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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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에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 The Table>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비하인드스토리를 담은 책 <더 테이블>. 영화가 먼저 나온 다음 영화의 속편까지 담은 책이 이후에 나온 거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책 쪽이 개인적으론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지문과 대사가 가득한 글로 만나니 무척 좋았어요. 그런데 이 책은 첫 편 읽다가 이 대사를 어떻게 연기했을까... 너무 궁금해져서 책 읽는 걸 멈추고 영화를 봤을 정도로 분위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잔잔한 스타일의 일상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닌데도 영화 <더 테이블>의 영상미는 정말 엄지 척! 사흘 만에 쓴 시나리오에, 단 7일의 촬영 기간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니.

 

 

 

시나리오 책은 처음 접한 건데 자연스럽게 영상이 재생되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더라고요. 책 <더 테이블>은 영화 촬영전 시나리오여서 영화 에피소드와 순서가 다르기도 하고, 영화의 삭제 분량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안,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네 가지 이야기 <더 테이블>. 두 명씩 짝을 이룬 네 쌍의 이야기는 제각각 매력이 있었습니다. 아련한 감정이 들게 하기도, 씁쓸한 아픔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일상을 소재로 했음에도 독특함이 가득한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대사와 대사 사이에 멈춤의 여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대사 없는 멈춤이 아니라 짧은 숨 사이에 숨어있는 여운이 꽤나 짙어요.

 

 

 

경진과 민호의 썸을 흔하디흔한 썸으로 만들지 않은 것에 흐뭇한 기분을, 유진과 창석의 엇갈림 속에서는 씁쓸한 분노를, 가짜 모녀 역할을 하는 은희와 숙자의 대화에서는 그 속마음을 읽어내는 순간 울컥,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어긋난 관계를 끝내려는 혜경과 운철의 선택에 안도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 <더 테이블>.

 

 

 

네 쌍의 인연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이야기 모두 일상의 대화 형태로 끌어 나갈 뿐인데도 하나의 스토리가 끝날 때마다 여운은 무척 오래갑니다.

 

 

 

김종관 감독은 책 <더 테이블>에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경진, 유진, 은희, 혜경의 과거입니다. 단편 분량인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아쉬움을 채워줍니다.

 

영화 밖 다른 사연들이 담긴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는 본편에서 짐작하고 상상했던 그녀들의 삶을 한 조각 더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본편의 좋은 느낌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영화 <더 테이블>을 만든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더 테이블 코너는 김종관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영화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란한 수식 없이 함축적으로 내용과 정서를 전달하고, 단 하나의 장면으로도 인간의 삶이 드러나는 단편 소설의 매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화 <더 테이블>. 테이블에 초점 맞춘 장면에선 빈 공간에도 이토록 진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과 영화는 선뜻 손 안 가는 취향인데도 <더 테이블> 읽는 내내 '너무 좋아~' 연발하게 되더라고요. 뭣보다 책 표지도 예뻐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비주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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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 일에 쫓겨 인생마저 꼬였을 때, 오늘부터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
나카지마 사토시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클라우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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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오른쪽 버튼, 더블클릭,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탄생시켰고 윈도우95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전설의 프로그래머 나카지마 사토시. 세상을 바꾼 발명의 비결에는 그만의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 있었습니다.

 

 

 

삶이 달라지고, 꿈을 이루고, 일류처럼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시간에 쫓겨 마감일에 허덕이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법입니다.

 

 

 

영어도 서툴고 뛰어난 인재들이 가득한 곳에서 그의 무기는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었습니다. 실력만 따지면 천재인 직원도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해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던 그곳에서 살아남았고 퇴사할 때도 당시 CEO가 만류할 정도로 인정받았던 그의 무기,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보통의 시간 관리법과 무엇이 다를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일화도 종종 등장하는데, 빌 게이츠 역시 시간 관리법이 탁월했다고 합니다. 나카지마 사토시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윈도우95 개발 과정에서도 빌 게이츠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더라고요.

 

 

 

직장에서 중요한 건 일의 질을 추구하다가 마감 기한을 넘기는 것보다 일을 기한 내 끝낼 수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일을 맡기면 안심되고,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직원으로 신뢰받게 되는 방법은 바로 언제나 마감을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는 겁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며 수정하듯, 처음부터 100%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80~90점짜리를 기한 내에 완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윈도우95도 3500개의 버그를 가진 채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그런데 이 마음 속에는 남에게 평가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묻습니다. 모든 일은 반드시 수정하게 되어 있고, 수정은 일을 끝낸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모든 악의 근원은 마지막까지 열심히 힘을 쏟는 라스트 스퍼트 방식이라고 합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효율화에 온 힘을 집중한 기술입니다. 이 시간 관리법은 전체 기간 중 20%에 해당하는 초반에 총 업무량의 80%를 끝내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기간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기간입니다.

 

 

 

시간에 쫓겨 일을 끝내지 못한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여유를 만드는 방법인 거죠. 유념해야 할 사항도 있는데, 일찌감치 일을 끝냈다고 보고해버리면 곧바로 다른 일이 주어지게 되고 그때부터는 이번처럼 빠른 기간내 끝낼거라는 상사의 기대치도 올라가니 주의하라는군요. 약간 황당하고 재미있는 말이지만 격하게 공감되는 주의사항입니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장기 프로젝트도 있고, 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중요 업무와 덜 중요한 업무를 매일같이 처리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유형에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하루를 작은 단위로 쪼개면서 말이죠. 중요한 점은 반드시 마감을 지킨다는 것과 로켓 스타트로 단숨에 업무량의 80%를 끝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역량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정 지연으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대응법까지 알려주는 식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줍니다. 집중력 높여 일을 빨리 끝내는 노하우를 알려주기보다는 집중력이 저절로 생기는 일처럼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끔 부추깁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에 몰입하는 것이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의 숨은 목적이었어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명확한 목적이 있는 공부를 하려고 할 때에도 유용합니다.

 

일과 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에서 들려주는 올바른 시간 관리법을 실천해보세요. 싫어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유용한 무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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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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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은 도진기 변호사가 부장판사 재직 중 쓴 소설로 변호사 고진 시리즈 첫 번째 소설입니다. 한국 본격 추리의 새 장을 연 변호사 고진 시리즈, 생각했던 것보다 퀄리티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언덕 위 붉은 집 1층 서씨 집안과 2층 남씨 집안 간의 대를 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입니다. 처음엔 단순 상속 문제로 생각했다가 어둠이 감춰진 집안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사건은 꼬일대로 꼬여만 갑니다.

 

 

 

서씨와 남씨 집안의 가족사를 정리하는 것조차 몇 페이지 나올 정도로 배경, 인물이 복잡한 소설입니다. 각자의 자녀가 있던 상태에서 재혼했던 서씨와 남씨. 하지만 부부간의 살인 사건으로 의붓 자녀들만 남겨진 채 1층과 2층에 각각 자리 잡아 살아왔습니다.

 

1층엔 퇴역 군인 서씨와 자녀들이, 2층엔 남씨와 실명한 딸 그리고 남씨의 여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서씨의 아내는 강도 살인으로 사망, 남씨의 아내는 별거 후 병사해 대대로 아내복이 없는 집안이네요.

 

사건은 2층 남씨 집안의 가장이 유언장을 작성하는 걸 여동생이 우연히 듣게 되면서 일어납니다. 1순위 상속인은 남씨의 딸로 지정했으나 2순위로 서……까지만 들은 여동생. 여동생 입장에서는 서씨 일가로 상속 재산이 넘어가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운 의뢰도 표 안 나게 귀신같이 해치운다는 어둠의 변호사로 알려진 고진 변호사에게 의뢰합니다.

 

 

 

고진 변호사는 서씨 일가와 남씨 일가의 기묘한 동거와 대를 이어 발생한 살인사건이 단지 우연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인 딸의 목숨까지 위태로워 보이지만 결정적인 뭔가가 없어 머뭇대다 결국 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실명 후 요양차 머물던 곳에서 실족사한 딸. 사고사라지만 분명 살해된 것으로 의심하는 고진 변호사. 그녀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일까 의심하지만 서씨와 남씨 가족 모두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2순위 서씨가 사람이 아닌 서울맹인복지회였다는 유언장 내용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더해집니다.

 

 

 

삼대에 걸쳐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안. 가족 중에 살인자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고진 변호사는 살인의 성향, 악마의 유전인자도 선별적으로 물려받는 게 아닐까, 이 집안에는 악의 피가 흐르지 않을까 생각할 지경입니다.

 

뒷골목 변호사다운 면모는 추리 과정에서 줄곧 드러납니다. <붉은 집 살인사건> 소설 대부분의 분량이 고진의 가설과 실망의 반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혼자만의 작업이기보다는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고진 변호사도 찰떡궁합 형사의 도움을 받아 가며 사건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결국 추리의 완성은 고진의 머릿속에서 다 이뤄지는군요.

 

삼대의 살인 사건 각각에 숨어있던 비밀을 밝혀내면서 진정한 배후를 찾아내는 고진 변호사. 이 모든 그림을 미리 예상했다는 식의 우월함이 슬쩍 보여 재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설픈 면은 없었어요. 얽히고설킨 배경만으로 독자를 정신없게 만든 치밀함이 대단한 소설입니다.

 

트릭이 상상했던 것보다 탄탄했습니다. 이래서 도진기, 도진기 하는구나 이해가 되는 소설이었어요. 고진 변호사 시리즈 첫 책으로 읽었는데 다음 소설이 자연스럽게 기대될 정도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고진 변호사 시리즈 나머지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정신자살>, <유다의 별>,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도 순서대로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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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소화제 - 현대인의 답답한 마음을 위한 처방전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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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소화불량인 감정들의 원인을 찾아내고 처방하는 <마음 소화제>.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 에세이 <마음 소화제>는 동자스님, 짹짹이, 곰돌이, 꼬마 아가씨, 야옹이 등을 중심으로 한 4컷 만화입니다. 그림마다 스님의 담백한 에세이가 곁들여져있고요.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지만 너무 일상적이라 잊고 지내기 쉬운 사소한 마음의 이야기들입니다. 답답하기만 하고 소화불량인 감정들이지요. <마음 소화제>는 내 감정의 원인을 찾아내 처방한 마음 치유법 책입니다. 감정은 그저 눈에 보이는 한 가지 감정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더라고요. 감정의 부메랑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4컷 만화는 무척 간략하지만 그 속에 많은 걸 품고 있습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내가 하는 행동 속에 감춰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요. 나의 괴로움을 깨닫는 것이 첫걸음이었어요.

 

노여움은 불안과 외로움의 에너지로 이어지며 막연한 부정적 상태가 지속되고, 구체적 대상이 있을 땐 공격성과 원한으로 연결됩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폭발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추악하게 만드는 온상인 거죠.

 

분노의 카르마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노의 카르마를 쌓을수록 화가 나고 오해하는 성격이 몸에 붙어 결국 스스로 에너지를 바꿀 기회도 찾아오지 않게 됨을 알려줍니다. 마음이 장기적으로 어떤 법칙으로 작동되는지 알면 번뇌는 줄어든다는 게 <마음 소화제>의 기본 원칙입니다.

 

 

 

<마음 소화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만함'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 역시 마음의 낡은 패턴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더라고 합니다. 미리 예상하고 착각에 빠지는 오만함의 번뇌를 들려줍니다. 연애에서든 일상에서든 부정적인 관계의 원인은 오만함의 번뇌였어요. 주도권 놀이는 결국 관계를 망치는 길입니다.

 

솔직히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했다가 4컷 만화와 글을 보며 그제야 깨닫기도 했어요.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같이 해줄게'라는 태도, '이제 그만둘까?'라는 말속에 숨은 의미를 짚어줍니다. 주도권을 잡으려다 상대의 행동이 눈에 안 찰 때 노여움이 생기게 되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할 때도 상대가 말려줄 것을 은근 원하고 있다는 거죠. 상대가 약속을 깼을 때에도 '나보다 다른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니.'라는 생각에 자존심 상하는 것 역시 오만함의 번뇌입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봤다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은 빛의 속도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거든요. 오만한 마음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이건 내 오만함이야.'라고 평정을 찾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 냉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대하다가 역시 아니지 않을까 하고 접어버리고 그래도... 싶어서 또 기대하고. 기대와 환멸의 모순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겁니다. 생각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금, 여기'에서 일단 몸을 움직여보고 그 동작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마음 소화제>에서 제대로 건진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자기계발서에도 흔히 얘기하는 건데 과거의 나보다 성장했다는 말을 에너지 삼잖아요. 그런데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전과 비교해 자신은 좋게 변하고 있다'라는 말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꼬집습니다. 자기만족으로 인해 정체하고 싶은 욕망은 아닌지 점검하라고 말이죠. 전진했다느니 깨달았다느니 등의 자만한 생각으로 오히려 멈춤이 되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심리적 해석에 따라 멋대로 자동완성하는 버릇을 멈추고 오만함의 번뇌를 알아차린다면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다스리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이야기한 <마음 소화제>는 내 감정에 숨겨진 속내를 파헤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을 후련해지게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어요. 상쾌한 행복을 위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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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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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항구와 200킬로미터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 숨기고, 탱크를 트럭으로, 철도 차량을 모조 잠수함으로, 폐선박을 대형 전함으로 속여 독일군을 농락. 그리고 전쟁 역사상 가장 대단한 마술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꿔버린 전쟁영웅이 있습니다.

 

 

 

히틀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실존 인물 재스퍼 마스켈린. 역사상 가장 사악한 적, 나치 독일군을 상대로 마술의 힘을 선보인 영국의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쟁 소설 <전쟁 마술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2018년 영화 개봉 예정입니다.

 

 

 

소설 <전쟁 마술사>는 북아프리카 사막 전쟁의 명운을 가른 1942년 엘 알라메인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마술사 집안에서 태어난 재스퍼 마스켈린.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기교를 가진 그는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합니다. 전쟁에 마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마술을 강력한 힘이나 다른 형태로 활용하면 전투에서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닫지요. 힘의 과시가 실제 무기만큼이나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쟁 기계라 일컬어지는 독일 군대를 속일 수 있을까요. 처음엔 다들 허튼소리로 치부합니다.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위장술 장교로 입대한 재스퍼 마스켈린. 영국 육군 공병대 소속 마스켈린 중위 신분으로 교수, 범죄인, 목수, 만화가, 화가, 정규병 등 범상치 않은 괴짜들과 함께 소규모 마술단을 구성합니다.

 

 

 

이집트 수에즈로 간 그들은 북아프리카 전투에 활용할 위장술을 준비합니다. 그곳은 사막의 여우 로멜의 전차부대와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던 곳이었습니다.

 

탱크가 적의 정찰에도 트럭처럼 무사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일부터 독일 공군 시야에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숨기는 일, 가짜 군대를 만드는 일을 하며 점차 인정받는 마술단. 전쟁에서 가짜 무기를 가져다 두는 건 이미 심심찮게 있었던 일이었지만, 실제 탱크를 위장하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전쟁 마술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인물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원리를 이용한  마술 기술은 그 후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상상력과 지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 책 속에서

 

 

 

영국 보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수에즈 운하를 숨기기도 했습니다. 무려 200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요. 폭격기를 따돌리기 위한 위장술은 환상이 실제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엄청난 요청조차 재스퍼 마스켈린은 실현시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마술 외에도 첩보 장치를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MI9에서 일하며 만든 탈출용 키트는 이후 군과 정보기관에서 실제로 사용할 정도로 유용했습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이 얼마나 유명해졌냐면 히틀러도 언급한 바 있을 정도입니다. 팬저 군단의 지휘관 로멜에게 독일 군대는 영국군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마스켈린 같은 자는 필요치 않다고 말한 일화가 있더라고요.

 

 

 

마술 기술을 활용한 수많은 위장술은 개별적으로는 모두 훌륭했지만, 재스퍼 마스켈린에겐 여전히 뭔가가 부족해 보입니다. 피날레를 위한 회심의 한 방을 계획합니다.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서 할 일이 있을 때면 밤낮없이 일하지만, 그게 끝나면 쉬고 노는 게 마술단의 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선 그들의 특별한 능력은 필요 없었습니다. 전쟁에서 놀이나 했던 마술사쯤으로 각인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그를 대신해 강연 갔다 돌아오던 마술단 멤버가 독일 전투기 공격으로 비상착륙 중 폭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자괴감에 빠진 재스퍼 마스켈린은 단 몇 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화성 크림 연구에 매달립니다. 크림을 발라 이번엔 마술이 아닌, 불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크림의 효과를 선보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듭니다.

 

총을 들고 실제 전투 현장에서 싸우지 않은 마술단으로서는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상처를 경험하고 목격하면서, 진짜 전쟁을 갈망하기만 했던 과거를 교훈 삼게 됩니다. 전우의 황망한 죽음, 사막에서 길을 잃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던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네가 마술 지팡이를 챙겨왔기를 바라네.
우리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거든." - 책 속에서

 

이제 북아프리카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몽고메리 지휘관에 의해 마지막 전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몽고메리는 전쟁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술을 요구합니다. 탁 트인 평원에 15만 명의 병사와 1천 문의 포와 1천 대의 탱크를 숨겨야 합니다. 독일군 몰래 말이죠. 전쟁의 판도를 바꿔버릴만한 마술입니다. 재스퍼 마스켈린은 최후의 에이스 카드를 준비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북아프리카 전투에 참여한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 마술의 힘으로 나치 독일을 무찌른 그는 자신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승승장구하는 독일군을 상대로 마술의 힘을 겨뤄 전쟁 마술사로 전쟁 영웅이 되었습니다.

 

전쟁 소설인 만큼 전쟁 용어가 많아 전쟁 소설 취향 아닌 독자에게는 낯설게 읽힐 수 있고, 6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에 글씨마저도 빽빽한 편이라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기 치듯 적을 현혹하기 위한 온갖 속임수를 구현하는 장면 묘사와 재스퍼 마스켈린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너무나 좋아서 참을만했어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The War Magician에서 영상으로 재현될 재스퍼 마스켈린의 전장매직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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