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읽었더랬다. 하지만 원작은 앞뒤의 내용이 생략되어 있어서 배경지식이 있어야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슷비슷하게 생긴 인물들때문에 A라는 인물의 발언은 B라는 인물의 발언처럼 받아들이기도 하다가 한참 뒤에 아니라는 걸 깨닫기도 하는 등 꽤 우왕좌왕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지만)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300을 보며 다시 한 번 원작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의 대군. 엄청난 수의 군사를 이끌고 왔기에 그들이 움직일 때면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움직일 지경이다. 그리스를 삼키기 위해 온 페르시아. 그들을 막기 위해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과 테스피스인 군인들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전투를 준비한다. 협곡이라면 수적 차이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그의 생각대로 스파르타 군과 테스피스 군은 페르시아를 막기 위해, 자유를 위해 무모해보이는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확실히 책보다는 앞뒤의 내용이 더 첨가되어있어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 쉬웠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는 것이 내용이해는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림으로 된 원작과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는 실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묘한 매력을 펼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스파르타 군 300명의 용맹을 뽐내는 영화이니만큼 비쥬얼적인 면은 뛰어나도 스토리상으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떼로 나와 치열하게 싸우는 전투씬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해주기엔 충분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였다. 지나친 영웅주의가 깔려 있다는 생각도 없잖아 들었다. 스파르타 군의 영웅성을 최대한을 끌어올리기 위해 페르시아인들을 너무 인간답지 않게 그려낸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됐던. 역사물로 본다면 사실성의 여부를 두고(혹은 관점의 여부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올 수 밖에 없겠지만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를 위해 본다면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여성관객들보다는 남성관객들이라면 다들 비장한 각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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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2007-04-2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함도 지나치게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네요....^^

이매지 2007-04-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좀 찝찝한 구석이 있더군요. 볼거리는 많았지만 역시 좀 ㅎ
 
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구판절판


모든 것의 테두리를 녹이는 석양의 바닥에서, 하얀 꽃잎이 뿌옇게 빛나고 있다. 백합 한 무더기. 둔하게 빛나는 하얀 백합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떠돌고 있다. 이 향기.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어디까지고 쫓아올 향기.
아, 맞다. 그 사람은 언제나 이 향기를 걸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 향기를 마시고, 이 향기를 좇아 기억을 더듬자.
저녁 잿빛 어둠 속을 더듬거리면서, 그 사람의 기억을 찾아내는거야. 그래, 그것은 긴 여름이 끝나고, 이윽고 가을이 몰래 찾아오던 무렵. -8쪽

도모코는 예쁜 여자아이들의 흔히 그렇듯이 잔혹한 일을 당연한 듯이 저지르는 타입이었다. 나쁜 아이는 아니고 머리도 좋다. 여자들 사이에서 필요한 균형감각은 뛰어나다. 분명 곱게 자란데다, 어릴 때부터 남자들에게 떠받들려 살았을 것이다. -47쪽

요컨대 선이건 악이건, 인간은 자신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절대적인 존재를 만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그 절대적인 존재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나 살리는 일이나, 리세에게는 별로 다르지 않은 행위로 그녀진다. 그 절대적인 존재를 위해 산다는 점에서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48쪽

그 애, 영국에서 2년이나 유학하고 있었잖아. 그쪽 학년이 끝난 뒤, 여기로 편입했어. 여기서 좀 더 다닌 다음 다시 그쪽으로 돌아갈 생각인 거야. (중략) 어차피 이 집은 오래전부터 처분한다는 애기가 있었잖아. 세금도 많이 나오고 너무 낡았고. 아무도 입을 떼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집을 처분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어머니도 그건 알고 있었어. 그러나 어머니의 유언은 이상했지. 당신이 죽어도 미즈노 리세가 반년 이상 이곳에 살지 않는 한, 집을 처분해서 안 된다는 조건. 우리들도 어이없어했잖아. 그 애에게 유산의 일부를 주고 싶다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여기 살라는게 유언이었어. 그 이유라는게, 그녀가 유년시절을 보낸 이 집에서 한 번 더 살게 해주고 싶다는 거였지. 그야말로 어머니답지 않게 감상적인 이유야. 나는 틀림없이 집을 처분하지 않으려고 심술을 부린 거라 생각했어. ...... 그런데 리세 본인도 이 집이 처분되기 전에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고 나왔잖아. 자기는 어릴 때부터 부모와 산적이 없어서 할머니가 부모 대신이라고. 그러니까 꼭 한 번 더 여기서 살고 싶다,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고 싶다고. 본인이 그걸 바라고 있으니 그렇게 준비하겠다. 변호사 이야기는 그런 거였잖아.-59쪽

언니는 꽤나 비현실적인 데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난 이해할 수 없어.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가진 어머니가. 무엇보다, 그 애한테 대체 무슨 득이 된다는 거야? 여기 와봤자 유산 한 푼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애한테는 손해잖아. 학기 도중에 일본 학교에 편입하기도 까다롭고, 기껏 유학 갔다가 중단해야 하고. 손녀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을 어머니가 바랐을 리는 없어. 무엇보다 그 변태 아버지는 상당한 자산가라던데. 그 녀석과 함께 살면 되잖아.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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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꽤 후한 평들에 끌리긴 했지만 포스터가 영 꽝이었던 탓에 손이 안 갔던 영화인데 정작 보면서는 엄청 재미있어했다. 영화 첫 부분이 화재진압 장면인지라 '소방대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가?'라고 생각하면 내심 시큰둥해있었는데, 알고보니 30년 간의 시간차를 두고 소방대원인 아버지와 경찰이 된 아들이 무선 통신을 하게 되는 이야기. 전체적인 내용은 <동감>+<나비효과>쯤 될 듯 싶다.

 


  화재진압을 하던 중 숨진 아버지 프랭크. 그는 우연히 무선 통신에서 한 남자와 얘기하던 중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때마침 둘이 알게된 것은 아버지의 기일 하루 전.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른 출구를 택하라'는 말로 아버지의 목숨을 살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지 않게 됨으로 과거의 일은 꼬여 이번엔 어머니가 연쇄살인범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 존.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고 어머니도 살리고자 아들과 아버지는 함께 연쇄살인범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물론 30년 전의 일을 바꿈으로 현실에서의 일들도 변화해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이나 두 부자가 수사를 함께 하는 모습들도 재미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가족애'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던 탓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마저 가물거리는 남자가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어 자신의 가족을 다시 찾기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음이 보여질 때는 짠한 감동이 느껴졌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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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스타 스텔론이 등장하는 영화라서 왠지 부수고 깨는 내용들만 가득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물론 내 예상대로 부수고 깨는 장면들도 많이 나왔지만 그보다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최악의 악당쯤되는 피닉스. 그리고 그를 잡으려고 애쓰는 경찰 스파르탄. 결국 스파르탄은 피닉스를 잡긴 하지만 물귀신처럼 피닉스가 그를 끌어들여 결국 그와 피닉스 둘 다 냉동감옥에 수감되게 된다. 시간은 흘러 흘러 몇 십년이 지나고 피닉스의 가석방 공판이 있던 날 그가 탈옥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세상은 너무도 바뀌어 폭력적인 피닉스를 잡기엔 경찰들은 너무 무력하다. 결국 스파르탄을 가석방시켜 피닉스를 잡는 임무를 맡기는데...

  섹스, 욕설, 범죄, 초콜렛, 소금 등 많은 것들이 금지되고 국가의 통제에 놓여있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그 생활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그런 생활을 안겨준 콕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알고보면 콕토는 피닉스가 냉동되어 있는 동안 범죄에 도움되는 각종 내용들을 재교육시킨 사람. 피닉스가 탈옥한 것도 알고보면 콕토가 저지른 일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이상적인 사회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결코 이상적인 모습만은 아니었다. <1984>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작품들이 생각나게 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산드라 블럭이 맡은 미래의 여경찰의 이름이 레이나 '헉슬리'인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아예 어두운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엔 말짱해보이고 평화로워보이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그 속의 '악'에 대해서 그리고 있기때문에 더 두드러지게 문제를 인식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하지 않고 괜찮았던 미래 관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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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극 예술가인 크렉 슈와츠. 돈벌이가 시원찮았던 그는 아내의 권유로 직장을 구하다가 우연히 서류정리원을 구하는 레스터 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이상한 통로를 발견하고 그 곳이 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임을 알게 된다.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몸 속에서 그가 보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된 그는 이를 마음에 드는 회사 동료인 맥신과 함께 사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랑과 사업, 그리고 타인의 뇌 속에 들어가는 기괴한 경험. 이런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신선함을 안겨준다.



  사실 이 영화는 순전히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맡은 찰리 카프먼때문에 보게 됐다. 그 영화를 보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들춰보다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도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뭐 이런 류의 리뷰들을 몇 편 보고 호기심에 접하게 된 것. 하지만 정말인지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조금 덜 다듬어진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람이라면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할테지만 난 영화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현실스럽게 담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걸출한 배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크렉 슈와츠 역으로 등장한 존 쿠삭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존 말코비치도 출연하고 있으며 카메오로 숀 펜이나 브래드 피트 등의 배우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렉 슈와츠의 부인 역으로 등장한 여자는 다름아닌 카메론 디아즈. 내가 그녀를 열렬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사실 영화 중반에 이르기까지 크렉의 부인이 카메론 디아즈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다소 파격적인 모습으로 출연한 셈.



  7과 2분의 1층이라는 낮은 천장의 건물에서 사람들이 구부정하게 일하는 모습이나 굴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점에 있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하게끔 했고, 존 말코비치가 실제로 출연을 한다는 점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는 점도 신선했다.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찰리 카프먼. 그의 각본에 점점 매료되는 느낌이다. (물론, 좋은 배우들과 좋은 감독이 있어야 그의 각본도 한껏 살아날 수 있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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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4-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찰리 카우프만이 쓴 건 다 봤어요~ 그 물꼬를 튼 게 존 말코비치 되기 였는데.. 먼 옛날 일이네요.. ^^;; 어댑테이션도 괜찮아요.. 보셨어요?

미미달 2007-04-2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터널 선샤인>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는.

이매지 2007-04-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뽕님 / 어맛. 어댑테이션 아직 안 봤어요^^ 시험 끝나고 봐야겠군요^^
미미달님 / 이터널 선샤인 정말 좋았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