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LL 시리즈
지넨 미키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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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탄생한 황금가지의 레이블 LL 시리즈에 걸맞은 소설입니다. 애니메이션 같은 표지 때문에 가볍게 읽기 시작하다가도 어느새 감동에 푹 빠지게 되거든요. 특히 이 책은 훌쩍훌쩍~거리며 책장 덮었어요 ;;;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옹."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한 첫 문장 덕분에 고양이 좋아하는 이들은 눈이 번쩍할 겁니다. 검은 수고양이 '나'의 시선으로 진행하는 소설은 시도 때도 없이 고양이 본능을 발산하는 주인공 때문에 깔깔거리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닙니다. 인간의 혼을 인도하는 길잡이로 고위의 영적 존재인 '나'. 한마디로 저승사자죠. 그런데 생전의 미련에 묶여 돌아가길 거부하는 지박령이 늘어나면서 지박령이 될 뻔한 혼을 구하는 임무를 받아 지상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고양이의 몸을 빌려서.

 

'나'는 지박령의 미련을 해결해서 지상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난 지박령은 하필 생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혼이었어요. 사고를 당한 뒤 혼수상태인 여자의 몸을 빌려 기억을 되살리려 하는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을 찾을 동안 고양이의 몸이 된 '나'를 돌봐주니 상부상조하는 셈입니다. 그렇게 고양이 저승사자와 기억을 상실한 지박령 콤비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여자의 몸을 빌린 지박령은 주변의 다른 지박령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아내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려다 사고사 당한 남편, 사건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암으로 죽은 형사의 혼을 만난 '나'는 그들이 생전 가진 미련을 해결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지박령들의 생전 인연이 얽히고 얽혀 그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걸 눈치챕니다. 한 제약회사의 비밀연구에 관여되어 있던 이들이 모두 살해되거나 행방불명되었던 겁니다. 지박령이 잠시 몸을 빌린 혼수상태였던 여자 역시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고요. 어느새 추리소설이 되어 있네요.

 

 

 

고귀한 존재인 '나'는 고양이로, 그의 동료는 개의 모습으로 있습니다. 수렵 본능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사람의 손길에 어느새 골골송을 하고 있질 않나. 아무리 고고한 존재라고 해봤자 여지없이 나오는 동물적 행동 때문에 배꼽 잡으며 읽었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에서도 고양이의 눈으로 본 온갖 인간 군상이 나옵니다. 감정이 방해를 해서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한 일도 하는 이상한 존재인 인간. 처음 지상으로 내려왔을 땐 인간에게 특별한 관심 없었던 '나'는 지박령들의 미련을 다루는 과정에서 어느새 인간에게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박령이 된 혼들은 '나'와 함께 하며 자신의 인생이 의미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미련에서 해방하는 것은 결국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짧은 인간의 삶. 그 짧은 시간을 있는 힘껏 빛나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인 겁니다.

 

경쾌한 판타지 미스터리이면서 생각 외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 소설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진지하지 않게 읽기 시작했다가 진지하게 책장 덮은 책입니다 ^^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에게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생물이, 그것 모르는 생물들보다도 태만하게 살다가 사후에 '미련'에 얽매인다. 이 무슨 얄궂은 일인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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