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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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괌으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154편.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날아가며 9,6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장면을 묘사한 프롤로그에서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집니다.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태평양. 그곳에서 벌어진 20세기 중대 사건 열 개는 1억 6,525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자연 속의 인류 역사를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저널리스트 사이먼 윈체스터 저자는 6개 대륙을 합쳐도 태평양의 면적이 더 넓을 정도인 그곳이 그저 빈 바다가 아니라는 것을 <태평양 이야기>에서 보여줍니다.

 

 

 

'현대'라는 구분은 무슨 기준으로 할까요. 1950년 1월 이전의 대기는 방사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1950년 이후 수많은 원자폭탄 폭발 실험이 생성해낸 방사 원소로 대기 오염이 감지된 순간, 즉 자연이 방사능 피폭으로 오염된 순간부터 과학계에서는 '현대'라 부른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의 시작은 태평양의 비키니섬이었습니다. 핵무기 개발 실험을 행할 수 있을 만한 비어 있는 장소는 태평양뿐. 하지만 그곳엔 몇 세대를 걸쳐 살아오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태평양의 섬들은 뜬금없는 모험가들의 '발견'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고, 결국 핵실험 장소로 이용되기까지 합니다. 12년 동안 23번의 원자폭탄이 터진 태평양 원자폭탄 실험에 깃든 아픈 사연들을 첫 번째 사건으로 올리며 추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조금은 밝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태평양의 전유물 파도타기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들을 소개하며 서핑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서핑이 대중화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영화 <기젯>은 뉴욕타임스 비평가의 호평 덕분이라고 합니다. 폴리네시아 문화 스포츠 서핑이 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미국 관점이 크긴 합니다. 서핑 정신을 담아 경영한 파타고니아의 기업 경영 방식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같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힐 수 있었던 건 우리와 밀접한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이기도 했어요. 판문점은 물론 북한도 몇 차례 방문한 저자는 남한에서 북한까지 반도 횡단을 시도하려 한 전적까지 있을 정도로 모험심이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태평양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군사적 위치, 38선 탄생의 비화도 들려줍니다. 38선은 아프리카를 나눌 때처럼 참 어이없게 만들어졌습니다. 지도상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까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선을 손가락으로 죽 그려 보인 찰스 본스틸. 별생각 없이 선 하나 그은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기후 이변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자연재해인 태풍 트레이시처럼 파괴력 가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자연의 보고라 불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의 탈색,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인한 조류 생태계 위험,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 등 그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일본이 최초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발명한 사건은 세계무역 중심이 이동하는 큰 변화를 일으켰고,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침몰 사건은 제국의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의 영역 확장으로 태평양 정세가 술렁입니다. 중국의 야심은 20세기 폭발한 화산 중 두 번째로 강력했던 필리핀 피나투보산 화산 폭발로 미군 기지 두 군데가 초토화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군 군사력이 약화되어 취약한 시기에 중국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태평양의 수많은 산호초와 무인도에 중국 막사가 지어지며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는 실태를 보고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남태평양 섬들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누군가에겐 차지해야 할 힘의 원천으로 인류 역사상 온갖 사건들이 등장한 그곳, 태평양의 비밀을 들려준 <태평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이 가득한 태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태평양이 가진 중요성을 짚어보며 정치경제학적, 지질학적, 기상학적 등에서 잠재된 역할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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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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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직을 내던지고 어둠의 변호사가 된 고진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 변호사 고진 시리즈. 한국 추리소설 변호사 고진 시리즈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과 세 번째 <정신자살>이 새 표지로 황금가지에서 재출간되면서 변호사 고진 시리즈가 깔맞춤한 느낌이네요.

 

두어 시간이면 완독하게 되는 흡인력 있는 도진기 작가의 추리 소설. 첫 번째 <붉은 집 살인사건>으로 한국형 탐정 변호사 캐릭터를 개척했다면,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으로 변호사 고진의 캐릭터가 확실히 선명해진 느낌입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 고급 룸살롱에 나가는 여자와 그녀를 스토커 하던 아래층 남자가 숨졌습니다. 베란다로 침입한 흔적이 있고 여자는 송곳에, 남자는 과도에 찔린 채  말이죠. 그녀가 숨지기 직전 남자친구와 전화 통화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남자친구의 폰으로 마지막 순간이 녹음되었습니다.

 

숨진 여자의 남자친구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는 탄탄한 상황입니다. 결국 성범죄 전적이 있던 경비가 피의자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실 경비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유현 형사로서는 찝찝함을 안고 상황을 지켜봅니다.

 

결국 재판 과정에서 경비는 누명을 벗게 되고, 그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 다시 처음부터 사건을 짚어보게 된 이유현 형사는 고진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새롭게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홈즈의 왓슨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 이유현 형사의 비중이 이번에는 변호사 고진보다도 더 상당합니다. 그래도 결국 왓슨은 왓슨. 홈즈의 머리를 따라갈 수 없듯, 변호사 고진의 우월한 추리 능력에는 못 미치지만 이유현 캐릭터가 없었다면 많이 딱딱해졌을 거예요. 감초 역할 제대로 하는 인물입니다.

 

"대단해, 대단해. 욱해서 푹 찌르는 상상력 제로의 단순 범죄에 완전히 질려 버린 참이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자가 있다니." - 책 속에서

 

 

 

고진의 가설을 바탕으로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밝혀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범인도 같이 드러날 텐데, 아무리 수사해도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견고하기만 합니다.

 

고진 변호사는 살해된 여자의 남자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추리를 해보지만 정작 수사 답보 상황만 계속됩니다. 고진 변호사의 말대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범죄의 귀재가 등장한 것일까요. 요즘은 휴대폰, 이메일, 통장 계좌만 맞춰보면 다 나오지만 그에 맞춰 범죄 트릭도 새로워지고 있는 겁니다. 읽는 내내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지, 왜 그들을 살해했는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이번 범행은 거의 하나의 행위예술이라고 할 만해. 그러니까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돼. 범인의 창작물에 대한 감상력 정도는 갖추는 게 예의 아니겠어?" - 책 속에서

 

 

 

그러다 살해된 여자의 남자친구 모친 집에 살인을 목적으로 한듯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집니다. 소설 대부분에서 고진 변호사가 내세운 세 가지 가설을 그때마다 증명해내려는 이유현 형사의 뺑뺑이가 눈물겨울 지경입니다. 민간인 신분인 고진 변호사 대신 이유현 형사가 뻘짓 참 많이 해줬어요. ㅎㅎ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고급 창녀와 귀족 청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 남자친구가 범인은 아닐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되긴 했지만, 그러면 도대체 누가 왜?! 이 부분에서 제대로 궁금증 안겨 준 소설입니다.

 

범인이 밝혀지고 그 동기를 알게 되었을 땐 "으아~~~" 소리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끝맛이 사실 찝찝할 정도로 상상도 못했던 동기였던 터라. 한편으론 늙어가는 인생이란 점에서 급우울해지기도. (뭔 말인지는 읽어보면 아실 테지만요 ^^) 변호사 고진 시리즈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은 범죄 소재 면에서 신선한 충격파를 안겨준 추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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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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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흥행세를 이어가는 영화 『범죄도시』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같은 아이디어인데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요. 브람스 『자장가』, 영화 『스타워즈』,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전 세계가 열광한 메가 히트작들의 사례를 히트 상품의 심리학과 미디어 경제학 관점에서 논하는 책 <히트 메이커스>.

 

 

 

히트작들을 읊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없던 것이 탄생한 게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들을(누군가는 뻔한 소재라고 말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을요. 저널리스트 데릭 톰슨 저자는 히트작의 비밀을 처음부터 밝힙니다. 히트 메이커는 '친숙한 놀라움' 혹은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 음악, TV, 책, 게임, 앱 등에서 대박을 친 다양한 상품을 심리학과 경제학 이론으로 증명해나갑니다.

 

 

 

먼저 친숙성 요소가 얼마나 인기와 성공에 관여하는지 심리학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친숙함이 '좋다'라는 느낌으로 변화하는 기제를 칸트 철학, 심리학의 유창성 등의 이론을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움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속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의 조합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겁니다.

 

평균 범주를 넘어서는 개인 취향과 기호는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보편적 범주에서는 반복적 노출이라는 마법을 선보인 히트작 사례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친숙한 것에 끌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나 과학 등 연구 분야에서조차 너무 새로운 주제보다 약간 새로운 연구 주제를 선호하듯 우리는 수용 범위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을 원한다는 겁니다. 20세기 최고의 히트 메이커였던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의 마야 법칙 (Most Advanced Yet Acceptable)입니다.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이론에 따라 흥행작을 만드는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흥행작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는 수천 개의 클리셰를 모은 환상의 집합체입니다. 이쯤 되니 '창작'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창작이란 우리가 아는 이야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친숙한 놀라움, 익숙한 새로움이 히트작 성공 비밀의 다가 아닙니다. 문화 시장 자체는 카오스입니다. 인기, 명성에 대한 취향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입니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주변 영향을 받아 자신의 태도와 견해를 바꿉니다. 대중의 취향을 만드는 데는 선택 가능성, 경제 상황, 마케팅 전략이 버무려지지만 불확실성의 세계에 놓인 만큼 확률 게임이 되는 겁니다. 이제 미디어 경제학 측면에서 히트 상품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봅니다.

 

성공은 전적으로 수학, 타이밍, 행운의 문제라는 던킨 와츠의 카오스 이론대로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긴 한데요. 현실은 현실. 실제 이런 사례가 부지기수였어요. 1년 전 망했던 음악이 영화 삽입곡이 되어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고 로큰롤의 부활을 이룬 『록 어라운드 더 클락』처럼 소비자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에다가 시장은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오로지 카오스를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와 끈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히트 메이커스>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랜덤하우스 역사상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트와일라잇』의 팬픽으로 탄생했습니다. 이 책은 입소문을 타 성공한 작품이라고 다들 한목소리를 냈었죠. 하지만 저자는 바이럴 신화는 근거가 없다는데! 그동안 입소문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이럴 마케팅 개념 오류를 짚어줍니다. 단순히 1대 1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형태가 아니라 1대 100만이 접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되었을 때 디지털 블록버스터가 된다고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성이 아니라 전파성인 겁니다. 평균 이상 공유를 넘어 대박을 치려면 거물의 대형 전파자가 있어야 했던 겁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독자 서평 사이트 굿리즈의 평점, 저자가 이미 500만 이상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던 팬픽션닷컴 사이트, 전통 언론 매체의 기사와 같은 3단계에 걸쳐 대형 전파가 이뤄졌습니다. 

 

 

 

소비자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예측 불가한 시장에서 대중의 취향이란 네가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는가의 문제가 되는데요. 소셜 네트워크 상의 정보 공유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봄으로써 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무엇이 사람들을 연결하는가를 고민해 보면 동질성이라는 답이 나오더라고 합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읽는 것과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는 저도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내가 뭘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적 선호도까지 추가하면, 애초에 히트작을 목표로 한다는 건 어불성설 같기도 합니다. 히트 메이커들은 소비자가 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만들기만 하면 히트 치는 나영석 PD의 비밀을 짐작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습니다. 저자는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 넷플릭스 같은 가입자 전용 채널의 히트작을 살펴봅니다. HBO는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많았지만, 창작자에게 모험을 장려하는 사업 모형을 유지한 덕분에 결국 HBO 역사상 가장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경제학의 승수효과처럼 작은 히트작이 모회사를 살린 성과를 낸 사례 등 히트작의 영향은 상당히 폭넓게 나타났고, 매체별 히트작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반복적이고 적당히 새로운 히트작. 하지만 이 비밀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편견 일색과 공감팔이가 될 수도, 타인이 동의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나 논쟁을 피하게 되는 단점이 나타납니다. 어째 비밀을 알면 알수록 이 세계의 복잡성을 예측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되네요.

 

재미있으면서도 쇼킹한 이야기가 가득한 <히트 메이커스>. 저널리스트인 데릭 톰슨 역시 대단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심리학과 미디어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건너뛰어 읽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사례와 분석으로 채웠습니다. <히트 메이커스>가 마케터, 기획자의 필독서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선명하게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저자가 나를 분석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히트 상품은 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네트워크로 전달된 의미의 조각이다.

일단의 창작자 무리가 만들어낸 다음 수많은 소규모 열광적 집단에 전달한 결과로 탄생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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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18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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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최신 개정판 전국일주 가이드북.
여행전문가 4명이 선정한 지역별, 테마별, 주제별 코스로 손쉽게 우리나라 전국일주 도전!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매번 가는 곳만 가는 식상한 국내여행에서 벗어나 주말여행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가볍게 떠나보다 보면 결국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게 되는 전국일주 어떤가요.

 

 

 

2018 개정판 전국일주 가이드북에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관련한 테마여행이 추가되었습니다. 알쓸신잡에서도 들렀던 강릉 여행 코스 외에도 스포츠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코스까지 더한 평창 동계 올림픽 로드. 놓치기 아깝네요.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여행입니다. 고속도로별로 코스를 구분해 최적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볼거리, 체험, 맛집, 숙소까지 간략하게 정리되어있어 짧게는 2박 3일부터 길게는 도로따라 이동하는 장기 여행까지 여행 계획에 꼭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만 다룬 여행책입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2박 3일 이상의 자동차 여행에 적합한 코스만 다루고 있어 수도권은 일부만 소개되어 있고, 섬은 제외되었습니다. 작년에 2017년판으로 나왔던 이 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1년 사이 새로운 고속도로가 많이 개통되었더라고요. 최신 정보가 잘 반영된 여행가이드북입니다.

 

 

 

우리 지역 수원은 수도권이지만 간략하게 등장하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저도 아직 수원은 구석구석 누비질 못했지만 이 책을 보니 가장 대표적인 정보가 잘 나와있어 일단 정보면에서 신뢰감 업.

 

 

 

울산은 국내여행지로 가끔 가는 곳인데 저희도 매번 가는 곳만 갔는지라 다음엔 이 책에서 소개한 코스를 좀 더 반영해볼까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갑자기 그 지역에 갔을 때 1박 정도의 주변 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지역별 동선을 잘 보여주고 있어 편하게 참고할 수 있겠더라고요.

 

 

 

동해안 7번 국도를 시작으로 경부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서울 양양 고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 호남 고속도로, 순천완주선 고속도로, 중부 고속도로, 중부내륙 고속도로, 중앙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이동하기 편하게 여행 코스가 소개되었습니다.

 

자동차 여행인만큼 빠질 수 없는 휴게소 맛집 정보, 계절별로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 제철 여행지, 지역별 특색 있는 축제 정보 등 국내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알차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철저하게 이동 편한 코스를 다룬 전국일주 가이드북. 국내여행은 너무 흔한 느낌이라 오히려 못 가본 곳들이 수두룩하더라고요. 우리나라의 놓치기 쉬운 명소를 구석구석 누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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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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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개봉작, <희생부활자> 영화관람 전에 원작소설 <종료되었습니다> 읽었습니다. 반전 있는 내용이라 책과 영화 둘 중 먼저 접하는 쪽이 충격파가 더 강렬할 것 같긴 합니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예고편은 소설 초반 딱 보여주던데 '예고편이 다였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만한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좋을듯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박하익 작가의 2012년도 작품입니다. 김래원, 김해숙 주연의 영화 <희생부활자>로 개봉하게 되면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재출간했네요.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넉넉잡아 두세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소재, 생각지도 못한 반전, 그 속에 담긴 주제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살해당해 죽은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돌아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한 뒤 빛을 내며 소멸하는 현상 RVP (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 최근 몇 년 사이 환세자, 영화 제목으로는 희생부활자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잘 나가는 신생 기업의 공동대표로 있는 진홍. 배우 김래원이 연기한 진홍은 영화에선 검사로 등장하더군요.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7년 전 오토바이 퍽치기로 살해당한 어머니 명숙이 돌아왔다는 누나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가는 진홍. 당시 어머니는 진홍의 사업 목돈이 들어있던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다 살해되었습니다. 돈 때문에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지닌 채 살아온 진홍은 어머니의 죽음을 지척에서 목격했기에 희생부활자로 나타난 이 상황이 믿기 힘들 지경입니다. 한편으론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품게 됩니다.

 

 

 

생전 모습 그대로인 어머니는 아들 진홍에게 평소처럼 대합니다. 하지만 '심판'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진홍에게 칼을 내리꽂으려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희생부활자는 오직 가해자만을 노렸고, 신속 정확하게 자신의 원한을 갚은 후 사라지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 지금까지 희생부활자가 무고한 사람을 심판하려든 경우는 없었기에 심판당할 뻔한 진홍을 범인으로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살해했던 범인이 드디어 잡히게 됩니다. 단순 퍽치기가 아닌 살인청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오히려 그 배후로 의심을 더 받게 되는 진홍.

 

기관에서는 범인과 피해자가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어 살인 실행했던 범인이 결국 어머니의 손에 심판 당하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청부 살인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아들 진홍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어머니. 불량 희생부활자인지 아니면 진홍이 완전체 사이코패스인지 의문은 깊어만 갑니다.

 

"목숨은 목숨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갚아라." - 책 속에서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RVP 현상을 통해 유명무실한 사형 제도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사형을 선고받은 채 교도소를 노후 보장되는 안락한 공동체로 삼아버린 교화 가능성 없는 범죄자들. 완전한 교화와 잔혹한 징벌을 두 가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은 과연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죽은 이를 보고 싶다는 열망과 범인을 처벌하고 싶다는 원한이 얽혀 탄생한 희생부활자. 눈에는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에서처럼 피해자가 당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끝이라면 식상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초월적 생명공학 기술과 전 지구적 사회 제어 시스템의 열망을 담아서 말이죠. 지금까지의 희생부활자들과 다른 패턴을 보인 어머니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주더군요. 소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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