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11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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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우리민족의 정서를 '한(恨)'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노래도, 문학도 한(恨)과 관련된 것이 많은 편이다. 이 책 <흰 옷>도 이청준특유의 한의 정서가 나타나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종선에게는 소중한 시절이었던 바닷가 임시 분교 이야기를 듣고 자란 동우. 동우는 일부러 아버지 종선의 옛 고향고을 남도 해변 포구가의 한 벽지 국민학교 신참교사로 가게된다. 그러나 동우는 부임해간 그 곳에서 아버지가 말한 그 임시분교는 흔적조차없고 서류상의 기록조차 부재한데다가 그 사실을 확인해줄만한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때문에 동우는 아버지의 소중스런 유년시절의 그 학교의 역사를 다시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고 아버지인 종선은 아들의 그런 행동때문에 하나둘씩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옛 학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가면서 동우는 당시 학교의 교사들이 좌익세력에 동참했음을 알게된다. 하지만 종선은 비록 당시에 어린 나이였지만 그들에게서 빨갱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지만 동우는 점점 그 문제에 집착해가며 당시의 교사들을 영웅취급하기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결국 당시 교장과 여교사가 죽은 산에서 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령제를 지내며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이 책 속에는 좌익과 우익,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로 대표되는 여러 인물들의 대립상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갈등은 마지막에 버꾸농악을 방식으로 한 혼백제에서 청대가지를 타고 내릴 혼주로 등장한 방 선생(임시분교 시절의 선생으로 있었지만 그 때의 사정을 이야기해주려하지 않는 인물)이 "망자들의 영혼을 묶은 그 질긴 질곡의 마디를 풀어주자고. 그것으로 생자들도 그 허망한 악몽과 망자들의 그림자를 털고 일어나 이승에서의 제 삶을 제길따라 살아 흘러가게 해보자고...저 아이들에게 다시 내일의 사슬을 만들어 남기지 않으려면 오늘 우선 망자들부터 그 사슬을 끊어 풀어줘야 하니께, 그래서 오랜 세월 그 망자들의 꿈을 함께해온 생자들도 그 낡은 미망의 사슬을 벗어날 수가 있으니께. 망자들은 망자의 길을 가게 하고, 생자들은 제 생자다운 세월을 살게 하고...그리고 저 아침풀잎같은 고운 아이들에겐 저들에게 더 잘 맞는 저들의 노래 속에 소복보다 더 고운 옷을 입고 고운 춤을 추게 하고. 그래서 이쪽이고 저쪽이고 이제는 이 산하가 온통 저들의 행복스런 춤판이 되게 하고...저들은 아직도 우리들의 소망이요, 꿈이니께, 저들이 이젠 이 땅의 내일의 모습이니께..."라고 하는 말을 통해 풀리게 된다. 그 굿을 진행한 동우도, 동우의 청을 듣고 온 종선도, 모두 지나간 옛꿈과 노래의 질곡에서 벗어나 각기 제 삶과 죽음의 길을 따라 자기몫의 세월을 흘러가게 하자는 소망을 갖게 되고 미래를 위해 한 발 나아가게 된다.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한 부분이자 짐이라 할 수 있는 소망과 아픔. 이것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이 책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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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FTA 전략
박번순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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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9장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인 세계화 속의 FTA에서는 FTA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되어 FTA에 대한 간략한 흐름을 훑고 있다. FTA에 대해서 시대순으로 설명해주고 있기때문에 단순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FTA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2장인 한국의 FTA 필요성에서는 동아시아의 상황과 관련지어 FTA의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도표를 통해서 이해를 도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장에서는 동아시아 FTA의 정치, 경제를 다루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과의 FTA협정의 필요성과 조건, 그 효과, 현실적인 제약 조건 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4장부터는 국별 FTA 추진 사례를 실어놓아 실례를 접할 수 있었는데 4장에서는 한국과 칠레, 5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FTA에 대한 논의, 6장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FTA에 대한 논의와 평가, 7장에서는 동북아 FTA가 한국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8장에서는 현재 한미 FTA 체결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농업분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고, 9장에서는 FTA 추진 대상 국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추진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도서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레포트때문에 접하게 된 책인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출간된 지가 좀 지나서 현안에 대해서 담고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책이 쓰여질 때만해도 한미 FTA는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았기에 한미 FTA가 만약 체결된다면이라는 가정아래 쓰여졌다) 단순히 한미 FTA를 떠나 폭넓은 의미의 FTA가 무엇인지, 타국의 FTA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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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All That Musical

원종원 지음/동아시아

 



지금 우리 공연가의 흥행작이라면 단연 <맘마 미아!><미스 사이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세계적인 뮤지컬 명소인 영국 웨스트 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폭발적이고도 지속적인 대중적 인기를 모았으며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투어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여행과 문화산업을 향유하는 계층이 넓어짐에 따라, 국내 뮤지컬 인구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증가했다. 바야흐로 우리 문화계에도 뮤지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소피의 결혼식 전날, 도나는 옛 친구인 로지, 타냐와 함께 옛 의상을 입고 <댄싱 퀸>을 부르며 축하파티를 연다.

맘마미아!(Mamma Mia!) - 1999년 4월 6일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 초연.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은 현대 뮤지컬을 대표하는 48작품을 다각도로 조명한 본격 작품론이다. 저자 원동원 교수는 국내에 뮤지컬 인구가 미미했던 1980년대 온라인상에 뮤지컬 동호회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뮤지컬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 방대한 기록은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직접 발로 뛰며 얻어낸 뮤지컬의 보고(寶庫)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저자 원종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현지 친구에게서 티켓을 선물받은 것이 계기가 돼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국내 뮤지컬 관련 서적들은 역사와 이론에 치우쳐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상상으로 읽어야 했거나, 작품 위주라 해도 몇몇 작품을 감상 차원에서 맛뵈기로 다룬 것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의 이전 저서 <뮤지컬 티켓, 없으면 훔쳐라!>는 다섯 개의 대표작을 다뤘으나 서구 뮤지컬 공연가의 흐름과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작품들까지는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은 공연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공연계 지망생들, 뮤지컬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뿌듯한 희열을 선사할 것이다.

소위 뮤지컬 '빅 4'라 불리는 초대형 흥행작 - <오페라의 유령> <캐츠>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 과 이를 기획한 '흥행의 보증수표'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를 비롯, 영미권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는 주역들의 면면을 이 책은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된 작품들,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실험작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장르를 불문하고 그 겉과 속을 아우른다.

 



<캐츠>의 고양이들 중에는 노래 없이 춤만 추는 무희들도 많다. 특히 하얀 여자 고양이인 빅토리아는 항상 전문 무용수가 맡아 매력적인 몸매를 선보이는 배역으로 유명하다.

캐츠(Cats) - 1981년 5월 11일 런던 뉴런던 극장 초연.

 2006년 초, 브로드웨이 최장기 뮤지컬이 바뀌던 날, <오페라의 유령>의 첫 무대는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가 음악감독에게 이를 건네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같은 작곡가, 같은 프로듀서의 무대였기에 가능했던 재미난 광경이었다.

예술 작품을 논할 때 가장 보편적이고도 흔한 방법이 바로 '장르'로 구분하는 것이다. 뮤지컬 또한 이름 붙이자면 '팝(또는 록) 뮤지컬', '가족 뮤지컬'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작품들을 그런 분류 안에 가두지 않았다. 다만 초연된 연대순(70년대 이전 작품은 최근 리메이크 기준)으로 풀었을 뿐이다. 뮤지컬은 대부분 춤과 연기, 노래, 무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줄거리가 단순한 작품이라도 표현과 배경에 따라 아주 다양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뮤지컬이다. 따라서 슬픈 주제라도 웃고 춤출 수 있는 장면이 있고, 코믹한 내용이라도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들어 있어 긴 여운을 주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작품의 주제 못지않게 무대 효과나 기획 배경, 마케팅 방법 등이 주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다채로운 의미와 감동을 주는 뮤지컬의 매력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했다. 예컨대 뮤지컬 <조셉 앤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는 성인에서 어린이까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은 뮤지컬의 황제라 불리는 작고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가 학예용으로 구상한 처녀작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따뜻한 줄거리와 극중극 형식의 친절한 이야기 구조 말고도 90년대 영국의 청춘스타 제이슨 도노번과 그룹 보이존의 멤버 스티븐 게이틀리 등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 영화 버전에서 맛볼 수 있는 영상적 재미, 국내 공연에서 유열과 신효범이 출연한 당시 숨은 일화 등, 작품 안팎의 정보가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이 밖에도 <로키 호러 쇼> 나 <리틀 숍 오브 호러스> <제리 스프링어 - 디 오페라>로 대표되는 엽기.컬트 뮤지컬, 아바(ABBA)나 퀸(Queen), 빌리 조엘 등 인기 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꾸민 팝(록) 뮤지컬, 디즈니 사와 손잡은 <라이온 킹> <아이다> <미녀와 야수> 등의 작품들, 고전 문학작품을 무대화한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대작들 등을 다루면서, 편의상 언급되는 주제를 뛰어넘어 시각에 따라 다양해지는 의미의 폭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는 독자 또는 관객이 선입견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게끔 한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거의 모든 작품을 현지에서 직접 접했고 제작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제작과 캐스팅에 얽힌 일화, 문화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의미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마치 눈앞에서 공연을 보듯 생생하게 재현해낸 솜씨 역시 흡인력이 강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이제껏 제대로 지면에서 다뤄진 적 없는 최신 작품들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그 저력을 검증받은 남아공 흑인 뮤지컬인 <미스터리스> 나 <우모자>, 미스터리 서스펜스물인 <우먼 인 화이트>,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를 응용한(성인대상) 인형 뮤지컬 <애비뉴 Q>, 서구에서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알 수 있는 <태평양 서곡> 등은 이제 막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에게 참신한 정보가 될 것이다.

 


 

 속속들이 숨은 정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현재 최장기 공연작은?

<레 미제라블>.1985년 런던 초연 이래 지금도 오픈 런을 이어가고 있다. 2위는 <캐츠>, 3위는 <오페라의 유령>. 단 미국 브로드웨이의 최장기 공연작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하지만 대작 뮤지컬의 신기록은 끊임없이 새로 작성되고 있다!

 



<레 미제라블>무대의 압권은 단연 혁명의 바리케이드이다. 2막에 등장하는 이 대형 세트는 원형으로 돌아가는 턴테이블 무대와 함께 바리케이드 현장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역활을 한다. 디자이너인 존네피어 John Napier는 이 무대로 토니상을 수상했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 1985년 9월 30일 런던 바비칸 센터 초연.

 

 <미스 사이공> 의 '엔지니어'가 '기술자'?

국내 모 일간지에서는 '미국인 기술자와 베트남 여인과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오보되기도 했고,케이블 방송에서도 같은 실수가 벌어졌다. 모두 극중 인물인 '엔지니어(Engineer)'를 잘못 번역한 데서 비롯한 것이었다. 엔지니어는 극중에서 사이공의 선술집 '드림랜드'의 주인이자 포주로, 아메리칸 드림을 품은 인물이다. 그 이름에 구체적인 의미는 부여하기 힘들다.

 

 <미스 사이공>으로 떠오른 스타, '레아 살롱가(Lea Salonga)'

<미스 사이공>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필리핀계 여배우 레아 살롱가는 뮤지컬계의 '신데렐라'로 통한다. 만 열아홉의 나이에 영국 웨스트 엔드에, 스물한 살에 브로드웨이에 등극한 그녀는 영국 극장가에서 수여하는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비롯해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아우터 크리틱스 서클 어워드 등 굵직한 뮤지컬 상들을 휩쓸었으며 <알라딘>의 메인 테마 <A Whole New World>를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중이다.

 



<미스 사이공>의 모티브가 된, 공항에서 생이별하는 베트남 모녀의 사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미국의 아빠 곁으로 보내는 베트남 여인의 넋 잃은 표정과 눈물 흘리는 소녀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미스 사이공> 제작진의 혼혈아 후원 

베트남전쟁 당시 태어나 버림받은 혼혈아('부이 도이')들을 돕기 위한 '부이 도이 재단'을 설립, 공연마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모금활동을 펼쳐왔다. 모인 기금은 혼혈아들을 복지와 교육 자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어린 탬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킴의 모습은 관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영국 투어 버전 중에서.

 

미스 사이공(Miss Saigon) - 1989년 9월 20일 런던 로열 드루리 레인 극장 초연.

 

 <오페라의 인형>에서 유령의 모습은 나라마다 각약각색!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유령 : 아름다운 영혼에 섬세한 감성이 특징. 애절한 이별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독일 함부르크 : 무뚝뚝한 이미지. 절제된 동작과 우렁찬 목소리로 게르만 남성 특유의 우직함을 보여준다.

미국 브로드웨이 : 섹시한 이미지에 환상적 느낌을 강조.

영국 웨스트 엔드 : 음악적 영감에 둘러싸인 기괴한 천대 이미지.

 



오페라의 유령은 화려한 무대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압권을 이루는 장면은 크리스틴을 선두에 태운 채 미끄러지듯 배를 타고 등장하는 1막의 중간 장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촛대들이 무대 위로 솟아오르면 푸른 조명을 배경으로 배를 저으며 유령이 등장한다. 이 배는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자동 소품의 하나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 1987년 런던 허 머제스티스 극장 초연.

 

 프랑스인들이 <레 미제라블>에 시들했던 이유

세계적 흥행 대작인 <레 미제라블>은 정작 프랑스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진지하고 장중한 스토리보다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즐기는 프랑스 대중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 사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원작 그대로가 아닌 영국인 제작자 카메룬 매킨토시의 손길이 닿은 1986년판 영어 버전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91년에는 이 영어 버전이 다시 프랑스로 번역돼 역수출되기도 했는데, 프랑스 대중들은 이에 별 호감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손을 들어줬다. 스펙터클한 극적 구조를 따르면서도 이리저리 꼬인 사랑 이야기가 프랑스 관객들의 입맛에 꼭 맞은 것이다.

 

 고전 명작을 각색한 뮤지컬들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미스 사이공>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렌트>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마이 페어 레이디>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렌트>의 제작자 조너선 라슨의 요절과 극중 메시지

1996년 <렌트> 초연 전날, 라슨은 급성 대동맥 혈전으로 서른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렌트>의 주된 모토인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No Day But Today)'는 원래 라슨이 어려운 환경에서 예술을 위해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원작인 <라 보엠>과 달리 마지막에서 미미를 극적으로 살려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의 요절은 마치 작품을 통해 예견된 것 같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1996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렌트>는 음악과 각본 부문의 영예가 라슨의 영정에 바쳐졌다.

 



<렌트>의 무대는 간결하고 심지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원 세트의 단출한 무대야말로 가난한 뉴욕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렌트의 제작 의도를 극명하게 반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마니아들은 브로드웨이의 대형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을 때 이른바 '렌트 정신'이 훼손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렌트(Rent) - 1996년 1월 26일 뉴욕 극장 초연.

 

 

 한국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실험정신은 없었다?

1971년 초연 당시 록 뮤지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저항정신을 상징하던 당시 록 정신과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정신의 기수로서 예수의 모습을 설정해 전위적인 실험극을 시도했다. 록 밴드 딥 피플의 리드싱어 이언 길런이 예수로 등장했고, 2000년에는 기괴한 무대로 유명한 앨리스 쿠퍼가 헤롯왕으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원작의 실험정신과는 다른 '충실한 종교적 해석'을 가미했다. 초연 때부터 윤복희, 이종용, 구추송옹 등 기독교도 출연자들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 최근에 가수 JK김동욱과 박완규 등이 등장한 리메이크 무대는 이전보다 음악적 완성도에 치중한 캐스팅이었다는 평.



30주년 기념공연에서 예수역을 맡았던 스티브 발사모 Steve Balsamo. 가창력도 뛰어났지만 긴 머리와 수염은 정말 예수처럼 보여 화제가 됐다. 현대 런던 거리를 활보하는 이 홍보 사진은 꽤나 인기를 끌어 나중에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도 비슷한 사진이 쓰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 1971년 10월 22일 뉴욕 마크 헬링어 극장 | (최근 리메이크) 1996년 30주년 기념공연(런던 라이시움 극장). 2000년 4월 뉴욕 포드 센터 극장 초연.

 

 

 노래 부르지 않아도 뮤지컬이다?

뮤지컬 배우는 무조건 춤, 노래, 연기 3박자는 갖춰야 한다? 이는 일종의 선입견일지 모른다.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컨택트>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별난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등장인물들은 단 한 소절도 노래를 부르지 않으며 대부분 무용수 출신으로 춤만 보여준다. 이 작품이 토니상 4개 부문을 석권한 뒤 평론가들은 "이제 뮤지컬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 개의 에피소드가 각기 독특한 반전을 띄는 <컨택트>는 형식의 파괴가 현대 뮤지컬의 묘미임을 확인케 한다.

 

 <마이 페어 레이디>와 오드리 헵번의 굴욕(?)

<마이 페어 레이디>는 여주인공 일라이자 역의 캐스팅 문제로 말이 많은 작품이다. 오드리 헵번이 등장한 뮤지컬 영화는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그녀는 이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원래 뮤지컬 버전의 주인공은 줄리 앤드루스였는데 영화 제작자들이 외모 때문에 오드리 헵번을 전격 캐스팅했다. 그러나 그녀의 성량은 턱없이 모자라 노래 더빙이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해 아카데미에서는 줄리 앤드루스가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로 여우주연상을 자치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오드리 헵번을 보란 듯이 제쳤다. 2001년 웨스트 엔드 리바이벌 버전에서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휴 그랜트와 사랑을 나눈 영국 인기 탤런트이자 가수 마틴 매커천이 활약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강행군으로 인한 성대 이상징후로 도중하차했고, 관록의 여배우 조앤나 라이딩이 전격 가세했으나 미모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일라이자의 매력은 무도회장에서 신델라처럼 아름답게 변신하는 데 있기 때문.



캐츠Cats(1981) 매혹적인 젤리클 고양이들의 영원한 향연
리틀 숍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1982) 상상을 뛰어넘는 컬트의 재미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1983) 계급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다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Starlight Express(1984)
꿈을 싣고 달리는 기차들의 환상적인 쇼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1985) 새 생명 얻은 고전의 진한 감동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1987) 꺼지지 않는 불멸의 신화
페임Fame(1988) 예술을 향한 젊은이들의 환상곡
미스 사이공Miss Saigon(1989) 동양의 가슴 아픈 역사를 노래하다
조셉 앤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1991/1968)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가족 뮤지컬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1993) 광기 어린 여배우의 열연과 대형 뮤지컬의 몰락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1994) 애니메이션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기다
올리버!Oliver!(1994/1963) 새 천년에 리메이크된 찰스 디킨스의 명작
렌트Rent(1996)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매력
키담Quidam(1996) 서커스를 문화상품으로 승화시키다
마탱 게에Martin Guerre(1996) 고전의 각색을 통해 완성된 아름다운 프랑스 뮤지컬
시카고Chicago(1996/1975) 침체기를 딛고 부활한 브로드웨이의 전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1996/1971)
실험성이 돋보이는 뮤지컬계의 전설
라이온 킹The Lion King(1997) 디즈니가 주도하는 가족 뮤지컬 시대의 도래
뱃 보이Bat Boy(1997) 파격적인 내용으로 새로움에 도전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1998)
프랑스인들이 사랑한 프랑스 최고의 뮤지컬
맘마 미아!Mamma Mia!(1999) 흘러간 문화상품에 새 생명을 더하다
아이다Aida(1999) 신화를 창조하는 디즈니의 뮤지컬 혁명
컨택트Contact(2000) 뮤지컬의 묘미는 형식의 파괴에 있다
이스트윅의 마녀들Witches of Eastwick(2000) 영화를 리메이크한 런던발 엽기 뮤지컬
로키 호러 쇼Rocky Horror Show(2000/1973) 기발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일탈의 즐거움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2001/1956)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랑스런 영국식 복고 뮤지컬
프로듀서스The Producers(2001) 브로드웨이 향수를 자극하는 미국식 버라이어티 쇼
미스터리스The Mysteries(2001) 검은 문화대륙이 뜬다
우모자Umoja(2001) 웨스트 엔드에 이는 아프리카 돌풍
남태평양South Pacific(2001/1949) 웨스트 엔드의 복고 열풍을 잇는 최슨 흥행작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2002)
날아다니는 자동차, 웨스트 엔드의 신화를 낳다
속속들이 모던한 밀리Thoroughly Modern Mille(2002)
21세기에 되살린 1920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
위윌록유We Will Rock You(2002) 흘러간 대중음악을 무대에 부활시키다
봄베이 드림스Bombay Dreams(202) 세계극장가로 뛰어든 인도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Hairspray(2002) 60년대 미국의 추억을 담은 코믹 뮤지컬
무빙아웃Movin' Out(2002) 팝송과 현대무용의 파격적 만남
아워 하우스Our House(2002) 왕년의 히트곡에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다
애비뉴Q Avenue Q(2003)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인형 뮤지컬
텔미온어선데이Tell Me on a Sunday(2003)
대도시 젊은이들의 삶을 1인 뮤지컬로 재현하다
태평양 서곡Pacific Overtures(2003/1976) 서양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일본 근대사
제리 스프링어-디 오페라Jerry Springer-The Opera(2003)
엽기 토크쇼와 오페라의 기묘한 조화
위키드Wicked(2003) 소문난 명작을 뒤틀어 보는 삐딱한 상상의 힘
투나이츠 더 나잇Tonight's the Night(2003) 팝 뮤지컬 계보 잇는 웨스트 엔드의 신작
제일하우스 록Jailhouse Rock(2004) 뮤지컬로 환생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화
퍼니 씽 해픈드 온 더 웨이 투 더 포럼A Funny Thing Happened on the Way to the Forum(2004) 고전을 해체해 탄생한 요절복통 코미디
우먼 인 화이트The Woman in White(2004)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뮤지컬을 만들다
메리 포핀스Mary Poppins(2004) 어린 시절 꿈꾸던 동화 속 세상을 만나다
빌리 엘리어트Billy Eliot(2005) 사회적 리얼리즘을 통해 신랄한 풍자를 선보이다 


 

뮤지컬의 감동, 그리고 이 책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감동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뮤지컬은 가슴으로 느끼는 예술이자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구에서 만든 양질의 뮤지컬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현실에 대한 바람과 충고도 잊지 않는다.

예컨대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는 독일의 작은 도시 보쿰에서 10년 넘게 상연돼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무대에 오른 기록을 갖고 있다. 이곳이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의 명소가 된 이면에는 보쿰 시의 한발 앞선 문화행정이 있었다. 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형 공연장을 지어 공연기획사에 운영을  위탁한 뒤, 인근 지역에 숙박시설 등을 유치해 관광자원으로서의 문화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덕분에 보쿰은 일년 내내 가족 관객들로 붐비는 대호황을 누렸다. 또 이 작품의 흥행 뒤에는 관련 캐릭터 상품은 물론 극장 곳곳에 배치된 롤러스케이트를 탄 안내원, 객석을 누비는 장난감 전기기차 등 세심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 했다. 문화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화려한 무대와 유명 캐스팅으로 화제를 뿌린 <선셋 대로>는 무리한 투자 때문에 결국 투자비의 80퍼센트도 건지지 못했고, 이후 영미권 뮤지컬계는 소극장 중심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려는 우리 뮤지컬계가 참고할 교훈이다.

고전 명작을 뮤지컬화한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미스 사이공>이나 <렌트> 등의 성공사례를 보면, 우리의 문화유산 역시 기획자의 혜안에 따라 무대화할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맘마 미아!>처럼 구체적인 아티스트나 시대적 배경을 활용한 우리식 팝 뮤지컬이라든가, 참신한 발상으로 국적과 피부색을 뛰어넘은 <미스터리스>처럼 아이더어가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나 <위키드>에서 보듯 흘러간 옛 대중문화에 최신 감각을 입혀 활용하는 향수 마케팅 전략 등, 이 책 곳곳에는 우리 문화계에 약이 될 사례들이 스며 있다. 작품 해설에 할애한 것에 비하면 짤막한 조언들이지만, 작품을 알아갈수록 긴 설명 없이도 와닿는 보석 같은 지침이다.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1000346394/178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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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학교 도서관에 신청하려구요. 넘넘 궁금해요^^

이매지 2006-09-1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러려구요^^
(완전 학교 우려먹는-_-)
 



   솔로는 그를 미워하던 자바의 방에 냉동이 된 채 장식물이 되고 루크는 그를 풀어주기 위해 알투와 쓰리피오를 선물로 보내지만 이 방법은 자바에게 먹히지 않는다. 결국 루크는 자바에게 정면도전을 하게되고 솔로를 구해 자고바 행성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반란군은 재건되고 있는 죽음의 별에 마침 황제와 다스베이더가 있다는 점을 알게되고 그곳을 타켓으로 삼고 공격에 대한 계획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황제의 모습과 함께 다스베이더가 가면을 벗은 모습도 등장한다. 그 뿐 아니라, 자바에게 잡힌 레아공주는 비키니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레아와 루크가 남매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기존의 나온 캐릭터들에게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해서 지루해지려는 약간의 순간도 막아버렸다랄까. 아버지인 다스베이버를 악의 세계에서 구해내려는 루크의 노력, 그리고 둘의 대결이 <제국의 역습>때보다 더욱 흥미진진했었던 것 같다. (물론, 더 안타깝기도 했고)

  이런 기존의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꼴뚜기 모양으로 생긴 반란군 공격함대 사령관 아크바 장군, 현상금 사냥꾼 보바 페트, 엔도의 원시종족 이워크 등등. 독특한 우주생물체들도 등장해 재미를 더해줬다. 이 시리즈로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제 과거로 날아가 다시금 그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에 만들어졌기에 더 볼거리면에서는 더 뛰어나다고 하는 에피소드 1~3편의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스타워즈 테마와 함께 가슴이 뛰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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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존에 <레벌루션 NO.3>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통해 만났던 유쾌! 상쾌! 통쾌!한 더 좀비스의 활약상이 담긴 세번째 작품 . 기존의 이야기와 같이 이 책에서도 우연히 삶의 위기에 봉착한 나약한 인물과 만나고 그를 도와준다는 내용.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위기에 처한 사람이 피로에 찌든 아저씨가 아니라 풋풋한 여고생이랄게 독특했다. 더 좀비스, 그리고 한 소녀의 SPEED UP된 이야기.

  명문고에 다니는 모범생 가나코는 평소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과외선생님 아야코의 자살을 접한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살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아야코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되고, 때문에 그녀가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나카가와를 만나 자신의 의심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가나코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미처 집에 닿기도 전에 왠 남자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그 때 나타난 구세주들(더 좀비스)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되고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더 좀비스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나아가는 듯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사회 이면에 감춰진 사실들. 예를 들어, 대학 축제를 하는데 자리세를 받고, 축제 수입금의 거의 대부분을 운영장이 꿀꺽해버린다는 점이나 약점이 있는 사람의 뒤에서 그 사람을 조종하는 모습과 같은 것들이 이 책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가나코와 더 좀비스는 싸워야할 대상이 분명하게 들어나있고, 그 방향성도 어느 정도 세워질 수 있었다.

  늘 그렇듯이 좀비스 시리즈는 일상에서 벗어남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식상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소설을 읽는 주된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일상에서 탈피때문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좀비스 시리즈는 아예 허구적인 이야기를 꾸며내는 이야기보다는 현실감도 있고 그만큼 더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좀비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작가도 이제는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가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와 같이 이 책에서도 좀비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서 왠지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좀 더 그들의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나타내줬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속 좀비스 시리즈를 낼 예정이라면) 

  기존의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특히 좀비스 시리즈)을 접해봤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혹, 아직 좀비스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먼저 접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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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9-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어 볼까 싶네요. 근데 양억관님 엄청나게 많이 옮기시는것 같네요... 일본소설이면 10권중 5,6권 정도가 저 분이 역자인것 같던데..;

이매지 2006-09-1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김난주씨 책이 엄청 쏟아져나왔는데 요새는 양억관씨가 엄청 하시더라구요.
저 올 여름에만 저 분 번역하신 거 5권은 읽은거 같아요.
부부가 먹고 사는데 별 지장 없겠어요. 하핫.

구름의무게 2006-09-1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근래 speed 재밌게 읽었답니다. 전 레볼루션 no.3 아직 못 읽어서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 ^^

이매지 2006-09-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구름의 무게님의 리뷰는 잘 읽었는걸요^^
레볼루션 no.3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