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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 - 시공전문가 박강현이 ‘건축주’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강현 지음 / 멘토프레스 / 2017년 1월
평점 :

건축시공기술사 박강현 시공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집 짓기란? 집다운 집이 되는 탄탄한 집입니다.
디자인만 예쁘고 정작 살기 불편한 집, 냉난방비 폭탄 맞는 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어떻게 지어야 잘 지은 집이 되는지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에서 꼼꼼히 알려줍니다.
집에 대한 인식,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야 한다고 합니다.
작지만 탄탄한 집 짓기. 이것은 단지 건축사, 시공사, 감리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주 스스로가 집에 대한 마인드가 어떠한지, 집짓기 전반의 흐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환경을 생각하며 경제적인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

한 번쯤은 꿈꿔봤을법한 나만의 집.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목가적인 풍경에 널따란 마당이 있고, 햇살과 바람이 잘 들어오는 집처럼 머릿속에 꿈꾼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 천장 높은 집은 전기세 폭탄, 요즘 한창 인기인 노출 콘크리트 집은 냉기에 건강 해친다니 꿈 주머니가 하나씩 펑펑 터지는 기분입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계속 현실과 먼 꿈만 꿨을 거예요.
멋지거나 예쁘장한 디자인을 보면 이제는 그 이면도 생각하게 됩니다.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는 집짓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고, 건축주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짚어주면서 실전 집짓기에 도움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
어떤 건축가에게 맡겨야 할지 사람 보는 눈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집짓기 설계 진행, 공사 진행 과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건축, 시공, 감리 과정은 전문가에게 무조건 맡겨만 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건축주가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할 사항이 소소하게 많았습니다.
집 하나 짓는데 이렇게 많은 과정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동네 오다가다 보면 하룻밤 새 헌 집 허물고 눈 깜짝할 새 번쩍번쩍한 빌라 들어설 때마다 어찌 이리 뚝딱 지어 올릴까... 이런 것만 보다가 이 책에서 알려준 집짓기 전체 과정을 쭉 보니... 죄다 날림공사하고 있었구나 싶네요.

특히 콘크리트 양생과 타설 부분은 집짓기에서 엄청나게 중요하고 긴박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더군요.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책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을 꽈악 움켜쥘 정도였으니. 그러고 보면 박강현 저자의 글 솜씨도 참 좋습니다. 건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썼고요, 중간중간 집짓기와 관련한 명작동화의 재해석 코너도 감칠맛 나게 써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집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경주 지진 이후 특히 불안해진 부분이죠. 대한민국 내진설계 건축물은 5.4%뿐이고, 재난시 필요한 소방서 건물의 71.1%가 내진설계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깜짝 놀랐습니다. 출동하기 전 소방서 건물이 먼저 무너질 판이니.

환경질환 문제도 언급하는데요.
새집증후군은 새집뿐만 아니라 살면서 하는 개보수 인테리어 공사도 심각하다 하니 저자가 알려준 실내공기 관리법은 꼭 실천해야겠더라고요. 난방 후 환기하는 베이크 아웃으로 새집증후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 평소 환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도움 되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사시사철 냉난방 하느라, 미세먼지 때문에 웬만해선 창문 안 열고 살거든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환기의 중요성이 크더라고요.
침하, 단열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어 유독 곰팡이가 생기고 누수가 되는 집이나 유난히 덥고 추운 이유를 풀 수 있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사용설명서처럼 유용한 내용이 많았어요.
그저 예뻐 보이는, 유혹하는 집을 번드르르하게 소개하지 않고 집의 의미에 대해 강조하는 저자의 신념이 마음에 들었어요. 안전하고 쾌적한 집, 살기 위한 집, 집다운 집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집장수가 아닌 진짜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