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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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인랑, 영원한 전쟁, 스타십 트루퍼스, 로보캅, 아이언맨 등 파워드 수트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신개념 SF 일본 경찰 소설 <기룡경찰> 시리즈도 흥미진진할 겁니다.

 

쓰키무라 료에 작가는 본작 <기룡경찰>을 시작으로 기룡경찰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2012년에는 후속작 <기룡경찰 - 자폭조항>으로 일본SF대상 수상, 2013년에는 <기룡경찰-암흑시장>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기룡경찰의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어요. 이후 신작 나올 때마다 미스터리계 상을 수상하며 걸출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네요. 

 

 

 

인체를 본떠 설계한 이족보행용 군용 유인 병기 기갑병장. 테러와 민족분쟁이 증가하면서 전술도 변화되었습니다. 기갑병장이 등장하는 작품 대부분이 외계 생물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기룡경찰>은 현대 경찰의 모습에서 파워드 수트를 입은 상태를 상상하면 되니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어요.

 

의문의 신고 전화 한 건으로 출동한 순찰차를 짓밟고 도주하는 기갑병장 세 기. 경찰관과 시민 사상자 다수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번집니다. 지하철 승객을 인질로 잡은 상황에서 경찰 SAT와 경찰이지만 경찰 내부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는 특수부 SIPD의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경시청 특수부 폴리스 드래군은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은 전속 수사원과 돌입 요원을 데리고 있는 특수 부서입니다. 통칭 기룡경찰이라고 부릅니다. 

 

 

 

 

특수부 SIPD는 그 구성원부터 특별합니다. 외부인과의 계약을 통해 조직된 곳으로 기갑병장 드래군 3기가 있습니다. 양산형 기갑병장의 단순 기계조작을 넘어 장착자의 척수와 연결해 성능이 훨씬 막강해졌고 그야말로 '사람'처럼 생긴 극비 신형 기종입니다. 드래군의 기술이 극비인 만큼 드래군 장착자는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드래군을 최우선으로 보전해야 합니다.

 

특수부 기갑병장 세 기를 담당한 자들은 프리랜서 용병 스가타 도시유키, 전직 형사 출신 유리 미하일로비치 오즈노프, 전직 테러리스트 라이저 라드너. 그들의 전용 드래군은 각각의 이름이 있고 생김새와 주 능력도 제각각입니다. 스가타의 피어볼그는 원시적인 근육질 형태의 카키색 드래군, 유리의 바게스트는 경찰견 같은 민첩함과 칠흑의 위용을 보이는 검은색 드래군, 여성인 라이저의 밴시는 때묻지 않은 천사이면서도 죽음을 예고하는 여자 유령 같은 새하얀 드래군입니다. 그리고 최정예 수사반을 꾸린 인물은 외무성에서 온 오키쓰 부장입니다. 

 

 

 

결국 경찰 SAT의 양산형 기갑병장 고블린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들고, 특수부는 후방 지원하는 모양새로 한 발 물러서게 되는데. 하지만 테러범들의 덫에 걸려 돌입하던 SAT는 전멸하고, 그나마 지원 온 스가타가 범인 중 한 명을 사살, 나머지 범인들은 유유히 탈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조직 내 파벌의 배타적 자세는 무책임하고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특수부를 경찰 취급하지 않는 경찰들의 행태는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온갖 악재에도 테러범들의 거처를 발견하게 된 특수부. 테러 실행범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이번 편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후속작이 간절하네요. 얼른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스가타, 유리, 라이저 세 명의 돌입 요원 각각의 내면을 묘사한 부분, 긴박감을 자아내는 전투 장면, 군더더기 없이 진행하는 구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에 속한 <기룡경찰>. LL의 간판이 될만한 책입니다. 문고판 정도의 크기와 무게감이지만 책만 가벼운 뿐 내용은 결코 수준 낮지 않습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만을 품고서 흘러들어 온다. 사연만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싸우다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데올로기란 그런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만,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도사린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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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풍요 - 나노 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
에릭 드렉슬러 지음, 임지원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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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은 나노기술혁명이 바탕이 될 것이라는, 나노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 책 <급진적 풍요>.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과학의 창시자입니다. 1980년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고 1981년 논문으로 발표한 후 1986년 <창조의 엔진> 책으로 나노과학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처음엔 몽상가로 취급받을 정도로 당시 나노기술 이론은 시대를 앞섰던 겁니다.

 

"디지털 혁명이 정보 제품 세계에서 급진적 풍요의 문을 열었다면, APM혁명은 물리적 제품의 세계에서 급진적 풍요를 향한 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 책 속에서

 

 

 

그런데 그가 <창조의 엔진>에서 이야기한 나노기술의 의미는 언론에 의해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됩니다. 그저 크기가 작은 물질을 다루는 것으로만 알려져 나노기술이 크기와 관련된 용어로만 인식되어버린 겁니다. 저도 이렇게만 알고 있었거든요. 생물과의 유사성을 강조해 나노기계를 나노벌레처럼 오해하는 사태가 속출합니다.

 

에릭 드렉슬러는 처음부터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나노 크기의 부품과 원자 수준의 정밀성이 합쳐져 원자정밀제조 APM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잘못된 나노과학 붐은 원자정밀성 개념과 분자과학으로부터 단절시켜버린 방향으로 흘러버렸습니다. <급진적 풍요>의 전반부는 그동안 소홀히 다룬 원자 정밀성이 나노기술의 본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집중합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 책에서 2020년대가 되면 분자 어셈블러의 등장을 예측했고, 2016년 노벨 화학상은 분자기계를 만들어낸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죠. 그동안 표류하긴 했지만 원자정밀제조 APM 수준의 기술을 향해 APM 전 단계 분야인 원자정밀가공 APF의 진보는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나노기술은 제품과 생산방법의 본질적인 혁명입니다. 원자정밀제조 APM혁명은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어 네 번째 혁명을 일으킬 추진력을 제공할 겁니다. 이는 일상적 삶, 노동,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한국의 포스코 포항 공장도 방문한 적 있다는 에릭 드렉슬러는 그곳에서 이미 인간 노동력의 역할이 사라진 걸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APM 기반 생산 시스템은 어떤 물질 패턴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광범위한 물리적 인공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에릭 드렉슬러가 APM 개념에 도달하게 된 여정도 소개하는데요. 공상과학 소설과 과학책이 호기심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 운동 붐을 계기로 관점을 형성하기도 했고요. 지적 잡식성이더라고요.

 

그가 일찌감치 APM 잠재력을 발견한 건 우주 개발 연구 중이었습니다. 제조의 위대성을 깨달은 거죠. 현대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제조기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 직업에서는 인간의 직업으로서는 사라지는 직업으로 알고 있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제조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겁니다. 자동화니 우주 개척 붐이니 모두 제조 문제입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의 잠재적 위력과 적용 범위는 어마어마합니다.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의 성장은 에릭 드렉슬러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연의 기계를 프로그램해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나아가 "자연의 기계를 프로그램해서 만든 기계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방식으로 만든 기계로는 또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로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나노기술이 힘든 이유를 콕 짚어줍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에 이르는 경로는 과학의 비중이 큰 공학입니다. 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생각 외로 큽니다. 과학자와 공학자의 사고 패턴 자체가 이미 다르거든요. 미지의 대상을 찾는 과학자, 그것을 피하는 공학자. 우주시스템공학자와 분자생물학자를 한 방에 두면 서로 화성인 취급할 정도라네요. 탐구와 설계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과 공학이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는 나노기술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공학 분야가 출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탐구 공학의 방법, 해답, 한계, 능력의 본질을 설명하며 앞으로의 방향에 가이드를 합니다.

 

 

 

APM과 관련된 기술적 선택이 우리의 미래 모습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APM에 기초한 생산혁명은 인간 삶의 물질적 기반에 격변을 일으킬 거라고 해요. 그 광범위한 영향은 지구 전체에 새로운 해결책과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거라고 합니다. 새로운 생산 시스템은 군사 영역에도 영향에 미칠 겁니다. 성공일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검토해야 합니다.

 

낯선 용어가 많지만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에릭 드렉슬러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사물을 제조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며 APM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행동과 질감까지 세세하게 통찰해봅니다.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의 해제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낯선 과학과 공학 세계에 진입하기 수월하게 도와줍니다.

 

원자 수준의 정밀제조 방법이 어떤 모습인지, 오늘날 기술 능력에서 나아갈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며 다양한 제품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 급진적 풍요가 인간과 자연에게 미칠 영향까지 살펴보는 책 <급진적 풍요>. 과학, 정치, 기술이 얽히고설킨 나노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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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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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미국 <VOGUE>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 라곰 LAGOM.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라는 의미입니다. 걱정 마라는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 오늘을 즐기라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 특정한 순간의 안락함과 친밀함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휘게'까지.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태도와 관련한 키워드입니다.

 

스웨덴은 삶의 질 부문에서 매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입니다. 2016년에는 6위에 올랐는데 인간의 기본적 필요, 지식과 정보 활용의 기회, 자연환경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이 넘는 점수를 기록했다고 해요. 게다가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스웨덴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바로 '라곰'이 있습니다. 평등, 공평함, 공공선의 추구를 담고 있는 '라곰'의 가치가 바탕이 된 겁니다.

 

스웨덴식 삶의 정수를 담고 있는 말 라곰 LAGOM.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그렇다고 중간을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적의 만족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완벽하고 같은 라곰이란 개념은 없어요. 당신의 라곰은 나의 라곰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곰 LAGOM> 책은 의식주 생활방식을 통해 라곰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살피는데 도사라고 해요. 휴식을 통해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것을 포함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균형 잡히고 만족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스웨덴 패션의 가치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H&M, 실용성이 돋보이는 이케아 브랜드 등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생활양식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인테리어에서도 딱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고 해요. 실용적인가, 추억이 담겨 있는가.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만큼 집을 물건으로 채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순함과 조화로움이 익숙한 방식입니다.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실천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스웨덴은 내향적 사회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남들이 무엇을 하든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저자는 스웨덴을 '폐쇄적인 사람들이 사는 열린 사회'라고 말하기도 해요. 서로에게 빚을 지지 않고, 철저한 시간관념에, 에너지 낭비라며 경쟁을 싫어합니다.

 

재미있는 건 자랑 금지 문화라는 겁니다. 자랑을 하면 그만큼 다음번에는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불러오니 아예 스스로 자랑하는 건 삼가고 자제한다고 해요. 스웨덴에서는 누가 부자인지 티가 안날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SNS 등의 영향으로 라곰을 깬 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라곰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케아에서도 균형 잡힌 삶의 실천을 독려하는 live LAGOM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비즈니스 세계는 어떨까요. 2016년 포브스에서 139개국 비즈니스 정보 분석 결과 미국은 23위, 영국은 50위에 그쳤지만 스웨덴은 사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혔습니다. 양쪽 모두 만족하도록 이끄는 협상가 스타일의 세계라고 합니다. 스웨덴의 일 방식은 전적으로 팀 중심 모드라고 해요.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덕분에 경청에 뛰어난 문화라고 합니다. 신속하고 빠름을 중시하는 우리는 스웨덴에 가면 갑갑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군요.

 

삶의 만족도는 일과 생활의 균형 감각에 달려있듯, 라곰 LAGOM은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아떨어집니다. 유급휴가, 실업급여, 교육시설 등 사회 안전망이 튼실해 금전적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좋든 싫든 적절한 세금을 내는 것이 결국은 좋은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 스웨덴 사람들이 바탕이 된 겁니다.

 

 

 

라곰의 가치를 실천하는 이를 일컫는 라고머 Lagomer. 그들은 가정과 일, 소비 생활 등 모든 것에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작은 변화를 만들고 개선하려는 '지속 가능성'은 스웨덴 정서라고 해요. 특히 환경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터득해 의식적으로 행동을 점검하고 삶을 개선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호하려고 노력합니다. 재사용, 재충전, 재활용 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건 라곰의 가치 덕분입니다.

 

라곰은 보고, 행동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스웨덴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떠받치는 가치관입니다. 평균이 아닌 최적을 의미하는 라곰, 바로 스웨덴식 행복의 비결 핵심입니다. 부러운 건 행복, 삶의 균형에 관한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그들에겐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거였어요. 우리에게는 '한'과 '정'이라는 문화적 정서가 있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문화 정서 코드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라고머가 되는 가이드북 <라곰 LAGOM>. 좋은 건 남의 것이어도 실천해 봐야죠. 라곰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건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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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 - 일보다 사람이 힘든 당신을 위한 인간관계술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김진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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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리더론에 휘둘려 에너지가 고갈되었나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스스로를 너무 압박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보다 사람이 힘든 당신을 위한 인간관계술을 알려주는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은 ~해야 한다에 얽매여 두려움에 사로잡힌 리더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하루 중 함께 보내는 시간은 가족, 연인, 친한 친구보다 더 긴데 정작 직장 내 상대방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개인적 사정은 세세하게 모르면서도 업무로 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인 직장 내 인간관계. 대인 관계가 좋아지면 우울증 증상이 호전된다는 상관관계처럼 대인 관계의 상태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미즈시마 히로코의 직장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비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유 있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겁니다.

 

 

 

저자는 리더를 두 종류로 나누고 있어요. 두려움에 사로잡힌 리더와 기능하는 리더입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는 이유로 리더의 마음속 '두려움'을 하나씩 건드립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결국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를 가둬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단순히 각각의 리더의 '개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리더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자질은 리더로서 제대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로 판단하는 건데 말입니다. 리더의 기능이란 부하 직원을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는 게 아닌,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겁니다.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면 결국 지시받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게 되거든요.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에서는 좋은 리더의 본질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먼저 인간은 사회적 지위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연관 짓기 쉬운데 인간으로서 상하관계는 없다는 걸 명심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친구 같은 관계가 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배려하라는 뜻입니다.

 

 

 

모든 대인 스트레스의 원인은 사실 이거였어요. '어긋난 역할기대'.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역할기대를 품습니다. 품고만 있고 올바르게 전달, 조정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없고요. 상대방이 기대하는 바를 자신의 저지먼트를 바탕으로 결정하기에 정작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지 않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영역' 존중과 연결해 역할기대는 행동에 대한 역할기대여야지 인격에 관한 역할기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솔직히 제가 상대방에게 뭘 기대하고 있는 건지 저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과 행동은 구분하라는 조언 새겨야겠습니다.

 

 

 

사람은 바꿀 수 없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정작 닥치는 상황에선 까먹는 말이긴 하지만요. 기능하는 리더가 되려면 충고 대신 전문적인 조언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기능하는 리더의 조건 중 '듣기' 능력은 해결하려는 생각 없이 일단 듣는 태도를 가지겠다고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이상하게 리더 자리에 서면 말하기에 집중하는 일이 커지긴 하죠. 물론 잘 말하는 방법도 익혀야 합니다. 눈치껏 알아차리라는 식의 태도가 아닌, 역할기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합니다.

 

 

 

늘 부주의한 사람, 소음에 예민한 사람, 다른 사람을 잘 못 믿는 사람, 금세 욱하는 사람 등 다양한 직장 내 인간 유형을 소개합니다. 그중 정말 어이없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부모님이 대신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례였어요. 취업 면접 때도 부모가 따라가는 경우가 늘어났다더니 직장 생활 중에도 부모의 밑도 끝도 없는 간섭이 이어지는군요.

 

이런 경우 안전한 답변을 제시하는데 무척 솔깃했어요. '네, 알겠습니다.'처럼 쉽게 대답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곡해될 소지가 있다는군요. 대신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며 '이렇게 연락해주신 점에 대해서는 감사드립니다' 식의 답변을 하랍니다. 아, 이런 센스쟁이 저자.

 

그리고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하는데요. 직장에서의 우울증이라며 신형우울증이란 용어가 등장했는데, 자책이 아닌 타책, 모든 걸 직장 탓으로 돌리는 자세는 사실상 우울증이 아니라 '적응장애'라고 합니다. 회사 탓, 상사 탓만 계속하며 정신 건강을 망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 될 것 같아요. 회사에서 계속 일할 마음이 있으면 적어도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에 나오는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집니다.

 

세상엔 완벽한 리더는 없습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직장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매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데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고, 이 책은 그 두려움을 내려놓는 방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의식하고 노력할수록 상황은 점차 선순환으로 바뀔 겁니다. 성숙한 인간관계의 기본을 위해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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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LL 시리즈
지넨 미키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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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탄생한 황금가지의 레이블 LL 시리즈에 걸맞은 소설입니다. 애니메이션 같은 표지 때문에 가볍게 읽기 시작하다가도 어느새 감동에 푹 빠지게 되거든요. 특히 이 책은 훌쩍훌쩍~거리며 책장 덮었어요 ;;;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옹."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한 첫 문장 덕분에 고양이 좋아하는 이들은 눈이 번쩍할 겁니다. 검은 수고양이 '나'의 시선으로 진행하는 소설은 시도 때도 없이 고양이 본능을 발산하는 주인공 때문에 깔깔거리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닙니다. 인간의 혼을 인도하는 길잡이로 고위의 영적 존재인 '나'. 한마디로 저승사자죠. 그런데 생전의 미련에 묶여 돌아가길 거부하는 지박령이 늘어나면서 지박령이 될 뻔한 혼을 구하는 임무를 받아 지상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고양이의 몸을 빌려서.

 

'나'는 지박령의 미련을 해결해서 지상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난 지박령은 하필 생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혼이었어요. 사고를 당한 뒤 혼수상태인 여자의 몸을 빌려 기억을 되살리려 하는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을 찾을 동안 고양이의 몸이 된 '나'를 돌봐주니 상부상조하는 셈입니다. 그렇게 고양이 저승사자와 기억을 상실한 지박령 콤비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여자의 몸을 빌린 지박령은 주변의 다른 지박령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아내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려다 사고사 당한 남편, 사건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암으로 죽은 형사의 혼을 만난 '나'는 그들이 생전 가진 미련을 해결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지박령들의 생전 인연이 얽히고 얽혀 그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걸 눈치챕니다. 한 제약회사의 비밀연구에 관여되어 있던 이들이 모두 살해되거나 행방불명되었던 겁니다. 지박령이 잠시 몸을 빌린 혼수상태였던 여자 역시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고요. 어느새 추리소설이 되어 있네요.

 

 

 

고귀한 존재인 '나'는 고양이로, 그의 동료는 개의 모습으로 있습니다. 수렵 본능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사람의 손길에 어느새 골골송을 하고 있질 않나. 아무리 고고한 존재라고 해봤자 여지없이 나오는 동물적 행동 때문에 배꼽 잡으며 읽었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에서도 고양이의 눈으로 본 온갖 인간 군상이 나옵니다. 감정이 방해를 해서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한 일도 하는 이상한 존재인 인간. 처음 지상으로 내려왔을 땐 인간에게 특별한 관심 없었던 '나'는 지박령들의 미련을 다루는 과정에서 어느새 인간에게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박령이 된 혼들은 '나'와 함께 하며 자신의 인생이 의미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미련에서 해방하는 것은 결국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짧은 인간의 삶. 그 짧은 시간을 있는 힘껏 빛나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인 겁니다.

 

경쾌한 판타지 미스터리이면서 생각 외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 소설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진지하지 않게 읽기 시작했다가 진지하게 책장 덮은 책입니다 ^^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에게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생물이, 그것 모르는 생물들보다도 태만하게 살다가 사후에 '미련'에 얽매인다. 이 무슨 얄궂은 일인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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