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이기는 글쓰기 - 마케터, 크리에이터, 에디터,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모두를 위한
신익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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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목도, 목차도 딱 저자가 가르치는 방식 그대로 지어져 있습니다. '도파민 필력 1초식', '죽은 콘텐츠를 살리는 인공호흡기', '악성 숫자는 무조건 피하라' 같은 표현들이 본능적으로 손이 가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책 스스로가 자기 이론의 실증인 셈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감을 주는 영리한 책입니다. 목차만 훑어봐도 읽어보고 싶은 게 몇 개씩 걸리니까 완독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완벽한 문장을 찍어내는 AI의 시대, 인간이 살아남을 유일한 무기는 뇌를 즉각적으로 마비시키는 클릭의 설계도뿐임을 증명하는 책 『챗GPT를 이기는 글쓰기』.


저자 신익수는 10년 차 베테랑 기자인 동시에 네이버 여행+를 운영하며 7억 클릭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만들어낸 클릭의 마술사입니다. 챗GPT가 매끄러운 문장을 찍어낼 수는 있어도, 인간의 말초적인 본능을 건드려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도파민적 자극은 흉내 낼 수 없다고 합니다. 호모 도파민스 시대, 새로운 문해력을 장착하게 도와주는 책을 만나봅니다.





우리는 이제 읽는 시대가 아니라 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0.017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뇌가 도파민 신호를 보내면, 생각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클릭을 누르거나 스크롤을 멈춥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확신 착각에서의 탈피입니다. 내용이 좋으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플랫폼 생태계에서 가장 위험한 오만이라고 말이죠.


어휘력, 문장력, 구성력을 다루는 기존 글쓰기론은 잘 쓰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챗GPT를 이기는 글쓰기』는 잘 쓰는 것보다 먼저 클릭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클릭되지 않으면 그 글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챗GPT는 완벽합니다. 문법도 정확하고 문장도 유려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완벽함이 약점입니다. 저자는 도파민 필력의 핵심으로 클릭력을 꼽으며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WSJ(월스트리트저널) 공식, SHORT의 법칙 등을 소개합니다.


저자가 체계화한 도파민 글쓰기 5형식은 이 책의 핵심입니다. 5형식을 외우고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제목과 본문의 뼈대를 빠르게 세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콘텐츠 속성에 어떤 형식을 매핑할 것인지 판단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플랫폼에서 글의 운명은 본문이 아니라 썸네일과 제목에서 결정됩니다. 썸네일 텍스트는 3글자면 멈추고, 5글자면 이해하고, 7글자면 떠난다는 3-7 룰 법칙이 있습니다. 뇌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계산한 수치입니다. 썸네일은 읽히는 문장이 아니라 보이는 무기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제목 설계하는 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짚어줍니다. 저자는 본인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자청, 대도서관, 호갱구조대 등 현시대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하는 비법을 분석해 공유합니다.


오프닝 전략에서는 골든 타임 30초 룰이 핵심입니다. 유튜브든 블로그든 콘텐츠의 첫 30초, 첫 문단이 체류시간 전체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클릭 유지력을 높이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소개합니다. 죽은 콘텐츠도 제목의 길이와 키워드 조합만 바꿔도 기사회생할 수 있음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영향력과 수익입니다. 저자는 강출교조(강의-출판-교육-조언/컨설팅)라는 퍼스널 브랜딩 사이클을 소개합니다.


클릭을 유발하는 것은 매끄러운 서사가 아니라 갈등과 반전 그리고 해결의 극적 낙차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전략, 상세페이지 6법칙까지 플랫폼별 맞춤 공식이 빠짐없이 담겨 있습니다.


선택받는 글이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권한은 여전히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간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자는 챗GPT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프롬프트 명령 6계명을 통해 AI의 결과물을 인간의 온기가 담긴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법도 알려줍니다.


마케터, 1인 브랜드 운영자, 상세페이지를 다루는 쇼핑몰 운영자, 글로 수익을 만들고 싶은 에디터 등 크리에이터들이 바로 쓸 수 있는 실용 도구로 가득합니다. 클릭력이 생존력인 시대에 '선택받는 법'을 알려주는 『챗GPT를 이기는 글쓰기』. AI 시대 생존 글쓰기의 새 공식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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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나카모토 - 비트코인의 창시자
벤저민 윌리스 지음, 이재득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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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거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친 한 권의 압도적인 논픽션, 벤저민 월리스의 신작 『미스터 나카모토』.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지만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한 남자의 뒤를 15년 동안 밟았습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1년 봄, 짧은 메일 한 통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가 채굴한 110만 개의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로 약 150조 원에 달하지만, 십수 년째 단 0.1개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이 막대한 부와 명예를 앞에 두고 자아를 지워버릴 수 있는가?"라는 의문 속에서 시작된 『미스터 나카모토』.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뒤에 숨어 있는 유령과 그 유령의 실체를 밝혀내려는 열기는 세계적으로 대단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는 과정은 인간의 광기와 집착이 빚어낸 한 편의 지독한 하드보일드 소설처럼 다가옵니다.





2008년 핼러윈, 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백서가 올라왔을 때 이를 주목한 사람은 극소수의 암호학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문서는 은행이라는 중앙 권력 없이도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적 알고리즘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선전포고였습니다. 저자는 신뢰의 주체를 기관에서 수학으로 옮겨온 사토시 나카모토의 철학적 배경을 심층적으로 추적합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저자가 주목한 건 사이퍼펑크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암호 기술을 무기로 삼은 전사들이었습니다. 닉 사보, 웨이 다이, 아담 백 같은 초기 거물들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유력한 후보인 동시에 그의 철학을 공유하는 동료들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들의 언어 습관을 분석하는 문체 감식 기법을 도입해 범죄 수사관처럼 이들의 행적을 대조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추적 방식에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인터뷰를 하는 수준을 넘어, 문체 분석(스타일로메트리), 코드 패턴 분석 등 과학적 방법론을 적극 활용합니다. 특정 이메일에서 사용된 단어 선택, 문장 구조, 심지어 문장부호의 습관까지 분석해 동일 인물 여부를 추정합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코미디와 비극이 교차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뉴스위크>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은퇴한 기술자 도리언 사토시 나카모토를 창시자로 지목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벌어진 추격전은 사토시라는 유령에 홀린 현대 미디어의 촌극을 상징합니다.


스스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크레이그 라이트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자는 크레이그의 주장을 해부하며 진실의 파편을 걸러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최초의 비트코인을 전송받은 인물이자, 루게릭병과 싸우다 자신의 시신을 냉동 보존한 비운의 천재 할 피니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나카모토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중증 환자의 집을 급습한 경찰의 만행은 국가 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화폐에 대해 느끼는 공포와 적개심을 투영합니다. 할 피니는 사토시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끝내 침묵을 지킨 채 차가운 질소 탱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자는 여러 가설 중 가장 간단한 것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는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적용합니다. 나카모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많은 용의자를 걸러냅니다. 사용 소프트웨어, 코딩 습관, 나이, 소재지, 영어 사용 능력... 벤저민 월리스는 15년의 세월을 통해 사토시가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일 가능성 혹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평범한 누군가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 왜 나카모토가 아닐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역설적 논거를 펼치며 미궁 속으로 다시 밀어 넣기도 하지만요. 재밌는 점은 사람 한 명을 찾는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본질과 역사를 인문학적인 서사로 만나게 된다는 겁니다.


『미스터 나카모토』는 벤저민 월리스의 집요한 탐사 저널리즘이 빛을 발하는 수작입니다. 1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주는 자극보다, 그 숫자를 포기하고 익명성 뒤에 숨은 인간의 의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누가 나카모토인가를 밝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왜 그를 알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신뢰를 코드로 대체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창시자를 찾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이야기와 상징에 의존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중앙화된 권력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한 천재의 도발, 그리고 그를 쫓는 수많은 광인과 탐정들의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보다 더 짜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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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 - 108개의 짧으나 깊은 이야기와 60개의 가슴에 새겨지는 말들
김정빈 지음 / 새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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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요즘 우리는 긴 글보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합니다. 이 책은 그 익숙함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방향을 비틀어 놓습니다. 짧은 콘텐츠는 소비되고 사라지지만, 이 책의 짧은 이야기는 오히려 오래 머뭅니다. 밀도의 문제입니다.


도파민 중독 시대에 김정빈 작가의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는 정신적 해독제이자,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인문학적 스탠드업입니다.


저자 김정빈은 밀리언셀러 소설 『단(丹)』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의 글 네 편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장의 신뢰도는 검증된 셈입니다.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에서 동서양의 고전, 역사, 철학을 오가며 108가지의 이야기를 길어 올렸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내용뿐만 아니라 읽는 방식까지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책 커버는 북 스탠드 형태로 변신합니다. 북스탠드 일체형 커버입니다. 커버를 접어 세우는 것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작은 독서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책을 세워두고 읽는 행위는 시선을 바꾸고, 자세를 바꾸고, 결국 사고의 방향까지 바꿉니다.


본 책도 얇고 가볍습니다. 손에 쥐고 읽기에도 편합니다. 짧은 글 구조 덕분에 언제든 책을 펼칠 수 있어 읽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책상 위에 세워두고 생활하다 보니 "오늘 읽어야지" 하고 작정하지 않아도, 책상에 다시 앉는 순간 시선이 자연스럽게 펼쳐진 페이지로 향했고, 어느새 한 페이지를 눈에 담고 있었습니다.


읽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 독서를 만들어낸 겁니다. 삶을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무엇이 시선 안에 놓여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 책을 세워두는 그 작은 선택이, 스마트폰 대신 한 줄의 지혜를 선택하는 시간을 선사한 셈입니다.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에 실린 이야기 108편은 농축된 에스프레소 같습니다.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쉽게 휘발되지 않습니다. 시간을 깊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의미가 와닿습니다.


각 이야기 뒤에 붙는 저자의 해설 덕분입니다. 동서양의 역사적 인물과 고전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의 맥락을 짚어줍니다. 이야기 하나를 여러 시대와 문화권의 사유로 겹쳐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 덕분에, 단순히 옛이야기를 읽은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보는 새로운 각도를 하나 더 갖게 됩니다.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드는 비결이 결국 이 해설의 밀도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데일 카네기의 일화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꿔 자신의 삶에서 반복되는 고민들을 다시 점검하게 만듭니다. 흐릿해진 현재를 다시 또렷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도록 조언하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한신이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아낸 이야기, 사마천이 거세형이라는 극한의 굴욕 속에서도 『사기』를 완성해낸 이야기는 「발분, 또는 치열한 받아침」 챕터와 연결됩니다. 신기하게도 참으라고 설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욕을 연료 삼아 더 멀리 가는 인간의 내면 동력을 조명합니다. 억울함이 에너지가 되는 순간, 발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황희 정승 일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 노비가 서로 잘못을 다투자 황희는 첫 번째 노비에게도 "네가 옳다", 두 번째 노비에게도 "너도 옳다"라고 합니다. 황희의 부인이 "그럼 대체 누가 옳냐"고 묻자 황희는 "당신 말도 옳소."라고 하지요. 이 에피소드는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여러 입장을 동시에 조망할 줄 아는 상위 인격의 언어로 해석합니다.


문후가 임좌에게 "나는 어떤 임금인가"라고 묻자 임좌는 "인군이 아니십니다"라고 직언했습니다. 이에 문후가 당혹해하자 나중에 책황이 '임금이 어질면 신하는 곧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임좌의 직언이 오히려 군주의 어짊을 증명한다는 역설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착하게 살아라는 결론을 선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덕과 생존이 맞부딪히는 현실의 긴장을 인정하면서, 그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설 것인지를 묻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탈레스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걷다가 구덩이에 빠지자 하인이 비웃는 장면이 있습니다. "발밑도 보지 못하면서 하늘의 이치를 알려 하다니 참 어리석군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탈레스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올리브 압착기 독점으로 큰 부를 이루고, 공학적 도강 설계를 해주고, 피라미드 높이를 기하학으로 측정한 현실형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구덩이에 빠진 것은 별(이상)을 바라본 탓이 아니라, 그 순간 발밑(현실)을 잊은 탓입니다.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환경에서는 현실 감각이 과도하게 강조되기 쉽습니다. 저자는 "별을 바라보되 발밑을 살피자. 발밑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별 바라보기를 잊지 말자."라며 이상과 현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무언가 읽고 싶지만 긴 텍스트에 부담을 느낀다면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를 만나보세요. 짧은 이야기로 '느끼게' 만듭니다. 리더십과 인간관계의 원리를 이야기 형식으로 접하는 즐거움과 함께 어느 챕터에서 펼쳐도 각각 완결되어 읽는 맛이 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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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의 인문학 사전 - 서양 철학사를 한 눈에 파악하는
이서영 지음 / 솔아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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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5권의 인문 서적을 펴내며 최고경영자과정부터 영재교육원, 대학원까지 넘나든 이서영 작가의 신작 『블루노트의 인문학 사전』.


저자는 용어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용어가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블루노트의 인문학 사전』은 철학자와 개념 → 쉬운 언어로 풀기 → 관련 도서 안내의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지식-삶-독서로 연결됩니다. 읽어 나가다 보면 이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부 고대철학 편의 시작은 플라톤의 이데아입니다. 이데아는 서양 철학의 DNA이자, 이후 등장하는 모든 철학자들이 찬성하거나 반박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원점입니다.


"우리가 보고 만지는 이 세계가 정말 전부일까?" 플라톤이 던진 이 질문은 꽃이 시들어도 우리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데아는 변하지 않는 완전한 형식이며, 현실은 그것의 불완전한 복사본입니다.


저자는 이 개념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나는 그럴듯한 성공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진짜 나의 이데아를 향해 가고 있는가? 철학적 물음이 자기 점검의 도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챕터에서는 목적론과 중용이 짝을 이룹니다. 스승이 하늘을 올려다볼 때 제자는 땅을 내려다봤습니다. "의미는 사물 안에 이미 깃들어 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답은, 이상 세계가 아닌 이 현실 속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선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유전, 에피쿠로스의 쾌락 윤리, 스토아학파의 아모르 파티까지. 서양 철학의 뿌리를 계보 순으로 훑되, 각 개념마다 오늘의 질문을 달아 줍니다.





2부는 니체의 위버멘쉬에서 시작해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으로 마무리합니다. 근대 철학의 핵심 키워드들이 집결한 파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두 번의 삶을 산 철학자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언어의 완벽한 논리 구조를 찾으려 했고, 말년에 이르러서는 그 꿈이 착각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유명한 문장은 초기 비트겐슈타인의 선언입니다.


그러나 후기의 그는 방향을 완전히 바꿉니다. 언어는 수학 공식이 아니라 삶의 놀이라는 것, 이것이 언어게임(Language game) 개념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오늘의 물음을 꺼냅니다. "같은 단어를 쓰며 전혀 다른 뜻을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커플 사이의 다툼, 직장 내 갈등, 세대 간 충돌의 상당수가 사실은 언어게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원형 감옥이라는 18세기 건축 개념이 어떻게 현대 사회 전반의 감시 구조로 확장되는지를 추적합니다. CCTV, SNS 알고리즘, 성과 평가 시스템 등 우리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가정 아래 스스로를 통제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판옵티콘은 더 이상 건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3부는 심리학 파트로 프로이트의 무의식에서 에릭 번의 교류 분석까지 8명의 심리학자가 등장합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두 체계 사고가 인상 깊었습니다.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인간이 합리적 존재라는 신화를 실험으로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체계 1은 빠르고 자동적인 직관, 체계 2는 느리고 노력하는 이성. 일상의 대부분은 체계 1이 처리하지만, 문제는 그 직관이 종종 착각이라는 것입니다. 화증 편향, 손실 회피, 닻 내림 효과 등 내 판단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마지막 파트는 소쉬르의 기표와 기의에서 맥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까지, 사회·언어 구조 속에서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모았습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란 우리가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계급과 환경 속에서 몸에 새겨진 취향과 반응 방식을 말합니다. 말투와 표정, 음식 취향, 옷차림, 공부와 여가 방식 등 이것들이 가정과 학교, 계급 속에서 천천히 새겨집니다. 그래서 불평등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겁니다. 특히 문화 자본이 고급 취향과 세련됨의 증거로 작동할 때, 그것이 상징 폭력이 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불편하면서 정직합니다. "내 취향은 정말 나의 것인가? 노력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구조는 무엇인가?" 이 챕터는 자기계발의 언어로 덮인 구조적 불평등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서영 작가는 용어를 안다고 인생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지만, 단어 하나가 생기면 세계를 바라보는 창문이 하나 더 생긴다고 이야기합니다. 창문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덜 갇히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고 말이죠.





『블루노트의 인문학 사전』은 인문학 용어를 지적 장식품이 아니라 생존 도구로 활용합니다. 생각이 막힐 때, 관계가 어지러울 때, 불안한 시대 앞에 설 때 이 사전의 단어들은 멈춰 서서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를 줍니다. 플라톤의 동굴을 알면 내가 지금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묻게 되고, 아비투스를 알면 내 욕망의 출처를 추적하게 됩니다. 단어가 시선을 바꾸고, 바뀐 시선이 삶의 방식을 조금씩 움직입니다.


저자는 길잡이를 자처하되 정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32개 개념 중 어느 하나라도 자신의 삶에 들어와 새로운 문장이 된다면, 이 사전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겠지요.


플라톤에서 맥루언까지 32개의 개념마다 연결된 관련 서적을 징검다리처럼 이어 놓아 더 깊고 넓은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고전을 읽고 싶지만 난해한 원서 앞에서 멈칫했던 이들에게 최적의 진입로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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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 들기로 했다
신은경 지음 / 샘터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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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KBS 9시 뉴스를 책임졌던 신은경의 신작 『나는 이렇게 나이 들기로 했다』. 이제는 카메라 앞이 아닌 인생의 해 질 녘 서재에서 말을 건넵니다. 


70대를 목전에 둔 한 지성인이 노화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어떻게 하면 비루하지 않게, 어떻게 하면 명랑하고 기품 있게 삶의 속도를 줄여나갈 것인가를 고민한 기록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말하는 갓생이 노년 버전으로 구현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의 작은 성실함을 통해 노년의 존엄을 구축해 나갑니다.


나이가 들면 무언가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근력, 시력, 사회적 지위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작가는 상실이 아닌 수용의 관점으로 전환합니다. 


"제 얼굴에 주름 지우지 말아주세요. 이거 만드는 데 꽤 오래 걸렸거든요."라며 거울 앞에 선 자신의 주름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노화를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온 훈장으로 만듭니다. 인위적인 보정으로 과거의 나를 붙잡아두기보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이 기품 있는 삶의 시작입니다.


더불어 잘난 척하지 마라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젊은 날의 화려한 경력은 뒤로하고, 이제는 자신을 향한 정직한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노년이 되면 약점을 비난하기보다 세상의 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느슨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함을 일깨워줍니다.


거창한 행운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온전히 내 힘으로 살아낼 수 있다는 '지천에 널린 행복'에 주목합니다. 속도전의 세계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속 주행의 즐거움을 깨달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평온함입니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정신적 방어기제로서의 건강을 이야기합니다. 스트레스 받을 업무도, 부담도, 그럴 이유도 없다라며 적극적인 마음의 재구성을 합니다.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이, 이제는 지극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스스로를 세뇌(?)하는 성실한 다짐입니다.





통증이 없는 평범한 아침이 얼마나 경이로운 축복인지를 깨닫는 순간, 우리의 삶은 매일이 기적이 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식탁을 차리고 뇌 건강을 위해 슬기로운 방법을 찾는 행동들은, 나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인 셈입니다.


소유에 대한 철학은 저와 비슷해서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작가는 "아끼다 똥 된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좋은 그릇, 아끼는 옷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당장 누려야 합니다. 물욕의 해소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가장 귀하게 대접하라는 메시지입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를 인생의 의미 정리와 연결합니다. 소중한 것은 아끼지 말고 잘 써야겠다고 다짐하면서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 나눔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물건은 남기지 말자고 말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아직 한짐 가득이지만, 노년 시기의 정리 기준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정리는 나를 위한 존엄인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를 매듭짓는 가장 다정한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품격과 삶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9시 뉴스 앵커로서 평생 정제된 말을 해왔던 그는 따뜻한 손길 같은 말의 중요성을 짚어줍니다. 아름다운 단어의 힘은 절대 가볍지 않다고 말이죠. 





젊은 시절 우리는 무언가를 끈기 있게 성취해내는 그릿(Grit)에 빠져삽니다. 하지만 노년의 작가는 이제 적절한 때에 줄을 놓아버리는 큇(Quit)의 지혜를 말합니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단계로 진입하는 자연스러운 이행임을 긍정하는 것입니다.


매일 책 두 페이지를 읽고 세 페이지를 쓰는 사소한 성실함이 쌓여 위대한 삶을 만든다는 그의 믿음은, 깨지고 부서져도 회복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희망으로 나아갑니다.


신은경 작가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기로 했다』를 통해 나이 듦이 결코 시들어가는 과정이 아님을 들려줍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욕심을 걷어내고 가장 순수한 본질만을 남기는 정제 과정에 가깝습니다. 


맑고 단정한 글이 마음을 다독입니다. 다가올 시간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후반전이 얼마나 명랑하고 기품 있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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