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 한구석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대필해주며 살고 있는 노처녀 도라. 그녀는 한 때는 선생님이었지만 이제는 먹고살기 위해 그저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글을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함도, 어떤 소명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녀는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쓴 편지는 우체국이 아닌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의 꿈, 희망, 그리움 등을 그녀는 무참하게 비웃고 쓰레기통으로 보낼 뿐이다. 그녀가 그렇게 편지를 써준 사람 중에는 아나라는 여자의 편지도 있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나와 그의 아들 조슈에. 그러나 아나는 교통사고로 죽게되고 조슈에는 고아가 되버린다. 어린 조슈에를 도라는 입양기관을 사칭하는 인신매매단에 넘겨버리고 그 돈으로 TV를 구매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녀에게 곧 죄책감이 몰려오고 그녀는 조슈에를 우여곡절끝에 다시 구해내 그의 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해 먼 여행을 시작한다. 



  어찌보면 도라는 비뚤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에게 사람들의 진심은 보이지 않고, 행복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조슈에의 말처럼 여성스럽지 않고, 거짓말쟁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의 말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조슈에를 구한다. 그리고 조슈에와 함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가는 동안 몇 번이고 조슈에를 혼자 두고 떠나려하지만 마치 운명의 끈이 둘의 사이를 묶어버린 것처럼 그들은 끝까지 함께한다. 여기저기 옮겨간 아버지의 행적을 쫓으며 조슈에는 마침내 자신의 배다른 형들을 만나게되고 아버지가 어머니인 아나를 찾기 위해 떠났다는 편지를 접하게 된다. 도라가 비웃었던 그들의 사랑이 진실된 것임을 그녀도 깨닫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도라는 조슈에가 형들과 함께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혼자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조슈에를 떠나며 그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라는 조슈에도 자신을 잊게 될 것이라며 슬퍼한다. 사실 그녀가 많은 사람들과 교제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상처.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을 잊지못하고, 사람의 기억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는 도라의 모습. 그녀는 자신을,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2006년 05월 08일에 본 영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에 2007-07-27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라디오에서 줄거리를 소개해준 영화였는데 덕분에 다시 떠올리게 됐네요.

이매지 2007-07-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세요 :)
정말 괜찮은 영화예요
 

  사실 개봉하기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왔던 영화이지만 무대인사를 놓쳐버리니 왠지 갈 마음이 들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안방극장에서 도마뱀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계속 미루고 미룬 것은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승우씨와 실제 커플인 강혜정이 등장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너무도 안 좋았던 영화평들때문이었다랄까. (네이버 평점 6점대) 어쨌거나 아무런 기대없이 봤던 영화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아리에게 반해버린 조강. 아리는 자신은 외계에서 왔다는 둥, 저주가 퍼지지 않게하기 위해서 우비를 입고 다닌다는 둥, 자신의 저주때문에 사람들이 다친다는 둥 엉뚱한 소리를 당돌하고 태연하게 내뱉는다. 다른 아이들은 아리를 피하기 바쁘지만 조강은 아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가까워지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곤 하는 아리. 그녀에겐 무슨 비밀이 있어서 자꾸만 사라지는 걸까? 아리와 조강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중반까지는(그러니까 아리와 조강이 어린 시절) 재치넘치는 대사나 상황의 엉뚱함이 주는 재미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예쁜 배경에 소소한 멜로영화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조강이 은행원이 되서 다시 만나고 아리가 미국으로 떠나는데까지는 괜찮았는데 다시 아리를 만나서 아리의 비밀을 알게되는 순간부터는 지루함이 시작됐다. 물론, 이런 경우 빤하게 예상되는 결말이 있지만 최소한 '시나리오가 그렇게 괜찮았다는데'라는 기대감으로 영화를 끝까지 봤지만 끝은 더 황당했던 것 같다. 물론, 나름대로 '동화같은 사랑', '동심의 사랑'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그 순수함에 있어서는 어느 영화 부럽지 않았을 정도. 하지만 이미 세상사에 찌든 어른들의 순수함을 찔러주기에는 유치하고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도 있는 편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말부의 울고짜는 모습이 찝찝했다랄까. 결말이 조금 더 괜찮았더라면 남들이 뭐래도 내게는 괜찮았을 영화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2006년 08월 27일에 본 영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7-1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말이 아쉬웠어요. 저 노란 우비는 얼마전 모 드라마 속 봄이가 입고
나온 우비 생각을 나게 하죠. 도마뱀이 먼저이지만..

이매지 2007-07-1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도 들고.
저 우비보면서 저도 우비입고 싶다는 생각을 ㅎㅎㅎ
 

  영화를 같이 본 남자친구는 어린 시절에 만화로 봤다고 조잘조잘하며 대강의 스토리를 말해줬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기에 전혀 기대감없이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겨울에 엄마를 잃은 젠다. 그녀와 아버지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느끼며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삶의 의욕이 없었던 젠다는 우연히 벨보이 카이와 알게되고 그와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 카이의 눈에 뭔가가 들어가고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던 카이가 차갑고 냉정한 사람으로 변해버리고 둘의 사이는 조금씩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온통 흰 색으로 치장하고 모피를 두른 한 여자가 호텔에 찾아오고, 카이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를 따라 얼음궁전으로 떠나게 된다. 카이가 떠나기 전 젠다에게 남긴 'HELP ME!'라는 쪽지에 젠다는 카이를 되찾기 위해 봄, 여름, 가을의 여왕들을 거치는 길고도 험란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긴 영화(무려 3시간!)라 다소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카이를 찾아 나선 젠다가 겪는 일들이나 풍경들, 혹은 각 계절의 여왕들이 살고 있는 환경들은 꽤 재미있게 다가왔다. 물론, CG도 엉성한 편이고, 이야기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빤한 결말도 있었지만 말이다. 별다른 기대없이 본다면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덧) 찾아보니 원작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이었다.



- 2006년 09월 13일에 본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요괴문화 - 그 생성원리와 문화산업적 기능
중앙대학교한일문화연구원 엮음 / 한누리미디어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소설들, 특히 추리소설에서 요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샤바케>에서는 주인공을 돌보는 인물로 요괴가 등장하고, <망량의 상자>나 <우부메의 여름>과 같은 교고쿠도 시리즈에서도 요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백귀야행이라는 만화책도 있지만 이건 아직 안 읽어봐서) 우리나라의 도깨비 정도라고 생각해온 요괴에 대해 어째서 일본인들은 애착을 가지고 그것을 문학의 소재로 삼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나의 호기심을 조금은 풀어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문화로서의 요괴'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요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접했던 문화 속의 요괴들, 예를 들어 피카츄라든지, 토토로,  소닉 등은 요괴라고 해서 모두 귀신같은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문학, 연극.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상품, 게임 등 다방면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놀랐다. 일본인들의 상상력의 원천으로 요괴는 자리잡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본은 문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해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2장 '언어 속에 잠재된 문화로서의 요괴'에서는 요괴와 관련된 관용어구나 가면극이나 문학 속에서 재탄생된 요괴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특히 많은 삽화와 사진들이 실려있어 더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3장인 '요괴의 실상과 허상'에서는 갓파나 덴구와 같이 자주 등장하는 요괴들에 얽힌 이야기와 그들의 변천과정(?), 그리고 생활 속에서 그런 요괴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등에 대해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요괴에 대해 비교해보기도 하고, 대중 문화 속에서의 요괴에 대해 살펴보는 등 좀 더 폭넓게 요괴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도깨비와 요괴를 비교해놓은 부분에서 도깨비에 대해 좀 더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앞의 글들을 읽으며 우리나라 도깨비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에 따르면 한국의 도깨비는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하나의 가신신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돌림병을 가져다주는 역신과 사람을 홀리는 존재, 도깨비불을 근거로 삼은 화재의 원인이 되는 귀신으로 나타기도 한다. 필자는 도깨비는 본질적으로 신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속성도 병행하고 있는 셈이고, 요괴는 신의 일종이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지닌 존재로 이해되기 때문에 도깨비를 요괴의 한 유형과 비교 검토하는 것이나, 도깨비를 요괴라는 개념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가도 말한다.  때문에 이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요괴와의 비교는 둘째치더라도, 우리의 도깨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글은 마음에 들었다. 

  한 명의 필자가 글을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필자가 저마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글의 내용이 겹치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요괴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고, 내용적으로도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 요괴들이 나오는 문학이나 만화를 접하고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독자나(개인적으로는 갓파나 오니에 대한 부분이 도움이 됐다) 일본의 요괴 문화에 대해 처음으로 살펴보고 싶다는 분들 모두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장바구니담기


 이성계는 전장에서는 명장이었을지 모르지만 정치판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다. 전쟁이나 권력투쟁은 싸움이라는 면에서 같았지만 싸우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전쟁터에서의 명장이 반드시 정치판에서도 명장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성계가 참전하는 전쟁터에서 적은 명확했다. 적을 죽여야 하는 이유와 방법도 분명했다. 적은 활과 칼로 죽였다. 화살로 쏘아 죽이거나 칼로 베어 죽인 적은 분명히 죽은 것이었다. 이기고 지는 것도 명확했다. 죽은 적은 다시 일어나 덤비지 못했고, 패배한 적은 도망갔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우선 적과 친구를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죽여야 하는지는 더 애매했다. 적을 죽이는 무기도 활이나 칼이 아니라 말과 글이었다. 그 말과 글에 죽어나갔던 적은 죽은 듯하다가도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정치판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패자가 도망가는 것도 아니었다. 패자도 멀쩡히 살아서 남아 있었다. 강씨는 이렇게 복잡 미묘한 정치판의 생리에 어두운 남편을 지켜보는 것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불안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4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