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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ㅣ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에반게리온, 인랑, 영원한 전쟁, 스타십 트루퍼스, 로보캅, 아이언맨 등 파워드 수트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신개념 SF 일본 경찰 소설 <기룡경찰> 시리즈도 흥미진진할 겁니다.
쓰키무라 료에 작가는 본작 <기룡경찰>을 시작으로 기룡경찰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2012년에는 후속작 <기룡경찰 - 자폭조항>으로 일본SF대상 수상, 2013년에는 <기룡경찰-암흑시장>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기룡경찰의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어요. 이후 신작 나올 때마다 미스터리계 상을 수상하며 걸출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네요.
인체를 본떠 설계한 이족보행용 군용 유인 병기 기갑병장. 테러와 민족분쟁이 증가하면서 전술도 변화되었습니다. 기갑병장이 등장하는 작품 대부분이 외계 생물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기룡경찰>은 현대 경찰의 모습에서 파워드 수트를 입은 상태를 상상하면 되니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어요.
의문의 신고 전화 한 건으로 출동한 순찰차를 짓밟고 도주하는 기갑병장 세 기. 경찰관과 시민 사상자 다수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번집니다. 지하철 승객을 인질로 잡은 상황에서 경찰 SAT와 경찰이지만 경찰 내부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는 특수부 SIPD의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경시청 특수부 폴리스 드래군은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은 전속 수사원과 돌입 요원을 데리고 있는 특수 부서입니다. 통칭 기룡경찰이라고 부릅니다.
특수부 SIPD는 그 구성원부터 특별합니다. 외부인과의 계약을 통해 조직된 곳으로 기갑병장 드래군 3기가 있습니다. 양산형 기갑병장의 단순 기계조작을 넘어 장착자의 척수와 연결해 성능이 훨씬 막강해졌고 그야말로 '사람'처럼 생긴 극비 신형 기종입니다. 드래군의 기술이 극비인 만큼 드래군 장착자는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드래군을 최우선으로 보전해야 합니다.
특수부 기갑병장 세 기를 담당한 자들은 프리랜서 용병 스가타 도시유키, 전직 형사 출신 유리 미하일로비치 오즈노프, 전직 테러리스트 라이저 라드너. 그들의 전용 드래군은 각각의 이름이 있고 생김새와 주 능력도 제각각입니다. 스가타의 피어볼그는 원시적인 근육질 형태의 카키색 드래군, 유리의 바게스트는 경찰견 같은 민첩함과 칠흑의 위용을 보이는 검은색 드래군, 여성인 라이저의 밴시는 때묻지 않은 천사이면서도 죽음을 예고하는 여자 유령 같은 새하얀 드래군입니다. 그리고 최정예 수사반을 꾸린 인물은 외무성에서 온 오키쓰 부장입니다.
결국 경찰 SAT의 양산형 기갑병장 고블린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들고, 특수부는 후방 지원하는 모양새로 한 발 물러서게 되는데. 하지만 테러범들의 덫에 걸려 돌입하던 SAT는 전멸하고, 그나마 지원 온 스가타가 범인 중 한 명을 사살, 나머지 범인들은 유유히 탈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조직 내 파벌의 배타적 자세는 무책임하고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특수부를 경찰 취급하지 않는 경찰들의 행태는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온갖 악재에도 테러범들의 거처를 발견하게 된 특수부. 테러 실행범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이번 편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후속작이 간절하네요. 얼른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스가타, 유리, 라이저 세 명의 돌입 요원 각각의 내면을 묘사한 부분, 긴박감을 자아내는 전투 장면, 군더더기 없이 진행하는 구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에 속한 <기룡경찰>. LL의 간판이 될만한 책입니다. 문고판 정도의 크기와 무게감이지만 책만 가벼운 뿐 내용은 결코 수준 낮지 않습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만을 품고서 흘러들어 온다. 사연만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싸우다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데올로기란 그런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만,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도사린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