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여성의 역사
최현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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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집어 들고, 전자책을 내려받고, 북클럽에 참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독서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책은 취미가 아니라 금기였고, 교양이 아니라 저항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책이라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중심에 우뚝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금기와 장벽을 넘어야 했을까요?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서 문학과 출판의 최전선을 30여 년간 지켜보며 북 리뷰 팀장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최현미 작가는 『읽는 여성의 역사』에서 여성 독자들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여성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독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확장합니다. 읽는 사람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문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최현미 작가는 여성의 읽기 역사가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가 교차해온 역사라고 규정합니다.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시해왔던 막아서는 역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넓은 세계로 주체적으로 발을 디딘 나아가는 역사입니다.


인류 최초의 저작권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여사제 엔헤두안나부터, 배움을 위해 남장을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 "학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친 폴란드 영주의 딸 나보이카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은밀하고도 치열하게 자신만의 텍스트를 탐닉하며 권리를 쟁취해 나갔습니다.





여성의 독서는 처음부터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세 귀족 여성들조차 대부분 아버지가 읽어주는 걸 듣는 구술 독서에 머물렀습니다. 이 흐름을 바꾼 건 뜻밖에도 결혼 예물이었던 시간 기도서였습니다. 신앙이라는 안전한 명분 뒤에서 여성들은 처음으로 '내 속도로 읽는' 권리를 얻은 겁니다.


우리는 혼자 읽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역사 속 여성들에게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은 자기 생각을 갖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해석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따라 문장을 읽는 경험은 결국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공간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보다 앞서 '자기만의 독서 시간'이 먼저 탄생했음을 보여줍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일이 사회를 흔드는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독서를 통제하려 했습니다. 읽는 사람은 질문하기 시작하고, 질문은 결국 기존 질서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마녀사냥도, 여성 교육 금지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독서를 막으려 했던 이유는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이 달라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통쾌한 대목은 1868년 뉴욕. 찰스 디킨스 초청 만찬에서 여기자들은 신사들 눈에 띄지 않도록 커튼 뒤에 앉아야 한다는 조건을 받았습니다. 이 굴욕에 맞서 제인 커닝엄 크롤리는 여성 전용 모임 소로시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북클럽, 독서 모임, 북토크의 원형이 실은 배제에 대한 분노에서 태어났다는 계보를 알게 됩니다.


『읽는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낯설고 생생한 장면은 조선 후기 세책점 풍경입니다. 정약용이 부녀자들의 소설 열풍을 두고 다 모아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시절, 여성들은 살림살이를 담보로 잡아 책을 빌렸습니다. 담보물은 은비녀, 은장도, 은수저, 귀고리, 족두리, 담요, 접시는 물론 심지어는 요강, 귀이개, 타구까지 무엇이든 가능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은 성별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생전에는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불후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죽은 뒤에라도 글이 장독이나 덮는 종이가 된다면 비감한 일일 것이라고 했던 그녀의 글은 다행히 장독대 덮개로 사라지지 않고, 사후에 문집 《윤지당유고》로 엮여 다음 세대 여성 지식인들에게 위대한 사상적 계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녀원, 시도서, 세책점, 살롱, 북클럽까지 저자는 여성이 읽기 위해 발명해낸 온갖 우회로를 추적하며, 막아서는 역사와 나아가는 역사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여성 독서사는 몰래 읽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막히면 새 경로를 뚫는 실행력의 역사입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여성 주인공의 등장 그리고 여성 독자의 확장은 오늘날 출판 시장과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제인 오스틴이 초기에 'a lady(어느 숙녀)'라는 익명 뒤에 숨어 집필활동을 해야 했던 시대를 지나 점차 여성 작가, 여성 주인공, 여성 독자가 상호 긴밀하게 공명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0세기 폭력적인 외설 시비에 휘말렸던 제임스 조이스의 걸작 《율리시스》를 세상에 당당히 내놓은 주역 역시 실비아 비치, 마거릿 앤더슨, 해리엇 쇼 위버 같은 담대한 여성 출판인들이었습니다.


유튜브, 숏폼 콘텐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긴 글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인지적 인내심이 붕괴되어 가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인 독서율이 낮은 현실 속에서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다시금 여성 독자들의 힘에 강렬한 희망을 겁니다.


이미 한국의 여성 독서율은 남성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발굴하고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저력을 알리는 가장 든든한 아틀라스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읽는 여성의 역사』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억압과 장벽 속에서도 끈질기게 활자를 탐해온 세상 모든 불온하고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바치는 경의입니다. 왜 우리가 여전히 깊이 읽기를 지속해야 하는지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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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살리는 하루 4분 운동 - 나이 들수록 근육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이상대 지음 / 북스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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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거울을 보면 어딘가 낯설어진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고, 남들이 좋다는 하루 만 보 걷기를 채워봐도 야속하게 배만 튀어나오곤 하는 40대를 위한 『중년을 살리는 하루 4분 운동』.


11년간 검도 선수로 활약하며 체력 하나만큼은 우주 최고라 자부했던 이상대 저자는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고혈압 진단을 받으며 큰 충격을 마주했습니다. 무조건 땀 흘리고 뼈를 깎는 운동이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겪은 겁니다.


이후 14년간 중년 회원들을 직접 지도하며 재등록률 98.7%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21만 명을 이끄는 중년 홈트의 대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수많은 임상 경험을 압축해 세상에 내놓은 처방전 『중년을 살리는 하루 4분 운동』. 다가올 노후의 재앙을 막기 위해 신체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한 생존 지침서입니다.


은퇴 자금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며 불안해하지만, 정작 내 몸속의 근육 통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때의 공포는 인지하지 못합니다. 평생 식당을 운영하며 성실하게 1억 원이라는 노후 자금을 모았던 A씨는 늘 서서 일하느라 무릎이 망가져 가는데도 제때 운동을 하거나 돌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며 3,000만 원이라는 거액이 한 번에 날아갔고, 수술 후 6개월 동안 정상적인 거동조차 하지 못해 평생의 독립성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몸이 아파 일을 놓게 되면 수입이 끊기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모아둔 자산은 병원비라는 블랙홀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저자가 외롭고 고통스러운 노후를 방지할 유일한 열쇠로 중년 시절 제대로 된 신체 자산 구축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근육은 내 삶의 붕괴를 막아주는 유일한 생존 자산입니다.


마흔다섯을 기점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매년 1% 안팎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근육의 합성 속도와 유지력이 급강하하는 겁니다. 여성 역시 완경을 지나며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 호르몬은 뼈를 보호하고 근육을 유지하는 핵심 축입니다.


호르몬 체계가 송두리째 바뀌고 세포의 재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중년이 20대 시절처럼 1시간씩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무작정 달리면, 근육이 붙기는커녕 관절과 연골이 먼저 닳아 없어집니다. 중년의 운동은 지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감퇴 속도를 늦추고 속근 섬유를 영리하게 깨우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하는 겁니다.


뇌는 진화론적으로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본질적으로 운동을 싫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헬스장 가서 한 시간씩 땀 흘려야지라는 목표를 세울 때마다 우리 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자 노동으로 받아들여 온갖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4분은 이 게으른 뇌를 감쪽같이 속이는 메커니즘입니다. 4분 정도야 피곤해도, 바빠도, 집에서든 밖에서든 잠깐 할 수 있지라고 뇌가 방어벽을 낮추게 만드는 겁니다. 일단 4분이라는 만만한 목표로 움직임을 시작하면, 우리 뇌는 신기하게도 발동이 걸려 운동을 지속하려는 성질을 발휘하게 됩니다.


『중년을 살리는 하루 4분 운동』의 홈트는 최소 주 1회만 제대로 실천해도 몸 안의 유전자 스위치를 켤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며칠 운동을 걸렀다고 해서 내 몸의 세포가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소멸하지 않습니다.


어설프고 삐걱거리더라도, 설렁설렁 흉내만 내더라도 당장 내일 아침에 다시 4분을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실패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거창한 기구 없이 맨몸으로 7대 필수 근육을 자극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발 서기 만세 무릎 터치, 머리 뒤 깍지 무릎 올려 몸통 돌리기 등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동작 자체는 쉽지만 주의점을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동작 옆에는 저자의 시범 영상으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있습니다. 1대 1 전담 트레이너를 들여놓은 듯한 든든함을 줍니다.


건강이란 결국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유산입니다. 3개월이 지나면 체중계의 숫자가 움직이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며, 1년이 지나면 내 몸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자존감이 차오릅니다.


내 힘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며,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평범하고도 위대한 75세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 병상에 누워 모아둔 재산을 치료비로 탕진할 것인가, 내 발로 딛으며 활기찬 황혼을 누릴 것인가. 그 갈림길은 4분의 작은 결정에서 시작됩니다.


무작정 오래 하는 운동이 중년에게 독이 되는 이유를 밝혀 심리적 자책감을 씻어줍니다. 기구 없이 방에서 QR 영상과 함께 설렁설렁 따라 할 수 있는 4분 루틴을 통해 병원비 지출을 막고 노후의 독립적 삶을 사수하는 가장 실용적인 신체 자산 구축법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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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기의 기술 -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과학적 업무 습관
나카무라 가즈야 지음, 김수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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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말을 훈장처럼 여기시나요? 메신저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려대고, 투두 리스트는 지워도 지워도 증식합니다. 업무, 공부, 집안일, 육아, 운동, 투자, SNS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할 일에 둘러싸여 배터리가 1% 남은 채 방전 직전의 상태로 살아갑니다. 퇴근하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성취감이 아니라 짙은 피로와 번아웃입니다.


이 지독한 바쁨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데이터 과학 교육 종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생산성 향상 전문가 나카무라 가즈야는 『일 안 하기의 기술』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당장 일을 줄이라고 말합니다.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면 여유 시간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던가요? 일을 빨리 끝내면 그다음 일감이 더해지고, 능력을 증명할수록 더 거대한 업무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일 안 하기의 기술』은 생산성의 초점을 속도에서 제거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일정에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이죠. 저자는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행복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직원은 불행한 직원에 비해 생산성이 1.3배, 창조성이 무려 3배나 높다고 합니다. 결국 빽빽한 스케줄러를 보며 위안을 삼는 행위는 일종의 바쁨 중독이며, 진정한 고성과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공백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실무에서 작업을 덜어내는 심리 기술과 소통 방식을 다룹니다. 대부분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일을 떠맡습니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거절이 답이 아니라면, 타인에게 일을 현명하게 넘기거나 업무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심리학적 개념이 가치 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협업을 요청할 때, 당장 오늘 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던지기보다는 먼 미래의 시점으로 업무를 분산하여 제안함으로써 상대방이 느끼는 즉각적인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식입니다.


저자가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보여주는 소통의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상사나 동료에게 질문할 때 "이번 이벤트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는 열린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의 고민을 유발하고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내 업무가 늘어납니다.


반면, "이번 이벤트에서는 □□를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될까요?"처럼 나의 가설을 포함한 닫힌 질문을 던지면 의사결정의 공이 빠르게 넘어가며 내 차례의 업무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저자는 직장 내에서의 업무를 공 주고받기(캐치볼)에 비유합니다. 이 개념은 우리가 왜 늘 시간에 쫓기는지 본질적인 원인을 짚어냅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그 일은 제가 대응하겠습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자발적으로 공을 가져옵니다. 저자는 스스로 무의미한 공을 늘리는 행위는 개인의 시간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이라고 합니다.


메일 업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메일 형식이 얼마나 많은 왕복 소통을 유발하는지 꼬집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메일 확인을 하루 세 번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극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실시간 연결성이라는 강박에 갇혀 정작 중요한 몰입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요?


업무를 줄이는 마지막 단계는 바로 실수 줄이기입니다. 실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수습하고 재작업하는 데 배 이상의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인적 오류(Human Error)를 개인의 정신 상태나 부주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실수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서 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이지요.





정신 똑바로 차리자거나 더블 체크를 하자는 대책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주의력에 의존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확인 프로토콜을 소개합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 인쇄해서 확인, 소리 내어 읽으면서 확인, 뒤에서부터 확인, 시간을 두고 확인. 저도 실제로 이 방법으로 실수를 없애고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혼자서도 완벽하게 오류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생각을 멈추라는 조언도 와닿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태를 치열하게 일하는 중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뇌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휴식 상태 네트워크를 교란하여 창의성을 메마르게 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모를 때는 그 자리에서 즉시 질문하여 피드백을 받고,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은 덤벼들지 말고 서랍에 넣어두는 것.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디지털 노동 시장에서 멘탈을 보존하며 롱런할 수 있는 똑똑한 생존 전략입니다.


내 손에 쥐어지는 무의미한 업무 공을 분별하고, 합법적으로(?) 타인에게 토스하는 심리 기술과 소통 전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빠야 유능하다는 강박을 깨부수고, 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과학적인 생각 덜어내기 매뉴얼을 통해 삶의 주도권과 여유를 되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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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의 표식 에놀라 홈즈 시리즈 9
낸시 스프링어 지음, 정시윤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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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에놀라 홈즈〉를 최근 나온 3편까지 영화는 모두 봤지만 원작 소설은 이번 『몽구스의 표식: 에놀라 홈즈 시리즈 9』가 처음이었습니다.


영화와 원작 소설의 차이는 영화 속 에놀라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활기차고 팝한 매력 중심이라면, 원작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의 정교한 시대적 디테일과 인물들의 속내를 묵직하게 파고듭니다. 영화보다 더 촘촘한 추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몽구스의 표식』은 낸시 스프링어가 쓴 시리즈의 9번째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출판계의 탐욕과 권력 다툼이 얽힌 음모를 추적합니다. 『정글북』의 작가인 러디어드 키플링과 실제 출판인 울컷 발레스티어, 오스카 와일드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출판이라는 세계를 무대로 삼습니다. 저작권과 명성, 출판사의 이해관계,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가 얽히면서 사건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에놀라 홈즈는 세계적인 명탐정 셜록 홈즈의 여동생입니다. 오빠들의 그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결심한 에놀라는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 변장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셜록 홈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 소녀가 독립적인 탐정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또 하나의 매력적인 미스터리 시리즈입니다.


『몽구스의 표식』에서는 에놀라 홈즈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의뢰를 받는 것에서 사건이 진행됩니다. 키플링의 절친이자 미국 출판인인 울컷 발레스티어가 런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키플링은 당대의 전형적인 남성들처럼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나 유능한 탐정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젊은 여성 탐정인 에놀라를 신뢰하지 못하고, 결국 같은 사건을 셜록 홈즈에게도 의뢰합니다. 자존심이 상한 에놀라는 그럼 내가 먼저 찾아주겠다며 실력으로 답하는 방식이 요즘 커리어 서사와 묘하게 겹칩니다.


얼굴을 더럽히고 스스로 멍을 만들어 비참한 몰골로 변장하는 에놀라의 모습은 빅토리아 시대가 강요하던 우아한 숙녀라는 허울을 깨부숩니다. 셜록 홈즈가 차갑고 이성적인 순수 논리의 대명사라면, 에놀라 홈즈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관계망, 그리고 발로 뛰는 직관을 함께 활용하는 탐정입니다. 뇌 속에서 '개구리가 기이하게 도약하는 듯한' 직관적 깨달음을 얻는 에놀라를 묘사하는 작가의 문체에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몽구스의 표식』은 잘 짜인 서사적 재미를 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역사 속에서 지워지거나 주변화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에놀라가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수많은 편견과 진입장벽 앞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초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낸시 스프링어 작가는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경쾌한 문체로 무거운 시대적 한계를 타파해나가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셜록 홈즈의 세계관을 사랑하면서도, 그 안에서 펼쳐지는 완전히 새로운 독립적 서사를 가진 에놀라 홈즈 시리즈. 현대적 감각의 주체적인 여성 서사에 공감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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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 손글씨 첫걸음 - 하루 15분, 따라 쓰기만 해도 예뻐지는
김해선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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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는 아이의 또 다른 얼굴 『여덟살 손글씨 첫걸음』. 손가락 하나로 모든 문장을 타이핑할 수 있는 세상, 우리 아이들 연필 쓸 일이 줄어들고 있지요?


김해선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17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베테랑 교사 김해선 선생님은 오랜 기간 1학년 담임을 맡으며 아이들의 흐트러지는 글씨를 교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바르게 써라", "또박또박 써라"라는 잔소리는 연습할 때만 잠시 효과가 있을 뿐, 돌아서면 다시 삐뚤빼뚤해지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이었습니다. 이 책은 교육 현장의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글씨는 단순히 텍스트를 기록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글씨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아이의 또 다른 인상이자 학습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당장 알림장을 쓰거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정답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도, 채점관인 교사가 알아볼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거나 글자가 뭉개져 있다면 불이익을 받기 십상입니다.





『여덟살 손글씨 첫걸음』에서 소개하는 4단계 연습법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에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연필로 글씨를 쓸 수 있는 손힘이 생긴 6~7세 어린이부터 초등 저학년에게 딱 좋습니다.


한글을 공간의 기하학적 분할로 접근하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한글을 자형(글자 모양)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기울인 세모형(◁), 바른 세모형(△), 마름모형(◇), 네모형(□).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씨 크기 비율을 맞추지 못해 애를 먹습니다. 자음이 너무 크거나 모음이 너무 짧아서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덟살 손글씨 첫걸음』은 도형이라는 직관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해결합니다. "개미"라는 단어를 쓸 때 "개"라는 글자가 왜 ◁ 모양을 이루어야 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선에 맞춰 써보게 합니다.





그리고 손글씨로 배워야 할 글씨는 실제 인간의 손끝에서 나오는 필압과 획의 꺾임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획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정자체를 채택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문장부호와 숫자로 연습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문장부호의 점을 동그랗게 색칠하느라 손에 힘을 과도하게 주어 지치는 현상입니다. 현장 교사만이 알 수 있는 세밀한 피드백이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 있습니다.


3단계와 4단계에 배치된 단어들은 무작위 단어 조합이 아닙니다. 초등 1, 2학년 국어 및 통합교과(학교, 가족, 마을, 자연 등)에서 엄선한 필수 교과 어휘들을 수록해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손글씨를 연습하는 동시에 교과서에서 만나게 될 단어들과 자연스럽게 낯을 익히게 됩니다.


감정 표현 어휘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 상태를 표현할 때 "좋아", "짜증 나", "싫어" 같은 극단적이고 축약된 단어 몇 개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책은 '설레다', '조마조마하다', '궁금하다', '초조하다' 등 마음의 결을 촘촘하게 쪼개어 표현하는 단어들을 보여줍니다.


"내일 놀이공원에 갈 생각에 설레."라는 문장을 연필로 꼭꼭 눌러 쓰면서,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정서와 맥락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문해력의 시간입니다. 글씨 연습이 문해력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악필을 교정해 주는 기능성 워크북의 역할을 뛰어넘어, 아이가 평생 지니고 갈 학습의 태도와 내면의 주도성을 길러주는 주춧돌이 되어줄 책입니다.


글씨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몰라 "천천히 써.", "또박또박 써." 같은 말만 반복하는 엄마라면 『여덟살 손글씨 첫걸음』 책으로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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