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무도 찾지 못했다 뿐이지 지금 체제보다 훨씬 좋은 사회 시스템이 분명 있을 거야. 고대 인류가 지금의 민주주의 따위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그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그때도 보안부 녀석들은 또 저항하겠지. 현재 상황과 다르면 모조리 적, 바꿔 말하면 이단이니까."
니시카와가 말하는 이야기는 결코 허왕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징후는 이미 지금의 사회에서 간파할 수 있다. 국정원이 극우나 극좌 등의 사상단체뿐 아니라 시민 옴부즈맨이나 언론 관련 단체, 나아가 교원 조합에까지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형 제도 폐지, 일장기 반대, 원자력 반대, 무엇이든 간에 현실을 바꾸려는 자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국가의 그늘에서 꾸물대는 마녀재판의 논리. 현대사회의 이단 심문 제도였다. -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