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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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 윌 곰퍼츠(Will Gompertz)는의 신작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베스트셀러 《발칙한 현대미술사》를 통해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던 현대미술을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린 저자입니다. 이번에는 예술가들의 가장 내밀한 본질,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탐구합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우연이었습니다. 집필 중이던 윌 곰퍼츠가 강연 요청을 거절하자, 작가 톰 하비가 보내온 이메일 한 통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조각가였던 아버지와 어린 시절 해변을 거닐던 사진과 함께 도착한 그 편지에는, 늘 아버지보다 한발 앞서 걸으며 조개껍질을 주웠지만 정작 가장 멋진 것을 발견하는 건 항상 뒤에서 '이것 봐!'라고 외치던 아버지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바로 그 순간을 살았다. 그는 아들에게 아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많은 예술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라며 윌 곰퍼츠는 이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가들이 지닌 경이로운 시선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명화 앞에서 뭐가 대단한지 의아해하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겁니다. BBC 예술 담당 편집장을 11년간 역임하고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지낸 윌 곰퍼츠는 작품 해설이 아니라, 예술가의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마치 예술가 본인이 되어 그들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체험하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총 서른한 명의 작가와 그들의 단 하나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해부합니다.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도록 이끄는 시선의 기술임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예술가는 보는 일의 전문가라고 합니다. 그들은 세상을 그저 훑고 지나가는 대신, 사람과 장소, 사물을 끊임없이 시각적으로 캐묻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평범한 순간을 포착하여 예술로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영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자연의 색을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시선의 대가입니다. 그의 대작인 〈봄의 도래 (The Arrival of Spring)〉를 보면 나무줄기가 갈색이나 회색이 아닌, 강렬한 보랏빛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나무의 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의 미묘한 변화와 여러 시점들이 동시에 담기는 현실의 감각, 즉 시간을 품은 관찰의 결과입니다. 나무는 갈색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눈앞의 경이로운 현실을 놓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현실의 규모, 재료,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뒤흔드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거대한 공공 예술부터 가장 사적인 공간의 폭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폭넓습니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부부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스펙터클을 보는 눈을 가진 작가들입니다. 〈포장된 국회의사당 (Wrapped Reichstag)〉은 독일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은빛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린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행위는 건물의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잠시 유보시키고, 일시적인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권위와 구조물이 천 한 조각에 의해 잠시 낯선 존재로 바뀌는 순간, 대중은 비로소 그 구조물과 그 주변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그들의 예술은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강력하게 존재를 경험하게 만드는 재정의의 기술입니다.


버려진 폐품을 통해 역사의 서사를 구축하는 엘 아나추이는 마음의 눈으로 보기를 실천합니다. 수많은 술병 뚜껑을 납작하게 펴고 구리선으로 엮어 거대한 직물 형태의 설치 작품인 〈지구의 피부 (Earth's Skin)〉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작품의 재료인 병뚜껑은 서양 열강과의 교역의 역사, 알코올 소비, 식민주의와 같은 아프리카의 깊은 서사를 내포합니다. 엘 아나추이는 버려진 재료에서 시간의 흔적 그리고 대안적인 가치를 발견하며 기념비적인 규모로 바꿔버렸습니다. 우리 주변의 가장 하찮은 것도 예술적 승화를 통해 장엄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증명하는 연금술인 셈입니다.


감정의 미묘한 영역도 파고듭니다.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인 애그니스 마틴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작품 〈우정 (Friendship)〉은 격자무늬나 희미한 선으로 채워진 캔버스를 통해 시각적인 압도 대신, 고요함과 평온함을 전달합니다.


애그니스 마틴에게 예술은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명상에 가까운 깊은 사유와 감정을 향한 눈으로 포착된 섬세한 정서 그 자체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란함을 넘어 내면의 가장 은밀하고 순수한 상태인 우정, 행복, 고독과 같은 감정의 본질을 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영국의 개념 미술가 트레이시 에민은 내밀한 시선의 대표 주자입니다. 논란적인 작품 〈나의 침대 (My Bed)〉는 실제로 그녀가 우울증으로 며칠을 보냈던, 어지럽혀진 침대와 그 주변의 쓰레기, 담배꽁초 등을 미술관에 그대로 전시한 것입니다.


가장 부끄럽고, 고독하며, 지저분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사적인 공간을 공개한 겁니다. 충격과 불편함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과 취약함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트레이시 에민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영혼을 보여줄 기회로 삼은 용감한 예술가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예술가의 작업이 고독한 충동이자 필연적 운명이라는 인식입니다. 경험 많은 예술가는 대개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 좌절과 실망이 끝없이 이어지는 비참한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독특한 방식을 멈출 수 없기에 작품을 창조한다고 합니다.


그 고된 여정 끝에 탄생한 서른한 명의 예술가들의 시선은 이제 우리의 것이 되어 우리를 눈먼 상태에서 구출하고 삶의 풍요를 더합니다. 보는 방식을 바꾸는 순간, 당신의 삶은 예술이 됩니다.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전하는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30여 점의 도판과 함께 각 예술가의 대표작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윌 곰퍼츠는 작품 하나를 충분히 음미할 시간을 줍니다. 호크니의 나무 앞에서, 칼로의 자화상 앞에서, 마틴의 선들 앞에서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예술가의 눈을 빌려 세상을 다시 보게 됩니다.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곧 나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임을 보여줍니다. 평범해 보이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를 띠고 나타납니다. 아침 출근길 풍경이, 사무실 책상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하늘이 달라 보입니다. 윌 곰퍼츠가 원하는 예술의 역할입니다. 미술관 안에 갇힌 예술이 아니라, 삶 속으로 스며드는 예술. 보는 방식의 변화가 결국 사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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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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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작가의 탄생, 글쓰기의 현실과 희열을 해부한 생생한 책 쓰기 교본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전업작가 임승수 저자는 글쓰기 지망생이 품고 있는 수많은 욕망과 불안을 다룹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의 실제를 보여주며, 책 쓰기를 둘러싼 환상과 현실의 간극을 파헤칩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저자의 20년간 체득한 책 쓰기 노하우가 궁금하지 않은가요?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글 쓰는 법'이 아니라 '책이 되는 법'을 묻고 있습니다.


책을 쓰려는 사람들의 동기는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이의 한가운데에는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한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자기 안의 세계를 타인에게 건네는 과정인 겁니다. 책 속의 모든 조언과 노하우는 이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단숨에 따라갈 수 없는 천재성 이야기보다,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생활력 같은 글쓰기 노동의 정직함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동은 인세나 명예보다 '전하고 싶은 절실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는 진실을 끝내 확인하게 합니다.


임승수 작가는 전기공학도, 연구원, 사회주의자로의 전향, 전업 작가로서의 이력을 솔직하게 펼쳐놓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나의 경험이 어떤 형태로 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실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글치에서 전업작가까지 그 솔직 잔혹한 여정을 그려냅니다. 스스로를 글치였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결국 '쓰는 만큼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라는 따끔한 조언을 듣고 글쓰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합니다.


글이 안 써지는 건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그 정도'라서였던 겁니다. 글쓰기가 결국 사유의 깊이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라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글쓰기의 목표를 자기만족이 아닌 독자의 이해와 공감에 두는 순간, 저자는 마치 엔지니어가 시스템을 설계하듯 글의 구조와 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한 편의 원고가 출판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상품으로 생존하고, 나아가 작가가 생계형 작가로 버텨내는 데 필요한 날것 그대로의 비법을 전수합니다.


좋은 글을 넘어 팔리는 책이 되기 위한 출판 시장의 속사정과, 독자를 움직이는 실용적 기술, 그리고 낭만적 글쓰기의 뒷면에 숨겨진 작가 생활의 애환까지. 글쓰기 기술을 넘어 책을 통한 자아실현과 시장 생존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고를 완성한 후,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낭만보다 현실이 지배하는 냉정한 필드입니다. 작가가 마주해야 할 출판 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파헤칩니다. 저자는 마치 영업 기밀을 누설하듯, 책 쓰기보다 더 어려운 책 팔기의 과정과 출판사의 판단 기준을 들려줍니다.


출판사에 투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차별화 요소입니다. 저자는 차별성이 내용의 깊이나 문체, 독자 범위뿐만 아니라 저자의 독특한 배경에서도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공학도 출신 사회주의 작가라는 저자 자신의 배경이 곧 책의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예비 작가들에게 자신의 이력과 사유를 콘텐츠화할 것을 일깨워 줍니다.


편집자와의 관계 설정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원고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하는 편집자는 때로 적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편집자를 영화감독, 작가를 시나리오 작가에 비유하며, 편집자가 독자의 시선을 대변하는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그 영역을 존중해야만 책이 완성도 높은 작품이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강렬한 자의식은 훌륭한 원고를 탄생시키지만, 협업 과정에서는 독선이 되어 책의 완성을 방해한다는 부분을 짚어줍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글쓰기에 대한 낭만을 한 꺼풀 벗겨낸 뒤, 그 아래에 놓인 날것의 현실을 마주하도록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감성적인 글쓰기가 아닌 독자 중심의 생존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글로 먹고사는 작가로서의 솔직한 고백과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합니다. 출간 과정에서 겪는 막막함과 애환에 대해 저자의 위트도 넘실거립니다.


출간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망설이는 모든 예비 작가들에게 이 책은 낭만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현명하고 구체적인 안내서가 되어줄 겁니다. 책 쓰기를 막연히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은 냉수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냉수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듭니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돕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자체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자의 위트 있고 솔직한 문체는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를 몸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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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업&엔스케이프 트레이닝 북 - 모델링과 렌더링을 함께 익히면서 실무 체력을 튼튼하게 기른다!
강석창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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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생각보다 쉽다는 느낌입니다. 몇 분 만에 그럴듯한 박스 하나가 화면에 나타나면 마치 3D 세계의 문턱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형태를 실제로 구현하려고 하면 손이 멈춰버립니다. 곡선이 있는 의자 하나, 경사진 지붕 하나 만들려고 하면 갑자기 복잡한 수학 문제를 마주한 것처럼 막막해집니다.


3D 프로그램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손으로 구현하는 것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스케치업&엔스케이프 트레이닝 북』은 반복 훈련을 통해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집중합니다.


스케치업(SketchUp)과 엔스케이프(Enscape)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환상의 짝꿍입니다.


스케치업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건물을 컴퓨터 화면에 디지털 레고처럼 쌓아 올려 실제 형태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쉽고 직관적인 조작법이 특징이라 초보자도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엔스케이프는 렌더링 프로그램입니다. 스케치업으로 만든 3D 모델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진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델에 빛, 그림자, 재질(나무, 유리 등)을 입혀 실제 사진처럼 생생하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스케치업&엔스케이프 트레이닝 북』은 스케치업으로 형태를 만들고 엔스케이프로 그것을 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로그램 입문서입니다. 강석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델링과 렌더링을 함께 익히면서 실무 체력을 튼튼하게 기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스케치업의 기본 기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생산성을 높이는 환경 구축을 세울 수 있게 안내합니다. Extension Warehouse와 SketchUcation 같은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작업의 무대를 확장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설치부터 환경 설정 그리고 단축키 지정 등 앞으로 펼쳐질 방대한 모델링 트레이닝을 위한 완스타팅 그리드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진짜 실력은 기능과 도형을 조합하여 어떤 형태이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Warm Up, Basic Training, 그리고 Self Training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통해 훈련을 거듭할 수 있습니다.





모델링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델의 오류나 프런트 페이스/백 페이스 문제, 그리고 플러그인을 활용한 수정 등도 꼼꼼히 다룹니다. 모델링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고 트러블 슈팅 체력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기본적인 도형 조작에 익숙해지면 실제 건축 및 인테리어 실무의 영역으로 끌어들입니다. 캐드 도면을 활용한 모델링 방법과 실무 포트폴리오의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다이나믹 컴포넌트 만들기 등이 소개됩니다.





지붕(박공, 외쪽, 모임지붕), 창호(고정창, 미서기창, 이중창), 계단(직선, U자형, 원형), 그리고 경사로와 난간 모델링까지 실제 건축 현장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스케치업 사용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아무리 멋진 모델링을 완성했더라도, 그것을 멋지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반감됩니다. 렌더링 파트너로 선택한 엔스케이프를 활용하여 모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과정을 다룹니다.


엔스케이프는 빠른 속도와 높은 퀄리티로 실무에서 각광받는 실시간 렌더링 툴입니다. 이 책은 렌더링 순서와 엔스케이프의 이동 방식을 설명하는 기초를 넘어, 결과물의 질을 결정하는 고급 시각화 기술은 소개합니다. HDR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 IES 조명 활용 등 최종 결과물(프레젠테이션,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기술들이 펼쳐집니다.


스케치업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온라인 강의들을 들어봤지만 체계가 없어서 헤맸다면, 기본은 알겠는데 실무 수준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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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을 당황하지 않고 세 마디로 말하는 기술 - 입만 열면 말이 꼬이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노구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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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보고를 시작했는데 상사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경험, 프레젠테이션 도중 청중이 하나둘씩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순간,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는 질문 앞에서 입이 굳어버리는 당혹감.


모든 배경, 모든 과정, 모든 디테일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 욕심 때문에 말이 장황해집니다. 장황한 설명은 듣는 사람에게 짐이 됩니다. 불안해하는 고객에게 긴 설명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노구치 사토시의 『하고 싶은 말을 당황하지 않고 세 마디로 말하는 기술』은 말은 길수록 흐려지고, 짧을수록 명확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자는 굿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이자 TALK & 토크 화법 교실을 운영하며 오사카와 도쿄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좌를 진행해 온 전문가입니다. 수많은 수강생들을 관찰하며 정리한 '입만 열면 당황하는 사람들의 5가지 패턴'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결론을 마지막에 말하는 유형, 전문 지식 과시 유형, 변명부터 시작하는 유형, 감정 호소 유형, 무책임한 유형까지 공통점은 바로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설명이란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한 행위인데, 정작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거나,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데 급급합니다. 이것이 바로 설명이 실패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당황하지 않고 세 마디로 말하는 기술』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세 마디, 짧게 말할수록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상대에게 잘 전해진다고 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설명의 미로에서 빠져나오려면, 먼저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씨앗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 씨앗은 상대방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어디서부터 설명할까가 아니라 어떤 말이 중요한가를 생각한다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저녁 식사에 늦을 때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알고 싶은 건 늦는 이유가 아니라 언제 오는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입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저자는 세 마디 화법 기술을 소개합니다. 복잡한 설명을 덜어내고, 핵심을 압축하여 상대 머릿속에서 바로 영상처럼 그려지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내가 던진 말이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져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실적 1위 영업사원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이야기 전달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기술적 세부사항이 아니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영상으로 그려지게끔 말한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당황하지 않고 세 마디로 말하는 기술』은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곱 가지 공식을 소개합니다. 그중 결론-이유-예시 순서로 말하라는 조언이 있습니다. 이 순서만 지켜도 설명력이 극적으로 향상된다고 합니다.





말이 꼬이는 사람들이 하는 치명적 실수 중 하나는 한 번에 여러 주제를 다루려는 욕심이라고 짚어줍니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 넣으려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겁니다. 특히 중요할수록 하나만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 현장에서 세 마디 전달법으로 극적인 성과를 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 쉽게 와닿습니다. 더불어 거절, 칭찬, 지시, 반론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세 마디를 활용하는 방법도 짚어줍니다.


거절은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이지요. 거절의 이유를 고민하느라 끙끙댑니다. 저자는 본질적으로 거절에 이유는 필요 없다고 조언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한마디로 거절할 수 있다고 말이죠. 거짓 이유를 지어내서 거절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칭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해 준 일을 말로 표현하기만 해도 칭찬이 되니 부담갖지 말자고 합니다.


일대일 대화든, 회의 보고든, 대중 연설이든 본질은 같습니다.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고, 핵심을 세 마디로 압축하고,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 이 원칙만 지키면 당황하지 않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세 마디라는 프레임 안에서 메시지를 다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질을 향해 파고들게 됩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 상대방이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반복되면서 생각의 근육이 강화됩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는 일의 본질과 일에 임하는 자세를 더 높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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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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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글 쓰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충만하다는 지수 작가는 인스타그램 @js_glowglow에서 토끼툰으로 다정한 위로를 건네온 창작자입니다. 유머와 애정 그리고 차분한 자기 돌봄의 세계관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세계관이 『오늘도 단단한 하루』에서 한층 깊어진 결로 드러납니다.


지수 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구축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게 누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붙잡아온 기록자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단단한 하루』는 삶의 페이스를 스스로 설계해온 8년의 관찰과 시행착오, 일상의 근육을 단단히 돌려보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매일 실천해온 구체적 루틴과 자신을 다시 세우는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면 결국 내가 닿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듯이. 있을 수 있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랑하고, 도전하고, 움직일 때 삶의 밀도가 높아진다." pp 40-41


지수 작가는 '움직임'을 하루의 첫 번째 토대라고 말합니다. 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파악하며 리듬을 조율하는 감각입니다. 그 감각은 발레 수업에서, 길고 짧은 산책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칭에서 조금씩 쌓였습니다.


지수 작가의 세계관은 속도 조절과 누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힘을 빼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공감됩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너무 힘을 주면 더 어렵다며 불필요한 힘을 빼자고 말합니다.


힘 빼기는 기술에 해당한다고도 합니다. 습관, 근육, 반복이 쌓여야 비로소 고유한 리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잘 움직이는 사람이란 많은 활동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아직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그냥 이 몸 그대로 나는 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고." - p79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억지로 빼내려 하지 않고, 지금 상태 그대로의 몸을 존중하는 시선이 돋보입니다.




지수 작가는 잦은 과식이나 불규칙한 루틴이 의지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욕구와 신체의 신호가 혼재된 결과임을 짚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며 몸의 피드백을 따로 구분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자기 몸을 읽는 감각은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해진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감정의 기온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청소와 정리, 장보기, 식사, 간단한 정돈 등을 단순한 일상 노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환경을 돌보는 행위에 대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수 작가의 환경 관리 루틴은 미니멀리즘이지만 삭막하지 않습니다. 애정이 있는 물건을 마음껏 쓰고, 필요 없는 물건을 무심코 들이지 않는 방식을 유지합니다.


더불어 멈춤, 기록, 루틴 조정 등을 통해 자신을 다시 연결하는 시간을 우선순위에 둡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불규칙한 삶에 휩쓸리지 않도록 디폴트 값을 바꾼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지수 작가의 글에는 스스로를 강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담겨 있습니다. 그 비결은 의지력이 아니라 작은 구조를 반복하는 태도입니다.





지수 작가는 나와의 관계를 우선순위에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지칠 때마다 나를 자주 놓쳤다며,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를 다시 배우는 겁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으로 바뀝니다.


친밀함에도 속도가 있다며, 이대로도 괜찮은 사람들과 지금처럼 내 리듬대로 지내는 방식을 통해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는 방식이 결국 오래가는 친밀함을 낳는다는 통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삶 전체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오래가는 호흡으로 창작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지수 작가. 일에서 정체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법,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는 일을 내려놓는 용기, 필요 이상의 성취 중독에서 벗어나는 기술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오늘도 단단한 하루』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속도나 동일한 루틴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단단함이라고 말합니다. 작은 움직임들이 누적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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