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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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무덤을 파는 자'라는 뜻입니다. 마녀를 박해하는 분위기가 영국에 미칠 무렵에 이단 심문관들이 누군가에게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마녀재판과 똑같은 고문 방법으로 말이죠. 여기에 겁을 먹은 이단 심문관들이 마녀사냥을 자제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와서는 사건의 진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고문당해 죽은 자가 무덤에서 살아나서 자기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한 거라고 수군댔습니다. 그리고 이 부활한 사자(死者)를 '그레이브 디거'라 불렀답니다. -99쪽

하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도 완벽한 게 아니야. 다수결의 원리란 마흔아홉 명의 불행 위에 쉰한 명의 행복을 쌓아 올린 시스템이거든. 좀 더 말하자면 지지율이 30퍼센트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70퍼센트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마는거야. 거부당한 쪽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념할 수밖에 없어. 내가 그쪽이 아니기를 기도할 뿐이지. -278쪽

"아마 아무도 찾지 못했다 뿐이지 지금 체제보다 훨씬 좋은 사회 시스템이 분명 있을 거야. 고대 인류가 지금의 민주주의 따위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그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그때도 보안부 녀석들은 또 저항하겠지. 현재 상황과 다르면 모조리 적, 바꿔 말하면 이단이니까."
니시카와가 말하는 이야기는 결코 허왕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징후는 이미 지금의 사회에서 간파할 수 있다. 국정원이 극우나 극좌 등의 사상단체뿐 아니라 시민 옴부즈맨이나 언론 관련 단체, 나아가 교원 조합에까지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형 제도 폐지, 일장기 반대, 원자력 반대, 무엇이든 간에 현실을 바꾸려는 자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국가의 그늘에서 꾸물대는 마녀재판의 논리. 현대사회의 이단 심문 제도였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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