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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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기 전에 꼭 밟아보고 싶은 땅이 이 세상엔 딱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체코의 프라하. 하나는 쿠바. 두 곳 다 아직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제 두 곳 모두 어느 정도 문명의 때가 묻어가고 있으니 내가 그 곳을 밟을 때쯤이면 이미 찌들어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런 말을 들은 한 사람은 "그럼 북한에 가지 그래?"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나의 목표(?) 가운데 한 곳인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끌렸고, 싸이월드에서 이창수님의 페이퍼를 구독해서 보는 지라 관심이 끌렸기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쿠바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여행 지침서로 사용되기엔 너무도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저 쿠바를 여행하는 한 젊은이가 어떤 생각들을 했고, 이 여행을 통해 어떤 것들을 배워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길과 가깝게, 사람과 가깝게 몸으로 부딪히며 쿠바를 느끼는 모습들이 녹아있다. 개인의 기록이기때문에 때로는 너무 솔직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책.

  기본적으로 체게바라의 루트를 따라 이동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방송사의 촬영 관계로 이것이 틀어졌을 때 그 계획을 어떻게든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렇지만 그 와중에 계획을 완수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는 모습에서 '아아. 이 사람은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구나'하는 왠지 모를 부러움이 들었다. 대개는 자신이 놓친 것을 뒤늦게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젊음이라는 것은 무모함에 도전하는 열정과 모두가 힘들다고 고개를 내젓는 일에 도전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일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돈이 없어도 젊음의 패기로 기회를 획득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내가 진정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담긴 쿠바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도 흥미로웠고, 쿠바에서 겪은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던 책.

  그의 자전거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LA에서 8000Km를 달려 뉴욕에 도착하려는 계획을 시작한 그. 이번엔 어떤 것들을 보고 느꼈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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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2-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번 연휴에 이 책 읽었어요 ^^ 재밌던데요;

이매지 2006-12-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앤디뽕님도! ^^ 연휴에 읽기 좋았던 것 같아요^^

2006-12-27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6-12-2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 이우일씨 책은 읽어봤고, 나쁜 여행은 아직 안 봤어요^^ 어제 네이트에 저 분 미국 일주 관련해서 기사가 뜬 거 보고 괜히 반가웠어요^^
 
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품절


타인으로부터 떨어져 거리를 유지해야 할 때가 있다. 삶에는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질문들이 있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답을 낼 여유가 없다.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다. 핸드폰, 이메일, 채팅을 통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문자를 날리며 버튼을 누리며 순간적으로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고독감을 일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현대적 이기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남들의 질문에 답글을 단다. 정작 자신의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도 내 삶의 가치와 의미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컴퓨터 너머에 있는 타인이 알 수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에는 자기 스스로 답해야 한다. 철학적 문제는 남에게 맡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이나 냉장고가 해결해 줄 수도 없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해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정신의 바닥까지 내려가 견딜 수 없이 고독하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고독에 단단히 묶이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존재의 목동'이 되어 존재를 묻는 시간을 갖는다. 존재를 시간 위에 올려놓고, 죽음 앞에까지 생각하고, 삶으로 돌아온다. -85~6쪽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해 생각하도록 교육 받았다. 다가올 대입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하고, 그 후에는 늘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에 대해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과거는 철저히 잊고 지낸다. 자신의 나이가 몇이건, 과거에 대한 판단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앞으로 만들어 갈 의미를 사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 온 의미를 되새겨 봄이다. 과거도 한 때의 미래이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과거에 대한 좌절과 반성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113쪽

지난날의 기록은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과거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과거를 돌아 보고,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나를 현미경 재물대 위에 올려놓고 낱낱이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부분이 있다면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114쪽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인생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궁금증이 세상에 대한 싫증보다 더 크다. 앞으로 내 생애 일어날 일을 기다린다. 열정을 갖고 기다린다. 그러면서 열정을 갖고 주어진 시간을 보낸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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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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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어쩌다보니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보내게 된 지라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책장에서 크리스마스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이 집어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을 읽을까하다가 단편집보다는 장편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줄 것 같아서 이 책을 시작했다.

  이야기는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벌어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식들을 다 불러모으는 사이먼 리. 그의 자식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모두 모여들게 된다. 늘 아버지의 곁에서 묵묵히 사업을 돕는 앨프리드,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은 했지만 돈에 대해서만큼은 인색한 조지, 예술을 하기 위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집을 나온 데이비드,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고만 치고 다니는 해리, 사이먼 리의 유일한 손녀인 필라와 동업자의 아들인 파르까지. 이들은 사실 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의 이념인 용서와 사랑을 행하고자 자신들을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머지 않아 아버지의 진심은 그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그것을 즐기려하는 데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벌어진 밀실 살인.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살인현장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작품때문에 아마 그녀의 주위에는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나보다. 책의 시작에 앞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당신은 내가 만드는 살인들이 너무나 교묘하게 꾸며진 듯하다고-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불평했었지요. 당신은 '유혈이 낭자하고 현란한 폭력적 살인'을 보기를 원했지요. 살인이 일어난 곳엔 틀림없이 살인 그것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특별한 이야기로 꾸몄습니다-당신을 위해 쓴 것이지요. 이것이 만족스럽기를 원합니다."라는 글로 이 작품이 기존의 분위기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을 알려준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살인사건에는 온통 피. 피 뿐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가족 내에서의 불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친밀함을 느꼈지만 그 밖에 다른 점들에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포와로도 이 책에서는 유독 덜 잘난 척을 하는 것 같았고, 사건이 해결됐지만 유독 더 찝찝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 (트릭이 문제가 아니라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에게 너무 씁쓸함을 느꼈기때문이랄까) 이왕이면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닌 24일쯤에 보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다만, 추리소설에는 피가 많아서 싫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을 듯. 잔인하지는 않지만 피는 많이 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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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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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란 중요한 거에요. 원초적으로 그래요. 기록이 남지 않은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아니라고요? 실존이란 엄연하고도 무거운 거라서, 지켜보는 눈길이나 기록하는 손가락 따위의 존재 여부로 달라지지 않는다고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나요. 나하고는 생각이 다르군요.
존재했던 엄연하고 무거운 현실도,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립니다. 그 반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도 일단 기록되어버리면 존재했던 것으로 착각되어요. 세월이 흘러 증언자들이 모두 늙어 죽어버리면 더욱 그렇죠. 기록은 기억의 확장이니까요. 우리는 기억을 믿듯이 기록을 믿어요. 결국 기록은 존재를 대신해요. 존재는, 기록이 남아 있는 그 범위까지만 유효성을 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영리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그 기록이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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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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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뒤에 붙은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심윤경은 '비주류 작가'이다. 이것은 비단 그녀가 문학이나 글쓰기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단편이 난무하는 한국문학에서 장편으로 승부를 걸고 있고, 쿨함을 외치는 감성에 치우친 문학의 홍수 속에서도 인간다운 따스함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전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달의 제단>을 읽어본 독자라면 그녀가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변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폭이 넓은 작가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리라. 그런 그녀가 '연애'라는 제목이 붙은 책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연애'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연애가 절대 아니었다.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 영혼을 기록한다면 영매를 떠올리겠지만 이진은 영매가 아니다. 게다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다만 그녀를 찾아오는 생령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 기록할 따름이다. 한 편,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를 사랑한 남자 이현은 결혼과 이혼을 세번씩하고, 이진과 네번째 결혼을 하는 순간을 즐기는 남자이다. 어린 시절 이진의 엄마에게서 느낀 살구꽃 향기에 넋을 빼앗긴 이현은 주저없이 이진과 결혼하려고 하고, 머뭇거리는 이진에게 3년만 계약결혼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와의 사랑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이야기는 이현의 이야기와, 이진이 기록한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 이야기는 이후에는 이현과 이진의 삶과도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복선처럼 이야기가 깔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지 못한다. 그게 길가면서 스치는 사람이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던. 우리는 다른 사람을 100프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만 보며 살아간다. 그들의 영혼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마치 영혼을 기록하지만 영혼이 없는 여자 이진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말랑말랑한 연애가 아닌, 연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 <이현의 연애>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이전에 보아온 연애를 소재로 한 소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심윤경이 혹 이 작품으로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다가서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책을 놓고 나니 묘한 울림에 잠시 멍한 기분이 들며, 여전히 믿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심윤경 작가와 같은 비주류 작가가 주류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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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2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고픈데 읽을 거 많아서 계속 안사고 있어요.

이매지 2006-12-2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으시면 제꺼 가져가세요~ 저도 알지에서 받아서 본거라^^

구름의무게 2006-12-2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다가 너무 묵직한 느낌이 버거워서 반납해버렸는데, 매지님 평 읽고 보니,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이매지 2006-12-2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덜 묵직해요^^ 다른 연애소설들보다는 묵직하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