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하는 삶
최문정 지음 / 컴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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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으로 위로받는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게 느낀 시간. <식물하는 삶>을 읽는 내내 쉼이라는 여유를 선물 받았습니다. 반려식물 전성시대를 맞아 홈가드닝에 꽂힌 분들 많으실 거예요.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화분이 생겼는데 은근 신경 쓰이더라고요. 첫날은 풀 죽어 있던 잎사귀가 다음날부터 점차 생기를 찾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매일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저는 식물은 손수 관리하기보다는 순수하게 보기만 하는 쪽이 더 취향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식물하는 삶>의 식물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정말 맘에 드는 식재 디자인을 만나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는 것을요.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기억을 간직하고자 아버지의 성함과 '편안하게 걷다'라는 뜻을 가진 彵 글자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오이타 (oita). 식물 디자이너 최문정 저자가 북촌 계동에서 운영하는 식물 스튜디오의 이름입니다. 유행 식물보다는 오이타 만의 특별한 감성이 담긴 식물들을 보며 저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제 취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식물하는 삶>에는 화려함은 없지만 잔잔한 생기가 듬뿍 담긴 식물, 왜소한 듯 보여도 단단한 기운이 풍기는 식물의 적재적소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식물에게도 각자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있더라고요.


"식물도 담백한 식재를 하여 보는 이가 꿈꾸는 자연이 떠오르는 상상의 여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책 속에서


오이타의 식물은 먹의 농담을 조절해 표현하는 수묵화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이쯤 되면 수묵화도 취미 생활로 끌어오고 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북촌이라는 고즈넉한 배경,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수묵화 그리고 편안함을 주는 식물 삼박자가 어쩜 이리 어우러지는지요.


식물을 선택할 때 지금 내 심리 상태를 곰곰이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호흡이 느린 삶을 원한다면 식물의 줄기나 가지가 옆으로 뻗는 흐름을 선택하면 좋고, 무언가에 열중해 박차를 가하는 삶의 단계에서는 위로 곧게 솟는 흐름의 식물을 들이면 좋다고 해요. 때때로 쉼이 필요한 삶의 단계에서는 자유로운 흐름을 가진 식물의 유연함이 와닿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유독 끌리는 형태의 식물을 생각해 보니 저에게는 잠시 멈춤 혹은 휴식이 필요해서 그 식물에게 더욱 끌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식물하는 삶>에는 이처럼 식물 선택에서부터 관리까지 매뉴얼에는 없지만 꼭 필요한 조언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매번 어렵게 느껴지는 물 주기 팁도 저자의 이야기는 이해가 쏙쏙 잘 되더라고요.


화분의 높낮이를 칭하는 운두에 따라 분식, 분재, 분경으로 나뉜다는 것도 이번에 제대로 구분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모습을 화분 속에 담는 분경은 테라리움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도 딱이어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미완의 묘목, 돌, 이끼, 모래... 작은 자연을 만나는 매력이 참 좋습니다.


어딘가 부족해 보여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띄는 식물을 대하는 저자의 여유로운 마음이 전달됩니다. 소박한 정취를 풍기는 식물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제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오이타만의 식재 디자인, 무척 매력적이네요.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며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록한 에세이 <식물하는 삶>. 보는 이에게도 여유를 안겨줍니다. 식물과는 인연이 없었던 이들도 반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이 있죠. 식물을 놓은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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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 - 자신을 죽이지 말고 무기로 삼아라!
세토 카즈노부 지음, 신찬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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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인생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 사람은 그 일을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기에 그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누구나 스스로 빛나는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잠재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족한 걸 개선하려고 노력하느라 성취 욕구가 방해받습니다. 비효율적인 곳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거죠. 왜 우리는 못하는 일에 집착하는 걸까요.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환경을 접한 후, 갤럽사의 갤럽 인정 스트렝스 코치 자격을 취득하고 직장의 관리자로서 구성원들의 강점을 극대화한 팀 운영을 실천하고 있는 세토 카즈노부 저자는 강점과 약점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알려줍니다.


약점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보완, 도움받기라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전시킨 강점을 내 삶을 위한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성공을 향한 길은 자신의 무기를 최대한 투여하고, 여기에 남들의 무기까지 지원받으면서 함께 구축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 책 속에서


강점이란 뭘까요. 잠재 능력이 발전하여 형성됩니다. 잠재 능력이란 말에서처럼 잘 드러나지 않은 재능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미처 깨닫지 못한 재능을 찾아서 강점으로 키우는 데 활용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국 상위 500개 기업의 90%가 활용하는 클리프턴 스트렝스 테스트는 잠재 능력 찾는 데 활용하기 좋다고 합니다. MBTI 같은 진단 툴을 들어봤다면 함께 활용해도 좋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을까요. 솔직히 착각에 불과한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미국 심리학자 타샤 유리크는 자기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95%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기인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0~15%만이 올바르게 자기인식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열에 아홉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기인식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에서 말하는 자기인식은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진짜 자신의 모습입니다.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건 자기다움을 뜻합니다. '뭐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신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과 소신, 실력에 맞는 일을 해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전 이런 일에 소질이 있습니다.'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개인적인 특성인 잠재 능력을 인지하는 것이 끝일까요. 강점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근육이 단련되듯 인생을 살아가는 무기로 삼을 수 있게 발전합니다. 사실 이런 자기 계발 투자에는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지요. 유효한 곳에 제대로 투자한다면 그 가치는 빛날 겁니다.


평생 내가 뭘 원하고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른 채 보내긴 싫습니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야겠어요. 이직 상황을 통해 잠재 능력 발견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재능은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는 일과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해 내는 것에 숨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걸 벗어나는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날 수 있다고 해요. 누구의 어떤 행동에 화가 나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울컥하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니 사소한 일상의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고맙다,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포인트도 내 잠재 능력입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면 그 지점이 바로 나의 약점이라고 합니다. 내가 못하는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준 때일지도 모릅니다. 내 감정과 행동을 분석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내용이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꾸려가면서 행하는 모든 행동에 자신의 잠재 능력이 숨어있다." - 책 속에서


내 잠재 능력을 안다는 것은 나의 성장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일과 일상생활에서 서로 협력해야 할 때 각자의 잠재 능력을 파악해 두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겠죠.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가 주는 의미 중 인상 깊은 건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자 식이 아니라 내 강점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내 강점과 타인의 역량이 더해질 때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걸 짚어줍니다. 강점을 활용한 타인에 대한 공헌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습니다.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면, 먼저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된다고 말이죠. 자기인식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살다 보면 게을러집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까지 짚어줍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피드백이라면 반드시 검토해봐야 합니다. 내 능력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흔들림 없이 정직하게 자기다움을 일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리더로서 강점 교환이 잘 이뤄져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면, 부모로서 만족도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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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특별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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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완벽한 짝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DNA 매치 시스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더 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저는 영상으로 먼저 접했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좀 밋밋하더라고요. 드라마는 인물이나 사건이 변형되어 있는데, 제 취향은 원작 소설 쪽입니다. 소설은 스릴러 분위기 제대로 뿜뿜인데다가 다이내믹한 전개가 일품입니다.


영혼의 동반자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DNA 매치는 그야말로 과학의 선물입니다. 사랑의 성공률은 100퍼센트, 실패율은 제로. 서로에게 완벽한 존재를 찾게 되는 거니 필생의 인연을 찾기 위해 허비하지 않게 됩니다.


DNA 매치 시스템에 유전자 정보가 등록된 이들에 한해 이뤄지는 거라 모두가 매치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서 DNA 매치의 부산물인 데이터 어플이 성행하기도 합니다. 아직 매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외로운 사람을 만나려 애씁니다.


매치가 이뤄지면 실연으로 고통받을 일도, 고독에 몸부림칠 일도 없이 행복한 여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DNA 매치는 정말 이로운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 저는 기혼이란 말이지요. 이런 시스템이 성행한다면 내 남편이, 내 아내가 영혼의 짝인지 궁금해질 것 같아요. 매치가 아니라면 진정한 영혼의 짝이 이 세상 어디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 쓰일 것만 같습니다. 특히 삐거덕거릴 땐 더 그런 생각이 들 법 하고요.


소설 <더 원>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과학 기술이 누군가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상상했던 부작용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책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어느 날 매치가 되었다는 소식을 받은 맨디. 남편이 DNA 매치를 찾아 떠난 바람에 결혼이 파탄 난, DNA 매치 시스템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맨디에게 드디어 영혼의 짝이 생긴 겁니다. 매치의 SNS를 들여다보니 자신의 관심사와는 천지 차이여서 의심스럽지만, 여동생들은 모두 DNA 매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기대를 해봅니다.


DNA 매치에서 짝지어준 남자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어서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화 통화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제이드도 있습니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탓에 쉽게 떠날 생각을 못 하며 뭉그적댔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그가 사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약혼 상태인 닉과 샐리의 사연도 흥미진진합니다.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운명의 상대를 찾았는지 궁금해하는 샐리 때문에 둘은 결국 DNA 매치 시스템에 등록하고 결과를 기다립니다.


DNA 매치의 유전자를 발견했던 과학자이자 이 시스템을 상용화한 회사의 대표인 엘리 역시 이번에 DNA 매치가 확인되었다는 메일을 받습니다. 10년 전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해뒀었는데 드디어 완벽한 파트너가 나타난 겁니다. 그동안 엘리의 영향력 때문에 꼬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랑에 넌더리난 상태인 엘리는 이참에 온전한 사랑의 감정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다들 이미 매치가 된 이상 호기심을 누그러뜨리긴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가지 않습니다. 맨디의 매치는 서로 만나기도 전에 사고를 당해 추도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제이드의 매치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약혼 관계였던 닉과 샐리는 영혼의 동반자가 아님이 확인된 데다가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던 닉에게는 남자가 매치된 상황에 이릅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최악의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스릴러의 정점을 찍습니다. 그도 매치가 된 겁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직업이 경찰입니다. 서른 명의 여자를 살인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크리스토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정말 냉혹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매치가 된 경찰 에이미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낯선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저는 크리스토퍼의 에피소드가 가장 흥미롭더라고요. 과연 어떻게 될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섯 팀의 사연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소설 <더 원>. 드라마의 다음 시간에 효과를 톡톡히 내는 끊어치기 신공이 대단한 진행 방식입니다. 서로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커플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깨지게 되고, 가정이 파탄 나기도 하는 온갖 부작용이 있는 과학 기술 DNA 매치. 실제로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유전자를 통해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픈 욕구를 잠재울 수 있을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랑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여정에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라지만 결국 이 일에도 선택과 책임이 동반됩니다. 소설 <더 원>의 다섯 에피소드의 결말 역시 그 책임의 결과물입니다. 놀라운 반전이 이어지는 다섯 에피소드 중에서 유독 끌리는 에피소드가 있을 거예요. 그 지점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이라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엔딩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제법 두툼한 분량인데도 순삭일 정도로 재미만큼은 정말 탁월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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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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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뭘까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이론적인 개념으로서의 정치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성, 정치를 하다>에 등장하는 21명의 여성들은 막연하거나 혹은 식상한 정치를 거부하고 현실과 밀접한 정치를 보여줍니다. 직접 관여하고 행동함으로써 말이죠. 무엇보다도 직업적 정치인 뿐만 아니라 각자 머무는 자신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는데 힘쓰는 장영은 교수는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법률, 행정, 문학, 예술, 교육, 언론, 종교,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바로 정치인인 겁니다. 저자는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 대신,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차별, 멸시, 가난, 고독, 생명의 위협 등을 겪으면서도 왜 그들은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섰을까요.


78651이라는 숫자가 팔에 새겨진 아우슈비츠 생존자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존경받는 위인들이 안장되는 판테온에 안장되었습니다. 시몬 베유는 여성해방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베유 법'이라 부르는 '임신 중단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시몬 베유는 평생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으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위엄을 지켰습니다.


1945년에 출간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의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흔들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이면서도 당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정치 행위 사례를 소개합니다. 명성 드높은 작가가 어떻게 정치적 글쓰기를 예리하게 펼치며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만날 수 있습니다.


케테 콜비츠의 그림은 정말 강렬합니다. 「전쟁은 이제 그만」 (1924) 작품은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몸소 겪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케테 콜비츠.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었고, 반파시즘 연대를 추진하다 히틀러 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독일 예술가입니다.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한 나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야말로 정치의 출발점임을, 기꺼이 예술과 정치를 결합했습니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시민권 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감화해 운동가들과 동고동락했던 인물입니다. 노래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은 실천적 정치를 하다 보니 반항적이며 비주류파 여성으로 호도되기도 했지만, 굳건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여전히 노력합니다.


시각 장애에 국한해 바라봤던 헬렌 켈러의 스토리도 놀랍습니다. 1937년 식민지 조선을 방문해 "교육을 주라!"고 조선 사회를 향해 호소했고, 이후 여성 참정권 획득, 인종 차별 철폐, 아동 노동 폐지 등 사회 현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던 인물입니다. 특별한 장애인으로만 취급하고 싶어 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용기 있는 행동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폭력 생존자에서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미첼 바첼레트, 다큐멘터리 기획자가 된 미셸 오바마, 자신의 말과 글로 정치에 참여한 언론인 팔라치, 타이완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그리스의 민주주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애쓴 유명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등 21명의 여성들이 펼치는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여성, 정치를 하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출간된 책으로, 이 세상 여성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도록 응원합니다. 저마다의 삶에서 전해지는 진한 감동에 푹 빠져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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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쉽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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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국내 최초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 꾸준히 리뉴얼 되고 있는데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덕분에 그동안 못 읽은 책도 다시 한 번 눈길을 끄는 효과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스 크리스의 <살인은 쉽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가 최근 새 옷을 입고 출간되어 저도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살인은 쉽다> 원작소설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을 각색한 줄리아 맥켄지 주연의 마플 시리즈 (Agatha Christie's Marple 2004-2013) 시즌 4에 등장한 에피소드에는 마플도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 역을 맡았습니다.


추리 소설하면 기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후광이 워낙 커서일까요. 한번 출발하면 멈추기 전까진 밀실 효과를 톡톡히 내기에 열차의 매력은 추리소설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차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닙니다.


<살인은 쉽다>는 1939년에 출간된 소설로 Murder is easy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은퇴 경찰 루크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한 살인은 아주 쉽답니다."라고 말이죠. 할머니는 마을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들이 연쇄 살인범의 짓이라며 런던 경시청에 신고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루크는 그 할머니가 런던 경시청에 도착하지 못한 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는 걸 신문에서 발견합니다. 게다가 대화를 하며 언급했던 이름도 며칠 뒤 부고란에서 발견되자 이 사건에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당시 할머니는 다음 번 희생자 역시 누구일지 안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실제로 죽은 겁니다.


그저 기막힌 우연일까요, 할머니가 했던 말이 진실일까요. 그렇게 많이 죽이고도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게 어려울거라 생각되지만, 할머니가 말한대로 살인은 정말 쉬운 걸까요. 루크는 이 사건이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치우드 시골 마을로 향합니다.


감기약과 염색약을 잘못 구분하고 마셔 죽은 에이미, 창문에서 추락사한 토미, 다리에서 추락사한 해리, 패혈증으로 죽은 험블비 박사, 차 사고로 죽은 핀커튼 부인 등 죽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 뿐 살인은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을 남깁니다.


그 마을에 사는 친구 사촌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작전 계획을 짜는 루크.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 둘 만나보며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지금으로치면 범죄심리학자의 프로파일링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한 명 한 명을 용의선상에 세우고 추리하며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정통 추리 소설의 맛이 바로 이거지요. 루크가 아는 정보는 독자와 같기 때문에 독자 역시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기분입니다. 루크보다 더 똑똑한 추리 도우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얼마나 쉽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확신이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무엇보다도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일상의 증오를 대면하는 <살인은 쉽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추리소설의 맛, 담백하고 시원시원함이 역시 최고입니다.


"어떤 사람도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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