁜 일에 크게 들뜨거나 슬픈 일에 한없이 침잠하지 않는 내면의 중용 상태입니다. 무언가로 가득 차 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만한 텅 빈 마음, 담담한 안온함에 가깝습니다.


시 「아침 인사」가 그렇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숨을 쉬는 데 통증은 없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증오가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 시인은 "그럼 됐어"라는 말을 통해 행복의 문턱을 최저선으로 낮추어 버립니다. 매일 아침 주어지는 삶의 무사함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게 만듭니다.





시 「그냥 좋아」는 최근 유행한 <니가 좋아> 노래가 생각났어요.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는데, 가사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세상은 늘 은연중에 조건부 긍정을 요구하잖아요.


쓸모가 있어야 가치 있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아무런 대가 없이 내 존재 자체를 날것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해주지 못했었고요. 그래서 이 시를 만났을 때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행복을 멀리서 찾기보다 오늘 하루의 평안 속에서 발견하는 시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나직하게 주고받는 다정한 연결감 속에서 시작된다는 걸 시로 일깨워줍니다.


『행복 너의 웃는 얼굴』에는 한서형 작가의 손글씨로 구성된 필사 페이지가 있습니다. 좋은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느린 작업입니다.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가던 문장이 손끝을 거쳐 종이에 남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시를 어렵게 느꼈던 이들에게도 나태주 시인의 짧고 따뜻한 문장 덕분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시집을 찾는 사람, 마음 돌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향기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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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잊혀진 사람들 - 찬란한 걸작이 말하지 않는 비밀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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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천재의 조명 뒤에 가려진 캔버스의 반쪽, 지워진 존재들의 목소리로 미술사를 다시 쓰는 『명화 속 잊혀진 사람들』. 거장의 이름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봅니다.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한 김선지 저자는 뜻밖의 미술관》, 《사유하는 미술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등을 통해 익숙한 미술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왔습니다. 『명화 속 잊혀진 사람들』에서는 그림의 중심에 서 있던 화가 대신, 오랫동안 화면 밖으로 밀려났던 모델과 연인, 제자와 동료, 가족과 라이벌을 불러냅니다.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처럼 흥미진진합니다.


화가의 연인이나 모델을 뮤즈라는 낭만적인 단어로 포장해왔습니다.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신비로운 존재로 격상시키지만, 실상 그 화려한 수식어는 예술가의 에고를 위해 타인의 삶을 가두는 감옥과 다름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라파엘 전파의 대표작 「오필리아」의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입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매료시킨 여신이었지만,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는 자신만의 모델로 독점하며 10년 동안이나 결혼을 미루고 방치했습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폐했던 시달. 지적 장애가 있는 오빠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지만, 로제티의 평판을 고려한 친구의 조언에 따라 유서는 폐기되었습니다. 시달의 죽음은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고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시달의 죽음을 천재 화가를 사랑한 여인의 비극적인 스캔들 정도로 여겼다면, 김선지 작가는 낭만적 서사를 치워버립니다. 시달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던 주체적인 화가였기 때문입니다.


에곤 실레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됩니다. 실레의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누드화 속 주인공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발리 노이질의 운명 역시 마음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실레는 편지에서 예술적 영감은 발리에게서 얻고, 사회적 안정은 에디트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정도로 영감은 영감대로 착취하고, 삶의 안락함은 세속적인 조건으로 채우겠다는 계산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러시아 문학사의 위대한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딜리아니의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안나는 사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고, 스탈린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살아남아 암울한 시대를 기록한 예술가였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은 그녀를 모딜리아니의 첫 번째 뮤즈로 기억할 뿐입니다. 주체적인 예술가였던 여성들을 누군가의 뮤즈라는 부속품으로 환원시켜 버린 시대. 앞으로는 명화 속 아름다운 여인들을 볼 때, 그들이 흘렸을 눈물과 빼앗긴 주체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미술사를 지탱해 온 경제적, 시스템적 구조 모순을 드러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바로크 황금기를 대표하는 피터 파울 루벤스의 1,500여 점에 달하는 대작들은 사실 대규모 공장형 아틀리에 시스템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무명의 제자들이 땀 흘리며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마무리하면, 루벤스는 마지막에 몇 번의 붓질을 더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남겼습니다. 물론 당시의 도제 시스템 안에서는 관행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들의 이름은 소거된 채 오직 루벤스라는 브랜드만 불멸의 가치를 누리는 현실입니다. 현대 사회의 아웃소싱과 노동 착취 구조를 묘사하는 듯해 묘한 기시감을 줍니다.


아이디어를 약탈당한 비운의 천재, 에밀 베르나르의 이야기도 드라마틱 합니다. 종합주의와 클루아조니즘의 선구적 화풍을 개척했던 스무 살의 청년 베르나르는 대선배였던 폴 고갱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법을 빼앗겼습니다. 미술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우리는 고갱을 타히티의 원시적 생명력을 포착한 선구자로 기억할 뿐, 그 화풍의 시초를 제공했던 베르나르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존재는 예술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잔인한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동생 외젠 마네, 그리고 천재 여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관계는 기묘하고도 복잡한 가족적 헌신을 보여줍니다. 외젠 마네는 형과 아내 사이에 흐르는 미묘하고 예술적인 기류를 묵묵히 지켜보며, 아내인 베르트 모리조가 당대 여성 화가로서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평생을 다해 도왔습니다. 그는 형의 거대한 예술적 그늘과 아내의 빛나는 재능 사이에서 묵묵히 조력자의 자리를 지켰던 인물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관계도 유명하지요. 저자는 숭고한 형제애라는 포장지 속에 감춰진 비극을 건넵니다. 우리는 빈센트의 고독과 고통을 예술적으로 낭만화하느라 그 비용을 온몸으로 지불해야 했던 동생 테오의 실제 삶을 너무나 쉽게 망각하곤 합니다. 타인의 희생 위에 피어난 걸작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은 숭고함을 넘어선 일종의 부채감일 것입니다.


후반부에서는 스스로 고독과 결핍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파리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쓸쓸함을 그렸던 모리스 위트릴로의 이야기는 울림을 줍니다. 위트릴로는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방임, 알코올 중독이라는 불행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의 그림 속 텅 빈 몽마르트르의 골목길은 단순하게 묘사된 풍경화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했던 한 인간의 내면적 풍경 그 자체입니다. 인간이 철저히 조연으로 밀려난 그 적막한 캔버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리다 칼로입니다. 디에고 리베라의 바람기 때문에 고통받은 비운의 여인 혹은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신체가 부서진 희생자로 기억되는 그녀를 향해 김선지 저자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보이도록 만들었는가’라고 말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환경과 타인에 의해 휘둘린 수동적인 희생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고통과 민족적 정체성을 영리하게 시각화하고, 스스로를 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탁월한 연출가이자 주체적 예술가였습니다. 타인이 규정한 비극의 서사를 거부하고 스스로 중심에 섰던 프리다의 모습은, 앞서 거장들의 그늘에 가려져 스러져갔던 인물들과 대조를 이루기도 합니다.


『명화 속 잊혀진 사람들』은 천재의 광기와 독창성이라는 신화 뒤에 가스라이팅과 질투, 아이디어 도용과 노동력 착취, 가족이라는 굴레가 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들춰냅니다. 캔버스 구석진 곳 혹은 액자 바깥의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을 수많은 엘리자베스 시달과 발리 노이질, 테오 반 고흐의 숨결을 느끼게 됩니다. 잊혀진 이들의 자리를 되찾아주는 연대의 여정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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