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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역사
이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2월
평점 :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삼일절은 그저 하루 쉬는 공휴일이 아니라 그 의의를 잘 새겨야 할 뜻깊은 날입니다. 일제강점기 3ㆍ1운동을 계기로 상하이에서 국가명을 대한민국으로 선포한 임시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후의 독립운동은 모두 제 2의 3ㆍ1운동을 일으키고자 했던 노력들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독립운동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역사돋보기 이영 작가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정리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역사>는 청소년도 읽기 좋은 수준으로 짚어줍니다.
영화 <밀정>, <암살>, <봉오동 전투>, <박열>, <말모이>, <동주>, <항거:유관순 이야기>... 교과서보다는 영화로 단편적으로나마 독립운동을 접했던 게 다인데, 이 책을 읽으며 독립운동 각각의 성격을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는 한일병합 조약문 서명으로 시작된 1910년부터 광복에 이른 1945년까지를 일컫습니다. 1919년 1월 조선, 대한제국의 마지막 흔적인 고종이 사망하면서 민족의식이 꿈틀댑니다.
3월 1일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다.”로 시작하는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합니다. 이 책에 선언서 전문이 실려있어 저도 이제서야 제대로 읽어봤습니다. 이날을 목격한 이화학당 유관순은 고향으로 내려가 4월 1일에 만세를 외칩니다.
3ㆍ1운동 이후 본격 독립운동 전쟁이 시작됩니다. 저마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야에서 목숨을 내던진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진 의열단 투쟁을 이해하려면 아나키즘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한반도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은 암살, 파괴, 폭탄 공작 등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민중 혁명의 불을 지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여성 저널리스트 님 웨일스의 책 『아리랑』에는 의열단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평상시 함께 어울려 다니고 신나게 놀면서 심리 상태를 관리했다고 한다. 오히려 죽음을 각오했기에 삶의 소중함을 느낀 건지 평범한 생활을 할 때에도 양복을 갖춰 입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늘 꾸미고 다녔다고도 한다.”라는 문장은 센스 있게 차려입은 영화 속 아나키스트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일본군을 전쟁으로 무찌른 최초의 전투이자 독립전쟁의 서막이 된 봉오동 전투부터 청산리대첩 등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일제의 토벌 작전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이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독립운동 세력은 내부 성격에 따라 간극이 점점 커집니다.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세력으로 갈린 겁니다. 자유시 참변은 한마디로 독립운동 세력 간 내전이었고, 그 사건으로 무의미하게 정예병들이 사망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역사>를 읽으며 독립운동을 성격별로 구분해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친일파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었음을 짚어줍니다.
일제강점기 전 한반도 주권을 일제에게 넘겨주는데 가장 앞장섰던 부류는 말할 것도 없이 친일파, 이후 일제강점기 때 천황을 찬미하고 한국인 징병, 창씨개명을 조장한 지식인, 문인, 자산가들처럼 변절자들입니다.
식민 사관이니 민족주의 사관이니 하는 말도 들어봤을 겁니다. 식민지 경영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의 역사 왜곡을 식민 사관이라고 합니다. 반면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주의 사관으로 대응합니다. 이 책에서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대공황으로 경제적 불황에 허덕이자 다시 군국주의로 무장하며 위기를 해소하려는 일제는 중일전쟁을 치르며 강제 징용, 정신대, 위안부 등 식민지 조선을 적극 이용해 착취합니다.
이때 상하이의 이빨 빠진 임시정부를 김구가 간신히 끌어가고 있었고, 민족주의 성향 청년들이 한인애국단을 조직합니다. 이봉창 의거, 윤봉길 의거는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만큼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는 걸 짚어줍니다.
하지만 독립운동 세력은 점점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라는 내부 균열이 이데올로기 전쟁인 한국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후 한반도는 좌우익의 양극화라는 이념 대립의 골이 깊어집니다. 이 일이 모두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와 평화기념전시관에서 정작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라는 묘사가 있을 만큼 일본 내 여론과 사회 현상의 변화가 어떻게 생긴 건지, 당시 한반도에 있던 일본인의 본국 귀환 때 있었던 일들을 해방 후 뒷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독립운동가들은 꿈으로만 여겼을 자유를 지금 우리는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염원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 채 말이죠.
<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역사>는 단편적으로만 알던 이슈화된 사건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일제강점기 역사의 전체 흐름을 훑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선사한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