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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 프랑켄슈타인에서 현대 신경기술까지, 뇌과학으로 만나는 신경윤리의 질문들
김명호.류영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침마다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 집중력을 높이려고 챙겨 먹는 영양제, 그리고 시험 기간이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내 머릿속에 능률 100%짜리 칩을 이식하면 좋겠다는 농담까지. 이 모든 행동의 뿌리 깊은 곳에는 하나의 열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나의 인지 능력과 상태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사이언스 그래픽노블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이 오래된 욕망의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신 테크놀로지 기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왜곡과 광기, 그리고 마침내 우리 턱 밑에 도달한 신경윤리의 질문들을 건넵니다.
18세기 유럽의 실험실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갈바니가 개구리 다리에 전극을 대자 찌릿하게 경련하던 순간부터, 죽은 시체에 전기를 통하게 해 생명을 부여하려 했던 섬뜩한 호기심까지. 당시 사람들에게 전기는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닌, 생명력 그 자체이자 마법이었습니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 시대의 전기 열풍이 낳은 유산이기도 했습니다.
200년 전 그 기괴했던 생명 창조의 열망은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죽은 자를 살아나게 하려던 전극은 이제 뇌 깊숙한 곳에 침투해 우울증과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DBS)로 변모했고, 생각을 읽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로 진화했습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오싹한 지적 여정을 이끄는 두 탐험가. 글과 그림을 맡은 김명호 작가는 뒤늦게 과학의 매력에 눈을 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입니다. 딱딱하고 난해한 생명공학과 의학사를 다이내믹하게 시각화합니다.
류영준 교수는 국내 신경윤리학 분야를 개척한 독보적인 인문학자이자 현직 병리과 전문의입니다. 서울대에서 의학 역사와 생명윤리로 박사학위를 받고 강원대병원에서 뇌 부검과 진단을 담당하는 그는, 인문학과 뇌신경과학을 융합한 XYZ축 접근법을 개발해 해마다 다학제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책 초반에서 깊이 있게 다뤄지는 전환점은 신경가소성의 발견입니다. 과거 인류는 성인의 뇌가 한번 완성되고 나면 결코 변하지 않는 단단한 돌멩이 같은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그것으로 끝이며, 인간의 정신적 한계는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신경과학은 이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경험하고, 학습하고, 자극을 받는 바에 따라 신경 회로가 끊임없이 연결을 새로 맺고 재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뇌는 정지된 하드웨어가 아니라, 마치 진흙처럼 말랑말랑하게 형태를 바꾸는 가변적 장기였습니다.
신경가소성의 증명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뇌졸중 환자가 재활을 통해 잃어버린 운동 능력을 되찾고,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근거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곧바로 양날의 검으로 변했습니다.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명제는 곧 외부에서 기술적으로 뇌를 조작하여 능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욕망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다루는 날카로운 주제는 치료와 향상의 모호해진 경계입니다. ADHD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 명문대 도서관과 시험 기간의 대학가에서 공부 잘하는 약이나 스마트 약으로 둔갑하여 거래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의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가변적으로 변합니다. 운동선수가 경두개 직류 자극(tDCS) 장치를 헤드폰처럼 쓰고 미세한 전기 자극을 뇌의 운동 영역에 가해 순발력을 극대화한다면, 이것은 과학적 훈련일까요, 아니면 '뇌 도핑'일까요? 몸에 약물을 넣는 것은 불법이지만, 뇌에 정밀한 전기 자극을 가해 뉴런의 발화율을 높이는 것은 합법일까요?
의족을 차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사례는 신체 확장이 가져온 윤리적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다리를 대신하기 위해 만든 탄소섬유 의족이, 시간이 지나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 생물학적 다리 이상의 효율을 내기 시작했을 때, 이는 장애 극복일까요 아니면 비장애인에 대한 불공정한 기술적 우위일까요?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넓혀줄 때, 우리가 직면하는 진짜 질문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만약 인지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주는 뇌 자극 장치나 BCI 칩이 대중화된다고 했을 때, 이 기술이 오직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유한 계층에게만 독점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의 경제적 불평등은 교육이나 환경의 차이에 머물렀지만, 미래의 불평등은 생물학적 뇌 성능의 격차라는 비극으로 고착화될 겁니다.
18세기의 전기 실험과 현대의 신경기술 사이에 놓인 긴 시간이 한눈에 연결됩니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제목의 핵심 단어가 '사람들'입니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과학자만이 아닙니다. 더 집중하고 싶고, 더 오래 기억하고 싶고, 더 건강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우리 모두가 잠재적으로 그 대열에 들어갑니다.
전기 자극으로 개구리 다리를 움직이던 단순한 호기심이 현대의 뇌 조작 기술로 발전한 지금, 우리 사회는 이 도구를 통제할 윤리적 철학과 제도적 안전장치를 준비해 두었는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