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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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교양철학서라며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철학책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특히 공감 백배입니다. 법철학 교수 아빠와 두 아이 렉스와 행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묵직한 철학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입니다. 에피소드들을 만날 때마다 빵빵 터졌어요.


철학은 '왜?'와 '왜?'를 이어가며 거침없이 생각을 전개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건 아이들이죠. 원래 아이들은 모두 철학자라고 합니다. 수많은 유치원 아이들이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미 먼저 생각해낸다는 걸 렉스와 행크 두 아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어른들이 시답잖은 질문이라며 무시하며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하지만 철학은 아이들처럼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비로소 펼쳐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질문합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철학자가 아니게 됩니다. 더 실용적인 일을 해야 하니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질문하면 어리석게 보일까 걱정합니다. 그런 질문에 매달리는 걸 어리석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철학이 필요합니다. 질문이 바로 출발점입니다.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의 서기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 미시간대학교 법학 및 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실제 수업에도 자녀들과의 일화를 등장시키며 학생들과 토론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 책을 계기로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이의 일부를 다시 맛볼 수 있다고 응원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겠다 했을 때 아버지는 철학이 뭐냐고 되물으셨지만 그 스스로도 답을 알지 못했었다는 저자는 세월이 지난 후 첫째 아들 렉스가 2학년일 때 명쾌한 답을 찾았습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수학 철학자가 되고 싶다고 써낸 아들에게 "철학이 뭐니?" 하고 물었더니 0.5초 동안 생각하다가 "철학은 생각하는 기술이야."라고 대답한 아들 덕분입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상에 관해 생각하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걸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확인한 거죠. 물론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우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대신 아이들은 용감합니다. 어른들이 익숙해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깨뜨립니다.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은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일깨웁니다. 렉스와 행크는 스스로는 그게 철학인 줄 모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그런 다양한 사례를 법철학 교수 아빠는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해냅니다. 우리는 친숙한 문제를 통해 철학의 세계로 발을 디딜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도덕에 관한 질문, 정체성에 관한 질문, 지식에 관한 질문을 다룹니다. 권리,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진실, 정신, 신에 이르기까지 보기만 해도 묵직한 주제만 놓고 보면 어떻게 꼬마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갈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라는 엄청난 말까지 듣게 된 상황처럼 배꼽 빠질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철학에서 항상 등장하는 스위치 앞의 방관자 실험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다섯 명이 죽도록 놔둘 것인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킬 것인가 하는 이 트롤리 실험을 다른 철학책과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대부분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킨다고 선택합니다. 이 문제는 여러 가지 옵션이 추가될수록 더 복잡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덕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도구로서 말이죠.


저자는 이 문제를 두고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그 권리를 양보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도덕은 단순히 권리와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도 알려줍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다섯 살 때의 행크가 "나한테는 권리가 없어!" 하며 씩씩대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권위에 대한 주제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에 때때로 도전하기도 하고, 부모는 "아빠가(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라며 권위를 내세웁니다. 육아에서 시작한 권위 이야기는 노동자와 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위로까지 확장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현재의 불안정한 관계를 당연시하며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기도 합니다.


욕(빌어먹을 Fuck)을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대신 혐오 표현으로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이와 관련해 젠더, 인종 문제로 더 파고들어갑니다.


아이는 철학이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기술이란 명료하고 신중하게 사색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논증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반대쪽 주장도 접하면서 생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철학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그저 아이가 보는 그림책만으로도, 아이들의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뭔가에 대해 불평한다면 그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때 그것만으로도 한 발짝 나아간 셈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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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궁금증을 일고 싶어서 찾아가는 여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