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만나고 프랑스로 돌아가고 있는 셀린은 옆자리의 부부가 시끄럽게 말다툼을 하자 다른 자리로 자리를 피한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된 미국인 제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지만 부부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식당칸으로 함께 피신을 하기로 한 두 사람은 그 곳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하지만 프랑스까지 가는 셀린과 달리 제시는 비엔나에서 내려 다음 날 비행기를 타야하는 상황. 제시는 이에 셀린에게 함께 비엔나에서 내려 하루를 보내자고 제안을 하고 셀린도 이에 응하며 그들의 예기치않은 하루가 시작된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것이 초등학생때였으니 거의 10년도 전에 본 셈. 얼마 전 <비포 선셋>이 개봉하고나서 다시 한 번 봐야지 봐야지하다가 결국 이제서야 보게 됐다. 어릴 때는 이 영화를 보며 어떻게 느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나이가 든 뒤에 보니 한 편으로는 무모해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예기치않은 만남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현실은 영화와 다르게 흘러가겠지만)



  여행이라는 비일상적인 경험. 그리고 그 와중에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 이것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며 꿈꾸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사람들의 내면에 감춰진 이런 욕구를 잘 파고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원나잇 스탠드를 위한 하루가 아닌 서로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위한, 미래에 곱씹어볼 추억을 하나 만들기 위해 일상을 탈출해버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끌어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살짝 압도당한 느낌도 들었다. 두 사람의 짧은 사랑을 보는 것도, 비엔나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낯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이제 <비포 선셋>을 보며 세월이 지난 뒤 그들의 감정을 다시 엿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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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7-02-2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파요. 내용은 다 알고 있지만, 못 본 영화거든요. ^^

이매지 2007-02-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포선셋보려고 일부러 챙겨봤어요^^ 예전에는 에단 호크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 보니까 왠지 모르게 느끼한 것 같았다는 ㅎㅎ

마늘빵 2007-02-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죠. 에단호크 좋아요. 남자가봐도. 멋있어.

이매지 2007-02-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단 호크는 이 영화보다 <위대한 유산>이나 <가타카>에서 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문제는 그 두 영화도 본지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하다는거지만요 ㅎㅎ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구판절판


개미들은 과연 어떻게 지도자도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 있는 복합체계연구소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개미들의 복잡한 집단행동은 각 개체들의 임의적인 행동들의 결과다. 작은 힘이지만 각자의 올바른 판단이 한데 모여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다. -30쪽

개미들은 전체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언제나 알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다. -32~3쪽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황소개구리의 황소 울음 같은 소리에 익숙해져 청개구리의 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49쪽

종교가 스스로 모래판에 내려와 과학을 붙들고 씨름을 하려 할 때 나는 참 서글프다. 과학은 이른바 형이하학이지만 종교는 형이상학 중에도 으뜸이 아니던가. 과학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멍에를 지고 있지만 종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믿음은 증명보다 훨씬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64쪽

경쟁조차 할 수 없게 법으로 막는 일은 동물 사회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어미 백로나 하이에나 어미는 경쟁이 두려워 미리 자기가 기를 수 있을 만큼의 새끼만을 낳는 비겁한 일은 하지 않는다. 둥지 안의 경쟁을 통해 좀더 강인한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음은 물론 때로 먹을 것이 의외로 풍부한 해에는 낳은 새끼 모두를 훌륭하게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 경쟁만이 무한경쟁에 대비하는 길이다. -101~2쪽

우리는 모두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짓말도 법의 질책을 받아야 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한다. 우리들은 늘 사랑하는 이에게 또는 자기 스스로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산다. "넌 할 수 있어"라며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자기 기만 능력이야말로 때론 인간을 성공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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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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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어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교실 구석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에바이다. 마음 속에는 우정에 대한 갈망도 있고, 하고 싶은 말들도 많이 있지만 에바는 뚱뚱한 자신의 몸 때문에 선뜻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미헬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편견없이 대하는 미헬을 통해 에바다움을 조금씩 찾아간다.

  티비를 보면 온통 마른 사람들이 등장하고, 길거리에서도 뚱뚱한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세상은 마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어느 정도 성숙한 사고력을 지닌 어른에게도 이는 하나의 고통일 터인데 한창 성장할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은 너무 가혹하기만하다. 뚱뚱함을 죄악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자신의 몸매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단지 몸매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자신의 외향적인 모습에 불만을 갖고 있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다소 빤해보이긴 하지만 외향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이다. 구태여 외모는 바꿀 수 있지만 내면은 바꿀 수 없다는 식상한 말을 들지 않아도 내면이 꽉 찬 사람은 외모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에바는 여전히 뚱뚱한 몸매를 가진 소녀일 뿐이지만 미헬과의 만남이라는 반환점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게 된다. 요컨대 에바는 자신의 뚱뚱함이라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들, 즉 남을 리드할 수 있는 자질과 풍성한 숱의 머리카락, 열정적인 춤솜씨 등을 발견하며 좀 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밤에 몰래 자학적으로, 충돌적으로 음식을 집어삼키는 행위를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엄마에게 이왕이면 칼로리가 낮게 요리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에바. 그런 모습들을 보며 앞으로 그녀가 좀 더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성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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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1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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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하면 왠지 어렵다는 인식때문인지 클래식을 듣는 사람은 뭔가 교양있고 지적인 사람처럼 보곤 한다. 하지만 정작 알고보면 클래식도 대중음악만큼 좋은 곡들이 많고, 오랜 세월을 살아올만큼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평소 청소년 음악회 등을 통해 클래식을 알리는 데 앞장 선 금난새는 이 책을 통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클래식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금난새는 먼저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자고 이야기한다. 그는 클래식을 인류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라고 하며 우리가 부모님의 시절을 이해하기 위해 그 시대를 이해해야하는 것처럼 클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 시대의 분위기나 작곡가의 사회적 지위, 생활 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그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상황,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작곡가의 환경을 이해해야 음악을 총체적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곡을 듣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는 시대순으로 동시대를 살아간 굵직굵직한 음악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명의 음악가씩 묶어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임의적으로 묶은 것이 아니라 그 양상이 대비되는 음악가끼리 묶어 동시대에 이런 분위기도, 또 다른 분위기도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교회음악가로 다수의 종교음악을 작곡한 바흐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거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음악을 한 헨델을 비교하기도 하고, 불우한 운명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베토벤의 모습과 편안한 삶을 살며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오페라를 만든 로시니의 모습 등을 비교, 대조하며 보여주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한 음악가의 음악이 그런 분위기를 풍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이해하고 음악을 들어보니 그냥 무작정 들을 때보다 좀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저자는 단순히 음악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세부적인 음악이론들을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자신의 추천곡도 더해놓아 책을 읽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태교음악으로 억지로 듣거나, 아이들 두뇌개발에 좋다고 듣는 것이 아닌 음악을 즐기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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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익숙해서 어릴 때 본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다보니 전혀 낯선 영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한 편씩 접하다보니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는데 이 작품은 실망스러운 축에 들어갈 듯 싶다. 



  도시에서만 살아간 주인공 타에코. 그 때문인지 시골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언니가 결혼하면서 알게 된 시골 사람의 집에 휴가를 내서 찾아가고 그 곳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면하게 된다는 이야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풋풋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감이 가기도 했지만 어째 보면서 북한의 홍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념은 들어있지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농촌도 할 수 있다, 다함께 힘을 모아 잘 살아보자는 분위기가 너무 깔린 느낌. 우리의 농촌 모습과 비슷해서 익숙한 느낌이기도 했지만 너무 계몽적인 느낌이 강해서 영 찝찝하다. 주인공의 소박한 추억은 볼만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글쎄.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인 <이웃집 야마다군>이 더 괜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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