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경영 전략
노무라 나오유키 지음, 임해성 옮김, 김진호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이긴 알파고를 통해 딥 러닝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것의 위력을 실감했으면서도 여전히 먼 산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 같은가요.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AI 시대를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활동한 노무라 나오유키는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의 산업 활용에 이르는 경영 전략까지 파고들며 인공지능이 바꾸는 10년 후의 우리 사회를 조명해봅니다. 10년이면 금방이죠. 그래서인지 SF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무척 현실적입니다.

 

 

 

인공지능이란 지적 행위를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기계에 인간과 같은 어떤 지적인 작업을 시키는 일입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AI는 강한 인공지능이라 부르고, 알파고 같은 경우가 약한 인공지능의 성공 사례입니다.

 

현재는 제3차 인공지능 붐이 한창인 시점입니다. 이것의 주역이 바로 딥 러닝 기술이었고요. 빅 데이터와 딥 러닝 기술이 만나면서 상호의존 관계, 인과관계는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거기에 사물인터넷 시대까지. 우리는 이미 실시간화 대응에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에서는 인공지능을 투입해 재구축한 현장 사례를 소개합니다. 업무 과정을 변화시킨 인공지능. 무의식적으로 수작업 하던 것도 구체적으로 모델화하니 자동화가 되어버리더군요. 기업 경영을 변화시키는 데이터 분석인 애널리틱스 확장 과정에서 인간도 기계도 모두 능숙하지 않은 업무에서의 다양한 시행착오까지 예측하는 부분이 날카로웠습니다.

 

 

 

딥 러닝이 변화시키는 사회생활을 예측해보면 한계도 분명 있지만, 딥 러닝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빅 데이터를 장악한 기업은 기계학습계의 인공지능 응용에서 가장 우위에 서 있다." - 책 속에서

 

 

 

업무에 인공지능을 접목함으로써 생활양식, 사업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소개합니다.

 

스스로 운전하고 싶은 욕구가 큰 오토바이를 굳이 자율주행으로 하려고 들지는 않듯 인공지능의 도움을 빌려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고 개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어느 정도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더라고요. 이 과정이 바로 사람과 인공지능의 협조에 의한 창조적인 문제 해결의 하나인 겁니다. 이쯤 되면 인간만의 일이다 싶어 안심할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 기획인 '브레인 파트너' 기술을 소개합니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과 지식 정보처리 응용 서비스라니! 기획마저도 인공지능에게 내주게 되겠군요.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에서는 제조업, 광고와 마케팅, 농림 수산업 등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각각 소개합니다.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모색해보는 겁니다.

 

 

 

인공지능에게 내주는 분야가 늘어나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재미있는 건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창조성은 물론 개성, 문화, 예술 감성으로 가치를 어필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날로그적 삶의 열풍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기계학습 엔진을 포함한 공통소프트웨어는 대개 무료로 돌아다니는 시대가 오면, 보다 상위 콘텐츠의 제작, 유통, 향수의 시스템이 커다란 가치를 낳을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또 있습니다. 산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 양성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전문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눈으로 인간만이 가진 상식, 인과관계에 관한 지식을 통해 자동화 모델을 검토, 수정, 재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인공지능 개발의 미래는 어떨까요. 유럽, 미국, 일본,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 현황을 비교하며 일본의 약세를 우려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요. 저자는 인공지능 붐이 거품처럼 터져버리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산업 응용으로 제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인공지능 탑재라는 마법 같은 주문을 남용하지는 않는지 지적합니다.

 

공공과 민간 기업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제안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교육과 인재 육성을 강조합니다. 일정한 작업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잘못된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이죠.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 개념은 무엇인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례도 들려줍니다.

 

비즈니스 전략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다가 이과형 머리에 익숙한 용어가 많아 문과형 사고방식인 저로서는 무척 낯설게 읽힌 책입니다만. 10년 후 사회를 가늠해보며 실생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 솔깃해지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본질을 이해해 '자유롭게'라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한 책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인공지능 기술 따로, 인간 따로가 아닌 협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뉴칼라입니다. 당신은 뉴칼라가 될 준비가 되었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외국인 입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상상을 넘어선 결과였습니다. 큰 몸집,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폄하한 트럼프. TV로만 접하던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곳의 실제 분위기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트럼프를 지지한 약 150여 명의 지지자들의 생각을 인터뷰한 <르포 트럼프 왕국>은 '왜 트럼프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어 현재 미국의 상황을 짚어보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당시 대도시에서는 트럼프를 거부해서 트럼프의 강세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뉴욕 주재기자 가나리 류이치. 하지만 선거 결과 전미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트럼프 왕국'이 여러 곳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것도 대부분 지방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미국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트럼프 왕국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러스트벨트 지역이었습니다. 제철업, 제조업이 발달해 중산층을 형성했던 지역이었습니다. 번성은 옛말. 이제는 쇠퇴해 실업과 폐쇄감의 고통을 체감하며 도시 이곳저곳에 쓰러져가는 민가와 공장들이 즐비하고, 그로 인해 약물 중독과 범죄 및 사회 문제가 증가한 곳들입니다. 자살과 약물 남용이 심각해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본선 1년 전부터 취재한 가나리 류이치 기자는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전 민주당 지지자들, 정치에 무관심층이었던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하며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대신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말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 세부 사항의 팩트보다는 오랜 세월 축적된 불만을 건드린 큰 메시지에 공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경험, 체감한 것들에 대한 사회 불만들을 기반으로 하기에 트럼프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아무리 트럼프의 말에 구체적 해결책 제시가 없음에도 말이죠. 품위 없고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트럼프지만 4년쯤은 맡겨보자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꼴통 정도는 되어야 현 상황을 부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전대미문이 일어난 노동자의 도시. 대대로 민주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3기라 불린 힐러리보다는 사업가 트럼프에게 더 기대하는 심리가 컸습니다.

 

엘리트 정치인이 중산층의 삶을 희생시켜왔다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공화당의 부시 가문, 민주당의 클린턴 가문 모두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은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라고 매몰시킨 클린턴의 발언이 불을 지르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반 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불법 이민자, 일자리 해외 유출 등 세계화는 금융 엘리트의 배를 채워주기만 했다는 결과는 반기득권층의 감정을 폭발시켰습니다.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약진도 트럼프 현상과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중산층 몰락 시대를 설명한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브랑크 밀라노비치, 21세기북스)에서도 나오듯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긴 불평등은 트럼프 지지 현상을 설명하는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선진국 중류 이하 사람들의 불만을 전략적으로 취한 트럼프는 단순하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불안 속에서 달리 의지할 존재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환영받은 겁니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과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이 없는 몰락한 중산층들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반기득권층, 반엘리트 감정을 섞은 트럼프에게 공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격차와 빈곤 상태의 세계화된 현대 사회 모습은 남의 일도 아니고,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주의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기도 한데 참 지독하게도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인종, 종교, 출신지 사람들이 공존해온 미국. 오히려 분단은 심각합니다. 적의와 증오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쉽게 분출되어 왔다는 걸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바람 이면에는 미국제일주의가 철저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영향은 과연 미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을까요. 트럼프를 지지한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트럼프의 주장은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요. 트럼프의 주장을 다른 후보가 했다면 아마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대부호 유명인 트럼프이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라고 말이죠.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 미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르포 트럼프 왕국>. 20세기 미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아 미국주의를 신조로 삼은 트럼프 왕국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 히틀러에게 저항한 학생들, 백장미단 이야기 러셀 프리드먼의 역사 교양서 2
러셀 프리드먼 지음,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베리상 수상작가이자 논픽션 작가 러셀 프리드먼의 청소년용 역사 교양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실사진이 많이 들어있어 감동이 더 진해더라고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6월 '백장미단의 전단'이 뿌려지면서 비폭력 학생 운동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백장미단. 나치의 잔학 행위를 알리는 일을 시작으로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체제에 항거할 것을 촉구하는 전단을 만들어 히틀러에게 저항했습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백장미단의 주역은 숄 남매입니다. 타고난 지도자 성격의 한스 숄이 주축이 되어 글 재주가 좋았던 동생 조피 숄. 그리고 한스의 동료들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알렉산더 슈모렐, 빌리 그라프가 백장미단의 초석을 다집니다.

 

 

 

히틀러 청소년단에 입단했지만 군국주의적 성격을 혐오하게 되면서 청소년 지하 단체로 눈을 돌리게 된 한스 숄. 나치가 금지한 책을 읽으며 마음 맞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한 한스는 히틀러의 사상에 점점 의구심을 가집니다.

 

 

 

병약자, 불구자, 불치병 환자, 치매 환자 등을 희생시킨 나치의 악랄한 행태가 극에 달하고. 그러던 차에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독일 유대인 50만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대중교통 이용까지 금지당하는 등 반유대인 인종주의 정책을 실시하며 유대인 박해는 폭력으로 폭발되면서 한스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오빠 한스와 같이 뮌헨 대학교에 들어간 동생 조피도 한스와 함께 행동합니다. "지금껏 내 안에서 그저 하나의 생각으로만, 옳다는 인식으로만 존재해 왔던 것에 따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들은 인쇄된 말을 통해 국민의 양심을 일깨우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시작합니다. 정화와 순결을 상징하는 백장미처럼 백장미단은 비폭력 전단 투쟁으로 학생 저항 운동을 펼칩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나쁜 양심입니다.
백장미단이 당신을 절대 평화롭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 국민에게 고하는 백장미단의 전단 활동은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의해 한스와 숄이 체포되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나치에선 숄 남매를 본보기로 삼기로 합니다. 악마의 재판관으로 불리는 롤란트 프라이슬러 판사는 그들에게 단두대형을 선고합니다.

 

 

 

스물한 살 조피 숄, 스물네 살 한스 숄, 스물세 살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같은 날 모두 처형된 그들은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조피는 부모님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우리가 한 일은 큰 파도를 이루게 될 거예요"라며 그들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고, 한스는 "자유여 영원하라!"라는 말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들의 죽음은 제2의 백장미단 전단 투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백장미단 학생 투사들이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가 백장미단의 활동에 감명받았고, 1943년 말에는 영국 전투기에서 수만 장의 백장미단 전단을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나치에 순응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저항한 젊은 청년들. 책임감 있는 시민이라면 독재 정권 아래서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가를 고민한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독일이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자 출신 논픽션 작가 러셀 프리드먼의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백장미단 주역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이 읽기 좋은 수준입니다. 백장미단 이야기는 책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진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면, 이번 책을 읽고 그 의미가 제대로 와 닿았습니다. 내부에서부터 맞서 싸우는 용기와 신념을 보여준 백장미단은 그동안 진흙탕이었던 사회 시스템이 이제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잘 전달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총희>, <신곡주계 폴리포니카 화이트> 등 라이트노블과 만화 스토리 작가로 유명한 다카도노 마도카 작가의 미스터리 탐정소설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셜로키언이라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원작을 모방한 작품을 일컫는 패스티시물도 섭렵하게 될 텐데요, 이 책은 가벼운 장르소설 분위기입니다. 전형적인 라이트노블류입니다. 만화 스토리 작가답게 만화를 사용한 첫 장면이 인상 깊네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2012년 런던을 배경으로 셜리 홈즈, 조 왓슨이라는 여성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셜록 홈즈 원작과는 분위기 자체가 확 다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 총상으로 제대한 조 왓슨. 용돈벌이로 할리퀸 인터넷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기로에 놓였을 땐 언제나 남자 문제로 망했었고요. 의사가 된 것조차 좋아하는 선배 따라 얼결에 한 거였으니 말 다했죠.

 

경찰을 도와주는 고문 탐정 셜리 홈즈.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은 백설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 셜록 홈즈 전매특허인 의상이 있듯 셜리 홈즈는 흰 코트, 스키니 팬츠, 롱부츠, 검은 베레모 차림을 즐겨 합니다. 디테일한 것까지 여성 버전으로 보여주고 있어 깨알 재미가 있었어요.

 

허드슨 부인은 그대로 여성이지만 AI 가정부입니다. 심장이식을 한 셜리 홈즈의 인공 심장과 AI 허드슨 부인이 연결되어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인간인터넷화한 느낌이네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에 등장하는 사건은 자다가 죽은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처음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그저 불운한 사고로 보였지만, 사고를 가장한 타살이라는 것을 의심한 셜리 홈즈.

 

얼결에 셜리의 조수가 된 조 왓슨의 추리는 엉성하기 그지없으니.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팍팍 깨닫게 하는 셜리의 놀라운 추리력이 더 빛을 발하네요. 살해 방법을 먼저 밝혀 낸 셜리 홈즈. 바로 "우울한 '그날'!"이라는데. 피해자들은 모두 '그날'에 살해되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날이 맞을 겁니다.)

 

 

 

일명 독극물 탐폰 사건. 여성 버전 홈즈 스토리에 이런 소재를 이용하다니 정말 센스 있는 작가네요.
이제 범인을 밝힐 차례입니다. 넘사벽 추리력을 선보이는 원작의 홈즈처럼 셜리 홈즈도 자기 혼자 다 알아냅니다. 독자는 오오~! 물개박수 치게 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큰 굴곡이나 갈등은 덜해 셜로키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심심할 수 있지만, 소재만큼은 정말 신선했어요. 셜록 홈즈의 왕팬이라면 원작 캐릭터와 자꾸 비교하게 되니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홈즈 추리소설에 훅 발을 담그진 않아서 이 소설 자체만으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성으로서의 삶을 소재로 한 여성 버전 홈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피도 눈물도 없다는 '셜리 안드로이드'라는 별명을 가진 셜리의 매력 꽤 괜찮았어요. 스토리 구성은 이 한 편만으로는 아쉽습니다. 모리어티 역시 두 얼굴의 여사 캐릭터인데 모리어티와 관련한 배후 세력이라든지 이 책의 결말 상황을 보면 셜리 홈즈도 시리즈로 나올만한 여지를 두고 마치는지라 다음 작품이 나올는지 기대하게 되네요.

 

황금가지에서 나온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로 첫 선을 보인 세 권 중 첫 번째로 읽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오락성 장르소설로 읽을만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미술사 (양장)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백승길.이종숭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차 대전 직후 1950년에 초판 발행 후 서양 미술 입문서, 미술의 역사 개론서로 자리 잡은 벽돌책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미술과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 저로서는 굳이 미술사 개론서 격인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 싶었는데,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비밀독서단 2>에서 셀럽들의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유가 있더라고요. 미술 입문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필요한 인문교양서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회화 외 건축, 조각 등 넓은 의미의 미술을 시대 흐름에 따라 풀어낸 <서양미술사>는 미술 양식의 변화를 세계사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서양미술사> 서론은 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같은 주제의 다른 그림을 나란히 소개하며 취향으로 인한 편견의 위험성을 짚어줍니다. 개인적인 습관과 편견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 작품처럼 인습적인 관념을 깨뜨려 거절당한 작품과 관념을 준수해 다시 그린 작품 두 개를 비교한 부분은 제가 봐도 작품의 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릇된 이유 때문에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피해 사례를 작품으로 직접 보여 줍니다.

 

이것을 통해 곰브리치가 하고자 하는 말은 미술가가 추구하는 바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화폭 위에서 수백 가지 색조의 농담과 형태를 조화시킨 제대로 된 완성. 취향에 관한 문제 대신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미술가들이 이룩하려고 고심해온 그런 조화에 대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야말로 즐기는 감상을 하게 되는 겁니다.

 

"미술은 그 자체의 불가사의한 법칙과 모험을 가지고 있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자주적인 세계"로 모든 암시를 포착하고 숨겨진 조화에 감응하려는 참신한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 세계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딱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취향에만 집착했던 그 시간들이 후회됩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의 원시 미술로 시작해 전통의 고리 역할이 된 이집트 미술, 미술사상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그리스 미술, 그리스의 것을 응용한 로마 미술 그리고 혼돈의 암흑시대 중세 미술을 거쳐 미술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한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쟁, 종교, 기술 등 어떤 조건들이 미술가들을 개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미술의 성격도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작품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요. 곰브리치는 이 그림에 관해 아는 것이나 안다고 믿었던 것을 다 잊어버리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 소개한 수많은 작품들 하나하나에 개인적인 취향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타나 예배당 천장화에서는 저자의 놀라움이 좀 더 짙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고전적인 건축의 규칙을 무시한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 이후 미술에 대한 관념도 변화하기 시작한 18세기 이후는 끝없는 변혁과 새로운 규범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미술가들은 새로운 종류의 주제를 찾아내며 점점 전통으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실험적 미술 시기의 현대 미술도 과거의 전통을 완전히 깨뜨리고 이제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미술은 아니었어요. 한 시대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이런 현상은 과거에서도 계속 보여줬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사건, 작가들을 시대적 흐름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연표, 서유럽과 지중해 연안 지도를 보여주며 공간적 연관성을 가시화 한 지도를 끝으로 서양미술사를 정리합니다.

 

문학이 아닌 인문교양서에서 첫 문장이 주목받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은 <서양미술사>가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저자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건축, 회화, 조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에서 미술가들이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날카롭게 하면서 그와 동시에 미묘한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게 하는 <서양미술사>. 책 전반을 관통하는 '참신한 눈'을 강조합니다. 어설프게 알거나 잘못 감상하는 함정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처음엔 그저 시대별 작품과 미술가 소개 수준인 줄 알았는데, 설익은 지식과 속물근성의 위험성을 지적한 곰브리치의 말에 감명받았어요. 나는 그림을 감상하는지, 아니면 지적 유희를 즐길 뿐인지를 알아차리게 한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