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월드컵은 전세계적인 축제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재앙이기도 하다. 좋은 영화들이 월드컵의 그늘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이 영화 <러닝 스케어드>가 바로 그런 영화중 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후아유>도 그런 시기적 요소때문에 아쉬웠다.)


  이태리 마피아 조직원인 조이. 그는 나름대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마약 거래 현장에서 부패 경찰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 그의 조직. 보스는 조이에게 범행에 사용된 총을 버리라고 하나 조이는 몰래 그것을 집 안에 감춰두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이웃집 아이가 가져가 양아버지를 쏘면서 일은 틀어진다. 이웃집 아이의 아버지는 다름아닌 조이의 조직과 관계가 있는 러시아 마피아와 관계가 있었던 것. 꼬여버린 일을 수습하기 위해 조이는 겁에 질려 행동하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스포일러를 흘릴 수 있는 내용이라 최대한 자제하여 말하면 이 영화는 화끈하다. 쉴새없이 움직이며 총질도 여러번 이어간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함을 안겨주기엔 부족함이 없을 정도.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난다면 좀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영화는 의외의 반전을 심어두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했다. 빠른 화면 전개나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로비츠처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은 조그만한 동네에서 피아노 학원을 시작하게 된 지수. 유학까지 다녀온 동기는 대학교수로 살아가지만 그녀는 자신이 유학을 가지 않았기때문에 그녀처럼 살아갈 수 없다고 자꾸만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러던 중, 그녀 앞에 나타난 경민. 지수의 학원에서 자꾸만 말썽을 피우는 녀석. 알고보니 그 녀석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고, 지수는 자신의 꿈을 경민을 통해 이루고자하는데...

  애초에 이 영화는 '감동'이 예상된다. 별볼일 없어보이는 아이와 마지막 자존심을 애써 붙잡고 있었던 선생. 이 둘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피아노를 통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중간에 비록 마음이 틀어지기도 하지만 둘은 다시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겉모습만 봐서는 어울릴 수 없었던 그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성숙해가는 모습들이 잔잔하게 그려진 영화.

규모도 작은 편이었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긴 영화이지만 오히려 이런 영화들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전해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야기자체는 다소 빤한 감이 있었고, 약간은 늘어지는 감도 있었지만, 피아노 선율과 두 사람의 감정, 그리고 다소 진지해질 수 있는 순간을 잘 넘기게해주는 피자가게 주인(박용우)의 역할이 잘 어울러져 괜찮은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 것 같다. 더불어 영화에서 경민 역할로 등장한 두 피아니스트 신의재와 김정원의 연주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배우가 대충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실제 피아니스트를 캐스팅했다는 게 더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한 것 같았다.) 더불어 영화의 OST를 한 번쯤 쭉 들어보는 것도 꽤 좋을듯 싶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7-07-0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개봉되었을 때 관심있어 하다가 때를 놓친 영화인데, 이 페이퍼 보고서 생각났습니다. 꼭 봐야겠어요 이번엔. ^ ^

이매지 2007-07-03 20:2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한 번 놓치면 깜빡해서 다시 보기 힘든 것 같아요 ^^
hnine님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보셔요^^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불경기, 불경기하고 요란을 떨어대지만, 이렇게 오래 지속된다면 그게 이 나라의 표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가 시험에서 한 번 만점을 받았어도 그 다음에 계속 50점이라면 그게 아이의 실력인 거지. 옛날에 어쩌다 승승장구했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그러리라고 착각하는 바보들의 나라에는 미래가 없어. -8쪽

"상냥하다는 글자는 사람 인(人)변에 '슬픔(憂)'이 붙어. 그래서 '사람의 슬픔을 안다'는 뜻일 거야. 분명히 그래. 상냥함이란 그런 거지. 다시 말해서,"
"다시 말해서?"
"이매진, 상상력이지."-79쪽

"이런 단순한 이야기도 뼈대에 조금 손을 대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게 돼. 정의나 악, 그런 것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해."
츠카모토는 코끝을 문지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파괴활동을 계속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이야기도, 원주민과 개척자의 이야기도, 익충과 해충의 차이도, 모두 보는 각도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달라지는 거야."-82쪽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멍하니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란 '연애'나 '생사'에 관한 일만 아니라면, 어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려도 그 정도 시간이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102쪽

"오리엔티어링(독도법)이란 말, 알아?"
구로사와가 물었다.
"지도를 보고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거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나이 들었다고 놀리나?"
"나이는 상관없어. 다시 말해 미래란 그런 거야. 찾아내는 거라고. 먹구름 속을 걸어서 미래가 저절로 다가오진 않네. 자네도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나?"
"그 다음을 생각하라는 걸세. 자네뿐만이 아니야. 정치인도, 아이들도, 도무지 생각을 안 해. 반짝 생각하곤 끝이야. 흥분하고 끝, 단념하고 끝, 외치고 끝, 야단치고 끝, 얼버무리고 끝이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 텔레비전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사고가 정지된 거야. 느끼기는 해도 생각하지 않아."
-115~6쪽

신에 관해 생각하다가 나 나름대로 깨달은 게 있지. 내장의 정의를 아나? 첫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야. 예를 들어, 오른팔을 드는 건 의식하면 할 수 있고, 머리가 가려우면 바로 긁을 수 있어. 그러나 내장은 무리야. 위나 장은 연동운동을 반복해서 지금 이 순간도 삼킨 음식을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 보내고 있어. 그런데 그 일을 의식해서 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거든. 몇 초 간격으로 심장의 근육을 움직이면서 장에도 신경쓰고, 눈앞의 일도 해야 한다면, 뇌는 아마 터져버리고 말거야. -123~4쪽

모기는 수액이나 혈액을 빨아먹지. 쭉, 쭉, 키스하듯이 입을 대고 말이야. 신의 역할이란 원래 모든 인간에게 키스를 해주는 것이 아닐까? -180쪽

사람은 두 손바닥으로 탁, 쳐서 모기를 간단히 뭉개버리지. 의외로 신이란 그런 존재야. 가까이에 있어. 사람은 그 고마움도 깨닫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탁탁 쳐서 죽여 버리는 거지. 신을 말이야. 그래도 그 녀석들은 화를 내지 않아. 신이니까. 뭉개지는 순간 '또야!'하고 웃어버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죽여 버리는 것, 그런 존재만이 신이 될 수 있는 거야.-180~1쪽

인생에 저항하는 건 그만뒀어. 세상엔 커다란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해도 결국엔 떠밀려가게 돼있어. 거대한 힘에 떠밀려 살고 있다는 걸 이해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도망칠 필요도 없고.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떠밀려 사는 거야, 안 그래?-223쪽

"하지만 말이야, 인생에 관해서는 누구든 아마추어야. 그렇지?"
사사오카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누구든 첫 출전이야. 인생에 프로가 있을 리 없어. 가끔 자기가 무슨 인생의 프로라도 되는 양 잘난 척 하는 놈도 있더라만, 실제로는 모두가 아마추어고 신인이야."-276쪽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현상에 부딪치면, 인간은 늘 이해하기 쉬운 가설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에는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285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07-07-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러시라이프 보시는 군요. 재미있습니다. 즐독하세요~^^

이매지 2007-07-03 17:10   좋아요 0 | URL
졸업하기 전에 이사카 코타로 책만 다 볼까 싶기도 해요 ㅎ
이제 남은 건 마왕이랑 사막, 칠드런 정도인 듯 ㅎㅎ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심부름센터라고 하면 사람을 찾아준다거나, 남의 뒷조사를 해준다거나 뭐 이런 흥신소의 개념을 떠올리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심부름 센터는 '그냥 당신이 하쇼'라고 얘기해주고 싶을만큼 소소한 심부름들을 다루고 있다. 일단 들어오는 심부름을 다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만 심부름을 하는 다다 심부름집. 이 곳에서 살아가는 다다와 그의 친구(?) 교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다와 교텐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하지만 둘은 고등학교 때 달리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교텐은 고등학교를 다지며 한마디도 안 하다가 친구들의 장난으로 손가락이 잘렸을 때 딱 한마디를 뱉었을 뿐. 그렇기에 다다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교텐을 만난 다다. 갈 곳이 없다는 교텐의 말에 자신의 집(심부름집)에서 하룻밤 머물고 가라고 끌어들인 것이 그만 쭈욱 눌러앉게 되버렸다. 결국 다다는 교텐과 함께 심부름집을 함께 꾸려가게 되며 온갖 심부름들을 하게 되는데...

  이 책에는 이런저런 심부름들이 등장한다. 허리가 안 좋은 부부가 창고를 대신 정리해달라는 그럴싸한 심부름에서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회사가 배차간격을 속이는 것 같다며 버스배차간격 조사를 대신 해달라는 심부름, 학원에 아이 마중나가기, 병원에 입원한 부모에게 대신 문병가주기 등 다양한 심부름이 등장한다. 이런 다양한 심부름을 보면서 왠지 돈만 있으면 뭐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풍조가 어느새 퍼진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다다의 말처럼 그런 심부름들이 의뢰되기때문에 다다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지만. 

  교텐과 다다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신이 애써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에 무리하게 나서거나 이해할 수 없는 패션감각을 가진 교텐. 그런 교텐을 다시 정상적인 범주로 데리고 오는 다다. 둘은 서로를 그렇게 보완해주며 살아간다. 서로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꺼내놓고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상처가 조금은 아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제법 재미있는 구석이 있긴 했지만,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는 살짝 못미치는 느낌도 들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그나저나 나는 다다 심부름집에 무슨 심부름을 한 번 시켜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바케 2 - 사모하는 행수님께 샤바케 2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샤바케 두 번째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했다면 이번에는 도련님의 소소하지만 따뜻함이 묻어 있는 6개의 모험담을 읽으며 한층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또, 어려서부터 오냐오냐 커왔지만 행실만은 똑바른 도련님이 이제는 아이에서 청년으로 커가는 모습이 이 책 속에는 담겨 있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사모하는 행수님께>는 행수에게 연애편지를 보낸 여자가 화재가 일어났을 때 죽은 채로 발견된 일을 다루고 있고, 두번째 이야기인 <에이키치의 과자>는 도련님의 소꿉친구인 에이키치가 만든 만쥬를 먹고 죽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세번째 이야기인 <하늘빛 유리>는 1권에서 몰래 형님을 만나러 갔던 이야기의 뒷이야기정도가 될 듯 싶은데, 도련님의 배다른 형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네번째 이야기인 <넉 장짜리 이불>은 주문한 이불이 잘못 배달되어 항의하러 간 이불가게에서 그 곳 대행수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얽히는 이야기가, 다섯번째 이야기인 <니키치의 연인>에서는 천 년을 넘게 한 사람을(한 요괴를이라고 해야하나?!) 짝사랑을 했다는 니키치의 이야기가, 마지막 <무지개를 보다>에서는 요괴가 갑자기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는 며칠을 겪으며 도련님이 성숙해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번 권에서는 특히 남의집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절망스러운 마음에 고양이나 개에게 화풀이를 하는 이야기나, 주인의 호통때문에 찍 소리도 못하고 주눅들어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생령들의 울음이 담긴 이불 등 이 책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이 담겨 있었다. 물론, 도련님은 자신을 위해 일해주는 사람들을 세세하게 신경을 써주지만, 아무리 신경을 써준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주인의 입장이었을 뿐이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마냥 재미있게 볼 수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아픔을 겪어가며 도련님도 한층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보다 삽화가 늘어나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요괴들과도 한층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다음 권은 언제쯤 나오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