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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평점 :
공학박사이지만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다작가 곽재식 저자의 흥미진진한 신간도서 <미래 법정>. SF 소설가이기도 한 그의 이력이 이번 책에서 돋보입니다.
AI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에게 닥칠 다양한 이슈를 상황극으로 보여주고, 주제와 관련한 SF 소설과 영화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인문학책입니다.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할까? 육체 개조를 어디까지 해도 괜찮을까? 기억 조작기술은 허용되어야 할까? 컴퓨터에 뇌를 업로드하면 그 컴퓨터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SF 영화와 소설에서 볼 법한 질문을 통해 AI 기술 발달로 마주하는 다양한 기술적, 윤리적 문제를 다룹니다.
내 생애에 일어날 일이 아니니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그럼 다음 문제들은 어떤가요?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전염병 대유행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인터넷 익명성은 유지되어야 할까?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품에 저작권은 있는가? 기술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사용돼도 될까? 달의 소유 및 개발권은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라는 것처럼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문제들도 가득합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50가지 문제를 보여주는 <미래 법정>. 이미영, 김양식 두 주인공이 미래 세계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곽재식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해답은 없습니다. 상반된 의견을 모두 다루며, 문제를 깊이 바라볼 수 있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돈을 벌면 근로소득세를 냅니다. 사람 대신에 로봇이 일하면 그 로봇을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걷자는 게 로봇세입니다.
지구에 로봇세를 도입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시점. 로봇세가 없는 화성과 로봇세를 도입한 금성으로 시찰을 갑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일자리를 주세요'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로봇세 없는 화성은 모든 일을 로봇이 하는 게 이득이니 인간은 실업자 신세입니다. 로봇세 시행 중인 금성은 사업자들이 세금을 엄청 내는 로봇 사용을 포기해버립니다. 로봇을 활용하면 세금으로 다 나가니 기술 개발도 포기합니다. 세금 안 내는 화성과는 경쟁 자체가 안 됩니다.
우리는 AI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미래 예측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하는 경쟁사 때문에 회사가 망해서 내가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놓치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인간의 일자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더 이어집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단체, 협회에 의한 문제입니다. 작은 가게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을 때, 예를 들어 균일한 맛을 내는 로봇 바텐더가 있어도 사람 바텐더의 감독 하에 로봇을 써야 하는 식으로 법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영향력 강한 이익집단의 부당한 로비와 온당한 요구의 경계에 있습니다. 내 일자리가 걸렸을 때는 참 미묘해지잖아요?
자율주행차로 인해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오류에 대한 책임 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소유자가 책임져야 한다, AI를 만든 개발사가 책임져야 한다 등 말이 많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 변호사는 재미있는 선택지를 내겁니다. 지진, 태풍 피해자에게 보험 처리하는 것처럼 보험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기술 발달로 별의별 보험이 등장하겠군요.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오류도 천재지변이 되는 세상이 찾아오는 걸까요?
2020년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요. 이 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달에 물과 자원이 있는 지역은 누가 차지하는 걸까요? 누구의 권리를 얼마큼 인정해야 하는 걸까요? 달 탐사를 두고 유럽의 식민지 개척 시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다양한 입장 차이를 상황극으로 전개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는 <미래 법정>. 독자는 배심원이 된 것처럼 50가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곽재식 저자가 한 쪽으로 결과를 유도하지 않고, 상반되는 관점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윤리와 관련한 문제들인 만큼 철학적으로 사색하며 토론하기에도 좋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