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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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는'것은 특별한 일일까요? 은둔자가 되어 명상과 수련을 해야 가능한 일일까요?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스티브 테일러 저자는 드문 일이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깨달음은 현자들만이 아니라 동서양 할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증명합니다.


깨달음의 본질을 이성적·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영국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의 <보통의 깨달음>. 이 책은 세계적인 영성가 에크하르트 톨레가 선정한 삶을 깨우는데 강력한 도움을 주는 책 '에크하르트 톨레 에디션'에 포함되기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통의 깨달음>은 깨어남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그 의식적 전환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깨달음의 과정을 지나온 사람 혹은 위기, 상실, 정신적 격변의 시기를 거친 후 깨달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그 어떤 종교적·영적 믿음도 갖고 있지 않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보통의 직업을 가진, 수행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 말이죠. 그래서 저자는 깨달음의 상태를 어떤 특정한 마음/정신 상태로만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굳이 영적·종교적 용어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영적·종교적 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 미리 준비된 해석의 틀이 없을 경우, 매우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깨닫고 누구는 깨닫지 못하고, 깨달은 사람의 심리는 정확히 어떻게 변하는지, 깨달은 사람의 세상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 정말 다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보통의 깨달음>에서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깨달음'이라는 용어보다는 '깨어남'이 더 정확한 의미라고 짚어줍니다. 깨달음이라는 용어로 접할 때는 모든 문제와 잘못이 사라져 축복만 넘치는 편안한 상태로 너무나도 긍정적인 용어로 보는 경향이 크다고 말이죠.





<보통의 깨달음>의 깨달음은 '깨어나기(awakening)'를 의미합니다. 더 넓고 더 깊고 더 열린 알아차림을 암시하면서도 '깨달음'에 비하면 그 즉시 문제없는 상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영적'이라는 말도 비범하고 비현실적인 용어여서 매우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깨어남'을 어렵게 생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언어로 일반적인 알아차림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신경 쓴 책입니다.


깨어난 상태의 특성들을 이해하게 되면, 일반적인 잠자는 상태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정신의 변화, 경험의 변화는 삶이 더 충만해지고, 더 많은 의미로 가득하고, 더 짜릿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내면의 전환은 삶의 대대적인 변화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세상에 긍정적으로 공헌하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요.


전통적인 종교에서는 깨어남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 상태에 도달하는 데 어떤 방법들을 제시하는지 먼저 살펴봅니다. 명상 같은 수련법들이 여기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적 전통들 밖에서 자연적, 단계적, 급작스럽게 깨어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단계적 깨어남을 경험한 사례에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외상 후 급작스러운 깨어남을 경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깨어남에 대한 신화들이 왜 틀렸는지, 우리 주변에서 깨어나는 보통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대의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알려주는 책 <보통의 깨달음>. 깨어남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면 깨어남을 경험할 때 겪는 혼란들을 일부나마 없앨 수 있고, 깨어남이 우리 삶에 보다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좌표를 조절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인류의 진화적 도약을 위한 깨어남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온전한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수면 상태와의 비교를 통해 깨어남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는 책이어서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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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식의 암 캠프 13일
조병식 지음 / 보보인터내셔널(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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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자연의학 대중화에 매진하고 있는 조병식 의사의 책 <조병식의 암 캠프 13일>. 의사로서 현대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의학에 관한 꾸준한 연구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신뢰도를 높인 그가 정립한 자연치유법 10가지와 최첨단 후성유전학에 대한 접근을 담은 책입니다.


"심각한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간다. 경계에서 삶을 조망하면서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 책 속에서


병원에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얼마나 마음이 무너질까요.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기조차 힘듭니다. 자꾸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숱합니다. 자연치유는 내 안에서부터 스스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안내하는 <조병식의 암 캠프 13일>. 조력자로 삼아 누구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암이라는 병을 정확히 알고 10가지 자연치유법을 배워 스스로 암을 억제하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안내서를 활용해보세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한 환자들도 암 치유와 온전한 삶의 회복을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니 암과 만성병 환우라면 닥터 자연치유가 필요합니다. 자연식, 운동, 마음공부에 관한 자연치유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범람한 자연의학, 오해와 편견을 낳기 일쑤입니다. 그저 자연에 들어와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살면 낫는 건가 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조병식 의사선생님은 과학적인 자연치유를 위한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몸, 마음, 에너지장이 서로 맞물려 통합의학이 될 때 진정한 자연치유가 탄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치료와 치유의 차이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현대의학과의 병행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조병식의 암 캠프 13일>. 혼자서는 흐트러질 수 있지만, 어떤 프로그램이 자기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보려면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생활수칙을 잘 지켜 자연치유법에 대한 맥락과 치유 방향을 직접 체험해보는 게 유의미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식이요법은 어떻게 해야 하고, 운동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다양한 프로그램 중 어떻게 일상 스케줄에 끼워 넣을지 잘 계획하는 것까지 소개합니다. 몸, 마음, 에너지 중 소홀히 하는 것 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한 사례를 함께 소개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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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의 말 - 전설이 된 한국 영화의 혼불 / 다시 태어나도 영화를 하련다
나운규 지음, 조일동 엮음 / 이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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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나운규 배우 겸 감독을 아시나요. 대표작 <아리랑>을 포함해 그의 작품들은 현재 만날 길이 없지만, 한국 영화 역사에 나운규 시대를 당당히 펼쳐 보인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이다북스의 시리즈 중 한국 최초의 여성 운동가 나혜석의 글을 엮은 《나혜석의 말》도 느낌이 참 좋았고, 이번에는 시대의 정신을 영화에 담으려 애쓴 나운규의 글을 만나봅니다.


나운규는 1902년에 태어나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1937년까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독립군 비밀 단체 활동을 한 바 있어 1993년에는 건국훈장을 추서 받습니다. 춘사 나운규라고 부르는데 춘사라는 이름은 2년간의 옥살이 당시 얻었다고 합니다.


신문과 잡지에 게재한 글과 대담을 모은 《나운규의 말》. 개인사보다는 영화인으로 활동하며 토로하는 당시 영화계 현실을 엿볼 수 있는 글이 많습니다.


연기력 갖춘 배우로 주목받으며 데뷔 후, <아리랑>에서 시나리오와 감독 및 주연을 맡으며 1인 3역을 두루 해내는 만능 영화인으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신파물, 번안물 중심 영화계에서 핍박받던 조선의 현실과 민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영화화한 <아리랑>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조선 영화 최초의 대형 흥행작이자 문제작이었습니다. 해방 이전에 만들어진 최고의 걸작, 무성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힙니다.


당시 일본인 사업가들이 출자해 세운 영화사에다가 걸핏하면 가위질 투성이었던 현실에서 어떻게 민족의 혼이 담긴 <아리랑> 같은 영화가 상영될 수 있었을까요? 수차례의 검열을 거친 데다가 감독 이름도 일본인으로 내세워서야 개봉이 가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혼을 담은 영화로 평가받으니, 과연 어떤 스토리인지 궁금할 수밖에요.





책 《나운규의 말》 후반부에는 아리랑 소설도 실려있어 줄거리를 살펴볼 수 있는데, 그야말로 숨겨진 맛이 제대로인 스토리더라고요. 지금 읽어도 두근두근 대는데 당시엔 얼마나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좌익영화인 평론가였던 서광제(책에서는 서군이라 부릅니다)와의 논쟁은 영화사에서도 유명한데, 이 책에서는 나운규의 반박글이 실려있습니다. 그의 영화가 비현실적이라 평하는 이들에게 되려 현실을 망각한 평이라며 조목조목 따지고 있습니다.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도 빵 터졌는데, '그러면 니가 만들어 봐라' 식으로 한마디 내지르거든요. 양심 있는 붓을 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혼내고 있어요. 그들은 허울만 좋은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비꼰 거죠.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요, 영화 비슷한 장난감이다. 우리는 이 장난감을 영화라는 수준으로 끌어가야 한다." - 책 속에서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한 작품이 발표되기까지의 사정을 속속들이 털어놓기도 합니다. 광대는 천하게 쳐온 당시 현실 속에서 배우를 신광대 취급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로 하기도 하고, 영화 기술의 부족한 상태에서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없어 대체하게 된 사정, 조선 내 영화 시장 규모의 빈약함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보여줍니다.


당시엔 결국 연애 타령하는 영화만 나오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역시 자신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고 불질러 버리고 싶다고 소회한 적도 있지만, 조선 영화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가고 싶었던 그의 의지가 그만큼 잘 드러납니다.


나운규는 '혼이 있고, 정신이 있고, 피와 살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애썼습니다. '불구를 완전한 물건으로 만들려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선언합니다. 해외에서 당당히 조선인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민족의 혼을 영화로 승화시키려 애쓴 나운규. 시대적 고민을 담으려 노력한 나운규의 발자취를 그의 글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다북스의 'OOO의 말' 시리즈의 다음 번 주인공은 누구일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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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아르바이트
미켈레 디냐치오 지음, 세르조 오리보티 그림, 이현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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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런 말을 했었죠. "산타는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기 때문이죠."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상징인 산타클로스가 코로나 사태로 선물 배달에 차질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는 언제나 크리스마스날 찾아옵니다.(부모들은 이번에도 자가격리 따위 없는 산타클로스 덕분에 선물을 준비해야만 했고...)


그런데 이런 장면 상상해본 적 있나요? 드론 택배 기술의 상용화 이야기가 들리는 시점에 산타클로스도 혹시 드론으로 집집마다 선물을 배달하지는 않을까? 그러면 산타클로스는 좀 편해지겠네 싶었는데... 이탈리아 동화책 <산타클로스의 아르바이트>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면을 보여줍니다.


국제적인 경제 위기는 산타클로스에게도 닥칩니다. '국제 산타 우체국'에서 더 이상 새로운 산타를 뽑지 않더니 결국 산타에게 정리해고 통지서를 보냈어요. 대신 선물은 드론으로 처리해 버리는 거죠. 아이고, 이를 어쩌나.


게다가 산타는 1월부터 11월까지는 할 일 없이 쉬는 편한 존재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어린이들이 보낸 손 편지를 다 읽는 데만도 시간을 꽤 써야 하거든요. 사슴은 두 마리만 가지고 있는데도 당근값에, 사슴 목욕비, 사슴 발굽 관리비, 썰매 보험비, 썰매 세금 등등 돈 나갈 곳도 어찌나 많은지요.


그런데 산타의 실직이라니.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할 신세가 되었습니다. 산타의 상징인 수염을 자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구직에 줄줄이 실패합니다. 결국 수염을 잘라야 하나 마지막 기로에 선 시점, 환경미화원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선물 보따리 대신 쓰레기봉투를 짊어지지만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산타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보람차게 일합니다.





한편 '국제 산타 우체국'은 손편지 대신 모든 것을 디지털화합니다. 허무맹랑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편지들은 모두 파쇄기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만 미처 처리하지 못한 것들은 이참에 주인에게 되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네 살 때부터 산타에게 편지를 보냈던 노부인 비체에게도 편지가 모두 되돌아왔습니다. 이런 무책임하고 배려 없는 우체국이라니!


그런데 비체는 어떤 내용을 썼길래 선물 대신 파쇄기로 들어가야 할 편지로 분류되어 있었던 걸까요. 실망한 비체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비체의 편지야말로 이 스토리의 숨은 보물인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산타클로스의 아르바이트>에서는 산타 외에도 1월 6일 주현절 전날 밤 빗자루를 타고 와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할머니인 '베파나'도 등장합니다. 베파나는 이탈리아 특유의 풍속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어서 이탈리아 동화책에 이렇게 산타와 함께 등장하네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산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스토리가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코로나19로 산타가 올지 안 올지 걱정했는데, 산타라고 해서 실직이 안 될 이유도 없고 손편지 대신 태블릿으로 선물 리스트를 보내는 세상.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현대에는 이렇게 변화할 수 있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따스한 온기를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본연의 이미지가 현대 기술에 치여 사라진다면 얼마나 삭막해질까요. <산타클로스의 아르바이트>는 그런 걱정을 해결해 주고 있어요. 글밥은 조금 있는 초등학생 저학년이 읽기 딱 좋은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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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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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학부모여서 그런지 우리 아이의 소중한 1년이 사라진 아쉬움이 먼저 찾아옵니다. 마스크 5부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온라인 수업, 긴급재난지원금 등 팬데믹을 이토록 몸소 경험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처럼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뉘게 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불분명합니다. 분명한 건 어제와는 다르리라는 사실뿐입니다.


SBSCNBC 기획 제작된 4부작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 할 것인지 철학, 정치, 생태, 교육 분야 석학들의 냉철한 분석과 대안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철학계의 슈퍼스타 슬라보예 지젝과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의 대담을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책으로 다시 만나봅니다.


이 책은 한 시간이라는 방송에서 편집된 분량을 추가해 엮었습니다. 대담에 앞서 이택광 교수와의 인터뷰, 녹화 전 리허설 대화부터 녹화 후 보충 촬영 인터뷰까지 대화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70대에 접어든 철학자 지젝은 왕성한 유튜브 활동 덕분에 10대, 20대들도 알 정도로 대중적인 철학자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감상평도 남긴 바 있어 핫한 철학자입니다. 기저질환을 앓는 나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로 칩거하면서 우울증도 오고 힘들어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깊이 연구 중이라고도 하고요.


이미 정상적인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대부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에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상적인 목적의식만 생각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현실의 문제를 놓치기 쉽습니다.


지젝은 우리의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현재 의학적인 비상사태에 처한 게 아니라 인류가 그동안 만들어온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를 겪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문제들을 눈여겨보자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위기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의 통제에 관한 논쟁을 먼저 살펴봅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부가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것을 정말 원하는지 묻습니다. 중국처럼 감시와 통제를 일상화하면서? 이건 진정한 기적을 보여준 게 아니라고 지젝은 단호히 말합니다.


결국 어떤 방식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입니다. 수시로 록다운이었던 해외 상황과 달리 한국은 봉쇄 없이 K-방역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방역과 인권 침해에 관한 상충 문제는 벌어졌습니다. 개인 정보를 활용한 전수 검사 방식처럼요.


이택광 교수와 지젝은 대중이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국가의 힘과 시민의 힘을 잘 구분하고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젝은 투명성을 확보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단언합니다. '감시'가 민중을 제어하기 위한 통제의 수단으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하기에 선한 감시 역시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거라고 말이죠.


지젝은 한 발 더 나가 공산주의 요소의 도입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중국, 북한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시장 원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힘드니, '공공의 것'을 공공재로 남겨두자는 의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젝은 의료 서비스 확대, 식량, 물, 전기, 쓰레기 처리, 인터넷 등을 공적자원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그러려면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여야 할 겁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명하도록 강요받고 있어요.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 책 속에서


국가 권력과 시민의 힘이 조화를 잘 이루는 나라.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공적 마스크 제도, 무료 코로나 진단검사 등을 통해 한 발 내디뎠습니다.


공적 영역이 더욱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자율과 통제의 균형이 중요한 시점.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 많은 철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수많은 삶의 방식 중 다른 형태의 세상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은 새로운 정치 비전이 나와야 하는 시점에 시민으로서 고민해야 할 철학적 사유를 갖추게끔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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