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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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어쩌다보니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보내게 된 지라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책장에서 크리스마스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이 집어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을 읽을까하다가 단편집보다는 장편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줄 것 같아서 이 책을 시작했다.

  이야기는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벌어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식들을 다 불러모으는 사이먼 리. 그의 자식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모두 모여들게 된다. 늘 아버지의 곁에서 묵묵히 사업을 돕는 앨프리드,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은 했지만 돈에 대해서만큼은 인색한 조지, 예술을 하기 위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집을 나온 데이비드,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고만 치고 다니는 해리, 사이먼 리의 유일한 손녀인 필라와 동업자의 아들인 파르까지. 이들은 사실 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의 이념인 용서와 사랑을 행하고자 자신들을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머지 않아 아버지의 진심은 그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그것을 즐기려하는 데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벌어진 밀실 살인.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살인현장이 그리 잔혹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작품때문에 아마 그녀의 주위에는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나보다. 책의 시작에 앞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당신은 내가 만드는 살인들이 너무나 교묘하게 꾸며진 듯하다고-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불평했었지요. 당신은 '유혈이 낭자하고 현란한 폭력적 살인'을 보기를 원했지요. 살인이 일어난 곳엔 틀림없이 살인 그것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특별한 이야기로 꾸몄습니다-당신을 위해 쓴 것이지요. 이것이 만족스럽기를 원합니다."라는 글로 이 작품이 기존의 분위기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을 알려준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살인사건에는 온통 피. 피 뿐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가족 내에서의 불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친밀함을 느꼈지만 그 밖에 다른 점들에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포와로도 이 책에서는 유독 덜 잘난 척을 하는 것 같았고, 사건이 해결됐지만 유독 더 찝찝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 (트릭이 문제가 아니라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에게 너무 씁쓸함을 느꼈기때문이랄까) 이왕이면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닌 24일쯤에 보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다만, 추리소설에는 피가 많아서 싫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을 듯. 잔인하지는 않지만 피는 많이 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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