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 - 창업 현장에서 발견한 인간 불변의 법칙 10가지
임은정 지음 / 소금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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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일상의 수많은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장 분석 보고서가 뚝딱 작성되고, 수식과 그래프가 완벽히 배치된 사업계획서가 손쉽게 만들어집니다. 겉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서류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에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은 선명해집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과 창업의 10가지 불변 법칙을 알려주는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


임은정 저자는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 회장이자 LEJ파트너스 대표로, 정부지원사업 심사위원, IR 피칭장, TV 창업 서바이벌 심사석 등 창업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창업가를 마주해 온 현장 전문가입니다. 수많은 창업자들을 관찰하며 도달한 결론은 뜻밖에도 단 하나였습니다. 도구는 눈부시게 변했지만, 성패를 가르는 인간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1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명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고 심사하며 쌓아 올린 인간 관찰 기록입니다.


과거에는 준비가 부족하면 사업계획서에서 금방 티가 났지만, 요즘은 AI 덕분에 누구나 그럴듯한 문장과 논리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심사석에서 바로 이 화려함 속에 숨려진 빈자리를 봅니다.


“이 일을 왜 하고 싶으세요?” 서류의 형식적 완성도가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심사위원과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작성자의 내면입니다. 왜 이 사업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서사가 결여되어 있다면, 수십 장의 계획서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설득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논리적 매끄러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표자가 살아낸 실제 시간의 밀도에서 발원한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AI가 시장 조사 자료를 축약해 줄 수는 있어도, 현장에서 고객의 눈빛을 마주하며 느꼈던 당혹감과 깨달음까지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신뢰와 설득은 직접 발로 뛰며 몸으로 체득한 경험에서 나옵니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보고서를 가져오는 오늘날,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결국 내가 직접 겪은 그 시간에 존재합니다.


예비 창업자들의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는 완벽한 준비에 대한 집착입니다. 완벽한 제품, 완전무결한 서비스 모델을 갖춘 뒤 세상에 나가겠다는 포부는 겉으로 보기엔 훌륭해 보이지만, 저자의 시선에서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안주에 불과합니다.


사업이나 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최종 주체는 창업자 본인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입니다. 100%의 완성도를 기약 없이 기다리기보다, 70%의 채비로 시장에 뛰어들어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실행력이 성패를 가르는 불변의 기준이 됩니다.


사업을 하거나 일을 추진하다 보면 거절, 비판, 실패라는 거대한 장벽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는 밖에서 만들어진 벽과 안에서 만들어진 벽 두 가지로 구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이들의 특징을 내면의 해석 능력에서 찾습니다.





밖의 벽은 어쩔 수 없습니. 누구도 거절당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으며 비판받지 않으면서 일을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안의 벽은 본인이 만들고 본인만이 허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안의 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장 상황과 시기에 비슷한 자원으로 시작한 두 사람이 일 년 뒤에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내면에 존재하는 벽의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거절을 단순한 피드백과 방향 수정의 신호로 읽어내는 사람과, 이를 자기 부정이나 치명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무너지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건널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대안을 제안한다 한들, 그 선택이 가져올 무게를 짊어지고 책임지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속도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치열하게 자문하는 시간이야말로 도구에 휘둘리지 않고 도구를 지배하는 거장의 태도입니다. 결국 창업이라는 여정은 타인의 방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다움을 완성해 가는 일인 셈입니다.


화려한 스펙이나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선명한 자기 고백임을 일깨워줍니다. 타인의 평가나 거절을 성장의 신호로 재해석하는 단단한 내면의 근육을 길러주고, 흔들리지 않는 사업적·개인적 중심축을 세우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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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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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오해하거나, '중식(中食)'을 중국요리로 생각하는 사례는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어 어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자적 맥락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 어휘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어, 한자에 대한 감각을 잃은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전반에서 장벽을 느끼게 됩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15년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두 아들을 키워낸 이은경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교육 콘텐츠 채널 슬기로운초등생활을 운영해 온 교육 전문가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글을 읽다 멈춰 서는 이유가 문장을 구성하는 핵심 한자 어휘의 뜻을 유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우게 하면 하기 싫은 공부만 늘어나는 셈입니다.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한자 어휘 일력 365』는 한자를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한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어휘를 이해할 수 있느냐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하루 한 장씩 넘겨보는 일력 형태입니다. 부담 없이 한자의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글자가 어떤 부수와 요소로 이루어졌는지 직관적으로 분해하여 보여주는 구성이라 자연스럽게 합성의 원리를 깨닫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일어날 기(起)는 달릴 주(走)와 몸 기(己)의 결합으로 설명합니다.




몸을 일으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는 뜻의 한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 한자가 들어간 어휘는 '자리에서 일어남' 또는 '새로운 기운이나 현상이 거세게 일어남'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해체와 재조합 과정은 규칙을 가진 조립식 블록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나아가 기상(起床), 기인(起因) 같은 활용 어휘로 확장해 자연스럽게 단어의 맥락을 파악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한자 어휘 일력 365』는 1월 지혜부터 12월 성장에 이르기까지, 매월 인성 및 정서적 성장과 연계된 핵심 가치를 주제로 삼아 한자를 배치했습니다. 6일간 배운 한자는 7일째 되는 날 모아서 확인하는 복습 페이지도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눈길을 주기 딱 좋습니다. 오늘 읽은 한 글자가 내일 만날 낯선 단어의 힌트가 될 수 있다면, 하루 5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투자입니다. 한자를 발판으로 어휘에 접근하고, 어휘를 통해 문장을 이해하며, 문장을 통해 세계를 해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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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재용 옮김, 장시은 감수, 호메로스 원작 / 윌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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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모험담입니다. 윌마에서 출간된 『오디세이』는 영국 아동문학의 거장 제럴딘 매코크런이 어린 독자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쓴 책입니다.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압축하며, 어떤 장면에 속도를 부여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232쪽 분량에 지도, 인물 사전, 생각해 볼 만한 것들, 용어 사전, 고대 그리스 세계에 관한 부록까지 갖추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 독자로 호메로스 입문 책으로 좋습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판타지 모험처럼 보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입니다. 트로이 목마라는 계책을 통해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보통의 영웅 서사라면 이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왕은 왕국으로 돌아가고, 가족과 재회하고, 전쟁의 공적을 인정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길어진 귀향을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트로이에서는 뛰어난 전략가였지만, 귀향길에서는 자신의 성격과 판단력, 욕망과 오만이 모두 시험대에 오릅니다. 오디세우스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성장하는 보통의 인간을 대변합니다.





모험의 과정에서 오디세우스와 선원들이 겪는 비극은 대부분 내부의 탐욕과 불신에서 비롯됩니다. 인간 본성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한순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반복되는 인간사의 본질입니다.


제럴딘 매코크런 작가는 눈앞에서 요동치는 생생한 서사로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재구성해 냅니다. 카네기 메달과 휘트브레드상을 여러 차례 거머쥐며 《피터팬》의 공식 속편 작가로 지명될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다양한 볼거리도 수록해 신화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오디세이》가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같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The Odyssey〉가 2026년 개봉했고 이후 거대한 문화 현상이 촉발되었습니다. 하나의 고전이 책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경험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서양 고전의 원형을 생생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어른 독자와 아이의 첫 클래식용으로 추천합니다. 흥미진진한 모험과 입체적인 인물 묘사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괴물·마법·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덕분에 고전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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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 심리학으로 읽는 숨겨진 마음의 작동 원리 84
데이비드 J. 리버만 지음, 정미화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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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머리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별일 아닌 말 한마디를 온종일 되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합니다.


FBI, CIA, NSA 등 미 정부 기관에서 인간 심리와 행동 분석을 교육해 온 데이비드 J. 리버만 박사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 현상에 집착하는 대신, 그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의식하지 못한 욕구와 두려움 그리고 자기방어 메커니즘을 추적합니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일상의 미세한 습관과 행동 패턴 뒤에 숨겨진 동기를 짚어냅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진짜 이유를 파악하는 순간, 우리는 익숙하게 끌려다니던 무의식적 패턴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의 이면에 도피성 심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짚어주는 부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 과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며 때로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합니다. 반면 타인의 삶에 개입해 조언을 건네거나 도와주는 일은 훨씬 가볍고 쉬운 작업처럼 느껴집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들이 어떻게 타인의 삶으로 도피하는지 보여줍니다. 남의 일에는 유능한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정작 자신의 방은 어지러진 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삶의 무기력을 가리기 위해 타인의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만듭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부탁을 굳이 들어주는 왜곡된 심리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남의 호의나 선의를 아무 대가 없이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오직 타인의 인정에 목매느라 스스로를 호구의 위치로 몰아넣는 모습입니다.


저자는 호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는 휘둘리지 마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무례한 부탁에 끌려다니는 진짜 이유는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거절했을 때 겪게 될 내면의 불안과 자존감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인 겁니다. 내가 먼저 내 한계와 욕구를 바로 아는 것이 타인의 이용 대상이 되지 않는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칭찬을 들었을 때 쑥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는 행동은 겸손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깊이에서 바라보면, 타인이 건넨 긍정적 평가를 수용할 만한 내면의 공간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칭찬을 들었다면 "고맙습니다. 하지만 별거 아니었어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잘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면 되는 거라고 말이죠.


타인의 인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결국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자존감 회복의 첫걸음임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정서적 거부 반응이 사실은 뿌리 깊은 자아상의 문제였음을 밝혀냅니다.


약속 장소에 지나칠 정도로 일찍 도착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배려심 깊고 철두철미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 행동 뒤에 가려진 열등감과 과대평가된 타인의 가치를 포착해 냅니다.


스스로의 시간보다 타인의 시간을 훨씬 더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의 왜곡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가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까 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겁니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과도한 조급증을 깨부수기 위해 타인의 시간만큼이나 내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할 것을 권합니다. 내 시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는 늘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을 타인에게 허무하게 헌납하게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수많은 오해와 갈등이 비롯되는 지점은 바로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지레짐작하여 섣부른 결론을 내릴 때입니다. 조금만 연락이 늦어져도 '나를 무시하나?'라고 단정짓거나, 상대의 경미한 표정 변화 하나에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섣부른 확신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 내 판단이 오직 머릿속 착각이자 소설일 수 있음을 유머러스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불확실성을 유연하게 수용할 때, 비로소 조급한 곡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할 일을 눈앞에 두고도 까닭 없이 미루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습관 역시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주제입니다. 기만적인 희망사항 뒤에 숨은 나태함과 두려움을 지적합니다.


현실 외면은 당장의 안식을 줄지언정 미래의 삶을 담보로 잡는 위험한 거래입니다. 미룸이 가져올 참혹한 대가를 직시하는 것만이 나태함의 사슬을 끊어내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저자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희망인 이유"라는 역설적인 명제를 남깁니다. 내가 왜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폭발하고, 도망치며, 타인의 눈치를 보는지 그 미세한 기제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자학을 위함이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이 내 안의 무의식적 기제에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 역시 내가 쥐게 되기 때문입니다.


84가지의 사소하지만 예리한 질문들은 내 삶을 가로막고 있던 수많은 왜곡된 방어기제들을 해체해 나갑니다. 무의식의 노예로 살아가기를 멈추고 내 행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솔직하게 답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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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친환경 생활의 역설
마이클 마니아티스 지음, 김지혜 옮김 / 황소걸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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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반도를 덮친 폭염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폭염의 기세 앞에서 우리가 매일 실천하는 깔끔한 분리수거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계속 더 뜨거워지기만 할까?


미국 앨러게니칼리지 교수이자 예일대에서 환경 정책을 가르친 환경 정치학자 마이클 마니아티스는 환경문제가 왜 개인의 도덕적 결단과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는지 그 배후의 권력 구조를 연구해왔습니다.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에서 보여주는 답은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그 죄책감과 뿌듯함의 교차점이, 사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이 교묘하게 설계해놓은 개인화된 프레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종이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전기차를 타며,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앞선 환경 운동인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프레임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추적해 보면 놀라운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당신이 오늘도 분리수거에 열심인 이유, 사실은 석유회사가 설계했습니다. 2004년 세계적인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1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에 확산시킨 핵심 개념이 바로 개인의 탄소발자국입니다.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구 온난화의 거대한 구조적 책임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그 무게를 소비자의 일상적 선택으로 뒤집어씌운 순간이었습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친환경 생활 서사를 퍼뜨리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전략을 펼칩니다.


마니아티스 교수는 친환경 소비와 소박한 개인 삶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서사를 생활양식 환경주의라고 명명합니다. 텀블러를 사 모으고 고효율 전구를 바꾸는 일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제는 구조적 통제와 규제가 필요한 거대 산업 시스템에 질문을 던져야 할 에너지와 시선이, 정작 마트 매대 앞에서 어떤 제품을 살지 고민하는 소비자의 영역으로 쪼개지고 갇혀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재활용 방법을 몰라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면 교육 캠페인을 확대하면 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품이 대량 생산되고, 소비자가 포장 방식을 선택할 수 없으며, 생산자에게 충분한 비용과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자는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교육의 문제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건물이 온통 화염에 싸여 있는데, 사람들에게 찻잔을 하나씩 쥐여주며 각자 물을 담아 불을 끄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개인의 친환경 소비와 분리수거는 이 불길 앞에서 찻잔으로 물을 끼얹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니아티스는 환경 운동가들과 대중이 빠지기 쉬운 덫을 경고합니다. 거대한 기후 위기 앞에서 개별 실천의 한계를 느낀 운동가들은, 더 많은 대중이 동시에 참여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수치적 강박에 스스로를 가둡니다.


친환경 생활이라는 쉬운 진입로에 가둬둔 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가치관을 바꾸자는 교정 중심의 접근만 반복하다 보니, 결국 현실적 한계 앞에서 무력감과 절망만 쌓이는 악순환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착한 소비를 이행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저절로 거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도로로 뛰어드는 정치적 시민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분리수거를 잘했고 텀블러를 썼으니 할 일을 다 했다는 도덕적 착각이나 면죄부로 작용해, 거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나 산업 규제 완화 같은 진짜 구조적 문제에는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개인의 가치관이나 무지로 축소할수록, 정작 법을 바꾸고 기업 정책을 통제해야 할 환경 정치의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절약하고 분리수거해도 산업 구조 자체가 화석연료에 기반해 있다면 지구 온난화의 폭주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내가 오늘 무엇을 사거나 버려야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지구를 망치는 구조와 법을 바꾸기 위해 시민으로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로 말입니다.


마니아티스 교수는 일상의 친환경 실천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는 훌륭한 시민적 감수성의 시작입니다. 다만 그것이 목적지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트림태브(Trimtab)의 은유입니다. 트림태브는 거대한 비행기 날개나 거함의 키 끝에 달린 아주 작은 보조 날개입니다. 이 작은 조각이 먼저 미세하게 방향을 틀면, 전체 날개 주변의 압력이 바뀌면서 거대한 배나 비행기 전체가 유유히 방향을 돌리게 됩니다.


이 책은 시스템의 수류를 바꾸는 살아 있는 트림태브가 되라고 요구합니다. 친환경 상품을 사며 도덕적 위안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후 법안제정을 촉구하고, 기업의 그린워싱을 감시하며, 공동체의 에너지 전환 요구에 동참하는 정치적 행동이야말로 진짜 지구를 구하는 길입니다.


개인의 선행과 사회의 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간극을 보여주는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왜 우리는 계속 개인의 소비 선택을 환경문제의 핵심 무대로 생각하게 되는지를 일깨웁니다.


내가 무엇을 덜 사야 하지에서 왜 이런 상품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로. 내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지에서 우리 사회는 왜 이런 배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로. 내가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 하나에서 누가 시스템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나는 그 변화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로. 질문이 바뀌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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