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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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적대의 시대, 인간의 어둠을 해부한 책 『그림자 바이러스』. 바이러스라는 은유를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이 어떻게 개인에게서 집단으로, 더 나아가 정치·국가 단위로 확산되는지를 파고듭니다.


카를 융의 그림자 개념을 중심에 두고, 융 분석가·심리학자·정신과 의사·저널리스트 등 43명이 각자의 학문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자라는 난제를 해부합니다. 심리학의 거의 모든 영역—가족, 일, 질병, 성, 창조성, 악, 정치, 중년의 위기—을 통과하며 그림자라는 실체를 끝까지 추적하는 방대한 인간 탐구 프로젝트입니다.


카를 융이 1912년 '정신의 그림자 부분'이라는 말로 소개한 이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프로이트가 그림자를 '억압된 욕망'의 층위에서 다루었다면, 융은 이 개념을 '열등한 인격'으로 발전시킵니다.





융이 말한 그림자는 단순한 억압된 욕망이나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의식에서 발달되지 못한 모든 잠재력의 총체, 즉 나의 또 다른 인격입니다. 그림자는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가 아니라, 의식 속 우월한 인격과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사고, 사상,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인격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식에서 볼 때만 부정적일 뿐, 사실은 우리 인격 구조의 필수적인 한 축이라고 합니다.


로버트 블라이는 그림자를 '평생 끌고 다니는 가방'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환영을 받기 위해 숨긴 모든 것—분노, 자유, 성적 욕망, 야성, 슬픔—이 이 가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가방은 곧 버림받은 자기의 기록 보관소가 됩니다.


융은 어둠을 의식으로 만들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그림자 작업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영원히 차단하는 행위이며, 진정한 '전일성(wholeness)'에 이를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그림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그림자 이론은 인간관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에 형성된 관계 패턴이 잘못된 자기, 버려진 자기를 만들어냅니다.


책에서는 아이가 느꼈던 공포·수치·슬픔이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어떻게 '가방' 속으로 들어갔는지를 다양한 임상 예시로 보여줍니다. 아이의 감정은 배출되지 못하고 근육과 신체의 긴장으로 얼어붙습니다. 이 과정은 성인이 되어서도 버려진 감정 패턴으로 되살아납니다. 자아 형성 과정에서 그림자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지를 드러냅니다.


탄탄한 관계조차 한순간에 뒤틀어지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연 적개심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자 바이러스』는 투사와 복합 감정을 탐구합니다. 특히 형제·자매 관계에서 애착의 양면성, 비교와 경쟁의 흔적, 억눌린 분노가 어떻게 그림자로 전환되는지를 다룹니다.





그림자 투사가 일어나면 우리는 실제 타인의 모습과 자신의 콤플렉스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혐오가 사실은 나의 혐오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사소한 단점에 필요 이상으로 격렬하게 분노하고, 비이성적으로 미워하게 될 때, 그 대상은 십중팔구 우리 안의 억압된 그림자를 투사하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쏘아보며 상대가 '악'하다고 맹신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인지적 왜곡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신체적 긴장이 단지 스트레스의 결과가 아니라, 가방에 갇힌 감정들의 움직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신체적 증상은 종종 그림자의 언어라고 합니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심리적 억압이 육체의 아픔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다루며,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그림자의 목소리로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의 압박은 우리 안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확대합니다. 성취 욕망, 경쟁, 실패에 대한 공포, 완벽주의. 이 모든 요소는 그림자를 자라게 합니다.


완벽주의와 과도한 자기 통제는 그림자를 더욱 비대하게 만들어 결국 번아웃이나 치명적인 결점으로 돌아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결점이나 실패라고 여기는 것들 속에 오히려 개발되지 못한 잠재력과 창조적 에너지가 갇혀 있으며, 이것들을 활용하는 법이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다는 걸 짚어줍니다.


악의 심리학에 대한 파트도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의 광기가 국가적 적을 만드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나오는 개념은 대립하는 자기(opposing self)입니다. 대립하는 자기는 내면의 강탈자가 되어 원래의 자기를 대체한다고 합니다.


악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내면에 또 다른 자기가 있으며, 억압된 그림자가 그것을 먹여 키운다는 사실은 섬뜩하게 만듭니다. 악의 본질은 괴물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개인의 그림자는 집단적 그림자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혐오가 결집되면 적이 만들어지고, 적이 만들어지면 사회는 분열됩니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나치 의사들 사례와 현대 정치의 선동 구조를 불러와 시스템적 그림자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합니다. 정치적 양극화, 온라인 혐오, 집단 악마화까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그림자의 위험성을 이해하게 도와준 후, 그림자 작업이라는 구체적인 치유와 회복의 길을 소개합니다. 문제는 이 그림자 가방을 열어보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밀봉되어 있던 가방 안에는 아름다운 잠재력이 아닌, 야만성을 띠게 된 퇴화된 충동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작업은 이 얼어붙은 감정을 녹이고, 퇴화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려 창조적인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적대성이 팽창한 시대에는 필수적인 정신적 생존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심리 치료, 꿈 분석, 능동적 상상, 예술적 표현 등을 통해 그림자에 빛을 비추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이 시대의 적대감, 혐오, 분열, 극단성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진단하는 정서적 X-ray입니다. 적대적 인간의 탄생은 나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인식되지 않은 그림자 때문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그림자를 외면하면 자기를 잃고, 그림자를 수용하면 비로소 온전한 나로 도달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내 안의 어둠을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의 그림자 또한 보이고, 그때 비로소 적대는 줄어들게 됩니다.


집단적 혐오, 분열의 시대 흐름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 융 심리학을 좀 더 현실적으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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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 -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심리학과 치유 글쓰기 필사 예찬 2
한경은 지음 / 서사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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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티끌까지 비춰내는 100일의 여정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 감정이라는 난해한 존재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힘을 길러주는 100일의 심리 수업. 감정과 화해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감정은 설명하려 들면 미끄러지고, 외면하면 손톱처럼 돋아나 마음을 눌러오는 까다로운 존재입니다. 살다 보면 이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게 맞나?, 왜 이렇게까지 예민할까? 하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갈등과 혼란 앞에서 한경은 저자가 내놓은 대답은, 감정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 여정의 핵심 도구가 필사와 글쓰기, 즉 나의 감정을 이름 붙이며 정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는 감정 인식, 해석, 주체성, 관계, 자기돌봄이라는 다섯 단계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도록 안내하는 치유 글쓰기 매뉴얼입니다. 하루 5분이지만, 그 5분이 100일 동안 쌓였을 때 생기는 변화는 가볍지 않습니다.


저자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가장 느린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단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체력이 길러지듯 매일 아주 조금씩 쌓이는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우리는 조급해집니다. 빨리 나아지고 싶고, 빨리 잊고 싶고, 빨리 괜찮아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보고, 천천히 쓰고, 천천히 감각을 회복하는 일.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는 이 느림의 가치를 100일 동안 체화하도록 돕습니다.


감정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삶의 안내자로 바라보는 시선부터 열어 줍니다. “내 마음의 집에 ‘감정’이라는 손님이 찾아옵니다… 감정의 마음이 문을 두드릴 때 귀한 손님처럼 맞아 주세요. 환대받은 손님은 때가 되면 떠납니다.”라는 문장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손님처럼 맞이하는 태도를 일깨워 줍니다.





감정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현상이며, 억지로 몰아내려 하면 더욱 집요하게 들러붙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불안·분노·우울·죄책감·수치심이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분석해 준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불안은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을 감내하라는 메시지, 우울은 나를 다른 방식으로 돌보라는 요청처럼 말이죠.


감정을 문제로 보던 관점을 신호로 전환시키며,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더 이상 감정에게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는 심리학적 기반을 보여줍니다. 두려움을 없애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감정을 더 강하게 만든다며 감정을 처리하는 가장 건강한 방식이 감정과 함께 행동하는 용기임을 전합니다.


감정 해석과 자기수용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습니다.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단순한 후회로 취급하지 않고, 변화 가능성을 품은 겸허함의 감정으로 해석합니다. 수치심 역시 우리를 적극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자기 존재감을 회복하라는 요청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면 우리가 왜 반복적으로 상처받는지, 왜 불완전함을 참아내기 어려운지, 왜 인정이 일종의 사랑 훈련인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됩니다. 더불어 감정을 다루는 일은 결국 관계를 다루는 일과 이어집니다. 공감·경청·동행·관대함 같은 가치를 구체적 행동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기용서는 모든 감정 작업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저자는 행위와 존재를 구분하는 것이 자기용서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실패한 행위가 나라는 존재 전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신에게 다시 다정해질 수 있습니다.


부탁과 거절의 균형, 욕구의 얼굴을 마주하기, 약함을 드러내는 용기 등이 이어지며, 감정적 성숙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집니다. 쉼을 허용하는 법, 오늘을 놓치지 않는 법, 자신을 살리는 글쓰기의 힘 등 자기돌봄의 실천을 돕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감정 필사와 함께 질문을 통해 주체성 훈련을 돕습니다. 명언 필사, 심리학 해석, 감정 점검 질문, 자기 서술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사고 구조를 깊이 있게 관찰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는 감정이라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내면의 영역을 철학, 심리학, 예술적 감수성 그리고 치유 글쓰기라는 도구로 통합해 정리해낸 실천적 감정 안내서입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과 공존하고, 감정을 삶의 방향으로 삼는 법을 배우는 『내 마음을 지키는 감정 필사』.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려 하면 내가 사라지지만, 버리지 말고 마주하면 나를 되찾는 심리 처방전을 만나보세요.


복잡하게 엉키고 헝클어졌던 감정이 단정하게 정리되면 그때부터 오롯이 내가 나로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저자의 약속은 희망적입니다. 그 힘으로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갈 수도 있고,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돌보며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비전을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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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나침반 - 목표는 크게, 실행은 작게
하와이 대저택 지음 / 논픽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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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범한 삶에서 경이로운 일상으로, 하와이 대저택의 6가지 나침반 『밤과 나침반』. 멈춰 선 이들에게 묻는 인생의 근본적인 방향을 짚어줍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성공적인 콘텐츠 미디어 기업을 이끌고 있는 하와이 대저택 저자의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성공의 노하우를 나열하는 자기계발서와는 궤를 달리합니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방향타를 잃지 않도록 돕는 근본적인 인생의 원리를 이야기 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저자는 난치병 진단과 전 재산을 잃는 사기를 연달아 겪으며 삶의 나락을 경험했습니다. 무너진 인생을 복구하기 위해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자기계발 분야의 방대한 서적들을 역순으로 독파했고, 그 과정 끝에서 성공학의 선구자인 제임스 알렌의 철학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삶은 책이 자신의 삶의 궤도를 완전히 바꾼, 가장 강력한 도구였음을 입증합니다.





『밤과 나침반』은 "오늘, 당신은 무엇을 읽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제임스 알렌의 저서 21권을 압축하고 재해석하며 여기에 토머스 스탠리, 데일 카네기, 나폴레온 힐 등 성공학의 거장들이 제시한 통찰을 더했습니다.


『밤과 나침반』은 삶의 방향 자체를 다시 설계하도록 돕는 여섯 개의 나침반을 소개합니다. 부와 성장, 목표와 사고, 주도권과 지속성이라는 여섯 가지 좌표를 통해 잃어버린 인생의 북극성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나침반은 부(富)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소비에만 매몰된 삶의 현주소를 지적합니다.


저자는 경제적 성공을 논할 때 얼마를 버는가보다 더 중요한 부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는 생산과 소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바퀴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며, 압도적인 다수가 무의식적으로 소비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가 왜 평생 소비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위치를 생산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라는 조언을 넘어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쓰라는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전환을 뜻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할 때 발생하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를 깨뜨리는 최적의 도구가 독서라고 합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 즉 '이웃집 백만장자'의 관점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승자가 될 수 없는 게임에서 빨리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생산자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부의 근본적인 방향임을 일깨워 줍니다.


두 번째 나침반은 성장의 방향을 외부 환경에서 내면의 역량으로 돌립니다. 무심코 낭비하는 감정 쓰레기에 대한 통찰이 인상 깊었습니다. 불평과 짜증 같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고, 결국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을 낮춥니다.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에 내면을 정리하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조율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실천적입니다.


또한, 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수정하도록 이끕니다. 경제적 자유는 수입의 크기가 아니라 지출 규모에 달려 있다는 통찰을 통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관리하는 주도적인 자세가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저자는 스스로 지출을 대폭 줄여 '얼마만 써도 행복할까'라는 기준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는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세 번째 나침반은 목표 설정과 실행에 관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발밑의 작은 돌부리들을 처리하는 '한 번에 한 발'의 철학이 강조합니다. 인생의 장애물은 거대한 산이 아니라,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치기 쉬운 작은 방해물들에서 오니까요. 이 실천에 도움되는 셀프 고립(Self-Isolation)과 시간 압축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네 번째 나침반은 외부의 변화가 아닌 생각의 회로 자체를 리셋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가 반복하는 말이 그대로 뇌의 회로를 만들어 행동과 감정을 결정짓는다는 신경과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 상태 값을 바꾸는 것이 인생 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뇌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하루는 총 86,400초입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은 ‘교환’의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중략) 그래서 결심이 무너졌을 때는 무너짐을 복구할 행동을 미리 짜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새벽 기상에 실패했다면 자책과 비난에 사로잡히는 대신 “저녁에 20분 산책하자”라고 전환하는 것이죠." - p188


다섯 번째 나침반은 자기 주도적인 삶, 즉 자신을 경영하는 기쁨을 되찾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생각 없이 살면 남이 짜준 인생을 살게 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지 말고, 자기 자비를 베풀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일은 타인의 시선이나 비교 대신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선택하고, 내면의 단단한 보호자인 자기 자비를 통해 결단을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궁극적인 방법입니다.


마지막 나침반은 모든 자기계발의 종착역이자, 가장 중요한 철학인 지속성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기계발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타인의 위대한 말조차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커스터마이징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나라는 사람, 지금 내 상황에 맞춰 그 내용을 재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 즉 내 삶과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깨달음이자 성장이라는 통찰을 안겨줍니다.




하와이 대저택 저자는 욕망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며, 의지는 그 욕망이 넘쳐흐를 때 탄생하는 가장 진정한 인간의 활동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살아 있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은 다릅니다. 이 책은 깨어 있으려는 의지가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임을 짚어줍니다. 하와이 대저택의 편지, 성찰의 대화, 필사 문장 & 실천 질문까지 밤의 고요 속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묻고 싶은 이들에게 『밤과 나침반』은 단단한 빛이 되어줄 겁니다.


목표는 있지만 실행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방향이 정해지면 불안은 줄어들고, 삶의 자율성이 회복됩니다. 오늘 단 1도만 바꾸면, 내일의 지평선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 『밤과 나침반』. 목표는 크게, 실행은 작게. 작은 한 걸음이 북극성을 향하게 한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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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 우리 몸의 관제탑, 호르몬 관리로 10년 젊어지는 루틴
안철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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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교수이자 국내 최고 호르몬 전문의 안철우 의사 선생님의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매일 만나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노화란 결국 호르몬 변화의 기록이라는 관점을 들려줍니다.


인간의 생애 흐름을 호르몬의 상승·정점·쇠퇴라는 파동으로 읽어냅니다. 특히 노화를 유전적 운명이 아니라 일상적 선택의 결과로 규정하며, 하루 15분이라는 작은 단위가 어떻게 장기적 생물학적 변화를 이끄는지 풀어냅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는 완만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계단을 내려가듯 급격히 진행된다고 합니다. 체력과 감정, 면역력, 수면의 질이 갑자기 무너지는 지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특히 40대와 60대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시점에서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가 가속노화의 방아쇠를 당긴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나이라도 누구는 저속노화를, 누구는 가속노화를 경험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병(질병으로 발전하기 직전의 상태)이 가속노화를 촉발한다고 합니다.





호르몬 불균형은 미병을 불러오는 대표적 원인입니다. 당뇨, 고지혈증, 만성피로 등 현대인의 광범위한 증상이 사실상 호르몬 언어라고 분석합니다. 노화가 빨라지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방치하면, 신체는 가속노화의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겁니다.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에는 자신의 호르몬 상태를 직접 진단할 수 있도록 OX 퀴즈와 자가 진단표가 있습니다.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세로토닌, 옥시토신, 인슐린 다섯 가지 핵심 호르몬 중 어떤 것이 부족한지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맞춤형 루틴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흔히 수면 호르몬으로만 알려졌지만, 저자는 멜라토닌이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 속도 자체를 조절한다고 짚어줍니다. 더 놀라운 건 멜라토닌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밤에 분비되어야 할 멜라토닌이 낮에 높게 나타나면 치매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성장호르몬에 대한 통념도 깨집니다. 성장기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호르몬이 아니라, 노년기까지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스트레스, 치매, 기분까지 결국 모든 길은 호르몬으로 향합니다. 세로토닌은 어떨까요? 수다 중에 느끼는 즐거움은 웃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체로 심박수와 폐활량을 높여 운동과 유사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신체적 변화는 세로토닌 분비를 더욱 활성화시킵니다. 사회적 관계와 대화가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큽니다.


도파민은 고령기에 근육·균형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재설정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균형 감각, 신경계 및 반사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도파민이 필수라고 합니다. 파킨슨병이 도파민 감소로 촉발된다는 설명을 들으니 확 와닿습니다. 


비만도 호르몬이 켜고 끕니다.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인슐린 저항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체중 조절의 본질은 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기반의 대사 조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한 블랙푸드 밥상,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밥상, 근육 만드는 단백질 밥상 등 식단과 운동법을 소개합니다.





각 장마다 하루 15분 호르몬 처방전을 소개하는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아침 햇살 명상, 계단 오르기, 음악 감상, 거꾸로 식사법(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 골반 운동, 경락 마사지 등 31가지 방법은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남녀 모두에게 도망칠 수 없는 인생 구간인 갱년기 처방전에서는 15분 루틴으로 멜라토닌 활성화·근력 회복·순환개선·통증 완화를 실천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골반 운동·간단한 경락 마사지·짧은 햇빛 노출 루틴 등 호르몬적 근거가 연결된 방법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 몸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관점으로 호르몬을 관제탑에 비유하며, 신체 곳곳의 기능이 어떻게 유기적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불면증, 갱년기 우울, 대사 증후군, 스트레스성 폭식, 탈모 등의 문제들을 호르몬 균형 붕괴로 설명하고 있어 새로운 실천 지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초판 한정 하루 15분 호르몬 챌린지 노트가 함께 있습니다. 본책에서 실천할 호르몬 레시피를 한 달 동안 실천할 수 있도록 습관 잡기에 좋습니다.


호르몬은 습관으로 길러야 한다는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생활습관을 통해 우리 몸이 스스로 호르몬을 건강하게 분비하도록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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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트 -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제레미 모로 지음, 박재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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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제레미 모로(Jeremie Moreau)의 신작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감각하고, 끝내는 삶의 태도까지 흔들어 놓는 멋진 책입니다.


자연을 그저 배경으로 소비하는 서사가 아니라, 생명과 죽음의 드라마가 서로를 잇고 끊는 거대한 생태적 무대를 보여줍니다.


『알리트』는 서정적이면서도, 잔혹하고, 철학적입니다. 작은 개구리의 삶을 따라가지만, 사실 이 책은 모든 생명에 관한 우주적 메타포입니다.


알리트의 이야기는 어떤 영웅담도, 어떤 낭만적 탄생 서사도 아닙니다. 세상과의 접촉은 폭력적 충돌로 시작됩니다.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레탈리트를 건너던 개구리.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려온 무언가에 치입니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연못에 도착하지만,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나에서 '알리트'가 부화합니다.


생명의 시작이 곧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생명이라는 무게. 알리트는 태어나자마자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이 왜 '알리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본능적으로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면서요. 이 이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까지의 여정이 핵심 서사입니다.


알리트의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경외감으로 가득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작은 연못일지 몰라도, 알리트에게는 광활한 대양입니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자갈밭일지 몰라도, 알리트에게는 험준한 산맥입니다.


알리트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가 만나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입니다. 연어 이오드, 산양 플롱크, 신비로운 고목 악손... 각각의 만남은 알리트에게 삶의 다른 측면을 가르쳐줍니다.


만남들은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가차 없습니다. 모두 생존의 경계에서 알리트를 스쳐 지나갑니다. 자연의 질서는 무감합니다. 알리트는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겨우 살아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모든 경험이 알리트를 세계와 연결하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한 겹씩 쌓아가게 합니다. 그들이 떠난 뒤 남는 감정은 상실보다 전달된 무게입니다. 생명은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수많은 관계와 우연, 희생과 연대 속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알리트는 매번 조금씩 변합니다. 용기를 얻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이 세계의 순환 구조 속에서 어떤 기억을 이어받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이미 모로 작가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이미지로 말합니다. 긴 설명 대신 한 컷의 그림이, 장황한 대화 대신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그래픽 노블의 힘입니다.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냅니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알리트가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레탈리트를 건너려 합니다. 긴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이 바로 생명의 순환입니다. 끝은 곧 시작이고, 죽음은 곧 탄생입니다.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돌보다가 물가에 알을 떼어내는 수컷 산파개구리의 삶. 다음 세대의 생명을 품고 이동하며 생명을 다시 잇는 순환의 산파 역할을 수행합니다. 검은 선이 끊어놓은 자연의 흐름을 알리트가 직접 자신의 몸으로 이어 붙입니다.


길가에 핀 들꽃 하나, 물웅덩이에 사는 작은 생명체 하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들 각각이 알리트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직선이 세상을 가르더라도, 원은 멈추지 않습니다. 자연의 힘입니다. 모로의 시각 언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과 직선의 대조입니다. 그의 자연은 부드러운 원과 곡선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생명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원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검은 직선이 등장합니다. '레탈리트'라는 이름의 이 직선은 둥근 세상을 날카롭게 가릅니다. 원과 직선의 시각적 대비는 자연을 향한 인간 문명의 폭력을 상징합니다. 그 선 위에서 수많은 생명이 스러집니다. 육중한 기계가 내뿜는 굉음과 속도 앞에서 자연은 너무나 무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알리트』는 자연을 패배자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이 단절된 틈을 또 다른 생명으로 채우며 끊어진 세상을 잇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알리트가 결국 그 검은 선을 스스로 넘어야 한다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담대함을 목격합니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작은 생명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찬가이자, 자연의 회복력을 증언하는 기록이며, 모든 존재의 연결성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를 상기시키는 아름다운 서사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알리트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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