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구판절판


사람의 본질이라는 게 거의 첫인상 그대로야. 친해진다고 그만큼 상대를 더 잘 아는 건 아냐. 사람은 말과 태도로 얼마든지 자신을 위장하는 생물이거든. -49쪽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105쪽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먹을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언제나 허기진듯 탐욕스럽게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교텐도, 유라의 어머니도 자기 자식을 없는 듯이 취급하며 부모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다다는 그 사실이 짜증스럽다. 그러나 이내 '내가 삐딱한 건 아닐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134쪽

"들어 봐, 유라." 다다는 그 손을 잡아 세웠다.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유라의 손이 다다에게서 떨어졌다. 닫히는 문에다 대고, 다다는 말을 이었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어. 그걸 잊지 마."-161~2쪽

하루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애정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다는 느낌을 상대한테서 받는 거란 걸요.-193~4쪽

혼자 있고 싶어. 누가 있으면 외로우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몹시 외롭기 때문이 아닐까. -228쪽

잃어버린 것은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기억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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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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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계단>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 후 첫 작품이라 과연 이 작가가 실력있는 작가인지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13계단>과는 분위기는 다르지만 재미와 긴장감은 100% 보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사형수 문제를 다룬 <13계단>에서처럼 이 책 역시 어느 정도 골수이식이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13계단>의 경우 이야기의 초점이 사형제도에 맞춰진다면 이 이야기에서는 일단 주인공의 도피행각에 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비행을 일삼던 야가미 도시히코. 사기, 공갈이 주된 범행이지만 그의 범행은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하다. 부모님과 선생님 몰래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는 친구에겐 감자튀김을 주지 않으면 일러바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 유명 국회의원과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것을 악용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가로채기도 한다. 자잘하지만 어쨌거나 범죄자인 그는 착한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지만, 생애 최초로 착한 일을 앞두고 있다. 그가 택한 착한 일은 다름 아닌 골수 이식. 하지만 착한 일을 해보겠다는 야가미의 마음도 세상이 몰라주고, 그는 우연히 돈을 빌리러 간 친구의 집에서 친구가 손과 발의 엄지가 엇갈린 모습으로 묶여서 벌거벗은 채로 욕조에서 펄펄 끓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낯선 사람들이 그 집에 들어오고 야가미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이런 형태의 시체는 또 다른 장소에서도 발견된다. 조사결과 이런 형태는 종교 재판 때 이단 심문을 할 때 쓰던 방법.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발견되는 시체는 늘어가고, 경찰은 야가미를 주요 용의자로 쫓기 시작한다. 골수 이식을 이틀 남짓 남긴 야가미. 내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고 골수이식을 위한 준비를 해야하는데... 경찰과 정체모를 사람들로부터 야가미는 과연 무사히 몸을 피해 골수이식을 할 수 있을까? 

  책의 끝에 있는 해석에도 쓰여있지만 '이 책은 근래에 없는 뛰어난 논스톱 서스펜스'다. '만약 중간에 읽다가 멈출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얼굴을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실제로 나 또한 잠깐 맛이나 보고 천천히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을 잡자마자 재미에 푹 빠져 순식간에 읽어갔다. (자야할 시간이 지나 덕분에 눈은 따끔하고 배도 고프지만 그럼에도 마음만은 가뿐하다) 야가미는 무사히, 그리고 건강히(골수 이식을 해야하니까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한다) 병원에 골인할 수 있을지, 과연 그레이브 디거의 정체는 무엇인지,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파악해가다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에 도착하게 된다. 

  무슨 철인 3종 경기도 아니고 자전거 레이싱에, 달리기에, 수영에, 자동차 추격전에 범인과의 격투까지 왠만한 체력으로는 도주도 힘들 것 같은 야가미의 도주전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골수이식을 둘러싼 갈등도 꽤 흥미진진했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도 이야기의 긴장을 더해준 것 같다. <13계단>도 별다섯을 주고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할 정도였는데 이 책 또한 별을 한껏 안겨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덕분에 좀 피곤해지긴 했지만,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 소설. 이런 책이 나와서 정말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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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07-0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 부활이군요. 기대되어요. +ㅁ+

이매지 2007-07-01 13:38   좋아요 0 | URL
내친 김에 유령인명구조대도 보려구요 ㅎㅎ

푸른신기루 2007-07-0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밌겠다 *_*
아, 도서관에 있는 '유령인명구조대' 제가 신청한 거예요ㅋㅋ
전 재밌게 읽었어요^_^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심리학과 아주 조금 관련이 있더라고요

이매지 2007-07-01 18:28   좋아요 0 | URL
그럼 그 책 뒤에도 푸른신기루님의 흔적이 남아있겠군요.
제가 신청한 책은 너무 많아서 기억도 안 나요 ㅎㅎㅎ

푸른신기루 2007-07-01 20:19   좋아요 0 | URL
전 처음으로 신청한 책이 그 거라서요ㅋㅋ
아마 흔적은 없을 거예요;;
그 땐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이었거든요
아, 생각하니까 아쉽네;;

가넷 2007-07-0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령인명구조대는 좀 약한느낌. 이것도 그렇게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읽고 싶네요.
 
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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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무덤을 파는 자'라는 뜻입니다. 마녀를 박해하는 분위기가 영국에 미칠 무렵에 이단 심문관들이 누군가에게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마녀재판과 똑같은 고문 방법으로 말이죠. 여기에 겁을 먹은 이단 심문관들이 마녀사냥을 자제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와서는 사건의 진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고문당해 죽은 자가 무덤에서 살아나서 자기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한 거라고 수군댔습니다. 그리고 이 부활한 사자(死者)를 '그레이브 디거'라 불렀답니다. -99쪽

하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도 완벽한 게 아니야. 다수결의 원리란 마흔아홉 명의 불행 위에 쉰한 명의 행복을 쌓아 올린 시스템이거든. 좀 더 말하자면 지지율이 30퍼센트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70퍼센트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마는거야. 거부당한 쪽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념할 수밖에 없어. 내가 그쪽이 아니기를 기도할 뿐이지. -278쪽

"아마 아무도 찾지 못했다 뿐이지 지금 체제보다 훨씬 좋은 사회 시스템이 분명 있을 거야. 고대 인류가 지금의 민주주의 따위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그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그때도 보안부 녀석들은 또 저항하겠지. 현재 상황과 다르면 모조리 적, 바꿔 말하면 이단이니까."
니시카와가 말하는 이야기는 결코 허왕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징후는 이미 지금의 사회에서 간파할 수 있다. 국정원이 극우나 극좌 등의 사상단체뿐 아니라 시민 옴부즈맨이나 언론 관련 단체, 나아가 교원 조합에까지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형 제도 폐지, 일장기 반대, 원자력 반대, 무엇이든 간에 현실을 바꾸려는 자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국가의 그늘에서 꾸물대는 마녀재판의 논리. 현대사회의 이단 심문 제도였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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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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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출간된 황석영의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황석영의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물론, <삼포가는 길> 정도는 대입을 준비하며 본 적이 있으니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음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공지영은 이 책을 보고 "절망 이길 힘을 보았다"라고 했다지만 나는 되려 이 책을 보면서 왠지 허망하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의 바리데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에는 바리데기 공주처럼 온갖 고생을 겪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낳았다하면 딸인 상황에서 일곱번째 딸로 태어난 주인공. 그녀에게 가족다운 사랑을 나눠주는 것은 할머니와 강아지 칠성이 뿐이다. 바리데기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서, 바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할머니.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게 먹고 살 정도는 됐지만 체제의 몰락과 기근, 그리고 외삼촌의 일들이 복합되어 결국 북에서는 발붙이고 살 수 없게 된다. 각각 흩어져 살아가게 된 가족. 바리는 할머니와 언니와 함께 미꾸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건너간다. 바리는 그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고난도 겪으며 살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밀입국을 하게 된 바리. 영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이야기 속에는 실제 우리가 보아온 일들이 많이 등장한다. 김일성의 죽음, 북한의 대기근, 9.11 테러, 이라크 전쟁, 영국의 지하철 테러 등의 사건들이 바리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그리고 바리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 죽음의 의미를 말해보라',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지', '어째서 악한 것들이 승리하는지' 알려달라고 그들은 바리에게 외치고 있다. 생명수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바리는 결국 돌아오는 길에 그들에게 '사람들의 욕망 때문에 우리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다'고 대답한다. 결국 인간 스스로 고통을 만들었고, 인간이 만든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생명수는 인간뿐이지만 과연 인간이 스스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압둘 할아버지의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라는 말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어쩌면 모래알 같은 가망성이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쩐지 나는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바리데기가 그랬던 것처럼 바리의 행적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그 곳에서 다시 영국으로 이어져 가는 기나긴 고난의 여정인데 반해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속도감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가독성도 좋아서 금새 읽어갈 수 있었지만 서술 관점도 가끔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연재물이어서 그런 걸까?) 짧다면 짧은 이야기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휘의 선택이나 묘사 부분은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또, 전통의 변형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고전이란 그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임으로 그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을 혼란한 현실 속에 '생명수'를 찾는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직접 건내주지는 못해도, 그것을 찾을 수 있는 힘은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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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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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도 밥과 같아서 오래가면 쉬게 마련이라 자꾸 폐를 끼치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긴요할 때는 냉정하게 돌아선다고 아버지는 말했고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74쪽

나는 두만강을 건너 내가 떠나왔던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높은 곳에 올라서면 뒤를 돌아보았고, 멀고 가까운 산들이 연기를 올리며 타는 모양을 보았다. 그것은 망망대해에서 외딴 섬에 갇힌 사람들이 멀리 지나가는 배나 다른 땅에 구조를 해달라고 조난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연기는 적막한 하늘로 조용하고 불길하게 뭉게뭉게 피어올랐지만 저 한밤의 헛것들이 몰려다닐 때 들리던 우우우웅하던 소리가 온 대지에 깔려 있는 듯했다. -98~9쪽

앳쌔 말하지 말라. 길구 슬그머니 가문 되는 거이야. 세상에 네 처지가 이러루한데 누굴 믿갔나? 앞으로 아무두 믿지 말라. 이 고장두 인심이 점점 무서워지구 있단다. 이거이 다 무엇때문이가? 돈 때문이야, 알가서? 세상은 말이다, 전깃불 훤해지구 돈 돌믄 인정이 사라지게 돼 이서. 전에 조선하구 무역한다문서 돌아치던 젊은것덜 전부 부로카질해서 먹구 산다. -112~3쪽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223쪽

아아, 사람의 인연은 하늘에서 미리 짜놓은 줄에 서로 연결되고 엮어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미리 짜여진 모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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